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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이 미키의 상애성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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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23, 2014 18:33에 작성됨.

 

 4. 호시이 미키의 상애성이론


"앗! 허니!"
"수고했어, 미키."

방 송이 끝나고 방송국을 나오자 허니가 미키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런 연락도 없었는데 갑자기 나타나서 솔직히 조금 놀랐다. 사실대로 말하면 기대를 하고 있었던 건 맞지만 전화도 메일도 오지 않아서 그냥 생각하지 않고 있었는데 와주어서 기뻤다.

"허니가 올 줄 몰랐던 거야!"
"음… 뭐 생각이 나서 온 거야."

흐응, 허니도 솔직하지 못하네. 미키의 생일이니까 왔다고 해도 괜찮은데.

"오랜만에 저녁이라도 먹으러 갈래?"

요즘은 일도 많고 허니도 바빠서 같이 있는 시간을 가지기도 힘들었는데 오늘은 특별한 날이어서 그런 걸까.

"미키는 대찬성!"
"어디 가고 싶은 데라도 있어?"
"역시 주먹밥…은 별로 어울리지 않으려나?"

미키도 이제는 모든 걸 제멋대로 할 정도의 어린 아이가 아니다. 충분히 분위기도 읽을 수 있는 아이돌로 성장해가고 있다.

"허니가 가자는 데로 갈게."

생 각해 둔 가게 있잖아? 라고 슬쩍 떠봐도 태연한 걸 보면 역시 다 생각해 둔 게 있는 거다. 허니는 항상 계산적으로 움직이려는 성향이 있으니까 다 계획을 짜뒀던 게 분명하다. 너무 모든 일을 계산적으로 처리하려고 하는 건 좋지 않다고 미키적으로는 생각하는데.

"그럼 거기로 가자."

아 무렇지 않은 듯 미키와 허니는 차에 탔지만 미키는 허니의 표정을 볼 수 있었다. 다행이라는 듯이 안도감이 느껴지는 표정이었다. 허니는 방어가 약하니까. 평소에도 가만히 보고 있다 보면 여러가지 표정들을 볼 수 있다. 정작 허니 본인은 깨닫지 못하는 것 같지만. 그런 작은 표정이나 행동에서 겉으로 보이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찾아내는 건 미키 혼자 만은 아닐 것이다.

방 금도 안도의 표정을 보인 걸 보면 무언가 확실히 준비한 게 있는 거다. 미키가 변덕을 부려서 잘못되지는 않을까 걱정하다가 문제 없이 넘어가게 되니까 보인 표정이다. 미키에게는 전부 보인다. 그래도 모른척 하기로 할까. 오늘은 날이 날이기도 하고 그런 걸 일부러 얘기해봐야 재미 없는걸.

"요즘은 힘든 일 없어?"

차에 시동을 걸고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제서야 허니가 말을 건넸다.

"허니를 자주 못 보는 거?"
"그게 뭐가 힘든 일이야."
"부우- 미키한테는 그게 제일 힘든 일인걸!"

아 이돌 일은 힘들다기보다는 즐거운 편이다. 힘들지 않다는 걸 보면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할 지도 모르겠지만 미키는 정말로 최선을 다해 아이돌이라는 일에 임하고 있다. 다만, 그런 사소한 일들보다 허니와 만나지 못하는 것이 훨씬 더 괴롭고 힘든 일인 게 당연했다.

"요즘은 모두들 바쁘고 하니까 미키가 제멋대로 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미키적으로는 허니가 더 보고싶은 거야."
"프로듀서로써 어느 한 아이돌에게만 관심을 쏟는 건 업무에 해가 돼."

어쩔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이런 말을 들어버리면 시무룩해지고 만다. 그 이후로도 허니는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어서 말을 걸기도 힘들었고 미묘한 분위기가 가게까지 이어졌다.


"여기인 거야?"
"대단한 가게는 아니지?"

가게의 인상은 조용하다는 것이었다. 손때가 묻어있는 가게였다. 화려하거나 대단하지는 않지만 자주 찾는 사람들의 손때가 묻어있는 가게, 흔히들 단골만 아는 가게 같은 셈이었다.

"우선 들어갈까."

가게에 들어가니 점장의 어서오세요! 소리가 들렸다. 딱 보아도 전형적인 라멘 가게의 모습이었다. 역시 비장의 단골 맛집이라고 하면 라면 가게인가.

"라면이라고는 생각 못했던 거야."
"뭐, 평소에 자주 오는 집이기도 하고. 여기라면 주먹밥도 있으니까."

미리 준비한 곳이 아니었던 건가? 아니면 그것까지 전부 미리 생각하고 있었다는 건가? 어느쪽이던 기쁘기는 하다.

"여기, 타카네랑 같이 왔었다던가 한 거 아니야?"
"아냐아냐, 여기는 타카네한테도 안 알려줬으니까."

흐-응. 그렇구나. 미키만 알고 있는 곳이구나.

"그럼 추천메뉴 부탁해, 허니."
"…떠넘기기냐."

허니는 한숨을 쉬면서 그래도 데려왔는데 그 정도는 해줘야겠지 라며 돈코츠 라멘을 추천해줬다. 둘이서 돈코츠 라멘 두 개에 주먹밥까지.

"미키. 할 말이 있는데."

먼저 나온 주먹밥을 먹고 있어서 입이 가득 차 대답은 하지 못하고 허니를 무슨 일이냐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우선, 생일 축하한다."
"이제서야 해 주는 거야?"

허니가 잊어버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조금 투덜댔다.

"아니, 알고는 있었지만 타이밍이 안 나와서 말이야."

그럼 선물은 뭘까. 생일이라고는 해도 선물만 바라는 건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기대하게 된다. 허니가 미키에게 주는 선물이니까.

"그리고 생각을 제법 많이 해봤는데…"
"응."

입 안에 있던 주먹밥을 전부 삼키고 계속 이야기하라고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미키를 좋아하는 것 같다."
"응. ……어?"

미키가 잘못 들은 걸까?

"내 마음을 표현하는 건지 미키의 마음에 답하는 건지는 애매하지만 여튼 그래."

미 키는 허니의 말에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토록 기다려온 말인데도 직접 허니의 입에서 들으니 아무런 반응도 할 수 없었다. 그 이후의 기억은 잘 나지도 않는다. 라멘을 먹었는 지도 입 속에 버렸는 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그 가게의 돈코츠 라멘은 평범하게 맛있었다. 마치 허니처럼 겉으로 보기에 화려하고 뛰어나 보이지는 않지만 안심이 되고 편안하게 맛이 있는 느낌이었다.


-

"허니."

허니는 이미 가게 밖에 있었다. 어차피 같이 온 건데 같이 나가면 되는 걸 굳이 먼저 계산하고 나가고 미키가 뒤따라 나가는 그림이 만들어지는 이유를 미키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지만.

"응. 그럼 슬슬 돌아갈까."

가 게 밖으로 나오니 이미 어둠이 짙게 깔려있었다. 슬슬 겨울인 것 같다. 갈수록 추워지는 날씨도 날씨였지만 이제는 조금만 저녁이 되어버려도 캄캄해져버린다. 얼마전에는 눈도 내렸었던가. 쌓이지는 않았지만 올해의 첫 눈이었다. 모처럼 첫 눈인데 혼자였던 건 조금 쓸쓸했지만. 그 때 허니랑 같이 있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방송 녹화 때문에 혼자 창 밖으로 눈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허니, 조금 걷지 않을래?"

미키가 그렇게 말하자 허니는 놀라는 표정이었다. 미키답지 않은 말이라는 건 미키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미키같은 아이라도 가끔은 그러고 싶은 마음이 드는걸. 적당히 주변을 한 바퀴 돌고 오는 정도니까 괜찮을 거다.

"가끔은 같이 걷는 것도 괜찮겠지. 춥지 않겠어?"
"물론인거야! 미키, 원래부터 그다지 추위는 안 타니까. 아핫☆"

아이돌 일을 하다 보면 얇은 의상을 한겨울에 입어서 정말 추울 때도 있는데 그런 때에 비하면 이 정도는 여유만만이다. 게다가…

"그리고 만약에 추우면 이렇게 하면 되는걸!"

허니의 팔을 감싼 채로 딱 달라붙어버렸다. 이러면 따듯한걸~ 몸도 마음도 양 쪽 모두 다 말이야.

"미, 미키. 사람들 다 보는데…!"

허니는 당황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렇게까지 당황할 것 까진 없는데.

"뭐 어때인거야! 이러고 있으니까 좋은걸."

이렇게 말은 하고 있어도 여러가지 신경은 쓰고 있다. 미키가 아무리 단순하다고 해도 파파라치한테 사진이 찍혀서 스캔들이 난다거나 하는 일은 없도록 하고 있는 거다. 반대로 말하면 지금 이 관계는 어떻게 해야할 지는 모르겠지만.

"허니, 궁금한 게 있어."
"응? 뭔데?"
"누군가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되어서 고백을 하고 연인이 된다는게 끝이라고 하면 시작은 어디일까?"

미키적으로 고백은 결말이다. 열심히 노력해서 얻어내는 결실이니까.

"…글쎄? 갑작스럽게 대답하기에는 어려운 질문인 것 같은데."

잠시 고민하던 허니는 미묘한 말로 대답했다.

"그럼 서로 마음이 맞지 않아서 갈라서게 되는 게 끝이라면 시작은 어디일까?"

아마 이 문제는 답이 있을 것 같다. 이혼의 원인은 결혼. 이별의 원인은 만남이라고들 하니까.

"으음, 아마 답은 없지 않을까? 사람의 감정이라는 게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니까 말이야."
"아핫☆ 그렇네."

확실히 언제부터 누군가를 좋아했다던가 하는 건 정하기 힘들 것 같다. 어느새 신경쓰이는 존재가 되어있고, 두근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잠이 들고, 그 사람의 생각만 하게 되고. 여기서부터 시작! 같은 출발선을 정해놓을 수는 없다.

"그래도 미키는 괜찮은 거야."

허니를 향한 내 마음은 변하지 않으니까. 확실한 답이 있으니까 문제는 없는 거다.

"허니를 좋아하니까!"

허니가 갑자기 풉 하는 소리를 냈다. 그러더니 켈록켈록 하고 사레가 들린 듯이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부우- 너무한 거야."

모처럼 미키가 좋아한다고 말했는데 저런 반응은 조금 실망이려나…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갑자기 그런 말을 하니까 그렇지."
"그야 말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으니까 그런 거야. 허니를 향한 내 마음은 죽을 때까지 좋아한다고 말해도 시간이 모자란 거야!"

그야 좋아한다고 말할 수록 더 좋아지는 걸.

"…나 행복해서 죽어버릴지도."
"안 돼! 멋대로 죽어버리면 미키는 정말로 용서하지 않을 거니까!"

사실 방금 허니의 바보같은 표정은 아마 나도 똑같았을 거다. 그렇게 좋다고 달라 붙어놓고서도 허니의 말을 들었을 때는 벙 쪄버려서 아무 말도 못 하고 가만히 있었으니까.

"허니, 정말 미키같은 아이로 괜찮은 거야?"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당연하지."
"그럼 좋아한다고 말해줘."

미키만 좋아한다고 하는 건 불공평하다. 서로를 생각하는 것처럼 서로 웃고 상처입히는 것처럼 서로 표현하는 것이다.

"좋아해, 미키."
"미키도 좋아해, 허니."

얼마나 듣고 싶었던 말인지 모른다. 꿈에서 나올 정도로 계속 상상해왔던 일이었는데 정말로 일어날 줄이야. 설마 이게 꿈은 아니겠지? 눈을 뜨면 사라져버리는 꿈은 아니겠지?

"허니, 한번만 더 말해줄 수 있어?"
"…어렵지는 않지만 왜?"
"녹음이라도 해 두려고."

허니의 목소리가 좋다. 나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말이 좋다. 계속계속 듣고 싶을 정도로 좋다.

"좋아해, 미키"
"…됐다! 이걸로… 아!"

그러고보면 더 좋은 방법이 있었는데.

"불안하게 또 왜 그래."
"차라리 이걸 영상으로 찍어 두는 거야!"
"……정말이지 그렇게 까지 해야 돼?"

허니의 웃는 얼굴이 좋으니까.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부끄러워 하는 얼굴도 좋아하니까. 계속계속 보고 싶을 정도로 좋다.

"자, 그럼 간다! 큐!"

핸드폰의 카메라 기능으로 동영상 촬영 버튼을 누르면서 마치 감독처럼 큐 사인을 던졌다.

"……좋아해… 미키…… 이건 정말로 못 하겠다고!"
"컷! 그런 것 치고는 잘 하는 걸!"

아 마 앞으로도 허니의 마음에 들지 않는 일도 종종 있을 거다. 허니의 일이나 미키의 일에 방해가 되는 일이 있을 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조금 방해를 하고 싶다. 신경이 쓰이도록, 서로가 서로를 잘 신경쓸 수 있도록 조그마한 방해자가 되고 싶다.


"다시 돌아왔네."

동 영상을 찍고 나서도 다시 허니의 팔을 안고 걸으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다시 가게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차에 타서 시덥지 않은 이야기를 하다 보니 벌써 집 앞이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오늘은 더더욱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다. 시덥지 않은 잡담만 나누어도 순식간에 도착해버렸다. 시간은 11시 30분. 아직 그렇게 늦은 시간은 아니었다.

"그럼 오늘은 여기서 안녕이네."
"그래. 들어가서 푹 쉬고."
"잘 자, 허니!"

이별의 이유는 만남이라고 했지만 만남의 이유도 이별이다. 오늘 하는 작별은 내일 다시 만나는 이유가 된다.

"그리고 아직 11월 23일은 끝나지 않았으니까!"

쪽 하고. 도망치듯이 차에서 내려 문을 닫고 집으로 들어왔다. 허니도 멍한 표정으로 그저 미키를 바라보고 있었다.

"죽을 때까지! 아니, 죽는다고 해도 계속 좋아할 거니까! 앞으로도 잘 부탁해인 거야!"

미키는 허니를 좋아한다. 엄청 좋아한다. 무지 좋아한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몰라도 될 정도로 좋아한다. 그러니까 미키는 허니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허니 말고는 아무것도 필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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