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타카가키 카에데의 마시러 가지 않을래? - 5

댓글: 5 / 조회: 2323 / 추천: 1


관련링크


본문 - 11-01, 2014 09:02에 작성됨.

“……”

작은 사무소의 작은 테이블에게 네 명의 침묵은 너무나도 버거워보였다. 더군다나 세 사람은 초라한 테이블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외모를 가진 여자들이었으니 테이블은 삐걱거리며 주저앉을 것만 같았다. 이런 분위기는 단지 여러 사람이 모였기 때문은 아니었다.

“프로듀서 씨?”

“네?”

프로듀서의 담당 아이돌이었던 타카가키 카에데는 굳이 말을 해야 하나 싶지만 어쩔 수 없이 자신이 나선다는 듯 감고 있었던 눈을 떴다.

“이 여자들은 뭐죠?”

카에데는 평소답지 않은 험악한 분위기었다. 다른 두 명도 마찬가지로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만들어지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게…”

이 자리에서 유일하게 테이블과 함께 바닥으로 꺼져버릴 것 같은 프로듀서는 난감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좋은 취지에서 시작한 일인데 이런 반응이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관계겠죠?”

카에데의 낮게 깔린 목소리에 다른 두 명도 마치 내가 하고 싶은 말이라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서로를 노려보는 걸 잊지 않았다.

“이쪽은 타카가키 카에데 씨. 이쪽은 시부야 린. 이쪽은 시죠 타카네.”

재촉을 당한 프로듀서는 성의 없는 소개를 늘어놓았다. 굳이 소개 같은 걸 하지 않아도 세 사람은 서로를 아는 사이었다. 꼭 세 사람 사이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이 세 사람은 굉장히 유명해서 웬만하면 소개가 필요 없는 사람들이었다.

“저희들이 물은 건 관계지 소개가 아닙니다.”

타카네는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아서 은근슬쩍 빠져나가려는 프로듀서를 가만두지 않았다.

“그냥 잘 해보자는 생각은 없는 거야?”

“대답 여하에 따라서.”

마지막 수단이었던 얼버무리기 마저 린에게 저지당하자 프로듀서는 두손을 다 들 수밖에 없었다.

 

-

 

“유닛이요?”

카에데는 입에 가져가려던 숟가락을 멈췄다. 할 말이 있다며 같이 저녁식사를 하자던 프로듀서가 제안한 것은 의외의 이야기였다. 그렇게까지 이상한 발상은 아니었지만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제안이었다.

“애초에 이 사무소에 아이돌이라고는 저 하나뿐이잖아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속 아이돌이라고는 없던 유령 사무소였지만 유일한 아이돌인 카에데가 들어오고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지만 사무소에 아이돌이 더 들어오는 일은 없었다. 잘 생각해보면 사장도 프로듀서도 다른 아이돌을 받겠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생각해 본 게 있거든요.”

프로듀서는 다 준비해둔 게 있다며 웃었다.

“소속사를 뛰어넘은 콜라보레이션 유닛! 이라는 거죠.”

“…콜라보가 그냥 콜라나 보는 것처럼 그렇게 쉽게 되나요?”

소속 아이돌이 많은 사무소에서야 유닛을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았다. 평소 서로 가까운 사이이기 때문에 각자 멤버들 사이의 조화도 좋은 편이어서 어떤 멤버끼리 유닛을 짠다고 해도 충분히 완성도 있는 유닛이 나올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달랐다. 생전 접해본 적 없던 다른 사무소의 아이돌과 유닛을 짜서 호흡을 맞춰야 하는 것도 문제였고 가장 큰 문제는 현실의 벽이 있다는 것이었다. 웬만큼 이해관계가 일치하거나 어떻게라도 떠보려는 게 아니고서야 다른 사무소의 아이돌과 유닛을 짜는 건 드는 노력에 비해서 메리트가 없는 일이었다.

“생각해 둔 게 있다니까요.”

그런 어려운 일이었지만 프로듀서는 왠지 모를 자신감에 차있었다.

“카에데 씨한테는 죄송하지만 사실 상대쪽에게도 이미 이야기는 꺼내둔 상태에요. 물론 아직 확정이라던가 하는 건 절대 아니고 이야기를 해 둔 정도라고 할까요.”

카에데는 말도 없이 일을 진행하는 프로듀서에게 화가 나기보다는 놀라움이 컸다. 프로듀서가 이런 이야기를 꺼낸다는 건 그래도 어느정도 긍정적인 대답을 들었다는 것이 아닌가.

“저야 그다지 불만은 없지만요.”

프로듀서가 이렇게까지 자신있게 나오자 카에데도 한 번 믿어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었다. 지금까지도 프로듀서는 성공의 길을 보여주었고 이번에도 그다지 실패할만한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래서, 누군가요?”

“후후. 듣고 놀라지 마세요?”

프로듀서는 손가락을 두 개 펴고 하나를 접으면서 말했다.

“우선은… 시부야 린.”

“시부야 린 씨요?!”

카에데는 린의 이름을 듣자 정말로 깜짝 놀랐다. 다른 사무소와 콜라보 같은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상대가 누구인지 신경이 쓰였는데 그게 린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 신데렐라 걸이요?”

“그럼 다른 시부린이 또 있나요?”

평범한 아이돌로 시작해 실력과 쿨한 매력으로 신데렐라 걸의 자리에 오른 시부야 린은 누구라도 알아보는 톱 아이돌이었고 베테랑이었다. 카에데는 대체 프로듀서가 어떻게 린을 끌어들였는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다음은…”

카에데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한 명이 린이라면 다른 한 명도 보통이 아닐 터였다.

“시죠 타카네.”

“뭐라구요?!”

카에데는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를 친 걸 깨닫고 주위를 황급히 둘러보다가 자세를 낮췄다.

“프로듀서 씨, 당신 진짜 뭐하는 사람이에요?”

진심으로 하는 말은 아니었지만 정말로 카에데가 하고 싶은 말이었기도 했다. 765 프로덕션의 은발의 여왕 시죠 타카네라면 방송국에서도 스케쥴이 꽉 차서 섭외하기가 어렵다고 할 정도인데 무슨 수를 썼는지 프로듀서는 둘을 끌어들이고 씨익 웃을 뿐이었다.

“거짓말이죠? 지금 저 놀리는 거죠? 이제 와서 거짓말이라고 하면 가만두지 않을 거에요!”

카에데는 숟가락을 그대로 쥐고 있는 손을 덜덜 떨면서 평소보다 두 배는 빠르게 앞뒤가 안 맞는 말을 했다.

“맞아 죽을 일 있나요? 그래서, 카에데 씨는 어때요?”

“저, 저요?”

그제서야 카에데는 자신의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뭔가 남의 일같이 생각하고 있었지만 카에데 자신이 저 두 명과 유닛을 짠다는 이야기였다.

“…안 돼요. 못하겠어요.”

“갑자기 왜요?”

즐겁게 이야기하던 프로듀서는 생각지도 못한 카에데의 거절에 표정이 순간 굳어버렸다.

“이런 기회가 어디있어요! 왜 안 한다는 거에요?”

“싫다기보다는 저런 사람들하고 같이 유닛을 짰다간 저는 사라져버리고 말 걸요?”

자신의 일이라고 와닿아서 생각을 해 보니 린이나 타카네에 비해 카에데는 아이돌로써는 한참 아래에 있는 셈이었다. 카에데는 자신이 끼워 팔기 상품이라도 된 마냥 왜소해지는 것 같았다.

“에이, 아니에요. 둘 다 나쁜 사람도 아니고 카에데 씨도 충분히 뛰어난 걸요.”

“그래도…”

카에데는 린과 타카네보다 실력이 떨어진다는 생각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가장 걱정되는 건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카에데 씨는 충분히 린이나 타카네만큼 대단한 아이돌이에요. 아직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서 사람들이 잘 모를 뿐이에요. 이번 기회에 오히려 그 두 사람과 대등하게 해 나갈 수 있다면 인지도도 엄청나게 올라갈 거라구요.”

프로듀서의 설득에도 카에데의 표정은 미묘했다. 너무나도 큰 이야기이기 때문에 자신의 일이라는 걸 받아들였으면서도 어떻게 해야할지, 간단히 결정해버려도 괜찮은 일인지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제가 그 유닛에 끼어버리면 다른 두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까요? 두 사람 다 엄청난 아이돌이고…”

“걱정 마세요. 둘 다 그런 성격은 아니니까요. 겉으로 보기에는 가까이 하기 어렵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둘 다 굉장히 착하고 좋은 사람들이에요.”

프로듀서의 말에 카에데는 의문이 생겼다.

“뭔가 잘 알고 계시네요.”

“그야 무지 유명한 아이돌이니까요.”

하하하 하고 웃어넘기는 프로듀서였지만 카에데는 프로듀서가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린이나 타카네를 이름으로만 부르는 것도 그랬다.

“정말요?”

“…그, 그게 그냥 예전에 조금 알던 사이에요.”

호기심에 찬 목소리가 아니라 왠지 조용해지는 카에데의 목소리에 프로듀서의 웃음은 허무하게 잦아들었고 멋쩍은 듯이 말했다.

“그래서 해 볼 생각은 있는 거에요?”

일부러 주의를 환기시키는 프로듀서의 의도는 카에데도 눈치챘지만 결국 지금 중요한 건 프로듀서가 말한 것처럼 이 제안을 받아들이냐 하는 것이었다. 확실히 좋은 정도가 아니라 대단한 기회였지만 처음 사무소에 들어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마치 예정이라도 되어있던 것처럼 차근차근 맞아 떨어지는 프로듀서의 계획은 꺼림직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서 정말로 모든 일이 프로듀서의 계획대로 되어간다면 이번에도 성공할 것은 자명하지 않은가.

“일단 직접 만나보고 결정할래요.”

카에데는 승낙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져 있기는 했지만 최소한의 선을 그어놓았다.

“그렇네요. 생각해보니 유닛을 만든다고 하면서 상대를 만나보지도 않고 결정하라는 건 좀 그랬죠.”

프로듀서는 웃으며 덧붙였다.

“처음부터 결정하라고 말한 적은 없지만요. 상대 쪽도 확정되지 않았다고 미리 말했었고. 그럼 이쪽도 일단은 좋다는 의사인 걸로 되겠죠?”

그제서야 카에데는 프로듀서에게 또 말려들었다는 걸 알았고 분한 느낌도 들었지만 그다지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그럼 내일로 괜찮죠? 딱히 요즘은 바쁜 일도 없으니까요.”

“내, 내일요?!”

이미 카에데가 승낙 쪽으로 이야기 할 것을 알았다는 듯한 말이었다. 어디까지나 계획적인 건지, 카에데는 한숨을 쉬었다.

 

-

 

그리고 프로듀서의 생각과는 다르게 다음날 사무소에는 한기가 몰아치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폭풍이 몰아칠 것 같은 분위기에서 프로듀서는 다시 정식으로 서로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우선 이쪽은 타카가키 카에데 씨. 우리 사무소의 소속 아이돌. 린이나 타카네도 카에데 씨에 대한 건 어느정도 알고 있으려나?”

카에데의 경우에는 아까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소개였지만 프로듀서의 현재 담당 아이돌이라는 것으로도 충분했다.

“안녕하세요. 타카가키 카에데라고 해요. 부족하지만 아이돌을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인연이 되어서 이 자리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카에데가 우아하게 고개를 숙이자 린과 타카네도 인사를 했다. 사실 세 사람이 만들어내고 있는 싸늘한 분위기는 서로에 대한 적대감 때문은 아니었다. 프로듀서를 둘러싼 서로의 관계 때문에 견제 섞인 경계를 하고 있는 건 사실이었지만 이 분위기의 주범은 프로듀서라 할 수 있었다.

“다음, 이 쪽은 765 프로덕션의 시죠 타카네. 역시 다들 누군지는 알 테고. 나하고는… 전 담당이라고 해야겠지.”

“전 담당이요?”

프로듀서의 설명에 카에데는 이제 이해가 간다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린은 얼굴을 찌푸렸다.

“시죠 타카네라고 합니다. 지금은 765 프로덕션에서 아이돌을 하고 있는 몸이지만 예전에는 961 프로덕션에서 아이돌을 했습니다. 그 때 제 프로듀서였던 분이 여기 있는 P씨입니다.”

“예전에 961프로에 있었다고 들었는데 그 때였군요.”

프로듀서가 961 프로덕션에 있었을 적에 담당하던 아이돌이 바로 타카네였다. 961 프로덕션에 처음 들어온 프로듀서가 맡은 건 아직 연습생이었던 타카네였고 두 사람은 힘을 합쳐 승승장구했고 타카네도 상당한 인기를 얻었었다.

“다만 961프로는 마음에 들지 않는 곳이라서 말이지. 나는 잘리듯이 사무소를 나오게 되었는데 얼마 후에 타카네도 961프로를 나왔다고 들었어.”

“저 또한 961 프로덕션의 방식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프로듀서가 있었기에 계속 961프로에 있었을 뿐이지 프로듀서가 나간 이상 더 이상 그곳에 있을 이유는 없었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프로듀서를 바라보는 타카네의 눈빛은 예전과 다름없는 오랜 친밀감으로 가득했다. 다만 그 눈빛에는 약간의 원망스러움도 섞여있었다.

“그런데 왜 그 이후로 저한테 한 마디도 없으셨는지요. 오랫동안 한 번도 뵙지를 못했습니다.”

“좀 쉬어서 말이야. 일도 전혀 없었고.”

사실이긴 했지만 프로듀서는 타카네와의 접점이 생기는 걸 피하기도 했었다는 걸 말해서 상처를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이쪽은 시부야 린.”

“시부야 린입니다.”

연신 표정이 좋지 않았던 린은 프로듀서가 자신을 소개할 틈조차 주지 않고 일어서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사람은 나를 아이돌로 만들어 준 사람. 그리고 내가 프로듀서로 만들어 준 사람.”

린의 말에 두 사람은 놀라면서도 어리둥절했다. 프로듀서가 린의 담당이었다는 듯한 앞 부분은 알 수 있었지만 린이 프로듀서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그 당사자인 프로듀서는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

 

뭔가 이야기를 넣어보자고 하다가 산으로 가는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는 느낌..

아무리 봐도 P는 먼치킨입니다. 그렇고 말고요.

1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