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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일족 下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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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21, 2014 19:08에 작성됨.

P의 큰이모(이후 P[rosecutor]) : 내가 예전에 쟤의 애인을 기소했거든.

P[roducer] : 아. 맞다. 그러고보니 검사셨죠?

P[rosecutor] : 그래. 자세한 사항은 피고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말해줄 수 없구나.

프로듀서의 큰이모는 그 화제를 언급하기가 껄끄러웠는지 계속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

P[roducer] : (검사는 피고한테는 인정사정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큰이모를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나보구나. 여튼 이 이야기는 그만해야겠다.)

프로듀서는 그렇게 마음먹고는 화제를 돌렸다. 밝고 명랑한 화제로 돌릴 의도로 그는 말했다.

P[roducer] : 그나저나 아까 이야기로 돌아가서요. 저희 프로덕션에 후타미 아미와 후타미 마미란 쌍둥이가 있는데, 얘네가 또 엄청 장난꾸러기에요.

이에 반응한 사람은 P의 큰이모부였다.

P의 큰이모부(이후 P[hysician]) : 후타미 아미와 후타미 마미?

프로듀서의 큰이모부는 후타미 마미와 후타미 아미를 잘 아는 듯 했다.

P[hysician] : 그 아이들이 아이돌이었나? 네가 걔네들의 프로듀서고?

P[roducer] : 네. 혹시 아시나요?

P[hysician] : 알다마다! 내 직장동료의 딸들이야. 녀석들, 소아과는 어린애들이나 가는 곳이라면서 나한테 감기 치료해달라고 떼쓰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말야.

프로듀서의 큰이모부는 아미와 마미네 아버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야기가 지루하다고 느꼈는지 프로듀서의 큰이모는 남편의 옆구리를 쿡쿡 치면서 말했다.

P[rosecutor] : 여보!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일단 회의장에 들어가요!

P[hysician] : 참. 그래야지. 미안하오.

P[rosecutor] : 너도 들어가야지?

P[roducer] : 네? 아, 네...

프로듀서와 프로듀서의 큰이모부는 코라도 꿰인듯이 회의장 안으로 끌려들어갔다.

P[rofessor] : 오늘의 신입이 돌아왔네?

P[ublic servant] : 그래. 일은 잘 끝났는가?

P[roducer] : 네. 어떻게든 전화로 끝을 봤습니다.

회의장 안에 있던 사람 중 프로듀서를 반긴 사람은 사촌 누나와 백부였다. 프로듀서는 7촌 누나가 의자에 앉아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는 모습과, 사촌 남동생이 의도적으로 큰이모를 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P[ublic servant] : 오오~~두 얼굴의 검사님 아니신가? 법정 안에서의 모습과 법정 밖에서의 모습이 너무 다르다지?

P[rosecutor] : 정말이지. 오빠. 그 별명으로 부르지 마요. 호호호.

프로듀서의 백부는 큰이모와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P[ublic servant] : 그래. 요즘 미나세 그룹이랑 대판 싸울 준비를 한다면서?

P[rosecutor] : 어라? 소문이 그렇게 퍼졌나요? 아니에요. 그저 그 쪽 계열사 중 한 곳이 노동법을 위반해서 혼 좀 내주려는 것 뿐이에요.

두 사람이 만나자마자 나누는 대화 내용을 들으면서 프로듀서는 왠지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거대한 미나세 그룹의 계열사들 중 하나를 공격하겠다는 말을 큰이모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혼내주겠다'고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P[ublic servant] : 음? 식은 땀을 흘리는구만. 괜찮은가?

문득, 프로듀서를 본 백부는 프로듀서가 잔뜩 긴장한 것을 포착해냈는지 프로듀서에게 질문했다.

P[roducer] : 예. 괜찮습니다.

P[ublic servant] :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가족이니 긴장 풀게. 머리도 식힐 겸 해서 저기 좀 앉아있게나.

프로듀서의 백부는 7촌 누나가 앉아있는 테이블을 가리키며 말했다.

P[rosecutor] : 그래. 일단 저기 가 있으려무나.

P[roducer]: 예.

프로듀서는 마지못해 대답하고는 7촌 누나가 있는 곳으로 갔다.

P[ackager] : 누...누구?

7촌 누나는 자기에게 누군가가 다가오자 살짝 놀란 듯 했다.

P[roducer] : 누나. 나야.

P[ackager] : 아...너였구나. 난 또 다, 다른 사람인줄 알았지.

프로듀서는 7촌 누나의 왼쪽에 있던 의자를 당겼다.
당긴 의자에 앉은 프로듀서는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P[roducer] : 누나도 많이 힘들겠네.

P[ackager] : 어? 응~~ 뭐.

P[roducer] : 사람들을 피하는 것도 많이 불편하지 않아?

P[ackager] : 그렇기는 한데...내가 하는 일이 사람을 많이 만나지 않아도 되니까...

7촌 누나는 자꾸 말끝을 흐리며 프로듀서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프로듀서는 7촌 누나가 이야기를 계속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음을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프로듀서는 7촌 누나의 대인기피증을 고쳐야 한다는 생각도 갖고 있었다.

P[roducer] : 우리 사무소에 있는 아이돌 중에 누나처럼 소심한 애가 하나 있어.

7촌 누나는 말없이 프로듀서의 말을 듣고 있었다.

P[roducer] : 그 아이의 경우에는 개와 남자 앞에 서는 게 정말 무섭다고 하더라고. 가끔 땅 파고 숨어있겠다고 말할 정도야.

P[ackager] : 그래도 그 아이돌은 저,적극적이네. 지,지,직접 땅을 파겠다 할 정도로.

프로듀서의 7촌 누나는 프로듀서가 해준 하기와라 유키호의 이야기를 듣고 부러워했다. 프로듀서는 7촌 누나의 이야기를 듣고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P[roducer] : 누나는 리본을 만들 때마다 마음이 편해지지?

P[ackager] : 그, 그렇지?

P[roducer] : 그럼 앞으로 다른 사람을 만나 힘들 때마다 리본을 만드는 건 어때? 리본을 만들면서 사람들 옆에 있다보면 언젠가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도 익숙해지지 않을까 싶어.

P[ackager] : 네가 그렇게 마,말한다면야...

7촌 누나는 쭈뼛거리고 있었다. 그런 7촌 누나를 프로듀서는 조심스럽게 지켜보았다.

P[ackager] : ......해볼게.

7촌 누나는 고개숙이고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말했다.

P[roducer] : 용기있는 선택을 했어. 누나.

프로듀서가 7촌 누나를 격려하던 말을 하던 때, 프로듀서의 맞은편에 앉아있던 여성의 핸드폰이 울렸다.

(착신음 : 거기에 무릎 꿇고 있어!)

핸드폰 착신음은 아마미 하루카의 I want였다.
그 착신음을 듣고도 프로듀서는 무덤덤했지만, 7촌 누나는 그렇지 못 했다.

P[ackager] : 흐힉!!

프로듀서의 7촌 누나는 착신음을 듣고 흠칫 놀라더니, 허리를 수그렸다.

P[ackager] : 하루카야...하루카가 나타났다고...

7촌 누나는 하루카가 나타났다며 중얼거리더니 양 손바닥으로 귀를 막았다.

P[roducer] : 누나...

눈물을 글썽이는 7촌 누나를 보면서, 프로듀서는 7촌 누나의 대인 기피증이 나으려면 매우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했다.

맞은편에 앉아있던 여성 : 여보세요?

그런 소동이 있고서야 전화가 온 것을 알았는지, 여성은 전화를 받았다. 80대는 족히 넘은 듯한 그 여인은 식탁 옆에 보청기를 놔두고 있었다. 벌벌 떨면서 웅크린 7촌 누나를 보고 온 사람은 큰이모였다.

P[rosecutor] : 어머! 얘! 괜찮니?

P[ackager] : 아줌마...하루카...하루카의 목소리가 들려요...

P[rosecutor] : 그랬구나. 얘야. 아줌마가 지켜줄테니까 걱정 말렴.

프로듀서의 큰이모는 등을 토닥여주며 프로듀서의 7촌 누나를 위로해주었다. 프로듀서는 7촌 누나가 진정할 수 있도록 냉수 한 잔을 떠왔다.

맞은편에 앉아있던 여성(이후 P[harmacist]) : 어머나?

앞에 있던 노인 여성은 그제서야 7촌 누나를 발견했다. 여지껏 뒤돌아앉아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느라 못 알아챘던 탓이었다.

P[roducer] : 작은 외할머니?

프로듀서는 그제서야 노인 여성이 누구인지 기억해냈다.

P[harmacist] : 어머나~ 작은 손주 아니냐. 드디어 이 파티에 참석할 수 있게 되었구나.

P[roducer] : 파티요? 회의 아니었어요?

P[harmacist] : 잘못 알았나 보구나. 이 회의실은 파티 준비하기까지 대기하는 곳이란다. 저녁이 되면 윗층에 있는 파티장으로 간단다.

P[rosecutor] : 어머나! 오랜만이에요! 고모!

프로듀서의 7촌 누나를 달래주던 큰이모도 프로듀서의 작은 외할머니에게 인사했다. 프로듀서는 진정한 7촌 누나가 물을 마시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P[harmacist] : 오랜만이구나. 우리 조카.

프로듀서의 큰이모와 작은 할머니는 서로를 포옹해주었다.

P[harmacist] : 그래. 미나세 그룹과 또 싸운다면서?

P[rosecutor] : 네. 그렇게 되었어요.

프로듀서의 큰이모는 멋쩍은 듯, 살짝 머리를 숙이면서 말했다.

P[harmacist] : 4년 전처럼 그 집 저택에 들어갈 거니?

P[rosecutor] : 아뇨. 이번에는 노동법 문제라서요. 가택수색할 일은 없을 거에요.

문득, 프로듀서의 작은 외할머니는 뭔가 생각났는지 손바닥으로 입을 살짝 가리며 시선을 위로 옮겼다. 그 뒤, 프로듀서는 작은 외할머니가 하는 말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

P[harmacist] : 우리 약국에 오는 단골 손님 중 하나가 어떤 예능 프로 사무원인데, 그 사무소에 미나세의 영애가 있다고 하더라.

P[rosecutor] : 아~ 미나세 이오리요? 네. 저 아이도 알고 있을 거에요.

프로듀서의 큰이모는 그 말을 하고는 프로듀서를 응시했다. 프로듀서의 작은 외할머니 또한 같이 보고 있었다.

P[roducer] : 어? 미나세 이오리를 아세요?

프로듀서는 벙찐 얼굴을 한 채 큰이모에게 질문했다.

P[rosecutor] : 그럼. 4년 전에 미나세 저택에 갈 일이 있었거든.

P[harmacist] : 아까 말했던 가택 수색 이야기란다.

큰이모의 설명을 보충해준 사람은 프로듀서의 작은외할머니였다.

P[rosecutor] : 당시에 내 수사관 중 한 사람이 이오리의 방까지 수색하려 했어. 마침 증거 자료도 발견한 참이라 그 방은 수색하지 말라 지시했지. 그런데도 그 아이는 우리들이 저택을 돌아다니는 것 때문인지 불안해보이더라고.

P[roducer] : 그래서요?

P[rosecutor] : 안경을 벗고 달래줬어.

프로듀서는 그쯤에서 큰이모의 별명인 '두 얼굴의 여인'에 대해 상기해냈다. 검사로 일하는 큰이모는 안경을 쓰면 매우 비정하고 날카로운 인상이다. 그러나 안경을 벗는 순간, 프로듀서의 큰이모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40대 아줌마의 인상을 띠게 된다. 그 사실을 떠올리면서, 프로듀서는 미나세 이오리가 불안해했던 원인이 큰이모의 안경 때문이었으리라 짐작했다.

P[harmacist] : 그러고보니 우리 작은 손주는 어디서 일한다고 했지?

프로듀서의 작은 외할머니는 시선을 돌려 프로듀서에게 질문했다.

P[roducer] : 765 프로덕션이에요.

P[harmacist] : 그러면 아까 내가 말한 단골 손님에 대해 혹시 아니? 머리카락에 녹색이 감도는 단발이고 입가에 먼로점이 찍혀있는 여성인데.

프로듀서는 그 특징만 듣고도 단골 손님이 누군지 알아차렸다.

P[roducer] : 네. 알고 있어요.

P[harmacist] : 역시나 알고 있구나. 우리 약국에 수분 크림 사러 올 때마다 네 이야기를 해준단다.

P[roducer] : 아! 오토나시 씨가 극찬하던 수분 크림을 파는 곳이 할머니네 가게였군요!

P[harmacist] : 그렇단다. 그 아가씨한테 잘 해주려무나.

작은 외할머니의 입가에는 은은한 미소가 머무르고 있었다.

P[harmacist] : 마음에 품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결혼을 미루는 여성이란다.

P[roducer] : 결혼을 미루고 있다고요? 누구 때문에요?

프로듀서의 작은 외할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의 눈은 뚫어져라 프로듀서를 응시하고 있었다. 프로듀서는 작은 외할머니가 어째서 아무 말 없이 자신을 응시하는지 알 수 없었다.

P[ublic servant] : 자. 파티장 준비가 다 되었다고 합니다. 모두들 올라가시지요.

사람들은 큰아버지의 말을 듣고 일어섰다. 프로듀서의 큰이모는 양손으로 7촌 누나의 어깨를 붙들어 감싸 안아주고 있었다. 프로듀서도 작은 외할머니의 왼손을 잡아 부축해주었다.

P의 삼촌(이후 P[itcher]) : 너도 왔구나!

P[roducer] : 삼촌!

파티장으로 가는 길에 프로듀서를 반겨준 사람은 프로듀서의 삼촌이었다. 프로듀서의 삼촌이 입은 회색 정장은, 주인의 상체 근육때문에 찢여질 듯 했다.

P[roducer] : 이번에 우승했다면서! 축하해!

프로듀서는 자기 삼촌의 듬직한 어깨에 손을 얹으며 축하해주었다. 프로듀서의 삼촌은 2년 전에 야구 선수로 데뷔한 뒤, A급 투수로 주가를 올리는 유명 선수였다.

P[itcher] : 나 혼자 잘한 것도 아닌데.

프로듀서의 삼촌은 왼손 검지로 인중을 훑으면서 말했다.

항렬상으로 그는 프로듀서의 삼촌이었지만, 늦둥이였기 때문에 프로듀서와 동갑이었다. 프로듀서의 친척들은 두 사람이 허물없이 지내는 것에 대해 제재하지 않았다. P로 시작하는 직업을 좋아하는 특이한 성향이 있기는 했지만, 프로듀서의 일족은 비슷한 또래의 친척들끼리는 자유롭게 지내도록 했기 때문이었다.

P[itcher] : 너도 여기 온 걸 보니까 P로 시작하는 직업을 얻었나보구나.

P[roducer]: 응. 765 프로덕션의 프로듀서로 일하고 있어.

P[itcher] : 765 프로??

프로듀서의 삼촌은 깜짝 놀란 듯이 프로듀서에게 반문했다.

P[itcher] : 거기 혹시 키쿠치 마코토란 애가 있지 않아??

P[roducer]: 응. 있어. 왜??

P[itcher] : 1년 전엔가? 그 아이돌을 야구장에서 본 적 있었거든.

프로듀서의 동갑내기 삼촌은 1년 전에 키쿠치 마코토를 본 적 있다고 주장했다. 프로듀서가 765 프로덕션에 들어온 것은 아직 1년이 못 되었기 때문에, 그는 모르는 일이었다.

P[roducer] : 그래? 무슨 일로?

P[itcher] : 파울 볼에 맞았어.

P[roducer] : 파울 볼? 응원석에는 그물망이 있어서 파울 볼을 맞을 가능성은 거의 없잖아.

P[itcher] : 배트걸이었거든.

P[roducer] : 아......

야구 경기 중 안타가 나면, 타자들은 야구 방망이를 내던지고 방치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따라서 경기장에는 타석에 버려진 야구 방망이를 회수하는 보조원들이 있다. 이 중 여성 보조원들을 배트걸이라 부른다. 높은 월급,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때문에 무명인 아이돌 연습생들이 배트걸을 하는 경우도 있다.

P[roducer] : 마코토라면 배트걸 일을 잘했을 것 같네.

P[itcher] : 응. 공에 맞기 전에는 교대할 시간이 되어도 지친 기색이 보이지 않더라고. 왠만한 선수들보다 체력이 더 좋았던 것 같아.

P[roducer] : 마코토라면 그랬을 것 같네.

프로듀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걷다보니 그들은 파티장 문 앞에 도착했다. 파티장에 들어가고 나서도 프로듀서의 동갑내기 삼촌과 프로듀서의 대화는 끝나지 않았다.

P[itcher] : 그뿐만이 아냐. 파울 볼을 맞고도 그 다음 경기에서도 볼 수 있었다니까? 배트걸을 워낙 열심히 해서 다른 일도 하는 줄은 몰랐어. 요즘 TV에 나오는 걸 보고서야 알아챘을 정도니까.

P[roducer] : 앉을까?

P[itcher] : 그래. 그러자.

파티장에 들어온 프로듀서와 프로듀서의 동갑내기 삼촌 앞에는 원형 식탁들이 있었다. 각 식탁에는 의자가 세 개씩 놓여 있었다. 프로듀서의 동갑내기 삼촌은 의자에 앉아 겉옷을 훌훌 벗고 의자에 걸어놓았다. 프로듀서는 동갑내기 삼촌의 근육때문에 팽팽한 셔츠를 볼 수 있었다.

P[itcher] : 후...정장은 맞지 않아서 말야. 오늘은 찢어지지 않아서 다행이야.

P[roducer] : 그러게. 하하하하.

둘의 담소는 계속되었다. 웨이터가 각 식탁에 화이트 와인을 놓아줄 때 쯤, 한 남자가 홀연히 나타나 빈 의자에 앉았다.

프로듀서의 6촌뻘 친척(이후 P[riest]) : 어흠. 실례하겠네.

자리에 앉은 남자는 프로듀서의 6촌 뻘 되는 친척이었다.

P[riest] : 오랜만이로구나.

프로듀서의 6촌뻘 되는 남자는 예스러운 말투로 프로듀서에게 말했다.

P[roducer] : 실례지만 누구시죠?

P[riest] : 못 알아보겠느냐? 껄껄껄. 하긴 네가 7살일 때 이후로는 나를 보지 못 하였으니 무리도 아니겠구나.

P[itcher] : 앗! 당신은! 타카오 산에 그 분이시죠?

6촌뻘 친척을 먼저 알아본 사람은 프로듀서의 동갑내기 삼촌이었다. 프로듀서도 그제서야  도쿄 근처에 있는 타카오 산에서 그 친척을 봤음을 떠올렸다.

P[roducer] :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프로듀서는 악수하기 위해 일어났다. 프로듀서의 6촌 뻘 친척과 동갑내기 삼촌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P[riest] : 너희들이 신사에 왔을 때 숨바꼭질하던 때가 엊그제같은데 벌써 이렇게나 컸구나.

P[itcher] : 여전히 그 신사에서 일하시나요?

P[riest] : 그렇단다. 모시는 신령님께서 날 놔주시질 않는구나. 그래도 최근에는 근무자가 나까지 합해 6명으로 늘었단다. 제사 집전할 때만 빼면 수월하더구나.

그 뒤 몇 분 동안, 세 사람은 자기 안부를 전했다.

P[itcher] : 음? 실례할게요.

세 사람의 대화는 프로듀서의 동갑내기 삼촌이 핸드폰을 받으면서 잠시 끊겼다.

P[itcher] : 여보세요? 어. 누나.

프로듀서의 동갑내기 삼촌은 자리에서 일어나 파티장 밖으로 나갔다. 프로듀서의 6촌뻘 친척은 프로듀서의 동갑내기 삼촌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문 밖을 나선 것을 확인한 6촌뻘 친척은 슬며시 프로듀서에게 에마(나무판)을 건네며 말했다.

P[riest] : 자네. 혹시 키사라기 치하야라고 아는가?

P[roducer] : 네. 담당 아이돌인데요. 치하야를 아세요?

P[riest] : 알고 말고. 5년 전에 우리 신사에 온 적도 있는걸. 그 에마를 확인해보게.

프로듀서는 6촌뻘 친척에게 받은 에마를 들여다보았다. 에마에는 소원대신 편지같은 내용이 적혀있었다. 글씨는 유려했지만 어딘가 힘이 빠져 있었다.

P[roducer] : 이 에마를 제게 주시는 이유는 무엇이죠?

P[riest] : 5년 전에 치구사 양이 신사에 올해에 자기 딸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네.

P[roducer] : 그럼 택배로 보내도 괜찮지 않았나요?

P[riest] : 그러기엔 귀찮기도 했네. 요즘 전자 상거래는 적응이 안 된단 말일세.

프로듀서의 6촌뻘 친척은 시원시원하게 이유를 털어놓았다.

P[riest] : 게다가 이렇게 인편으로 보내는 것도 치구사 양의 부탁때문이었네. 그 에마를 후원자를 통해 전해달라고 했으니 말일세.

P[roducer] : 후원자라. 그런 거창한 관계는 아닌데 말이죠.

P[riest] : 나는 자네보다도 먼저 그 아이를 알고 있었네.

프로듀서의 6촌뻘 친척은 부드러운 어조로 대답했다. 다소 엉뚱한 내용이라고 프로듀서는 생각했다.

P[riest] : 지난 5년간, 그 아이의 어머니가 우리 신사에 와서는 얼마나 절실하게 기도를 했는지 모르네. 유명해졌는데도 말야.

6촌뻘 친척은 나긋나긋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말 속의 진지함을 프로듀서는 느낄 수 있었다.

P[riest] : 하지만 몇 주 전부터 변화가 일어났네. 치구사 양의 표정에 화색이 돌더군. 딸내미가 예전의 웃음을 되찾은 것 같다고 말야.

6촌뻘 친척은 프로듀서에게 편지를 전해주었다. 편지의 펜글씨가 에마의 붓글씨와 비슷한 것으로 보아 키사라기 치구사 양이 쓴 편지리라 프로듀서는 짐작했다.

P[riest] : 자네에게 보내준 편지일세. 딸아이가 TV에서라도 웃음을 보일 수 있게된 것을 프로듀서 덕분이라 생각하고 있더군.

P[roducer] : 네. 근데 그건 제가 한 게 아니라 동료들의 도움이 컸어요. 후원자 소리를 듣는 건 과한 것 같네요.

P[riest] : 사람이 너무 겸손하면 못 쓰네. 따돌림같은 일이 암암리에 벌어지지 않게 된 데, 자네의 관리 능력이 기여한 바가 없으리라 생각하면 안 된단 말일세.

P[roducer] : 네. 죄송합니다.

P[riest] : 죄송할 건 없네.

프로듀서는 에마와 편지를 받고 머리를 긁적였다. 프로듀서는 멀리서 자신의 동갑내기 삼촌이 문 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다가오는 동갑내기 삼촌 옆에는 아리따운 드레스를 입고 쿨해보이는 여성이  있었다.

P[roducer] : 안녕하세요.

프로듀서는 일어나 그 여성에게 인사했다. 포니테일을 한 그 여성이 입고 있던 옷은 원피스였다. 전체적으로는 초콜릿 색처럼 갈색이었지만, 가슴 끝이나 치마 자락 끝 부분에는 박하같은 연청색 옷감이 안감으로 있었다.

P[itcher] : 소개하도록 할게요. 제 아내에요. NHK 관현악단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로 일하고 있어요.

그 여성은 말 없이 고개를 살짝 숙여 프로듀서와 프로듀서의 6촌뻘 친척에게 목례했다.

P[itcher]의 아내(이후 P[ianist]) : 안녕하세요.

P[roducer] : 765 프로에서 일하는 프로듀서입니다.

동갑내기 삼촌의 아내는 프로듀서를 응시하더니 깜짝 놀란 표정을 짓고는 고개를 돌려 남편에게 질문했다.

P[ianist] : 765...765요?

P[itcher] : 응. 왜?

P[ianist] : 765프로의 류구코마치와 방송국에서 만난 적이 있었거든요.

P[itcher] : 어? 그래? 그럼 둘이 만난 사이야?

P[ianist] : 아뇨. 이 분은 리츠코 씨랑 같이 있는 것만 봤어요.

그 후로 프로듀서와 야구 투수, 피아니스트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프로듀서는 6촌뻘 친척이 자리에서 일어나 옆 테이블로 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옆 테이블에는 약사로 일하는 프로듀서의 작은 할머니와 화가인 프로듀서의 사촌 남동생이 앉아있었다.

P[ianist] : 그 때 만난 것 말고는 별 인연이 없네요.

P[itcher] : 무슨 일 때문에 만났는데?

P[ianist] : '에이전트의 밤을 가다'를 피아노로 연주해주기로 했었거든요.

 

P[roducer] : '에이전트의 밤을 가다'요?

P[ianist] : 네. 뭔가 좀 이상하긴 했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공연이었어요.

P[roducer] : 무엇이 이상했나요?

P[ianist] : 제일 어린 멤버 발음이 살짝 이상했던 것 같은데, 팬들은 오히려 발음이 틀린 부분에서 환호하더라고요.

P[roducer] : (아...아미 얘기구나.)

프로듀서는 피아니스트가 누구를 지칭하는지 금방 알아챘다. 그도 그럴 것이 후타미 마미 또한 그 노래를 부를 때, 비슷한 발음 실수를 하기 때문이었다.

그 후로도 프로듀서는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파티는 새벽 2시가 넘어서야 끝났고, 집에 돌아온 프로듀서는 옷도 벗지 않고 침대에 누웠다.

 

P[roducer] : 아함. 벌써 아침이네.

프로듀서는 조금밖에 못 잤다고 생각하고 핸드폰 화면을 확인했다. 그리고 자신이 24시간 넘게 잤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P[roducer] : 으악! 어제 통째로 결근해버렸는데 어쩌지?

프로듀서는 허둥지둥 준비하고 집을 나서며 생각했다. 그 생각을 한 순간 불현듯 이상함을 느낀 프로듀서는 다시 핸드폰을 확인했다. 부재중 전화가 1건 뿐이었다. 게다가 송신인은 저장되지 않은 번호였다.

P[roducer] :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프로듀서는 메일을 확인해보고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의 백부인 P[ublic servant]와 이모부인 P[hysician]이 그의 직장에 전화하여 휴가를 얻어냈다는 내용의 메일이 저장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P[roducer] : 이 분들이 어떻게 사무소 번호를...아. 맞다. 아는 사람이 있었지.

프로듀서의 새로운 의문은 그제 있었던 회의 때문에 금방 해결되었다. 프로듀서는 차를 타고 765 프로 사무소로 갔다. 사무실에 들어간 프로듀서가 처음으로 본 사람은 책상 위에 엎드려 자고 있는 오토나시 코토리였다. 오토나시 코토리는 헤드셋도 벗지 않고 서류 더미를 배게 삼아 자고 있었다.

P[roducer] : (어제 내가 빠져서 오토나시 씨가 고생이 많았구나.)

프로듀서가 자기 의자를 당길 때 쯤, 오토나시 코토리는 잠에서 깼다. 눈 비비고 일어난 오토나시 코토리는 프로듀서를 잠시나마 멍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오토나시 코토리 : 안녕하세요~프로듀...서!

프로듀서를 말할 때에 꿈이 아님을 알았는지 오토나시 코토리는 급히 옷매무새와 머리를 가다듬었다.

P[roducer] : ( 오토나시 씨는 급하면 양손을 저렇게나 빨리 움직일 수 있구나. 대단해.)

프로듀서는 속으로 오토나시 코토리의 순발력에 감탄하고 있었다.

P[roducer] : 안녕하세요. 오토나시 씨.

오토나시 코토리 : 안녕하세요.

오토나시 코토리는 애써 웃는 표정을 지으며 급히 인사했다.

P[roducer] : 어제 빠져서 죄송해요.

프로듀서는 두 말 않고 사과했다.

오토나시 코토리 : 아니에요. 사장님과 약사(Pharmacist) 아주머니에게 사정을 들었거든요.

P[roducer] : 약사 아주머니요? 그 분이 연락하셨나요?

프로듀서는 화들짝 놀랐다.

오토나시 코토리 : 네. 프로듀서의 작은 외할머니라면서요? 그 분께는 저도 여러모로 신세지고 있어서요. 이런 식으로 인연이 이어질 줄은 몰랐네요.

마지막 문장을 말하는 오토나시 코토리의 목소리에는 사뭇 진지했다. 그 때, 사무실 문이 열리고 두 명이 들어왔다.

타카츠키 야요이 : 안녕하세요!!

먼저 들어온 사람은 타카츠키 야요이였다. 타카츠키 야요이는 평소처럼 프로듀서와 오토나시 코토리에게 걸윙 인사를 했다.

키사라기 치하야 : 안녕하세요.

프로듀서에게 인사하던 사람은 키사라기 치하야였다.
프로듀서는 나중에 전해주겠다고 마음 먹었다.

키사라기 치하야 : 무슨 일인가요? 프로듀서?

결국, 저녁이 되어서야 프로듀서는 에마를 전해줄 기회가 생겼다. 프로듀서로부터 에마를 건네받은 키사라기 치하야는 에마를 읽고는 프로듀서에게 질문했다. 키사라기 치하야의 목소리는 작게 떨리고 있었다.

키사라기 치하야 : 이건 어디서 얻으셨나요?

P[roducer] : 상당히 먼 친척이 줬어. 타카오 산의 신사에서 일하시는 분이시지.

프로듀서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일족들과 765 프로 사람들 사이의 인연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미우라 아즈사와 대학교에서 만난 사촌 누나

아마미 하루카와 악연이 있는 듯한 7촌 누나

시죠 타카네와 새벽에 만난 4촌 동생

미나세 이오리의 저택을 수색한 큰이모

오토나시 코토리와 자주 만나는 작은 외할머니

타카기 사장님과 옛 친구인 큰아버지

후타미 자매와도 자주 만나는 큰이모부

키쿠치 마코토와 만나본 삼촌

아키즈키 리츠코와 같이 일한 삼촌의 아내.

마지막으로 키사라기 치하야의 가족사가 녹아있던 흔적을 보관한 6촌뻘 친척.

키사라기 치하야 : 저기 프로듀서?

골똘이 생각하던 프로듀서를 현실로 데려온 사람은 키사라기 치하야였다.

키사라기 치하야 : 이 에마는 그 일족 회의란 곳에서 받으신 건가요?

P[roducer] : 응? 응. 맞아. 일족 회의에 대해서는 어떻게 알았니?

키사라기 치하야 : 오토나시 씨가 말씀해주셨어요.

키사라기 치하야는 그렇게 말하며 잠시 하늘을 보았다. 석양이 지느라 하늘은 보라색과 남색, 자주색과 노란색이 뒤엉켜있었다. 그 에마를 받아든 키사라기 치하야의 마음도 하늘 같을 것이라 프로듀서는 짐작했다.

키사라기 치하야 : 저조차도 잊고 있던 물건인데, 이렇게 만날 줄은 몰랐네요.

P[roducer] : 나도 친척에게 그걸 받을 줄은 몰랐어.

키사라기 치하야 : 아침에도 줄 수 있었을텐데 어째서 주지 않은 건가요?

P[roducer] : 프라이버시(Privacy)와 관련되었던 거니까.

키사라기 치하야 : 잘 받아둘게요.

키사라기 치하야의 목소리는 깊게 가라앉은 채였다.

키사라기 치하야 : 앞으로도 잘 부탁드릴게요.

P[roducer] : 프로듀서(Producer)로서?

키사라기 치하야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키사라기 치하야 : 인생의 후원자(Patron of life)로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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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일족은 血의 일족이 아니라 P의 일족입니다.

 

Prosecutor Producer의 큰이모, 미나세 이오리와 만난 적 있음
Physician : Producer의 큰이모부, 후타미 아미&마미와 인연 있음
Pharmacist : Producer의 작은 외할머니, 오토나시 코토리와 인연 있음
Pitcher : Producer의 동갑내기 삼촌, 키쿠치 마코토와 만난 적 있음
Pianist : Pitcher의 아내, 아키즈키 리츠코와 만난 적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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