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글 연습] 하루의 시작

댓글: 2 / 조회: 964 / 추천: 0


관련링크


본문 - 09-08, 2016 02:19에 작성됨.

2005/04/08.....A.M.6:13

 

"으음...."

창가를 통해 새들어오는 빛 줄기에 눈이 띄여진다.

 

부스스 헝클어진 머리를 긁으며 일어나 주변을 둘러본다.

시계가 가리키는 시각은 약 6시

주변에는 어떤 소리도 없이 그저 고요하다.

 

언제나의 낡고 너저분한 풍경

일과를 시작하기 위해 컴퓨터에 전원을 넣고 책상위의 자료들을 정돈한다.

 

책상 위에는 미처 다 처리못한 서류들이 다수 쌓여있고

옆에 휴지통에는 먹고 버린 인스턴트와 포장지의 더미들

낡아서 색 바랜 회백색의 벽지.....언제라도 떨어질 것 같다.

곳곳이  부서져서 여기저기 가루가 떨어지는 천장

고작 몇 시간동안 밖에 쉬지못했다는 듯 시끄럽게 웅웅거리며 존재감을 과시하는 낡은 컴퓨터 등등

 

몇 번이고 눈에 익도록 봐온 곳이다.

이제는 잊을래야 잊을 수 없다고 해야하나

 

이 허름하고 누추해보이는 사무소는

내 직장이자 (반쯤) 집과 같은 765 사무소다.

 

"흐아암..."

몇 번인가 하품하고 눈을 부비적대며 정신을 다잡기위해

화장실에 가서 얼굴을 씻으며 외모를 정돈한다.

 

차겁기 그지없는 물세례에 정신이 각성된다.

아침의 몽롱했던 기분을 떨쳐내며 얼굴을 닦아낸다.

(.....찬물이 좋은 건 아니다만 난방시설이 낙후되서 온수가 잘 안나온다,이곳)

 

찬장에서 이미 당연하단 듯이 면도기를 꺼내 얼굴의 잔털들을 정돈한다.

머리도 자라나서 슬슬 이발소에 가야할지 고민해본다.

또, 암만 관리해도 체취는 어쩔 수 없다.

조만간 목욕탕에도 갔다 와야겠다.

 

그런 일상적인 생각을 하며  지긋이 거울을 들여보다가 돌연 그런 기분이 들어 포즈를 취해본다.

─보이는 건 기행을 하고 있는 재미없어 보이는 남자의 낯짝이다.

아직 청년인 나이이지만 꼴사납기 그지없다.

"나 참...뭐하는건지"

 

자신의 충동적인 기행을 스스로조차도 이해하질 못해서 자신에게 조소한다.

그래도 이렇게 이상한 짓이라도 할 수 있는 지금이 행복이라...할 수 있으려나....

 

이곳에 당도하게 된 것은 엄연히 이곳의 사장인 "타카기 준이치로"씨의 변덕이다.

일자리도 짤려서 멍해져서는 허탈해진지라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초면이었는데도 그 아저씨는 다짜고짜

"팅 하고 (느낌이)왔다!",라며 어찌저찌 막무가내로 이곳까지 끌려왔다.

 

.....애초에 이전 직장에서도 서류 작성보다는 상사의 사적 심부름이나 잔업등

육체적으로 소모적인 일을 많이 한지라

게다가 이런 아이돌 양성 사무소라니....생각지도 못했다.

 

당시 나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기껏 얻은 직장도 짤리고 집세도 독촉받고 당장에 몰려있어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입사를 수락해버렸다.

 

.............뭐, 여기도 충분히 일에 비해서는 박봉이지만

그래도 입에 풀칠할 정도는 된다.

덕분에 이 몸을 의탁할 곳을 찾았달..까...?

 

어릴때부터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었던 지라

지난번에 구제받지 못했더라면 필시 오도가도 못하다가 무너져 버렸을 수도 있다.

일찍이 머물던 시설을 나와 이리저리 전전하다가 지난 직장에 겨우 들어갔었다.

 

뭐... 그래봤자 지금에 이르러서는 정리해고 당하고 이 꼴이다만

학업도 고교 졸업에서 끊겨있는 채이고

시설에서 나오자마자 일하고 하루살이식으로 연맹해왔다.

 

사실 고생길이 좀 심해서 그렇지 시간 자체는 오래 지난건 아니라서

1년정도 고생하다가 여기서 일하는거다.

아직 사회적으로 어리다고 할 수 있기에 여러모로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

 

미숙하고 서툴러서 잘 해나갈 수 있을지 불안했던 적이 있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인원이 3명에

나보다도 어리지만 야무지게 잘 해내는 한 명이 있었기에

기대에 부흥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다.

 

그렇게 첫 한달을 배워가며 보내왔고

지금에 이르러.....

 

"흠......."

지난 날들을 뒤돌아보며 잠시간 사색에 잠긴다.

평범하지 못했던 삶에 불만을 품었었다.

그건 지금에 와서도 바뀌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 그것이 다행인 것은

이런 인생이 아니었다면 이 사람들과 인연같은 건 맺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래도 약간의 불만과 중압감이 남아있다.

그걸 표출하고 싶어서 사무소를 둘러보고 생각에 잠긴다.

 

지금 나를 둘러싼 상황,을 돌아보고 약간의 구실을 붙여본다.

이윽고 그것을 나약함과 약간의 우울한 기분이 담긴 한 마디로 토해낸다.

"지친다...."

 

그야....최근 몇 주간 집에 제대로 들어가보지를 못했다.

이전만큼의 육체노동은 없지만 끝없어 보이는 업무에 치여

정신적으로 먼저 지쳐버리고 만다.

 

처음에는 그렇게도 불편했던 소파 숙면도 이제는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우왕좌왕 했던 스케쥴 조정도 이젠 능숙하게 조정할 수 있게되었다.

 

그렇지만서도......계속 이 생활을 영위하다보니 권태감과 허탈감이 자꾸만 밀려왔다.

이전에도 품었던 그런 허탈함이 다시 마음을 잠식하는 기분이었다.

 

...지쳐가고 있었던걸까

점점 달성감과 기대감이 담담하게 당연스레 받아들여진다.

최초에 가졌던 설렘과 복받쳐 오르는 감정, 잊고 있었던 거다.

 

최근에는 짜증을 표한다던가 역정을 낸다던가 하는 식으로 감정 조절에 실수를 보이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건 그 대상이 아이돌인 그 아이들이 아니라 오토나시 씨,였던걸까....

 

그래도 욱해버렸다던가 그런 실태를 보여버리게 되어

그 아이들의 컨디션을 저하시키면 프로듀서로써 실격이다.

 

게다가 그녀들을 성장시키고자 한다면

나 또한 근면하게 일해야 한다.

아이돌은 혼자의 힘으로 성장할 수 없기에 프로듀서가 필요한 것이다.

그걸 위한 내가 있다.

 

그렇기에 혼자 제멋대로인 중압감과 강박관념을 품었었다.

─만족스럽지 못하다.

──더,더 잘 해낼 수 있었는데

───왜 나는 이렇게 무능하지

 

한 번은 그런 자신의 약함에 져버려 이 직장을 그만두려고 생각했었다.

더이상 견딜 수 없으리라고 생각하고

이 이상 기다릴 수 없노라고

이젠 더 할 수 없노라고

──믿는 것을 포기하려 했었다.

 

그때 그런 나를 지탱해주었던 게 그 아이들이다.

내가 길을 보여주어야 할 아이들에게 되려 구원받았다.

그런 그녀들은 자각이 없고 또 스스로도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올곧은 모습에

하나된 소망에 이끌렸다.

매료되었다. 선망하였다.

그 강인함에 반하였다.

 

자신을 믿고 따라와주는 그녀들이 있기에 포기라는 단어는 생각하고 싶지않다.

지금은 한껏 무리하고 있지만 힘들어 죽겠지만 그것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고싶다.

앞으로 더 나은 미래가 있고 지금에서는 알 길없는 희망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훗날 지금을 뒤돌아보며 후회를 남기고 싶지않다.

 

그녀들을 뒷무대가 아닌 밝고 찬란하게 빛나는 스테이지로 이끌고 싶다.

이 못미더운 손을 따라와준 그녀들이다.

 

고된 연습도 무명의 고독한 시기에도

실패의 좌절에서도

군말없이 따라와준 그녀들이니까

그렇기에───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자"

잠깐동안 품은 약한 마음을 털어내고 자세를 잡는다.

아까까지의 한탄은 여기까지

 

"좋아, 오늘도 시작해볼까"

작금의 현실이 너무 무겁게 느껴져도 고난스럽더라도

시작은 반드시 온다, 그래 지금의 향그러운 봄날처럼

지금은 움트기를 기다리는 씨앗이지만

언젠가 그 꽃이 아름답게 피어나기를....

 

================================================================================================ 

처음 써보는 군요,

새벽에 써서 중2병/오글 멘트 폭발일지도 모르겠네요.

내일 보고 이불 킥 할지도

 

아..그.....지적이나 그런거 해주시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무엇을 고쳐야 할지 알아야 하기도 하니까)

0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