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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의 소심한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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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07, 2016 15:10에 작성됨.

"저기 있지. 우즈키, 미오."

"응? 왜 그래 카미양?"/"무슨 문제 있나요 나오쨩?"

"저... 그게..."

언제나의 미시로 카페. 익숙한 곳이지만 미시로 프로덕션에 소속 되어 있다고 미시로 카페에 와야 한다는 법칙 같은건 없었기에 정작 아이돌들이 거기서 주문하려면 좀 어색함을 느끼기도 한다는 그곳. 동시에 웨이트리스로 나나씨가 일하고 있다는 사실에 한번 더 놀라는 그 곳. 더군다나 우즈키와 미오의 경우에는 신데렐라 프로젝트 관련으로 조금 불편한 일이 있었기에 마음 속 한구석에 이 장소에 대한 찝찝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고, 덕분에 1년이 넘도록 카페를 이용한 적은 없었다. 그래서 그런 두 사람이 왜 카페에 왔냐 하면, 그건 순전히 눈 앞의 한 사람이 할 말이 있다며 두 사람을 끌고 왔기 때문인데,
나오는 거기까지만 말하고 딴청을 피우듯 크림소다를 빨아 먹으면서 턱을 괴고 있었다. 아니, 딴청 피우는 것은 아니다. 명백하게 말하기가 곤란해서 머뭇거리고 있는 행동이니까.
그런 나오를 지켜봐 주던 우즈키와 미오의 집중력이 조금 흐트러질 때쯤, 한참을 그렇게 머뭇거리던 나오는 조심스럽게 크림소다를 내려놓고 다소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린하고 카렌... 요즘 나 엄청 놀리는거 같지 않아?"

"..."/"..."

우즈키와 미오는 그만 말문이 막혀 버렸다. 빤히 나오를 바라보다가,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서로를 바라보고 시선을 교환했다.
나오는 그걸 동의로 받아들인 모양이다.

"그렇지? 너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아니... 뭐, 그렇게 생각하긴 하는데."

"그치만 요즘이라고 해야할지..."

"언제나라고 해야할지..."

"새삼스럽다... 고 해야 할까요?"

"...에."

예상 밖의 반응에 굳어버린 나오를 보며, 우즈키와 미오는 형용할 수 없는 기분에 휩싸여야 했다. 이걸 어떻게 설명 해 줘야 할까. 아니다, 아예 설명을 하지 말까.
미오는 친구를 배려해 주는 차원에서 과장스레 팔짱을 끼며 말했다.

"흠흠. 하여간 카미양은 요즘 시부린과 카렌이 카미양을 너무 놀린다고 느꼈단 말이지."

"...그래! 어쨌건 내가 가장 언니인데, 너무해! 들어봐! 어제만 해도 둘이서 계속 내 머리 만지면서 뽀송뽀송하다는둥 그런 소리나 했다고!"

"흠흠. 뽀송뽀송하다라. 근데 그건 척 봐도 그런데."

"헤에. 근데 나오쨩. 저도 만져봐도 되나요?"

"안돼! 그보다, 진지하게 안 듣고 있는거지!"

"듣고 있어. 듣고 있대두."/"듣고 있어요. 말하세요 나오쨩?"

"또! 또! 말로만 그런다!"

"잘 듣고 있었다니까, 카미양? 그래서, 시부린과 카렌이 카미양을 뽀송뽀송하고 있다는거지?"

"아-니-야! 재대로 안 들었네!"

"그래서 나오쨩, 저 만져 봐도 되는건가요?"

"안된다고!! 사람 말 좀 들어!"

나오가 조금만 더 침착했으면 이 두사람조차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걸 깨달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의 나오는 그런 침착함을 기대할수 없어 보였다. 착실하게 놀림 당하고 있는 나오를 보며, 미오는 자신의 레모네이드를 살짝 홀짝이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럼 카미양. 우리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응? 어떻게라니?"

"카미양의 태도가 그냥 화풀이를 하고 싶은 사람의 태도가 아닌걸. 뭔가 부탁하려는거 아냐?"

"그... 그래! 내가 너희를 부른건 도움을 요청하고 싶어서야."

"도움?"/"도움요?"

"그래!"

한박자 쉬고. 나오는 다시 보기 힘들정도로 비장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복수에 협력해줘!"

 


"...시마무."

"네."

"카미양이 '못참겠다'는 말을 몇번 했더라?"

"어... 그러니까... 하나, 둘... 7번쯤 했을거에요."

"'두 사람 미워'라는 말은?"

"아마... 3번쯤요?"

"여태 많이 쌓이긴 한거같지? 카미양 말야."

"그렇죠?"

"그런 상황인데 우리가 안 도와줄수는 없겠지."

"그렇죠..."

"그치만, 그으치만 말야..."

미오는 힐끔, 풀숲 밖으로 고개를 들어 카렌과 린을 기다리는 나오를 보았다.

"시마무... 우리 핀트 잘못잡은거 같지 않아?"

"그러게요..."

이 곳은 미시로 프로덕션 근처의 잔디밭. 나오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그 잔디밭 한가운데에서 카렌와 린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는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래. 그 뿐이면 문제는 없을...터였다.
나오가 란코에게서 빌린 고스로리 복장을 입고 있지만 않았더라도.

"...더워보이죠, 나오쨩?"

"그러게..."

나오는 익숙하지 않은 복장에 부담을 느끼는건지, 연신 옷소매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야 부담스러울만 하다. 누가 한 여름에 온 몸을 덮는 검은 옷, 그것도 레이스 치렁치렁한 옷을 입고 싶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오가 더위를 참으며 그 옷을 입고 태연한 척 하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 린과 카렌을 놀리고 싶다는 일념 뿐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나오쨩이 복수라는 단어를 입에 담을 줄은 몰랐어요."

"응. 그건 나도 조금 놀랐지."

"그런데... 나오쨩이 잘 할까요?"

"...잘 하길 바래야지."

나오의 요청에 대한 우즈키의 제안은 심플했다. '란코 흉내를 내면 두 사람이 당황할 거에요. 그걸 가지고 놀리면 될...까요?'
왜 제안이 의문문으로 끝나는지는 미오로서는 굉장히 의문이었지만, 나오는 그 제안이 그럴싸하다고 느낀 모양이었다. 그 제안을 듣는 순간 눈이 반짝반짝하는 나오의 표정은 도저히 잊을수가 없다. 뭐야. 언니잖아. 왜 이렇게 귀여운거야. 혹시나 나오가 란코 옷을 입고 싶었던걸까- 하는 의문까지 들것만 같은 표정이었다.
뭐, 하는거 보니 아닌거 같지만.

"근데 시마무, 두 사람 부른거 맞아?"

"네. 제가 라인 보내 놨어요. 아, 저기 봐요. 마침 오는걸요?"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고, 저 멀리서 린과 카렌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두 아이돌이 선선한 미소를 지으며 재잘거리는 광경은 한여름의 더위조차도 잊을 만큼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 같았지만, 나오에게는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아니, 그 이전에 나오 본인도 아이돌이다. 그런 광경은 이미 익숙하다.

"그래서, 나오는 왜 우릴... 어, 나오?"

"저기 린, 저거, 너네 CP의..."

"응. 란코 코스튬이네."

린과 카렌은 친구의 낯선 모습을 보고 그자리에서 멈춰 서고 말았다. 물론 익숙한 친구의 모습이다. 복장 또한 익숙한 복장이다. 린은 말할것도 없고, 카렌 또한 칸자키 란코라는 개성 넘치는 아이돌을 모를리 없으니. 하지만 그 조합은, 이견의 여지 없이, 아주 명백하게도 위화감이 넘쳤다.

"...나오?"

"란코?"

"나코?"

"란오?"

"...농담은 이 쯤 하고, 왜 우릴 부른거야 나오?"

"ㅇ... 어..."

위화감이 넘치는건 린과 카렌만이 아닌듯 했다. 나오 또한 입에 어떤 말도 재대로 담지도 못한채 명백하게 당황하고 있었다. 풀 숲에 숨어서 상황을 감시하고 있던 우즈키와 미오의 눈에는 그런 나오는 명백하게 불안해 보였다.

"(시마무, 카미양이 란란 말투 잘 해낼까?)"

"(글쎄요오... 아, 나오쨩이 미오쨩한테 속성으로 배우러 간다고 했었는데요?)"

"(엑?! 뭔가 더듬더듬거리는거 같더니 그거 말하려는 거였어? 시간이 없어서 일단 옷부터 갈아 입혔는데?!)"

"(에에에!? 그럼 나오쨩 지금 무슨 말 할지 감도 못 잡고 있는거 아니에요?!)"

"(...어?)"

우즈키와 미오는 잠깐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앗차 싶은 표정과 함께 천천히, 아주 천천히,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현실을 마주하듯 나오쪽을 바라보았다.

"어, 어, 어둠에 삼켜져랏!"

나오는 쩔쩔매는게 명백한 표정으로 란코의 캐치프레이즈를 읆었다. 물론 당당함이 생명인 중2워드를 그런 말투로 한다고 그럴싸해 질리는 없었고, 그 증거로 린과 카렌의 표정은 순수하게 황당하다는 표정이었다.

"뭐, 뭐하는거야 나오?"

"괜찮아? 무슨 벌게임 하는거 아냐?"

"..."

무슨 표현이 좋을까. 무안하다? 민망하다? 아마 둘 다 일것이다. 복잡한 감정에 휩싸인 나오는 손을 쫙 펼친 상태로 그대로 굳은채 얼굴을 굵히고 있었다. 물론 그런다고 린과 카렌이 딱히 다른 반응을 보이는것도 아닌지라 멀뚱멀뚱 나오의 얼굴만 보고 있을 뿐이었고, 그저 그 상태에서 고착상태가 지속되었다.

"..."

"..."

정적. 나오의 얼굴이 갈수록 달아 오를 뿐.

"..."

"..."

...계속 정적.

"...으, 으아아아!"

나오는 기어코 비명이 되지 못한 정체불명의 고함을 지르며 뛰쳐 나가 버렸다.

"카, 카미양?!"

"나, 나오쨩?!"

 


인간은 무릇 과오로부터 배우는 생물이다. 그건 비단 자신의 과오가 아니라 타인의 과오도 포함되며, 직접 겪지 않아도 타인의 경험으로부터 배우는 사람을 범인들은 현자라고 일컫는다. 나오의 눈 앞에서 팔짱을 끼며 고민중인 미오 또한, 그런 현자가 되기 위해 고심중이었다.

"...그래. 카미양에게 뻔뻔한 연기는 시키지 않는게 좋겠어."

"빨리도 말한다!"

하지만 이제서야 이런 결론을 낸 미오에게 현자의 칭호는 적절치 않은듯 하다. 최소한 나오는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치만- 그건 카미양이 하고 싶어 했잖아?"

"ㄱ... 그렇긴 했는데!"

"우우우... 잘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이번 제안의 발안자인 우즈키는 저기 한쪽 구석에 쭈그려 앉아서 땅바닥을 긁고 있었다. 미오는 그 광경을 보며 아이스크림을 한숟가락 떠서 입에 넣고 우물거리다, 뭔가 기억 났다는 듯 숟가락을 척 하고 들어보이며 말했다.

"있지, 카미양. 그럼 이렇게 해 볼래?"

 

"예컨대, 시부린과 카렌을 놀리기만 하면 되는거잖아?"

미오의 제안 또한 그리 복잡하진 않았다. 그냥 무서운 인형 탈을 뒤집어 쓰고 있다가 갑자기 놀래키는게 전부였으니까. 물론 일반적인 경우에는 그런 희귀한 인형탈을 만들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그러고 보니 여기 프로덕션이었죠?"

"시마무, 우리가 아이돌인거 잊고 있었다는듯이 말하지 말자. 특히 시마무는 안돼."

우연히도(?) 나오의 주변 환경은 그런 희귀한 물건이 넘치는 특수한 환경이었다. 거기다 코우메가 협찬까지. 순식간에 그냥 보기만 해도 무서운 인형 탈이 완성 되었다.

"자, 하여간, 시부린과 카렌이 이 창고에 들어오면, 나오가 어두운곳에서 갑자기 일어나서 둘을 덮치고, 성공하면 미리 아키하에게 요청해둔 음악이 나올거야. 그럼 우리는 저기 있는 나팔을 주워서 불면서 시부린과 카렌을 놀리기만 하면 돼."

"철저하시네요, 미오쨩?"

"그야 시부린 놀리는 일이잖아?"

그게 이유가 되는걸까. 아니다. 그냥 이유가 된다고 생각하자. 우즈키는 미심 쩍은 부분은 잠시 잊기로 했다. 어쨌거나 우즈키 본인도 그 '시부린 놀리는 일'에 동참 중이었으니까 이유 같은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앗, 두 사람 온다. 쉬잇."

마침 린과 카렌이 창고에 들어섰다.
카렌은 창고에 들어서자마자 손으로 연신 부채질을 하며 꺼림칙한 기색을 내보였다.

"으... 여기 청소 한번 해야겠네. 나오는 왜 여기서 보자고 한 거지?"

"글쎄... 일단 나오라도 찾아 볼까. 이상하네. 나오가 불렀으면서 나오가 여기 없다니."

"그러게. 얘- 나오- 어딨어-"

두 사람은 나오를 찾아 조금씩 안쪽으로 들어왔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정적에 가까운 공간. 따박따박거리는 신발소리만이 정적을 가른다. 어둠이 소리까지 삼키듯 깊어져만 가고, 그 한중간을 무방비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래. 그들에게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는채로...!
나오는 둘을 놀려주겠다는 일념 하에 인형탈을 쓴 채로 비명을 지르며 갑작스레 일어났다.

"으아아아아...아악?!"

아니, 일어나려 했다.
하도 오래 앉아 있어서 다리에 쥐가 나지만 않았어도.
나오는 인형탈을 쓴 채로 그대로 앞으로 자빠지고 말았다.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려, 마치 나오의 몸이 인형탈에 꽃힌것 같은 상태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일어나려고 바둥바둥. 바둥바둥. 어떻게 보일지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최소한 린과 카렌이 무서워서 비명을 지를 광경은 아니었다.

"이 목소리는... 나오?"

"뭐 하는거야 나오..."

이번에도 두사람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오를 바라보았다. 아니, 그걸 넘어서 바둥거리는 나오에게 다가가 인형탈을 벗겨주기까지 한다. 낑차, 낑차. 심지어 머리가 걸려서 두 사람의 도움을 받아도 버둥댄다.

"..."

"..."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의 도움으로 겨우 인형탈을 벗은 나오는 엉거주춤 일어나서는 애써 린과 카렌의 시선을 외면하고 있었다. 린과 카렌은 서로 친한 사이에서만 통하는 특유의 시선을 주고 받았다. 지금의 나오는 명백하게 이상하다. 두사람의 시선은 그런 함의를 담고 있었다.

"나오, 요즘 무슨 일 있어? 말 해줄래?"

"나오, 혹시 마음에 품고 있는게 있으면 말 해 줄래? 요즘 나오 이상해."

"..."

나오는 두 사람의 시선을 한층 더 외면할 뿐,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우즈키와 미오 또한 시선을 교환했다. 정확히 동시에 서로를 바라보고, 그리고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이건 완전 망했다고 봐도 무방하리라. 그냥 빨리 나가서 얼른 수습을 하는게 나을 것...

"...몰라..."

"...응?"

"너희는 맨날 놀림이나 당하는 내 마음 몰라!"

"저, 얘? 나오?!"

미오가 나가서 상황을 수습하려는데, 갑자기 나오가 그런 말을 하면서 창고 밖으로 뛰쳐 나가 버렸다. 뭐? 뭐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나오가 갑자기 왜 그러지? 카렌과 린은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반쯤 패닉에 빠져서는 인형탈과 뛰져나가는 나오를 번갈아 볼 뿐이었다. 에? 뭐야? 잠깐? 이게 무슨...?

"쫓아가자!"

가장 행동이 빨랐던건 린이였다. 린은 가장 빨리 상황을 파악하고 카렌의 손목을 잡으며 카렌을 똑바로 바라봤다. 당황한 카렌이 그런 단호한 린의 행동에 상황을 파악 하려는 찰나, 창고 속에서 인영 하나가 일어났다.

"이대로면 나오를 놓치겠어! 얼른 가자 시부린!"

"미, 미오?! 왜 거기서..."

"이야기는 나중에 할게! 가자! 시마무! 시부린! 카렌!"

미심쩍은 부분이 한두개가 아니지만 그것을 지적할 상황이 아니었다. 린과 카렌은 갑자기 솟아나온 미오와 우즈키와 함께 나오를 쫓아갔다.

 

우물쭈물 하는 사이에 나오가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지만, 나오가 어디 갔는지 아는것은 어렵지 않았다. 나오는 위를 향해달려갔다. 전무실이라도 들어가지 않는 한 프로덕션의 위에 있는 장소중 나오가 갈만한 곳은 옥상의 정원 뿐. 그런 판단으로 네사람은 주저않고 옥상으로 향했고,

"나오!"

"카미양!"

"나오쨩!"

"여기 있었구나!"

예상은 적중했다. 옥상의 분수 앞에는 등을 돌리고 있는 나오가 있었다.

"저... 나오! 미오랑 우즈키한테서 이야기는 들었어!"

"미안! 여태 우리가 너무 심했었지?"

"..."

린과 카렌이 서둘러 사과를 했으나, 나오는 대꾸는 커녕 꿈쩍조차 하지 않았다. 그 대신, 한참의 정적 후에 나오가 나즈막하게 입을 열었다.

"너희는 내 맘 몰라... 계속... 웃어줬잖아. 어지간한 장난은, 전부 웃어 넘겨 줬잖아."

"나, 나오..."

"사람이 웃어 넘기면, 적당히 할 줄 알아야 할 거 아냐. 너희는, 적당히라는 단어를 모르는거야?"

"저, 정말 미안해, 나오. 우리가 너무했지."

"알면! ...알면 왜 그랬는데. 모르고 한것도 아니잖아. 나같은건 그냥 만만하다는거야?"

"그렇지 않아! 나는..."

"린."

린이 필사적으로 변명을 하려는데, 카렌이 손짓으로 막는다. 그리고 차분하게, 보일리 없는데도 고개를 숙이고 재차 사과를 했다.

"미안. 정말 미안. 사과할게. 진심이야."

"...지금은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아."

"미안..."

"그리고 너희, 미오, 우즈키. 너희도 그래."

"어, 으, 응? 불렀어 카미양?"

"나, 나오쨩...?"

미오는 나오가 등을 돌리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불리는 순간 움칫 하는걸 들키지 않을수 있었으니까.

"내가 상담 하려고 할때 전혀 진지하게 안 듣더라? 아무리 나라도 진지해지고 싶을 때가 있는 법이라고! 사람이 말 하면 좀 들어! 사람의 진심을 보란 말야!"

"아...저... 그게... 미안, 카미양. 우리가 경솔했어."

"미, 미안해요 나오쨩. 그렇게 상처 받을 줄은 몰랐어요!"

"상처...란 말야... 나도 상처 받는다고..."

"..."

"..."

정적. 노을진 하늘에 까마귀가 날아가는동안, 나오는 한마디도 않고 가만히 있었다.

"정말 미안해? 네명 다, 정말 나에게 미안하다고 생각하고 있는거야?"

"...응. 진심이야."

"미안...미안."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저, 나오쨩... 미안해요. 진심이에요."

"...정말로 미안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면, 이쪽으로 와 줄래?"

응? 그게 무슨 말이지? 네사람은 의문을 품으면서도 나오가 시키는대로 나오를 향해 조금씩 다가갔다. 거의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다가갔을때 조차 나오는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 아무래도 단단히 삐진 모양이다.
린이 네사람의 대표로서 먼저 입을 열었다.

"나오... 우리 여기 왔어."

"...왔지? 온거지? 시키는대로?"

"으, 으응."

"...있지. 넷 다 재대로 반성하고 있어? 뭘 잘못했는지는 아는거야?"

"...응."/"응. 미안."/"미안해요..."/"카미양...미안."

"그럼..."

나오가 눈물을 닦는듯 눈을 비볐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나랑 같이 가 주라-!!"

얼굴에 마치 인간이 아닌것 같은 분장을 한채 네명에게 달려들었다.

"히익?!"

"으아아아아아아라아아라아?!"

"꺄아아아아아?!"

" "

얼굴에 새하얗게 분칠을 한 채, 피눈물 같은 분장을 한 나오는, 한창때 소녀들을 놀라게 하기 충분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각양 각색의 비명과 함께 네명이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난다. 그러다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마치 만화처럼 동시에 넘어져 버린다. 넷 다 동공을 크게 벌린 채, 나오를 향해 소리가 되지 못한 아우성을 질러대고 있었다.
그리고 정작 나오는 뭘 하고 있었냐면,

"아하하하하하하하! 낚시 성공! 자, 다들 나와 봐!"

배 잡고 웃어대고 있었다. 나오가 손짓을 하자, 음악이 울려 퍼지며 정원 구석 구석에 숨어 있던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음악... 음악... 나오를 보고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사고가 정지되어 버렸던 우즈키의 머릿속을 음악이 파고든다. 우즈키는 이 음악을 알고 있었다. 아니, 이 음악이 나오기로 했던 상황을 알고 있었다.

"미, 미오쨩, 이 음악..."

"으, 응. 카미양이 낚시 성공하면 울리기로 되어 있었지."

"여어! 우즈키, 미오! 속여서 미안했다구! 하지만 속일거면 속을 생각도 했어야지!"

"...아키하쨩...하, 하하. 하하하."

우즈키는 화 낼 기운도 없다는 듯이 하하하 하고 웃으며 손을 바닥에 떨군채로 옆을 바라보았다.
미오는 당당하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미오와 친하기로는 손에 꼽는 미쿠와 리이나가 노골적으로 미오를 보고 놀리는듯한 제스처를 취하며 나팔을 불고 있었다. 아, 저 나팔도 낚시 성공하면 불기로 했었지.

"...시부린, 실은 이거 전부..."

"응. 말 안해도 알아. 미오는 스스로 꾸민 일에 고스란히 당한거겠지..."

"나, 나오한테 당했어...?"

린과 카렌도 나오에게 당한 것이 어지간히 충격인지 그 자리에서 일어나질 못하고 있었다. 거기다 기대하고 있던 사람들이 어지간히 많은지 아직도 여기저기서 상황을 구경하던 사람들이 쑥 쑥 고개를 들고 있었다. 아무래도 나오가 자기 인맥을 전부 동원한 것 같다. 린은 지나가던 히나랑 인사하며 그렇게 생각했다.

"좋아. 다 지웠다!"

때마침 분장을 다 지운 나오가 의기양양하게 그런 4명 앞에서 섰다. 카렌은 이토록 눈이 빛나고 있는 나오를 본 적이 없었다. 신났구나. 응. 신날만 했지만.

"자, 그럼 우리 괴씸한 네명에게는 따끔하게 훈계를 해 두도록 할까?"

"훈...계?"

"그래. 훈계. 뭐야, 내가 아무말도 없이 넘길줄 알았어?"

...생각해 보면 당연한 말이다. 아무리 낚시를 위해서라도 마음에도 없는 말을 그만큼 할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으니까. 최소한 섭섭한건 사실이었을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네명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입을 다물어 버렸다.
나오가 다가온다. 카렌은 자기도 모르게 눈을 꾹 감고 나오의 처벌을 기다렸다. 그런데-
따악.

"...어?"

그리 강하지 않은 딱밤이 카렌의 머리에 가해졌다. 그리고 카렌이 그에 대해 미처 반응조차 하기 전에 나오 다른 셋까지 딱밤을 날리고 있었다. 딱밤을 맞은 넷은 다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오를 올려다 보았다. 나오는 검지를 들어보이며, 설교조로 그들에게 말했다.

"정말, 이번에는 이정도로 넘어갈 테지만, 다들 적당히 해? 때론 나도 화내는 수가 있어, 알았지?"

나오는 그 말만 남기고 몸을 돌려서 어디론가 향했다. 그 뒤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카렌은, 나오가 문을 열고 아래층으로 내려갈때까지 나오의 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날도 있는거군요..."

"나오, 은근 쌓인게 많았나 보네... 이렇게 작정하고 우릴 놀릴 줄이야..."

"...한방 먹었네?"

"그러게... 카미양에게 당했어... 세상에... 하, 하하..."

네명만 남은 옥상에 허탈한 미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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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기 했다가 져서 쓴겁니다.

근데 이거 말고도 하나 더 남았어요.

내기는 패가망신의 지름길이 분명합니다.(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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