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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오버] Idol in Jurassic Park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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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16, 2016 23:59에 작성됨.

“조금 아쉽긴 하네. 우즈키네도 같이 왔더라면 좋았을 텐데.”

“어쩔 수 없었어. 핑크 체크 스쿨 쪽은 이미 이 기간 동안 스케줄이 잡혀있었으니까.”

“그래서 대신 들어간 게 우리?”

“네, 섹시 길티에겐 미안한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대체유닛인 셈이죠.”

 

346프로의 프로듀서는 자신의 앞에서 머리만 불쑥 내밀고 있는 미오와의 대화 중 자신 옆 좌석에 앉은 카타기리 사나에가 한 질문에 약간의 미안하다는 제스처와 함께 대답했다. 하지만 사나에는 자신들이 가는 곳이 남국의 섬 하나를 통째로 테마파크로 만든 곳이라는 말에 그런 것 따윈 별로 신경 쓰지 않기로 마음먹은 참이었다.

 

“난 괜찮아. 일도 하고 관광도 하고 좋잖아? 아마 저 두 애들 생각도 그럴걸?”

 

사나에는 건너 좌석에 앉아있는 두 사람, 섹시 길티의 나머지 멤버인 오이카와 시즈쿠와 호리 유코를 가리켰다. 두 사람 역시 한껏 들뜬 표정이긴 했지만 어째 유코의 반응이 이상하다.

 

“유코, 뭐하고 있니?”

“말시키지 마세요, 사나에 씨. 저는 지금 이 비행기를 공중에 띄우기 위한 사이킥 파워를….”

“…딱히 사이킥인지 뭔지가 없어도 비행기는 원래 떠.”

“뭐, 평상시의 유코라서 안심이군요.”

 

일본에서 그 테마파크까지 가려면 멕시코-코스타리카를 경유하는 긴 여행이 될 것임을 알고 있는 프로듀서는 사나에를 비롯한 모든 아이돌들에게 충분한 수면을 권했지만 출발 전에 아이돌들 본인보다 더 신나서 바람을 잔뜩 불어넣은 사장님의 여파와 무엇보다 그녀들 중 한두 명을 제외하고는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나간다는 것 자체가 처음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다들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나마 다른 탑승객들에게 방해가 될 정도로 시끄럽진 않은 편이기에, 프로듀서는 그저 한숨을 내쉬며 더는 권유하는 것을 포기했다.

 

“저기, 당신.”

 

이 사무소에서 자신을 당신이라는 호칭으로 부르는 아이돌은 단 한 명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프로듀서는 뒷좌석에서 말을 걸어온 유닛 LiPPS의 멤버 이치노세 시키를 바라보았다.

 

“알고 있어? 우리가 지금 가는 테마파크 말야, 굉장한 소문이 돌고 있던데?”

“소문?”

“응? 모르고 있는 거야? 하긴 인젠(InGen)은 꽤애~나 구린 녀석들이니까 그런 불리한 사건은 외부로 잘 안 새어나가지.”

“그럼 너는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냐하~ 이 시키는 여러 곳에 소식통이 있으니까 그런 뒤가 구린 소문은 귀에 척척 들어온다는 말씀.”

 

시키의 말에 프로듀서와 사나에는 물론, 시키의 옆자리에 앉아있는 하야미 카나데마저 그녀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그래서, 그 소문이란 건?”

“흐음, 말해도 되려나?”

“말해도 되려나? 가 아니라 꼭 말해줘야 해.”

 

프로듀서의 사뭇 진지해진 표정을 본 시키는 예의 장난기 어린 미소를 거두지 않으며 입을 열었다.

 

“테마파크 오픈을 위한 준비과정에서 인명사고가 발생했던 모양이야. 사고를 당한 사람은 테마파크의 직원…까진 아니고 인부 중 한 명, 의료진이 도착했을 땐 이미 손 쓸 수도 없는 상태였다고 하던데?”

“…죽었다는 말이지?”

“응, 그 자리에서 즉사.”

 

시키의 직설적인 말에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세 사람은 침묵에 빠졌다. 특히 전직이 경찰이었던 사나에의 표정은 방금 전까지와는 사뭇 다른, 예전의 직업을 생각나게 하는 표정이었다.

 

“혹시 사인에 대해서도 들은 적이 있니?”

“훗훗훗, 사나에는 역시 전직이 전직이다 보니 흥미가 있는 모양이네? 하지만 그건 나도 듣지 못했어.”

“그래….”

“아, 그래. 이건 기억난다. 시체를 코스타리카로 인도하던 외부 사람 중 한 명이 얘기한 말이라는데, 시체가 갈가리 찢겨져 있었다고 해. 마치 백호에 갈리기라도 한 것 같다는 게 그 외부인의 설명이야.”

“백호? 호랑이?”

“아니, backhoe. 일본어로 하면 굴삭기라고 번역할 수 있겠네. 어쨌든, 그 사건으로 인해 한 차례 소송에 휘말리고 정밀안전점검을 받은 뒤에야 개장하는 거라고 하던데?”

“굴삭기에 갈렸다니. 세상에, 대체 무슨 사고를….”

 

까지 말하고 프로듀서의 말문이 막혔다. 시키의 표정이 이내 뚱하게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지금껏 그녀를 프로듀스하면서 얻은 경험으로, 그녀가 자신들에게 이 ‘소문’을 말해주는 것에 대한 흥미를 잃은 것을 깨달았다. 

이치노세 시키, 희대의 천재인 기프티드라고 하지만 그 대신 한 가지 주제에 대한 흥미가 그렇게 오래 가지 않는다는 것이 단점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그렇게 흥미를 잃은 것을 그대로 내버리고 다시는 돌아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덕분에 시키를 스카우트하고 한동안 머리카락이 빠질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던(주로 레슨 때) 프로듀서는 일찌감치 그녀에게 더 이상의 설명을 듣는 걸 포기했다.

 

“역시 당신은 시키를 잘 아네~”

“잠이나 자 둬라.”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어. 코스타리카까지 가려면 중간에 경유하는 걸 빼더라도 꽤 오래 비행할 테니까.”

 

시키가 지급된 담요를 머리끝까지 덮어씌우자, 그녀의 옆에 앉아있던 카나데는 프로듀서를 빤히 바라보았다. 별다른 말은 없었지만, 그녀의 눈빛에 담긴 뜻을 프로듀서는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어떻게 할 거야, 프로듀서 군?”

“하…. 뭐, 별 수 없죠. 이미 비행기는 출발했고, 시키의 말이 맞으면 그 정밀안전점검인지 하는 걸 통과했으니까 개장을 한다는 거잖아요? 게다가 그 일이 말 그대로 소문뿐일 수도 있고요.”

“그랬으면 좋겠네. 그래도 조금 불안하긴 하지만.”

 

사나에의 말에 프로듀서는 긍정도 부정도 아닌 한숨을 내쉬고는 창밖에 떠있는 구름들을 응시하며 생각에 잠겼다. 

 

 

 

“왠지 슬슬 더워지기 시작했다구.”

“그거야 여기가 코스타리카니까 그렇지.”

“오키나와보다 더 덥잖아.”

“…코스타리카는 오키나와보다 한참 아래에 있어.”

“나도 그 정도는 안다구! 해외에 많이 다녀봤다고 바보취급 하는 거야?”

“바보취급 받기 싫으면 야요이가 자는 틈에 기내식을 훔쳐 먹는 거나 그만두지 그래?”

 

건너편 자리의 이오리와 히비키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며 765프로의 담당 프로듀서와 프로듀서 겸 아이돌인 리츠코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비행기는 앞으로 10분이면 코스타리카의 수도인 산호세에 있는 공항에 도착하게 된다. 그 후 인젠사에서 제공하는 페리를 타고 테마파크가 있는 ‘이슬라 누블라’섬으로 향할 것이다.

 

“기분이 어때요, 프로듀서?”

“글쎄, 기대 반 걱정 반이랄까. 사실 이런 행사야 몇 번 초청받았지만, 그쪽에서 세계 최초의 테마파크라고 하니까. 섬 하나를 통째로 사서 만든 테마파크라니…. 대체 얼마나 돈이 많은 걸까?”

“인젠이라고 하면 굉장히 큰 기업이니까요. 그나저나, 제가 묻고 싶은 건 그게 아니라고요.”

“어떤? 설마 그 소문?”

“네, 전 아무래도 불안해서.”

 

프로듀서는 고개를 끄덕인 후, 자신의 좌석 주변에 있는 765프로 소속 아이돌들을 훑어보았다. 다들 누구보다도 소중한, 과장 조금 보태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들이다. 

 

“그래도 괜찮겠지. 그 안전사고 이후 전문가들을 초청해 실시한 정밀안전점검에서 통과했기에 개장하는 거라고 하니까.”

“제발 아무 일 없었으면 좋겠네요.”

“그렇게 될 거야. 우린 테마파크 개장을 불과 3일 앞둔 시점에 테마파크를 방문하는 거라고. 그리고 오픈행사 때는 물론 엄청난 사람들이 테마파크에 있겠지. 공원 쪽에서도 분명 그걸 알고 있을 테니 안전에 분명 신경을 많이 쓸 거야.”

“그렇게 생각하는 게 좋겠죠.”

 

리츠코는 불안해지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켰다. 그래, 별일은 없을 거야. 우린 그저 하던 일을 하고 오기만 하면 되는 거겠지. 이제부터 내가 생각할 일은 3일 후에 모여들 전 세계의 관객들 앞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뿐이야.

 

 

 

765프로덕션과 346프로덕션, 두 아이돌 사무소의 인원들이 만난 것은 테마파크로 향하는 페리 안에서였다. 프로듀서들과 리츠코는 가장 먼저 사전에 짜놓은 세트리스트를 다시 한 번 확인하기 시작했고, 아이돌들 역시 그 세트리스트를 확인하며 의견을 나누었다.

하지만 일본-멕시코-코스타리카의 긴 비행에 지친 아이돌들은 금세 곯아떨어졌고, 세 사람과 아이돌들 중 유이한 성인인 카타기리 사나에, 미우라 아즈사까지 다섯 명이 페리 안에 있는 카페 테이블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다가 섬까지 도착하는데 10시간 남짓 걸린다는 말에 화들짝 놀라 각자 수면을 취하기 위해 객실로 들어갔다.

 

결국 일행이 이슬라 누블라에 도착한 시점은 그 다음날 아침이 될 때였다.

페리에서 내린 아이돌들을 가장 먼저 반긴 사람은 흰색 옷을 차려입은 노인이었다. 프로듀서들이나 시키 정도를 제외하면 당연히 이 사람에 대해 알 길이 없었으므로, 미오의 ‘커넬 샌더스….’라는 속삭임에 카렌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던 차에 노인은 자신을 테마파크의 설립자이자 인젠 사의 설립자이기도 한 존 해먼드라고 소개했다.   

 

“어서 오시오. 우리 테마파크의 오픈행사를 위해 먼 곳에서 찾아와주셔서 고맙소.”  

 

대충 이런 뜻의 말이었던 해먼드의 서툰 일본어 환영에 두 소속사의 프로듀서가 대표로 (영어로)대답한 후, 일행은 테마파크의 로고가 도색된 여섯 대의 지프에 나눠 탔다. 

 

“원래 이 섬에 오는 방법은 페리 말고도 헬기를 타고 오는 방법이 있소. 하지만 이번에 초청한 여러분들이 워낙 많은 수여서 헬기를 동원하려면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해야 했단 말이지.”

 

맨 앞 지프에 탄 해먼드 회장과 두 프로듀서, 리츠코는 동시 통역기를 꺼내든 덕에 수월한 대화를 나누며, 테마파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프는 15분 정도 달린 후, 탁 트인 개활지에서 잠깐 이동을 멈추었다.

 

“자, 여러분께서 가장 궁금한 건 바로 이 테마파크가 과연 무엇을 주제로 한 테마파크인가, 라는 거겠지. 안 그렇소?”

 

그의 말에 세 사람의 머리가 동시에 끄덕끄덕 흔들렸다. 그 반응에 해먼드는 껄껄거리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짓고는 밖의 어느 한 부분을 가리켰다.

 

“저쪽을 보시면 알게 될 거요.”

 

일단 리츠코에 눈에 보인 것은 거대한 기둥이었다. 

하지만 기둥이라고 생각한 그것은 자세히 보니 어떤 생물체의 다리였다. 마치 코끼리를 몇 배나 불려놓은 듯한….

 

“리, 리츠코, 더 위를 봐….”

 

765프로 프로듀서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위로 올렸다. 다리, 다리, 거대한 몸통, 그 위에 달린 목, 목, 목… 

그리고 머리.

이, 이건 분명히 그거잖아. 그러니까…. 내가 어릴 적에 책에서 본 적이 있는….

 

“해먼드 씨, 혹시나 해서 묻는 거니까 절 미친 사람 취급하진 마시기 바랍니다. 제가 지금 보고 있는 게 공룡입니까?”

“그렇소.”

“저기, 아키즈키 씨. 실례지만 저 좀 세게 꼬집어주실래요?”

“그, 그건… 저도 같은 걸 보고 있어서 무리일 것 같네요.”

“이럴 수가…. 그럼 지금 이건 내 꿈속이 아니라는 건가….”

 

346프로듀서의 장탄식을 다 들어줄 여력도 없었던 리츠코는 그대로 지프에서 내려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을 향해 다가갔다. 그 곳에는 거의 모든 아이돌들이 모여 자신처럼 고개가 꺾어지도록 눈앞에 있는 생물을 보고 있었다.

 

“저, 저희 집보다 높아요!”

 

야요이의 얼빠진 말에 아무도 웃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들이 보고 있는 것은 한때 인간보다 먼저 이 땅을 지배했었던, 하지만 지금은 뼈나 복원도밖에 남아있지 않은 공룡이기 때문이다.

 

“여러분들은 운이 좋은 것 같소. 이곳에 오자마자 우리 공원에서 가장 큰 녀석을 볼 수 있게 됐으니.”

“어릴 때 한참 공룡을 좋아해서 기억은 납니다만 저게 그 브라… 브라자 뭐시기 하는 그겁니까?”

 

346프로듀서의 말에 한참을 웃던 해먼드는 곧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소, 브라키오사우루스지.”

“세상에….”

 

해먼드는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346프로듀서를 뒤로 하고 지팡이를 당차게 짚으며 아이돌들 앞에 섰다. 그리고는 마치 뮤지컬배우마냥 극적으로 팔을 펼쳤다.

 

“이제 저희 테마파크가 무엇을 주제로 한 테마파크인지 아시겠소? 자, 여러분. 쥬라기 공원에 오신 걸 환영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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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대체적인 컨셉은 다음 화 후기에 적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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