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기억나지 않는 꿈 -3 (完...?)

댓글: 3 / 조회: 865 / 추천: 3


관련링크


본문 - 04-13, 2016 14:25에 작성됨.


결국 마을로 돌아와, 아무 것도 찾지 못한 채 결계만 유지해 둔 채로 떠나기로 한 그녀들은 마지막으로 결계를 점검했다. 그리고 불안해하는 마을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귀기의 행방이라도 찾기 위해 마코토와 치하야가 흩어저 잠시 마을 주변을 돌아보기로 했을 때, 치하야가 두 말 하지 않고 온 곳은 그 날 아침 깨어났던 호수 근처였다.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지만, 주변엔 아무 것도 없다. 잔잔한 호수만이 치하야를 반겨줄 뿐이다. 조심스레 수면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젓는다.


이 근처에 오면 뭔가 터질 것 같이 답답하지만, 기억이 전혀 나질 않았다.
뭔가, 굉장한 걸 잊어버린 것 같은데,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그 사실에 답답한 한숨을 푹 내쉬며 치하야는 주저앉아 호수에 손을 내뻗었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호수는, 꽤 깊은 듯 보였다. 이렇게 깎아지른 듯 깊다니, 잘못 발을 내딛었다간 위험하겠다─ 그렇게 생각하던 치하야는, 고개를 갸웃했다.
...누가, 이 사실을 알려줬던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며 한참을 생각해보지만, 막연한 기억만이 안개처럼 흐릿하게 돌아다니고 있을 뿐이었다.


가슴이, 다시 지끈거리고 아파온다.
아니, 심장이 아픈 것인지, 머리가 아픈 것인지. 그것조차 애매한 아픔.


여기에 있으면, 안된다. 흐려진 안개 속을 헤매는 의식으로 그렇게 떠올리곤 자신도 모르게 호수에서 멀어지려고 일어나던 치하야의 발이, 젖은 흙을 밟고 미끄러졌다.
앗차, 라고 생각했지만, 이미 몸은 균형을 잃는다.
빠진다─ 라고 생각한 순간.

 

"치하야쨩!!"


어딘가에서, 처음 듣는 것 같으면서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 라고 생각하는 순간, 아래로 떨어지려던 몸이 순식간에 공중으로 치솟는다. 그 엄청난 힘애 피가 역류하는, 구토감 비슷한 것을 느끼며 치하야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붙잡아 끌어올리는 손을 꽉 붙잡았다.
마치,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것 같았다.


치하야의 이름을 부르며 그녀를 끌어안은 사람은 호수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와서야 처음으로 땅에 발을 디디고 조심스레 그녀를 내려놓았다. 갑작스레 호수에 빠질 뻔했다가, 공중을 날아 착지한 탓에 정신이 없는 치하야는 어지러운 시선으로 자신을 내려놓은 이를 바라보았다.
더없이 깨끗한 녹색의 눈동자. 왠지 시대에 안맞는 듯한 리본. 그 모습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자, 그녀는 당황하며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아, 저기, 저, 괜, 괜찮...나요?"


그렇게 물은 여자는 적잖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보다 그녀는 뭔가 엄청나게 잘못되었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실수했다는 듯한, 그런 표정이었다.
그런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그저 멍하니 바라보던 치하야의 입이 열렸다.


"...하루...카?"


그 목소리에, 여성의 행동이 딱, 하고 멈춰버렸다.
커다랗게 뜬 눈동자가, 말 그대로 굳어버린 채 치하야를 바라본다. 그런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며, 치하야는 자신의 입에서 나온 이름을 추적해갔다.

무의식중에 내뱉은 그 이름. 그 이름의 흔적을 따라 간다. 하루카, 하루카. 그게 누구더라?
한참을 그 이름을 단서삼아 추적해 올라가던 치하야의 얼굴이, 새빨갛게 익었다.


"너, 너... 너..."


새빨개진 얼굴로, 하루카를 가리키며 입을 연다. 하루카는 치하야를 멍하니 바라보며 뭐라고 할 말을 찾지 못한 채 있었다. 그런 하루카를 바라보며 할 말을 찾듯 더듬거리던 치하야는, 곧 한가지 외칠 말을 찾아내고 외쳤다.


"왜 여기에 있는거야?!"


치하야의 그 외침에, 하루카가 움찔 하며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치하야는 자신의 질문에 부연 설명을 할 생각은 없었다.
분명히 '소원을 이뤘다' 라고 했다. 죽은 이를 이 세상에 잡아놓는 것은 생전에 이루지 못한 원념. 만약 그 원념이 그 때, 그 밤─ 바로 어제, 그 날 이루어졌다면 하루카는 여기에 있어선 안된다. 이 세상을 떠나 환생의 길에 접어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원념을 가지고 이 세상에 남은 영혼이 원념을 풀었을 시 가는 올바른 절차다.


하지만 하루카는, 분명히 그녀의 눈 앞에 있었다.
그 앞 뒤가 안 맞는 사실에 그렇게 말하곤 자신을 노려보는 치하야를 난처한 표정으로 보던 하루카는 곧 자신도 당황하며 말했다.


"에에!? 아, 아니, 치하야쨩, 날 기억하는 거야?!"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그런 짓 당하고서, 기억 못 할 리 없지!"


아니, 그렇지만 아까까진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워낙에 큰 공황 때문에 그런 사실을 지적하진 못한 채, 하루카는 멍청하니 치하야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기억을 지웠는데, 어떻게..."
"기억을... 지워?"


그 순간 치하야에게서 피어오르는 푸른 오오라에, 하루카는 움찔 하며 뒤로 물러섰다.


저건 절대로 위험하다.
자신이 낼 수 있는 귀기보다 훨씬 무섭게 보인다.
그렇게 생각하며 하루카가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는 순간, 치하야가 버럭 외쳤다.


"멀쩡한 사람의 기억은 왜 지웠다고 설치고 난리야!!! 어쩐지 이상하다 했어! 가만두지 않을거야!"
"꺄아아, 살려주세요!!!"


고개를 든 순간, 말 그대로 악마의 형상으로 보이는 치하야에 하루카는 순간 울먹이며 그렇게 빌고 말았다.

 

 

 

 

 

 

 

 


치하야에게 후드려맞기 전에 영체로 변했지만, 주술사인 치하야에게는 결국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인의 힘까지 실어서 신나게 얻어맞은 하루카는 힘으로라도 보내버리겠다는 치하야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라도 그녀의 기억에 멋대로 손을 댄 것에 대해 한참을 사과해야 했다. 그리고 하루카가 자신이 기억에 손을 댄 이유까지 듣고 나서야 화가 풀린 치하야는,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하루카는 왜 아직도 여기에 있는거야?"


당연히 성불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의미를 담아 던진 질문에, 하루카는 머리를 긁적이며 치하야를 바라보았다. 그 태도에 치하야는 어딘가 불길함을 느꼈다.
설마.


"그게.. 나도 잘 모르겠어.."

...저런 대답이 나오는 건가.
어쩐지 아찔해지는 머리를 붙잡으며, 치하야는 신음을 내뱉었다. 그런 치하야의 눈치를 조심스레 살피던 하루카는 살며시 치하야의 표정을 곁눈으로 살피다 입을 열었다.


"저, 저기, 치하야쨩. 기왕 이렇게 된거,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데...?"


그 말에, 치하야가 하루카를 노려본다. 그 차가운 눈동자에 하루카는 움찔 하며 몸을 움츠렸다. 완전히 어린 강아지가 겁먹는 듯한 그 모습을 보며 치하야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 사람이 어젯 밤 자신에게 그런 짓을 한 사람이라고 누가 믿겠는가.
거기에 생각이 닿자마자 조금 얼굴에 열이 오른다. 누가 뭐래도, 자신은 저 녀석에게 당한 건 사실이다.
근데 문제는,


"...치하야쨩?"


조심스레 자신의 눈치를 살피며 자신의 이름을 불러오는 저 소녀가 자신에게 그런 짓을 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전혀 밉지가 않다는 것이다.
그 과거를 알았다는 탓도 있고, 어제의 일로 인해 완전히 그 감정과 하나가 되었던 탓도 있다. 무한한 기쁨, 행복, 그리고─ 존재할 리 없는 심장의 두근거림까지, 완전히 하나가 되어 느꼈던 탓인지, 치하야에게는 '밉다'라는 감정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존재하더라도 자신을 휩쓴 그 거대한 감정 앞에서는 바다 한 가운데의 나무 토막만큼이나 작아서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 사실에 치하야는 신음을 내뱉으며 대답했다.


"뭔데?"


거절해야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뭐냐고 물어버리고 만다. 그 대답에 하루카는 환한 표정으로 치하야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게 말이지... 나를, 치하야쨩의 식신으로 삼아주지 않을래?"
"...뭐?"


하지만 전혀 뜬금 없는 부탁에, 치하야는 멍하니 하루카를 내려다보았다.
천년이나, 혼자 세상을 떠 돈 영혼. 마음만 먹으면 어떤 주술사든 가볍게 제압하고 죽일 수 있을 그 거대한 영혼이, 자신을 반짝이는 눈동자로 바라보며, '제발 부탁해!' 라는 듯한 표정으로─ 자신을 그녀의 지령으로 삼아달라고 하고 있다.
...그 사실에 왠지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그게 있지, 사실은..."


간신히 외계로 탈출하려는 혼을 붙잡고 그렇게 묻자 하루카는 머리를 긁적이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런 하루카를 뚫어져라 바라보자, 하루카는 하고 머뭇거리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제 계속 이 이승에 남아있다는 걸 깨닫고, 치하야쨩은 날 기억할 리 없으니... 죽 따라다니면서 몰래몰래 지켜볼까 생각했었어. 다행히도, 치하야의 동료라는 사람도 내가 기척을 숨기면 눈치채지 못하는 것 같고...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맙소사.' 순간 치하야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계속 따라다니려 생각했다는 게 끔찍했다거나 놀라운 것이 아니라, 마코토가 눈치채지 못했다는 게 놀라웠다. 마코토의 실력이라면 어디에 숨어있더라도 그 기척을 눈치챌 수 없는 영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그런 치하야의 생각을 알 리 없는 하루카는 치하야의 눈치를 조심스레 살피며 말을 이어갔다.


"치하야쨩이 날 기억하니까, 그것보다는... 날 치하야쨩의 식신으로 삼아주었으면 좋겠거든. 그러면 계속 옆에서 치하야쨩을 지킬 수 있으니까."


─순간 못 들을 말을 들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치하야는 인식하지 못했다. 하루카가 자신을 '식신'으로 삼아달라고 하는 것은 그 만큼 엄청난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치하야는 멍하니 대답했다.


"하지만, 내 실력으론 하루카같이 커다란 영혼, 사역 못하는데."
"응? 아, 아니, 괜찮아! 그저 계약만 하면 내 힘으로도 얼마든지 행동할 수 있으니까! 치하야쨩에게 폐를 끼칠 일은 없을거야! 그러니까아~ 응?"


그 멍한 상태에서 한 대답에, 하루카는 그렇게 대답하며 눈동자를 반짝였다.
거절하면 울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며 하루카를 내려다보던 치하야는 한숨을 푹 내쉬곤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어딘지 알지도 못하는 곳에서 감시당하는 것 보단 낫겠지."
"윽... 감시는 아니라구..."


'감시'라는 표현이 마음에 안 든 듯 그렇게 하루카가 중얼거렸지만 치하야는 못 들은 척 했다. 그렇게 몰래몰래 쫓아다니게 두느니 차라리 곁에 두는 게 낫다. 아마 여기서 거절해도, 하루카는 쫓아올 테니까.
 정말로 이상한 사람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치하야는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하루카가 조심스레 붙잡았다.

 

 

 

 

 

 

 

─왜 자신이 이승에 남아있는 것인지, 모르는 것이 아니다.


'키사라기 치하야' 라는 사람에 대한, 자신의 미련. 그 사람과 헤어지고 싶지 않다는 미련이 자신을 또 이승에 붙잡아 두었다.
그래도, 이번에 이 세계에 남아있는 건 절대로 싫지 않았다.


하루카는 시선을 힐끗 내려 손등을 보았다. 손등에는 기하학적인 푸른 색의 무늬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이건 치하야에게도 있을 것이다. 그 무늬를 가만히 바라보던 하루카는, 어쩐지 그게 굉장히 사랑스럽게 느껴져 가만히 입을 맞췄다.
자신과 치하야를 연결하는 계약의 증거.


단 한 사람에게 사역당하더라도 그것이 치하야라면 좋다. 그녀가 이 생을 살아가고 죽을 때까지 곁에 있다가 이 세상에서 스러지면 함께 스러질 것이다.
그 것이, 이제 남은 자신의 단 하나의 소망.


그 소망을 쫓아, 자신의 앞을 걸어가는 주술사를 따라 걸음을 옮긴다.
그 경쾌한 걸음의 뒤를, 하늘 위에서 태양이 느릿한 손길로 쓰다듬었다.

------------------------------------------------------------------------------

'기억나지 않는 꿈'이라는 제목으로는 완결이 맞지만 '~`...

그리고 말이죠 한동안 계-속 긴 훈련기간이기도 해서 사지방오기도 좀 그렇고,

온다해도 아마 가사만 옮겨적을 듯 하여 (._. ..?

5월 초-중반이나 되야 하려나~

3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