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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판타지]단편- 카렌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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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28, 2016 00:09에 작성됨.

너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수 있어.

 

그 아이가 부러웠다.

 

건강한 몸.

 

아이올라이트로서의 재능.

 

인망을 얻는 카리스마.

 

그 무엇도, 내가 가지지 못하고, 가질수 없는 것들.

 

그 아이는, 내가 가지지 못한 모든것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분하게도, 나는 그 아이를 질투할수 있을 정도의 아이도 아니었다.

 

그저, 그 아이가 부러웠다. 가 끝이었다.

 

연구원들의 흥미를 끄는 것도, 아이들에게 인기있는것도 당연해. 응. 그 아이는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 아이는 나에게도 스스럼 없이 다가와주었다.

 

밥을 먹을때도, 잠을 잘때도, 개조의 부작용으로 얼굴이 퉁퉁 부었을때도, 몸속에서 인자들이 미친듯이 날뛸때도, 능력이 폭주하여 연구원 몇몇을 실수로 죽여버렸을때도.

 

그 아이는 언제나 나를 위로해주었고, 나의 중요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

.

.

 

 

린에게.

 

미안해. 직접 말하고 싶었는데.

 

너는 나에게 있어 빛과도 같은 존재였어.

 

그렇기에, 나는 지금 죽음을 받아들일수 있어.

 

네가 있었기에, 나는 짧은 생애나마 행복할수 있었어.

 

고마워. 린. 행복해야해.

 

- 카렌이 린에게 남긴 마지막 유언. 이라고 알고있는 편지.

.

.

.

 

앞으로 3일이 한계인가.

 

연구원들의 무심하고도 기계적인 말에, 카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은, 어떻게 해도, 무슨 수술을 받아도, 너는 이제 한계다. 라는 선언이었다.

 

연구원들의 마지막 자비인지, 연구원들은 카렌이 린에게 마지막으로 편지를 보내는 것을 허락하였다.

 

"끝났어요."

 

카렌이 연구원에게 편지를 건네자, 연구원은 무심하게 그것을 받아들이며 카렌의 목에 주사기를 꽂아넣었다.

 

"아..."

 

카렌은 그 순간, 모든 몸에서 힘을 잃고 실이 끊어진 꼭두각시 인형처럼 무너져내렸다.

 

그 약은, 인간의 목 아래에 있는 모든 부분의 감각을 죽여버리는 강력한 독극물이었다. 분명 이것을 꽂아넣으면 보통 사람은 끔찍한 감각에 악에 받쳐 절규하겠지.

그러나 카렌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몸 안에서 날뛰는 마력이 입히는 내상으로 인한 고통으로부터 차단되었다는 의미니까.

 

약은 앞으로 이틀이면, 카렌의 모든 감각을 앗아가고 고통없이 죽음에 이르게 해줄것이다. 카렌은 이것이 연구원들이 주는 마지막 자비라고 생각하였다.

 

막상 카렌이 죽음의 순간이 오니,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평온함이 그녀를 감싸안는듯 하였다. 지긋지긋한 고통도 없다. 좋아하는 아이에게 편지로나마 마지막 인사도 할수 있었다. 미련은 전혀 없었다.

...그녀가 오기 전까지는.

 

"...?"

 

문득, 카렌의 이마에 따스한 감촉이 느껴졌다.

손? 하지만 아이의 것과는 다르게 큰것이다. 연구원들이 끼는 장갑과는 다르게, 이 손은 맨손이었다.

카렌이 서서히 눈을 떴다.

 

"...가엾은 아이."

 

"아..."

 

카렌을 측은하게 바라보는 초록빛과 푸른빛의 눈동자... 따뜻한 표정. 카렌은 그녀가 누군지 알고있었다.

타카가키 카에데. 모든 왕국민이 존경해마지않는 사람이 아닌가.

 

"재... 재상...님..."

 

"쉿.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카에데는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고통스러웠지요? 카렌양. 미안해요... 당신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지만, 차라리 당신을 그냥 놓아두는것이 카렌양을 위한 것일지도 몰랐는데... 불쌍한 아이..."

 

아름다운 재상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녀는 아마, 진심으로 카렌을 걱정하고, 자책하고 있으리라. 카렌이 알고있는 재상은 그런 여성이었으니까.

 

"아니...예요... 고통스러웠지만... 친구를 만날수 있어 행복했으니까..."

 

"린양. 말이군요."

 

"네..."

 

"...카렌양. 미안해요. 난 그저..."

 

재상이 말을 이어가려는 찰나, 연구원중 한명이 카렌의 방으로 들어왔다.

 

"...재상님."

 

"네. 뭔가요?"

 

"드림캐쳐 프로젝트는..."

 

"질리지도 않는군요... 그런 잔인한 프로젝트를 승인할수 있을것 같나요?"

 

드림캐쳐 프로젝트. 카렌도 어렴풋이 알고있는 프로젝트였다.

 

드림캐쳐 프로젝트는 쉽게 말해 마력 증폭기였다.

 

평범한 아이돌도 전설의 아이돌. 아이리와 같이 만들수 있는 강력한 마력 증폭기.

 

그러나 그것에는, 아이돌의 뇌가 필요하다. 그 장치안에서, 아이돌의 뇌는 영원히 살아가며, 마력 증폭의 매개체가 되는 삶을 살아야 하는것이다.

 

"재...상...님..."

 

"네...? 카렌양?"

 

"제가... 할게요..."

 

"카...카렌양... 그럴순 없어요. 카렌양이 더 고통받는 일은..."

 

"친구... 린을 위해서... 저는 기꺼이 그 아이의 매개체가 될수 있어요... 재상님."

 

"카렌양... 그렇게 까지 카렌양을 희생시킬 필요는 없어요."

 

"재상님... 드림캐쳐가 완성되면... 린에게 그 장비를 사용해주세요... 제가 그 장비 안에 들어갔다는 말은 하지 말아주시고..."

 

"카렌양..."

 

얼마만큼 침묵의 시간이 흘렀을까.

 

카에데는 카렌의 눈을 슬픈 눈으로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카렌양이 뜻이 그렇다면..."

 

카에데는 카렌의 볼에 입을 맞추고, 일어섰다.

 

"카렌양의 의지를 받아들이겠어요. 카렌양. 의식을 잃을거예요. 의식을 잃으면... 카렌양은 장치의... 매개체가 될거고요. 다시 묻겠어요. 그래도 좋으신가요?"

 

"네..."

 

"...네."

 

"..."

 

재상은 카렌의 의지를 존중한다는듯, 고개를 숙이고 난 다음 뒤돌아서 밖으로 나섰다.

 

그때. 뒤돌아선 재상의 사악한 미소를 볼수 있었다면, 카렌은 다른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그러나 그럴수 없었기에, 카렌은 그대로 드림캐쳐 안으로 들어가는 선택을 내려야했다.

 

.

.

.

 

드림캐쳐.

 

세기말 가희가 개발한 비밀병기.

 

아이돌의 마력을 증폭시키는 병기. 상당히 거대한 기계장치로 이루어져 있으며, 기계장치의 최심부에는 가장 중요한 매개채. 카렌의 뇌가 용액속에 담겨 둥둥 떠다니고 있다.

비록 땅속에 묻혀있지만 매개의 범위는 거대하며, 미시로 왕국 전체를 커버할수 있다.

한번 사용할때마다 한명만을 매개할수 있지만 증폭양은 상당하다.

사용방법은 기게에 증폭시킬 아이돌의 정보가 담긴 액채(피같은 체액)를 장치에 넣으면, 장치가 작동하여 매개를 시작하는 방식.

증폭양 역시 결정할수 있지만, 증폭은 매개체의 '스트레스'로 증폭양이 결정된다. 스트레스를 주는 방법은 트라우마, 거짓된 기억, 끔찍한 장면들로 스트레스를 주는 방식.

이 기계의 존재는 카에데와 일부 연구원들 만이 알고있었고, '시그널라이즈'때 타카가키 카에데에게 강력한 증폭을 걸어 그녀의 의식을 돕기도 하였다. 그러나 현재. 카에데는 지하감옥에 같혀있고 관련 연구원들은 전부 죽었기 때문에 장치를 알고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

 

 

.

.

.

 

비웃고 있다.

나를.

린이...?

어째서? 린... 나는 너의 친구잖아?

그 순간, 나는 린의 눈에서 비친 감정을 읽는다.

우월감.

모멸감.

아냐... 이건 린이 아냐... 아냐...

머리를 흔들어 부정하자, 이번엔 다른 영상이 비쳐진다.

 

린은 훌륭하게 자라, 용맹한 기사단원이 되어있었다.

린의 전공은 뛰어나고, 훌륭하여 많은 사람의 신망을 받을수 있었다.

나덕분에.

그래. 내가 너의 마력을 증폭해주고 있었어.

아이올라이트 블루를 증폭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거야?

사람들...

린을 축하해주고 있어...

다 린의 덕분이야.

린의 활약이다.

린의 무용으로...

마법으로...

린의...

린의...

린...

린.

나는?

나는?

네가그런힘을발휘하는것도나때문인데어째서린만칭찬을받고린만인정받는거야나는이런좁은기계속에서아무것도느끼지못한채살아가야하는데어째서린은나의힘을받아놓고서그런게뻔뻔한얼굴로있을수있는거야너때문에너때문에너때문에

 

다른 장면이 비춰진다.

린의 친구들.

짧은 밤색 단발의 건강한 여기사.

긴 머리카락의 포근해보이는 여기사.

친구들 사이에서 린은 웃고있었다.

웃고있다.

나는 고통받고 있는데.

너를 위해서 고통받고 있는데.

내 생각따윈 조각도 하지않고.

다른 친구들과 웃고있다.

점점 멀어져간다.

그리고 이윽고 남는것은... 나 혼자.

'너는 버림받았어.'

'너는 이용당했어.'

'너는 영원히 고통받을거야.'

'영원히.'

영원히. 기계속에서 영원히. 차가운 기계속. 용액속에서 고통받으며.

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영원히

"싫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엇!!!!!!!!!!"

 

'...매개체 뇌. 과부하.'

'...과부화로 인한 스트레스 작용. 해제.'

'...추후 안정화시, 다시 스트레스 작용을 개시함.'

삣...삣...

...스윽...

치직...

치지지지직...

삣...삣...

‘자동 스트레스 작용 해체.’

‘안정제. 투입.’

 

고통속에서 뒹굴던 그때.

저 너머에, 한줄기 빛이 비춰졌다.

 

“아...”

 

그 빛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온해지고, 구원받아지며, 진정되고있다.

이윽고 나쁜 기억들은, 그 빛에 잠식되어 서서히 사라져만 갔다.

그리고, 따스히. 따스히 감싸안아지는 빛.

 

“...린?”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나는 린이 아냐.”

 

빛은 말했다.

 

“린은 널 버렸어. 유감스럽게도.”

“그... 그런...”

“날 린과 비교하지마. 이렇게 널... 구하러와줬잖아?”

사실이다.

지금, 나를 따스하게 안고있는것은 린이 아니다.

별빛은, 나에게 다가와 태양이 되었다.

따스한 태양... 이 빛만... 이 존재만 있으면 나는... 살아갈수 있다.

 

“너는 나에게 구원을 주었어. 나는 너에게 무엇을 해줄수 있을까...?”

 

“나를 위해... 너의 힘을 보태줘.”

 

“나는... 이 기계에 갇혀있을 뿐이야. 내가 너를 도울 방법은...”

 

“없다고 생각해?”

빛이 반문하였다.

 

“아...”

“나를 위해, 이 기계밖으로 나와.”

“하지만...”

“너는 할수 있어. 카렌.”

그 말을 끝으로, 빛은 나의 품안에서 사라져갔다.

 

“아...”

 

빛은 사라져갔지만, 나는 더 이상 고통스럽지도, 외롭지도 않았다.

오로지, ‘별빛’을 만나고 싶은 생각뿐.

별빛을 만나야해... 별빛을... 별빛을...

생각이 커진다. 더할나위없이, 지금껏 가져왔던 모든 사고보다도 더한 소망으로, 빛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커져갔다.

...그리고, 그 생각은 드림캐쳐를 통한 그녀의 마력의 증폭으로 이어졌다.

 

.

.

.

 

드림캐쳐가 존재하는 연구실.

카에데가 패배하고, 잔당들은 아직 시제품이거나, 미완성인 발명품들은 그대로 놓고 도주하였다. 대부분은 방치된 연구소에서 사용불능이 되거나, 관리를 받지못해 녹이 슬어가고 있다.

 

스스스스...

 

급하게 도망가려한 흔적이 여실히 남아있는듯, 난장판이 되어 방치된 연구실. 바닥에 나동그라져 깨져있는 비커와 아무렇게나 흩어진 연구자료들. 먼지투성이가 되어가는 실험 도구들. 바닥에 쏟아져 있는 검은 모래.

 

검은 모래?

그 연구실에 아무렇게나 흩뿌려진 검은 모래가, 부들부들 떨기 시작한다.

폭주하기 시작하는 마력에 반응하듯, 검은 모래들은 매끄러운 쟁반에서 굴러가듯 매끄럽게 연구실밖으로 나가기 시작한다. 이윽고, 모든 검은 모래가 연구실을 나가게 되었다.

 

검은 모래들은 복잡한 연구소들을 이리저리 이동한다.

빠르게 이동하는 모래들이 도착한곳은, 드림캐쳐가 존재하는 곳이었다.

 

솨아아...

 

이윽고, 모래들은 한곳으로 뭉치기 시작한다.

 

쏴아아...

 

한덩이로 뭉쳐진 모래는, 이윽고 두둥실 떠오른다.

 

우웅...! 우웅...! 우웅...!

 

모래들이 급류에 휩쓸린 것처럼 회전하며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윽고, 모래들은 하나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다.

 

발.

다리.

허리.

가슴.

팔.

손.

목.

머리.

인간의 모습으로.

 

마치 검은 벌떼가 인간의 모습을 취한것처럼, 그러한 것과 같이 형상을 취하기 시작한다.

이윽고 완성된 모습은, 마치 소녀의 모습을 한 형태.

모래는 쉴새없이 움직이며, 형상을 만들어주고 있다.

 

“...”

 

형상은 주위를 둘러본다. 그리고, 자신의 손. 팔. 다리. 모든 부분을 쳐다본다.

형상의 눈이라 할수 있는 부위에서, 붉은 빛이 흘러나온다.

 

‘이제 가거라. 나를 위해. 너의 힘을 사용하거라.’

 

형상은 고개를 끄덕이며, 두둥실 떠올라 연구실을 나가기 시작했다.

 

카렌. 그녀가 다시 몸을 얻어 세상에 나온 그 순간이었다.

 

 

검은 모래(가칭)

연구실의 방치된 발명품중 하나. 하나하나의 내구성은 단단하며, 칼날과도 같은 예리함을 보여준다. 사용자의 마력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형태를 얻고, 사용자와 감각을 링크한다. 본래 목적은 적진에 대한 정찰, 암살을 목적으로 제작되었다.

원래는 형체만을 유지하는게 고작이며 따로 마법을 사용하거나 할순 없지만, 카렌은 검은 모래의 상태로도 아이돌의 능력을 사용할수 있다. 항상 건강한 육체를 원했던 카렌의, 진정한 이상향이라고도 할수 있을것이다.

 

검은 모래의 모티브는 당연히 아웃라스트의 윌라이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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