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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판타지] 어둠을 밝히는 자들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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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03, 2016 02:13에 작성됨.

어둠을 걸어오던 이들은 망설이지 않는다.

고뇌하지 않는다.

그저 왕국의 미래에, 위험하다 여겨지는것들을 기계적으로 배제한다.

그 과정에서 모든 감정은 사라지고, 무감각해지는 저주만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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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와의 기나긴 싸움의 경과는 일방적인 인간&아이돌 측의 우세였다. 애초에 공화국은 전쟁을 목적으로 한 병기나 군사문물이 전무했다. 반대로 미시로 영주는, 오래 전부터 세계 각 국의 과학과 문물들을 접하면서 기술과 병기들을 도입하며 철저하게 전쟁 목적으로 힘을 키워왔었다. 특히 오토노키자카 제국의 군수산업체와의 거래성립은 그의 고화력 병력 양성에 있어서 신의 한수였다. 화약문물을 도입해서 대포를 제조하고, 그것을 공성탑에 접목시킨 다연발 이동 포대들은 그때까지도 창과 활, 칼로 싸우는 원시적인 전쟁을 하는 엘프들을 철저하게 유린하고 파멸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물론 단순히 인원의 질적인 면에서도 인간&아이돌 측이 우세했다. '아이돌' 들이 지닌 각자의 고유한 능력들과 기본적으로 인간의 수 배를 넘는 신체는 기껏해야 식물과 이야기 할 줄 아는것이 전부인 평화주의적인 천성을 가진 엘프들이 감당해낼 수 있을만한 존재들이 아녔다. 선봉에 선 ' 애플파이 군단 ' 의 군단장 토토키 아이리는 거검으로 수 미터 높이의 성벽들을 두부처럼 도려내어 방어의 근본부터 무력화하며 뒤이어 복수에 굶주린 인간과 아이돌들은 미시로 영주의 이름아래 정의구현이라는 명목의 대학살을 벌임으로서 후환을 없애는걸 공고히 했다.

 

공화국의 수도가 함락되던 날, 수도에서 빠져나온 엘프들은, 오직 산산이 부서진 파편들과 숯이 되어 생명이라곤 찾을 수 없는 잔해 뿐 이였다.

 

그리고 약 10년 정도의 세월이 흐른 시점에서도, 영주민들은 후환을 없애기 위해 잔존해 흩어진 엘프들을 완전히 멸종시키기 위해 혈안이 되있다.

 

" 란코 ? "

" 아, 아이리 언니. "

 

은회색의 머릿결을 휘날리며 붉은 두 눈동자가 자기에게 말을 걸어온 얼굴을 바라본다.

언제나의 나긋하며 다정한 미소의 그녀, 토토키 아이리였다.

 

" 작전중에 한눈팔면 위험하다니까안 ? "

" 아... 죄송해요.. "

" 탐색조가 은신처를 찾아낸 것 같아. 자, 가자 ? "

" ㄴ, 네 ! "

 

어색한 란코의 총총걸음이 부드러우면서도 당당한 아이리의 그리브 고유의 철그럭 소리를 따라간다. 공화국을 함락하고 인간과 아이돌들에게 자유를 안겨준 전쟁영웅 토토키 아이리, 그녀로부터 줏어져 함께 동고동락해온지도 어느덧 10년의 세월이 흘렀는데도 란코의 입장에서는 그녀에게 다가가기에 부담을 떨쳐내지 못하고있었다.

그러한 부담들을 줄이는데에 부담이 덜게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아이리의 휘하 병사로서 자원하긴 했지만, 진전이 되고있는건지 갈피를 잡을 수 없고, 오히려 고된 훈련과 연이은 작전수행의 노역으로 몸만 지쳐갈 따름이다.

 

" 저, 언니... "

" 작전중에는 대장님~ 이잖니? "

" 앗, 대, 대장님...이었다... 우우.. "

" 떽 ! 그렇게 머엉~ 하니 있으면 아 - 주 위험하니까 조심하렴? "

" 네에.... "

 

숲의 어스름이 등을 뒤덮는 시간, 석양이 내려가며 숲으로 들어오는 빛도 줄어들어 한치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빽빡한 수해 속으로 들어간 아이리와 란코의 발걸음이 어느정도 나아갈 무렵에 숲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이코는 주변만 살피고 정작 앞을 보지않고 걸어가던 어리둥정한 소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아이리는 이윽고 일어서서 등처멘 거검을 가볍게 한번 휘둘렀다.

그녀의 허리 위로 뻗어나 자라있던 나무와 풀숲이 모두 평등한 높이까지 통째로 잘려 나가떨어진다.

 

" 으악...! "

 

그 와중엔 비명소리도 있었다. 그 기회는 결코 놓치는 일 없이, 아이리의 그리브가 땅을 튕기며 뛰어올라 목소리의 근원지를 내리찍었다. 비명소리는 나오다가 뚝 끊기고 다시 숲은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만이 남고서야 숨죽이고 있던 란코가 몸을 일으킨다. 풀숲 사이로 연홍빛의 핏방울들이 튀어 바닥에 흩어진 나뭇잎들에 얼룩무늬를 입히고 있었다.

 

" 주변에 다른 엘프도 있을 거 같은데... 어디려나 ? "

" 언ㄴ...아니, 대장...님. "

" 으응 ? 아참, 나도.... 에잇 ! "

 

아이리의 그리브가 중량감을 자랑하듯이 다시 한번 들렸다가 힘껏 내리꽃히며 풀숲 아래를 뒤흔든다. ' 뿌직 ' 하는... 뼈와 살이 우그러지는 상상만 해도 기분나쁠 소리와 함께 풀 사이로 삐져나와있던 손바닥이 순간 경련했다가 가라앉는다. 란코는 얼굴이 블루베리마냥 파랗게 질려버린 얼굴로 아이리의 그리브가 발걸음을 옮길 때 붙어나오는 뼈의 파편으로 추정되는것들을 바라본다.

란코가 얼굴이 질려있는 이유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 왜그러니이 ? "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짓고 일관하는 아이리의 모습에도 소녀는 위화감을 느끼고있었다. 언제나 자기에게 잘해주고 상냥한 언니의 모습이, 아무렇지 않게 머리를 밟아으께는 전사로서의 아이리 사이의 괴리감이 란코의 머릿속을 혼란케 했다.

이런 란코의 생각 역시 하루이틀이 아니었다. 일상 속에서 짓는 미소를, 적을 쳐죽이면서도 한결같이 유지하고있다는 것 자체가 란코로서는 받아드리기 힘들었다.

 

" 엘프가 살아있지 않을까 걱정했었구나? 역시 란코는 꼼꼼해. "

" 아, 그, 저기... "

" 아, 저기에서도 걸음소리가. 란코짱 여기서 기다려어. "

 

끄트머리를 잡고 늘어지는 느긋하고 부드러운 말투도 전투가 있건말건 한결같다는 사실에 란코는 다시금 소름이 끼쳐 양 팔을 붙들고 조용히 떨었다. 그리브의 철그럭 소리가 멀어짐에 따라 애써 태연한 척 하던 란코의 얼굴도 찡그려지면서 저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주저앉고만다. 풀숲 사이로 삐져나온 손바닥 아래로 연홍빛의 액체줄기가 흘러퍼진다.

무언가가 죽는다는게 무섭다. 싸움이 무섭다. 적이 있다는게 무섭다. 하지만, 그 최전선에는 자기를 거둬주고 보살펴준 동경하는 이가 앞서 걸어나가고있다. 계속해서 멀어지고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란코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가 도로 떴다. 마음을 다잡은건지 바닥을 손바닥으로 힘껏 밀며 반동으로 단숨에 일어선다.

 

그와 거의 동시에, 저 너머 나무사이에서 뭔가 날아와 란코의 앞으로 떨어진다.

 

" 파, 팔....!? 우, 우우.... "

 

그녀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의식을 어둠으로 꺼뜨렸다.

 

 

 

 

 

소녀, 란코가 다시 눈을 떳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등불, 그리고 아이리의 미소였다.

 

" 깨어났니 ? 정마알, 걱정 끼치면 안돼애. "

" ....핫 ?! "

" 어머나... 왜그러니 란코 ? 엘프의 일이라면 걱정하지 안하도 돼. 이 언니가 전부 해치웠으니까 ~ "

" ...우으, 죄송해요.. "

" 아니야아. 세상에는 싸움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있으니까아. 자, 스튜 다됬어~ "

 

큼지막한 고기 뭉텅이들과 잘게 썰려 먹기 좋게 익은 야채들이 어우러진 담백한 냄새가 소녀의 배고픈 위장상태와 맞물려 최고의 유혹성능을 발휘한다. 부드러운 손으로 작은 목재그릇에 떠다 건네주는 아이리의 모습에 란코는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 여성이 있는곳은 근방의 잔존한 종족을 박멸하기 위해 사전에 설치했던 캠프의 천막 안이다. 공간이 꽤나 넓어 십여명은 잘 수 있을정도의 공간인데, 텅텅 비어있어 공간의 낭비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 다른 사람들은요 ? "

" 아아~ 모두, 피곤하다고 먼저 돌아가버렸어.. 란코는 내가 같이 가줘야하니까 남았구~ "

" 죄송해요 언니... 언제나, 민폐만... "

" 아니야~ 란코가 옆에 있어주는 것 만으로 언니는 기운이 난다구우 ? 스튜 식기전에 한입 꼬옥. "

 

' 맛있어요... ! ' 아이리가 떠먹여준 한숟의 스튜를 맛보고 터져나오는 감탄과 함께 란코의 머릿속에서 쓰러지기 전까지의 근심과 우려가 씻은듯이 날아간다. 역시 그녀가 따라오고 동경해온 언니가 그렇게 비틀린 사람일리가 없다고 스스로에게 확신을 내려준다. 자기가 알고있는 사람과 아이돌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 그녀의 동경일 뿐 아니라 모두가 동경하는 영웅의 실제는 잘못되어있다고 자신이 '착각' 했다고 여긴다.

 

란코와 아이리의 훈훈한 분위기가 흘러가고, 숲의 나무들이 연홍빛의 꽃잎들과 함께 흐트려질 무렵이었다.

 

 

 

 

일주일 뒤.

 

미시로 영주의 수도 궁성.

 

과거 공화국의 호화찬란했던 문화유산을 먼지 한톨 없이 무너뜨리고 그 패국의 터전 위에 새로이 세운 인간과 아이돌이 쟁취한 승리의 상징.  영주는 인간과 아이돌의 승리에 막대한 지원과 헌신을 아끼지 않았다 하여 국민들로부터 ' 왕국 ' 을 세우고 미시로 영주에게 '왕' 이 되어달라고 입을 모아 청원하였다. 사실 그가 딛고 선 그 궁전의 건축목적 중 인간과 아이돌이 미시로 영주의 업적을 찬송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도 있었다.

 

그러나 미시로 영주는 '왕'이 되는것은 더욱 두고 봐야한다고 했다. 이어서 '인류의 재앙의 씨앗' 이 될 수 있는 각지에 흩어진 잔존종족들을 모조리 뿌리뽑은 후에 이러한 정치적인 문제를 해결해도 늦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영주의 말은 여태까지 틀린적이 없었다. 그가 수많은 이들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제국의 군수산업체와 거래를 튼 것이 결국엔 공화국을 압도하는데에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서 작용했다는걸 영주의 영향을 받은 모든 이들이  알고있다. 인류와 아이돌의 자유를 위해 싸운 위대한 지도자이자 투사로서 그가 결코 헛된 말을 입에 담지 않을거라고 모두가 신뢰한다.

 

모두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 미시로 영주는 궁 안에서도 항상 화려하게 치장된 금빛 악세사리와 오색빛깔 보석들을 두르고 다녔다.

무엇보다도 민중들이 그가 그렇게 하고 다니길 바랬다. 당연하다. 그는 자유와 평화를 이끈 영도자로서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고 모두들 여겼기 때문이다.

 

 

" 성과를 보고해라. "

 

궁성의 복도를 걸어가던 중, 돌연 그가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복도의 안쪽 기둥의 뒤편에서 늙은 노인이 모습을 드러낸다.

 

" 네. 영주님. 연구는 순조롭게 진척되고 있습니다. "

 

아까까지와는 사뭇 다른, 뭔가 싸늘한 분위기를 낮게 깔며 미시로 영주는 노인을 뒤돌아본다.

 

" 지하에 있는것에 대한 이야기는 철저하게 함구하라는 지시. 잊지 않았겟지 ? "

" 물론입니다. 더불어서 놀라운 사실은 우리의 것보다 수 세기.. 아니, 수십세기 이상 앞서는 ... "

" 그만. 너무 많은것을 말하면 독이된다. 함구해라. "

" 죄송합니다. 탐구하는 몸으로서 기쁘기 그지없는 발견인지라... "

 

말을 멈추고 노인은 다시 기둥 뒤로 모습을 감춘다.

 

" ....제국과의 거래기간도 때마침 만료 될 참이군. 센카와. "

 

이번에는 노인이 아닌 젊은 여성이, 기둥 뒤에서부터가 아닌 천장으로부터 액체처럼 흘러나와 바닥에 소리없이 착지한다. 

녹색의 이국적인 복장을 입은 여성은 일관된 포커페이스의 미소로 영주를 올려다보며 속삭이듯 입을 연다.

 

 

" 부르셧습니까 영주님. "

 

" 다크 일루미네이트 프로젝트를 실행해라. "

 

" 드디어... 알겠습니다. 영주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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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흐름에 따라 쓴  그 두번쨉니다.

 

월요일부터 일주일가량 일본으로 놀러가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거나 글올리는건 힘들겟네용.

대신 후기를 만화같은걸로 그려볼까 하기도 합니다.

 

신데렐라 판타지 프로젝트에 관심가져주는 모든 여러분들 항상 감사합니다.

 

신데렐라 판타지는 여러분의 참여를 적극 환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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