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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판타지] sidestory - 파리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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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19, 2016 08:59에 작성됨.

홀로 잠든 날이었다. 살아있는 것은 없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늪을 두려워하고, 절대로 영지로 돌아가는 일이 없다. 꿈 속에서 다시 만난 늪엔 철 늦은 벛꽃과 약간 이른 월계화가 을씨년스럽게 얽혀 있었다. 귀여운 장식이 가득했던 방 속에서 황홀한 꽃보라를 홀로 바라보고 있자니, 갑자기 시체가 일어나 늪 속을 가리켰다. 질퍽거리는 늪의 한가운데를 향해 걸어갔다. 저택을 뒤덮은 독늪의 바닥에 스스로를 빠트려 죽이는 걸로, 사쿠라이 모모카의 꿈은 끝난다.

 

--

 

"아가씨, 두캇 공화국에서 추가 주문이 들어왔습니다."

 

화훼라는 것은 돈이 된다. 꽃이라는 것은 예로부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고, 그렇기에 마음을 빼앗고 지갑도 앗아가는 것이다. 여물지 않을 풀쪼가리들에 대체 얼마나 많은 돈을 쏟아붓는 건지, 사쿠라이 모모카는 종종 자신의 고객들이 그렇게 열광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생각하곤 했다. '어쩌면 자신들에게 없는 것을 바라는 걸 지도 모르지' 언제나처럼 그런 식으로 사유를 적당히 마무리지은 그녀가 부하 '직원'에게 말했다.

 

"아가씨가 아니라 사장님이에요. 아무튼, 언제까지 얼마나 가져다 달라고 하죠?"

 

미시로 왕국, 수도의 한 사무실에서 자신에 대한 칭호를 정정하라는 아가씨의 말이 낭랑하게 들려왔다.

 

"2개월 후 까지 월계화 243만 송이, 울금향 170만 송이, 양귀비 321만 뿌리, 벛나무 묘목 2만 뿌리 그리고......."

 

"그걸 전부? 그것도 2개월 내로? 많기도 하네요. 제 장원을 젗과 꿀이 흐르는 샤론으로 착각하고 있기라도 한 건지."

 

"젗과 꿀보다 더 좋은 돈과 활기가 흐르고 있죠."

 

사쿠라이 모모카가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쳤다. 젖과 꿀 대신 늪이 흐르던 곳에, 돈들이 떠다니게 된 것이다. 독늪 속에서 썩어들어가는 저택을 빼곤, 모든 상처에서 새 살이 돋아난다는 보고에 모모카는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영지민.... 크흠, 새로 채용한 직원들도 일에 적응하기 시작했으니 물량을 맞추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운송 기간을 생각하면 상당히 아슬아슬하네요. 부양정에 냉장창고를 추가로 달긴 했지만......"

 

여물지 않을 풀쪼가리들이 저 멀리 외국까지 봄을 팔러 나가게 된 배경엔 물류의 발달이 있었다. 먹을 것은 물론이요, 먹다 남은 빵부터 적당히 꺾어버린 꽃까지 썩거나 시드는 일 없이 오랬동안 보관할 수 있는 냉장창고의 개발은, 부양정에 의해 급격히 찌그러든 세계와 그 식탁을 다시 한 번 압축시켜버렸다. 사쿠라이 가의 장원이 자랑하는 꽃들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한 때 사쿠라이 가를 멸족 직전까지 몰고갔던 자들이 가져다 준 혜택을 듬뿍 받고 있었다.

 

"게다가, 아직 제국과 가니슈카로 갈 물건들이 출하되지도 않았고요. 이대로라면 저쪽이 요구한 납품 기일까지 맞추는 건 무리네요. 두캇 공화국 쪽에 납기일을 늦춰줄 수 없겠냐고 말해봐요."

 

"그게, 이미 한 번 말해보았습니다만..... 모야시마츠리가 예년보다 일찍 개최되서 자기들도 늦출 수 있는 데 까지 늦춘 거라고....."

 

그제야 사쿠라이 모모카는 두캇 공화국의 명물 중 하나인 모야시마츠리 축제가 평년보다 조금 일찍 개최된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지금까진 거래도 없던 곳의 축제니 생각도 안 하고 있던 것이다. 앞으론 1년 내내 침수피해를 입는 도시의 일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에 모모카의 얼굴에 두려움이 섞인 그늘이 끼었다.

 

"......일단 기한은 계속 협상하도록 하세요. 전 그 동안 방법을 찾아보고 있을 테니."

 

모모카는 냉랭한 목소리로 말하곤 사무실을 나섰다. 작은 꼬마아이가 사무실 문을 열었다. 왕실이 보낸 전령이 온 건 그 때였다.

 

---

 

"어머, 사쿠라이 경. 평안하셨는지요?"

 

깊은 곳의 교회의 교도사인가, 혹은 인간의 옷을 입은 암퇘지인가. 사쿠라이 모모카는 금세 답을 찾아내었다. 귀족이었다. 왕궁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족속 중 하나다.

 

"평안하세요. 요즘은 다망한 나날을 보내고 있사와요."

 

"어머, 제 딸보다 어린 몸으로 이리도 열심히......"

 

"딸이 있나요?"

 

"예! 아아, 우리 불쌍한 딸.... 요즘은 식사도 안 하고....."

 

뚱뚱한 귀부인이 요란스럽게 말했다. 사쿠라이 가의 당주의 어른스러움에 꿀 바른 혀를 굴려가며 쉴 틈 없이 찬미해가며 어떻게든 꼬마의 환심을 사려 하는 모습에선 한심함을 넘어 필사적인 애처로움마저 존재하고 있었다. 전쟁이 끝나고, 파멸과 고통을 직면하게 된 귀족들은 대체로 이런 모습이었다. 한 때 대귀족이었던 사쿠라이 가의 역사를 칭송하고, 무지몽매한 것들이 분수를 모르고 날뛰는 시대 속에서 어린 몸으로 고귀한 혈통과 책임을 이은 모모카는 몰락해가는 자들의 마지막 자존심이자 동앗줄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감히 올려다보지도 못 했을 천한 것들이 왕실을 흔들며 폐하의 눈을 가리고 있" "실례하겠습니다. 왕실의 호출이 있어서....." "어머! 제가 이런 무례를 저지를 줄이야....... 귀중한 시간을 잡아먹어서 죄송하옵니다. 부디 폐하에게 우리 고귀한 자들이야말로 눈 먼 어린 양들을 이끌기에 적합한......"

 

곳곳에 올이 터져나가고 때가 낀 드레스를 입은 귀부인은 모모카의 시간까지 잡아먹어 자기 살로 만들어버릴 기세로 아부하고 또 아부했다. 전쟁 중에 사쿠라이 가의 유산을 전부 잡아먹으려 들던 구더기께선 이젠 시간까지 노리고 있던 것이다. 모모카는 끓어오르는 역겨움과 증오를 눌러 깊은 독늪 속에 던져버렸다. 심장에 독이 차올랐다. 너무 날뛰지 말라는 왕실의 제지만 아니었다면 진작에 장원의 비료로 써버리고도 남았다. 그녀가 지금까지 제거해 온 적들이 맞이한 최후 대부분이 그랬듯이, 그녀의 세계가 그렇게 되어버렸듯이.

이가라시 쿄코가 그렇게 되었던 것 처럼.

 

"......딸이라고 했었지."

 

그녀와 비슷한 나이대의 딸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식사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거겠지. 이름도 모를 그녀는 천천히 죽어가고 있겠지. 모모카는 가까운 시일 내로 '자비'를 베풀어주기로 결심하고 왕궁의 알현실을 향해 걸어갔다.

잠시 후, 모모카의 노성이 알현실을 울렸다.

 

 

---

 

 

"아가씨, 간식을 가져왔습니다."

 

이가라시 쿄코가 달콤한 과자와 장미 홍차를 가져왔다. 아아, 이건 꿈이구나. 모모카는 자신이 꿈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고 해서 무언갈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마치 가위에 눌린 것 처럼, 장미덩쿨이 그녀를 의자에 옭아매고 있었다. 알몸이었다. 덩쿨이 그녀의 다리를 억지로 벌려 여물지 않은 치부를 강제로 드러내버렸다. 손으로 가리려 해도, 가슴을 강조하듯 묶고 남은 덩쿨이 손까지 묶어버려 가릴 수가 없었다. 다리 사이를 파고든 장미꽃 봉오리가 그녀에게 허락된 최소한의 가리개였다. 꿈 속에서 이런 식으로 가시덩쿨에 묶여 있을 땐 그 날의 강간범들이 찾아오기 마련인데 오늘은 왠일인지 이가라시 쿄코가 있었다.

 

"어머, 고마워라."

 

간신히 움직일 수 있게 된 손을 들어 차를 마시고 과자를 입에 넣었다. 움직일 때 마다 몸을 파고드는 가시가 꿈 속에서도 확실한 통증과 출혈을 가져다주고 있었다. 스스로 깨기 전까지는 이 꿈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모모카는, 오랬만에 본 소중한 가신의 얼굴이나 느긋하게 감상하기로 정했다. 고통과 출혈을 가벼운 디저트 삼아.

 

"몸을 닦아드릴까요?"

 

"가능하면 옷을 입혀줬으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그건 무리인 것 같네요. 이 덩쿨이라도 나눠드릴까요?"

 

"전 아가씨를 돌보는 게 삶의 보람입니다."

 

"흥, 나만 남기고 죽어버린 주제에."

 

이가라시 쿄코는 대답하지 않았다. 원래는 메이드복을 입고 있어야 할 알몸의 쿄코와, 변태적인 자세로 덩쿨에 묶여버린 모모카가 귀엽게 생긴 방 속에서 다과를 나누었다. 창가에서 들어오는 노을빛이 사쿠라이 대저택의 아름다운 장미정원과 벛꽃정원을 황금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기억 속에만 남아있는 행복하고도 고귀한 정원이 멸망 직전의 가장 고귀한 모습을 뽐내고 있었다.

 

"이번 기회에 저택에 방문하시는 게 어떤가요?"

 

"거긴 이제 독 늪 말곤 아무것도 없어요."

 

"제 시체는 아직 거기 있으니까요. 아무리 죽은 몸이라곤 해도, 저택이 더러워지는 걸 눈 앞에서 지켜보는 건 생각보다 괴로운 일이에요. 움직일 수 있었다면 좋겠지만 시체가 움직일 순 없는 노릇이니....."

 

"볼 눈도 없으면서 뭘 본다는 건가요. 죽었으면 영면하세요."

 

"아가씨가 절 잊지 못하고 있을 뿐이에요. 제 몸은 벌써......."

 

"잊으라고 하는 게 무리에요. 당신 다릿살이 뭉텅이로 날아간 걸 봤을 때 제 심정을 알고나 있어요?"

 

"으~음, 살아있을 때 말씀드렸지만, 전 아가씨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바칠 수 있다고요. 그러니까 아가씨가 제 시체에서 심장을 뽑아내서 사방을 시뻘건 색으로 물들이고 나름 자신있던 눈동자가 뽑혔지만 아가씨가 그랬던 거라면 오히려 살아있을 때 그 감촉을....."

 

"당신 언제부터 그렇게 변태였던 거에요?! 제가 기억하는 이가라시 쿄코는, 잔소리가 많지만 바지런하고 사려깊고 친절한, 제 어머니가 되 줄 여성 같아서, 마치 제 어머니와도 같은----"

 

"음, 어차피 전 아가씨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허상이니까요. 사실 이것도 자문자답 비슷한 거고. 제가 좀 더 변태적으로 변한 시점이라면.... 저 갯민숭달팽이가 나타난 이후에요. 그 날을 경계로 여긴 독늪이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정원이 썩어들어간다. 그녀가 알던 모든 세계가 독에 잠겨간다. 쓰잘데기없이 높이 솟은 저택의 꼭대기에 유폐되었던 아이는, 발 아래의 모든 것이 썩어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쿄코는 절대로 방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저 멀리, 수 많은 색을 자랑하며 위험한 원색의 촉수를 뻗어 온 갯민숭달팽이가 땅을 녹여 독늪을 만들고, 사람들을 그 속에 박아넣었다. 썩고 뜯겨나가고 불타고 썩어가는 모든 비명들이 탑에 박힌 아가씨를 찾으며 애타게 손을 뻗었다. 꿈이 끝날 때가 되었다. 쿄코가 문을 열어주었다. 모모카는 문 바깥에 넘실거리는 독늪을 향해 걸어들어갔다. 움직일 때 마다 가시가 몸을 찢어놓았고, 피를 머금은 장미 봉우리가 피기 시작하였다. 독늪 속에서 남자들이 손을 뻗어 쿄코를 낚아채 끌어들였다.

 

-----

 

"쿄코!!!!"

 

부양정의 행렬 가운데 즈음에서 가시덩쿨이 솟아올랐다. 덩쿨 끝의 붉은 장미 봉오리가 부양정의 지붕을 비명과 함께 창처럼 뚫고 올라갔다. 하늘에 닿기 전에, 그 덩쿨은 기세를 잃고 허공 어딘가에서 흩어져 사라졌다. 부양정의 천장에 난 구멍 사이로 비치는 밤하늘만이,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주는 유일한 증거였다.

 

"뭐야? 도적...... 은 아닌 것 같은데."

 

이 행렬을 습격하려 드는 정신나간 도적이 있을까. 한 때 나라를 지켜냈던 의적단 애스터리스크 정도가 아닌 이상, 미시로 왕실이 제국으로 파견하는 사절단을 공격하는 미친 도적이 있을 리가 없다. 고관대작들의 무리가 도적에게 습격당한다는 건, 도적을 가장한 무언가에게 당한 것이거나 혹은 진짜배기 정신병자와 만났다는 뜻이다. 전자는 척살 및 조사고 후자는 복지정책의 대상이다. 그리고 이 경우, 둘 다 아니었다.

 

"사쿠라이 님 쪽이다! 움직여!"

 

"......아아, 모모카 아가씬가. 밤중에 뭐하는 짓이야, 망할."

 

앱솔루트 나인의 유명한 세금 도둑 '괴력난신'의 무카이 타쿠미가 볼맨소리를 내었다. 적습이 없을 거라고 머리로 이해하고 있어도, 몸은 약간의 위험에도 솔직하게 반응하였다. 무심코 꽉 안아버린 다키마쿠라가 터져나간 걸 보아하니, 오늘 밤 잠은 다 잔듯 싶었다. 이래 봐도 무카이 타쿠미는 안고 잘 만한 게 없으면 잠을 못 자는 귀여운 일면의 소유자였다.

 

"무리도 아니죠. 저 아이는......"

 

"유미."

 

강렬한 라일락 향기가 타쿠미의 코 끝을 찔렀다. 언제 맡아도 심신이 편해지는 향이다. 아이바 유미가 '라일락 타임'의 향기를 모모카가 있는 곳으로 날려보냈다. 하얀 꽃들이 잔잔한 돌풍이 되어 그녀의 침소를 방문했다.

 

"아베 그 아줌마는 왜 모모카를 데려가라고 한 거야? 아무리 그래도 노망은 좀 이른 나이 아니야?"

 

"말조심해요. 불경죄에요."

 

"왜, 잡아가려고?"

 

"무카이 타쿠미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말이에요."

 

풀썩, 하는 소리가 났다. 그녀 주변에 숨어있던 몇 명의 사람들이 쓰러졌다. 여왕에 대한 불경죄를 공론화시키려던 사람들은, 아이바 유미에게 제지당해 그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되었다. 그들은 오늘 밤 그냥 자고 있던 것이 되겠지. 무카이 타쿠미의 분노를 마주하지 않도록 배려심을 발휘해 준 아이바 유미에게 감사해야 할 지도 모른다.

 

"사람도 좋네. 저런 것들, 그냥 한 번에 날려버리면 되잖아."

 

"공식 사절단이니까요. 피를 보는 일이 일어나면 안 되죠."

 

전쟁 후, 처음으로 제국에 보내는 공식 사절단이다. 양국간의 전후정리 자체는 공식적으론 끝났지만, 그것 말고도 이야기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그걸 알면서도 아베 아줌마는 모모카를 여기에 넣은 거지?"

 

"그녀는, 입장상 빠져선 안 되는 존재니까요."

 

그렇기에 나나 드 우사밍 17세는 사쿠라이 가의 당주이자 전 대귀족인 모모카를 이 사절단에 넣어버린 것이다. 그것이, 그녀에게 얼마나 잔혹한 일인지 알면서도.

 

"끝나고 나면 그 아줌마 면상에 죽빵 날리러 간다."

 

"......저지르기 전에 후타바 안즈를 사탕으로 매수하는 쪽을 추천해요. 한 발 쯤이라면 눈감아 줄 거에요."

 

이번 사절단은 항구와 교통로에 관한 협의 때문에 편성된 것이다. 사쿠라이 가의 당주이자 현재 미시로 왕국의 거물 사업가인 사쿠라이 모모카가 빠져선 안 되는 자리다. 전쟁의 상처를 씻고, 다시 한 번 일어서기 위해선 왕궁의 힘 뿐만이 아니라 전대의 대귀족이자 현 거물 사업가의 힘도 빌려야 하는 것이다.

 

"아이바님! 제발 사쿠라이 당주님을 살려주십시오!"

 

"아아, 우리 문벌대귀족의 마지막 희망이......"

 

그리고, 권력을 잃고 떨어지려 하는 문벌대귀족들에게 헛된 기대를 주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전 귀족 여러분들이 난리구만. 모모카 아가씨의 옥체에 무슨 일이 생길까봐 걱정인 건가?"

 

"과거의 권력층이 살아남기 위해선, 자기들이 그렇게 물어뜯었던 아이의 힘이라도 빌려야 하는 법이죠. 아마 지금쯤 과거 같은 건 잊어버리라고 말하고 있지 않을까요? 대귀족의 과거의 영광이니 뭐니 하면서."

 

"뭐야, 평소답지 않게 날카로운데? 역시 모모카를 걱정하는 거야?"

 

"아이바님! 제발! 빨리!!"

 

아이바 유미는 입을 다물었다. 더 이상 이야기할 필요도, 그럴 생각도 없었다. 전쟁의 상처는, 딱지가 앉아버린 흉터가 되어 죽어서도 지워지지 않을 흔적을 이 세상에 남겨버렸다. 흉터에서 고름이 흘러나올 때 마다 닦아주는 것 만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일 지도 모른다는 스승님과 동기의 조언은, 전쟁이 끝난 후에 점점 사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먼저 자 둬요. 전 모모카랑 같이 잘께요."

 

"괜찮겠어? 뭣하면 저 쓰레기들을 치워줄 수도 있는데. 어차피 잠도 안 올 것 같고."

 

전쟁과, 그 후의 변혁으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자들이 애타게 아이바 유미를 부르고 있었다. 그 전까지 빼앗기고 있던 자들이 소란 속에서 뒤늦게 눈을 떠, 그들의 추태를 바라보며 싸늘하게 비웃었다. 한 쪽에선 모든 것을 빼앗길 지도 모른다는 절망과 불안감이, 다른 한 쪽에선 추악한 부패의 종말을 보는 것만 같은 정의감과 고양감이 피어올랐다.

 

"러브라이카 반절이 배신했잖아. 나도 그놈들이랑 싸우긴 했지만 솔직히 이해는 간단 말이야....... 미나미 경만 불쌍하게 됐어."

 

"제국 놈들 막았으니 이제 저 놈들 목을 따야지......" "조용히 하도록. 들리고 있다..... 그런 이야기는 우리끼리만 있을 때 하자고."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왕국만의 역량으론 상처를 치유할 수 없다. 아이바 유미는 가끔, 자신이 하는 일은 치료가 아니라 죽어가는 환자의 병수발이라는 생각을 한다. 지금 같은 때, 그 생각은 더욱 강해진다.

 

"뭐야, 우울한 거야? 서로 싸워서?"

 

그리고, 하늘에서 갑작스레 말소리가 들린다.

 

".....당신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달도, 별도, 구름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새의 날개깃처럼 펄럭이는 어둠만이 깔려 있었다. 하늘을 올려다본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조아리고 바닥에 엎드렸다. 유미와 타쿠미, 그리고 모모카만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검은 날개가 바닥으로 다가와, 접히고, 타고 남은 재 같은 색깔의 소녀의 안에 들어갔다.

 

"약속시간보다 빠르네요. 한 밤중에 사절단의 처소에 무단으로 들어오다니, 마치 야음을 틈탄 도적 같군요."

 

"으~음. 원래는 내일 만날 예정이었는데 멀리서 싸움의 소리가 들리길래 와 봤지."

 

"당신이 우릴 맞이하러 오는 역할을 자청할 줄이야.... 역시 타쿠미가 목적입니까?"

 

"응♥ 코토리는 강한 사람을 좋아하니까~♥"

 

"헹, 뒤져버려."

 

모든 것을 검게 태워버리는, 죽음을 고하는 새.

미나미 코토리.

 

 

---

 

 

"제국까지 얼마 안 남았네요. 옛날 이야기를 해 드릴까요?"

 

또 가위눌림인가, 이틀 연속은 드문 일이다. 그것도 백주대낮에. 어쩌면 하루에 두 번일 수도 있다.

 

"해줘. 내가 다시 잠들거나 깨기 전 까지."

 

"모모카 아가씨는 욕심이 많으시네요. 후훗."

 

이가라시 쿄코가 부양정 속에 나타났다. 몸이 또 다시 옴싹달싹하지 않는다. 어느 새 그녀의 옷은 갈가리 찢겨 있었고, 그 대신 어제와 같은 장미덩쿨이 몸을 감고 있었다. 쿄코는 여전히 알몸이었지만, 허벅지와 종아리, 팔 등의 살점이 뭉터기로 패여 뼈가 드러나 있었다. 모모카가 그녀의 유방을 보고 입을 다셨다.

 

"음..... 그럼 오토노키자카 제국의 옛날이야기를 해 드릴께요. 제국이 존재하기 이전의 이야기에요."

 

"그러고보니 쿄코는 제국 출신이었죠. 왜 이곳으로 온 건가요?"

 

"세계가 파멸로 향하고 있었을 적의 이야기에요."

 

신께선, 인간을 구원해주고 싶어했다.

그래서,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 때마다, 인간들 사이에서 방해자가 나타났다.

신께서 쌓으시려 하는 질서를, 부숴버리는 자.

신께서는 곤란해하셨다.

인간은 구원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인가, 라고

 

여러분들은, 이 황폐한 땅에 잠든 수 많은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스스로를 멸망시킬 것을 알면서도, 싸우는 것을 그만두지 않습니다.

하찮고, 어리석은 존재.

 

신은 틀렸어. 세상을 멸망시키는 것은, 인간 그 자신이다.

인정할 수 없어. 난 인정할 수 없어.

내 생을, 모든 세계를 파괴한 그 더러운 세상이 잊혀지지 않아.

 

 

----

 

 

"우움..... 사실 코토리는 이번 전쟁엔 반대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딱히 얻을 것도 없겠다 싶어서~ '그딴 거'얻자고 쓸데없이 전력을 낭비시키는 것도 말이지....."

 

미나미 코토리는 미시로 왕성 지하에 무엇이 잠들어있는지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녀는 더더욱 그것을 '그딴 거' 취급했다. 알지 못하는 자들은, 그녀가 전쟁에 반대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왕국을 깔끔하게 태워놓고선 하는 말이 그거냐?"

 

"으~음...... 코토리쨩, 이번엔 나름 자중하고 있었다고. 봐봐, 지금도 자중하고 있잖아."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는 게 자중하는 거라고?"

 

그럼 그 코사카 호노카는 평소에 대체 무슨 일을 당하는 거지. 귀족들의 가쉽거리로 쓰기엔 너무 격렬한 일을 당하는 건가.

 

"그런 거 아니야~ 이번엔 좀 덜 죽였다는 거야~"

 

"흥, 미친 년."

 

미나미 코토리가 웃었다. 노을을 계단 삼아 사쿠라이 모모카가 부양정에서 내려오자 코토리는 무카이 타쿠미의 가슴에서 떨어졌다.

 

"어머, 계속 해도 괜찮았는데."

 

"야!"

 

전쟁이란, 자녀의 교육과 올바른 인격의 성장엔 별로 좋지 않은 환경이다. 고난이 사람을 성장시킨다는 말은, 대부분의 경우 고귀해 보이는 거짓말에 불과하다.

 

"몸은 좀 어때?"

 

"유미 씨가 봐 준 덕분에 괜찮아요. 두 분도 건강해 보여서 다행입니다. 그리고, 인사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사쿠라이 모모카입니다."

 

모모카가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괴력난신과 검은 새가 붙어있는 상황을 지켜보던 관객들의 얼굴에 약간의 생기가 돌아왔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어린아이란 정의이자 진리고 고귀한 평화의 상징인 것이다.

 

"오토노키자카 제국의 영원한 지배자 '뮤즈'의 일원이시자 모든 것을 검게 태우는 죽음을 고하는 새께서 저희를 맞이하러 올 줄은 몰랐습니다."

 

"제국도 이번 일을 신경쓰고 있으니까. 전후처리라는 건 그만큼 힘든 일이라고~"

 

이번 전쟁은. 그 내막은 물론이고 표면적인 흐름조차 통상적인 전쟁과는 달랐다. 전쟁은 변하지 않는다곤 하지만, 그 과정은 항상 다른 법이다. 시체의 산을 쌓는 결과가 같다고 해서, 과정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닛타 미나미와 아나스타샤를 만나게 한 것도 그 일환인가요?"

 

"뭐 그렇지. 무슨 일을 하는지는 비☆밀 이지만. 참격황제쨩 같은 건 나도 몰라~"

 

".....통상적인 전쟁과는 다르다, 라고 닛타 경이 말했죠."

 

그 검은 새가, 대놓고 사쿠라이 모모카에게 기밀정보를 뿌리고 있으니 말이다.

 

"오오? 그 아이, 벌써 뭔가를 꿰뚤어보는 건가? 음음, 역시 노조미쨩이랑 에리치카가 눈여겨본 아이는 다르네."

 

전쟁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다. 증오와 분노는 아직 곳곳에 남아있었다. 그런데, 왕국도 제국도 마치 전쟁이 오해에서 비롯된 사고였다는 듯 행동하고 있다. 승전국인 제국은 끝나자마자 민간인 학살에 대한 사과와 함께 배상금을 지불했고, 왕국은 인체실험 건을 덮는 것 처럼 전쟁도 덮어버릴 기세로 다시 국교를 맺어버렸다. 손을 잡아야 한다는 두 나라 간의 강박감은, 쓸데없이 큰 사절단과 뮤즈의 일원의 등장으로 너무나 확실하게 나타나버렸다. 마치, 공동의 적이라도 생긴 것 처럼.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네놈들도 아베 아줌마도."

 

"음, 세계평화를 위한 노력? 설마 코토리쨩이 세계평화를 위해 노력하게 될 줄이야~ 크레이들을 떨어트린 게 어제 일 같은데~"

 

시덥잖은 농담 치고는 조금 진지한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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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도착이네요. 그곳에."

 

3일 연속으로 가위눌림인가. 그 날 이후로 신기록을 수립해버렸다. 모모카는 이가라시 쿄코를 이런 식으로나마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기로 했다.

 

"장원으로는 안 돌아가실 건가요? 고용인들을 신경쓰는 게 좋은 고용주 아닐까요?"

 

"이 일이 끝나고요. 지금은 국사가 급합니다."

 

"제 시체는 수습해주지 않으실 건가요? 이젠 뼈 밖에 안 남았을 텐데. 먹고 남은 흔적도 없을 거고, 정액도 안 남아 있을 거고."

 

"나중이에요."

 

"아, 그럼 마츠리히메를 죽일 생각인가요? 그런다고 해서, 절 잊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왕국의 미래에 도움이 될까요?"

 

가위에 눌렸지만, 움직일 수 있었다. 모모카는 장미 덩쿨을 뻗어 이가라시 쿄코를 꿰뚫었다. 그녀의 능력 '라비앙 로즈'는 몸에서 장미덩쿨을 뿜어내 휘두르는 능력이다. 가시엔 여러 가지 독이 있고, 장미꽃 봉우리는 창과 같고 장미의 꽃잎은 칼날과도 같이 날린다. 장미꽃에선 빔도 쏠 수 있다. 여러모로 알기 쉬운 능력이다.

 

"제국에게 빌붙은 배신자 따위를 살려둬야 하는 이유가 뭐죠? 제 모든 걸 앗아간 년을, 당신을 죽여버린 여자를."

 

"그래서 폐하의 뺨싸다구를 몇 번이고 날린 거죠. 도쿠가와 변경백령으로 가라니, 너무하다고 생각했죠."

 

모모카가 말했다.

 

"지금도 생생하게 떠올라요. 아버지가 군대를 이끌고 맞서싸우러 간 지 5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그 갯민숭달팽이가 왔던 걸. 그리고 저택과, 정원과, 그 땅을 녹여버린 걸! 독늪 같은 건 애초부터 없었어요. 그 여자가 만든 거지. 모든 것이 녹았어요. 그 녹아버린 독늪 아래로 저택이 가라앉았고요. 다만, 단지 윗부분만이. 제가 있던 꼭대기만이 그 화를 면했죠."

 

갯민숭달팽이는, 현란하고, 느렸고, 거대했고, 추악했다. 철혈색 몸뚱아리에 어울리지 않는 울긋불긋한 형형색색의 문양이 지렁이처럼 꿈틀대고 있었고고 족완과 촉수로 독을 퍼트리며 기어왔다. 등에 달린 대포 투성이의 철성이 독탄을 쏘아대었다. 마츠리히메가 손 댄 모든 것이 녹아내렸다. 땅까지 끈적하게 녹아내렸고, 결국 저택은 독 늪 속에 가라앉았다. 

 

"그 때 같이 유폐되어 있던 저와 아가씨만이 목숨을 건졌죠. 전 결국 굶어죽어버렸지만. 늪에서 옴싹달싹도 못 하고, 혹시 몰라서 챙겨둔 비상 식량도 다 떨어지고, 아가씨와 저의 세상은 독 속에 잠겨버렸죠."

 

작은 방 속, 사방은 발조차 들이밀 수 없는 독의 늪지대였고 탈출할 수 있는 길은 없었다. 독에 중독된 시체는 어디선가 계속 떠밀려왔고, 썩어가는 악취가 사방에 진동하였다. 독조차 이기는 구더기와 파리 떼 만이 시끄러운 잔치를 벌였다. 종종 모모카와 쿄코를 시체로 착각하곤 다가온 파리들을 죽여버리는 것이 일상이었다. 자고 일어나면 몸 어딘가를 구더기가 기어다녔다. 독을 품어서 먹지도 못할 파리들이, 썩어들어가는 독의 늪을 검게 메웠다. 청결을 유지하고 전염병을 막기 위해 제국이 풀어놓은 파리떼라는 걸 알게된 건 전쟁이 끝난 후였다.

 

"아가씨는 끝까지 저와 함께에요. 그 때 맹세한 것 처럼."

 

옷이 독기에 썩어들어가 넝마가 될 즈음, 식량이 다 떨어졌다. 하늘은 검은 파리구름에 가려 낮과 밤을 알 수 없었고, 중심극한정리에 따라 일정한 파장을 그리는 파리떼의 합창이 쿄코와 모모카 사이의 언어였다. 파리를 제대로 쫓지도 않고, 흐느적거리며 서로를 안고 소리조차 안 나는 배를 감싸쥔 지 상당한 시간이 흐른 어느 날, 파리들이 평소보다 좀 더 시끄러웠다.

 

"그래서, 모모카를 살리고 싶었어요. 제 다리는 맛있었어요?"

 

"죽여달라 했잖아."

 

독 늪 사이로, 정원에서 살아남아 뒤틀린 식물들이 고개를 들고 올라왔다. 썩어 분해된 시체는 훌륭한 거름이고, 사람은 식량이다. 질퍽, 독 늪을 둥둥 떠다니는 시체. 구더기가 조타수가 되어 시체들을 사방으로 움직이는 동안 몇 세대의 파리들이 그곳에서 번성하고 또 사랑하고 죽었다. 생물이 살아선 안 될 독의 늪도, 태양조차 가려버리는 저주받은 번영도 새로운 생명의 태동을 축복하는 산실이었다. 독들이 서로 비슷한 성분끼리 뭉치고 그 위에 곰팡이가 피어 늪에 천연한 색이 피어났다. 모모카가 자살을 위해 떠다니는 독덩어리를 집어삼킨 날이었다. 쿄코에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차라리 죽여서 먹고 살아달라고 빌다 뺨을 얻어맞은 날이었다.

 

"독, 맛있었어. 죽을 수 있었어."

 

"제 다리는 맛있었죠."

 

쿄코가, 자기 허벅지를 잘라 모모카에게 먹여주었다. 모모카의 몸을 기어다니던 구더기들을 잘린 허벅지에 붙여 출혈과 괴사를 막았다. 눈을 감으려 해도, 감을 힘 조차 없었다.

모모카의 배가 음식을 요구하며 크게 울릴 때 마다, 쿄코는 자신의 몸을 깎아내었다. 결의에 빛나는 눈이 미소지으며, 모모카의 입에 쿄코를 밀어넣었다. 급히 삼키면 체한다고, 턱과 입을 잡고 꼭꼭 씹게 만들었다. 뱃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이제 언어의 수단은 파리의 합창이 아니라 뱃소리였다. 쿄코가 자신의 종아리를 자른 날, 모모카의 눈에 생기가 돌아왔다. 입에 침이 고여버렸다. 항상 그랬듯, 쿄코는 신선한 고기를 게걸스럽게 탐하는 구더기를 털어내고 모모카에게 고기를 주었다. 모모카가 스스로 입을 움직이자, 쿄코가 기쁜 듯 미소지었다.

 

"난 파리였어. 구더기였다고."

 

"모모카, 인간은 불완전변태를 거친단다."

 

다리 곳곳의 뼈가 드러나는 동안, 쿄코는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았다. 구더기가 상처를 막아주는 동안은 신진대사량이 줄어서 버틸 만 했다는 것 같았다.

 

"아니, 변하지 않아. 파리떼보다 못하다고."

 

쿄코의 몸을 기어다니는 구더기들이 필사적으로 그녀의 죽음을 막고 있었다. 인간의 죽음은 새로운 세대를 잉태하였다. 수 많은 사람들의 선망을 산 쿄코의 하반신을 실컷 맛본 것은, 아마 모모카와 그녀의 아버지 뿐일 것이다. 어쩌면 모모카를 유페한 것도, 먼 미래에 맛볼 감주를 숙성시키기 위해서였을지도 모른다. 혹은 누군가에게 맛보여주기 위해서였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그녀에게 웃어주던 시종들과 영지민들에게 맛보여줄 생각은 없던 듯 했다.

 

"기억나? 모모카가 내 젖꼭지에 입을 댔을 때 말이야, 정말 귀여웠다고. 너무 필사적이어서 그만 웃어버렸어."

 

"부드러웠죠. 움직일 힘도 없는 당신을, 배가 너무 고파서 가슴을 물었어요. 왜 미소지었어요. 구더기가 가슴을 뜯어먹고 있었는데. 기름지고, 맛있었어요. 굶어서 그런지 기름기가 상당히 빠졌을 테지만, 그래도."

 

쿄코는 마지막 남은 힘으로, 모모카를 껴안았다. 왼쪽 가슴을 다 파 먹었다. 콰득, 으득, 부드러운 젖가슴을 씹어삼켜 가슴의 안쪽으로. 그 시간은 너무나도 길었고, 또 너무나도 짧았으며, 너무나도 달콤했다. 심장을 파먹는 동안 구더기들이 처리하지 못한 피가 방을 붉게 물들였다. 솟아나온 피 위에 구더기들은 달라붙지 않았다. 쿄코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그 다음에, 배가 왔어요."

 

"배? 아아, 여기서부턴 내가 죽은 다음의 일이구나. 어디 병사였더라?"

 

"몰라요. 뭔갈 볼 힘도 안 남아 있었으니까요. 그 사람들이 온 걸 안 것도, 양 구멍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감촉 때문이었어요. 쿄코 위랑 아래에, 처음 보는 남자들이 앞뒤로, 제 앞뒤에 달라붙어서 허리를 흔들었죠. 더러운 물이 몸 가운데에 차올랐어요. 그리고 정신을 잃고, 정신을 차리자 모두 장미덩쿨에 뒤쪽에서부터 꿰뚤려 죽어있더라고요. 머리가 있는 부분엔 꽃이 피었고. 절경이었어요. 절정이었죠. 기분좋았어요."

 

그녀의 치부를 가리던 장미꽃이 활짝 피었다.

 

"모모카도 알고 있었겠지만, 난 익숙했는데."

 

"전 처음이었어요."

 

"맛있는 사람을 잃는 게?"

 

"당신은 제 어머니가 되어줄 사람이었어요."

 

몸을 움직일 수 있다. 쿄코는 몸 곳곳의 뼈가 드러난 채, 온 몸이 망가진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모모카가 그녀에게서 떨어지자, 모모카를 안고 있던 그녀의 팔이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녀가 방금 죽여버린 적들이 독 늪 속에 가라앉아 새로운 비료가 되었다. 이들은 나중에 사쿠라이 장원의 꽃을 기르기 위한 비료가 된다.

 

"깰 시간인 것 같네요."

 

"가지 마. 날 내버려두지 마. 난 여기 있어. 아직도 모모카가 돌아오는 걸 기다리고 있어. 모모카는, 인간이야. 구더기 같은 게 되면 안 돼. 부탁이야."

 

이가라시 쿄코는, 모모카가 마지막까지 간직하고, 절대로 손대지 않고, 절대로 쳐다보지 않을 마지막 인간성이었다. 그것에 손대는 날, 사쿠라이 모모카는 모든 것을 잃어버린 고아가 된다. 그렇기에 스스로의 마음을, 깊은 독늪의 바닥에 쳐박아버린다. 모모카가 독늪으로 걸어간다. 어린아이의 마음은 인간의 밑바닥에 잠겨, 독을 머금고 품어 단련되어 구원을 잃었다. 처참한 심연의 바닥에서 헤메이면서.

 

"어제 못다한 옛날 이야기. 들려줘요. 제게 먹히면서 했던 이야기를."

 

"세계가 파멸로 향하고 있었을 적의 이야기야.

 

신께선, 인간을 구원해주고 싶어했다.

그래서,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 때마다, 인간들 사이에서 방해자가 나타났다.

신께서 쌓으시려 하는 질서를, 부숴버리는 자.

신께서는 곤란해하셨다.

인간은 구원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인가, 라고

 

여러분들은, 이 황폐한 땅에 잠든 수 많은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스스로를 멸망시킬 것을 알면서도, 싸우는 것을 그만두지 않습니다.

하찮고, 어리석은 존재.

 

신은 틀렸어. 세상을 멸망시키는 것은, 인간 그 자신이다.

인정할 수 없어. 인간의 가능성 따위, 난 인정할 수 없어.

내 생을, 모든 세계를 파괴한 그 더러운 세상이 잊혀지지 않아.

 

하지만, 신께선 인간을 구원해주고 싶어했어. 그래서

먼저 방해자를 찾아내서, 죽여버리기로 했어.

그것은 '검은 새'라고 불렸던 것 같아.

모든 것을 검게 태워버리는, 죽음을 고하는 새."

 

"......하지만, 혹시 네가 예외라고 한다면

그렇다면 계속 살아남아라. 네겐 그 권리와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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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을 정처없이 날아다니는 건 좋지?"

 

"또 무슨 개소리야."

 

"하지만 말이야, 돌아올 곳이 없으면 머나먼 하늘로 날아가버릴 뿐이야. 별빛을 쬐면 다신 돌아갈 수 없어. 그래서 코토리는 횃대를 만들고 싶은 거야. 밤하늘을 날아다니는 법을 배운 아이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별빛에 끌려가지 않도록."

 

"하늘에 길 같은 게 있냐?"

 

"아, 그러고보니까 그렇네. 아하하~ 물 속에는 길이 있어 보이지만."

 

무카이 타쿠미는 부양정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잔잔하고 맑은 호수 밑으로, 깔끔한 도시가 보였다. 마치 인어들의 도시 같은 풍경이다.

 

"......평화롭구만."

 

물론 이 도시는 인어를 위한 도시가 아니다. 한 때 인간들이 살았던 도시다. 하루를 열심히, 혹은 적당히 살아가며 희노애락을 탐닉하던 평범한 도시었다. 물 바깥에 있던 도시다. 종종 침수 피해를 입긴 했지만, 도시 전체가 물 깊은 곳에 잠기진 않았다. 과거 왕국이 자국의 국민에게 저지른 대학살의 현장은, 지금은 물고기들이 거니는 훌륭한 어장이자 관광 상품이었다. 침수된 종탑에 매달린 두개골 속, 물풀이 자라서 물의 흐름에 따라 흔들리고 있었다.

이곳의 어패류는 씨알이 굵고 튼튼하기로 유명하다. 양식장에서 기르는 물고기들도, 다른 곳보다 맛이 더 좋다. 그 날 이후, 이곳은 언제나 풍어기다. 도쿠가와 마츠리가 어업을 시작하기 전 까진 아무도 이곳에서 물고기를 잡지 않았다.

 

"관광은 나중에 즐기죠. 저 곳인가요?"

 

거대한 호수 위에 섬처럼 튀어나온 건물이 보인다. 원래 그 위치에 없었을 선착장이 건물에 연결되어 있었고, 구조상 있을 수 없는 위치에 새로운 입구가 뚫려 있었다. 모모카가 발 아래를 쳐다보았다. 수몰 도쿠가와성의 원래 입구가 보였다. 역시 성이란 상당히 높은 곳에 있었다. 그렇기에 도쿠가와성의 꼭대기 방 만큼은 침수를 피한 것이리라.

 

"어서 오십시오. '왕국'의 사절단 여러분. '제국령' 도쿠가와 변경백령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나이 든 시녀가 그들을 정중히 반겼다. 정중함은 있어도 친절함은 없었다.

 

"마츠리히메쨩은?"

 

"아, 코토리님. 공주님께... 크흠, 변경백주께선 안쪽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다만, '사절단 전원'이 올 때 까지 회담에 응할 뜻은 없다고 전하셨습니다. 그 동안 안쪽에 들어가 쉬시겠습니까?"

 

"밥부터~" "알겠습니다."

 

코토리에겐 유독 친절하게 구는 시녀가 일행을 건물 안으로 안내했다. 옛 문벌대귀족들이 올 때까진 좀 오래 걸릴 듯 했다. 이곳의 특산물로 식사를 할 시간은 충분하다.

 

"안 오겠다는 건가?"

 

"코토리한테 사형 대행 시켜주면 잘 할텐데~"

 

모모카는 말 없이 바깥을 쳐다보았다. 본래 하늘이어야 할 곳은 이젠 물이었다. 시릴 정도로 맑은 물 밑으로 한 때 즐거웠던 세상이 보였다.

 

"호~ 예상보다 많이 오신 거에요~ 더 밍기적거릴 줄 알았는데~"

 

딱딱한 인사는 나중에 하고, 우선 먹는 거에요~

마츠리히메가 직접 요리하고 직접 가져온 요리가 상 위에 쌓였다. 미늘 갑옷을 입은 듯 한 거대한 조개가 껍데기 째로 구워져서 나왔다. 더듬이가 비정상적으로 긴 거대한 가재가 금빛 내장을 드러낸 채로 올라왔다. 그 옆엔 빛을 받아 무지개처럼 빛나는 숭어가 회쳐저 올라와있었다. 겉만 살짝 구운 붉은색 생선이 같이 올라와있었고, 뼈만 빼고 내장까지 함께 구워버린 생선이 올라왔다.

 

"이 요리, 뭘로 만든 거죠?"

 

"영지민이요."

 

모모카는 다시 한 번 바깥을 보았다. 창 바깥으로 보이는 호수의 풍광은, 그녀가 잘 아는 어느 곳과 닮아있었다. 장미덩쿨을 휘두르려 했지만, 이곳에 없는 누군가가 그녀의 팔을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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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미 코토리]

 

싸움은 좋아. 나한테는 그것이 필요해. 언어 따윈, 이미 아무런 의미를 이루지 못해. 멋대로 살고, 불합리하게 죽는다. 

 

'검은 새'의 이명을 지닌 뮤즈의 일원. 이명에서 알 수 있듯, 검은 새로 변해서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다.

검은 불꽃의 브레스를 뿜어내고, 깃털을 지상으로 떨어트려 불벼락을 내리는 모습은 새라기보다는 용에 가깝지만, 그녀가 취하는 모습은 어디까지나 거대한 검은 새의 모습이다. 부정하던 사람들은 발톱과 부리에 찍힐 때 쯤 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미시로 왕국과의 전쟁 이전부터 '모든 것을 검게 불태워버리는 검은 새'라고 불렸으며, 이번 전쟁에서 비행선을 동원한 '공중전'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버리게 된다.

그 위명과는 다르게, 그녀 본인은 상당히 소탈하고 친절한 성격이라고 한다. 최근엔 사쿠라이 모모카와 무카이 타쿠미, 그리고 도쿠가와 마츠리에게 큰 흥미를 보이고 있다.

 

제국이 존재하기 이전, '신'의 힘으로 하늘을 날아다니던 '크레이들'이라고 하는 것을 떨어트렸다고 한다. 그것은 신 그 자체와 마찬가지인 물건이었지만, 검은 새는 흥겹게 노래를 부르며 그것을 지상에 쳐박아버렸다. 신을 추락시켜 죽이고, 그 권능을 먹어치운 아홉 명의 소녀들을 일컬어 뮤즈라고 부르게 되었다. 새와 함께 했던 동료들 중 '오래된 왕(古王)'이 호노카 대제를 뜻한다는 말도 있으나 확인된 바는 없다. 애초에 뮤즈의 그 누구도, 크레이들에 대해서 입을 열지 않는다. 크레이들이 신의 산물이라는 것 조차 후대의 망상이거나 뮤즈가 오랜 시간동안 해 온 정보조작의 산물일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추락한 부유대륙은 지금의 제국의 영토이며 그곳의 궁전이 떨어진 자리가 지금 제국의 수도라는 것 정도다. 대륙인지 섬인지 그 크기는 알 수 없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었는지도 알 수 없다.

 

 

 

[비행선]

 

본래 하늘은 스스로 날아오를 수 있는 자들만의 공간이자, 신이 기거하는 곳이라고 일컬어졌다. 하늘에 닿을 정도로 높은 탑을 세우던 왕이, 탑의 위에서 신벌을 받아 떨어져 죽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허나 란탄 가스와 회운모를 같이 전기분해시켜 나온 기체를 급속도로 냉각시켜 액화시켜 만든 네스트린이 개발된 이후, 인간은 하늘로 올라갈 수 있게 되었다. 네스트린과 고령토를 섞어 안정화시킨 화이트 글린트를 연소시켜, 그곳에서 나온 가스를 거대한 풍선.... 즉, 기구 안으로 주입하는 걸로 비행선을 띄울 동력을 얻게 된 것이다. 수송능력이나 연료효율 자체는 그냥 부양정에 비해 한없이 밀리지만, 하늘이라는 것은 비효율을 감수하고도 차지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제국은 하늘에서 일방적으로 네이팜을 뿌려 왕국을 태운 걸로 그 위력을 증명하였다.

동시에, 방어력은 같은 사이즈의 풍선이랑 별 다를 게 없다는 게 데뷔 첫날 닛타 미나미에 의해 증명되었다.

 

 

 

[회운모]

 

이 세계의 석탄 포지션. 물론 석탄은 아니고, 구조상 메탄 하이드레이트 비슷한 것. 불 붙이면 조금 타다 말지만, 전기분해로 태우면 공기와 결합하여 대량의 열과 가스를 방출한다. 그러므로 정전기 차단을 위해 액체 속에 담아둬야 한다. 특히 겨울철 정전기는 주의. 대참사의 원인이 된다. 제국에선 매 겨울마다 안전제일 캠페인을 벌인다던가 뭐라던가. 그래도 사고가 끊이지 않아 토죠 노조미가 드러눕는다.

주요 채굴지는 제국 수도 등의, 과거 부유대륙의 전설들이 남아있는 곳들이다. 왕국 내부에서도 그런대로 나온다. 날아다니는 땅의 이야기는 전 세계의 전래동화에 나올 정도로 흔한 것이다.

그리고 신데판은 스팀펑크 판타지다. 아마도.

 

 

 

[사쿠라이 모모카]

 

전 대귀족 '사쿠라이 가'의 유일한 혈육이자 계승자. 허나 그녀는 정식 계승자가 아닌 서자에 불과하다.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했던 그녀지만, 전속 메이드 이가라시 쿄코가 어머니의 역할을 대신 해 주었기 때문에 큰 불만은 없던 듯 하다. 다만, 언젠간 이 곳을 나와서 홀로 살겠다는 결의는 숨기고 있었지만.

그녀는 저택 내의 정원을 사랑했고, 가신과 시종들을 사랑했고, 영지민들을 사랑했다. 아버지와는 다르다는 것이 사람들의 평가였고,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에게서 사랑받았다. 그녀가 사랑했던 세상은, 도쿠가와 마츠리에 의해 독의 늪 속에 잠겨버렸다. 그 날, 정원에서 뛰놀다가 실수로 비싼 장미를 해치지 않았다면 그녀도 같이 죽었을 것이다. 벌을 받기 위해 유폐되었기 때문에 몸을 지킨 것이다.

독 늪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고, 어쩌다가 능력을 발휘하게 되었는지는 의문에 쌓여 있다. 그녀의 이능력 '라비앙 로즈'는 가시덩쿨과 장미꽃을 몸에서 뻗어내는 능력이다. 기본옵션으로 독이 붙어있고, 꽃봉오리는 창, 꽃잎은 칼날, 활짝 핀 꽃은 레이져포 기능 탑재.

 

구출된 다음,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독에 가득 찬 세상이었다. 제국은 왕국을 멸망시키고 있었고, 왕국의 귀족들이라고 하는 것들은 대귀족 사쿠라이 가가 남긴 유산과 영지와 권력을 나눠먹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낮엔 복수심에 가득차서 제국과 싸우고, 밤 중엔 귀족들의 추잡한 욕망과 싸우는 것이 그녀의 생활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문벌대귀족들을 혐오하였고 이들을 적대하였다. 전후, 왕실 친위대와 재판부가 주축이 되어 반란자 타카가키 카에데와 연관된 귀족들을 '숙청'하기 시작할 때 비밀리에 협력한 것도 그 때문이다. 문벌대귀족들은 아직도 그녀가 자신들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녀야말로 적인 것이다. 

 

현재는 자신에게 남은 영지와 [배상금]을 이용해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영민한 아이인 만큼 세상의 변화에도 민감해, 금새 큰 부를 쥐는 데 성공했다. 귀족이라는 것이 이름만 남은 껍데기인 시대지만, 죄 없는 귀족들의 재산은 몰수당하지 않았다. 작살난 건 저택이지 영지가 아니기에, 그녀는 의외로 멀쩡히 잘 살고 있는 영지민들을 고용하는 식으로 모집하여 농업 관계의 여러 사업을 벌인 것이다. 의외로 큰 돈을 벌었다. 최근엔 자신의 영지에서 기를 수 없는 작물들을 기르기 위해 해외진출도 생각하고 있다. 다국적 농업회사의 시작인가.

참고로, 주로 사용하는 '비료'는 전쟁 당시의 제국 측 사람들과 전후의 문벌대귀족들이다. 사람의 시체는 식물을 생장시키는 데 필요한 3요소가 풍부하게 들어있는 좋은 비료가 된다.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가 누구인지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사쿠라이]

 

문벌대귀족 중에서도 위세가 높던 사쿠라이 가와, 그 사쿠라이 가가 통치하던 영지. 비와 호, 그러니까 도쿠가와성이랑 인접한 곳에 있었다. 도쿠가와 변경백령의 수몰에 일조한 가문이다. 전쟁 중에 저택이 독늪에 빠지는 건, 어찌 보면 필연이었을지도 모른다.

도쿠가와 변경백과 인접해 있었기 때문에, 전쟁의 주요 격전지 중 하나였다. 독도 시체도 다 썩어 분해되어 훌륭한 비료가 되었다. 도쿠가와 변경백과 사쿠라이령 사이의 전쟁은, 비료와 사료 쟁탈전이었다.

제국의 [배상금] 덕택에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없다. 풍족한 생활 같은 것은 과거 사쿠라이령에선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작중에 나온 파리떼]

 

제국이 준비한 생물병기.... 이긴 하지만, 병기라기보단 의료 및 위생용 곤충.

적응력과 생존력 등등이 강한 구더기를 이용하여 시체 처리용으로 쓴다. 썩어가는 시체는 전염병의 근원이다.

그 외에도, 상처 위에 올려놓고 2차 감염을 막는 용도로 쓰거나 여러 가지 독을 빨아내는 데에도 쓰인다.

 

 

 

[문벌대귀족]

 

우사밍이 반란을 일으키기 전의 주 지배계층. 어원이나 모티브는 은하영웅전설의 그 문벌대귀족. 이거면 설명 안 해도 되겠지?

 

 

 

[도쿠가와 마츠리]

 

이명은 '공포의 물고기' 지만 본인은 '갯민숭달팽이' 나 '양식장공주' 라고 불러주길 바라고 있다. 마츠리히메는 반 이상 이름 취급.

 

현재는 제국의 영토가 된 도쿠가와 변경백령의 주인이다. 전 변경백주의 딸.

널리 알려진 대로, 그녀의 세상은 물에 잠겨 버렸다. 그녀는 홀로 높은 방에서 그 모든 것을 바라보았다. 무력함과 원한은 독이 되고, 수십 년의 세월은 독을 숙성시켜 날카롭게 만들었다. 원수에게 꽃아넣을 날 만을 기다리던 생존자들의 원한은, 제국의 침공으로 인해 왕국에 풀려났다.

 

수십 년 동안 숨어서 독을 쌓던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 왕국 침공의 최선두에 섰다. 도쿠가와령의 생존자들 역시 몸을 아끼지 않았다. '마쉬멜로우'라는 능력으로, 마쉬맬로우를 녹인 것 같은 갯민숭달팽이로 변신해 독을 뿌리며 왕국을 공격한 것이다. 전투중 항상 지고 다니던 포탑은 도쿠가와성의 모습을 본딴 물건으로, 그녀의 능력은 아니다.

 

전쟁터에서 각인된 광기 넘치는 괴물의 모습과는 달리, 생존한 영지민들을 소중히 여기며, 굉장히 사려깊은 면을 지니고 있다. 그녀가 호수를 이용한 양식업이나 어업에 손을 댄 것은 영지민들의 미래를 생각했기 때문이다. 증오만으로는 먹고 살 수 없고, 그것만으로 산 사람은 증오에 먹혀버리기에 일자리를 제공해야 했던 것이다. 이로서 그녀를 포함한 생존자들은, 생선구이를 통해 죽은 가족과 만나게 되었다.

 

전쟁 동안 '사료'를 잔뜩 챙겨와서 어업 및 양식업을 부흥시켰고, 전후엔 물류항으로서 영지를 부흥시키려는 계획을 지니고 있다. 제국 역시 이 루트를 그냥 둘 생각은 없기에 지금 같은 임시항구가 아닌 대규모의 항구 건설을 서두르고 있다. 왕국이 염치불구하고 이곳으로 사절단을 파견한 것도 이 항구를 편하게 이용하기 위해서이다.

 

 

 

[두캇 공화국]

 

공화정.... 이지만 실은 몇몇 유력 가문에 의해 통치되고 있는 과두정을 채택하고 있다. 그 외에도 일반 시민을 대표하는 호민관이 존재한다. 왕국 서쪽에 있는 나라로, 이전까지 천축국과의 무역로를 독점하고 있었으나 부양정과 비행선의 개발 및 항해기술의 발달로 갑질의 대가를 치루는 중이다. 특히 가니슈카가 이를 갈고 있다고. 반 쯤 물에 잠긴 수도 '아크'가 관광지로 유명하다. 방주 위에 건설되었다는 전설이 있는 도시다.

 

모티브는 베네치아 공국으로, 이름도 그곳에서 쓰이던 금화인 두캇에서 따왔다.

 

 

 

[모야시마츠리]

 

전 세계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정체불명의 축제. 지역별로 형식도 날짜도 내용도 제각각이지만, 숙주나물 등의 새싹채소를 먹는다는 점 만큼은 동일하다.

깊은 곳의 교단에서는 이 축제가 위대한 활기에서 기원한다고 주장한다.

 

 

[이가라시 쿄코]

 

사쿠라이 모모카의 전속 시녀. 제국 출신이다.

어째서 왕국으로 왔는지는 모른다. 그 출생과 성장과정 또한 불명이다. 딱히 무언가 큰 비밀을 품고 있어서 불명인 게 아니라, 평범한 인생이었기에 타인과 구분되지 않을 뿐인 인생이었던 것이다. 떡밥 하나 없는 재미없는 인생이다.

 

하지만 그녀는, 최후에 도달해서 자신이 평범한 인물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그녀는 왕국에 온 후 아이를 한 명 출산했다고 전해진다. 그 아이가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아마 그녀는 마지막 순간에 그 아이의 생에 축복이 있기를 기원했을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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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토리는 사실 레이븐이었던 것인가. 그렇다면 크레이들이 추락한 그 전쟁은 링크스 전쟁이란 뜻인가?! 뮤즈는 사악한 기업연합을 물리치고.....

코토리의 배경은 아머드코어 4와 5를 적절히 섞어보았습니다. 니코동에서 아머드 코어 라이브라는 물건을 본 후로 꽃혀버렸죠.

 

초반에 두캇 공화국에서 들어온 주문에 대해 해설하자면, 월계화는 장미의 한 품종이고 울금향은 튤립의 한자식 표현입니다. 그리고 양귀비는...... 뭐, 용도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그나저나 이거 수위 괜찮으려나. 중간에 자제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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