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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카 「유우가 돌아와서 행복해진 이야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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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25, 2018 17:32에 작성됨.


9.-한달 후-

여느덧 유월에 접어들었어요. 날씨는 이제 후덥지근해졌습니다.

사무소 창문 쪽으로 시선을 돌려봅니다. 하늘은 대체로 맑고 푸른 날이고, 오늘도 그래요.

하지만 저희는 일이 없다면 대체로, 집 아니면 사무소 안에서만 지내요.

왜냐하면..


프로듀서 「하루카, 창문 좀 닫아줄래?」


이오리 「소용 없어. 어차피 사무소 안도 냄새가 가득한데 그게 무슨 소용인데?」


하루카 「이오리! 그래도 프로듀서님은 우리 생각해주셔서 말한 거잖아..끙차..닫았어요, 프로듀서!」

프로듀서 「고맙다. 하루카는 항상 큰 의지가 되어주는구나.」

하루카 「그, 그런 말은..」(수줍)


이오리 「별 것도 아닌걸로.. 그리고 소용없어. 나가면 또 냄새 배길꺼라구? 키이잇..」


마코토 「그래도 스케쥴 자체가 요즘엔 별로 없으니까..」

아미 「그걸 좋아해야 하는거양?」마미 「끄응..」

코토리 「스케쥴이 완전 텅텅 비어버렸어요 삐욧..ㅠ」

히비키 「우우..하지만 어쩔 수 없다조. 완벽한 자신 같아도 요즘 같은 때엔 나가기 싫으니까..」


도쿄는, 한창 냄새와의 전쟁 중!

다시 부활한 사람들이 무더운 초여름 날씨에 썩어가기 시작했고,

도쿄는 썩는 냄새로 최근 골머리를 썩히고 있답니다?

이렇게나 화창한데도, 바깥에는 거의 사람이 없거나, 혹은 방독면을 쓴 사람들 뿐.

아니면, 그냥 버려진채로 배회하는 부활한 사람들이라던가요.


요즘 부활한 사람들은 혐오 대상입니다. 마치 길고양이처럼..

보호자 없는 부활한 사람들은 그냥 좀비라 불리면서 기피 대상이고,

신고를 하면, 잡아서 어디론가 데려간답니다?

게다가 병을 옮긴다고 하니까요. 듣기로는, 조만간 도쿄 의회에서 관련법을 제정한다고 그러네요.


프로듀서 「얘들아. 그리고..미키가 오늘 다시 나올꺼야.」

하루카 「정말로요?」(놀람)

프로듀서 「응. 근데..너무 당황해하거나 그러진 않았으면 좋겠다.

사실..오늘이 마지막 만남이 될 지도 몰라 미키와의..

미키 부모님께 듣기론, 치료 때문에 한동안 푹 쉬게 될지도 모르겠데.」


하루카 「...아, 그렇군요?..」


타카네 「아아..병증이 깊어졌군요. 애석하게도..」

프로듀서 「그래도 '좀비병'은 관리만 잘하면 더 이상의 진행은 없다고 하니까..」


ㅡ똑똑!


프로듀서 「아, 미키가 왔나 보구나?」


ㅡ끼이익


아미 「와우! 미키미키 왔구ㅡ」 프로듀서 「미키 다시보니 반갑..」 하루카 「...」 



미키 「...미키..나노!」(절뚝절뚝)


미키 엄마 「프로듀서씨 안녕하세요? 우리 미키가 마지막으로 인사하고 싶다고 해서..」


하루카 「..아! 미키, 반가워 정말로.」(미소)

프로듀서 「아..」(긴장)


미키 「미..키..몸이 좀 불편한거..야..그래도 그, 금방 나을..테니까..」(질질)


프로듀서 「자, 잠깐ㅡ」


미키 「미키..허니 생각 많이..했으니까..아, 눈알이 빠져버린거야. 잠깐ㅡ」


프로듀서 「오, 오지마!」(질색)


프로듀서 「아, 아니. 미키 내가 말 실수를ㅡ」


미키 (울먹) 「..허, 허니..미, 미키가 무서운거야?」

미키 「아, 아니지?..아..아니라고 말해! 말하는거야! 말해!! 말ㅡ」


미키 엄마 「미키!! 그만..그만하고 나중에 나으면..(울먹) 나으면 다시 오자.

프로듀서씨 그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나중에 다시 봐요..」


미키 「아..아아악!! 허니!! 허니!!! 놔, 미키 놓는거야 엄마! 아악!!」


ㅡ쾅!


프로듀서 「...아아」(슬픔)


하루카 「괜찮아요 프로듀서. 괜찮아..」(미소)

10.

하루 스케쥴이 끝났습니다. 보통이라면, 저녁에도 녹화 일정이 잡혔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특히 야간엔 좀처럼 일이 잡히는 경우가 없어요.

밤이 되면 더 많은 '죽었던 사람들'이 돌아다니거든요.

가끔 인터넷으로, 누군가가 습격당했다는 루머도 돌아다닙니다.

물론 저는 믿지 않아요. 유우를 통해서 알게 되었거든요.


그 사람들은 영화 속 좀비처럼 살을 물어뜯을 힘도,

빠른 속도라던가 끈기도 없어요.

그저 능기적 능기적, 무의미하게 돌아다니는 것만이 전부이죠.

그나마 가족들이 있는 경우에라면, 관리를 잘해서 어느정도 돌아오기도 한다지만

죽은지 너무 오래 지났거나 가족이 없는 사람들은 그저 걸어다니며 썩거나,

혹은 구청 직원들에게 잡혀서 어디론가 끌려가는 것 말고는 남은 운명이 없습니다.


같은 사람이였는데, 어느새 부활한 사람들은 사실상 골칫덩어리 신세가 되어버렸습니다.

처음에만 멀쩡하게 다시 옛 모습으로 나타났을 때에만 다들 좋아했지,

요즘엔 거리마다 곳곳에 나가라, 라던가ㅡ 없어져라 같은 플랜 카드들이 여러개 걸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나중이 되면 사람들의 반응은 더 나빠지겠죠?

불연듯 미키가 생각납니다.

프로듀서 옆에 바싹 붙어서 떨어질 줄 몰랐는데,

그랬던 미키가 오늘은 프로듀서 곁에 단 한 걸음도 붙질 못했어요. 그건 정말..


저는 공원으로 밤 나들이를 떠났습니다.

가봤자 공원에는 부활한 사람들 말고는 아무도 없겠지만요.

사실 요즘에는 밤중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답니다?

저는 사실, 썩어가는 사람이라두 별로 무섭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오늘 공원에는, 저 말고 다른 사람이 있었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제가 익히 잘 아는 사람이였어요.


치하야 「..하루카?」

11.

우연찮게 치하야짱과 만난 저는 한동안 말 없이 밤하늘 깔린 공원을 걸었습니다.

가로등 빛이 닿지 않는 저 편에서 능기적 능기적 걸어다니는 것들이 조금 보였습니다만,

저는 딱히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사실, 바로 옆에도 하나 있었거든요.


하루카 「..치하야짱 유우랑 밤 산책 나왔구나?」


치하야 「응. 요즘 유우는 낮에는 아예 나가려고 하지 않아서..밤에만 나와.」


유우는 마치 개처럼 치하야의 손에 끌려다니고 있었습니다.

유우의 목에 걸린 목줄을 쥔 치하야의 손이 이따금씩 팽팽하게 당겨지고,

잠깐동안 치하야의 얼굴에 짜증어린 표정이 올라왔지만 저는 그냥 모른척했습니다.


하루카 「..치하야짱 엄마 아빠가 그런거 싫어하지 않으셨어?」

치하야 「..포기하셨어. 이런건..유우가 아니래.

전에는 구청에 맡기려고 했어. 유우를 버리겠다길래, 욱해서 막 화내면서 우리 집에 데려왔는데..」


치하야짱의 말끝이 흐려졌습니다.


저희는 어느덧 공원에 흐르는 강가까지 나왔습니다.

잔잔히 흐르는 물 위로, 구름에 가리워진 달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어요.


유우 「ㄴ..ㅜ..ㄴ..ㅏ..」

치하야 「조용히 해.」(단호)


치하야 「..그래서 요즘 어때, 하루카?」

하루카 「뭐 그냥 그렇지.. 치하야짱도 빨리 복귀해야지. 팬 분들이 기다리시잖아.」

치하야 「그렇지. 빨리 복귀해야겠지..그러고 싶다.」


유우 「ㄴ...ㄴ...ㅏ...」


하루카 「그러면 치하야짱은 요즘 계속 집에만 지냈던거야?」


주르륵ㅡ하고, 유우의 얼굴에서 무언가 끈적이고 냄새나는게 흘러내렸습니다.

하지만 일부러 모른척했습니다.


치하야 「응. 손이 많이 가서..시도때도 없이 일어나는 일도 많고..

구청 직원들도 수시로 찾아오고..힘드네.」

유우 「ㄴ...ㅜ..ㄴ..」

치하야 「조용히 해, 유우.」


하루카 「헤..힘들겠다.」


치하야 「...응.」


유우 「ㄴ...ㅏ..」


치하야 「조용히 해!!!」(버럭)


치하야는 한참을 소리지르며 유우를 마구 때렸습니다.

엎어진 유우를 마구 치고 때리는 치하야의 얼굴 위로, 오래간만에 흐릿한 미소가 살짝이나마 떠오르는 것 같았어요.

유우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끅끅거리다가, 이내 조용해졌습니다. 저는 그것을 조용히 지켜봤어요.

그런데 유우가 축 처졌습니다. 그 순간, 치하야가 당황해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치하야는 말 없이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불연듯 저를 향해 돌아보더니 말했습니다.


치하야 「..부탁이 있어 하루카.」


치하야 「나랑 같이, '이 것' 좀 버리자.」

12.

하루카 「..그..유우인데 역시 그런 짓은 하면 안될까, 하고..」


치하야 「아냐. 이건..유우가 아냐. 이런건 유우가 아냐. 나, 마침내 깨달았어.

이런건 유우가 아니였던거야. 유우는..이렇지 않았어. 

유우는 이것보다 더 건강하고 이뻤어. 이런 거추장스러운 시체 따위가 아니였어.

나 이제서야 깨달았어. 이런걸 더 짊어지고 살 수는 없다는 걸. 그러니까 도와줘, 하루카.」


하루카 「공원에 함부로 버리면..곤란하지는 않을까..나?」


치하야 「강가에 던져버리면 아무도 모를꺼야. 설령 들킨다 해도, 법적으로 문제될 건 없어. 기껏해야 쓰레기 투기에 불과한걸?」


하루카 「..음..어..역시 그래도..오리씨들에게 미안하지 않을까 하고..」(곤란)

치하야 「..나 혼자 들기에는 역부족이야. 썩은 주제에, 쓸데없이 무겁다고?」

하루카 「..역시 못하겠어. 더럽..아니 그래도 유우잖아 치하야짱. 그러니까 치하야짱도 다시 한번 생각ㅡ」


치하야 「..하루카, 거짓말은 하지 말자 우리끼리..

그냥 손 더럽히기 싫은 것 뿐이잖아.

좋아, 하루카가 날 도와주면..미키 일은 평생 묻어둘께.」


하루카  「으, 응?」



치하야  「사실, 그날 미키 커피에 저 쓰레기의 침을 몰래 섞었잖아. 휴지에 묻었던걸 넣어서..다 봤어.」


하루카 「그, 그건!..」(당황)


치하야 「괜찮아. 하루카는 내 친구니까. 하지만..좋은게 좋은거잖아? 난 하루카가 꼭 날 도와줄거라 믿어.」


하루카 「..난 미키가 저 좀비가 되길 바랬다던가, 하는 적은 요만큼도 없다구? 정말루!」


치하야 「응. 알아. 마치 이 걸어다니는 오물이 유우가 아닌 것처럼. 그러니까 버려주는거 도와줄꺼지?」


하루카 「끄응...알았어. 대신, 나중에 커피 사주기야?」


치하야 「물론이야, 하루카.」

....

치하야는 어디선가 구해온 노끈으로 유우를 둘둘 감았고,

저는 공원 안에 비치된 제설용 모래함을 열어 모래주머니를 몇 개인가 꺼내어 노끈에 달았습니다.

그걸 달은 노끈을 유우 몸에 칭칭 감으면서 알게 된 건데, 

어쩌면 유우는 그냥 되살아난 시체 정도가 아닌건지도 몰라요.

유우가 느릿느릿한 목소리로 웅얼거리던게 사실은 '누나'였다는걸 깨달았거든요.


하지만 이 시점에서는 별 상관은 없겠죠?


하루카 「치하야, 이제 다 된 것 같아. 그런데 치하야짱, 사실..어쩌면 유우는 진짜인지도 몰라..

아직도..누나라고 부르고 있잖아. 사실..유우는 아까부터 누나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어.」


치하야 「아냐. 저런건 유우가 아니야..」

치하야  「유우는 이렇게 성가시지 않아.」


하루카  「...」(오싹)


모래 주머니까지 단 유우는 제법 무거웠습니다.

저희 둘은 낑낑거리며 유우를 강물 위 구름 다리까지 끌고왔죠.  

잔잔한 강가에 두둥실 떠다니는 달 위로, 저희는 유우를 들어 올려서는ㅡ


유우 「ㄴ..ㅜ..ㄴ..ㅏ...」


ㅡ풍덩!

썩어가는 작은 아이를 집어삼킨 강물은 야속하리만치 순식간에 잔잔해졌습니다.

이윽고 강물 위에 남은 것이라곤, 잔잔히 흐르는 물 위로 비쳐지는 밤하늘에 둥근 달 뿐이였답니다?

 

엔딩

오늘은 미키가 다시 사무소로 나오기로 한 날!

프로듀서씨 말로는 재활 치료가 많이 되었다고 그러길래, 한번 불러봤어요.

프로듀서씨랑 같이 맞이하려고 일부러 조용히 사무소로 불렀답니다?


아, 문이 열리네요.


미키 「허..어니!! 미키 사무소로 온거야..서프라이즈인거야!

더 이상 미키 눈..안 떨어지는거야..다리도 이젠 안 썩고 금방 나을 꺼니까ㅡ」


미키 「..하루카?」


미키 「왜 하루카가..허니 옆에 있는거야?

왜..둘이 옷을 다 벗은채로 안고 있는거야?」


프로듀서 「아 미, 미키 온거니? 그..전화라도 하고 오지 그랬어? 그게..」(당황)


하루카 「흐음..」(미소)

하루카 「그냥..이제 나는 프로듀서씨랑 사귀기로 했다고나 할까?」


하루카 「미안하지만 미키, 이번만큼은 양보해줬으면 좋겠어.

항상..미키는 다 가졌잖아? 인기두..몸매도..미모도..

그러니까, 프로듀서씨는 내 꺼~☆」(미소)


미키 「...싫어..싫어!」(패닉)

ㅡ쾅!


프로듀서 「미키!!」


프로듀서 「..하루카, 왜 그런말을 해버린거야.. 미키 마음이 어떤지 잘 알잖니! 가뜩이나 심란할텐데!」


하루카 「헤에..하지만, 미키도 현실을 직시해야죠..그렇지 않나요? 그리고 프로듀서씨도..이젠 저만 보셔야죠?

그러면..우리 하던거 더 할까요?」(미소)


프로듀서 「그, 그래도 미키한테 일단 먼저 가봐야..악!! 너무 세게 쥐면ㅡ잠깐! 거기에 혀를 넣으면 더러운ㅡ응기익!」


미련한 프로듀서씨는 잘 모르시겠지만요.

미키는, 아직 사무소 밖으로 안 나갔답니다?

순진해빠진 미키는, 아마도 저기, 사무소 문 뒤쪽에 숨어서,

프로듀서씨가 다시 와서 붙잡기만을 기다리고 있었겠죠. 그렇지 미키?


하루카 「헤헷, 아파도 참는거에요 프로듀서씨?」(히죽)


저는 마치 좀비처럼, 땀에 젖은 프로듀서씨의 탐스런 몸 이곳 저곳을 조물조물 햩고 장난치듯 살짝 물어봅니다.

어쩔 때는 축 쳐졌다가, 긴장이랄까 아픔이랄까, 갑자기 팽팽히 늘어나기도 합니다. 그 반응이 재미있어서 더욱 세게 가지고 놀았답니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서, 프로듀서씨의 얼굴을 바라봤어요. 어쩔줄 모르겠다는 애타는 표정으로, 바깥에서 누가 신음소리를 들을까봐 입을 간신히 틀어막은 그런 귀여운 표정..그리고선 또 한번 잠깐 시선을 돌렸습니다.


문 뒤편으로 미키의 그림자가 보입니다. 오들오들 떠는 것 같아요. 잘은 안 보이지만, 아마 울고 있겠죠, 미키는?

어쩌면 문 뒤편에서 충격에 휩싸인채로 떠는지도 몰라요. 미키는, 꼴에 순수하니까 이런건 본 적이 없을지도요?

그렇지만 항상 다 독차지한 주제에, 프로듀서 하나 양보 못하겠다고 하는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프로듀서는, 이제 내 꺼야 미키.


하지만 미키는, 사랑에 있어서는 생각보다 끈질긴 아이일 테니까요.

아마도 어떻게든 나아서, 다시 돌아올지도?

실제로 물린 사람들 중엔 어떻게든 완치한 사람도 있다니까요. 아쉽게도..

뭐 미키라면 그렇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방법을 동원할지도 모르죠. 미키는 항상 그런 아이였으니까.

운 좋고 천재에 이쁘고 끈질긴 X.


그러니까 그 전에 이 하루카씨는 서둘러 프로듀서씨를 제 것으로 만들기로 결정했답니다?


순진하고, 귀여운 우리 프로듀서씨는 제 거랍니다? ~♡


ps. 말 그대로 유우가 돌아와서 (하루카가) 행복해지는 이야기였습니다. 댓글 남겨주시면 감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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