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히비키의 마음 깊이 감추어진 -5

댓글: 2 / 조회: 1484 / 추천: 0


관련링크


본문 - 03-29, 2015 16:06에 작성됨.

           “아마미씨, 시선은 이쪽.”

           “앗, 네.”

           스텝은 꼬이지 않았으나 그녀의 시선이 창가 쪽의 두 사람으로 향해 있었다. 관객은 그쪽이 아닌 정면의 트레이너 니시다 아야네의 쪽 이며 한쪽 벽면을 모두 채운 거대한 거울이다. 류구코마치의 선배들로부터 언제나 주의해서 듣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자신을 봐주지 않는 아이돌은 그 누구도 봐주지 않는다. 그것은 언제나 미나세 이오리가 모두에게 하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충고이다. 아마미 하루카는 그것을 언제나 자신의 마음 깊이 새겨두고 상기함에도 오늘의 그녀는 그것을 완벽히 할 수 없다. 시선은 다시 정면을 향한다. 얼굴의 근육들을 긴장시키며 모두를 보기 위해 노력한다. 자신의 눈과 남의 눈을 마주하는 것은 단순히 아이돌 뿐이 아닌 사람과 사람으로써 서로를 마주하는 가장 기본적인 대화, 아마미 하루카는 하지만 지금은 다른 이들 그 누구와도 마주하고 싶지 않은 심정이 복받쳐 오른다.

           다시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 그리고 키쿠치와 키사라기를 바라보며 몸을 움직인다. 눈에 보이지 않는, 단 한번도 본 적 없는 광경을 상상해본다. 언제나처럼. 무대의 위에서 자신을 바라봐주는 수많은 이들을. 그 광경을 지금 저 옆의 두 사람은 보았다.

           “꺄앗!”

           “치하야쨩?”

           왼팔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통증, 아마미는 급히 소리가 난 쪽을 쳐다본다. 아뿔싸. 오른쪽으로 가야 할 안무동작에서 아마미는 왼쪽으로 움직이며, 왼편의 키사라기를 팔로 치고 말았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아마미는 급히 그녀에게 다가간다.

           “치하야쨩! 미안해, 괜찮아?”

           “응, 괜찮아.”

           라며 웃어 보이는 키사라기는 곧 줄곧 자신의 친구에게서 느껴왔던 위화감에 대하여 꺼내려던 자신을 황급히 막아서며 자신에게 계속 사과하는 아마미를 달랜다.

           “정말로 괜찮아.”

           “그 치만, 나 꽤 쌔게 때린 거 같은데……”

           “그 정도는 아냐.”

           두 사람의 상태를 지켜보던 키쿠치는 자신의 백에서 꺼낸 물 파스를 다시 되돌려놓고 수건을 가져온다. ‘오늘 하루카의 상태가 조금 이상해.’ 그렇게 느낀 것은 키사라기뿐 아니라 키쿠치도 마찬가지였으며, 수많은 수강생들을 가르키는 트레이너 니시다 역시 마찬가지였다. 평소에도 자주 넘어지며 덜렁대는 아마미 임에도 오늘 그녀의 상태는 어딘가 다르다. 그럼에도 그것에 대해 언급할 수 없이 그저 지켜만 볼 수 밖에 없는 것이 바로 타인이며, 그 관계에서 조금 나아간 키사라기가 그것에 대해 묻지 않음은 필시 무언가 사정이 있다는 것을 그들의 이성, 그 이전의 유기적으로 이어진 사회라는 존재가 그것을 막고 있다.

           가나하는 그런 세 사람을 본다.

 

 

           격렬한 안무에 처음 리듬을 맞추지 못하던 시죠는 곧 자신의 페이스를 찾아가며 가나하에 맞춘다. 과거 사무소에서 두 사람이 함께 조를 짜기 이전에 시죠는 말하자면 ‘비쥬얼’ 그룹으로써 타카츠키, 동생 쪽의 후타미, 하기와라 이렇게 네 사람이 함께 조를 이루어 레슨을 진행하였다. 가나하는 반대로 호시이, 키사라기, 키쿠치, 아마미와 함께 조를 이루는 ‘댄스’ 조였으며 두 조 간의 레슨은 느슨하게 차별되어 진행되었다. 사무소 내부의 방침으로 이렇게 조가 나뉘어 진 것 은 아니었으며, 어느 순간부터 인가 그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한 사이 이렇게 조가 나뉘어 짐은 역시 765 프로덕션의 강점이자 크나큰 약점이다. 류구코마치의 세 사람이 없이 만들어진 이 두 조에서 또다시 시죠와 가나하가 선발되었음에도 이 두 사람을 ‘비쥬얼계’ 아이돌 노선으로 규정한 765 프로덕션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이 두 사람이 어떻게 어떤 방식이 어울리는가에 대한 방향방향 놓친 것은 여전히 크나큰 실책이었다. ‘아직 만회할 수 있어.’라는 이 젊은 프로듀서의 마음에는 불안감 섞인 이 마음을 어떻게든 숨기며 자신을 따라주는 두 사람을 지켜본다. 그럼에도 두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마음인지에 대해 그는 알지 못한다. 다만 그는 지금 이 자리에서 새로운 가능성과 방향성을 확인한다. 이 모든 것은 사무원 오토나시로부터 빌린 비디오 카메라에 촬영된 영상은 다른 이들로 하여금 그가 느낀 그 ‘가능성’을 확인시켜 줄 것 이다.

           초록색 플라스틱 병의 뚜껑을 연 가나하는 안의 내용물을 살짝 입에 머금는다. 혀, 입 천정, 입안의 모든 곳을 차갑게 적신 그녀는 비로소 목으로 넘긴다. 이온음료를 생수와 섞어 희석한 음료는 키쿠치에 게서 배웠다. 그녀가 집에서 수련을 할 때면 언제나 이렇게 희석한 음료를 마신다고. 그 이것이 시중에 판매되는 음료를 그냥 마시는 것보다 수분흡수가 빨리 일어나 트레이닝 도중 마시는 것 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들은 가나하는 그것이 ‘그럴듯하다’ 라고 생각하여 즉시 따라 하게 된다. 그녀는 당연히 이것이 효과적인지 잘 알지 못한다. 자신의 신체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수치로 변환되어 시야에 표시되는 것도 확인할 방법도 없기에. 다만 마시고 난 뒤 입안에 남는 음료의 끈적거리는 이물감이 남지 않는다는 그 점 하나만으로도 그녀는 이것에 만족하고 있다. 병의 입구에서 입술을 땐 가나하는 다시 한 모금 똑 같은 방법으로 마신다. 마치 사막에서 물을 아껴 마시는 듯한 모습이지만 이것은 그녀의 버릇일 뿐 어디서 본 것을 따라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입안이 바싹 마르며 느껴지는 목뒤의 따가운 그 느낌이 싫어 입안을 충분히 적시는 것일 뿐. 입술에서 떨어진 병의 입구는 곧 뚜껑이 닫히며 가나하의 손에 들린 체 이다.

           “마실래?”

           “네?”

           닫혔던 뚜껑을 열면서 그 입구 주변에 남아있던 음료들은 빛을 발하며 퍼져나간다. 그것은 그저 음료뿐 아니라. 그렇게 열린 병을 가나하는 시죠에게 내민다.

           “물 탄 포카리야. 끈적거리지 않아서 물이나 이온음료보다 훨씬 기분 좋다?”

           음료의 맛에 대해 표현하는 것에 ‘맛있다가’ 아닌 ‘기분 좋다’ 라고 표현하는 것은 가나하 그녀만의 수사법이다. 하지만 그것을 받아 듦에 있어서 시죠는 찰나의 시간을 보낸 뒤 받아 든다.

           “감사합니다.”

           아름답게 빛나는 병의 입구는 제질이 플라스틱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을 상기한 시죠는 잠시 이것을 자신에게 건네준 소녀의 눈을 바라본다. 자신을 향하고 있지 않은 눈, 그 시선은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그 시선을 따라가보았음에도 그 곳에는 닿을 수 없었다. 단순히 건물의 벽에 막혀서, 창문에 막혀서가 아닌 그, 그녀가 바라보는 세계. 그것이 정녕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가 그것이 실제이며 현재인가 에 대해, 그 답을 구하는 것은 시죠에게는 불가능하였음에도 단 하나. 시죠는 그 눈에서 무언가를 읽을 수 있었다.

           병의 입구를 입술에 올리며, 시죠는 음료를 마신다.

           한 모금 가볍게 삼키고 입술에서 때어낸 자리를 자신의 세끼손가락으로 살짝 훔친다.

           뚜껑을 닫는 소리에 시선을 돌린 가나하와 눈이 마주치며, 시죠는 그 눈에서 ‘가나하 히비키’를 찾아낸다.

           “그냥 물에 섞으면 만들 수 있을까요?”

           병을 받아 든 가나하는 바닥에 내려놓으며 답한다.

           “응. 그냥 통에 물이랑 포카리랑 일대일 정도로 섞으면 돼. 나도 마코토 한태 배운걸 따  라 할 뿐인걸.”

           조금 늦은 지금 이 순간 시죠는 그녀가 말한 ‘기분 좋다?’의 의미를 어렴풋이 이해한다.

          

 

          

           “안녕하세요 가와시마씨.”

           갑작스레 열린 문의 저편에서 그녀와 부딪힐뻔한 가와시마는 적당히 몸을 틀어 그녀를 피한다. 덤으로 오른손의 커피도 조심스레 움직이며 쏟아지지 않게 주의하였으나 이미 빈 잔이라는 것을 다시 상기하면서 그녀에게 답한다.

           “안녕 시즈쿠쨩.

           “오늘은 늦으셨네요.”

           “뭐, 조금.”

           거대한 골판지 상자를 양손으로 높이 든 오이카와는 얼굴마저 상자뒤에 가려진 체 사무소에서 나와 복도로 향하는 길에 그녀와 마주한다. 남자가 적은 사무소 내에서 그녀는 간혹 이렇게 ‘남자의 일’ 이라고 불릴만한 것 들을 해내고는 한다.

           “그거 뭐야?”

           “1분기 녹화본 이요. 창고로 옮겨야 한다고 하셔서.”

           “네가 하는 거야?”

           “네, 뭐.”

           어째서 이 소녀는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런 일을 도맡는 걸까 하는 그 생각에 가와시마는 복잡한 감정에 휩싸인다. 그건 나중이야. 컵을 복도 한 구석에 내려둔 가와시마는 곧 오이카와와 마주한 쪽의 상자 모서리를 양손으로 받친다.

           “같이 들께.”

           “아뇨, 괜찮아요 가와시마씨.”

           “창고로 가면 되지?”

           오이카와의 만류는 무시한 체 그녀는 한쪽을 들어올린다. 어째서 이렇게 화가 나는걸까.

           “죄송해요.”

           가슴높이까지 들어올리고 있던 상자를 허리까지 편하게 내린다. 그녀와 신장차이가 크게 나는 가와시마는 이제서야 자신이 함께 든다는 것이 그녀에게 있어 얼마나 도움이 안 되는지를 뒤늦게 깨닳으면서도 자신의 팔을 최대한 들어올려본다. ‘나 도움되고 있는 거 맞아?’ 적어도 창고의 문을 열 때라면 자신이 활약할 수 있으리라는 그러한 작은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은 뒷걸음질을 치면서 상자를 받친다.

 

강을 건너는 가젤처럼 

 

0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