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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의 뒤편 (마유, 치히로, 프로듀서)

댓글: 4 / 조회: 664 / 추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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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05, 2016 03:43에 작성됨.

 

주의. 약간 폭력적인 묘사가 있습니다.

―――

 


그 사람 쪽에서 처음 만나자는 약속을 제안했을 때부터, 평판이 좋지 않았던 것을 알고 있었다.

적당히 핑계를 대서 한두번 거절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던 것을 보면, 어지간히도 마음에 들었었나보다.

그대로 거절만을 계속하자, 어느순간 사소한 곳에서부터 상황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을 때는, 언제까지고 도망만 칠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


오전 10시14분

마유「안녕하세요.」

치히로「아, 마유양 안녕하세요.」

마유「P씨...는 아직 안오셨네요.」

치히로「그게...오늘 늦을 것 같다고 하셨는데, 좀 걱정이에요.」

마유「네...?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요...?」

치히로「모르겠어요, 그 말만 남기시고 아직까지 연락이 안 되고 있어서 말이죠...」

마유「그런가요, 어제 밤까지만 해도 아무 일도 없으셨던 것 같았는데 대체 무슨 일이 있으신 걸까요...」

치히로「늦는다고만 하신걸 보면 오늘 안에는 오신다는 뜻일 테니까, 프로듀서가 출근하시면 그때 같이 물어봐요.」

마유「네...이렇게 걱정만 하고 있어도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마유도 레슨 하러 다녀오겠습니다...」


치히로「(말은 저렇게 하지만 표정, 여전히 어둡네. 이렇게 걱정시키나 하고, 돌아오시면 드링크라도 강매할까.)」
―――


나와 둘만 남게 되자 그 사람이 베게영업을 제안했을 때는, 올 것이 왔다는 느낌이었다.

물론 나는 거절했다.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무슨 일을 당한다고 해도, 그런 짓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또한 지금까지 자신이 해왔던 대로 행동했다.


―――
――


오전 11시52분


마유「(아침일이 신경 쓰여서 레슨, 오늘은 잘 안됐네요...이래서는...)」

마유「(P씨가 늦는 이유가, 마유가 한 그 일이 들켜서 늦는 게 아닐까 생각하면...)」

prpr

마유「(어라? 치히로씨, 문자? 아, P씨가 오시는 건가요! 침울해하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탓탓


―――
11시59분


마유「다녀왔습니다!」

치히로「어, 어서 와요. 프로듀서는 이제 곧 오실 거예요.」

마유「무슨 일이 있으셨던 건가요?」

치히로「좀 긴 이야기라 도착하면 말하겠다고 하셔서 아직은 저도 아무것도 몰라요.」

마유「그럼 마유는 P씨가 오기 전에 차라도 준비하도록 할게요.」

치히로「도와드릴까요?」

마유「혼자서도 괜찮아요.」
―――

더러웠다―.



시끄러웠다―.



거절했을 때 협박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그 자리에서 넘어뜨려 손을 깍지 껴 목을 졸라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당장 그런 짓을 했다간, 누군가에게 제지당해서 --지 못할 수도 있다.


감옥에 가게 될지도 모른다.


미움 받을지도 모른다.


마지막 상상이 특히 마음에 와 닿아서 어떻게든 참을 수 있었다.




결국 마지못해 수락하기로 했다.


약속을 지킬 생각은 조금도 없었지만.

―――

P「출근했습니다...」

마유「P씨! 걱정했어요! 무슨 사건이라도 있으셨나요?」

P「사건이, 있었지. 아니, 있었다고 해야 할지, 휘말렸다고 해야 할지, 양쪽 모두라고 보는 게 맞으려나?」

치히로「확실하게 설명을 해주세요! 얼마나 걱정했는데요! 행여나 시시한 일이었다면, 드링크 10상자 각오하세요!」척

P「그것 좀 내려놓고 말씀하세요. 상자 안에 드링크가 빼곡하게 차있는 걸 보니까 나오려던 말도 들어갈 것 같아요.」

치히로「알겠어요.」

마유「P씨도 여기 테이블에 앉아서 처음부터 들려주세요. 차도 드시고요」

P 「아, 고마워」

마유「무슨 일이 있으셨던 건가요?」

P「좋은 일은 아니었지, 아침에 출근하려고 집밖으로 나갔을 때였어. 갑자기 험악하게 생긴 아저씨들이 접근하더니 경찰수첩을 들이밀고는, 나를 추궁하기 시작했지.」

치히로「어린아이들을 스카우트하려다 신고 당하셨나요?」

P「달라요, 달라...이번에는요. 그런 게 아니라, 마유. 며칠 전에 같이 만났던 방송국 이사 기억해?」

마유「...아 기억하고 있어요. 네.」

마유「(그렇게 좋은 기억은 아니지만요.)」

P「그 사람이 지금 행방불명이래. 그것 때문에 얼마 전에 만났던 나를 찾아온 거고.」

치히로「그것 때문에 이렇게 오래 걸리신 거예요? 역시 드링크를...」

P「끝까지 들어요. 실은 형사들이 죽었을 가능성을 높게 두고 조사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치히로「왜요?」

P「평소에 원한 살 일이 많았나 봐요.」

마유「원한 살 일이요?」

P「여러 가지 있었다는 것 같지만, 나한테는 수사 중에 나온, 그 사람이 촬영한...그...베게영업 컬렉션을 보여줬어. 그 사람이 지금까지 베게영업을 하면서 몰래 찍은 영상을. 근데 그게 또, 합의하에 한 것뿐만 아니라, 거의 협박을 해가면서 한 것도 많았다는 거야.」

마유「그때, 이상한 눈빛으로 마유를 쳐다봤던 건 그것 때문이었나요. 아, 걱정 마세요. 마유에게는 아무 일도 없었어요.」

마유「(아무 일도 없었죠.)」

P「알고 있어. 그런 자리에서는 나도 상대방의 안색을 주의 깊게 살피고 있으니까. 마유한테 그럴 조짐이 있었으면 내가 먼저 거절했어.」

마유「P씨...」

P「이야기를 되돌려서, 베게영업 컬렉션. 그걸 보여주면서 그 사람이 나를 협박해서 그것 때문에 내가 뭘 어떻게 한 게 아니냐면서, 거의 넘겨짚기 수준으로 말하면서 경찰서로 연행해갔어. 치히로씨한테 메시지 남겼던 것도 그때였고요. 금방 압수해가서 늦는다는 말밖에 전하지 못했지만요.」

치히로「그렇게 된 거였나요... 하지만 베게영업 영상만으로 범인취급을 받았던 거예요? 차라리 협박받은 사람들을 찾아가는 게 더 가능성 있었을 텐데, 형사 분들도 너무하네요.」

P「아, 죄송해요. 한가지 빠뜨렸네요. 저랑 마유를 만난 이후로 사라졌다나 봐요. 그게 제일 컸던 것 같아요.」

마유「그렇다면 마유는 왜 의심받지 않았던 걸까요.」

P「마유는 그 사람을 만나고난 뒤로도 일 때문에 한참 바빴었고, 일이 끝나고 나서는 너무 늦어서 내가 기숙사까지 바래다줬잖아. 이동할 때에도 다른 사람이 운전하는 차를 탔으니까 마유에게는 하루 종일 알리바이가 있었던 셈이지. 반면에, 나는 만난 이후로 사무실에 오기 전까지 혼자 있었고, 마유를 바래다주기 전까지 잔업 때문에 혼자 사무소에 있었으니까.」

치히로「그거라면 납득이 가네요.」

P「연행되고 나서는, 어두운 취조실에서 몇 시간 동안을 자백을 유도 받으면서 보냈어요. 범죄 드라마에서 봤는데, 그럴 때 분위기에 휩쓸려서 자백하면 안된다고 하길래, 그냥 아무 말도 안했지만요. 그런 걸 할 거면 하다못해 돈가스덮밥이라도 줬으면 했는데, 결국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그 사람은 저랑 마유를 만난 후로도, 러브호텔에서 다른 사람하고 만났다는 게 밝혀져서 풀려났어요.」

치히로「그게 누구인가요?」

P「거기까지 말해주진 않았어요. 러브호텔에서 만났다고 했으니까, 아마도 여자가 아니었을까요? 지금까지 했던 자백유도는 뭐였나 싶을 정도로 간단하게 풀어줬을 때는 약간 어이가 없었어요.」

치히로「제일 마지막으로 만났다는 게 의심받은 이유였으니까요. 아무튼 범인으로 몰리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하마타면 저한테 빚을 지시고 풀려나실 뻔 하셨어요.」

마유「(빚을 지는 건 그렇다고 쳐도, 풀어주실 수도 있는 건가요...)」

P「사과한마디 없어서 조금 화가 나긴 했지만, 풀려났으니까 그렇게 신경 쓰지는 않기로 했어요. 여기까지가, 늦게 출근한 이유였습니다.」

치히로「확실히, 어쩔 수 없네요. 거기다 그런 큰일이었다니, 상상도 못했어요.」

P「저도 상상도 못했어요. 재난이었지요.」

치히로「그럼, 출근하셨으니까 어서 일 시작해주세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점심시간이니까 밥부터 먹으러 가요. 프로듀서가 풀려난 축하도 겸해서 제가 두 분 모두에게 살게요.」

P「나중에 배로 갚으란 말 하시는 거 아니죠?」

치히로「아무리 저라도 그렇게 까지는 하지 않아요!」

마유「괜찮으신가요?」

치히로「사양하지 않아도 괜찮답니다. 이런 때에도 아낄 만큼 멋없는 여자는 아니에요.」

마유「그럼, 감사히 먹을게요.」

치히로「자, 갑시다. 제가 좋은 가게를 알고 있어요.」


―――

비싼 호텔비를 내는 게 싫었는지, 아니면 직함이 직함인 만큼 그런 곳에 가면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지, 적당한 러브호텔로 약속을 잡았다.


먼저 방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일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방에서 봤으면 좋겠다. 라는 것이 그의 말이었다.


예정보다 한시간 정도 늦은 시간으로 약속을 잡은 뒤, 일을 최대한 빨리 마친 후 준비물을 구했다.

변장도구, 청테이프, 여행가방, 그 외 이것저것.

원래부터 있던 물건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그 후에는 사전답사였다.

변장을 마친 후, 호텔 거리 근처를 조사했다.

사람들 발길이 적은 곳이 어디인지, 또 카메라가 어디에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았다.

퇴근시간임에도 대략 30분 동안, 러브호텔 근방을 지나는 사람들은 열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밤이 되면 인적은 없어질 것이 분명했다.

거기다 제대로 된 카메라 또한 거의 없다시피 하는 곳이었다.

사람 하나 정도 사라지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
――




7시 10분

P「마유는 기숙사까지 데려다 줬고, 일도 다 처리했으니 슬슬 돌아갈까요.」

치히로「드디어 퇴근이네요.」

P「일이 많이 밀려있을 줄 알았는데 오기 전에, 미리 처리 해주셔서 금방 끝났어요. 계속 도움만 받고 있네요. 죄송해요.」

치히로「별말씀을요. 어시스턴트로서 당연한 일인걸요.」

P「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같이 비싼 술집에서 술이라도 대접하고 싶지만, 오늘은 여러 일이 있어서 그런지 좀 피곤하네요. 이번 주말, 이번 주말에 제가 살게요.」

치히로「전 사양하지 않고 마신다구요?」

P「하핫, 드링크 값이 남아도니 문제없어요.」

치히로「좋아요, 그럼 기대할게요.」

P「안녕히 가세요.」

치히로「프로듀서씨도.」


―――


같은 시간 기숙사

마유「(다행이에요. 처음에 P씨가 늦으셨다고 했을 때는, 마유가 도청기를 설치한 게 들킨 게 아닐 불안했어요.)」

「(그 후에 P씨가 훨씬 더 큰일에 휘말리셨다는 걸 알았을 때는 잠시 동안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결국 오해 없이 풀려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괜찮아 졌어요. P씨가 무사하셔서 다행이에요)」

「(오늘 사무소에서 제대로 이야기 하지 못한 만큼, 내일은 평소보다 일찍 사무소로 가서, P씨를 만나, 평소보다 오랫동안 대화를 나눠야겠어요.)」



――――

―――

――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워서 오늘 있었던 일을 돌이켜 보았다.

정말 위험했다.

솔직히 말해서 형사들이 경찰수첩을 들이밀었을 때는 가슴이 철렁했다.

표정관리를 안했으면 지금도 경찰서에서 추궁 받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결국, 제대로 된 증거도 없이 추궁한 것을 알았을 때는 약간 웃음이 나올뻔 하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큰 교훈을 얻었다.

만난지 얼마 되지 않은 비지니스 상대를 죽일 때에는 좀 더 간단한 방법을 쓰자.

운이 좋아서 다행이었다. 진짜로.


――――――――――――


원래라면 마유를 눈앞의 호텔로 데려가는 것이 오늘의 마지막 일이 되었겠지만, 좀 더 몸이 힘든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아무도 내가 프로듀스 하는 아이돌에게 손을 댈 수는 없다.

마유를 기숙사로 돌려보낸 후, 러브호텔에 들어간 그가 다시 나오기를 기다렸다.

약속시간을 넘기고 어느 정도 지났을 쯤, 그에게서 전화가 왔지만 무시했다.
짜증내는 그의 모습을 상상했더니,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 것도 마냥 힘들기만 하지는 않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20분 정도 더 기다리면서, 슬슬 러브호텔에서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하던 그때, 여자 혼자 러브호텔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시기상으로 생각해보면 아마도 기다리는 것을 포기하고, 아쉬운 대로 콜걸이라도 불렀나보다.



결국 그 후로도 몇 시간 정도 더 기다린 끝에, 다시 콜걸이 돌아갔고, 머지않아 드디어 그 또한 모습을 드러냈다.

내 쪽으로 오는 것을 확인하고 골목길에 숨어, 주위에 다른 사람은 없는지, 온 감각을 집중시키며 가까워지는 발소리를 들었다.

인적이 드문 길임에는 틀림없었지만, 예상 밖의 상황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확신했다.

주위에는 그 이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발소리의 주인이 골목 앞으로 옆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바로 목을 낚아챘다.

목을 팔로 단단히 고정시킨 채, 최대한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 쓰러졌다.

갑작스러운 기습에 그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팔을 할퀴려 했지만 긴팔 옷을 입은 덕분에 다치는 일은 없었다.

얼마 안가, 그 행동이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소리를 지르려고 했었지만, 그때는 이미 늦어있었다.

약한 기침소리만이 그가 그곳에서 낸 마지막 소리가 되었다.

거셌던 저항이 멈추자마자 챙겨온 청테이프를 이용해 입을 막았다.

그 다음은 발, 손목, 허벅지를 차례로 칭칭 감았다. 혹시 몰라 입에도 다시 한 번 감았다.

축 처진 몸을 캐리어에 어떻게든 쑤셔 넣고, 숨만 쉴 수 있을 정도로 지퍼를 열어둔 후 근처에 세워뒀던 차 트렁크까지 옮겼다.

그리 소란스럽지는 않았지만 혹시라도 소리를 듣고 온 사람이 없을까, 옮기는 동안 조마조마 했다.

다행히 누구와도 마주치는 일 없이 무사히 트렁크에 실을 수 있었다.

나는 그대로 차를 몰고 떠나갔다.

그 다음에 있었던 일은 세 단어로만 표현해 두겠다.

호수, 고문, 수장.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냥 퍽치기나 묻지마 살인으로 위장하는 편이 더 나았던것 같다.

그래도 아랫도리를 뭉개버렸을 때의 표정과, 입에 붙인 청테이프 밑으로 들렸던 비명을 다시 떠올리면 보람은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일은 운에 기댄 면이 상당히 강했다.

항상 이렇게 운이 좋을 수는 없다.

이 방법은 최대한 자제하도록 하자.

 

 


휴대폰으로 아이돌들과 찍은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내일도 그 아이들의 웃는 얼굴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
 원래 쓰던 게 잘 안되서 기분전환으로 썼는데, 이번에는 고쳐쓰는 게 잘 안되서 거의 일주일동안 묵혀놨네요.
 좀 더 반전있게 써보고 싶었는데, 잘 됐는지 아리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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