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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되지 않은 카미카쿠시-1

댓글: 2 / 조회: 611 / 추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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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25, 2016 09:19에 작성됨.

 오리지널 설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처음으로 연재하는 글인 동시에 동시에 팬픽입니다.
모쪼록, 따듯한 눈으로 지켜봐 주세요.

카미카쿠시(神隠し) : 초자연적 존재(神)에 의한 숨겨짐(隠し)이라는 뜻으로서, 단순 잠적이 아닌 원인불명의 실종과 같은 뉘앙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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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마지막 주 수요일
오후 11시 45분
 

 오늘은 막차시간에 맞춰 퇴근할 수 있었다.

 늦은 시간임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몇 주간 자정을 한참 넘겨서 퇴근했던 것을 생각하면 오늘은 그나마 잠다운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한 달간은 프로듀스 중인 아이들이 이제 막 인기가 생기기 시작해서 아침부터 새벽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식사는 일하다 짬이 날 때 해결했고, 스태미나 드링크를 거의 입에 달다시피 하며 생활했다.
 
 한가한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지만, 지치지 않는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리라.
 
 그럼에도 어떻게든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 불평하나 없이 묵묵히 따라와 준 그 아이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주 금요일이 지나면 이 터무니없는 격무도 어느 정도 진정된다.
 
 그때는 고생해준 아이들을 위해 괜찮은 음식점이라도 데려가야겠다.
 
 그다음에는 새 아이돌을 영입해야 한다.
 
 지금의 프로덕션은 프로덕션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소속 아이돌이 적다.
 
 조만간 오디션 광고라도 내자.
 
 그렇게 한산한 전차에 앉아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던 중,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프로듀서 밤늦게 죄송해요』
『최근 바빠져서 이야기할 틈도 거의 없었네요』
『항상 제일 늦게 퇴근하시던 것 같았는데 몸 상태는 괜찮으신가요?』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저라도 괜찮으시다면 간단한 사무 정도는 도와드릴게요』
 
 카코에게서 메시지가 와있었다.
 
 뭐라고 해야 할지...아마 감동이라는 표현이 알맞은 것 같다.
 
 메시지에 답장을 하면서, 이런 부분 때문에 내가 계속해서 이 일을 하고 있음을 다시금 실감했다.
 

 집으로 돌아가면 바로 자자.
 
 
 그리고 내일 일어나면 다시 힘내자― 아이들을 위해서―.
 
 
 
 묘하게 졸음이 몰려왔다.
 
 
 잠들면 곤란하다.
 
 
 
 눈꺼풀이 감기는 것을 최대한 참으면서 그렇게 생각했지만, 수마(睡魔)는 그런 생각조차도 덮어버릴 정도로 강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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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은 ―――다. 내리―문은 ―른쪽 입니다.」
 
 내려야 하는 역에 도착하기 직전, 문득 눈을 떴다.
 운이 좋았다.
 하마터면 그대로 종점에 도착할 때까지 자고 있을 뻔했다.
 카코의 문자를 보고 답한 덕분일지도...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닌가.
 
 플랫폼으로 나와 떠나가는 전차를 바라봤다.


 전차 안은 텅 비어있었다.
 


 
8월 마지막 주 목요일
오전 0시 29분
 
 역에서 나왔을 때, 이상하게도 서늘함이 느껴졌다.
 밤인 것을 감안해도 해도 여름에 맞지 않을 정도의 서늘함이었다.
 
 뭔가 이상하다.


 온도뿐만이 아니다.
 
 사람도, 차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평일 자정에도 자주 사람이 오가는 곳이지만 지금은 아무도 없다.

 역의 오른 편, 도로 너머로 보이는 선술집들도, 문이 열려있었고 조명도 켜져 있었지만 그 안에 사람의 기색은 전혀 없었다.

 조명의 불빛만이 거리를, 가게 안을 비추고 있을 뿐이었다.

 좋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평소와 다름없는 풍경이다. 하지만,

 마치, 길을 잃어버린 것만 같았다.

 한동안 같은 자리에 멍하니 서있었지만, 언제까지고 이렇게 있을 수만도 없었다.
 
 나 자신을 타이르듯 고개를 휘젓고, 서둘러서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다행히도 집까지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다.
 횡단보도 너머, 오른 편으로 보이는 상점가.
 그곳을 가로질러 빠져나오면 주택가가 나온다.
 주택가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그대로 가로지르면 나오는, 공원 뒤에 있는 4층 맨션이 내가 살고 있는 건물이다. *맨 아래에 구조를 그려놨습니다.
 
 걸어서 1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다.

 걱정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
 
 마음속으로 그 말을 되풀이하며 횡단보도 쪽으로 걸어갔다.
 신호가 바뀌지는 않았지만, 차는커녕 차소리도 들리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건너기로 했다.


 횡단보도를 반쯤 건넜을 때, 왼편에 편의점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역에서는 오른 편만 집중해서 본 탓에 눈치 채지 못했었나 보다.
 
 안쪽은 선술집과 마찬가지로 조명은 켜져 있었지만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왜 아무도 없는 걸까.

 문득, 예전에 인터넷으로 봤던 도시전설이 떠올랐다.
 이세계로 가는 방법. 아마 그런 이름이었다고 생각한다.

 자세한 방법은 기억나지 않지만 엘리베이터로 여러 층을 누른 끝에 마지막에 도달하게 되는 장소는 지금 내가 보고 있는 풍경과 상당히ー

닮았다.
 
 이런,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아무리 그래도 다른 세계라니, 너무 피곤해서 맛이 가기 시작 한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는 건 감수성 풍부했던 중학교 시절로 충분하다.

머릿속으로 떠올린 생각을 부정했다.

그러는 사이에, 어느새 횡단보도를 무사히 건너고 상점가 안쪽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또각, 또각.
 또각, 또각.

 양옆이 벽으로, 위는 천막으로 막혀있어서 그런지, 신고 있는 구두의 발자국 소리가 평소보다도 크게 들렸다.

또각, 또각.
또각, 또각.

 상점가 간판의 빛 덕분에 어둡지는 않았지만 아무도 없는 어두운 곳을 혼자 걷고 있어서 그런지,
또다시 기분 나쁜 상상을 하고 말았다.

또각, 또각.
또각, 또각.

 이전 프로덕션을 나오기 전, 아직 지금보다 한가했을 때, 코우메와 같이 봤던 영화가 떠올랐다.

 장르는 물론 공포였다.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분명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또각, 또각.
또각, 또각.

 주인공은 지금의 나처럼 아무도 없는 거리를 지나가고 있었다.
 보통은 뒤에서 무언가가 따라오는 것이 정석이지만, 그 영화는 의표를 찔러서 정면에서 갑자기 튀어
나왔다.

또각, 또각.
또각, 또각. ――


 ......

또각, 또각.
또각, 또각. ―――


 ......아무래도 생각이 씨가 된 것 같다.

또각, 또각.
또각, 또각. ――――


 상점가 앞에서 희미하지만 발소리가 들려온다.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닥

 게타, 나무로 만든 조리,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나아갈수록 점점 발소리가 분명해진다.
 오른쪽 모퉁이에서 들려온다.

또각, 또각.
또각, 또각. ――타닥

 소리로 들어봤을 때, 발소리의 주인은 몸집이 그리 크지 않은 것 같다.
 얼마 전, 카코가 여름축제 이벤트에서 나무 조리를 신었을 때, 이것보다 좀 더 큰 소리가 났었으니 확신할 수 있다.

또각, 또각.
또각, 또각. 타―타닥

 령에 대해서 잘 아는 편은 아니지만, 령이라면 적어도 발소리는 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각, 또각.
또각, 또각. 타닥타닥

 상점가의 끝자락에 다다랐다. 발소리는 5미터 채 안되는 곳에서 들려왔다. 좋든 싫든 발소리의 주인이 누군지 알게 되기까지 아주 조금 남았다.

또각, 또각.
또각, 또각.

 ...... 모퉁이를 돌기 직전, 발소리가 멈췄다.
 이대로 모퉁이를 돌았을 때 아무도 없다면, 난 아마 집에 도착할 때까지 전속력으로 달리겠지.

 심호흡을 하고 모퉁이를 돌아보았다.
 


 왜인지, 가로등은 모두 꺼져있었다.


 하지만, 달빛은 도심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밝았다.

 덕분에 그 아래에 서있는 실루엣만은 간신히 확인할 수 있었다.

 기모노를 입고 있는 여자아이였다.
 나이는, 키를 봤을 때 초등학생 정도인 것 같았다.

  멈춰 서서 무엇을 찾기라도 하는지, 한동안 두리번거리던 여자아이는 나를 보더니 그대로 내게 걸어오면서 말했다.

「거기 계신 분, 하나 여쭙고 싶은 것이 있사온데-.」

 느리고 나긋나긋한 어조의 목소리였다.

「이 근처에 역이 어디 있는지 아시는지요-?」

 묘한 말투가 신경 쓰였지만, 왜인지 대답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크게 들었다.

「아...여기 상점가를 쭉 가로지르면 나와.」

「그대의 인도에 감사하여요-.」

 이런 시간에 역에는 무슨 일이냐고,물어볼 새도 없이, 여자아이는 나를 지나쳐 그대로 모퉁이를 돌아 상점가 안으로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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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접한 설명 때문에 구조가 잘 이해되지 않으셨다고요?

그런 분들을 위해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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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편의점 o:여자아이가 멈춰 있던 곳

             |        |                |      |
    「 ーーㄱ         |                |      |
    |        |         ㅁ              |      |
    | 역  | || || || || || ㄴ________________」      | 주
    |       |                상점가          | 택
   ㄴ__ 」          「ーーーーーーーㄱ     | 가
          |           |                 | o   |
          |           |                 |     |
          |           |  선             |     |
          |           |  술             |     |
          |           |  집             |     ㄴ_
          |           |  들             |
          |           |                 |     「ー
          |           |                 |     |
          |           |                 |     ㄴ__
     __」           |                 |     |  공원
                     |                 |     「 ーー
     - -ㄱ           /                 |     | P家 |

        /          /                /      ㄴ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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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번 수정을 해봐도 약도를 모바일로 보니 조금 깨지는군요. 모바일이신 분들. 죄송합니다.)



제일 처음 말했던 대로 처음으로 연재하는 팬픽입니다.

읽는 책들이 라노베랑 일본 추리소설밖에 없는 탓인지, 문체는 일본어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평소에 친구들이 매번 일본어 문체를 지적해서 신경을 써보긴 했지만, 전혀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해도 안되길래, 그냥 받아들이고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마음에 드셨는지 모르겠네요.

[의도되지 않은 카미카쿠시]는 앞으로 2~3편정도 더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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