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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하야 그녀에게 귀신이 붙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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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22, 2018 20:36에 작성됨.


경찰「..잠깐요. 둘이서, 떠올랐다는게..

첫번째 심문 때에도 듣긴 했는데, 구체적으로 이해가 잘 안되어서...」


히비키 「..자신도 잘 모르겠어. 내가 본게 맞는걸까?

하지만 내가 보기로는..염소랑 야요이가..그대로 붕 떠올랐어. 야요이는 묶인 채로 떠올라서, 별안간 미친듯이 웃기 시작했고,

염소도..염소도 마치 정신병자마냥 낄낄대며 웃기 시작했어. 자신, 고향에서 염소를 키워봐서 잘 알아.

그런건 염소가 할 수 있는게 아니였어. 염소는, 마치 사람처럼 웃었어. 마치 야요이를 따라하는 것처럼.

아니, 야요이에게서 뭔가 악랄한 병이 전염되어 서로 하나가 되어버린 것 같았어.

바닥이 마구 진동하면서 흔들렸어.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바람 한점 불지 않는데, 촛불들이 전부 꺼질락 말락

ㅡ마치 보이지 않는 손가락들이 비비는 것처럼.」


경찰 「..계속해서 듣겠습니다.」


신부님은 은으로 된 칼을 꺼내들어서, 그 미친듯이 웃는 염소를 찌르려고 했지만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치이기라도 한 듯이 벽 한켠으로 그대로 날아가서 목부터 떨어졌어.

신부님이 아파서 막 소리질렀어. 소리지르면서도 내게 필사적으로 소리쳤어.


박 신부 「히비키! 염소를 찔러라! 어서!! 

지금 놈은 피로 연결되어 염소의 몸에 넘어가 있으니까 지금이 바로ㅡ」


히비키 「자, 자신은ㅡ」


박 신부 「시간이 없다! 자시가 곧 지난다! 어서!!」


ㅡ푹


경찰 「..그래서 칼에서 박 신부의 혈흔과 히비키씨의 지문이 나왔군요.」


히비키 「응..그리고 나머지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치하야는 바로 옆에서 염소 피가 튀어버린 시점부터 쭉 기절해 있었구..

소란 때문에 경찰들이 몰려왔고 이후부터는..」



엔딩

경찰 「후..일단 히비키씨, 수고 많으셨습니다.」


히비키 「그..다들 문제 없는거지? 잘 해결된거냐조?」


경찰 「..솔직히 말씀드리자면..박 신부는 퇴원하는 즉시 여러 혐의로 조사받을 겁니다.」


히비키 「..어어? 그게 무슨?..」


경찰 「..처음부터 가보죠. 일단..그 사람, 동경한인교회 측에 연락해보니 잘린 사람이더랍니다.

오래 전에 주사라던가, 기타 여러가지 문제로 신부직에서 물러난 사람인데 그게 벌써 1년 전이라더군요.

그리고 이후부터는, 본인이 직접 '성모 마리아의 교회' 라는 이름으로 교회를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엄연히 따지면 사이비입니다. 가톨릭에서 정식 승인한 신부가 운영하는 교회가 아니니까요.」


히비키 「하, 하지만! 그정도는 급하면 그렇게 할 수도..」


경찰 「하아..사실 그건 다른 혐의들에 비하면 사소한 문제입니다. 그 사람..성폭력 혐의를 받는 사람이란 말입니다.」


히비키 「..뭐?」


경찰 「..야요이 부모님이 그쪽 교회 신자더군요. 조사해보니까, 야요이가 버는 돈을 족족 다 거기다 바치고 있었어요.

그 사람, 금 십자가니 은 십자가니..여러가지 들고 다녔죠?

그거 다 야요이 부모님 같은 신도들 기부금으로 사들인 거더군요. 뭐 거기까진 불법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경찰 「어디보자..조사서 상으로는 부모님 진술에 따라 0월 00일날 처음 그 소위 '빙의' 증상이 발현됬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히비키씨가 알기로는 처음 '자해' 했던 그 날을 '빙의' 시작일로 보고 있는 겁니다.

근데 그 날로부터 나흘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세요? 야요이는 야요이 부모님 안내로, 그 박 신부의 사이비 교회로 초대를 받았답니다.

박 신부와 야요이는 일찍부터 부모님을 통해서 어렸을 때부터 잘 아는 사이였고,

야요이는 그런 박 신부 말이라면 아주 잘 따랐겠죠.

그 날 박 신부 전도로 단 둘이서만 교회 안에서 신도 세례를 받았다는데...이거 감 안 잡히십니까?

그 날 이후부터 밤 중에 발작이라던가, 욕설이라던가.. 빙의 증상들요.

그런데 이거, 흔히 보이는 성폭행 트라우마의 증상들과 유사하거든요?

날짜에 약간 차이가 있긴 한데.. 동생들이 부모님에게 알려줘서 인지하게 됬다고 하니, 

어쩌면 세례받은 당일부터 그런 증세를 보였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증세가 계속 심해지다가, 첫 발병 이후 한달만에 병원 신세까지 지게 되었는데,

그동안에도 교회는 계속 나갔다고 그러더군요. 그러다가 엑소시즘 의뢰까지 들어가게 되었고.

허 참..이거, 완전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격 아닙니까?」


히비키 「그, 그럴리가..」


경찰 「그리고 프로듀서를 통해 야요이 본인 스케줄에 대해서도 조사해 봤는데,

세례받은 그 즈음날부터 집에 들어가기를 싫어하는 눈치를 보였답니다.

또한 부모님 증언이랑 대조한 결과 세례받은 이후에도 자주 그 사이비 교회에 나갔다는게 확인되었습니다.

증거는 그 뿐만이 아니에요. 그 사람, 엑소시즘 한다면서 녹음했던 테이프들이 교회 집무실에서 입수됬는데..한번 들어보시죠.」


-드르륵...


박 신부 「ㅡ나가라. 네가 있을 곳이 아니다.」


야요이 「ㅡ우아앙! 마, 만지지 마! 왜 자꾸 거길 만지세요..제발 그러지 마세요 신부님..」


경찰 「..박 신부가 이걸 왜 녹음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뭐, 구마 의식 때 악마 증언을 녹음하는 단계가 있다고 하는데,

그런건 제하고서라도, 이 녹음 내용만 들어보면 딱 답이 나오지 않습니까?

녹음 테이프들 전체가 대체로 이런 내용이에요. 도대체 어떻게 생각하는게 옳겠습니까?」


히비키 「..하, 하지만 그건 악마가ㅡ」


경찰 「예. 물론 만에 하나라도 가능성이라는게 있죠. 초자연적인..뭐 그런거요.

하지만, 그런건 언제든지 조작 가능한 것들 아닙니까? 온도야, 에어컨이면 그만입니다.

붕 떴다는건, 어쩌면 그 특이한 향초들에 무언가 그런..향상신성 효과를 내는 약이라던가..

어쨌거나  결국 박 신부는 의식을 찾는 그 날부터 엄격하게 조사받게 될 겁니다.

그렇다면 모든 건 결국 시간이 알려주겠지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히비키씨.」


히비키 「...알았다조.」



....


잠을 잇지 못하게 만드는 미묘한 몸의 불편함에 박 신부는 눈을 떴다. 주변은 어두웠다.

아마 한밤 내지는 그 즈음일 것이다. 시계를 보니, 초침은 이제 막 12시를 지나 1시로 향하고 있었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아니, 침대마다 쳐져있는 커튼 때문에 알 수 없는 쪽에 더 가까웠다.

박 신부는 문득 덥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쪽에서는 찬 바람이 불고 있었는데,

창가 바깥쪽에서는 왠지 역하게 느껴지는 창백한 달빛과 함께 열대야 특유의 끈적이는 열풍이 더러운 짐승의 숨결마냥 불어오고 있었다.

왠일인지, 그는 염소가 생각났다. 지금 불어오는 바람이 딱 그때 그 순간의 염소 숨결과 같았다.


야요이 일은 괜찮겠지..


문득 목이 아파왔다. 불편한 느낌에 스트레칭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그는 더 이상 고개를 돌릴 수 없었다. 옆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잠깐 들렸는데, 누군가 온 것 같았다.


「그녀는 귀신이 붙었어요.」


느닷없이 다가온 인기척에, 박 신부는 다소 놀랐다.

그것은 여자아이의 목소리였는데,

그는 그 목소리의 주인을 기억해낼 수 있었다. 자신을 도와줬던 두 명의 아이들 중 한 명이니까.

이름이..키사라기 치하야였던가?


박 신부「..그래. 하지만 이제는 괜찮을거다. 구마 의식은 성공으로 끝났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ㅡ」


「그녀는 귀신이 붙었어요.」


그때, 머리카락들이 그의 손등을 찌르는게 느껴졌다. 머리카락들은 마치 아래에서 위로 떨어지듯, 그의 손등 위를 뒤덮기 시작했다.

그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깨닫고는, 공포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목에서 느껴지는 진한 고통 속에서도, 그는 필사적으로 몸을 꿈틀댔다. 간호사 호출 버튼이 바로 옆에 있었지만, 

불편한 몸은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러는 와중에도 거꾸로 뒤집힌 푸른 머리카락들은 손등을 따라 목덜미로 이어지며 이윽고는 신부의 뺨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신부는 두 눈을 억지로 창가 쪽에 돌렸다. 역한 숨결이 느껴졌다. 마치 그때 그 순간의 염소의 것과 같은.

아니, 구마 의식 전까지의 야요이의 것과 같은.

설마, 마지막 순간 피가 튀어서ㅡ


결국 참지 못한 신부가 눈을 돌렸다.


「그녀는 귀신이 붙었어.」 


박 신부의 시선은 치하야의 동공 없이 뒤집힌 두 눈과 마주첬다.


천장에 거꾸로 서 있는.


박 신부는 공포 속에 소리없는 아우성을 내지르며 손을 뻗었지만,

막 닿기 전 그의 손가락들은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짓눌린마냥 반대쪽으로 끔찍하게 휘어졌다. 신부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지만,

입술은 그대로 녹아 서로 붙어버렸다.


그리고 침대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유리 조각들이 그의 몸을 긁으며 만들어낸 잠깐 동안의 짧고 날카로운 고통이 지나자,

역한 달빛이 그의 전신을 비추었다.


짧은 비행 끝에 강렬하고 묵직한 고통 속에 정신을 완전히 잃기 전,

그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귀에 닿을 정도로 기괴한 미소를 짓고 있는 치하야였다.



...

경찰 「후우...하필 유력한 용의자인 상태에서 자살하다니.」


경찰1 「과학경찰연구소 사람들이 그러는데.. 그런데 자살이나 타살로 보기에는 이상한 점이 많다고..

무엇보다도, 사실상 척추마비 상태였던 환자가 침대째로 들어서 그렇게 나간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고 그러더군요.

..바로 옆방에 사건 관계자인 키사라기 치하야가 입원하고 있었는데..관련이 있을까요?」


경찰 「아냐. 이 병원은 문마다 문 센서가 있는데, 사건 당일 시간동안엔 작동된 적이 없거든. 

뭐, 문 위에 작은 틀문이 하나 있기는 한데..

워낙 높아서 날아서라도 가지 않는 이상은 힘들껄? 결국엔, 그냥 이상한 자살인게지..」



ps. 더워서 납량 특집으로 함 써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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