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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이 세계 4화

댓글: 4 / 조회: 648 / 추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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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26, 2016 04:43에 작성됨.

본 글은 사카키 이치로 씨의 스트레이트 재킷의 설정을 일부 가져왔습니다.

늘 그렇듯 캐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지적해주시면 반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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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잘 갔다 왔어?"

집에 돌아오면 언제나 동생은 문 앞에서 날 맞이했다.

"날도 추운데 왜 나왔어? 감기걸릴라."

"아직 그렇게 안추워."

"그렇긴 하다만.."

"피곤하지? 얼른 들어가자. 오빠 밥 남겨놨어."

"고맙다."

"별 말씀을요."

사고로 양친을 잃었을 때 내 나이는 17살이었다. 옆에서 울고 있던 동생의 나이는 7살.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나는 학교를 그만뒀다. 얼마 후면 졸업이지만 당장 먹을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졸도 안되는 학력에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았다. 그 때만 해도 전술마법사에 대해선 고려해보지도 않았었다. 관련 교육과정도 이수해야 하는데다 아직 법적으로 미성년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가지 만남과 사건 후에 정신을 차려보니 내 손엔 전술마법사 등록증이 들려있었다. 분명 이 직업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다 살아있는 동안에도 멸시의 눈초리를 받는 직업이지만.

"응. 다들 나한테 잘해주고 공부도 즐거워."

동생이 나에게 처음으로 거짓말을 한 날, 나는 결심했다. 내 목숨을 팔아서라도 이 아이만큼은 보란듯이 키우겠노라고. 그렇게 나는 이름모를 누군가 쓰던 몰드와 스터프를 들고 인간이었던 것들을 죽였다.

"오빠를 돕고 싶으니까."

동생에게 마법공학으로 진로를 잡은 이유를 묻자 동생은 그렇게 말했다.

"그야 오빠는 사람들을 위해 싸우는 정의의 마법사잖아?"

아니야. 나는 다른 사람따윈 아무래도 좋아. 네가 되고 싶은 것이 될 수 있기 위한 돈이 필요했을 뿐이야. 라고 말할 수 없었다.

"..응. 고마워."

그 말을 하는 동생의 눈은 저 하늘의 별처럼 반짝이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동생은 무사히 대학을 졸업하고 마도기계 정비기사 자격증을 땄다. 구식에 고물이던 몰드와 스터프는 어느새 나를 위한 전용 몰드와 스터프가 되었다. 이따끔씩 가토와 차장 형님이 놀러 오기도 했었다. 매번 목숨을 걸고 싸우지만 이렇게 몇몇 지인들과 시덥잖은 농담을 하면서 점심을 먹는 나날이 나에겐 가장 행복한 때였다. 그 날이 오기 전까진.


[어이! 큰일이야!]

"어디야? 어디에 있는거야!"

[..반 마법사 집단..]

"자네도 알고 있을거야."

[달의 아이들이..]

"어째서..!"

"이유는 관심 없습니다."

"찾아내서, 전부 죽여버릴거니까요."


그 날, 나는 동생을 잃었다.

 

 

"오빠는.. 정의의.. 마법사니..까"

"아아아아아아악!!"

사방이 어둡다. 나는 베개 밑에서 잽싸게 총을 꺼낸 후 안전장치를 풀고 사방에 겨눴다. 눈이 어둠에 적응되면서 나는 내가 멍청한 짓을 했음을 깨달았다. 흰색의 벽지, 사람 하나 뛰어나갈 크기의 창문 하나, 책꽂이와 일체형의 책상과 의자 하나, 옷장 하나에 화장실로 통하는 문과 밖으로 나가는 문. 이 곳은 346부대의 내 생활관이다.

"하..하하하.. 멍청한.."

나는 오른손에 들려있는 총을 봤다. 한 탄창에 .44 AMP 7발이 들어가는 이 미친 권총은 동생이 나에게 사준 물건이다. 오빠가 조금이라도 더 안전했으면 해서 라고 하는데, 파괴력은 확실히 곰도 잡을 정도지만 문제는 무게가 엄청나게 무겁다는거다. 게다가 백작급 이상의 마족이 펼치는 마력권엔 이딴거 씨알도 안박힌다는 점에서 말 그대로 호신용 혹은 최후의 발악용이라고 해야겠다.

아니, 어쩌면 이 것을 좀 다른 방도로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무슨 일이예요?! 으아아악! 그.. 그거 뭔가요?!"

문이 열리자마자 반사적으로 총을 겨눴다. 덕분에 한밤의 불청객은 말 그대로 얼어버렸다.

"저.. 저기.. 그거 모델건인거죠? 그쵸?"

문 밖에서 비치는 빛에 눈이 어느정도 적응되자 나는 그녀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아베 나나 씨군요. 이 밤에 무슨 일이십니까?"

"저기.. 그 모델건 좀 치워주시면 안될까요..?"

"아, 실례했습니다."

나는 총에 다시 안전장치를 걸고 베개 밑에 넣으며 다시 물었다. 아니 물으려했다.

"진짜.. 그렇게 뛰어가면 어떡해?"

이번엔 사토 신 씨가 들어왔다. 나는 다들 이 밤에 안자고 뭐하냐고 물으려 했지만 그녀들의 왼쪽 팔에 달려있는 완장을 보고 다시 한번 내가 멍청한 짓을 했다는걸 깨달았다.

"불침번이시군요. 그런데 여긴 무슨 일이십니까?"

"무슨 일이라니요? 부대가 떠나가라 비명을 지르셨으면서."

아베 나나 씨가 하는 말을 들어보니 아무래도 악몽에서 깨면서 소리를 지른 모양이다. 아니, 분명 그런 것 같다.

"..죄송합니다. 그냥 좀 안좋은 꿈을 꾼 것 뿐입니다."

"정말 괜찮은거야?"

"예. 괜찮습니다."

"깜짝 놀랐잖아. 귀신이라도 본 줄 알았지 뭐야."

"가뜩이나 달도 없는데 그런 말 하지 마요.."

달이 없다는 말을 듣자 나는 왜 깨어났을 때 여기가 어딘지 몰랐는지를 알 수 있었다. 오늘은 삭월이다. 당연히 달빛이 없다. 잠깐, 그렇다면 혹시..

"오늘 날짜가 어떻게 됩니까?"

"오늘이요? 아마.."

나는 오늘 날짜를 듣고 왜 방금 그런 꿈을 꿨는지 알았다. 그리고 오늘이 그 날이라는 것을 진작 눈치 못챈 내가 한심해졌다.

"알겠습니다. 볼일 없으시면 이만 나가주시지 않겠습니까?"

나는 말이 입 밖으로 나가자마자 후회했다. 기분이 안좋으면 말이 곱게 나가지 않는건 매우 좋지 못한 습관이다. 하지만 그녀들은 조금 다른 의미로 받아들인 모양이다.

"예? 아.. 그러네요! 빨리 나가요! 신쨩!"

"응? 왜? 몸 좋은ㄷ..읍읍!!"

"그러면 실례하겠습니다!"

아베 나나 씨는 사토 신 씨의 입을 막고 거의 끌고 나가다시피 나갔다. 나이도 있는데 괜찮은건가 싶다. 근데.. 방금 그거 성희롱인가?

 


일어난 김에 샤워를 하고 시계를 보니 곧 아침 6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잠을 제대로 못잔 덕에 피곤하지만 하루 일과를 빼먹을 수는 없다. 나는 옷을 챙겨입고 방을 나섰다.

옥상에 올라오니 벌써 해가 뜨려는지 밖이 어슴프레하게 밝다. 슬슬 바람이 찬걸 보니 곧 가을이 올건가보다. 아니 이제 초가을에 가까운걸까? 아래를 내려다보니 벌써 출발하는 사람이 보인다. 거리가 멀어서 누군진 보이지 않지만 교복은 아니니 대학생조인 것 같다. 조금 일찍 가야할 이유가 있는 모양이다.

현직 혹은 장래에 마법사가 될 사람들은 국가에서 지정된 학교에 다닌다. 이는 마법사로 등록된 사람과 그 가족이 대상으로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적용되며, 정부에서는 체계적인 교육으로 전문적인 인력을 육성하기 위해서 라고 한다. 하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마법사의 수요는 점점 많아지는데 세간의 인식은 여전히 좋지 않다. 마법사가 마족으로 변이되어 버리면 그 가족과 친구들은 조리돌림과 집단따돌림을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도시에서는 서서히 없어지는 추세라지만 지방에서 여전히 괴물의 핏줄이라는 명분 하에 학대와 차별이 끊이질 않는 것이다. 마기스터(Magister. 여기선 마법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임) 교육은 그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이다. 하지만 마법사와 일반인을 갈라놓는다는 것 자체가 그들이 서로 다른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다른 것과 틀린 것을 구분 못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아직 나아가야 할 길이 멀다는걸 세삼 느꼈다.

"여기서 뭐하세요?"

옆을 돌아보니 센카와 치히로 씨가 오고 있었다. 누가 깨워준건 아닐테니 스스로 일어난 모양이다. 생각보다 부지런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이 가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왜요?"

"이 부대에는 아직 학교를 다니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 사람들이 학교를 가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라던가 컨디션 등의 여러가지를 알 수 있게 됩니다. 100명이 넘어가는 인원수니만큼 하나하나 직접 관리할 수 없기에 생각해낸 고육지책입니다."

"저한테도 좀 가르쳐 주실 수 있을까요?"

"음.. 예를 들어 지금 걷는 저 사람은 긴 머리에 어깨에 숄을 두르고 있고 무릎까지 닿는 치마를 입고 있지요. 이 거리에서도 보일 정도로 큰 책을 품에 앉고 걸음에도 발걸음은 가볍습니다. 저 사람은 사기사와 후미카 씨일겁니다. 또 대학교는 보통 9시 강의임에도 그녀는 이 시간에 나가고 있지요. 가는 시간 1시간을 제해도 1시간이 넘는 시간이 남을텐데 이 시간에 나간다는건 아침 일찍 보강이 잡혔다는 의미입니다. 이걸로 알 수 있는건 그녀의 생활패턴이 약간 흔들렸으므로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그녀를 전투에 내보내면 안된다는겁니다."

"혹시 홈즈 좋아하세요?"

"그냥 오래 보다보니 터득한겁니다. 홈즈는 딱히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습니다."

옆에서 신기한 듯이 쳐다보니 왠지 낯간지러워져서 그냥 말을 끊기로 했다.
그 후로도 혼자서 혹은 뭉쳐서 나가는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지켜보면서 특이사항을 미리 들고 온 수첩에 적어내려갔다. 센카와 치히로 씨는 일련의 작업이 끝날 때까지 그런 나를 계속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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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인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망했습니다. 후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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