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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정원의 마술사-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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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20, 2016 16:52에 작성됨.

알 수 없는 미시감이 느껴진다.

 

익숙해야 할 풍경, 익숙해야 할 장소, 익숙해야 할 일상.  분명 자신이 제법 오랬 동안 머물렀던 장소임에도, 이상하리 만치 익숙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자신 스스로에게 미시감을 느끼듯,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이질감만이 마음을 쥐여 매고 있었다.  마치, 돌아갈 수 있다는 마냥.

 

“젠장 할.”

 

최악이다.  후회할 것을 모르고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분명 미련이 남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다.  마치 후회와 미련이 무엇인지 잘 안다는 마냥 허세를 부렸고, 이 선택이 옳다며 어른스러운 척을 했다.  그래서 결과는?  지금의 난 마치 망망대해 위를 맴돌고 있는 새와 같다.  이미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가기엔 늦었다.  하지만 새로운 도착점을 향해 날아갈 수도 없다.  이대로, 지쳐 추락할 때까지 외로이 맴돌기만 할지도 모른다.

 

“빌어먹을,”

 

벤치에 앉아, 버릇과도 같이 주머니에 손을 쑤신다.  벌써 입이 심심할 때가 되었나, 그렇게 생각하며 주머니를 계속 뒤졌지만, 주머니는 비어 있었다.  복잡한 생각을 잊어보자고 피우기 시작한 담배인데, 결국 별 효과도 보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몸만 버리고, 복잡한 생각이 들 때마다 피고 싶어서 짜증만 나니, 이런 병신 같은 선택을 도대체 얼마나 해대야 정신은 차릴 수 있을 지 모르겠다는 자조적인 생각마저 든다.  다른 쪽 주머니도 뒤졌지만, 금연용으로 산 막대 사탕은 전부 떨어진 듯 했다.

 

다행히 지갑은 들고 나왔다.  하지만 지금 상태로 편의점 같은 장소를 갔다 가는, 십중팔구 막대 사탕 대신 담배가 손에 들려 나오겠지.  결국 다시 지갑을 주머니에 넣고, 한숨을 내쉰다.

 

“빌어먹을.”

 

감았던 눈을 게슴츠레 뜨고, 벤치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기대는 충족되지 않는다.  이놈도 탈락, 이놈도 기준 미달.  어쩌면 자신과 동류, 혹은 만족할 만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에 온 장소였지만, 역시 태반이 기준 미달이었다.  어차피, 자신의 기준을 만족할 사람은 대부분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을 테니.

 

그나마 마음이 맞던 사람들은 대부분 그 일을 알거나, 최소한 들은 것이 있었다.  그런 만큼 필요 이상으로 가까워 지기를 서로 꺼려할 수 밖에 없었고.

 

더 이상 평가해보는 것도 쓸데 없나, 그렇게 생각하고 눈을 돌린다.  뭐, 거기다 예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에 나 또한 기준 미달이니, 평가할 처지는 되지 못할지도 모른다.  만약 내가 스스로의 기준을 충족시킬 만한 존재였다면, 애초에 이곳에 있지 도 않겠지.  무엇보다, 지금 이렇게 원하는 존재들은, 이미 내가 버리고 온 것들.  양심이 있으면 이렇게 쉽게 다시 잡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하면 안되는 거다.

 

역시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니, 이런 쓸데 없는 생각만 드는 것인가.  이번엔 입고 있던 자켓의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아마 폰을 여기 넣어 뒀던 것으로 기억한다.  폰이라도 만지작거리다 보면, 대충 정신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겠지.

 

“..응?”

 

전원을 키자 보이는 것은 이메일이 왔다는 알림.  학교 관련 이메일은 전부 대학 이메일로 전송되니, 이 개인 이메일로 메일을 보낼 만한 사람은 특별히 생각나지 않았다.  아니, 짐작할 수 있는 몇 명은 있다.  전화번호도 바꿔 버린 뒤, 유일하게 남아버린 연락 수단이니.  하지만 서로 단념할 수 있도록, 2년 동안 단 한번도 읽어 본 적은 없다.  무의미한 미련은 발목을 잡을 뿐이니.  요 몇 달 동안 아무런 메일도 안 오길래 포기한 줄 알았더니, 아니었던 것인가?  하긴, 1년도 넘게 답장도 오지 않는 일방적으로 연락을 시도했던 그들이다.  바쁘다고 들었으니, 몇 달 정도 쉰 것도 이상하진 않겠지.

 

그들이라면 더 머리 아파질 테니, 차라리 확인도 안하는 게 나을 거다.  그래도 혹시 다른 사람일지 모르니, 누가 보냈는지는 확인하는 편이 좋겠지.  비밀번호를 입력해 폰을 킨 뒤, 메일 앱을 연다.

 

“큰아버지?”

 

예상치 못한 사람이었다.  내가 태어날 즈음부터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사업을 벌리고 있는 사람인 만큼, 친척들과의 연락은 자주 하지 않는 사람이었으니.  마지막으로 본 것이 4년쯤 전에 잠깐 일본에 들렸을 때였다.  갑자기 나한 테 메일로 티켓 몇 장을 보내더니, 프로덕션을 세웠다며 그 녀석들과 보러 오라 했었지. 

 

단순 안부를 묻기 위해서라면 전화를 썼을 태고, 거기다 특별히 그런 이유로 가족과 연락하는 사람도 아니다.  분명 무슨 목적을 가지고 연락한 것이겠지.  당장 저번에도 비행기 갚 이상의 이득을 얻어냈으니까.  그 괴물 같은 초록빛을 우연히 발견한 덕분이긴 했지만 말이다.

 

무슨 목적을 위해 메일을 보낸 건지는 모르겠지만, 열어보지 않고 고민해봐야 답은 안 나온다.  한 번 한숨을 내쉬고, 메일을 연다.

 

 

 

다른 줄은 보이지도 않았다.

기회를 주겠다.  마지막 한 줄이 머리 속에서 계속해서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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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말이 있지, 꿈이란 곧 길이라고.

남들은 걷지 않은, 새로운 자신만의 길.

조금 불편하고, 조금 두려울지라도, 꿈을 꾼 것의 대가라면 작디 작은 대가에 불과하다고.

현실의 쓴맛을 잊게 할 만큼, 꿈의 나침반이 보여주던 세상은 너무나 달콤했다고.

 

“하나만 물어봐도 돼?

그래, 꿈은 달콤하다.

그 꿈은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스스로 이끌 지도였고, 나침반이었다.

한 걸음 씩 꿈을 향해 내딛었고, 닮아갔으며, 보이지않던 미래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것을 내 세상이라 착각하며 취해 있었을 때,

걸어온 모든 시간을 부정하듯, 너무나 간단하고 불합리하게 부숴졌다.

 

“내 어디가 그렇게 마음에 든 거야?”

달콤함에 묻혀 있던 시간만큼 현실은 더욱더 쓰디썼고,

결국 스스로 꿈을 부순 순간,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멈춰 있는 것이 두려웠기에, 정처 없이 어둠 속을 헤매었다.

언제나 이끌어주던 방향으로 걸어갈 줄 밖에 몰랐던 남자가 이것을 무의미하다 깨달을 때까지 얼마나 걸렸을까?

 

“약속할 게,”

그렇기에, 그 때가 너무나 그리워서, 눈을 돌릴 수 없는 것일까?

그녀의 표정이, 몸짓이, 그리고 바라보는 눈빛이, 너무나 닮았기에.

분명, 자기만족에 불과할 것이다.

쓰디쓴 후회는 혼자만으로 충분 해야했다.  이 소녀를 끌어들여서는 안된다.

그럼에도, 이미 끝나버린 이야기의 다른 가능성을 보고 싶은 것일까?

 

“호죠 카렌, 네 꿈을 이뤄줄 게.”

 

책임질 수 없는 말, 하지만 날 다시 이끌어줄 한 마디.

그렇게, 또 다시 후회할 바보 같은 세번째 선택.

 

신데렐라, 그대가 영원히 꿈을 꿀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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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 어제 술 마시고 쓴거 삭제하고, 대충 가다듬어서 다시 썼습니다.

에피소드 0, 두번째 이야기입니다.  에피소드 0는 일단 카렌 카나데 영입하고 제대로 프로듀스를 시작할때까지 갈 예정입니다.

 

여튼 이번화는 또 P가 메인이네요.  막판에 카렌이 2마디 하긴 했지만.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P 성격 더럽습니다.  원래 좀 똘끼가 있는 성격이긴한데, 뭔 일이 있던 이유로 더 삐뚤어졌어요.

이제 카렌하고 카나데하고 만난 뒤에 저 삐뚤어짐은 좀 고쳐지겠지만. (길들여진다고도 하죠.)

 

여튼 예정대로만 간다면, 다음 화에 아이돌 등장, 다다음화에 카렌 등장이겠네요.  카나데는 아마, 카렌 등장 다다음화?

결론은 에피소드 0만 10편 가량 남았다는 점이군요(..)  그냥 에피소드 1으로 할 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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