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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싸움과 거짓말과 게임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 무망(無望) -- 3-1= -- 2화 | 재회는 갑작스럽게, 「운명」과도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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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07, 2018 22:03에 작성됨.

다음날, 늦잠을 자 버린 나는, 조용히 요람을 흔들듯이 진동하는 차 안에서 떠지지 않는 눈꺼풀을 억지로 지탱하며 내게 있어 유일한 안식처를 향해 가고 있었다. 평소라면 자신이 직접 운전하겠지만 역시나 이런 상태로는 운전하는 것은 무리인지라 어쩔 수 없이 운전기사에게 부탁했다. 백미러 너머로 비치는 그의 얼굴에 짜증이 올라온다. 자신은 이런 비싼 차를 몰고 높은 사람을 태우고 다닐 만큼 성공한 사람이라며 지나치는 운전자들을 깔보는 그런 모습에. 사실, 자신의 것은 무엇 하나도 없음에도. 차도, 사람도, 옷도, 모두 품격이나 외향을 신경 써 운전기사에게까지 지급한, 그 인간들이 준 것이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이겠지만.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점점 가까워지고 건물의 그림자가 내 위로 드리워지고 있다. 그 고역의 시간을 지나 겨우 도착한 나는, 허영으로 덮인 차를 배웅한다. 부디 영원히 돌아오지 말아라 하는 생각과 함께.

 

문을 통과하자 시야에 들어온 것은 동기들의 모습 이였다. 자신의 주변에서 유일하게 마음을 열 수 있는 사람들이 이곳에 있다. 그런 자그마한 안심이 언제나처럼 나를 지탱한다. 어지러이 흘러가는 인파 속에서, 찾고 있던 사람의 모습을 발견했다.

 

안녕, 미나미.

 

, 앨버트 군. 안녕.

 

그녀는 닛타 미나미. 과거, 2차 세계대전 당시 군의 요직에 있던 그녀의 부친은 군국주의와 전쟁에 모순을 느껴 희의하고 있던 차에, 그들의 말로 카미카제라고 불리는 전투기 자폭 공격이라는 비인간적이며 반인륜적이고 최악의 미친 짓인, 작전상으로도 비효율 이전의 무의미한 발악이 일어나자 상부와의 대립 끝에 자신이 가진 모든 정보와 함께 이 나라로 귀순했다. 그의 정보는 연합군에 이루 말할 수 없을 도움을 주었고, 현재는 정계의 상층부로 진출한 상태이다.

 

일단 그녀에게 묻고 싶었던 일을 묻도록 하자.

 

있지, 미나미. 에스더라는 사람을 들어본 적 있어?”

 

사실은 자신이 직접 찾아도 상관없었지만 구태여 그녀에게 물어본다.

 

들어본 적 있냐니... 우리 학교 천문학부 수석이잖아? 교내에서 꽤나 유명하다고?”

 

그리고 돌아온 정보는 정말로 예상외의 것이였다. 그녀가 이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고? 그것도 수석으로?

 

“에스더 양의 아버지도 정부의 높은 사람이신데, 파티 같은 곳에서 안면 있지 않아?”

 

미안하지만 난 그런 파티 같은 곳은 필참해야 하는 곳이나 억지로 끌려간 곳 말고는 단 한 번도 자의로 참석한 적 없다. 당연히 억지로 와서는 집중할 리는 만무하여, 먼저 접근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만 기억하고 있다.

말하자면 그곳에서의 난, 스스로 움직인 적 따위 일체 없는, 흔해빠진 마리오네트들 중 하나라는 것이다.

 

적어도 내가 아는 사람 중엔 없었어.”

 

흐음~ 그런 걸까...”

 

평상시와 같은 눈으로 보는 듯하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날카로운 눈빛이 나를 훑는다. 전쟁의 한가운데에서 태어나, 조국이 바뀌고, 상류층의 거짓 속에서 살아온 그 빛은 총명이기도 했으며, 방패이기도 했다.

 

결국 마지막은 거짓으로 끝나며, 우리 둘은 언제나 그렇듯이 흘러 넘겼다.

 

그녀를 만나러 간다면 강의 후에 천문학부로 가보자. 나도 갈게.”

 

그래, 이따가 만나자.”

 

잠시간의 공백에서 다시 돌아온 나는, 그녀와 갈라져 교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기를 원했지만, 또한 지루한 시간이 시작된다. 세계는 바뀌었음에도, 그들의 고리타분한 강의는... 설령 세계가 멸망한다고 하더라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렇다고 그들이 정말로 뛰어난 교육자라고 한다면 그런 말들이라도 들을 생각이였지만... 이 나라의 굴지의 대학이라 말하면서도 이 정도로 시원찮은 인간들을 데리고 수업을 가르치게 하다니, 대체 무슨 생각이냐고 묻고 싶었다.

 

무심코 한숨과 함께 하품이 나올 듯한 시간이 끝나고, 기계적으로 강의를 정리하는 교수와 해방되었다는 듯이 담소를 나누며 나가는 동기들을 보며, 나는 약속대로 그녀의 강의실 앞 복도로 갔다.

기다리고 있었던 듯, 작은 미소로 맞이하는 그녀와 함께 한번도 벗어나지 않던 동선을 벗어나 미지의 공간, 천문학부로 발걸음을 옮겼다.

 

일반적으로 눈에 띄는 사람이란--- 하면서 생각했던 것들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존재 자체만으로도 눈에 띄는 사람들에 대해 왜 그런지를 분석해보았는데, 실례를 보니 알 수 있었다. 이유 따윈 없다. 그저 분위기만으로 공간을 바꾸는 것이다.

지금 막 교수에게의 질문을 마치고, 기다리던 친구, 혹은 추종자들과 함께 돌아가는 그녀를 보며 묘하게 냉정해진 머리가 그렇게 분석하고 있었다.

 

차분하면서도, 정확하게 때에 맞춰 분위기를 올려주는 그녀의 화법과 태도에 주변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공간에 빨려들며 평상시대로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친구들을 바라보고 있던 그녀의 눈에서 다시 기시감을 느꼈다.

 

, 저 눈. 나와 닮았다.

 

이 공간에서 얻어갈 것이 없다는 듯한 눈빛, 무의미하게 주변을 바라보는 눈빛.

그 눈빛에 확신을 가졌다.

역시 저번에 느낀 그것은 잘못 느낀 것이 아니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녀는 밝은 듯한 그 분위기로 주변을 밝게 해주지만, 실상은 그 공간을 무의미하게 한다. 자신의 거짓을 덮어씌워서는.

그것은 자신의 뛰어남 때문인가. 아니면...

 

그리고 딱 맞춘 타이밍으로 일행이 그녀를 떠나간다. 기회라는 듯이 그녀는 나아갔고, 그녀는 살짝 웃음을 지었다. 말이 되지 않은 소리로 생각보다 빨리 왔네 하며.

 

저기... 에스더, 이지?”

 

. 그렇습니다만... 당신은 누구신가요?”

 

, 나는 미나미라고 해. 그리고...”

 

정확하게 행동이 맞아들어갔다. 미나미의 화제 돌림과 함께 내가 앞으로 나서고 그녀가 미나미보다도 먼저 시선을 향해, 우리 둘의 시선이 맞춰지고, 서로의 눈 너머를 들여다보았다. 그 미묘한 기색을 미나미는 캐치해내고 시선을 둘 사이에서 왕복했다. 찰나의 시간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은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평범한 인사였지만, 그 이면에는 이쪽 세계에 사는 사람들, 즉 거짓말쟁이들의 상대 분석이 이루어졌다.

모두가 손패를 분석하며 상대를 주시하고, 그 행동이 상대에게 들킨 채로, 위태로운 우리의 첫 만남이 이루어졌다.

 

이쪽은 앨버트, 내 친구야.”

 

처음 뵙겠습니다. 미나미 씨, 앨버트 씨.

 

초면에 말하기에는 조금 그렇지만... 어디 가서 이야기하지 않을래?”

 

그렇네요, 처음 만났지만 미나미 씨와는 왠지 좋은 관계가 될 듯한 기분이 드는걸요.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럼 근처의 카페로 가자.

 

역시 거짓말의 향연이 시작되었다. , 주변인들은 눈치채지 못하겠지만 여기 모두가 거짓말임을 알고, 알면서도 그에 응하고 있다. 아무래도 연회는 한동안 계속되리라.

 

그녀들의 뒤를 걸으며 카페를 종점으로 하는 길에서, 나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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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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