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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꽃 -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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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10, 2013 01:50에 작성됨.


 레스토랑 안은 사람이 붐비는 것에 비해 굉장히 조용한 편이었다.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아 평범해 보이는 테이블이나 의자는 오히려 아무런 눈에 띄는 점 없이도 굉장히 고급으로 보일 정도의 명품이었고 조금 어두운 분위기의 조명이 밝혀져있는 가게 전체의 분위기도 앤티크, 라고 해야할까 상당히 고급스러운 곳이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군요."

 가게에 들어선 타카네의 첫 마디는 그런 것이었다.

 "혹시 별로라던가, 불편하다면 다른 곳으로 가도 괜찮은데 어떻게 할래?"

 이런 레스토랑을 예약하는 데에도 엄청난 기다림이 필요했지만 일단은 그렇게 말해보았다. 아쉬운 것은 아니었지만 어디까지나 타카네의 의사가 최우선이었다. 사실, 아마 타카네보다 이런 분위기가 불편한 건 나 자신일거라 생각하지만.

 "아닙니다. 오히려 당신께서 불편하시지 않을까 생각되지만… 그럼에도 이런 곳에 데려와주신 그 마음까지 합해서 감사히 받도록 하겠습니다."
 "…역시 타카네에겐 이길 수 없네."

 그런 마음까지 예리하게 알아차리는 것이 역시 타카네다웠다. 알아주는 건 좋았지만 개인적으론 속으로만 알아주고 굳이 말하지는 않았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 왠지 폼이 안 나잖아.

 "어서 오세요. 이름이 어떻게 되시나요?"

 보통의 레스토랑이라면 '예약은 하셨나요? 몇 분이신가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같은 말을 입구의 종업원에게 들을 수 있겠지만 이곳은 달랐다. 예약을 하지 않고서는 들어갈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P라는 이름으로 두 명입니다."
 
 내가 이름을 대자 종업원은 앞에 놓인 장부를 살펴보더니 펜으로 이름이 적혀있는 곳에 줄을 긋고 말했다.

 "확인했습니다. 안내해 드릴테니 이쪽으로 오세요."

 앞서가는 종업원을 따라가며 가게를 둘러보자니 그곳의 분위기는 마치 영화에서나 볼 법한 그런 고급 레스토랑의 느낌과 비슷한 것이었다. 어딘가의 재벌이라던가 유명 연예인, 이른바 큰 손 같은 사람들이 우글우글대는 것이 분명했다. 여자 손님들 중 몇몇은 마치 어딘가의 파티라던가 연회라도 온 것처럼 드레스를 입고 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다지 이상하게 보이지 않고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살면서 다시 올 일이 있을까 싶은 레스토랑의 분위기에 나는 왠지 주눅이 드는 것 같았다.
 
 "당신, 괜찮으십니까?"
 
 마치 내 마음을 읽은 것 처럼 타카네가 옆에서 말을 건네왔다.

 "확실히 마음이 편하다고 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타카네한테는 잘 어울리는 걸. 이제 타카네도 인기 아이돌이라고 할 수 있고 말이야."

 옆에 붙어서 걷는 타카네는 다른 여자 손님들처럼 드레스 차림이라던가 하는 건 아니었지만 평소에 비해 기합이 들어간 차림이었다. 평소에는 왠지 공주님같은 이미지에 비해서는 소박한 옷차림이었는데도 기품 같은 것이 느껴져서 놀랐는데 오늘의 타카네는 와인빛 원피스에 검은 자켓 차림이었다. 그런 옷에 타카네의 은발과 특유의 기품이 합쳐지자 정말로 어느 나라의 공주님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였다.

 "아직은 갈길이 머나멉니다만… 그런 인기 아이돌의 프로듀서라면, 당신도 당당히 어깨를 펴고 걸으시길."
 "으, 응…."

 그렇게 말해주니 순간 자신이 대단해보였지만 나는 내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뭐, 그래도 격려를 들으니 조금은 기운이 나는 것 같다.

 "여기입니다. 즐거운 시간 되세요."

 종업원이 안내해 준 자리에 앉자 이미 식기 같은 것들이 모두 준비되어 있었다.

 "기이한…"
 "타카네?"
 "포크가 이렇게나… 어떤 음식이기에 포크를 네 개나 써야 먹을 수 있는 것입니까?"

 역시 패밀리 레스토랑과는 다르게 식기들을 잔뜩 늘어놓은 것만으로도 마음에 부담이 올 정도로 정통이었다. 타카네는 이런 걸 잘 모르겠지.

 "타카네는 이런 식으로 식사해 본 적 없지?"
 "그렇사옵니다."

 여기서는 내가 타카네에게 가르쳐줘야 할 상황이지만 그다지 나도 자신은 없었다.

 "이 작은 게 애피타이저, 이게 생선 요리, 이게 고기고, 이게 디저트일 거야."
 "애피타이저, 생선 요리?"
 
 포크와 나이프를 하나씩 집어서 설명을 해 주었지만 역시 처음부터 이해하기에는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음… 그러니까, 이제 요리가 한 가지씩 나올 거야. 그 때마다 가장 바깥에 있는 걸로 식사를 하고서 다 먹었으면 접시 위에 4시 방향으로 포크와 나이프를 올려두면 돼."
 "바깥쪽부터 차례로… 알겠습니다."

 이윽고 요리가 나오자 타카네는 요리를 가장자리서부터 조금씩 먹고 있었다.

 "푸흡, 타, 타카네… 바깥쪽부터라는 게 그런 의미가 아니라…"
 
 다행히 포크와 나이프는 가장 바깥쪽의 애피타이저 용을 쓰고 있었으나 타카네는 뭔가 다른 의미로 받아들인 것 같다.

 "읏, 이런 실책을…"
 "딱히 나무라는 사람이라던가 없으니까 타카네가 편한 대로 먹어도 괜찮아."
 "아니요. 사회에서는 사회의 룰이, 식당에서는 식당의 룰이 있는 법입니다."

 그 이후로도 타카네는 몇 번인가 실수를 저지르기는 했지만 큰 문제는 없이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역시 레스토랑의 격에 맞게 엄청나게 맛있었지만 들어간 돈을 생각하면서 앞으로 한 달 동안은 괴롭겠구나 하면서 절망하는 나는 돈을 제법 벌게 되었어도 예전의 씀씀이 그대로인 것 같다.

 "어디로 갔으려나…"

 식사를 마치고 나서 잠시 손을 씻고 오니 타카네가 사라져있었다. 시간도 별로 안 지났으니 멀리 가지는 않았을 테고, 설마 혼자 돌아가지는 않았겠지. 그렇다는 건…

 "타카네."
 "……."
 "……타카네?"
 "왠 놈이냣!"

 그러고보면 이것도 그리운 반응이었다.

 "나라고, 타카네."
 "아, 당신… 죄송합니다. 잠시 멍하니 있다보니 오신 걸 몰라보고…"

 아니나 다를까 타카네는 건물의 옥상에 있었다. 옥상 문이 열려있던 걸까… 이거 괜찮은 건가?
 
 "아무 말도 없이 사라지면 어떻게 해."
 "당신이라면 꼭 찾아올 줄로 믿고 있었답니다, 후훗."

 어딘가에서 달을 바라보고 있을 거라고, 아마 하늘과 가까운 곳일거라고는 예상하고 있었지만 여기 있을 것이라는 확신은 없었다. 건물의 옥상이 열려있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이고. 다만, 왠지 여기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해야하나.

 "……."
 "……."

 나와 타카네, 두 사람 모두 아무 말도 없이 제법 긴 시간 동안 그저 달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영원히 이렇게 어중간한 상태로, 아무 말도 없이 함께 있을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어느 방향으로건 움직이지 않으면 안된다.

 "타카네."
 "……."
 "……타카네?"

 이번에도 멍하니 있어서 내 부름을 듣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타카네는 나를 바라보며… 울고 있었다.

 "…약속대로, 흑, 톱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그러면 당신께서… 저를 제대로 봐주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타카네, 그런 게 아니라…"
 "저는 당신께서 함께해 주신다면… 인기도, 톱 아이돌의 자리도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흐윽…."

 타카네는 울음을 참으려는 듯 입을 다물었지만 흘러나오는 눈물과 새어나오는 소리는 막을 수 없었다.

 "좋아. 네 마음, 받아들이겠어."
 "……네?"

 내 말에 타카네는 울고있던 것도 잊고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처음부터 그러려고 오늘 여기 온 거였어."
 "…저는 당신께서 아무 말도 않으시기에 역시 거절할 줄로만 알고…"
 "그럴 거였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어."

 거절같은 걸 하려고 이렇게나 돈을 쓸까보냐.

 "다만, 몇 가지만 약속해 줬으면 해."
 "무엇입니까?"

 나는 손가락을 하나 펴면서 말을 시작했다.

 "우선, 이 일은 비밀로 할 것. 물론, 사무소의 다른 모두에게도 말이야. 아니, 사장님께는 말해두는 편이 나으려나…"
 
 타카네는 이유를 묻고싶다는 표정이었지만 뭐라 말을 하지는 않았기에 계속했다.

 "그리고 앞의 조건과도 연결되는 거지만, 당장 아이돌을 그만두지는 말 것."
 "어째서입니까. 저는 그런 것보다 당신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지 않습니까."

 이번에는 타카네도 할 말이 있는 듯 했다.

 "그래도 아직 너무 일러. 여기까지 올라온 타카네에게 '이제부터 시작'이라고는 하지 않겠지만, 정상의 자리에 오른 것도 얼마 되지 않았잖아? 내려오는 건 좀 더 나중이 되었으면 해. 톱 아이돌이 되자 마자 은퇴라니, 타카네가 넘어서고 온 다른 모두에게도 예의가 아니야."

 겨우 힘들게 올라온 정상인데 바로 내려가버리는 건 너무 아쉬웠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미련이 없는 건 역시 타카네답다고 하겠지만.
 
 "그런…"
 "못하겠다는 거야?"
 "…아닙니다. 당신께서도 제법 영악하군요."

 그런 말을 하는 것 치곤 표정이 밝았다. 눈물자국이 남아있는 게 흠이었지만 밝은 표정이었다.

 "그럼, 제 쪽에서도 하나, 부탁이 있습니다."
 "그래. 들어줄 수 있는 거라면."

 '타카네도 내 부탁을 충분히 들어줄 수 있을 테지'라는 의미를 담아서 말하자 타카네도 그걸 알아챘는지 잠시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영악한 당신이 어떻게 할 지 알 수 없으니, 이 달 아래서 영원한 맹세의 입맞춤을."

 밝게 빛나는 달 아래에서 손을 뻗어오는 타카네는 어느 때보다도 아름다웠다.


-


 사무소에는 오랜만에 오는 것 같군요.

 저는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 날 이후로 아이돌을 그만두는 날만을 고대하고 있었습니다. 실례라고 듣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프로듀서와 처음 만난 날부터 기다려온 시간이 훨씬 길었지만 그 시간들보다 최근의 한 달이 더욱 길게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곤란한 일은 여기까지 올라와서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늘을 나는 새들도 언젠간 내려오건만 아이돌의 일이라는건 은퇴를 생각할 수도 없게 정상의 자리에서도 끝없이 계속 올라가기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덕분에 사무소의 모두들도 그 동안 거의 만나지 못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모두들도 열심이기에 가끔 마주치게 되어도 간단한 인사만 전할 뿐 어울리지 못했습니다.

 "하이사이! 자신, 돌아왔다구!"
 "안녕하신지요, 히비키."
 "타, 타카네!?"

 밝은 분위기로 히비키가 인사를 하며 들어왔습니다. 왠지 저를 보고서 크게 놀란 모양입니다.

 "히비키? 무슨 일 있나요?"
 "아, 아니. 타카네가 사무소에 있다니 신기해서…"
 "신기할 것 까지야 없는 일입니다. 드물게도 오늘은 스케줄이 비어있는지라."
 
 히비키와는 그래도 몇 번인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때마다 히비키답지 않게 무언가 망설이는 눈치였습니다만 히비키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에 더 묻지는 않았습니다.

 "히비키, 다른 모두들은 잘 지내고 있나요?"
 "으, 응? 무, 물론이지! 모두 건강하다구!"

 역시 이상합니다. 히비키는 솔직한 아이기에 거짓말을 하는 데에 서투른 것이겠지요.

 "저를 보고 놀란 것도 그렇고, 무언가 숨기는 게 있지 않나요?"
 "아, 아무것도 아냐! 하하하…"

 분명 무언가 숨기는 것이 있어 보였지만 더 이상 묻지는 않았습니다. 히비키가 제게 무언가 나쁜 일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
 "……?"

 히비키는 제 얼굴을 빤히 바라보더니 아무 말도 없이 고민하는 눈치였습니다.

 "…타카네는 프로듀서랑 사귀는 거야?"
 "…무슨 말씀을 하는 것이옵니까?"

 이럴 때에는 당황하지 않는 게 아니라 당황한 기색을 내지 않는 법입니다. 물론 크게 당황했지만 조용히 눈을 감고 차를 마시면서 조용히 말을 합니다.

 "이미 다들 알고 있다구. 그래서 다들 타카네를 피하는 거야…."
 "……네?"

 …이번에는 정말로 놀랐습니다.

 "다른 분들이, 저를 피한다는…?"
 "역시 타카네는 프로듀서와 사귀고 있었구나."
 "…그렇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더 이상 숨길 수는 없겠지요. 프로듀서께는 죄송하지만… 아니, 프로듀서께서 들켰을 가능성이 더 높을 것입니다.

 "…나도 프로듀서를 좋아하지만, 타카네라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어."
 "히비키…"
 "하지만 모두가 그렇진 않잖아?"

 확실히, 모두가 프로듀서를 좋아하고 있었으니 말이지요.

 "…역시 그랬던 거야."
 "…미키?! 어디에 있었던 거야?"

 기이하게도 갑자기 급탕실 쪽에서 미키의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아까부터 계속 듣고 있었던 거야. 타카네가 오늘 스케줄이 없는 건 알고 있었으니까."

 과연, 그렇게 다들 피하고 있었다는 것이로군요. 프로듀서와 사귀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에게 적의를 쉽게 드러낼 수도 없었을 테니 말입니다.

 "미키는 허니를 믿고 있었지만… 역시 타카네랑 사귀고 있던 거네."
 "미, 미키?!"

 미키의 목소리는 평소의 명랑한 것이 아니라 화가 난 것처럼 가라앉아 있었기에 히비키가 놀란 듯 합니다. 하지만 저는 언젠가는 마주하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다지 동요하지 않았습니다.

 "프로듀서와 제가 사귀고 있다는 건 사실입니다."
 "타, 타카네도 왜 그래?!"
 "하지만 그것은, 미키가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닙니까?"

 의외의 제 차가운 말에 미키도 히비키도 충격을 받은 모양입니다.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말도 그에게 관련된 일이라면 쉽사리 할 수 있게 되어버립니다.

 "미키의 재능은 누구보다도 뛰어나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미키는 저보다도 아래라고 할 수 있지요. 그게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아닌가요? 프로듀서도 노력하지 않는 미키를 좋아해 줄 리가 없습니다."

 물론 거짓말입니다. 상냥한 프로듀서가 미키를 싫어하거나 할 리가 없겠지요. 하지만 그런 걸 알려줄 이유는 없습니다. 여기서 확실히 해두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타카네는 무서운 거지?"
 "무슨…"
 "허니를 미키한테, 다른 사람한테 빼앗길까봐 무서운거지?"
 
 …미키는 때때로 사람을 놀라게 할 정도의 통찰력을 보이는 때가 있습니다.
 확실히, 두렵습니다. 그렇기에 미키에게 심한 말을 했지만 오히려 이쪽의 마음을 읽히고 말았습니다.

 "타카네에게는 미안하지만, 미키는 타카네의 행복을 빌어줄 수 없는 거야. 허니를 타카네에게서 떼어놓은 다음에 미키도 톱 아이돌이 되어서 반드시 허니를 되찾을 거니까!"

 미키는 그렇게 선언한 후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무소를 나갔습니다.

 "미, 미키! 미안 타카네, 미키! 기다리라니까!"

 히비키도 미키의 뒤를 쫓아 사무소를 나갔습니다.
 분명 미키 뿐만 아니라 다른 모두들도 미키와 비슷한 생각이겠지요. 언제부터 이렇게 된 것일까요.

 "타카네!"
 "…당신?"

 곧이어 사무소에 들어온 건 프로듀서였습니다.

 "미키랑 히비키가 뛰쳐나오는 걸 지나쳤는데, 무슨 일 있었어?"
 "…모두 다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프로듀서는 제 맞은 편에 앉더니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다며 자세히 이야기해보라고 합니다.

 "당신과 저의 관계를, 다른 모두가 알고 있었다는 겁니다."
 "뭐? 그, 그럴 리가 없는데…."

 분명 어딘가에서 들켰다는 것이겠지요. 이제 와서 누구의 잘못인지를 탓해봐야 변하는 것도, 나아질 것도 없습니다.

 "미키가 당신을 빼앗겠다고 했습니다."
 "그, 그런…"

 역시 프로듀서도 미키가 싫지는 않은 것이겠지요.

 "…저 때문에 프로듀서도, 다른 모두도 곤란해질 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약속했잖아? 영원히 사랑하겠다고."
 
 그는 뛰어난 프로듀서였기에 다른 아이돌들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그래도 저를 가장 신경써주시는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그 약속, 정말로 지켜주시는 건가요?"
 "물론이지."

 …하지만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로듀서가 가장 중요하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지만 다른 모두들도 간단히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프로듀서를 빼앗기는 건 무엇보다도 두렵습니다. 이 일이 커져서 모두와의 관계가 틀어지고 프로듀서가 상심하는 것도 보고싶지 않습니다.

 "…당신,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제 부탁을 한 가지만 들어주실 수 있으십니까?"
 "마지막이라니 무슨 소리야."
 "……사흘, 아니 이틀이라도 당신과 여행을 떠나고 싶습니다. 아무도 쫓아올 수 없는 곳으로."

 그 누구도 그를 빼앗아 갈 수 없는 곳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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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번이나 고민하면서 여기까지는 써내는데 성공했네요. 이번에는 타카네입니다.

 평소엔 10kb도 머나먼 고지로 보입니다만 이번엔 거의 두배를 쓸 수 있겠구나 싶었지만 일단 한번 자르게 되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한 편으로 쭉 쓸 생각이었습니다만, 이후의 전개를 두 가지 중에 어떤 걸로 해야하나 엄청나게 고민하다가 그냥 루트 분기 같은 느낌으로 둘 다 쓰기로 했습니다.
 그럼, 어서 끝을 맺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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