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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은 앞면과 뒷면, 둘 뿐. - 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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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28, 2016 15:09에 작성됨.

오후 7시를 가리키는 정문의 시계를 보면서 346 프로덕션의 본관 입구에 들어선 치히로는 아직도 영업을 하고 있는 카페를 보고 다소 놀랐다.

분명 오후 6시에 마감을 하고 문을 닫기 때문인데, 호기심에 카페 안을 들여다보자 꽤나 많은 사원들이 테이블에 앉아서 커피와 간단한 다과를 먹고있었다.

 

미유 「센카와 씨, 안녕하세요......」

치히로 「히얏?!」

 

인기척을 느끼지도 못하고 갑작스럽게 자신의 뒤에서 들린 여성의 목소리에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서둘러서 돌아보니 약간 씁쓸해하는 미소를 짓고있는 미후네 미유가 서있었다.

 

미유 「아, 죄송해요. 깜짝 놀래키려는 생각은 없었는데......」

치히로 「아니에요! 오히려 제가 더 죄송하죠.」

미유 「면회... 다녀오신거죠?」

치히로 「네, 알고계시네요.」

미유 「카타기리 씨한테 들었거든요. 그래서 P 씨는 어땠나요?」

치히로 「하아...... 배신감이 크신거 같아요. 제가 어떻게든 얘기해서 조금이나마 마음은 돌렸지만요.」

미유 「그렇군요...」

치히로 「근데 카페도 그렇고, 오늘은 왠일로 사원 분들이 퇴근도 안 하시고 계시네요.」

 

실제로 야근을 밥먹듯이 하는 치히로의 입장에서는 조금 낯선 분위기인건 사실이었다.

아이돌들의 스케쥴 관리와 행사 준비를 위해서는 프로듀서와 관련 사무원 몇명만 남아서 야근을 하면 충분했기에, 일반 사원들은 6시를 전후해서 퇴근하는게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미유 「전무님께서 전 사원 분들께 비상대기를 하라고 하셨거든요.」

치히로 「비상대기요?」

 

치히로가 얼굴을 갸웃하면서 궁금한 표정을 짓자, 미유는 곧바로 대답을 해주었다.

 

미유 「방금 프로덕션으로 검찰 수사팀이 들어왔거든요.」

치히로 「네?」

미유 「듣기로는 CCTV 확인을 위해서 보안실로 갔다는 모양이에요.」

치히로 「그럼 전무님이 하시기로 했던 기자회견은요?」

미즈키 「그대로 진행할 예정이야.」

 

역시나 뒤에서 갑작스럽게 들려온 목소리였지만, 이번에는 놀라지 않은 치히로.

 

치히로 「어라? 미즈키 씨, 왜 정장을 입고 계세요?」

 

그러나 미즈키의 평상시 복장과는 다른, 매우 깔끔한 여성용 정장을 입고 있었다.

평상시의 푼수끼를 부리던 미즈키는 다른 사람인것 마냥, 마치 아나운서를 할 때의 모습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듯 했다.

 

미즈키 「응, 나도 그 기자회견에 설 예정이거든. 근데 조금 출출해져서 카페에서 샌드위치나 사먹으려구.」

치히로 「뭐라구요? 미즈키 씨가 왜 기자회견에......」

 

치히로의 물음에 미유가 조용히 옆에서 이유를 들려주었다.

 

미유 「지금 프로덕션에 남아있는 아이돌들의 대표로 카와시마 씨께서 전무님과 같이 P씨의 무죄를 주장할 예정이에요.」

치히로 「자.. 잠깐만요. 혹시 전무님께 허락은 받으셨나요?」

미즈키 「아니, 안 받았는데?」

치히로 「네?」

미즈키 「어차피 허락도 안 해줄거잖아?」

치히로 「아이돌분들끼리 얘기는 된거에요?」

미유 「네... 신고를 했었던 아이들에게 연락을 해봤지만 도저히 되질 않았어요. 그래서 우리들도 뭔가 해야겠다 싶어서요......」

미즈키 「전무님은 분명 P군이 무죄라고만 얘기하고 끝낼건데, 그럼 우리 아이들이 너무 나쁘게 되어버리잖아? 분명 그 아이들도 뭔가 사정이 있었던게 분명해.」

치히로 「그래서 어떻게 하시려구요?」

미즈키 「P군이 무죄인건 믿지만, 적어도 그 아이들이 이렇게 거짓 신고를 한 사정이 있는게 분명하니, 수사에서 꼭 밝혀달라고 고개를 숙이고 사정할거야.」

치히로 「... 지금 여론의 분위기론 잘못했다간 미즈키 씨의 아이돌 생명이 끝장날 수도 있어요. 다른 아이돌 분들도 휘말리게 될거구요.」

미유 「알고 있어요... 하지만 아이돌이기 이전에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이렇게 두고만 볼 수는 없다고...... 성인 아이돌 분들 모두가 뜻을 모아주셨어요.」

 

그 때, 미즈키가 카페 안에 있던 TV를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다.

TV 안에는 기자 한 명이 서서 리포트를 하고 있었는데, 그 뒤의 배경은 치히로에게 너무나 익숙한 것이었다.

 

치히로 「신관 강당......」

미즈키 「그럼 이만 가볼게.」

미유 「저, 저도 같이......」

 

치히로가 붙잡기 전에 재빨리 떠나는 그녀들은 서둘러 기자회견장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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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시각, 도쿄지방검찰청 강력부장실.

테이블을 마주보고 쇼파에 앉아있는 코마키와 P.

 

그중, 코마키는 자신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받고 있었다.

 

코마키 「뭣 좀 건졌어?」

수사관  [하아... 정말 악독한데요.]

코마키 「왜 그래?」

수사관  [신고했었던 아이돌들이 며칠 전에 자신들의 신상정보가 있다는 이유로 보안실의 CCTV 삭제를 요구했었답니다.]

코마키 「뭐야, 그럼 지금 당장 확인이 불가능하다는거야?」

수사관  [경시청에 연락해서 과학수사팀을 불렀는데, 하드디스크 자체가 바뀐 모양이랍니다.]

코마키 「역시 그렇게 쉽게 풀리지는 않는건가...... 삭제요구했다는거 증언 확보하고나서 잠깐 대기하고 있어.」

 

코마키는 미간을 찌뿌리면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고스란히 전화의 내용을 들은 P도 심각해질 수 밖에 없었다.

 

코마키 「CCTV로 무죄를 밝히는 방법은 안 되겠네. 이미 저쪽에서 손을 썼어.」

P 「......」

코마키 「아주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라는거구나......」

 

설마설마했지만 이렇게까지 자신을 몰아넣을 줄은 몰랐던 P는, 아까 전까지 면회를 왔었던 치히로로 인해 약간이나마 누그러졌던 마음이 다시 한번 검은 진흙 속으로 빠져드는 것을 느꼈다.

물론 그건 순전히 자신을 이렇게 만들어버린 아이돌들을 향한 분노였다.

 

코마키 「이 방법은 쓰고 싶지 않았는데...... 어쩔 수 없네.」

P 「어쩌시려구요?」

코마키 「어쩌긴 어쩌겠니?」

 

그리고 코마키는 다시 한번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코마키 「판사님, 저에요. 잘 지내시죠?」

판사  [뭐, 잘 지내긴 하네만. 용건이 있어서 저녁 7시가 넘어서 연락을 한거 아니겠나.]

코마키 「헤헷... 그럼 용건만 짤막하게 말씀드려도 될까요?」

판사  [뭔가?]

코마키 「요즘 연예계로 시끄러운 사건 있잖습니까.」

판사  [아이돌마스터 사건이라고 했던거 같은데...... 아, 자네 담당이었던가?]

코마키 「네, 그렇습니다.」

판사  [검사장이나 되면서 그런걸 맡다니...... 그래서?]

코마키 「346 프로덕션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요청하려고 합니다.」

판사  [뭐?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해달라고 하는건가?]

코마키 「네, 부탁드립니다.」

판사  [아무리 막역한 사이라고해도 이런건 공식절차가......]

코마키 「추후에 서류를 발송하겠습니다, 지금은 시간이 급한지라......」

판사  [이런 연예쪽 사건에 매달리는 이유라도 있나?]

코마키 「쿠스가와 의원님의-」

판사  [당장 발부해주지. 5분 안으로 팩스 발송할테니까 잘 해보게.]

 

판사는 곧바로 전화를 끊었고, 실제로 3분 뒤에 강력부장실의 팩스기기로 한장의 서류가 들어왔다.

 

코마키 「좋아, 손에 들어왔네.」

P 「대체 쿠스가외 의원이라는 사람은 얼마나 대단한겁니까.」

코마키 「적어도 여당 내의 거물인건 변함없어.」

P 「근데 압수수색해서 달라질게 있습니까?」

코마키 「뭐라도 나오기를 간절히 바라야지. 여기서 안 나오면 정말로 힘들어질거야. 그럼 수사팀을 더 보내야겠네.」

 

그 때, 그녀는 시계를 보더니 TV를 켰다.

그러자 뉴스에서 346 프로덕션의 기자회견을 생방송으로 내보내고 있었다.

 

코마키 「오늘 네가 있던 프로덕션에서 기자회견을 한다고 하더라고.」

 

그녀는 TV를 바라보면서 자신의 겉옷을 입기 시작했다.

 

----- TV -----

 

미시로 「저희 프로덕션의 직원들은 항상 아이돌들의 그림자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정말 밑에서 조용히 프로덕션을 떠받치고 있는 훌륭한 분들입니다. 이번 사건에 이렇게 연루된 것을 정말 안타

깝게 생각합니다만, 결과적으로 저희 프로덕션의 입장은 용의자로 지목된 P 씨가 절대로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저희는 이 사건의 수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조할 예정이며, 수사

당국의 명명백백한 수사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    -----

 

코마키 「적어도 프로덕션의 사람들은 네 편인 것 같아서 다행이네.」

P 「......」

 

치히로의 말처럼 프로덕션에서는 정말로 자신의 무죄를 믿어주고 있었다는 것을 TV를 통해 보게된 그는 치히로에게 내심 고마움을 느끼게 되었다.

 

코마키 「그럼 나도 급히 기자회견 준비해야겠어.」

P 「기자회견이요?」

코마키 「대외적으로 피해자 입장인 아이돌들의 근거지를 압수수색하니까, 명분은 밝히고 들어가야되지 않겠어?」

P 「기자회견 하는데 몇 시간은 걸리잖습니까?」

코마키 「저기서 할거야, 저기.」

 

그리고 그녀는 TV 속의 장소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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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친구들과 전화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우즈키는 자신의 방에 있는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우즈키 「응응. 정말로 속이 시원하다니깐요, 린쨩?」

린  [오전에 우즈키가 TV에서 전화 인터뷰를 하는거 봤어. 정말로 잘 하던걸?]

우즈키 「헤헤헤. 어땠나요?」

린  [정말로 연기를 잘 해서 나도 놀랐어. 실제로 당한 것처럼 얘기해서 말야.]

우즈키 「으으...... 그 사람이 절 쳐다보는거 자체가 이미 성추행이라구요. 온 몸을 더듬는것 같은 음흉한 시선......」

린  [맞아. 실제로 당한거나 다름없지. 어쨌든 다 같이 힘을 모아서 그 놈을 쫓아내니까 협동심이 생기는거 같아.]

우즈키 「맞아요! 아, 요즘에 신경을 많이써서 그런지 피곤하네요.」

린  [우즈키도 그래? 나도 그런데... 7시 20분 밖에 안 되었는데도 나도 피곤해.]

우즈키 「그럼 일찍 자도록 할게요.」

린  [나도 잘게. 잘 자, 우즈키.]

 

그렇게 통화를 마친 우즈키는 불을 끄고 잠을 자기위해 이불을 덮었다.

 

우즈키 「어째서일까요. 이렇게나 속이 시원한데도, 왜 그 사람의 미소가 떠오르는거죠......?」

 

그녀는 고개를 젓고 다시 잠을 청하였다.

 

분명히 엄청난 피곤함이 느껴짐에도 정신이 또렷했던 그녀는 30분이나 뒤척이다가 이내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그리고 무슨 꿈을 꾸는 것인지 눈물을 흘리며 잠꼬대를 하는 우즈키였다.

 

우즈키 「죄송해요... 죄송해요... P 씨... 죄송해요...」 울먹울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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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가의 말.

안 쓰다가 쓰려니까 손에 안 잡히네요.

게시글 기준으로 10kb는 넘기려고 노력했습니다만은 부디 부족한 필력은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어차피 이 작품은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데 몰래 잊혀지게 만들면 되지 않을까, 치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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