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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실험을 합시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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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28, 2016 03:24에 작성됨.

복용 8일차 –오후.

 

 

 

베테랑 트레이너가 두 번, 크게 손뼉을 쳤다. 그리고 동시에 음악이 멈추었다.

“좋아. 이 정도면 됐어.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마무리 스트레칭 제대로 하고, 저녁에는 푹 쉬어라.”

“수고하셨습니다!”

“하하, 혼다는 여전히 기운차군. 자, 다들 수고 많았다.”

베테랑 트레이너는 손을 흔들면서 트레이닝 룸을 나갔다. 트레이닝 룸 안에 남은 사람은 카나데와 뉴 제너레이션의 세 명뿐. 마무리 트레이닝을 하던 우즈키가 먼저 말을 꺼냈다.

“프로듀서 씨, 오늘 아프다고 했었죠?”

“응. 그래서 한번 찾아가보려고.”

카나데의 대답을 받은 것은, 우즈키의 옆에서 그녀의 스트레칭을 거들던 린이었다.

“그거 말인데. 우리도 같이 가면 안 될까?”

“음, 뭐. 상관 없어. 너희만 괜찮다면.”

“고마워. 미오는 어때?”

“시부린 의견에 찬성~난 오늘 한가하니까!”

그 때, 트레이닝 룸의 문을 열고 누군가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냥냥~ 카나데, 여기 있어?”

“시키?”

다소 초조한 듯 방 안을 둘러보던 시키는 카나데와 눈이 마주치자 안도한 듯 가슴을 쓸어내렸다.

“여기 있었구나. 잠시 시키냥이랑 이야기 가능할까나~?”

카나데는 고개를 돌려 뉴 제너레이션의 세 명을 바라보았다.

“괜찮아, 다녀 와.”

“그럼 잠시 실례…….”

손짓하는 시키의 뒤를 따라, 카나데는 트레이닝 룸의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갔다.

차가운 복도의 공기에 한기를 느끼면서 그녀는 조용히 인적이 드문 곳으로 향하는 시키의 뒤를 따라갔다.

오늘은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보컬 레슨실의 앞에서, 시키는 그녀답지 않게 목소리를 죽이고는 진지한 어조로 속삭이듯 말했다.

“저기, 카나데. 오늘 프로듀서 집에 갈 거지?”

카나데가 고개를 끄덕이자, 시키는 조용히 늘 걸치고 다니는 가운 주머니에서 투명한 액체가 담긴, 아주 작은 향수병을 꺼냈다.

“그러면 이걸, 프로듀서의 방 안에다 뿌려 줘.”

“프로듀서의 방 안에……?”

“응. 가능하면 구석구석, 골고루 뿌리는 게 가장 베스트지만, 그게 안 된다면 최소한 그가 가장 오랫동안 이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장소에다 뿌려줘.”

“이게 뭔데?”

“내가 준 약을 중화할 수 있는 해독제.”

“이걸 안 뿌리면?”

“카나데는 프로듀서의 집에서 두 번 다시 못 나올 걸.”

“…….”

진지하게 말하는 시키의 표정을 보고, 카나데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회사에서 조금 떨어진, 주택가 외곽에 위치한 원룸에 네 사람이 모였다.

치히로에게 받은 쪽지에 적힌 주소와 현관문 앞에 적힌 주소를 대조하며,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여기 맞지?”

“그런 것 같은데?”

“저, 그럼 초인종 누를게요.”

에잇, 하고 귀여운 기합을 넣으며 우즈키가 초인종을 눌렀다. 현관문 너머로 벨소리가 들리자 곧이어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체인을 열고, 자물쇠를 푸는 소리가 들린 다음, 무거운 경첩 소리를 내면서 현관문이 조심스레 열렸다. 열린 문 너머로, 초췌한 인상의 프로듀서가 나타났다.

“누구……아아, 너희들……이구나.”

“프로듀서……?”

“아, 안녕하세요! 프로듀서 씨가 편찮으시다길래, 괜찮으시다면…….”

우즈키가 내민 비닐봉투를 받아들고, 내용물을 확인한 프로듀서는 힘없는 미소를 띄웠다.

“아아, 고맙다. 정말로. 밖에 서 있지 말고 어서 들어와.”

그 때, 한 순간 카나데와 눈이 마주친 프로듀서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꿈틀거렸지만, 그 장소에 있는 누구도 그 사실을 눈치채지는 못했다.

 

 

“프로듀서 괜찮아? 호흡이 거친데…….”

“응. 그냥 몸살 같은 거니까. 한 2~3일 쉬면 나을 거야.”

거칠게 숨을 몰아 쉬면서 프로듀서는 네 사람을 방 안으로 안내했다.

“맞다, 내 정신 좀 봐. 여기 앉아 있어. 차라도 가져올게.”

침대에 누우려다 말고 다시 몸을 일으키는 프로듀서를 카나데가 제지했다.

“괜찮아. 오래 있을 것도 아니고, 얼굴만 보고 갈 거니까.”

“맞아. 치히로 씨가 오래 있지 말라고 했고.”

“으음, 그렇다면 별 수 없지…….”

카나데를 거드는 린의 대답에 프로듀서는 다소 풀이 죽은 얼굴로 조용히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오늘 사온 건 냉장고에 넣어둘 테니까, 컨디션 좀 돌아오면 꼭 챙겨 먹어야 해?”

“고맙다, 혼다.”

“에이, 우리 사이에 하나하나 고마워하기야?”

“뭐, 그래도 고마운 건 고마운 거니까.”

“저, 저기! 물건은 제가 샀어요!”

“그래, 시마무라도 고마워.”

“에헤헷.”

네 사람은 시선을 교환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가려고?”

“응. 얼굴 봤으니까, 더 이상 늦으면 미오가 차를 놓칠 거야.”

린의 말에 프로듀서는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것도 그렇지. 아 참, 카나데는 시간 괜찮지?”

프로듀서의 말에 무언가 위화감을 느낀 카나데였지만, 그녀는 별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 나? 응, 그렇긴 한데. 어차피 집도 근처고…….”

“그럼 나랑 조금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추후 일정 관련한 것도 있어서.”

“뭐,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치히로 씨한테는 우리가 말해 놓을게.”

“그래, 부탁할게.”

“이럴 때라도 의지해주니까 고맙네. 그럼, 우리는 먼저 가볼게.”

“프로듀서, 얘네들 배웅해주고 와도 될까?”

잠시 카나데의 얼굴을 바라보던 그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잘 가. 차 조심하고.”

“하야밍, 둘만 있다고 쓸데없는 짓 하면 안 된다?”

“아하하, 상대는 프로듀서라구? 그런 일이 생길 것 같아?”

하는 말과는 대조적으로, 카나데의 표정은 결코 밝지만은 않았다.

“뭐, 저 사람은 입에다가 밥을 넣어줘도 뱉을 사람이니까. 아무튼, 우린 이만 가볼게.”

“내일 다시 만나요!”

“으응, 같이 와 줘서 정말 고마워. 내일 봐.”

멀어져 가는 세 명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카나데는 시키에게서 받은 작은 향수병을 꺼내어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다녀왔……?!”

뉴 제너레이션의 세 명을 배웅하고 다시 방으로 돌아오자, 축 처져 있던 프로듀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내게 달려들어 순식간에 침대 위로 나를 집어 던졌다. 힘이 좋다고는 들었지만 사람 하나를 이렇게 가볍게 다룰 수 있었을 줄이야.

“꺄……?!”

침대 위로 내던져진 나는 비명을 지를 틈새도 없이 양 손을 제압당해 침대 위에 대자로 사지를 뻗은 자세로 드러누웠다. 그런 나에게 프로듀서는 마치 과호흡 환자처럼 뜨거운 숨결을 내뱉으며 천천히 자신의 얼굴을 내 얼굴로 가까이 가져왔다.

“흐흐흐, 카나데……카나데……!”

“으, 응. 나야, 프로듀서.”

낮은 웃음을 흘리면서, 프로듀서는 내 팔을 움켜쥐고 있던 두 손을 놓았다. 얼마나 세게 쥐었는지 빨갛게 자국이 남은 팔목을 주무르려고 두 팔을 모으는 바로 그 때, 프로듀서의 억센 팔이 내 몸을 마치 뱀처럼 꽈악, 감싸 안았다.

“하아, 하아……보고 싶었다, 정말로. 너의, 이 냄새, 정말……!”

평소의 그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이성의 조각조차 느껴지지 않는 단어의 조합을 멋대로 내뱉으며, 그는 나를 억세게 끌어안은 두 팔을 거세게 조이며 내 목덜미에 코를 묻었다.

“스읍, 하아……그래, 이 냄새! 머릿결의 촉감!! 목덜미의 체온!!! 아아, 너는, 정말로 카나데구나!”

미치광이처럼 내 목덜미에 머리를 처박고 쉴 새 없이 나라는 존재를 탐닉하던 그는 마치 늑대가 보름달을 보고 울부짖는 것처럼 고개를 쳐들었다. 그리고는 정신이 나간 듯, 낮은 웃음소리를 흘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나는 두려움을 느꼈다. 몸이 오들오들 떨리고, 닭살이 돋기 시작한다. 나를 꼬옥 끌어안고 있는 그도 내 변화를 눈치챘다.

“카나데. 떨고 있구나. 가엾게도…….”

“히이익……!”

또다시 목덜미에 머리를 처박고, 이번에는 혀를 내밀어 날름, 목덜미를 흐르는 식은 땀을 혀끝으로 핥는다. 목덜미에서 시작된 전류가 척추를 타고 전신으로 내달렸다.

“카나데, 나의 카나데. 이렇게 무서워하는 모습도 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운지……흐흐, 하하하.”

목덜미에서, 귓가에서 울리는, 광기마저 느껴지는 낮은 웃음소리에 나는 진심으로 공포에 빠져 바들바들 떨었다. 누가 보더라도 지금의 그는 완전히 제 정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프, 프로듀서......그, 그만......."

"그만두라니. 그건 불가능해. 너를, 내가 너를 얼마나 원했는데. 이 순간을, 얼마나."

"흐읏.......!"

"얼마나, 내가 이 순간을 고대해 왔는데......! 아아, 정말로 긴 일주일......응?"

나를 끌어안은 채, 끊임없이 냄새를 맡고, 땀을 핥는 등의 행동으로 나를 탐닉하며 미친 듯이 웃음을 흘리던 그는 별안간 웃음을 뚝, 하고 그쳤다. 마치 지킬과 하이드를 보는 듯한 그의 급작스런 표변에 당황할 틈도 없이, 내 목덜미에 파묻혔던 그의 머리가 떨어지고, 마치 바이스처럼 거세게 내 몸을 조여오던 그의 두 팔도 힘없이 풀려 나갔다.

무언가를 떨쳐내듯 그가 머리를 붕붕 흔들기를 반복할수록 거칠게 내쉬고 들이쉬던 호흡이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것’이 효과가 있었던 걸까.

프로듀서는 긴 소매에 덮인 자신의 두 팔을 만져보더니 움찔, 하며 잠시 몸을 움츠렸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침대 위에 널부러진 나를 바라보더니 납득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그렇군. 그렇게 된 건가.”

그는 숨을 고를 생각도 하지 않고 곧바로 나를 일으켜 세워 자신이 흐트러뜨린 옷매무새를 바로잡아 주었다.

“하야미. 다음 번에 어떻게든 사과할 테니까 오늘은 어서 돌아가. 내가 나로 있을 수 있는 동안에.”

“으, 응.”

“정말 미안하다. 너도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오늘은 그냥 집에 가서 쉬어. 회사에 말하려면 말해도 좋고. 정말로, 미안하다.”

“아냐, 괜찮아. 사고 같은 거니까. 난 신경 안 써. 정말이야.”

“……그래. 어서 챙겨서 가.”

나는 주섬주섬 가방과 신발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현관문이 닫히기 직전에, 좁아지는 문틈 사이로, 다시 하이드로 돌아간 지킬 박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카나데, 다음에 만날 때는. 다른 놈의 냄새가 섞이지 않기를 바라. 진심으로.”

문이 닫히는 것과 동시에, 나는 또다시 몸을 크게 떨었다.

 

집에 돌아온 나는 가방 속에서 처음 보는 수첩을 발견했다.

“……뭐지?”

 

 

복용 2일차.

카나……하야미의 화보 촬영 현장에 갔다.

디렉터가 과도하게 그녀에게 껄떡거리길래 회사 명의로 항의문을 보냈다. 멋대로 회사 명의를 썼다고 추궁을 받았지만, 알 게 뭐냐. 그깟 시말서 몇 장이면 하야미를 지킬 수 있는데.

 

복용 3일차.

카나……하야미의 화보 촬영 둘째날.

상대 역의 남자 모델이 카나데를 음흉한 눈으로 바라본다. 자세를 바꾼다는 명목으로 하야미의 몸 이곳저곳을 쓰다듬는 것도 보았다……정신을 차려 보니, 내 발치에서 뒹굴고 있는 그 모델이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우선은 증거를 인멸했다.

 

복용 4일차.

오늘부터 러닝을 시작한다. 쓸데없는 발버둥이란 걸 알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도저히 카나데를 마주 볼 용기가 생기질 않는다. 명심해라. 나는 그림자고, 카나데는 그림자를 밟고 올라가야 할 신데렐라. 주제넘는 생각을 하지 마라.

 

복용 5일차.

멍청한 놈. 작심하고 하루 만에 손을 대다니. 내 나약함에는 치가 떨린다. 어떻게든 볼펜으로 상황을 모면하기는 했지만, 이미 그녀의 냄새를, 그녀의 맛을 알아 버린 이상 참는 것은 불가능하다. 카나데가 보고싶다. 카나데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아니다. 어떻게든 이것을 발산해야만 한다. 어떻게든. 다행이라면, 내일이 토요일이라는 것이다.

 

복용 6일차.

토요일 오전은 카나데의 CM촬영. 상대 배우는 카나데에게는 관심이 없는 듯 보인다. 실수로 대기실에서 카나데가 옷을 갈아입는 것을 보고 말았다. 그것을 가라앉히느라 꼬박 30분간 팔을 물어 뜯었다. 피 맛이 혀에 익숙해질 때가 되자 다시 잠잠해졌다. 카나데, 카나데가 보고싶다, 카나데가. 카나데가. 카나데가.

 

복용 7일차.

러닝도 소용이 없다. 땀을 흘려도 체력이 약해진 만큼 욕구만 더 강해질 뿐이다. 무엇보다도 카나데가 보고싶다. 카나데의 냄새를 느끼고 싶다. 카나데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카나데의, 카나데가, 카나데를, 카나데로, 카나데는, 카나데, 카나데, 카나데, 카나데, 카나데.

 

 

복용 8일차. 라고 적힌 부분은 절반 이상이 뜯겨나가 알아볼 수가 없었다.

나는 조용히 수첩을 덮고 그 자리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그가 입버릇처럼 말하던 것이 떠오른다.

“어른의 거짓말이다.”

그 사람이 지금까지 멀쩡해 보이던 것이야말로 거짓말이었다.

멀쩡했던 것이 아니라 이 모양이 될 때까지 버틴 것이었다. 자기는 프로듀서니까, 그리고 내가 아이돌이니까.

아마도 그 약을 먹은 다음날부터 그는 이 유혹에 맞서서 필사적으로 버텨왔을 것이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그의 마음도 모르고 그저 호기심에 그의 마음을 시험하고, 그의 이성을 내 손으로 갈가리 찢어 놓았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이번에는 미안함에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가족이 들으면 곤란하다. 소리를 죽이고 눈물을 훔치면서 나는 반복해서 노트에 적힌 글자를 읽어 나갔다. 내용에 정신이 팔려서 처음에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4일차를 넘어가면서 그 사람 특유의 필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아니, 아예 글자를 적는 것도 휘갈겨 적는 수준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 때, 나는 금요일 저녁의 일을 떠올렸다. 프로듀서로써, 아이돌인 나를 지키기 위해서 그가 한 행동을 떠올렸다. 뭉툭한 볼펜 머리가 허벅지에 박힐 정도로 찌르려면 대체 얼마나 세게 내리쳐야 할까? 그의 이성은, 적어도 그 때까지는 그렇게 강하게 남아 있었다. 만약, 내가 그 때 그를 시험하지 않았다면. 그를 자극하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보고 싶지 않았던 광경을 보지 않을 수 있었을까.

그 때, 휴대전화가 메일 수신을 알리는 벨소리를 울렸다. 나는 계속해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고, 휴대전화의 액정을 켰다.

 

[중화제는 뿌렸어? -시키냥]

응, 뿌렸어 라고 답장을 보내자, 곧바로 회신이 왔다.

[그럼, 이제는 리바운드에 대비해야겠네. 자세한 건 내일 이야기하자. -시키냥]

 

“리바운드?”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침대 위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머리가 아프다.

카나데의 냄새에 섞여 있던 그것.

어떤 쓰레기 같은 자식의 냄새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냄새가 원인이다.

그것 때문에 한순간에 판단력을 잃고, 모처럼 끌어들인 그녀를 다시 놓아주고야 말았다.

다 된 밥에 코를 빠뜨릴 줄이야!

어떤 놈이냐. 어떤 자식이 감히, 고귀한 카나데의 냄새를 오염시켰나.

‘내’가 부서져간다. 그리고 이제는 완전히 사라졌다고 생각한 ‘내’가 마치 원양에서 빙산이 모습을 드러내듯, 천천히 그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입장을 잊지 마라, 그림자는 사람에게는 손을 대선 안 돼.

웃기고 있네. 카나데는 내 꺼야. 패배자 주제에 어디서 설교질이냐

패배자라는 건 네 생각이고. 이제 ‘실험’은 끝났다. 얌전히 가서 잠이나 자라.

뭐라고? ‘실험’이라니?

실험이 실험이지. 지난 일주일간 정말로 집요하게 나를 괴롭히더군. 하야미의 냄새에 섞여 있던 게 뭔지 잘 생각해 봐라. 너도 잘 알고 있는 냄새니까.

그제서야 나는 '어떤 기억'을 떠올렸다. 

 

 

‘잘 들어, 이제부터 당신에게 한 가지, 각인을 할 거야.’

‘각인?’

‘응응, 지금부터 할 실험은 사람의 무의식에 작용하는 것. 그러니까, 그 아래쪽부터 먼저 준비를 해 둬야, 한번에 갈아엎을 수가 있거든.’

‘신기하네. 뭐, 일단은 협조하기로 했으니까.’

‘냄새, 맡았어? 어때, 내 냄새는?’

‘구에에엑.’

‘냐하하하, 농담이야, 농담. 자 이제 이 냄새를 당신의 의식에 각인할게. 확실하게 마셨지? 점막에 하나하나 아로새겨질 만큼?’

‘놀라울 정도로 특색이 없는데. 이거 냄새 맞아?’

‘일부러 그렇게 만든 거야. 실험을 시작하면, 당신은 틀림없이 냄새에 엄청 민감해지니까.’

‘뭐, 전문가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다 맡았다.’

‘좋아. 이제 당신은 이 냄새를 맡으면 냄새를 맡았던 그 때의 상태로 다시 돌아오게 돼. 아 물론, 컨디션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상태의 문제니까. ‘실험’ 이전의 상태로 롤백 한다고 보면 돼.’

‘……어려운 이야기인걸.’

‘냐하하하, 뭐, 그때가 되면 다시 알게 되겠지~아무튼, 이 시키냥은 지니어스니까! 자, 그럼 실험 수고데리카!’

‘수고데리카는 또 뭐야……아무튼, 이것까지 협조해 줬으니까 너도 레슨에 제대로 참가해. 알겠지?’

‘네넹~!

 

 

 

 

 

어른의 얀데레는 정말로 어렵네요.

그리고 그 이상으로 카나데의 고2병도 어렵고...공부를 더 해야겠네요.

다음 편이면 대충 이야기가 끝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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