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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천 엔 포장마차 입니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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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11, 2013 22:17에 작성됨.








라멘은 언틋 생각하기엔 간단해 보일진 몰라도 막상 본격적으로 만들려면 꽤나 손이 가는 음식이다.

국물을 내는 방식에 따라, 얹는 고명에 따라 맛 또한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저마다의 취향에 맞는 라멘을 만족스러울만큼 만든다는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오늘 포장마차의 주 메뉴는 바로 그 라멘이다.

간장으로 국물을 낸 소유라멘, 된장으로 맛을 낸 미소라멘. 그리고 돼지뼈를 진하게 우린 돈코츠 라멘.

위 세가지의 가장 기본적인 라멘부터 즐기는 사람이 한정적인 소금이 주된 시오라멘, 면을 차갑게 식혀 국물에 찍어먹는 츠케멘 등등 많은 수의 라멘을 메뉴로 써놓았고 때문에 평소보다 준비에 손이 많이 간 날이었다.

면이라는  음식의 특성상 먹기 쉽고 또 그만큼 과식하기 좋다는 점을 염두해 준비한 재료의 양도 여느때와 달리 상당한 양이었다만, 난 이순간 포장마차 개점이후 처음으로 재고부족으로 가게문을 일찍 닫는 상황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버린다.

"라멘의 기운이 절 이곳으로 이끌었사옵니다."

"하다못해 향기라고 해주세요."

저녁무렵,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녀, 시죠우 타카네가 입장했다.

라멘의 기운은 대체 무엇일까.

향기라면 대충 문맥은 이해하겠다만 기운이라니.

라멘에 관해서 어떤 경지에 오르면 보게되는 무언가일까 하고 진심으로 진지하게 고심하다 뒤따라 들어오는 또다른 익숙한 얼굴들에 정신을 차린다.

"정말 타카네! 혼자 너무 뛰어간다구!"

"아후~ 오늘하루 힘들었는데 더 지쳐 버리는거야."

포장마차의 문을 팔락이며 안으로 들어오는 검은 포니테일의 소녀와 금발의 소녀.

히비키와 미키가 시죠우 씨를 뒤따라온 건지 숨을 고르며 나에게 인사한다.

"하이사이~ 점주 씨."

"안녕인거야. 점주 오빠."

"어서와라. 저녁먹으러 온거냐?"

그렇다고 답하는 둘을 시죠우 씨가 재촉한다.

"어서 앉도록 하지요."

"그러니까 너무 급하다니까 타카네."

히비키가 질려하면서도 재깍 자리에 앉는다.

미키도 하품을 한번 하더니 착석하고 누구보다 빨리 자리잡은 시죠우 씨는 가게 한 쪽에 놓인 메뉴판을 빠르게 훑는다.

"역시 라멘이었사옵니다. 오늘은 길일이로군요."

그 얼굴에 마치 꽃이 핀것 같은 화사함이 감돈다.

시죠우 씨가 가장 좋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음식이 라멘이었지.

그 사실을 새삼 깨닫고 긴장감에 마른 침을 삼킨다.

어쩌면 오늘이 기회일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꼭 한번 보고 싶었던 시죠우 씨의 입에서 나오는 배가 부르다라는 말.

그 끝없는 나락과도 같은 시죠우 씨의 식욕을 오늘 채워내고자 각오를 다진다.

"무리라구.""무리야."

한치의 망설임없이 히비키와 미키가 단언한다.

"그건 점주 오빠가 파산할 때 까지 만들어도 안되는거야."

"역시 그런가."

나와 히비키, 미키가 나눈 일련의 대화를 모두 지켜본 시죠우 씨가 토라진 듯 말한다.

"실례이옵니다. 절 어떻게 보시는 것이옵니까?"

"그치만 타카네를 아는 모두가 같은의견 일거라구."

"동감인거야."

"기이한…."

한치의 양보없는 둘의 단호한 태도에 결국 시죠우 씨는 입버릇을 한번 말하더니 망연한 표정을 짓는다.

"설마 이렇게 까지 제 인식이 좋지 않았다니. 이미지이 개선을 위해서라도 관리의 필요성을 느꼈사옵니다."

"그럼 오늘은 적당히 드시는겁니까?"

"그건 별개이옵니다."

뭐가 별개인걸까.

이해하긴 힘들지만 여튼 시죠우 씨가 그다지 달라지는건 없겠구나 라고 납득하곤 주문을 받는다.

저마다 취향이 다른건지 메뉴도 제각각이다.

히비키는 미소라멘, 미키는 시오라멘, 시죠우 씨는 돈코츠 라멘인가.

먼저 미소라멘은 돼지 등뼈와 대파, 양파, 생강, 정향 등 갖가지 재료로 우린 육수에 된장, 고추기름으로 맛을 내고 돼지 안심을 익혀 편을 썰어 간장양념으로 조린 고기와 대파를 얹어 완성한다.

훗카이도를 비롯한 동북부 지방에서 주로 사용하는 된장으로 만들면 그 특색이 진하고 강한 맛을 느낄 수 있지만 다른 지방의 사람들은 좀 더 부드러운 맛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므로 취향이 나뉘기도 한다.

앞서 설명한 미소라멘이 그 깊고 진한 맛을 매력으로 한다면 시오라멘은 그에 반해 맑고 깔끔함을 자랑으로 한다.

닭뼈가 주된 육수에 숙주, 부추, 등의 야채류와 새우, 오징어등의 해물을 소금으로 간을 해 끓인 후 익힌 면에 붓는다.

소금으로만 간을 했기 때문에 비교적 담백하고 그 맛이 강하지 않아 좋아하는 사람들은 좋아한다만 그렇지 않은사람은 영 아닌모양인지 그리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라멘은 아니다.

시죠우 씨가 선택한 돈코츠 라멘은 상당히 무겁다.

미소라멘과 마찬가지로 돼지 등뼈를 오랜시간 고아 만든 육수에 돼지 목살을 양념으로 졸이고 숙성해 만든 차슈를 얹어 먹는 라멘.

그 국물의 맛이 상당히 두텁기 때문에 올라가는 파와 생강류같은 고명의 양도 많고 여러모로 가벼움과는 거리가 먼 라멘이다.

설명이 길었지만 결국 라멘의 가장 중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요소는 바로 국물, 육수다.

라멘으로 하기로 마음먹은건 2일 전이었다.

다만 돼지 등뼈로 만든 육수 같은 경우에는 거의 24시간 가까이 공을 들였고 차슈도 숙성 시키는데만 한나절이 걸렸다.

라멘이 주 메뉴가 된건 이번이 처음인건 아니지만 그렇게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라멘 전문점이면 모를까 매번 메뉴가 바뀌는 내 포장마차에서 이렇게 본격적으로 준비하는건 워낙에 시간이 많이 필요하고 말이지.

좀 더 가볍게 한다면 자주 메뉴가 될지는 모르겠다만 성격상 그건 또 힘드니.

그래도 덕분에 맛 만큼은 호평이다.

저 세명도 정신없이 먹고 있고 말이지.

말 한마디 없이 그릇에 빠질것처럼 식사에 열중하는 세명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그 뒤로도 두어번 그릇이 오가고 히비키와 미키는 행복에 찬 만복감을 즐긴다. 

"이번엔 미소라멘이 좋겠사옵니다."

"뭐, 이정도는 예상했으니까요."

"음?"

"아닙니다. 미소라멘 말이죠?"

물론 시죠우 씨는 빼고.

이제와 그리 놀라울 것도 없으니 덤덤하게 미소라멘을 준비한다.

그사이 특별히 서비스로 준 차를 마시면서 식사 후의 여운을 즐기던 히비키와 미키가 담소를 시작한다.

한창 때의 여자아이니까. 역시 수다만큼 시간때우기 좋은건 없겠지.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다 만들어진 라멘을 시죠우 씨의 앞에 두는데 문득 깍지를 끼고 있는 미키의 손이 눈에 들어온다.

왼손의 엄지손가락이 위로 올라간 미키의 깍지.

그것을 보고 문득 예전에 들었던 흥미로운 테스트가 떠올랐다.

"대화중에 실례다만 미키, 한가지 부탁할게 있는데."

"응? 무슨 부탁인거야?"

"잠깐 팔짱을 껴보지 않을래?"

"점주 오빠 미키랑 팔짱 껴보고 싶었던거야?"

"……응?"

어라? 이게 그런 말이 되나?

그냥 혼자 껴보란 말이었는데 듣는 미키는 나와 껴달라는 말로 이해한 모양이다.

옆에 있던 히비키도 그 얼굴에 붉은 기운을 띈채 놀란눈으로 날 바라본다.

아, 물론 시죠우 씨는 여전히 식사중이십니다.

"흐응~ 당당하게 부탁하는건 싫지 않은거야. 거기다 점주 오빠라면 괜찮으니까."

라며 벌떡 일어서 이쪽으로 오려는 미키.

서둘러 제지한다.

"오해가 있었던 모양인데 그냥 혼자 끼는 팔짱을 말한거야."

내가 너랑 여기서 팔짱을 끼면 그 후 쏟아질 주위의 시선을 감당한 자신이 없단다.

그러자 미키는 어쩐지 불만스러운 얼굴로 다시 자리로 돌아가더니 팔짱을 낀다.

그 퉁명스러운 표정과 팔짱을 낀 자세가 마치 화가 난 고양이마냥 묘한 매력을 자아낸다.

그 범상치 않은 비쥬얼에 아이돌은 아이돌이구나 라고 감탄하곤 본래 목적을 위해 팔짱낀 미키의 팔을 살펴본다.

예상대로 왼손이 오른팔의 위로 올라가있다.

이제 풀어도 좋다고 말하자 미키는 영문모를 내 부탁에 궁금했는지 이유를 물어온다.

"간단한 테스트야. 미키가 어떤 성향의 사람일까 하는."

"무슨 뜻인거야?"

"아까 미키가 깍지를 끼고 있었을 때 왼손의 엄지가 오른손의 위로 올라갔었지?"

내 말에 미키는 갸우뚱 하더니 다시 깍지를 껴본다.

왼쪽의 엄지가 올라간 형태.

확인한 미키가 고개를 끄덕인다.

사람의 뇌는 양 쪽으로 구분되어 있다.

좌뇌와 우뇌, 각각의 두뇌는 각자의 성향으로 나뉘는데 주로 좌뇌는 이성적이고 논리적, 규칙적인 것과 같은 정형화된 성향이, 우뇌는 감성적이고 직관적이며 즉흥적인 것과 같은 상직적인 성향이다.

사람은 저마다 양 쪽의 두뇌의 발달정도가 다르고 그에 따라 성격부터 단순한 몸짓까지 영향이 미친다.

"미키의 경우엔 이해하는 것과 표현하는 것, 둘 다 우뇌가 발달한 경우야. 감각과 형상으로 이해하고 표현한다는거지. 요컨데 어떤 정보나 사실을 자기만의 이미지로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그걸 남에게 표현하는건 서투른 타입."

즉, 천재성이 잠재된 타입이다.

그 특성상 주로 예술계나 연예쪽으로 재능이 발휘되고 쉽고 성격또한 낙천적이며 자기식대로 사는 경향이 강해서 자기관리 면에선 서투르지만 누군가 옆에서 보조해주며 그 재능을 잘 살려줄수만 있다면 그야 말로 독보적인 존재가 될 수 있는 타입이다.

"헤에~ 그야말로 미키 그 자체네."

"과연 그 말에는 동감이옵니다. 그리고 돈코츠라멘 한 그릇 더 부탁합니다."

내 설명을 다 들은 히비키가 감탄하고 시죠우 씨가 동의하며 주문을 추가한다.

식사하면서도 전부 다 들은 모양이네.

시죠우 씨의 멀티태스킹 능력에 놀라고 있으려니 미키가 방금 전까지의 툴툴함을 버리고 기쁜 기색을 띈다.

"당연하거야. 미키는 레이 언니가 옆에 있으면 앞으로도 더 잔뜩 반짝반짝 할 수 있는거야."

"레이 언니?"

그 낯선 호칭에 의아해 하다 아카바네 씨의 이름이 레이인 것을 깨닫는다.

"전엔 프로듀서라고만 부르더니."

"레이 언니한테 허락받은거야. 이쪽이 훨씬 친근해 보이고."

하긴 딱딱하던 호칭과 달리 낯간지러울 정도로 친근해 보이긴하다.

예전 그 사건이 계기인걸까?

전에 있었던 그 눈물바다를 떠올리는데, 그 사이 이번엔 히비키가 흥미를 느낀건지 깍지를 껴본다.

"자신도 왼손의 엄지가 위로 올라갔다구."

그리곤 이번에는 팔짱.

"어라? 오른손이 왼쪽팔에 올라갔어."

깍지는 미키와 같지만 팔짱은 다른 결과가 나왔다.

라멘을 만들면서 힐끗 보곤 이번엔 히비키의 성향을 설명해준다.

"이해는 미키와 같이 직감적으로 하지만 표현은 논리적으로 한다는거야."

감각, 직관, 이미지로 정보를 받아들이고 표현은 체계적으로 풀어내는것이 가능하다.

직감과 이성이 균형잡혀 있으며, 인간적이고 관계적인 성향으로 재주가 많아 여러가지 일이 가능하며 지시를 받기보단 지시를 내리는 리더에 적합한 타입이다.

"그러고보면 히비키는 페어리의 리더인거야."

"리더의 자질은 물론 다재다능이라는 말 또한 어울린다고 생각하옵니다."

"그, 그럴까나? 어쩐지 부끄러운데."

히비키가 볼을 긁적이며 쑥쓰러워한다.

"그치만 겉으로 보기엔 강해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의외로 내면은 감성적이어서 의리나 인정에 약한 면모가 있다고들해. 첫인상이나 직감으로 상대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아서 처음 만난 사람과의 관계에선 가끔 충돌이 생기기도 하지만 그것도 정에 약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발동한 자기방어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고."

"그것도 맞는말인거야. 미키 처음 히비키랑 일하기 시작햇을 땐 잔뜩 싸운거야."

"그, 그치만 그땐 미키가 언제나 불성실하고 자기 마음대로하는 못된 사람인줄 알았다구!"

"거기다 인간관계를 중요시 한다는건 고독함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말이기도 해서 외로움을 싫어한다는 경향도 있지."

"흐음. 과연 히비키는 애완동물을 많이 기르고 있사옵니다. 점주 씨의 말대로라면 고향을 떠나 홀로 타지생활을 하는 히비키가 외로움을 이기지못하고 애완동물을 잔뜩 기른다는 뜻인지요."

"그, 그건!"

마치 거짓말을 하다 들켜버린 사람마냥 본심이 전부 드러난건지 당황하는 히비키에게 시죠우 씨가 싱긋 웃는다.

"외롭다면 저에게 기대셔도 좋사옵니다. 히비키의 마음이 여린것은 이미 알고 있으니 도움이 된다면 언제라도."

"우갸아! 그러니까 괜찮다구! 부끄러우니까 그만하란말이야!"

잔뜩 발개진 얼굴로 버둥거리는 히비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와버렸다.

그러자 히비키가 찌릿 노려본다.

"우우! 전부 점주 씨 때문이야!"

"그치만 내가 봐도 그리 틀린건 없는것 같은데."

"그, 그거야 그렇지만…."

순진하고 거짓말을 못하는 히비키다보니 아니라고 말은 못하고 우물거리다 이번엔 시죠우 씨에게 타겟을 돌린다.

"이렇게 된거 타카네도 해보라구."

"저 말씀이옵니까. 그 전에 츠케멘 하나 부타드리옵니다."

라며 싹 비워진 그릇을 옆으로 치우는 시죠우 씨.

말하면서도 다먹었네.

이번에도 별말없이 츠케멘을 준비하는사이 시죠우 씨가 깍지를, 그리고 팔짱을 차례대로 껴본다.

깍지의 경우 앞선 둘과 달리 오른쪽 엄지가 위로 올라가고 팔짱은 미키와 같이 왼손이 오른팔 위로 올라간다.

"앞선 설명으로 추측컨데 전 논리적으로 이해하고 감각적으로 표현한다는 의미이온지요."

"맞습니다. 달리 말해서 스스로 이해한건 정확하지만 그걸 타인에게 전달하는건 서투르다는 뜻입니다."

이해는 냉철하고 계산적이지만 정작 표현은 듣는이의 감정에 호소하는 경향이 많아 상대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하긴 타카네의 말은 이해하기 힘들때가 있다구."

"다른세계 이야기 같은거야."

"기이한…."

시죠우 씨가 내가 내준 츠케멘을 입 안으로 밀어넣으며 골몰히 생각에 잠긴다.

또나왔네 멀티태스킹.

정말 시죠우 씨는 정체가 뭘까 하며 나도 나름대로 생각에 빠지는데 미키가 재촉해왔다.

"그것 외에는 없는거야?"

"성격을 보면 기본적으로 대인관계는 좋지만 미움받기 싫어하는 성향이 있어서 분위기에 휩쓸리는 경우가 많다고들해. 자신감이 부족하다고 말할 수 있지."

"어라? 그건 타카네랑 맞지 않는다구. 속마음이야 모르지만 자신감이 부족한건 절대 아니니까."

"뭐, 세상에는 저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있으니까. 그 모든 사람들을 겨우 네가지 분류로 구분한다는거 자체가 무리니까. 어디까지나 어느정도 공통점이 있는것들을 추려서 타입을 나눈거니까 완전 똑같지 않을 수도 있어."

이 타입들은 현실적이며 안정적인것을 선호하고 수동적이며 내향적인 성격이 많다.

이 또한 시죠우 씨와는 맞지 않고 오히려 미키와 같은 타입의 마이페이스적인 성향이 어울리다고 할 수 있겠지.

"겁이 많다, 라는 경향도 있는것 같지만 이것도 그리 시죠우 씨와 어울리진않고."

"귀신같은걸 무서워하는 타카네는 상상하기 힘든거야."

라며 웃는 미키의 말에 긍정하려는데 순간 라멘을 흡입하던 시죠우씨의 손길이 경직하는걸 알아챈다.

"시죠우 씨?"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내 다시 움직이는 시죠우 씨의 손.

그런것치곤 그 단아하고 깊이있는 눈동자에 흔들림이 잔재한다.

"그치만 방금 미키의 말에 뭔가──."

"아무것도 아닙니다."

"혹시 귀신──."

"아무것도 아닙니다. 라고 말했사옵니다."

"……네."

무서우니까 그만하자.

그래도 귀신의 건과 방금 날 침묵시키는것으로 보아 타입의 설명과 아주 틀리진 않은 건 알았다.

임기응변에 능하고 설득력이 강하다, 라는 점도 있으니까. 시죠우 씨의 타입은.

방금 그것이 임기응변이나 설득력과 관련이 있는거냐고 물으신다면 노코멘트.

"이제 마지막으로 점주 씨라구."

이번엔 히비키가 화살을 나에게 돌려온다.

"나도 시죠우 씨와 같은 타입이야."

"어라? 미키랑 같은 타입이 아닌거야?"

"나도 어울리는건 그쪽이라고 생각은 하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난 양뇌형이거든."

"양뇌형?"

히비키가 묻는것에 다시 대답한다.

"앞서 말한 테스트가 뇌의 양쪽의 발달정도에 대한거라고 했지? 우뇌가 발달하면 감성, 좌뇌가 발달하면 이성, 이렇게. 난 그 발달의 정도가 양쪽이 모두 고른경우야. 깍지와 팔짱을 끼면 시죠우 씨와 같이 오른 엄지가 위로, 왼손이 오른팔 위로 올라가지만 이해와 표현 모두 양쪽 뇌를 사용하니까 그건 크게 관련없다는거지."

"으응…잘은 모르겠지만 점주 오빠가 대단하다는건 알겠는거야."

"대단할 것 까진 없는데."

말그대로 어느쪽 뇌를 많이 쓰는가에 대한거니까 지능이나 재능을 나타내는것도 아니고, 그냥 난 양쪽이 고르게 발달했다는것에 불과하니까.

"아무튼 재밌었던거야."

"응, 새로운 지식이 늘었다구."

"소유라멘 하나 부탁드리옵니다."

"이번엔 좀 놀랄뻔 했습니다."

설마 이 타이밍에 추가주문이라니.

허를 찌르는 시죠우 씨의 주문에 일순 당황에 빠지려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요리에 들어간다.

그말은 지금까지 한참을 떠들었음에도 아직 시죠우 씨의 식사가 끝나지 않앗다는것을 의미.

하지만 마땅히 대화로 쓸만한 주제가 없는건지 미키와 히비키 둘 모두 별말없이 무의미하게 시간을 죽이고 있는데 결국 심심함을 이기지 못한 미키가 입을 연다.

"이번엔 미키가 점주 오빠에게 테스트를 해보는거야."

"무슨 테스트."

"일단 들어보는거야."

미키가 잘 들으라며 천천히 색깔을 하나씩 말해나간다.

처음 몇개는 기억을 했는데 너무 많아져서 한번 더 듣고 나서야 다 기억할 수 있었다.

"너무 많잖아? 몇개나 말한거야?"

"열 두개인거야."

차례대로 빨강, 파랑, 하양, 주황, 초록, 분홍, 보라, 노랑, 검정, 연두, 청록, 자주.

확인차 하나씩 말해보자 미키가 맞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이 색깔을 이제 어떻게 하면 되는데."

"그중에 좋아하는 색을 말하는거야."

좋아하는거라?

"이중에서만 골라야하는거야?"

"그런거야."

"그럼 전부."

"……응?"

"전부."

잘 못들은건지 되묻는 미키에게 한번 더 말해준다.

그러자 미키는 당황해하며 한번 더 확인한다.

"저, 전부인거야?"

"그래. 아, 혹시 하나만 골라야하는거야?

"일반적으로는 그렇지만……."

미키가 말끝을 흐린다.

하긴 내가 좀 이상한거겠지.

원래 테스트라면 가짓수 중에서 하나 내지 두개만 고르는게 맞을테니.

다만 난 원래 정확하게 규제를 걸지 않으면 다다익선을 추구하는지라.

거기다 색깔을 뭘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모든 색깔이 저마다의 개성과 매력이 있으니 뭐하나 싫은게 없고 전부 좋다고 대답할테니까.

"그래서 무슨 테스트인데?"

"말못하는거야. 원래부터 안해주려고 하긴했지만 이러면 안하는게 아니라 못하는거야."

뭔소리냐 저건.

처음부터 안할 생각이었다는것도 그렇지만 이젠 못한다는건 또 뭘까.

어쨌든 말안해줄것 같으니까 캐묻는건 관두자.

그러던사이 새로 나온 소유라멘마처 해치운 시죠우 씨가 차를 부탁받아 천천히 마신다.

그 찻잔이 거의 비워졌을 무렵 히비키와 미키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만 가야겠다구."

"그럼 다음에 보는거야. 점주 오빠."

"그래 조심해서 들어가라."

작별인사를 하며 마침내 찻잔을 전부 비운 시죠우 씨도 빈 찻잔을 내려놓는다.

시죠우 씨에게도 인사를 하려는데 시죠우 씨는 내쪽이 아닌 히비키와 미키에게 인사를 한다.

"그럼 내일 또 뵙겠사옵니다."

"타카네도 내일봐."

……응?

그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머리 위에 잔뜩 물음표를 띄우는데 이번엔 시죠우 씨가 나에게 시선을 돌린다.

"점주 씨. 돈코츠 하나 더."

"……아직 드십니까?"

결국 놀라지 않기로 했는데 놀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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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섹하고 열흘이 다되갑니다. 모 광고에서 이병헌씨가 하는 말이 이렇게 공감될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단언컨데 본다는 것은 가장 큰 축복입니다. 수술하고 한 3일간은 눈을 뽑고 싶을정도로 고통스러웠는데 지금은 조금 뿌옇게 보이는것을 제외하면 잘 보인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합니다. 시력도 양쪽 다 1.0으로 잘 나오고 말이죠. 그래도 아직 무리하면 안되는 터라 밝은 빛을 피하기 위해 밤에도 선글라스를 끼고 다녀야하고 비누로는 세안도 못하지만요.

본문의 이야기를 하자면 열 두가지 색이 뭔지는 아이마스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다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아니 뭐, 그렇다고 꼭 점주의 말대로 이야기가 진행되는건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이 소설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전부의 이야기를 균형있게 쓰는것이 기본방침이다보니 그런거지요. 허허.

대표적인 양뇌형의 인물으로 다빈치가 있습니다. 한손으로 그림을 그리며 다른 한손으로 시를 썼다고하죠. 점주가 그게 가능하다는건 아니지만……처음 기획은 이렇게 이상한놈을 만들건 아니었는데 어째 리플들에 영향을 받은건지 점점 점주가 레벨업을 하는 기분입니다.


Ps. 슬슬 외전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습니다. 외전은 그야말로 IF스토리, 현실에선 불가능한 소재를 가지고 쓰려고 계획하고 있는데요. 그 예시를 밑에 써보았습니다.


1. 이누미가 사람이 되었다.

언제나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아침.

하지만 전화기 너머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 평범함은 산산히 조각난다.

히비키 "이누미가 사람이 됬다구!"

점장 "졸리면 헛소리하지말고 더 자라."

부정적인 그에게 현실이 되어 다가간 비상식.

이누미(?) "오빠야! 보고싶었다 안카나!"

점장 "누구신진 모르겠습니다만 강아지 귀랑 꼬리가 참 디테일하네요."

이누미(?) "땡기봐라?"

점장 "……진짜네?"

이제 자신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소녀는 과감히 어필!

이누미 "오빠야~ 내랑 교미하자카이!"

점장 "……으, 응?"

어라? 너무 과감했나?

히비키 "저기 나는."

다음기회에.

히비키 "너무해!"


───라는 식이던지요.

아니면,


2. 나이가 바뀌는 사탕.


평온한 휴일을 즐기던 그에게 날아온 비일상으로 부터의 초대장.

점주 "어……아미와 마미에게 언니가 한분 더 계셨었나."

마미(28살) "아니야! 내가 마미라궁!"

찾아간 765 사무소에 벌어진 혼돈의 현장!

아즈사(9살) "어머~."

히비키(10살) "우갸아! 그러니까 자꾸 비비지 말라구!"

야요이(24살) "헤헤~ 그치만 귀여운걸요 히비키 씨!"

치하야(22살) "……나이를 먹어도 똑같아."

어디의 무엇이 똑같은건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건 넘어가고.

아미(20살) "크, 큰일이라궁! 피요코가 날뛰고 있어!"

코토리 "후헤헤헤! 이, 이것만 있으면 저도!!"

어려질 수 있다는 사탕이 실존한다는 소식에 작은 새한마리가 폭주한다.

코토리(1살) "……삐약?"

그치만 과욕은 금물입니다.

점주 "그런데 저기 디카프리오 닮으신 분은 누구신지?"

타카기(20살) "날세. 사장."

점주 "?!"


────이런 식이라던지요.

예. 지금 쓰는건 평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지만 저 사실 막나가는거 좋아합니다.

흥미가 가신다면 마음에 드는것의 번호를 리플에 적어주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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