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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센구미걸즈 - 우즈키+미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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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10, 2016 16:14에 작성됨.

번역판에 있는 '신센구미걸즈 - 우즈키 + 미시로'를 보고 쓴 글입니다.

*

에도 시대 후기.

 

1864년 7월 8일. 교토의 산조(三条) 기야마치 길(木屋町通り)에 있던 '미시로야'(美城屋)'. 야심한 달밤의 시간대에, 칼의 불빛이 번뜩이고 피의 비가 내린다.

 

CIN센구미 1번대의 오키타 우즈키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주변을 살폈다.

 

이걸로 더 이상의 적은 없는 모양이다.

 

'이번 적도, 결국에는 765의 끄나풀...결국 큰 소득은 없네요.'

 

CIN센구미의 가장 큰 적은 유신지사 크로네도 아닌 765파. 315파나 876파도 제법 기세가 있는 모양이지만 아직 CIN센구미의 가장 큰 적은 되지 못 한다.

 

다른 동료들은 이 자리에 없다.

 

히지카타 린은 습격 당시 참여하지 못했고, 토도 안즈는 이마에 부상을 입었으며, 기도 카렌은 폐결핵을 앓고 있는 오키타 우즈키 이상으로 몸이 약해 결국 참전하지 못 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건 저 한 사람 뿐.'

 

할 수 밖에 없어서 했던 일. 함께 했던 동료들은 다른 곳에서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 이제 남은 건, 이 미시로야의 주인이라는 여자를 체포해가는 것,

 

"쿨럭...!"

 

목구멍의 안쪽에서 무언가 치솟아 오르는 감각. 오키타 우즈키는 손바닥으로 입을 막은 뒤, 떨어뜨려서 그것의 정체를 확인했다.

 

피. 적의 피가 아닌 자신의 피. 자신의 몸에서 나온 피.

 

"...이 어찌나 약해빠진 몸인지..."

 

쓴웃음이 지어진다. 이 시대에 폐결핵은 치료 불가의 불치병. 오키타 우즈키의 죽음은 예견되어 있다.

 

'그래도, 다른 분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을 수는 없어요.'

 

지치고 약해진 몸을 책임감만으로 움직인다. 대체 어느 방에 미시로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하나하나 뒤져보면 알아서 나올 것이다. 몰래 만들어 둔 퇴로가 있을지도 모르기에 최대한 빨리 찾아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하기는 했지만.

 

"......찾았다."

 

딱히 방 안에 불을 켜고 있는 건 아니지만, 인기척이 뚜렷하게 느껴진다. 오키타 우즈키는 각오를 다지고 드르륵─방의 문을 열었다.

 

"네가 우리 가게를 덮친 끄나풀들의 일원이로군."

 

방 안에는 한 명의 여성이 술잔을 탁자 위에 내려놓고 있었다. 대각선으로 비스듬하게 드리워진 그림자는 얼굴을 가리고 있었으나, 목소리만 들어도 여성. 아마 이 미시로야의 주인일 미시로라는 여성일 것이다.

 

"보잘 것 없게 생긴 것 치고는 상당히 의외인걸."

 

미시로는 상당히 감탄한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지금 그녀의 눈에 비친 오키타 우즈키의 모습은 그야말로 바람 앞의 등불. 나약하고 연약해 보이는 외견.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쉽게 밀어넘어뜨릴 수 있을 여자아이.

 

그래도, 눈빛 하나만큼은 살아있었다.

 

"미시로야의 방어 체제는 사실 네까짓 게 쉬이 들어올 수 있을 정도로 만만치는 않아."

 

꼴아박은 돈이 한두 푼이 아니다. 용병도 많이 고용해 두었다. 뭐, 역시 근본은 칼밥 좀 먹어본 무지렁뱅이들인지라 양동작전의 미끼에 홀라당 넘어가 버려서 사태가 이 지경까지 되어버렸지만.

 

뚜벅뚜벅 오키타 우즈키의 앞까지 걸어오는 미시로. 꽤나 키의 차이가 있기에 오키타 우즈키는 움찔 하고 반응했으나 지지 않겠다는 듯 미시로를 노려 보았다.

 

"너...'히토키리(人斬り, 살인마)'로 유명한 오키타 우즈키인 게로구나."

 

비웃는 것처럼, 냉소짓는 것처럼, 자신만만해 보이는 것처럼 웃음을 지어 보이는 미시로. 오키타 우즈키는 듣고 싶지 않았던 멸칭에 잠시 발끈했으나, 

 

──진정해, 우즈키. 인내심이 쉽게 끊어진다는게 네 단점이야.

 

이전에 히지카타 린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리고서 최대한 인내심을 발휘해 감정을 억누른 뒤,

 

"──미시로 씨, 당신을 강제 체포하겠──?!"

 

오키타 우즈키의 말은 중간에 끊겼다. 갑자기 미시로의 손이 뻗어와 그녀의 볼을 만졌기 때문이다. 차가운 손, 날카로운 손톱. 오키타 우즈키는 본능적으로 미시로의 손을 쳐냈다.

 

마치 불쾌한 것에 만져진 듯한 느낌이다.

 

"흥...풍전등화인 주제에. 넌 보나마나 얼마 못 간다."

 

알고 있다. 언제 끊길지 모르는 목숨이니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지금을 살아가며, 발버둥치며, 동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열심히 칼을 휘둘러 생명을 짓밟고 베어나갔다.

 

"칼부림 좀 한다고 해봤자, 죽기 전까지 그네들에게 별 괜찮은 도움 하나 못 주고 죽어가겠지."

"윽...!"

 

반론해야 한다. 그녀의 말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비록 경험은 적다고 해도, 재능만큼은 있다고 히지카타 린에게 인정받았던 몸이다. 그러니까...그러니까...그게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데, 어째서인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난 여전히 약해.'

 

나약하고 소심한 정신이, 하필이면 이 자리에서, 수면 위로 떠오른다.

 

미시로는 그녀를 내려다 보고서 중얼거렸다.

 

"...바보같기만 한데, 하잘 것 없어서 아름다운 것도 있다더니만."

 

이마니시 부주인이 했던 말을 떠올리는 미시로.

 

──하잘 것 없어도 아름다운 것이 있는 법이라네. 가련하고, 약해 보여서, 최대한 아껴주고, 가꿔주어서 잘 자라는 모습을 보고 싶달까. 그런 보호심을 자극하는 것 또한 세상에는 있어. 항상 강인하고 날카로운 것만으로 이루어진 세계는, 지나치게 혹독해서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괴롭지 않겠나.

 

"에? 뭐라고──."

 

미시로의 작은 중얼거림을 제대로 듣지 못 했던 오키타 우즈키는 다시 한 번 더 물어보려 했으나,

 

"......"

"어, 저, 저기...?!"

 

아까와는 달리, 부드럽게 볼을 쓰다듬는 손. 따뜻함이 느껴져서, 어쩐지 부끄러움을 느낀, 우즈키는 얼굴을 빨갛게 상기시켰으나 미처 그 손을 떼어내지 못 했고,

 

"......선택지를 주지."

 

단조로운 목소리로, 미시로는 묘한 웃음을 띄우며 말했다.

 

"나와 부당거래를 해보지 않겠느냐? CIN센구미의 아이야."

"그, 그게...무슨 말인가요?"

 

오키타 우즈키는 그녀의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부끄럽게도, 그녀는 유신지사를 처단하는 일을 하면서 그 임무의 정치적, 사상적 배경에는 전혀 지식이 없는 무지한 사람이었다.

 

이런 일은 보통 히지카타 린이나 곤도 미오의 역할인 것이었다. 그리하여, 스스로 판단을 내리고 행동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네가 죽어도, CIN센구미가 무너지지 않게, 내가 후원자가 되어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어떠느냐, 꽤나 매혹적인 제안 아니더냐?"

"......목숨을, 구걸하는 건가요?"

"어떻게 들리든, 네 멋대로 판단해도 상관없다. ──하지만, 과연 지금의 네가 내 제안을 거절할 수 있을까?"

 

흔들린다. 마음 속에 품어둔 검이 흔들려, 제대로 겨누어야 할 적을 인식하지 못 한다.

 

달밤에 바람이 불고, 꽃잎이 떨어져 내리는 때, 결국 오키타 우즈키의 마음은 기울어 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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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오키타 소우지는 유신지사 가운데서도 '히토키리(人斬り, 살인마)'라고 불리던 일부의 단순 살인마들과 같은 취급을 받으며 별 명분도 없이 인명을 살상하는 일을 일삼는 잔혹한 인간으로 비난받기도 하였으며 미소년이기는 커녕 꽤나 괴악한 외모를 하고 있다 합니다.

 

데레애니 26화에 나온 극중극인 미시로야 습격 사건의 원본인 이케다야 습격 사건에서도 그렇게 활약할 수 있었던 이유가 횃불에 비친 그의 외모에 적이 흠칫해서 틈이 생긴 것을 노렸기 때문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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