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힛키마스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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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19, 2016 13:25에 작성됨.

3일의 시간이 흘렀다. 키사라기 치하야의 라이브가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자, 오빠. 직접 가서 확인해"
 
"......코마치"
 
코마치가 직접 받아온 듯한 티켓을 들고 내게 내밀었다
 
"사실은 친구들하고 같이 가려고 사려 했던 거지만, 오빠도 필요하지? 하지만, 오레기 성격상 직접 사러 갈 리는 없으니, 코마치가 직접 다녀온거야. 아, 이거 코마치적으로 포인트 높아!"
 
나는 코마치가 내민 티켓을 받아들였다. 사인라이트도 함께 첨부인가. '푸른 디바'라는 이명에 걸맞게, 푸른색의 빛이 나오는 사인라이트다
 
"고맙다, 코마치"
 
"응...그러니까, 꼭 매듭을 짓고 와야해? 알겠어, 오빠?"
 
"......그래"
 
내 나름대로, 미련을 확실히 떨쳐버릴, 제대로 된 매듭을 짓고 올게
 
*
 
"후우...사람들, 많구나"
 
키사라기 치하야의 라이브라는 소식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아니 정확히는 765 프로의 라이브에 치하야가 참가한다는 이야기가 흘러서이다. 사람들이 많은 장소는 싫어하지만, 오늘만큼은 참고 있어야겠지
 
문득, 옛 생각이 난다. 그래, 765 프로의 아이돌들이 다 같이 돔에서 라이브를 할 때였나. 그때는, 류구코마치가 오지 않아서, 그녀들을 보러 온 손님들에게, 류구코마치를 대신해 다른 아이돌들이 나서 최선을 다해 무대에서 열창을 했었지
 
나는 무대의 뒤편에서 그걸 지켜보고 있었다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해준다는 명목으로 가혹하게 그녀들을 밀어붙였던 기억이 난다. 무대가 무사히 끝나고, 아이돌들도 만족해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안 좋은 의미로 사단이 일어났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나도 참 막나가는 녀석이었지'
 
빛에 홀려서, 불꽃 속으로 스스로 몸을 던지는 나방처럼 막 다가갔다. 그러다가, 불의 바로 앞에서,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돌아갔지만. 그녀들은 어떻게 지낼까. 잘 지내고 있을까? TV로는 볼 수 없는 그녀들의 일상을 조금은 알고 있던 나이기에, 그들이 그동안 어떻게 되었을지 다른 사람들보다 더 궁금하다
 
이제 톱 아이돌에 견줄 만한 위치에 있으니까, 다들 사생활에 많은 제약이 생겼겠지. 그래도, 그들은 여전히 밝게 미소짓고 있을까? 인형처럼, 웃어달라니까 웃는게 아닌, 자신의 내면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미소와 함께, 잘 지내고 있을까?
 
라이브 세트 리스트를 확인해본다
 
READY!!(전원) 
키라메키라리(야요이, 하루카) 
미주mind(마코토) 
L・O・B・M(유키호, 타카네, 아미, 마미)
두 사람의 기억(이오리) 
너는 멜로디(미키, 히비키, 이오리, 아즈사)
MC1 
NextLife(히비키) 
플라워 걸(타카네) 
스타→토스타→(아미, 마미) 
FirstStage(유키호, 마코토) 
START!!(하루카) 
MEGARE!(전원) 
MC2 
오버마스터(미키, 히비키, 타카네) 
KosmosCosmos(유키호) 
곁에...(아즈사) 
소녀여 큰 뜻을 품어라 (하루카)
안녕 아침밥 (야요이)
에이전트 밤을 걷다(마코토, 아미, 마미)
MC3 
마리오네트의 마음 (미키)
SMOKYTHRILL(이오리, 아미, 아즈사) 
약속(치하야) 
The world is all one!!(전원) 
앵콜
 
뭐야 이 무시무시한 神 라이브......이 MC라는 건 분명 일종의 휴식시간 비스무리한 거였지?
 
무대 뒤편에서 보는게 아닌, 관객석에서 바라보는 건 또 특별하구나. 그리고 공연이 시작된다. 내가 있는 위치는, 무대에서 꽤나 가깝기는 해도, 그녀들에겐 잘 보이지 않을 것이다. 무대가 조명으로 반짝이고, 내 주변에 사인라이트를 흔들어 대며 환호성을 지르는 관객들이 있으니까. 집중해서 찾아보기 힘들겠지. 그 이전에, 보러 온다는 이야기도 하지 않았고
 
첫 곡은 단체곡인 READY!! 하지만, 키사라기는 나오지 않았다. 거의 마지막 즈음에 있는 키사라기 치하야의 개인 라이브를 기다려야 하는 걸까
 
그러던 와중, 하기와라와 눈이 마주쳤다. 착각이 아니었다. 우연이 아니었다. 그녀가 먼저 나를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미소지으며, 입술을 움직여 나 개인에게 보내는 메세지를 전달한다
 
──오랜만이야
 
하기와라가 키쿠치와 교차하며 무언가 속삭이면서 지나갔다. 그러자, 키쿠치도 미소지으며 날 바라본다
 
──다시 만나서 기뻐
 
3분을 조금 넘기는 짧은 시간. 그 시간 사이에, 그녀들은 내가 있는 곳을 향해서 전원 말을 건네왔다......기억해주고 있구나. 알아봐주고 있구나
 
위험해. 조금, 눈물샘이 경련하기 시작해
 
이 무시무시한 神 라이브를 끝까지 다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드디어 키사라기의 차례가 돌아왔다. 관객석 내에서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키사라기가 노래를 잘 부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가득한 말들. 다행히, 키사라기에게 악감정을 가진 팬들은 찾아오지 않은 듯 했다
 
반주가 흘러나온다. 하지만, 조명 아래에서 키사라기는 마이크를 꽉 움켜쥐고 있을 뿐 노래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목소리를 내보려고 하지만, 나오지 않는다. 관객석이 더 술렁거린다
 
그 순간, 탁탁탁! 발소리를 내며 아마미가 그녀의 곁에 달려오며 마이크를 들었다
 
『있지, 지금 바라보고 있어』
 
"...?!"
 
아마미가, 대신 노래한다. 이어서, 키쿠치와 호시이도 다가와 노래한다
 
『이제 눈물을 닦아 줘. 웃어 줘』
 
타카츠키와 하기와라가
 
『혼자가 아니야 언제라도』
 
류구코마치가
 
『꿈을 꾼다는 건 살아 있는 거야』
 
마미가, 가나하가, 시죠 씨가
 
『슬픔을 뛰어넘는 힘이야』
 
모두 다 함께 합창을 하고 있다. 노래하지 못 하는 키사라기 치하야를 위한, 모두의 메세지...비겁해, 이런 건, 울지 않을 수가 없잖아...
 
『걸어가자 끝이 없는 길을. 노래하자 하늘을 넘어서, 이 마음이 닿을 수 있도록. 약속하자 앞을 향하겠다고...Thank you for smile』
 
둥둥둥, 하고 회장을 고조시키는 중간 반주. 모두가 내미는 손을, 드디어 잡을 생각이 들었는지, 키사라기는 마이크를 꽉 쥐고 외친다. 그동안 꾹 눌려왔던 그 성량을, 모두에게 자랑하듯이 널리 울리면서
 
"걸어가자 끝이 없는 길을. 노래하자 하늘을 넘어서 이 마음이 닿을 수 있도록. 약속하자 앞을 향하겠다고──Thank you for smile"
 
손을 들어올려, 볼을 만져본다. 어느덧 흐르고 있는 눈물을 닦아낸다
 
"......뭐야, 할 수 있잖아, 너"
 
무대 위에서, 키사라기는 울고 있었다
 
무대 위에서, 키사라기는 웃고 있었다
 
지금의 그녀는, 그 누구보다도 행복하다는 듯이, 울면서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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