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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명함! 경찰을 부르는 나의 프로듀서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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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03, 2015 12:52에 작성됨.

Side 린

 

"젊다는 건 정말 대단해~ 애들은 힘이 넘치는구나~!"

 

"미오. 우리도 아직 젊어. 이제 막 십대 후반이 되었을 뿐인걸?"

 

리카와 미리아에게 잔뜩 시달린 미오가 과장스럽게 말하는 것에 태클을 걸면서 로비로 걸어나오던 때였다

 

"사, 살려줘......"

 

다 죽어가는 안즈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고질라를 연상케 하는 괴수가 하나 서 있었다

 

"안즈를 잡아먹은...괴, 수...?"

 

미오의 표정이 창백해지고, 우즈키는 뒤로 넘어지려는걸 내가 손으로 받쳐주었다

 

"뇨와☆"

 

그러나 괴수가 고개를 들자 그 아래에 키라리의 얼굴이 보였다. 아, 괴수 인형탈인가?

 

"뭐야, 키라링이잖아? 깜짝 놀랐어요"

 

"미안행☆ 지금 촬영 보조로 안즈를 수송 중이양☆"

 

키라링의 옆구리에는 안즈가 끼어있었다. 마치 도망치지 못하게 꽉 붙들린 애완동물 같았다. 신장과 힘의 차이 때문일까. 그래도 30kg 이상은 될 안즈를 저렇게 거뜬히 들고 인형탈까지 쓰고 있는 키라링에게 놀라버렸다

 

"그러니까, 일 하기 싫다니까......"

 

투덜거리는 안즈. 그러나 키라링은 짧고 단호하게 말했다

 

"안 됑☆ 일은 중요하다궁☆"

 

아이돌이 인형탈...그런 건 아르바이트생이나 하는 걸로 아는데...아이돌도, 다양한 일을 하는구나

 

"린짱도 해볼랭☆ 분명 어울릴 거양☆"

 

"아니,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

 

엄청 우스운 꼴을 상상한 것인지 미오와 우즈키가 킥킥거린다. 으으, 부끄럽네

 

"하아, 잘도 그런 일을 하네. 아이돌이면서"

 

안즈의 불평. 분명 틀린 말은 아니다. 보통 아이돌의 일은 무대 위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것. 인형탈 같은 걸 쓰는 건 보통 아르바이트생에게나 시키지 아이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생각도 든다

 

"아니야, 되게 재밌엉☆ 괴수도 귀엽잖앙☆ 같이 해피해피한 일을 하자궁☆"

 

그리고 마지막으로, 키라링 답지 않게, 진지하게 말한다

 

"안즈짱. 아이돌은 들어오는 일에 언제나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해. 그 일로 인해 팬들이 기뻐할 수 있다면, 그걸 아이돌도 같이 즐거워 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한 것 아니겠엉?"

 

"......그래, 그렇다 치자"

 

나는 조금 충격을 받았다. 키라링의 진지한 말도 그렇지만, 아이돌로서의 마음가짐에 있어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키라링, 덩치 크고 귀여운 말투를 쓰는 특이한 애라고 생각했었는데...의외의 일면이 있었구나

 

새삼 내가 얼마나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미오는 고개를 끄덕끄덕거리며,

 

"좋은 마음가짐이네. 카메라를 바라보며, 그 마음을 있는 그대로 말해봐"

 

"알겠엉! 키라링, 모두랑 같이 해피해피 하고 싶엉☆ 그러니까 일 잔뜩 주세용☆ 자, 다음은...어라? 어레?! 안즈짱이 또 사라졌다?!"

 

아, 키라링이 카메라에 대고 자기PR을 위해 잠시 팔에서 안즈를 내려놓았을 때 재빠르게 도망쳐버린 모양이다. 의외로 그 정도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던 거구나, 안즈

 

"혼자 열심히 해보라고, 키라리!"

 

"앗!? 거기서 안즈짱! 반드시 데려오라고 들었으니까, 꼭 데려가고 말거양! 그럼 모두들 다음에 또 보장?"

 

손을 흔들고 괴수 키라링은 안즈의 뒤를 따라 달려갔다. 우즈키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조금은 못마땅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안즈짱은 대체 뭘 하고 싶은 걸까요. 키라링도 저렇게 열심인데, 언제나 도망치고, 게으르고, 전...잘 이해 못 하겠어요"

 

우즈키의 또다른 일면에 조금 놀랐다. 언제나 천사같고 착한, 그야말로 '아이돌'이라는 이미지에 잘 어울리는 우즈키가 이런 말을 하다니...역시 사람은 겉모습만으로도 판단해서는 안 된다

 

"아니, 어쩌면 우리가 잘 모르는 것 뿐이지 안즈에게는 안즈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을 수 있어, 우즈키. 그러니까 훗날 어떻게 될 지 계속 지켜보면서,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하자. 키라링이 했던 말도 있잖아?"

 

"음...알겠어요! 린짱은 정말 어른스럽네요. 그런 점, 보고 배워야 겠어요!"

 

"오오! 우즈키의 말이 맞아. 린은 정말 성장이 빠르단 말이지~? 마치 만화 속의 주인공을 보는 느낌이야!"

 

"잠, 둘 다 너무 비행기 태우지 마...부끄러우니까"

 

 

그래도 조금은 기쁘다. 익숙하지 않은 고평가에 부끄럽기는 하지만, 칭찬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앞으로도, 아이돌 활동을 하면서 계속 이런 칭찬을 듣는 걸까? 잘은 모르겠지만, 우즈키와 미오에게 인정받는 식으로 듣는 칭찬이라면...반갑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네

 

Side 미오

 

이번에는 카나코와 치에리의 차례! 회사 내부에 있는 공원에서 돗자리를 깔고 간식을 먹고 있는 듯 했다

 

"어라? 세 명 다 무슨 일이에요?"

 

"안녕! 카나코짱! 신데렐라 PR 영상입니다! 자신이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을 마음껏 어필해주세요!"

 

"으음, 어필, 이려나...?"

 

카나코는 그렇다 쳐도 척 보기에 소심한 성격인 치에리의 경우에는 벌써부터 벌벌 떨고 있다. 부끄러운 것도 있고, 이상하게 나오지 않을까 고민되는 것도 있겠지. 그런 치에리의 어깨를 두드리며, 카나코가 부드럽게 말했다

 

"걱정마, 치에리짱. 이상하게 나온 부분이 있으면 편집되어서 나갈 테니까. 겁먹지 말고, 평소 하던 대로 해도 돼"

 

"고, 고마워...카나코짱"

 

과연 카나코! 치에리보다 한 살 연상인 언니의 관록을 여김없이 보여준다. 그럼 이제부터 촬영 시작!

 

"안녕하세요, 미무라 카나코입니다. 오늘은 치에리와 함께 간식을 먹으려고 해요. 이 바구니에 담긴 건, 제가 직접 만든 마카롱과 과자들이랍니다"

 

바구니에 담긴 알록달락 형형색색의 과자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게 만드는 시각적 효과에 실제로 이전에도 카나코의 과자를 먹어본 적 있는 사람으로서 맛도 보장할 수 있다며 광고라도 내보고 싶은 심정이다

 

"과자 만드는 거 힘들지 않아?"

 

"으음, 힘든 사람들도 있겠지. 파티시에 같이 매일매일 과자나 쿠키, 케이크 등을 계속 만드는 사람들이라던가. 하지만, 나는 어디까지나 취미의 일종. 다 같이 모여서 맛있게 과자를 먹으며 수다 떠는 것, 정말로 좋아해"

 

카나코는 과자를 먹으며 정말로 행복하다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보니, 프로듀서가 린이나 우즈키를 스카웃 할 때도 입에 달고 있던 말이 미소였었지...혹시 프로듀서는 이 미소를 보고...?

 

"저기, 카나코짱. 어떻게 아이돌이 되었는지, 물어봐도 좋을까?"

 

"응? 어떻게 아이돌이 되었느냐라......일단 나는 오디션이 아닌 길거리 캐스팅을 받았어. 행복해 보이는 듯한 미소가 보기 좋다, 라고 하시더라구. 그 말을 들었을 땐 기뻤어. 칭찬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하지만, 아이돌 제의를 할 때에는 조금 망설여 지더라구...그도 그럴게, 나,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조금 살집이 있잖아?"

 

확실히 신데렐라 프로젝트의 아이돌들도 키라링을 제외하면 대부분 카나코에 비해서 많이 마른 체형이다. 마른 체형이어도 가슴의 크기는 80plus인 사람도 여럿 있지만

 

"솔직히...자격지심을 느끼긴 해. 여전히 이런 스타일로 아이돌 같은 걸 할 수 있을까 고민도 되고. 하지만, 이런 나라도, 다른 사람을 행복한 미소를 짓게 해 줄 수 있다는 말을 들으니까...한 번쯤 해보고 싶더라고. 나 같은 사람도 아이돌이 될 수 있다. 그러니까, 모두들 겉모습에 얽매이지 말고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해보라고 말이야"

 

"......"

 

사람이 사람을 평가하는 가장 큰 기준은 역시 겉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 린은 차가워 보이지만 사실은 상냥한 면도 있고, 우즈키는 부드럽고 상냥해 보이지만 약간 어두눈 면도 있다. 나도 활발한 인상이지만, 남들에게는 말 못 할 소녀심 같은 것도 있다

 

외모로 인한 차별. 그를 깨기 위해선, 누군가 총대를 매고 앞장서야 한다. 그 사람이 나아간 길을 따라서, 그 다음 사람이, 다음 사람의 뒤에서 또다른 다음 사람이 앞으로 계속해서 나아가 길을 개척한다

 

언젠가 다른 사람들은 자신들처럼 차별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는 마음으로......그렇게 생각하니까 카나코에게서 존경심마저 느껴진다

 

"물론 벽을 느끼지 않는 것도 아니야. 이 몸으로 레슨을 받아보니까 깨달을 수 있겠더라고. 내 몸이 얼나마 무거운지 말이야. 머리로는 잘 해보자고 하지만, 몸은 따라주지 않아.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런 경험을 해보았겠지. 하지만, 나는 그 후에 웃음이 터져나왔어"

 

"웃음? 어째서, 인가요...?"

 

"처음에는...당연히 충격이었지만 곧 이상하구나~ 해서. 게다가, 우당탕 춤추고, 하아하아 숨을 몰아쉬면서 생각해봤어. 이건 혹시 변화가 시작되는 게 아닐까 하고. 나, 아이돌을 권유받기 전부터, 계속 생각해왔어. 언젠가 변하는 계기가, 갑자기 찾아오지 않을까~ 하고"

 

그리고 그 기회는 춤추듯이 하늘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그게 지금 이 순간이라고 생각하면 이 고통도 분명, 언젠가는 잊혀지고 자랑스럽게 여겨질테니까, 그러니까 웃음이 나왔어. 지금도 아직은 레슨이 힘들지만, 언젠가 여러 가지로 즐거워졌으면 좋겠네"

 

 

 

 

카나코 : 기억해 둬라. 이 드릴은 외모지상주의의 세상에 바람구멍을 뚫고 그 구멍은 뒤를 잇는 자들의 길이 된다. 쓰러져 간 자들의 소망과 뒤따라올 자들의 희망! 그 두 마음을 이중나선에 싣고 내일로 향하는 길을 뚫는다! 그것이 천원돌파 카나코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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