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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아이돌의 사랑 [27.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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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21, 2013 17:12에 작성됨.

*얀에 면연력이 없으면 보지 마세요.
*오랜 만의 톱 아이돌의 사랑입니다. 이 소설에 나오는 리카는 죠가사키 리카가 아닌 성인인 오리지널 캐릭입니다. 혼동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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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공기가 지난밤에 흠뻑 젖으면서 여인의 젖은 머리와 같은 향을 내고 있었다. 이런 촉촉한 새벽에 부산히 일어나 머리를 감고서 머리를 빗고 다듬는 행위는 어쩌면 필요가 없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몸가짐에 소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혹시나 그 사람을 만날지도 모르는 가능성이 나에게 결코 작은 틈도 만들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젖은 머리를 부드럽게 빗으며 결이 상하지 않도록 천천히 말린다. 지난 밤 난 아름다운 달에 산책을 해서 약간의 피로로 충분한 숙면에 빠졌을 터이다. 하지만 묘한 감각이 나를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게 만들었다. 기묘한 감각이다. 기쁘기도 하면서 동시에 불안한 기분.
기쁜 것은 아마 그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일 것이다. 하지만 이 불안함은 무엇일까?
기쁜 감정과 섞인 불안함은 그 대조 때문에 더욱 내 가슴을 떨게 한다.

“직접 가보면 알겠지요.”

혼잣말인데도 무언가를 의식한 듯 존대가 나온다. 그 때 무언가 부러지는 작은 소리가 내 귓가에서 들린다. 빗을 떼어내니 빗의 이가 하나 꺾여있었다. 십년 넘게 쓰고 있던 아끼던 빗이다. 아침마다 젖은 내 긴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주는 느낌이 좋아 애용하던 것이 무슨 연유에서인지 망가져 버렸다.
더더욱 불안해 진다. 그 불안함이 커짐에 따라 그 사이에서 느껴지던 좋은 느낌도 더욱 불길하게 다가온다. 

“……기이한.”

이 불안감을 거두기 위해서라도 난 그곳에 갈 필요가 있었다. 



그 사람과 처음 만났을 때는 그가 나의 님이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처음 인상은 그저 호감이 가는 선해 보이는 남성분. 우리를 알기 위해 신분을 속이고 카메라를 들며 웃던 그는 안경 너머의 눈이 굉장히 맑은 분이었다. 그가 우리의 프로듀서란 말을 들었을 때는 당시 일이 없던 우리었기에 많은 기대를 하게 되었다.
지금보다 더욱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보다 더욱 높은 곳으로 향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 그는 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듯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와 리츠코여사의 노력으로 우리들의 일은 점점 늘어갔고, 이내 인기아이돌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었다. 모두의 노력이었지만, 그와 담당 아이돌이었던 나로서는 이상하게 그에게 더욱 깊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프로젝트 페어리의 일은 즐거웠다. 우리 사무소의 간판이었던 류구코마치와 라이벌이 되었을 정도로 높은 인기도 얻을 수 있었다. 그것은 기쁜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욱 기뻤던 것은 프로젝트 페어리를 하면서 그와 같이 있는 시간이 늘었다는 것에 있었다. 그것이 왜 큰 기쁨으로 다가왔는지는 당시에 알지 못했다. 그 이유를 깨닫게 된 것은 그와 단 둘이 산책을 하던 날이었다.
그날의 달은 유독 컸으며, 맑은 은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런 달빛에 이끌려 산책을 하다 우연히 들른 라면집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나를 만난 것에 굉장히 놀라워했고, 나는 의외의 마주침에 큰 기쁨을 느꼈다. 그 때의 라면은 그 어느 때보다 맛있었다. 그는 나의 식욕에 굉장히 놀라워하면서도 즐겁게 어울려 주었다. 
야식의 시간은 짧게 느껴질 정도로 즐거웠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후후, 어쩐지 아이와 같이 뜰뜨는 바람에 잠이 오지 않아 좀 더 산책을 할 생각입니다.”

그는 내 대답에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이내 기쁜 제의를 해왔다.

“그럼 나도 같이 어울려도 될까? 타카네 같이 아름다운 여인을 밤에 혼자 있게 할 수는 없으니깐.”
“굉장히 기쁜 제의이옵니다. 그럼 같이 밀회를 즐겨보죠.”
“밀회라니, 타카네도 가끔은 미키보다 더 당혹스러운 말을 하는구나.”

그의 말에 난 살풋이 웃으면서도 속으로는 스스로의 말에 얼굴이 붉어짐에 당혹스러워하고 있었다. 
밀회. 그 비밀을 공유하는 듯한 단어에 스스로도 크게 기뻐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밤이라 그가 눈치를 못챘지만 어쩌면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와의 밤 산책은 즐거웠다. 그와 같이 걷고 있는 것만으로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속이 무언가로 채워져 감을 느꼈다. 하지만 무언가 부족하고 안타까웠다. 그 부족함이 마음속의 허한 공간을 만들어내며 채워지지 않을 갈증을 느끼게 하였다. 
그의 손이 산책을 하며 살짝 스쳤다. 그 손을 나도 모르게 꼬옥 잡고 말았다. 내가 그 때 왜 그랬는지는 당시에 알지 못했고, 스스로의 행동에 당황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난 그 손을 놓지 못했다. 그 또한 내 행동에 당황한 듯 했지만 내 표정을 보더니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다.
그 때의 내 표정은 어땠을까? 부끄러워했을까, 아님 당황했을까. 혹은 굉장히 기뻐하며 웃고 있었을까? 
그 농으로 꺼냈던 밀회란 단어가 실제로 이루어지던 밤에 우리는 공원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의자에 앉아 쉬고 있을 때 그의 얼굴이 나의 어깨에 닿았다. 그를 쳐다보자 그는 하루가 고단했는지 단잠에 빠져 있었다. 난 조심스럽게 그런 그의 얼굴을 내 무릎에 눕혔다.
우리의 일이 늘어남은 그의 고단함이 늘어났음을 뜻한다. 그러던 와중에 나와의 시간에 어울려준다.  힘들었을 것이지만 그는 그것을 티내지 않았다. 그것이 너무나 기쁘면서 또한 미안했다. 그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그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갈증을 느꼈다. 
그의 입술이 나의 갈증을 채워줄 달콤한 물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난 나의 행동을 자각하기도 전에 그의 입술에 나의 입술을 가져갔다. 
입술만 닿은 짧은 입맞춤. 
주위에 인파는 없어 고요했고, 풀벌레소리들은 작은 현악과 같은 연주가 되어주었다. 근처 가로등의 불빛은 우리에게 닿지 않았고 맑은 달빛만이 잔잔하게 깔리며 살짝 비춰주고 있었다.
그의 입술에서 입을 떼었을 때 난 갈증이 채워줬음을 느끼면서 아쉬움을 느꼈다. 
그것의 나의 첫 키스.
그리고 상대는 물론이고 나도 몰랐던 마음. 
나의 마음을 그 행동에 깨닫게 되었고 동시에 눈물 한 줄기를 흘리고 말았다.
안타까웠다. 닿지 않는 이 마음이, 몰래 뺏은 그의 입술이, 숨어 전해버린 이 마음이. 
그날의 밤에 내 마음은 크게 채워졌다. 동시에 공간이 커지면서 더욱 절실하게 젖어버렸다.



그 때를 회상하며 난 그의 집 앞에 다가갔다. 꽃잎에 맺힌 이슬처럼 새벽은 차가우면서 촉촉했다. 난 그 때의 그 마음을 끝내 전해지 못하고 그를 보내고 말았다. 그 때 다짐했었다. 그가 돌아오면 그때 나의 마음을 전하겠다고. 그가 외국으로 떠난 것은 슬펐지만, 그 또한 높은 곳으로 향하기 위해서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그가 외국으로 떠난 것은 높은 곳으로 향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가 우리의 곁을 떠나고 외국으로 간 것은 한 여인의 비열한 간계였다. 그를 우리에게서 뺏어가기 위해, 그를 독점하기 위해 비열한 여인이 꾸민 간악한 간계였다.
리카. 그녀는 우리에게서 그를 빼앗고, 그를 독차지했다. 그의 연인이 되며 그의 아이까지 가졌다. 하지만 그 비열한 행위는 벌을 받았다. 그의 아이를 가졌던 그녀는 그 아이를 지키지 못했다. 그 때 난 큰 슬픔을 느꼈다. 그 아기에게는 죄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큰 분노를 느꼈다. 그녀의 죄 때문에 그 태어나지도 못한 아이는 빛을 보지 못했다. 그녀만이 아닌 그에게도 소중한 보물이었을 아이는 그녀의 업보 때문에 울지도 못했다. 그것이 너무나 안타깝고, 슬프며 화가 났다.
그의 집 앞에 당도했을 때 여자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놀라서 달려가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소중한 나의 님이 보였다. 그리고 그 옆에는 그녀를 데려가려는 남성이 있었다. 그 남성이 그를 그리 만들었음을 그의 말로 알 수 있었다. 

“이, 이 파렴치한이 감히!”

난 크게 분노해 소리치며 그 남성에게 다가갔다. 

“넌 또 뭐야?”

그가 나에게 손을 뻗어오자 난 그대로 그의 손을 잡아 꺾었다. 이른 새벽에 그 차가운 공간 속에서 그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난 빠진 어깨를 잡고 바닥에 쓰러진 그에게 올라타 그 목을 두 손으로 졸랐다. 격렬한 분노가 내 행동을 제어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어째서 이런 짓을 한 것입니까!”

그에게 악에 받쳐 묻자 그는 신음을 흘리면서 겨우 답한다.

“…리카는 ……내거……야…….”

그 말에 난 그를 놓아두고 리카란 여인 쪽을 보았다. 또 저 여자 때문에, 여자 때문에 다시 그가 상처를 입었다. 용서할 수 없다, 그녀를 절대 용서할 수 없다.

“리카!”

난 그녀를 한 번 노려본 후 그녀에게 다가가려다 바닥에 쓰러져 신음을 흘리는 님을 깨달았다. 그녀를 노려보고서 난 그대로 님에게 다가가 그를 부축했다. 그리고 알아둔 그의 집으로 데려갔다. 그런 나의 뒤를 리카가 떨면서 따라왔다. 그런 그녀를 제지하지 않았다. 따라오는 쪽이 좋았다. 
그래야 그녀에게 벌을 줄 수 있으니깐.



그를 치료한 후 침대에 눕혀놓았다. 편안해진 그의 숨소리를 듣고서야 마음이 놓이며 그 때까지 옆에 있던 리카를 볼 수 있었다. 난 다시 분노가 떠오름을 느끼며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았다. 그녀는 겁 먹은 눈으로 나를 쳐다보면서도 옆에 잠든 그가 걱정 되서인지 기특하게 스스로 입을 틀어막았다. 난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고 질질 끌고 왔다. 그녀는 괴로워하면서도 스스로 입을 막고 소리를 지르지 않는다. 
그녀를 거실로 끌고와 바닥에 던지듯 쓰러트리고서 방문을 닫는다. 그녀는 겁먹은 눈으로 바닥에 쓰러져 헝클어진 머리로 나를 쳐다본다.

“당신 때문에, 당신 때문에 귀하는 또 다시!”
“죄송…….”
 
그 소리를 듣자마자 곧장 그녀의 뺨을 때려버렸다. 너무나 화가나 조절할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뺨을 손으로 잡으며 나를 겁먹은 눈으로 올려다본다.

“사과한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당신 때문에 귀하가 얼마나 망가졌는지 아십니까!? 당신이란 존재가 그 사람을 얼마나 괴롭게하는지 그것을 알고 있다면 계속 그의 곁에 있을 수 없겠죠! 뻔뻔한 사람!”

격해진 감정을 그대로 내뱉으며 그녀를 매도한다. 그녀는 내 말에 이내 흐느끼기 시작한다.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모습이다. 이런저런 일로 심적으로도 약해져 있다니, 사실인가 보다.
난 그녀를 놔두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 님의 상태를 확인한다. 그의 옷새를 고쳐주다가 안주머니에서 종이 두 장을 발견해 꺼냈다. 
그것은 비행기표였다.

“……기이한.”

난 부들거리며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꺼내고서 방안을 급히 나온다. 그리고 쓰러져 울고 있는 그녀의 머리를 잡아 들며 시선을 맞춘다.

“오늘 어디로 갈 생각이었죠?”
“우욱…….”
“대답하세요!”

내가 닦달하다 겁 먹은 그녀는 떨면서 작은 소리로 알려주었다.

“공, 공항에…….”
“공항에는 왜 가려 했죠?”
“미국에 가려고…….”

미국. 그녀가 그를 뺏어가기 위해 떠났던 외국. 그녀가 그를 뺏은 곳. 다시 그곳으로 가려 했다고? 우리들 몰래 그와 단둘이 또 그곳에?

“이 괘씸한!”
“아악!”

그녀의 뺨을 한 대 때린다.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아 다시 반대편 뺨을 때린다. 양 볼이 빨개진 그녀는 떨면서 두 손을 들어 얼굴을 보호한다. 그런 그녀를 바닥에 내팽개치고 발로 한 번 찬다.

“괘씸한, 어이하여 뻔뻔하게 또 다시 그런 짓을!”

씩씩 거리며 화를 내다가 비행기 티켓을 들고 주방으로 갔다. 거기서 믹서기를 발견해 거기에 티켓을 넣고 물과 같이 갈았다. 탁해진 물을 컵에 담아 거실에 쓰러져 있는 그녀를 억지로 일으켜 그 입에 가져간다.

“마십시오. 이 더러운 것을 그대가 직접 처리하시는 것이옵니다!”

그녀는 입을 다물며 마시지 않으려고 해 다시 그녀의 뺨을 때린 후 코를 잡아 억지로 입을 벌리게 한다. 그리고 그 입으로 티켓을 갈아 넣은 물을 억지로 넣는다. 그리고 그녀가 뱉어내지 못하도록 얼굴을 계속 들게 해 내용물을 삼키게 했다.
 
“욱!”
“뱉어내시면 더욱 심한 꼴을 당하실 것이옵니다.”

차갑게 내려다보며 말하자 그녀는 떨면서 구역질이 나는 걸 억지로 참는다. 여기까지 하고 나니 화가 어느 정도 가라앉는다. 그녀는 벌벌 떨며 나를 보다가 뒤로 기다시피 하여 거리를 벌린다. 그런 그녀를 차갑게 내려다보니 그녀는 슬그머니 그 사람이 잠들어 있는 방으로 향하려 했다. 그 모습에 다시 분노를 느끼며 그녀에게 성큼성큼 걸어간다.

“어이하여 그 방으로 가시려 하는 겁니까?”
“P, P가 걱정 돼서…….”
“당신 때문에 그리 되신 분입니다. 그런데 어떤 얼굴로 그를 보시려 하는 겁니까?”
“하지만 난 P의 연인…….”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얼굴이 벽에 박혔다. 그 말에 순간 이성을 잃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고 벽에 박아버린 것이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죠? 그의 연인이라니요?”
“윽…….”
“그의 연인이라니, 대체 무슨 착각이죠? 당신 때문에 그리 되었는데!?”
“P, P…….”
“작작 하시죠!”

다시 한 번 그녀의 머리를 잡아 벽에 박아버렸다. 큰 소리가 나면서 그녀의 얼굴에서 피가 흘러내린다.

“당신 때문에 그가 얼마나 괴로워하는 지 아십니까!? 대체 얼마나 뻔뻔해야 그의 이름을 그렇게 부를 수 있단 말입니까”

뻔뻔한 여자. 당신 때문에 그 사람이 얼마나 괴로워하는데! 닿았던 위로부터 떨어져 내렸는데! 당신 때문에 많은 것을 포기하고 괴로워하고 있는데! 자신의 아이까지 잃고 말았는데! 그런데 어때서 아직까지 붙어있으려 하는 거지?“

“당신이 그의 연인으로 어울린다고 생각하십니까!? 이쯤 했으면 이제 떠나셔야 하지 않나요? 그의 곁에서 떠나시죠!”
“그럴 수는 없어…….”

그대로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후려친다. 머리카락을 잡아들어 올리고 피하지도 못하는 그녀의 뺨을 계속 때린다. 볼이 부어오르며, 입술이 터져 피가 흐르지만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때린다. 짜악 하는 소리가 거실에서 반복적으로 올려퍼진다.

“당신 때문에 그가 얼마나 괴로워하고 있는데! 그런데도 계속 그에게 붙어 연인임을 자처한다는 말입니까!?”

그녀는 추욱 늘어져 신음만 흘리고 있었다. 이내 폭력을 멈추고 그녀의 손에 끼어진 반지에 시선을 돌린다. 손을 뻗어 그 흉터투성이의 흉한 모습의 손에서 빛나는 반지를 빼냈다. 그러자 그녀가 눈을 뜨며 나에게서 반지를 뺏으려고 한다.

“돌려줘!”
“겨우 이런 게 그와의 연인으로서의 증거가 될 거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이 뻔뻔한!”

그것을 손에 꽉 쥐고 그녀를 떼어내 성큼성큼 걸어 베란다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밖으로 반지를 집어던지려고 할 때 내 팔에 그녀가 매달려 그 행동을 막는다.

“그만둬! 안 돼, 그 반지는 소중한 거란 말이야!”
“놓으십시오!”
“그 반지는 결혼식 때 교환할 반지란 말이야!”

그 말을 외친 그녀는 그대로 바닥을 굴러 거실에 엎어졌다. 내가 그녀를 걷어찬 것이다. 난 바닥에 엎어져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웅크린 그녀에게 다가간다.

“결혼……이라고 하셨습니까?”
“돌려줘…….”
“결혼이라고요? 결혼이라고? 결혼!?”

바닥에 쓰러진 그녀를 발로 차 버렸고, 그녀는 힘 없이 바닥을 다시 굴렀다.

“감히 그런 망언을! 결혼? 결혼? 결혼? 감히 당신이 그 사람과 결혼하겠다고 말한 것입니까?”
“그렇게 약속……커억!”

그녀는 말을 잊지 못하고 또 다시 아픈 신음을 흘렸다. 웅크리며 보호하고 있음에도 발로 차일 때마다 괴로워했다.

“약속? 그와 그런 약속을 했단 말입니까?”

또 찼다.

“그의 신부가 되겠다고요? 그의 아내가 되겠단 말입니까? 그의 반려가 되겠다고?”

다시 찬다. 이번에는 등을 벽에 부딪히고서 더욱 괴로워한다.

“나의 자리를, 내가 되어야 할 그 자리를 당신 뺏겠다는 말입니까?”

괴로워하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계속 소리쳤다.

“무슨 자격으로! 아무것도 지켜내지 못한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그 사람이 얼마나 괴로워했을지 보지 않아도 안다. 프로듀서로서 소중한 아이돌이 망가져 버려 일을 그만뒀다. 그 일을 그가 얼마나 좋아했는지 알기에 그것이 큰 괴로움임을 안다. 연인인 그녀가 망가져 버렸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진심을 다하는 그라 그 또한 큰 고통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아이까지 잃었다. 태어나지도 못한 아이를 그는 안아보지도 못했다. 부모로서, 사람으로서 그 보다 더욱 괴로운 일이 있을까? 이 여자만 아니었어도, 이 여자만 아니었어도 그는 그런 일을 겪을 필요가 없었다.

“……약속 했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아 일으켜세운다. 그녀는 괴로워하면서도 계속 말했다.

“미국에 가서 결혼하자고…….”

손바닥으로 다시 뺨을 때렸다. 그녀는 움찔 떤다. 그것을 손등으로 반대편 뺨을 다시 때린다. 그녀의 터진 입술에서 흐른 더러운 피가 손에 묻었다. 그 피를 그녀의 옷에 닦는다.

“당신 때문에 그가 얼마나 괴로워하는지 아십니까?”
“…….”

그 질문에 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못한다. 대답을 못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는 것이다. 알고 있는데도 계속 그것을 고집하는 것이다. 그의 곁에 평생 소중한 여자로 있으려 하는 것이다.
파렴치한하고, 뻔뻔한 이 여자가!

“당시 그 사람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다는 거죠? 당신 무엇을 해줄 수 있냐는 말입니다!”
“난, 나는…….”

대답을 듣지 않고 그대로 머리를 밀어 뒤통수를 벽에 부딪히게 했다. 쿵 하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순간 그녀가 추욱 늘어지며 기절을 했다. 죽지 않았다는 것은 그녀의 숨소리를 듣고 알았다. 머리에서는 피가 흐르고, 볼은 붓고 입술은 터져 피가 흐른다. 그런 엉망인 그녀의 모습을 봐도 속이 풀리지 않는다.
그녀는 바닥에 팽개쳐두고 부엌으로 가 찬물을 컵에 담아 가져온다. 그리고 기절한 그녀에게 뿌린다.

“일어나십시오. 당신에게 쉴 시간 따위 줄 생각 따위 없습니다.”

그녀는 떨면서 눈을 뜬다. 그런 그녀의 손을 발로 지그시 누르며 말한다.

“당장 떠나십시오. 그리고 다시는 그 사람에게 돌아오지 마십시오.”
“그럴 수 없…… 악!”

그녀가 거절하자 손을 밟고 있는 발에 힘을 주었다. 

“사라지십시오. 당신은 그에게 불행만 주었을 뿐입니다.”
“싫어…… 아아아악!”

꽈악하고 다시 밟는다. 그녀는 더욱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른다. 방에서 자고 있는 그가 깰까봐 걱정이 되어 발을 떼어냈다.

“조용히 하십시오. 그가 깹니다.”
“아욱…….”

그녀는 울면서 괴로워하며 손을 감싸며 몸을 웅크린다. 그런 그녀의 배를 한 번 걷어차려 한다. 그 모습을 보고 그녀는 갑자기 아까보다도 더욱 무서워하며 배를 감싸진다.

“배는 안 돼! 배는 아기가…….”
“아기가 뭐죠? 이미 자신의 아기도 지키지 못한 당신이 왜 배를 감싸는 거죠?”
“……어?”

내 말에 그녀는 충격을 받은 듯 그리 되묻는다. 잊고 싶은 이야기를 꺼내서일까? 난 그런 그녀를 계속해 매도한다.

“당신에게는 그 사람의 아내는 물론, 어머니로서 자격도 없습니다. 그 사람의 소중한 아이도 지키지 못한 사람에게 그런 자격이 있을 것 같습니까?”
“내 아기가……?”

그 순간 그녀는 갑자기 머리를 부여잡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무어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아기? 내 아기? 이미 내 뱃속에? 어, 그럼 어디로? 아기, 내 아기, 아들? 딸? 아기야, 내 아기야- 어디로? 아기는 어디로?”

미친 듯 그리 중얼거리는 그녀를 보다가 몸을 돌렸다. 지금은 어떤 말을 해도 알아듣지 못할 듯 해 나중에 다시 떨어져 나가도록 설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난 그가 잠든 방으로 향했다. 뒤에서 그녀는 계속 어긋난 말을 중얼 거리고 있었다.

“아기야, 아기야? 내 아기, 어디로 갔니? 아가야? 아가야? 아가야? 이름, 이름이 뭐였지? 내 아기 이름이 뭐였지? 어, 나 엄마인데 아기의 이름을 몰라……. 아가야? 아가야? 제발, 아가야…….”

그녀는 울면서 계속 중얼 거린다. 가여운 모습이지만 어쩐지 동정이 가지 않는다. 난 문을 열고서 한 번 더 그녀를 돌아본다. 그녀는 멍하니 계속 중얼거리며 이제는 없는 아기를 지금에서야 계속 찾고 있다. 그 모습 또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스스로 지키지 못한 아이를 이제야 찾다니, 누가 동정이라도 할 것 같은 것인가?

“……뻔뻔한.”

문을 닫고서 침대에 죽은 듯 누워있는 그 사람을 본다. 붕대로 머리를 감싼 그는 일어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에게 다가가 그 입술에 키스를 한다. 그 때와 같은 짧은 입맞춤. 그것으로 충분하다. 입술을 떼고서 그의 볼을 쓰다듬는다.

“귀하, 이제 걱정 마십시오. 당신은 앞으로 쭈욱 제가 지켜 드릴테니깐. 그렇군요, 일단 단 둘이 살 지역과 집을 구하는 게 우선일 것입니다. 다행히도 당신이 이끌어준 덕에 제법 위로 향할 수 있었습니다. 재력을 충분합니다. 당신과 제가 단 둘이 살기에는 말이죠. 떠나서 단 둘이서 행복하게 사는 것입니다. 저 괘씸한 여자가 당신으로부터 뺏어간 모든 걸 찾아드리겠습니다. 당신의 행복도, 그리고…….”

그의 손을 잡아 나의 배를 만지게 하였다.

“……당신의 아이도 말이죠. 모두 제가 찾아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걱정 말고 눈을 뜨셨을 때는 저만 사랑하시면 되시는 것이옵니다, 님이시여.”

살며시 웃고서 그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안아 얼굴에 가져가 그를 느낀다. 계속 불행한 일을 겪은 그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 아이돌로서는 이미 충분히 높은 곳으로 향했다고 느꼈다. 이제 그 일을 그만두고 나의 님을 챙기는 것이 옳은 일이다. 사무소 직원들에게는 일을 그만 둔다는 것만 말할 것이다. 사무소에도 나의 님을 노리는 사람들이 있으니깐. 예를 들어 하기와라 유키호양.
겨우 컴퓨터를 배워 일을 계획했더니 그녀가 망쳤다. 화가 났지만 그녀와 나의 님을 떼어내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래도 계속 나의 님을 노리며 날 방해한다면 용서하기 힘들 듯 하지만…….
이제는 그럴 일이 없다. 이대로 이 사람을 데리고 단 둘이 멀리 떠나면 된다. 공기 좋은 작은 시골이나 바닷가에서 사는 것도 좋을 것이다. 혹은 섬도 좋다. 오키나와는 히비키의 고향이기도 하니 그곳도 좋을 것이다. 그래, 나중에 히비키에게 인적 드물면서 살기 좋은 곳이 없는지 묻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귀하. 아니, 님이시여. 이제 당신의 곁은 제가 지켜드리겠습니다. 저, 시죠 타카네가 아닌…….”

그의 손에 볼을 문지르며 황홀한 표정으로 앞으로 얻을 이름을 말한다.

“아카바네 타카네가 말이죠. 후후…….”

그와의 운명을 기획하고 있을 때 밖에 있는 그녀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고민이었다. 일단은 그녀도 이곳에 감금해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래야 그에 대한 소문이 나지 않을 테니깐. 그리고 그녀를 두고 단 둘이 떠나면 된다. 그녀를 벌하고 싶지만, 그런 일로 그의 행복을 찾아주는 일을 늦출 수 없다.

“후후……. 님이시여, 님이시여, 님이시여…….”

아아, 빨리 그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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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나란 남자 마음약한 남자.
리카를 너무 괴롭히는 것 같아 정말 괴롭힘의 강도가 점점 약해지는 것 같네요.
타카네 다음 편이 유키호편인데 스토커 때처럼 대충 넘어갈까 고민입니다. 

P.S : 원래는 주말에 연재할 예정이었지만, 주말에 몸이 안 좋아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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