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네가 있어 사랑이 돼(上)

댓글: 2 / 조회: 741 / 추천: 1


관련링크


본문 - 07-17, 2016 16:04에 작성됨.

사랑이라는 것은, 단지 막연한 느낌으로만 다가오는 감정.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는 그런 감정.

그 날, 그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 사랑이라는 것은 단지 알고 있는 단어, 지식으로 들은 느낌─ 그런 것에 불과했다.

 

 

 

 

 


머리에 리본 한쌍을 맨 소녀가 한숨을 푹 내쉬며 바 위에 엎드렸다. 소녀의 눈동자는 테이블만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소녀의 행동에 그 옆에 앉아있던 긴 금발의 소녀가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다가 물었다.


"저기, 하루카? 오늘따라 힘이 없어보이는거야."
"우웅... 그게 말이지..."


그렇게 중얼거리며 하루카는 다시 한 번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에 바에서 와인잔을 닦고 있던 흑발의 바텐더도 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왜 그래? 무슨 고민이라도 생겼어? 하루카답지 않게스리."


바텐더는 와인잔을 닦으며 그렇게 말을 건넸다. 그에 고개를 끄덕일 뿐 하루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옆에 앉아있던 소녀가 답답한 듯 말했다.


"말 좀 해봐, 무슨 일인지. 계속 그렇게 있으니까 답답한거야."
"아니, 그게...으으..."


하루카는 머뭇거리듯이 축 늘어진 채로 웅얼대다가, 갑작스레 고개를 들었다. 그런 그녀를 바텐더와 소녀가 뭐든지 들어줄테니까 말해보라는 듯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똑바로 마주하며 하루카는 말했다.


"미키는 누군가를 사랑해 본 적 있어?"


그 질문에 유리잔을 닦던 바텐더의 손이 굳었다.
멍하니 하루카를 바라보던, 미키라고 불린 금발의 소녀은 아, 아아, 하고 뒤늦게서야 수긍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곤 말했다.


"그야, 하루카도 알다시피... 있잖아?"
"어, 으응, 그랬지...마코토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하루카는 유리잔을 들고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바텐더- 마코토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에 마코토는 아, 하고 잠깐 당황했다가 겨우 정신을 차린 듯 손에 들고 있던 유리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글쎄, 나는 잘..."
"응..."
"왜, 누구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생긴거야?"


마코토의 부정에도 고개를 끄덕이는 하루카를 보던 미키는 기다리지 못했던 듯 재빠르게 그렇게 물었다. 그에 머뭇거리던 하루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서."


그 말에 마코토와 미키, 두 사람 다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은, 두 말 할 것도 없이 '하루카, 네가?' 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 표정에 담긴 뜻을 읽었지만 하루카는 화를 낼 기분조차 느끼지 못한 채 깊게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그래서 아까부터 그러고 있었구나."
"으응..."


뒤늦게 표정을 수습한 마코토가 그렇게 말하자 하루카는 시무룩 한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표정을 보던 미키는 조심스레 물었다.


"그런데... 그런 표정인 걸 보면, 잘 안 되나봐?"
"아니, 뭐라고 해야할까, 잘 되고 뭐도 없다고나 할까..."
"고백하자마자 거절당하기라도 했어?"
"끔찍한 소리 하지말아줘 마코토...?"


다시 유리잔을 들며 그렇게 묻는 마코토에, 하루카는 생각해 보기만 해도 질린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서 그렇게 대답했다. 그에 미키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들이 알기론 하루카는 단순명쾌한 성격이었고, 하루카한테 고민이라는 건 안 어울렸다. 고민을 하더라도 금방 풀어버리는 그녀가 하루 종일 축 늘어져 한숨만 푹푹 쉬고 있을 정도로 고민할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미키는 짐작할 수 없었다.


"대체 그럼 무슨 문제인거야? 어디의 어떤 남자길래?"
"아니 그... 문제라면 두 가지지만... 첫번째라면..."


말을 잇던 하루카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런 태도에 미키가 답답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자, 하루카는 응, 하고 짧게 내뱉곤 말했다.


"어디에 사는지도,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도 모른단거야."
"뭐?"
"아, 그래도 이름은 알고 있어."


당황하며 두 사람이 내뱉은 목소리에 하루카는 황급히 덧붙였다. 하지만 이름은 알고 있으면서 무엇을 하는지도, 어디에 사는 건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는 그녀들에게 꽤나 비현실적으로 들렸다.
그리고 마코토는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되는건지 잠시동안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대체 어떻게 아는 사이기에 그래?"
"그게..."


그 질문에 하루카는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 잠시 입 속으로 뭔가를 웅얼거리다가 바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냥 도서관에서 마주친 것 뿐이야."


그 말에 미키는 손에 쥐고 있던 와인잔을 엎을 뻔했다. 마코토는 자신의 손에 와인잔이 들려 있지 않았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했다.
하지만 일단 그런 사실들은 제쳐놓고, 두 사람은 황당하다는 듯 내뱉었다.


"도서관에서..."
"마주친 것 뿐이라고?"
"으, 응."


하루카는 그녀들의 의혹에 긍정으로 되돌려주었다. 그 말에 경악한 채 마코토와 미키가 하루카를 바라보자, 머뭇거리던 하루카는 이제 아무 것도 들어있지 않은 와인잔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일주일 전에 레포트 때문에 도서관에 갔었는데... 필요한 책을 찾고 있었는데, 책을 찾아줘서... 그, 그 이후론 더 이상 만나지 못했지만..."
"그러니까 한 마디로 정리해보자면..."
"그, 그러니까 아무래도... 그, 첫 눈에... 반했달까..."


그렇게 말하는 하루카의 얼굴은 취기 때문인지 무엇 때문인지 모를 것으로 붉어져 있었다. 그에 멍하니 그녀를 보던 두 사람은 거의 동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 좀 뒤에, 마코토가 먼저 입을 열었다.


"책을 찾아줬다면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는 것 아냐?"
"그랬다면 진작에 만났을 거야. 그 이후로도 보고 싶어서 계속 도서관에 갔었지만, 만나지 못했었으니까."
"그런데 이름은 어떻게 안 거야?"
"아, 그건 도서관의 사서가 부르는 걸 듣고..."


그 말에 두 사람은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말 그대로 첫눈에 반한 짝사랑인지, 아니면 단순한 하루카의 착각인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세상에 이렇게 기막힌 사람이 아직 남아있었다는 사실이 더 기가 막히니까.
그리고 미키는 잠시 머리를 긁적이다가 말했다.


"그래서 이름이 뭔데? 하루카가 가는 도서관이라면 우리 학교 근처니까 혹시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는거야. 물어봐줄게."
"아, 고마워. 미키! 그... 이름이, 키사라기 치하야- 라고 하는 것 같아."


그 이름에 마코토는 하루카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손에는 다시 와인잔이 들려 있는 상태였다.


"아니, 잠깐. 하루카. 그 이름....남자 이름이야?"
"어? 아, 아니... 그..."


그 질문에 하루카는 더듬거리다가 한숨을 푹 내쉬곤 말했다.


"두번째 문제가 그... 여자라는 거야."


그 말에 마코토의 손에서 잔이 미끄러졌다. 떨어지는 와인잔에 화들짝 놀란 하루카가 팔을 내뻗어 잔을 잡아, 잔은 겨우 깨지지 않았지만. 그리고 와인잔을 들어올리던 손을 멈춘 채, 미키는 하루카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하루카... 그런 취향이었던거야?"
"에? 그런 취향이라니?"
"...레즈였냐고 묻는거야."
"...아니거든요!!"


그들의 말에 냅다 그렇게 외친 하루카는 빈 와인잔을 만지작거렸다.
이렇게 큰 소리로 떠드는 것은 아직은 이른 시간이라 바에는 세 사람 외엔 없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그 덕에 하루카가 입을 다문 순간, 바 안에는 정적이 흘렀다. 그렇게 한참동안 조용한 분위기에서 빈 와인잔을 만지작거리던 하루카는 조용히 말했다.


"동성 취향이라던가, 여자가 남자보다 더 좋다거나... 그런게 아니야. 난 그... '키사라기 치하야'라는 사람이 그 누구보다도 좋은 거라구..."
"...그러니까, 그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에겐 남자든 여자든 관심 없다는거야?"
"그..렇게 되나?"


그 말에 다시 한 번 기가 막히는 기분을 느끼며 마코토는 툭 내뱉었다.


"진심이야?"

 

 

 

 

 

 

 

 

 


하루카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오늘도 혹시 그녀를 만날까 도서관에 와 봤지만 그녀는 없었다.
처음 본 순간부터 두근거렸다. 바다같은 머리칼과, 갈색 눈동자. 그리고 깨끗한 피부. 책을 못 찾고 몇 번이나 헤메고 있던 자신에게 친절하게 책이 있는 곳을 알려준 그녀를 맨 처음 봤을 때, 말 그대로 심장이 떨어져 버리는 줄 알았다. 미친듯이 두근거리는 심장과, 주체할 수 없는 열기.


그걸 사랑이라고 하는 줄은 잘 몰랐지만, 분명한 것은 그 사람을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어디에 사는지도,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을 다시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벌써 실패 삼 주. 보통 사람이라면 포기할 법도 한 시간인데도, 하루카가 아직까지 매달리고 있다는 사실에 마코토와 미키는 경탄을 표했다. 그리고 그녀들은 하루카가 그냥 자신의 감정을 착각한 거라는 추측을 버려야만 했지만, 그녀들은 하루카가 실제로 그 '치하야'라는 사람을 만난다면 크게 실망할거란 가능성에 여전히 하루카를 말리고 있었다.
하루카 본인은 듣지 않았지만.


'오늘도 실패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하루카는 도서관의 높은 책장을 바라보았다. 맨 위에 있는 책은 척 보기에도 높은 곳에 있었다. 아즈사씨 정도로 키가 큰 사람이라면 어떻게 맨 위의 칸에도 손이 닿겠지만 평범한 여성의 손이 닿기엔 무리인 듯한 위치를 보며 하루카는 아무리 수납 공간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저 위까지 만들어두는 건 비효율적인 것이 아닌가 고민했다.
그 고민이 쓸데없다는 것을 곧 인정한 하루카는 시선을 내리곤 한숨을 내쉬며 출구로 가기 위해 책장 사이에서 빠져나왔다. 오늘도 수확은 제로라는 사실에 터덜터덜, 힘없는 발걸음으로 출구를 향해 걷던 하루카는 문득 멈춰섰다.


─잘못 본 게 아니라면.


하루카는 후다닥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옆을 돌아보고서, 자신이 잘못 본 것이 아니란 사실에 뛸듯이 기뻐했다.
하루카가 바라보고 있는 곳에는, 그─ '키사라기 치하야'가 있었다.


삼 주만에 그녀를 다시 본 하루카는 미칠듯한 기쁨에 감격에 겨워 멍하니 치하야를 바라보고 있었다. 푸른 머리칼과 갈색 눈동자, 그리고 여자 치고도 하얀 피부. 자신이 보고서 심장이 두근거린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깨달았던 사람.
그 모습을 계속 바라보고 있던 하루카는 치하야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치하야는 찾고 있는 책이 맨 위에 있는지 손을 뻗어보다가, 아슬아슬하게 손이 닿지 않자 작게 투덜거렸다. 빼려고 하는 책은, 검은 색 표지의 책인 걸까. 그 모습을 보던 하루카는 근처의 발판을 가지고 황급히 치하야에게로 걸어갔다.


"아..."


하루카가 어색한 걸음걸이로 다가가 발판을 놓고 치하야가 아슬아슬하게 닿지 않았던 높이로 손을 뻗어 책을 꺼내들자, 치하야가 당황한 표정으로 하루카를 바라보았다. 그런 시선에 얼굴이 붉어질 것 같은 걸 애써 감추며 하루카는 그 책을 치하야에게 건내며 말했다.


"저, 저기, 이 책을 꺼내려고... 했어?"


순간 목소리가 떨려서 나와버린다.
그런 하루카를 멍하니 바라보던 치하야가 작게 웃었다. 그에 순간 하루카는 그대로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착각. 하루카의 심장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미친듯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웃는 표정으로 하루카를 바라보며 치하야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신경 써 줘서 고마워. 하지만 내가 꺼내려고 했던 건 옆의 책인데."
"아, 아아...잠깐만!"


그 말에 얼굴이 확 붉어지며, 하루카는 황급히 들고 있던 책을 집어넣고 옆에 있는 책을 꺼내 치하야에게 건네주었다. 그 책을 받아든 치하야는 빙긋 웃었다.
부드럽고 따스한 웃음─


"응, 고마워. 이 책을 읽고 싶었어."
"아... 그, 저, 전에 도와줬던... 것에 대한 보답이야."


그 말에 치하야는 응? 하고 하루카를 돌아보았다. 그 반응에 하루카는 역시 그녀는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하고 마음 속으로 실망하려 했다.
하지만 치하야의 말은 달랐다.


"그 때 만난 건데, 날 기억하고 있었어?"
"응? 물, 물론이지!"


머뭇거리며 대답하는 하루카를 뚫어져라 바라보던 치하야는 흐응, 하고 가볍게 내뱉었다. 그에 하루카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런 하루카를 재미있다는 듯 보던 치하야는 고개를 끄덕이고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하지만 난 조금 바빠서 먼저 실례할게. 고마워, 하루카."


그 말에 하루카는 화들짝 놀라며 치하야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의문을 해결하기도 전에, 치하야는 빙긋 웃고선 안녕, 이라고 작게 말하곤 출구로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버렸다.
그것을 뒤쫓으려 했던 하루카는, 심장의 두근거림 때문에 다리가 말을 안 듣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루카는 책장에 기댔다. 그제서야 참고 있던 숨이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후우, 하고 크게 심호흡을 한 하루카는 한 손을 왼쪽 가슴 위에 댄 채 생각에 빠졌다.


그녀는, 어떻게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었을까?

 

 

 

 

 

 

 

 

그 날 5시, 평소와 같은 장소.
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을 열고 기차게 들어오는 하루카에 마코토가 돌아보았다. 내부에 그녀밖에 없다는 사실에 하루카는 주변을 둘러보다 말했다.


"미키는? 아직 안왔어?"
"오늘은 친구랑 같이 온다고 좀 늦는댔어. 자, 그렇게 서 있지 말고 앉아."
"응, 고마워!"


마코토의 권유에 바에 의자로 걸어가 앉은 하루카의 표정을 본 마코토의 표정이 굳었다. 요 며칠간의 축 늘어진 표정이 아닌,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그 표정을 보고 있던 마코토는 이 말을 꺼내선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조심스레 물었다.


"하루카, 혹시 도서관에서-"
"네!! 드디어 치하야쨩이랑 만났습니다!!!"
"..이제 두번째 봐놓고 왜 쨩이야?"
"몇 번 봤냐하는건 중요하지가 않아요~!"


눈동자를 반짝이며 그렇게 외치는 하루카에 마코토는 한숨을 내쉬었다. 말을 잘못 꺼냈다.
미키가 오고 나면 꺼낼걸. 한 번 더 들어야 할텐데.
하지만 그 후회는 지독할 정도로 늦어서, 하루카는 이미 기뻐서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요 며칠 간 없던 하이텐션이 되어 말하고 있었다.


"있지, 이번엔 뭔가 조금 이야기도 했다구!"
"아-그래, 그래."
"도서관에서 책을 찾고 있는데─"


이야기를 시작한 하루카의 목소리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마코토는 하루카를 줄 칵테일을 만들기 시작했다. 어차피 미키가 오면 한 번 더 그 이야기를 듣게 될 테니까, 그 때 듣기로 하자,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리고 마코토의 예상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타카네라는 친구와 함께 미키가 오고 나자, 미키는 어쩔 줄 모를 정도로 기뻐하고 있는 하루카를 보고서 그 이유를 물었다. 그리고 하루카는 그 이야기를 한 번 더 반복했다. 그 때는 마코토도 정중히 들어주었다.
칵테일 세 잔이 바에 나란히 놓여졌다. 도서관에서 치하야를 만난 하루카의 이야기를 들은 미키는 한숨을 내쉬곤 말했다.


"하루카, 그건 전하고 다를 바가 없는거야."
"에에, 그래도... 전에는 그냥 책만 받고 헤어졌지만 이번엔 얘기도 조금 나눴잖아! 거기다가, 그리고─"


어수선하게 자신의 기억을 정리하고 있는 하루카를 미키는 어차피 별거 없겠지, 라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미키의 친구라는 타카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칵테일을 마시며 그녀들을 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시선을 받으며 잠시동안 고민하던 하루카는 아, 하고 내뱉고선 말했다.


"내 이름도 알고 있던데?"
"뭐?"


그 말에 지겹다는 듯 그들에게서 시선을 돌려 와인잔을 닦고 있던 마코토도 하루카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들에 하고 고개를 끄덕인 하루카는 칵테일을 한 모금 마시곤 말했다.


"하루카, 라고 분명히 불러줬어. 저번에 날 본 일도 기억하고 있었고."
"아니, 이름을 대체 어떻게 알았다는 거야? 하루카처럼 들었나?"
"어... 그건... 못물어봤어. 치하야쨩은 바쁘다고 가버렸으니까..."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하루카는 스스로도 의문에 빠졌다. 치하야는 어떻게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었을까?
그 문제에 고민하던 하루카를 바라보던 타카네가 입을 열었다.


"치하야라면..."
"?"


그 중얼거림에, 하루카의 시선이 타카네에 멎었다. 타카네는 잠시 칵테일 잔을 바라보다가 지나가듯이 말했다.


"키사라기 치하야, 입니까?"


그 말에 하루카의 눈이 동그래졌다. 치하야의 성까지 말한 적은 없었다. 그 사실에 하루카가 혹시 그녀에게 말했냐는 시선을 미키에게 보냈고, 미키는 그 시선을 받고서 황급히 고개를 내저어 보임으로서 하루카의 의혹을 부정했다. 그 대답을 얻은 하루카는 당황해서 물었다.


"저, 저기, 어떻게 알고 있는거죠?"


그에 타카네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손을 들었다. 그 행동에 미키, 마코토, 그리고 하루카- 그 세 사람의 시선이 타카네의 손 끝을 따라갔다.
타카네의 손 끝이 가리킨 곳엔, 혼자서 떠들어 대고 있던 텔레비젼이 있었다. 그 화면을 멍하니 보던 하루카는 아, 하고 경악의 탄성을 내뱉었다.

 

텔레비젼의 화면에는 《돌아온 푸른 가희》라는 타이틀로 다큐멘터리가 방송 중이었다. 그 다큐멘터리에서 자신이 반해버린 사람의 얼굴을 발견한 하루카는 멍하니 텔레비젼을 바라보았다. 그건 의외의 장소에서 하루카가 좋아한다는 사람을 발견한 마코토와 미키도 마찬가지였다.
타카네가 혼자 칵테일을 마시는 소리가 조용한 바 안에 텔레비젼 소음과 함께 울려 퍼졌다.


----------------------------------------------------------------

미키나 마코토가 자주 쓰이는 건 전자는 말투 표현이 쉽고 후자는 상식인에 가장 어울리기 때문..일까요(?)

 

이제와서 쓰는 거지만
'도펠'이라는 네임으로 뭔가 창작글에 올라와 있다면
100% 하루치하군요 '~`...(?)
물론 세계관은 바뀌는 경우가 많지만.

아니 뭐 나중에라도 다른 게 나온다면 100%는 아니게 되겠지만 아직까지는 100이네욬

 

1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