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핫치마스 14

댓글: 3 / 조회: 1282 / 추천: 0


관련링크


본문 - 12-22, 2015 22:20에 작성됨.

최근 들어서 신참 아이돌들이 계속 들어오는 듯 하다
 
그러고보니, 이전에 미카가 신데렐라 프로젝트인가 뭔가를 언급한 적이 있었지. 분명 여동생이 그 프로젝트의 일원이라고 했다
 
이전까지의 아이돌들은 다른 부서에서 데려오거나 하는 식으로 육성했는데, 아이돌 부서 설립 2년 째에 접어든 지금 이번에야말로 아이돌 양성소나 길거리 스카웃으로 제대로 된 아이돌 육성 방법을 만들어 보겠다──라는 취지에서 시작하는 프로젝트라고 한다
 
"어서오십시오, 손님들. 처음 보는 얼굴들인데, 신참이신가요?"

음. 좋아. 매끄러운 인삿말 겸 질문이었다. 거울을 보고 100번 넘게 연습한 보람이 있었다......노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면 더 이상 답이 없다고 했던 시절의 나. 이제는 흑역사인가
 
"아, 안녕하세요! 시마무라 우즈키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네. 열심히 하세요"
 
딱히 나한테 열심히 하겠다는 인사를 할 필요는 없는데...인사성이 밝은 소녀다. 아이돌이 된다고 해서 자만하지 않고 자신의 입장을 자각하며 열심히 하겠다고 말하는 소녀이니만큼 분명 많은 사랑을 받을 것이다
 
"저기저기, 잘생긴 오빠! LINE에서 본 적 있어요! 진짜 실물은 더 잘 생겼네요"
 
"칭찬으로 듣도록 하죠"
 
사람은 적응하는 생물이라고 했다. LINE을 통해 팔린 내 얼굴과 이름. 그렇지만 학교에서는 히키타니, 집에서는 하치만, 사내에서는 히키가야니 문제없다. 진짜로 학교에서는 아무도 못 알아봐 조금 당황했었다. 내 스텔스 능력은 정말로 극단적이로구나
 
"......블랙 커피 한 잔이요"
 
마지막에 차가워 보이는 인상의 소녀는 짧고 굵게 말했다. 낯을 가리는 성격이겠지. 이해한다. 원래 사람은 변화를 싫어한다. 기존의 생활이 익숙하고 편하니까, 낯선 장소에 가면 불안해서 가만히 있는 것조차 힘들다
 
"설탕은 몇 개 드릴까요?"
 
"아, 저는 3개 넣어주세요"
 
"저도 시마무랑 같은 걸로요!"
 
"설탕은 필요 없어요"
 
인사성 좋은 소녀, 활발해 보이는 소녀, 쿨한 소녀가 차례로 말했다. 인사성 밝은 소녀, 그러니까 시마무 양은 조금 우물쭈물해 하는 듯 하다가 물었다
 
"저, 저기 당신은...여기서 일하시며 많은 아이돌들을 만나봤었죠?"
 
"그렇죠. 가끔씩 이야기도 하고. 친구인 사람도 여럿 있고. 아, 저는 히키가야라고 합니다"
 
"아, 네! 자기소개가 늦었네요! 시마무라 우즈키입니다!"
 
"아차차, 혼다 미오입니다!"
 
"......시부야 린이에요"
 
그래서 질문하고 싶은 것이 뭐냐고 물어보자, 시마무라가 말하길
 
"저는...양성소에서 꽤 오랜 시간 있다가 이제서야 기회를 얻어 이 곳, 346에 들어왔어요...솔직히 지금도 꿈만 같고, 불안감도 있는데...무언가 조언 같은 걸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
 
난감한 질문이다. 애시당초 나는 아이돌도 아닌 데다가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무대 위에서 춤추고 노래하기는 커녕 라이브장에 가본 적도 없다. 여기서는 어떻게 대답을 해줘야 하나......
 
"입에 발린 조언을 바라십니까? 아니면 솔직한 조언을 바라십니까?"
 
"무슨 의미죠, 그건?"
 
시부야가 인상을 조금 찡그리고 말했다. 아마 뒤의 발언에 일말의 불안감을 느낀 것이겠지
 
"유감스럽지만...아이돌에 대해 품고 있는 동경이나...꿈 그리고 희망 등에 손상이 갈 수도 있는 답변이라는 의미입니다. TV로 보는 것과 실제로 보는 건 차이가 좀 크거든요"
 
346 정도 되는 대기업에 소속되어 있는 아이돌들이라도 고충이 꽤나 많다. 가끔씩 푸념들을 듣다 보면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은 이야기도 가끔 나오곤 한다
 
"...후, 후자로 부탁드리겠습니다"
 
긴장이 되는지 말을 조금 더듬고, 주먹을 불끈 쥐며 시마무라가 물어왔다. 혼다도, 시부야도 그녀와 함께 긴장하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셋이서 함께 손을 잡는다. 보기 좋은 관계다. 서로 운명공동체라는 거겠지. 346이라는 배에 같이 탄 만큼 서로에 대한 동료 의식도 조금이나마 있을 것이다
 
"아이돌은 상품입니다. 그 점을 유의해 두셔야 해요"
 
"그 말씀은...?"
 
"남성과 직접적으로 교류하지 말 것. 설령 그게 소꿉친구라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팬들에게 있어 아이돌은 유사 연애대상이다. 그런 아이돌이 다른 남자와 사귄다고 하면 당연히 팬들은 등을 돌릴 것이다. 배신감을 느껴 더 득달같이 달려들겠지
 
"아이돌이 되었다고 해서 영원히 아이돌일 수는 없습니다. 그 점, 유의해 두세요"
 
회사 입장에서는 아이돌은 상품이다. 잘 팔리지 않는 상품은 당연히 폐기다. 아무리 회사의 힘이 강해, 여러가지 프로그램에 출현한다고 햐도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 하면 회사에서도 버리기 마련이다
 
"단기간에 뜰 생각은 버리세요. 대기업이라고 해도,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어디서 굴러먹다 온 건지도 모를 신참들이 기업의 힘으로 선배 아이돌들과 맞먹는 수준의 스케일로 시작하면 기존의 다른 아이돌의 팬덤들을 적으로 돌리게 될 거에요"
 
내가 밀고 있는 아이돌이 최고의 톱 아이돌이었으면 좋겠다──그런 바람은 어떤 팬이든 가지고 있다. 그런 와중에 어디서 굴러들어온지도 모를 돌이 깊게 박혀있는 돌을 뽑아버리고 그 자리를 빼앗는다면 당연히 반감이 우선적으로 들 것이다
 
"사생활이 제한됩니다. 입을 조심해야 합니다. 팬들과 너무 친하게, 직접적으로 교류하는 것도 피하세요"
 
아이돌은 관심의 대상이다. 어딜 가든 팬들의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고, 그런 팬들 중에서 조금 막나가는 녀석은 자신이 지킨다느니, 사랑하고 있다느니 하면서 범죄를 벌일 수도 있다
 
스토킹이라거나, 납치감금이라거나 영화 속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특히 입은 모든 화의 근원이라고 한다. 생각없이 내뱉었다가 그게 엄청난 후폭풍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SNS는 끊어버려요. 글 한 번 잘못 올리면 지울 수 없습니다. 그게 평생 발목을 잡을 수 있어요. 차라리 동료들끼리만 메일을 주고 받던가 하는게 좋을겁니다. 충고는 여기서 끝. 쉽게 말하면, 처신 잘 하라는 말이에요"
 
"아, 네......"
 
시마무라도, 혼다도, 시부야도 꽤 당혹한 표정이다. 뭐, TV 속에서나 화려한 거지. 텅 빈 수레가 요란한 법이다. 아이돌도 결국에는 사람. 살아가는 건 우리랑 별 다를 바 없다. 아니, 근로기준법 따위는 가뿐하게 무시한 스케쥴 활동을 하고 있으니 제대로 된 사람 취급을 받는다고 하기도 힘들지 모른다
 
그 중에서도 시부야는 엄청나게 실망한 표정이었다. 으음, 셋 중에서 가장 기대가 컸던 건 저쪽이었나......조금 빙 돌려서 말하는게 좋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된다
0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