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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치마스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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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21, 2015 22:47에 작성됨.

"이런 곳에 카페가 있었을 줄은 몰랐네......"

 

미시로 카페에서 일한지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이제는 단순히 청소가 아닌 카운터에서 계산도 하고, 가끔씩 카운터 바로 앞에 있는 좌석에 앉는 손님들의 말상대 정도는 할 수 있게 되었다

 

뭐, 말상대라고는 해도 그쪽에서 먼저 다가오는 것이다. 일반적인 여성도 아닌 아이돌에게 먼저 말을 거는 젊은 소년이라니. 어딜 보아도 흑심 품고 접근하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후지모토 리나처럼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소녀가 상대라면 또 모를까

 

그러던 중, 오늘 새로운 손님이 찾아왔다. 신기한 듯 두리번두리번 거리는 걸로 보아 346이 익숙하지 않은, 아마 이 회사에 들어온지 얼마 안 된 신입 아이돌인 모양이다

 

"어서 오십시오, 손님. 이곳은 처음이신 듯 합니다?"

 

간단한 인사 정도는 먼저 건넬 수 잇다. 그 다음부터가 문제지. 겉보기로만 봐도 성숙한, 어른스러운 분위기가 넘쳐나는 그녀는 여고생이었다. 교복을 입고 있으니까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녀는 내가 먼저 말을 걸어오자 잠깐 놀란 듯 했으나, 곧 미소 지으며 카운터 앞의 좌석에 앉았다. 그 미소는 보는 것만으로도 매력을 느끼는 미소였다. 가꾼 것이 아닌 타고난 것. 묘하게도 요염함이 흘러나온다

 

"추천하는 메뉴는 있나요?"

 

"딱히 없습니다. 중요한 건 자신의 선택이니까요"

 

"흐응...? 여성을 리드하는 것에 약한 걸까? 아니면 상대방을 존중하는 걸까?"

 

"후자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나는 유리잔을 닦았다. 방금 전의 나, 멋져. 지금도 내 모습을 제 3자의 시선으로 보면 무언가 비밀을 품고 있는 듯한, 여유가 넘치는 바의 지점장이라고 생각할 수준이다─물론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건 절대로 겉으로 드러내지 않지만

 

"커피 한 잔. 설탕은 필요 없어. 쓴맛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싶거든"

 

"분부 받들지요, 아가씨"

 

"후후훗, 당신, 아부를 좀 할 줄 아네"

 

분위기 파악은 아싸의 기본 중의 기본. 나는 그걸 실생활에서 좋은 방향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터득했을 뿐이다. 이전에는 분위기를 파악하고 스리슬쩍 빠졌겠지만, 지금은 그 분위기에 편승해, 맨 앞으로 나아가, 은근슬쩍 방향으로 돌려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는─그런 식이라고 할까

 

이 카페의 점장님께 배웠다. 여유있는 척을 하는 건 의외로 큰 무기가 된다고 한다. 점장님이 친절한 사람이라 다행이다

 

"나는 하야미 카나데야. 당신의 이름은?"

 

"히키가야 하치만입니다"

 

"아까 전의 질문, 맞아. 나 오늘 막 이 회사에 들어왔어. 내가 아이돌이라니, 조금 뜻밖이었달까. 호기심이 생겨서 한 번 발을 들여봤어. 과연 대기업이라고나 할까.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크고 대단하네. 사내에 공원이라니. 깜짝 놀랐어"

 

그 점에 대해서는 동감한다. 사내에 있는 공원이라는 것, 크기가 크기인만큼 유지비가 장난 아닐텐데

 

"더 찾아보시면 의외의 것들이 더 나올 겁니다. 불한증막이라든가, 마사지라든가, 기타 등등.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획사인만큼 아이돌을 비롯한 연예인들의 편의를 위해서 준비해 둔 게 많으니까요"

 

"그건, '상품'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

 

"그렇게 보는 사람도 있고, 그렇게 보지 않는 사람도 있겠죠"

 

아이돌은 상품이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들은 대중이 원하는 모습으로 포장된다. 회사는 그들에게 일을 제시하고 수수료를 받아간다. 아이돌은 회사의 상품으로서 회사의 도움을 받아 일을 나가는 대신 유명세를 얻거나 금전적인 이익을 받아간다

 

서로 윈-윈 하는 관계라고나 할까. 상품이라고는 해도 보통 대부분 아직 미성년자인 경우가 많은만큼 계약서도 한두 장이 아니고 아이돌을의 보호를 위해 준비해 둔 보험 같은 것들도 있는 듯 하다

 

"히키가야. 당신이 보기에, 나는 어때?"

 

"......당신이 바라는 건, 평가 받기를 원하는 겁니까? 바라신다면 얼마든지 해드릴 수 있습니다만"

 

"속 안이 텅 빈 공허한 울림 같은 것이 아니야. 나의 첫인상. 당신이 생각하는 나, 하야미 카나데에 대해서 듣고 싶다는 거지. 이 회사에 들어오고 나서, 내 또래로 보일 정도로 젊은 남자는 당신 밖에 보지 못 했거든. 그래서, 호기심이 들었달까? 여기서 수많은 아이돌들을 보면서 눈높이가 올라갔을 당신의 눈에──과연 나는 어떻게 비추어질까?"

 

그저 흔해빠진, 입에 발린 말이 아닌 진심을 말해달라고 권해오는 하야미 카나데. 어떻게 대답을 해줘야 할 지 조금 망설였다. 그렇지만, 그녀의 알 수 없는 분위기가, 어른스러운 분위기가 은연 중 말해오는 듯 했다. 거짓말일 경우에는, 바로 눈치챈다고

 

거짓말이라는 걸 알면 그녀는 실망하겠지. 얼굴을 찡그리고 나가버릴지 모른다. 구차한 변명일지도 모르지만, 알바생으로서 일하는 가게의 평판이 안 좋게 여겨지는 건 피하고 싶다

 

"아름답습니다"

 

짧고 간단한 말. 그러나 진심을 담았다. 솔직히 말해서 그녀는 그 겉모습의 분위기만을 보며 소녀라기보다는 숙녀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 딱히 늙어보인다는 말은 아니고 말 그대로 어른스럽다고 생각된다고 할까

 

"......"

 

잠깐의 침묵. 벙찐 표정이다. 당황한 듯 하다. 예상한 것과는 다른 반응이었을까

 

"소녀 취급을 받는 것이 좋으신지, 숙녀 취급을 받는 것이 좋으신지. 선택에 따라 에스코트도 달라질 겁니다만"

 

"......전자로 부탁할게. 이래 보여도, 난 아직 연약한 아이인걸? 어른스러워 보인다고 해도 지나치게 기대를 받으면 곤란하니까"

 

밀어붙이기에는, 의외로 약한 듯 하다. 남자를 유혹하는 요부의 이미지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물론, 나도 남 말 할 처지는 못 된다. 과거의 나라면,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도 힘들었을 테고, 그 이전에 도망쳤을 것이다

 

하지만, 후지모토 리나를 시작으로 여러 사람의 밀어붙이기에 당해버려 변해간다. 억지로 혹은 자연스럽게. 지금의 내 모습이 싫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여유가 있다는 건 좋은 것이니까

 

"얕볼 수 없는 남자네, 당신...그런 식으로 여자 몇 명 홀려봤어?"

 

"유감스럽게도 연애경험은 전무랍니다"

 

정말로 슬프게도, 이런 나이지만, 여전히 모태솔로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내 쪽에서 먼저 밀어낸다는 이유도 없잖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MAGIC HOUR 6화에서 얼마 전 CD데뷔를 했단 내용으로 등장하는 걸 보면 하야미도 우즈키들과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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