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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22, 2015 21:01에 작성됨.

"아, 어서 와요."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문에 달린 종이 유난히 맑은소리를 냈다. 문장으로는 다르다고 생각되지만, 표현으로써는 맞는 말이다.
이상하게 느껴질 만큼 맑은소리였기 때문이다.
어색한 모습으로 들어온 나를 컵을 닦고 계시던 클라리스 씨가 그 소리에 반응해 나를 반겨줬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받았으면 이쪽에서도 인사하는 것이 예의. 고개를 숙여 최소한의 예의를 표한다.
"프로듀서 씨는 아직인가요?"
"예, 오늘은 아직 아무도 안 왔네요."
어느 때나 다름없이 카페는 인기척 없이 썰렁하다. 입지가 문제인지 손님들도 오지 않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없다.
"아, 뭐라도 마실래요?"
"그렇다면 아메리카노로 부탁해요. 차갑게 해서요."
내 말이 끊어지기도 전에 클라리스 씨는 능숙하게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 눈을 돌리지 않고 집중해서 바라봤지만 응, 전혀 모르겠어.
원두를 갈 때 기계를 이용한다. 그 이외의 것은 모르겠지만. 약간 기대된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나저나, 저는 이제 뭘 해야 하나요?"
"평소에는 개인지도를 가거나, 여기서 쉬거나, 가끔은 다른 분들을 돕거나 해요. 저희라고 해도 데뷔는 아직 이라서요."
"사자나미 씨는 몇 시쯤 오시나요?"
"그냥 적당한 때에 왔다가 적당한 때에 가거나, 가끔은 아예 안 올 때도 있어요."
아아, 그래서 이쪽으로 출근하라고 하는 거구나.
그나저나, 다들 내 이름을 알기는 하는 걸까? 내가 기억하는 게 맞는다면 나는 아직 누구에게도 내 이름을 말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사자나미 씨도 클라리스 씨도 물어보지 않았으니 말할 기회도 없었고, 그 전에 이름을 말할 타이밍은 이미 지난 것 같다.
이럴 때는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까.
01. 혹시 제 이름 아세요?
아니야, 이건 아니야. 뭔가 이건 '내가 누군지 알아?!'라는 풍으로 따지는 것 같다.
02. 제가 제 이름을 이야기했었나요?
적절하다. 정답에는 가깝지만, 너무 갑작스럽지 않나? 이전 대화에서 연관도 없잖아.
03. 아 참 제의 이름은…. 아니야, 이건 아니야. 위의 것보다 뜬금없다.
04…….
생각해내라…. 일해라 뇌! 일해!
"무슨 고민이 있으신가요?"
내가 그렇게 한참 동안 고뇌에 빠져 정신이 혼란해져 있을 동안 클라리스 씨는 커피 2잔을 들고 내 앞에 앉으셨다.
"저는 한 명의 아이돌이기 이전에 일단은 교회의 수녀라고요? 어떤 고민이라도 들어드릴게요."
뭐, 물론 아이돌은 아직 멀었겠지만. 이라고 덧붙이면서 클라리스 씨는 약간 쑥스러워했다.
스스럽게 느껴지는 분위기를 풍기는 그녀는 나에게 자애로운 미소와 따뜻한 말을 건네주었다.
그런데 그에 비해 나는 뭐지? 고작 통성명을 어떻게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다니….
집에 돌아가고 싶어….
"뭐, 말하지 않아도 좋아요. 그래도 이 카페에 있을 동안에는 몸과 마음, 그리고 머리의 고민, 고뇌를 잠시 놓아두세요."
아아, 이 얼마나 자애로운가! 물론 내 고민은 매우 사소한거지만! 더 말하기 힘들어졌지만!
그순간 유난히 맑은 소리가 났다.
"요, 많이 기다렸지?"
사자나미씨가 유리문을 열고 들어왔다.
"사자나미씨!"
"안녕하세요, 늘 마시던걸로 드릴까요?"
"늘 고마워요."
"아니요, 이쪽이야말로."
클라리스 씨는 곧장 일어나서 주방으로 움직였다.

"자, 그러면 프로필 작성부터 해보자."
"대충 어떤 걸 적어야 하나요?"
"이름이랑 신체정보, 그리고 출신지 정도려나…."
사자나미 씨는 '그리고 여러 가지가 있지.'라며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작게 중얼거리면서 가져온 서류가방에서 종이봉투를 꺼낸 후 그 종이봉투에서 서류들을 꺼냈다.
"자, 어디 보자…. 이게 프로필이고. 이게 계약서. 그리고 이 계 동의서니까 일단 지금 네가 할 건 이거뿐이다."
종이봉투에서 꺼내진 그 종이에는 이름과 후리거나, 생년월일, 출신지, 나이, 신장, 몸무게, 소매치기 치수, 혈액형, 그리고 별자리를 적는 칸이 있었다.
"꽤 자세한 것 같은데요."
"뭐, 거짓말한다고 해도 나중에 프로덕션에서 검사를 할 거니까 말이야."
"마, 만약 몸무게랑 키, 그리고 셋 치수가 기억 안 나면요?"
"걱정 마라, 이 카페 안에도 측정도 구는 있으니까."
"칫…."
"어이, 다 들린다고."
나는 묵묵히 펜을 들어서 공백을 메꾸기 시작했다.

"흠흠…. 아 그래, 특기라던가 있어?"
"특기라고 할만한 건 없는데요?"
특기라…. 잠깐, 애초에 특기의 정확한 뜻이 뭐지?
"취미도 괜찮으니까 말해봐."
취미라…. 취미…. 그러고 보니 나는 휴일에 주로 뭘 하며 지냈지?
주로 노래를 듣거나,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인터넷 하거나…. 아니면 온종일 자거나….
어딜 봐도 아이돌이 될만한 사람이 아니다.
"정 그러면 주말에 하는 일이라도 말해봐."
"그…. 노래를 듣거나,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인터넷 하거나... 자거나…."
말하다 보니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어, 어쩔 수 없잖아! 부끄러운걸!
"한마디로 감상이랑 낮잠. 이라는 거지?"
"아니, 낮잠은 빼죠. 역시."
사자나미 씨가 프로필 아래의 공백란에 「취미: 감상, 낮잠」이라고 적는 걸 본 나는 역시 낮잠은 아닌 것 같아 말리기로 했다.
"괜찮아 그런 것 뜸. 내가 아는 아이돌은 취미란에 취미가 뭐냐고 쓴 아이도 있고 장난치기라고 쓴 녀석도 있다고? 낮잠은 평범한 축에 속해."
"그…. 그런 건가요?"
그렇다면 상관없지 않을까? 아니, 그래도 뭔가 이상하지 않아?
내가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는 마치 우로보로스 같은 질문에 머리에 과부하를 걸고 있을 때 한 번 더 종소리가 났다.
"아, 어서 와요 아스카양."
"안녕하세요."
니노미야 양이었다.
종소리가 난 덕분에 나는 반사적으로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려서 니노미야 양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는 나를 보고 무심한 표정을 유지한 채로 어색하게 손을 흔들었다.
물론 나는 그걸 보고 못 본 척을 할 정도의 매정한 사람이 아니기에 똑같이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그걸 보고 있던 클라리스 씨는 어색하게 웃고 있었고, 사자나미 싸는 미간을 잡고 한숨을 쉬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나는 보고 말았다.
클라리스 씨의 어색한 미소나 사자나미 씨의 한숨, 혹은 바뀐 니노미야양의 붙임 머리의 색보다 더욱더 나의 눈을 사로잡았던 「그것」을.
「그것」은 3월인 지금의 계절과는 다르게 몇 달 뒤에나 보일법할 물건이었다. 아니, 여름이라 해도 요즘은 시골 지역이 아니라면 거의 볼 수 없을 것이다. 아마 도심지역에서 이것의 입지는 유리 공예품의 일종이겠지. 아, 가끔은 철로도 만들기는 하다만.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다. 왜 「그것」이 도어벨 대신에 달린 것인가. 그것 가장 큰 문제다.
금속으로 만드는 도어벨은 애초에 출입을 알리는 목적으로 설계되기 때문에 문에 부딪힐 일이 없고 설령 부딪힌다 해도 문이든 도어벨이든 심한 손상이 없다.
하지만 「그것」은 처마 밑에 달기 위한 목적이었으니 문에 부딪히기 쉬웠고, 또한 유리로 만들었기 때문에 문에 부딪힐 경우 자칫 잘못하면 깨질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내가 카페에 들어올때부터 니노미야 양이 올때까지 나를 신경쓰이게 만든 「그것」의 정채는...
"어딜 봐도 저건 풍경(風磬)이잖아…."
내가 절망하듯이 머리를 부여잡고 중얼거리니 사자나씨도 반응했다.
"진짜 풍경(風磬)이구만…."
"분명 레이나 짓이겠죠?"
"그렇겠죠."카페에 방금 막 들어온 니노미아양은 지금 이 상황에 따라가지 못하고 그저 서있는것 밖에는 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건 나중에 알아낸 사실이지만, 범인은 레이나가 아닌 코즈에였다고 한다.
범행 동기는 그쪽이 더 예뻐보였으니까.

이름 미카츠키 유키하나(新月 雪花)
연령 16
생일 12월 30일        별자리 염소자리           
신장 168cm 체중 50kg
BWH 81-57-83
혈액형 O형 잘 쓰는 손 양손
취미 감상, 낮잠
출신지 치바

 


하핫 2화입니다.

본격 주인공 이름을 2화만에 알려주는 소설!

그럼 다음화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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