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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시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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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13, 2015 04:33에 작성됨.

“프로듀서 차에 타는건 오래간만이네.”

 

연식이 오래된 차. 운전자의 옆자리는 한 때 미오의 전용석이었다. 갓 아이돌을 시작하던 미숙한시절엔 거의 모든 현장마다 노심초사하는 그림자가 있었다. 그가 담당하는 아이돌이 위를 갈 수록, 그의 회사의 입지는 높아져 어느센가 그가 직접 이 차를 모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 정말로 중요한 일이 아니면 탈 수 없는 자리. 신데렐라 프로젝트라 부르는 초창기 프로덕션의 방침에서 이름을 따와서 차를 부르길 호박마차라고 했다.

 

“일의 경중이 있으니까요.”

 

“그럼 내 일이 중요하다는걸까? 프로듀서?”

 

미오는 웃으면서 프로듀서를 보았다. 무슨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언제나 경직된 표정, 그렇지는 그는 소녀들을 공주로 바꿔주는 최고의 마법사였다. 그와 함께 아이돌 활동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은 미오에겐 큰 행운이었다.

 

“당연합니다. 미오양은 회사의 이정표 같은 존재니까요.”

 

“그 정도로 나 존재감이 있었던가?”

 

“당연히 회사내에서 미오씨의 존재감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 제가 어떻게 업어 키웠는지 기억은 하십니까.”

 

그날의 프로듀서는 평소보다도 농담도 잘하고 무엇인가 유쾌해 보였다. 뭔가 좋은 일이 있었던 것일까. 둘이 즐겁게 환담을 나누는 시간은 길었다. 집은 멀었다. 평소에 하지 못한이야기가 있다면 실컷하자. 차는 놀랄만큼 서행했다.

 

 늦은 밤. 연예인인 혼다 미오는 그 시간부로 회사와의 약속에 따라 무제한의 휴가를 부여받았다. 따라서 연예인으로서 복귀하는데 치명적인 지장을 유발하는 행동을 제외하고는 완전한 자유였다.

 

“일단 3주간의 휴가로 명시되어있지만...더 쉬셔도 됩니다. 회사의 사정은 생각하지 말고 즐길데로 즐기시면 됩니다.” 

 

“에 글쌔….어떨까”

 

미오에게 부여된 시간은 많았다. 회사는 미오가 복귀를 원하는 그날까지 그녀의 일상에 손대지 않고 멀리서 지켜만 볼것이다. 그대로 은퇴를 결심해 버린다면 무척 곤란하겠지만

 

“그래 프로듀서 나 시간 많은데 뭐할까?”

 

“생각 해둔게 없으십니까?”

 

미오는 14년동안 연예계 일직선으로 살아왔다. 이제와서 다른 일이 생각나지 않았다. 막 데뷔를 했을 때는 좀 더 하고 싶었던게 많았던 것 같은데,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울까. 운동이나, 서예나. 아니면 요리는 어떨까. 아니면 게임을 밤새도록 한다던가?

 

“딱히 생각해둔게 없으시다면, 가족이나 친구분들을 만나보는 건 어떻습니까? 바쁘게 살았으니 주변에 있는 사람을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만”

 

가족이나 친구. 뭔가 먼 것 같으면서도 친근한 울림. 미오는 프로듀서에게 역시 프로듀서야! 라던가 톱아이돌인 미오의 금의환향이다!라던가 하면서 휴가에 대한 마음으로 부풀었다.

 

“그럼 내일봐.”

 

“미오양. 휴가를 하루만에 반납할 생각입니까?”

 

“후후 버릇이라. 그럼 다음에 봐”

 

프로듀서는 미오가 집안으로 완전히 들어갈 때까지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내일도 미오를 사무소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미묘한 느낌을 받으면서

 

 

 

“—라는 이유로 친구들을 만나고 있달까”

 

“넌 휴가지만 난 근무중이라고”

 

“에? 미쿠냥 야박하다냥”

 

마에카와 미쿠는 갑자기 들이닥친 불청객의 방문에 웃음지었다. 최근 미쿠는 널널하긴 했다. 바쁘던 일은 마무리가 되었고, 슬금슬금 여유롭게 스스로의 처지와 미래에 대해 진지한 사색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했다. 다행히도 후배들이 전부 스케쥴때문에 밖으로 나갔으니 좀더 사적인 이야기를 마음대로 해도 되겠지

 

“내가 어제 스케쥴다 봤다냥! 미쿠 지금 분명 하는일이 없어서 같이 놀아줄거라 생각했다냥!”

“그러니까 부탁인데 제발 그 말투는 좀”

 

“하지만 미쿠냥 고양이 좋아하자냥?”

 

물론 컨셉같은게 아니라도 고양이는 무척 좋아한다. 하지만 이제 미쿠는 고양이어투를 쓰지 않는다.

 

“그 뭐랄까. 아이돌이던 시절이 생각난다구”

 

“아이돌 다시 해도 괜찮지 않을까냥 아까웠다구?”

 

마에카와 미쿠는 분명 한때는 톱아이돌이었다. 미오보다 인기가 훨씬 많았었고, 그 외모와 컨셉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사무소가 자랑하는 최고의 상품이었다. 한 9년 전까지는

 

“됐거든 이제 내 보람은 아이돌을 키워내는 거니까”

 

그리고 아이돌을 그만두고 뜬금없이 프로듀서로 전직했다. 중대발표하겠다냥! 미쿠는 이제 프로듀서가 되겠다냥! 정말로 맥락없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나온 애가 란란과 리-나의 혼종인가. 마니악한 부분인데”

 

미쿠가 은퇴를 결심했던 시기, 미쿠의 인기는 놀라웠다. 미오와 동기, 혹은 비슷한시기에 데뷔한 또래중에서는 독보적일정도로. 은퇴한지 9년 아직도 고양이하면 미쿠가 생각난다는 팬래터가 종종 사무소에 올정도로

 

“아무렴 어때 멋진 미소 멋진 개성. 충분히 좋은 아이야. 하지만 뭔가 마니악하다는 말을 부정하기 힘들다는게 슬프네. 개성을 깍지 않고 대중적인 어필을 할 방도를 찾아야…”

 

그녀가 프로듀싱하는 아이들은 대체로 그런 컨셉이 명확한 아이들이었다. 그건 그녀가 아이돌이던 시절부터 내려오던 일종의 아이돌관일 것이다. 또 프로정신을 엄청나게 강조한다는 것도. 미오는 그래서 더 의문이었다. 미쿠는 잠깐이지만 정상의 자리에 섰었다. 그녀의 프로의식으로 미뤄보건데 분명 최소 3년 이상의 장기집권조차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누구보다 별을 원하던 그녀였을텐데. 어째서 그녀는 아이돌을 그만뒀을까.

 

미오는 이제야 그 때의 미쿠와 비슷한 위치에 올라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풍경을 보고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너무 묻고 싶었다. 고양이가 변덕스럽다지만, 그녀는 사람이다. 고양이가 아니다. 분명 이유가 있을것이다.

 

“알고싶어? 내가 왜 그만뒀는지? 사실 미오가 상상하는 것만큼 대단한 건 아닐지도..아니면 원하고 있던 대답일 수도 있지만….”

 

“미쿠냥은 내가 말도 안했는데 내가 궁금한걸 알아?”

 

“고양이의 감은 날카롭거든.”

 

미쿠는 간단한 차를 내놓았다. 자신이 상담을 하려고 했는데 상담은 커녕 옛이야기를 꺼내게 생겼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이다. 어쩌면 술집까지 가야할지도…그냥 반차 신청할까? 웃음이 나왔다.

 

“아직도 뚜렷하게 기억나는데 11년전쯤 신데렐라 무도회 직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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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제가 스스로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문장력이 약하고 시점배분을 엉터리로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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