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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일등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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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12, 2015 00:20에 작성됨.

무대의 뒤에서 네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나의 모습은 지금 틀림없이 누군가가 보면 웃어버리지 않을까.

이제까지 없었을 정도의 긴장감으로 너를 기다린다.

잘 숨겼다는 생각은 들지가 않는다.

분명히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셈이었던 격려의 말은 목소리가 놀랄 만큼 떨리고 있었다.

너의 등을 밀어준 이 손도 떨리고 있었을까?

잘 모르겠다.

 

[자아, 일이다 일~다녀올게]

 

네가 알았을지, 몰랐을지. 너는 언제나와 같은 미소로 나아갔어.

너만 태연한 거 같아 괜히 또 야속한 마음이 내 입꼬리를 올라가게 하고.

언제나 너는 그런 아이.

그리고 그런 너를 나는.

 

18살에, 교토 출신.

헌혈이나 다트라던가, 특이한 취미.

화과자를 좋아하지. 그냥 과자도 물론 좋아하고.

 

 

"응-다녀왔어, 프로듀서. 이야아, 별로 다른 느낌은 모르겠네."

 

어느 새 돌아온 네가 여유롭게 언제나와 같이 웃는다.

 

"나 참, 지금 손에 들린 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모르는건지."

"뭐, 아직 실감도 안 나고, 뭐랄까 이런 걸로 감상에 빠지는 것도 나랑은 거리가 멀지 않을까나♪"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우선 의상부터 갈아입고 와. 곧바로 현지까지 가야 하니까 바래다줄게."

"얏-호, 잘 부탁해♪"

 

 

창문을 열자마자 차 안에 퍼지는 비냄새가 코끝을 찌른다.

 

"난 이 향기 좋단 말이지-뭔가 상쾌한 기분이 들어서."

 

핸들을 꺾어 고속도로로 올라탄다. 갈 길이 멀다.

 

"그러고보면, 비 자체에는 냄새가 없다던데, 알고 있었어?"

"아니, 몰랐는데."

"뭔가 이렇게 공기 중에 떠다니는 알갱이 같은게 비를 통해서 흙냄새를 맡게 해준다나?"

"시키가 할 법한 이야기네."

"앗, 들켰나? 비 오는 김에 생각나서 꺼내봤어."

"그보다도 어서 자둬. 내일 아침에는 도착할 거야."

"후후, 한밤 중의 드라이브라니. 프로듀서랑 여행이네?"

"농담은 됐고, 자라니까."

 

여전히 장난 섞인 대답이 돌아오고 뒷좌석의 불이 꺼진다. 갈 길이 멀다.

 

 

너를 처음 만났을 때, 너는 어딘가에 정신을 팔고 있었지.

네가 있는 그 장소가 아니라,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어.

어딘지 모르게 그 눈에 나도 정신을 팔려버려서.

나 자신도 뭐가 뭔지 모를만큼 참을 수 없어서, 급하게 너를 권유했었지.

 

[하하핫! 뭐야 뭐야, 이상한 이야기를 하네?]

 

그렇게 웃어버린 너에게 왠지 모르게 발끈해서, 횡설수설이 되어버리고.

명함을 건네주고, 본래 목적은 아무래도 좋게 되버려서 그대로 돌아가버렸고.

별 관심이 없어보였으니까, 오지 않으려나...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타나서, [집에서 쫓겨나버려서 별 도리가 없어서 말야-] 라니.

나 참, 교토에서 만난 정말 이상한 아이.

 

 

본격적인 일을 하기 전인 첫 휴일에는 너를 보러 갔다.

솔직히 말하면 그 느긋한 생활패턴, 혼자 기숙사에서 잘 하고 있는걸까 하고 걱정했고.

 

[아음, 냠. 차가워서 맛있네-자, 프로듀서도.]

 

가자마자 나를 끌고 놀러다니질 않나. 권유할 때부터 생각했지만 정말 놀기 좋아하는 성격이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조금 걱정했는데, 내 걱정이 우스울 정도로 막상 일을 시작하고 나서 생각 이상으로 너는 열심이었다.

대충할 거란 이미지라기보다는...응, 그렇네. 솔직히 말해서 놀랐다.

하지만, 너는 끊임없이 나에게 물어왔어.

 

[하하, 뭔가 어르신들한테 인기 있는 거 같아]

 

[새로운 도전도 재밌네~]

 

[좋아, 이번엔 진심으로 해보실까♪]

 

[이~러~언 의상은? 어때, 나한테 어울릴까나?]

 

[있지, 다음엔 뭘 하면 돼?]

 

나에게 끊임없이 질문해왔지. 나에게 끊임없이 물어왔지, 너는 누구냐고. 나는 뭘 하면 되냐며.

일하면서 알게 되었던 건, 신장 163cm, 체중은 45kg, 82-56-81.

과자, 좋아하지.

 

 

숙소 도착이다. 차의 시동을 끄지 않고 뒷 좌석으로 몸을 돌렸다. 자고 있으려나.

 

"고생하셨습니다-"

"뭐야, 일어나 있었어?"

"으응, 방금 일어났어."

"우선 체크인 하고 점심까진 쉬어. 오후부터니까."

"오케이. 프로듀서는?"

"이 쪽에 온 김에 조금 볼 일이 있어. 나중에 데리러 올게."

 

체크인 하는 것만 데려다주고 차로 돌아왔다. 아무래도 역시 조금 졸린가.

잠깐 눈을 붙여야겠다.

 

 

[핸디캡 줄게, 오른손 쓴다니까~]

 

아아, 그래 맞아. 너무하지 않나? 난 그 때가 다트 처음이었다고.

내가 가본 적 없는 타입의 가게였고. 아니, 업무라면 모를까 혼자서 그런 곳은 뭔가 어렵고.

가격도 비쌌고, 내기를 하는 게 아니었지. 그 달 말에는 쭈욱 컵라면 뿐.

너는 나와 함께라는 이유로 늦은 밤까지 어울렸다. 난 다음 날도 출근이었는데.

왼손잡이면서 오른손으로도 센 건 이상하잖아. 어째서 그렇게 능숙한건지.

 

 

신년 라이브도 있고 하니, 모처럼이고 해서 권유한 새해참배에 너는 웃으면서 따라와주었지.

 

[매일 일만 하니까 친구가 없지~]

 

[붕어빵은 팥이지 팥. 크림? 그런 거 사도라고♪]

 

[과녁을 노리는 건 특기, 특기. 후훗, 다트처럼은 안 되지만]

 

[저기, 뭘 빌었어? 나한테도 살짝 알려줘?]

 

그렇게 즐겁게 놀고, 언제나처럼으로 돌아가 레슨해서, 신년 라이브의 날.

실례일까, 나는 그 때 처음으로 네가 긴장하는 걸 본 것 같아.

 

[햐-♩관객들한테는 올해 첫 라이브일지도?]

 

[있지, 아무리 나라도 역시 긴장될지도. 조금만.]

 

조금 예상 밖이었으니까, 잠깐 손을 잡아주는 것밖에는 할 수 없었는데, 너는.

 

[응, 이거 의외로 안심 되네~]

 

...고마워. 잊고 있었지만, 너도 역시 18살의 여자아이.

 

 

“일은 잘 끝났어?”

 

쿵 하고 차문이 닫힌다. 날도 슬슬 쌀쌀해지려나. 잠깐 들어온 사이 들어온 찬 공기가 서늘하다.

시동을 켜고, 조금 따뜻하게 온도를 돌린다. 다시 운전인가.

 

“물론♪ 이 몸에게 걸리면 간단, 간단~”

 

단순히 라디오 녹음이었잖아.

 

“뭐, 확실히 전보다는 여유 있게 되었나.”

“그렇지? 칭찬해줘, 칭찬♪”

“너, 전에는 칭찬이든 화내는 방식이든 그다지 변하지 않을 거라고 하지 않았나?”

“그건 그거, 이건 이거. 들으면 기분 좋잖아?”

“…뭐 어찌됐든 수고했어. 거기 과자 사왔으니까 먹어.”

“얏호♪ 이야아, 프로듀서. 잘 알고 있네~ 여기 오면 이걸 먹어야지. 응응, 야츠하시는 생이지 생.”

“내가 나름대로 자신 있는 가게다. 맛은 나쁘지 않을 걸.”

“뭐야, 볼 일이라는 게 과자였어?”

 

아주 틀린 건 아니다.

 

“겸사겸사지.”

“흐흥, 뭐 여하튼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기세 좋게 한 입 먹더니, 그대로 굳어버린다.

 

“이거…”

“응, 뭐. 기념이지.”

“…무슨?”

“금의환향일까.”

 

역시 굳는다. 너무 예상대로라 조금 짖궂은 웃음이 나온다.

 

“아니… 전에도 아버지 전화했는데 별로 좋아하시지 않으셨는데…”

“그건 그 때고.”

“…금의환향이라는 건 ,역시 그거?”

“싫다면 내려줄까? 단, 사무소까지는 자비로 돌아와라.”

“벌써 다 와버렸잖아… 아까 거기서 집,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니까.”

 

차가 주차하고 시동을 껐다. 아직 뒷문이 열릴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있잖냐. 알고 있어? 너를 만나고 정말로 힘들었어. 명함을 건네줬다지만 아무 연락도 없이 오디션 회장에 나타나서, 나야~라니.”

“아하하, 뭐야 그런 일도 있었어?”

“그런 일도 있었냐니, 너를 채용하고 나서 나중에 시말서 썼단 말이야. 몇 장씩이나.”

“그건 또 미안한 일을 해버렸네.”

“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너는 얼마든지 일을 달라고 했지만, 이 쪽 생각도 해줘. 그렇게나 한 번에 몇 개씩 구할 수 없다니까.”

“슈코는 온 오프가 확실한 편이니까 말이에요~할 땐 확하고 하고 싶은걸.”

“오프도 너무 확실하잖아 너, 처음으로 너랑 다트에 열중해서 가게를 나섰을 때는 이미 늦은 밤. 다음 날도 일이었다고 난.”

“그 때는 아직 안 팔리고 있었으니까 말야, 연속 2일 휴가라던가 요즘은 힘들지?”

“요즘 그래버리면 또 내가 큰일이지. 너, 신년참배 같이 갔던 거, 기억 해?”

“응-붕어빵이 맛있었어.”

“그것도 내 돈이었지… 그 때 빈 소원, 뭐였어? 네가 그때 나한테 물어봤었지. 무슨 소원을 빌었냐고? 그런 건 당연하잖아.”

“톱 아이돌, 일까나.”

“잘 알고 있네. 이제야 겨우 그 꿈의 한 발자국까지 왔어.”

“응, 겨우 따라왔네.”

“너를 낳은 사람들에게, 나의 아이돌을 자랑하게 해줘.”

“너무한 부탁을 하네, 프로듀서는.”

“지금까지 어느 쪽이 더 큰일이었다고 생각해? 너랑 나아가는 이상, 그건 뭐 별 수 없지만. 그러니까 말야.”

 

큰일이지만, 네가 지루하지 않도록 재미있는 일을 끊임없이 준비할게.

 

“좀 더 나아가려면, 너한테도 한번쯤 정리가 필요할 거 같고.”

"으응~ 나한테 야망 같은 건 안 어울리는데 말이야."

“알고 있어. 느긋하게 가자.”

"뭐, 매번 어제같이 빛나는 무대를 준비해준다면야."

“네가 나서지 않으면 아까울 정도의 무대를 준비할게.”

"유리구두도 받아버렸고 어쩔 수 없네. 대신 같이 가줘.”

 

차문을 잠그고, 가게 앞에서 멈춰선다..

 

"새삼스럽지만, 겨우 여기까지 도달할 수 있었네."

“이제부터 점점 더 힘들어질 테니까. 좀 더 네 페이스대로 가자.”

“뭐야, 더 힘내라던가 안 해?”

“너는 자유롭게 달리면 돼.”

 

꽃에 휩싸여 놀며 마음 편하게 미소 지으면서.

밤하늘에 녹아들어 신경쓰지 말고 노래해줘.

 

“흐응, 뭐야, 제법 기분 좋은 말 해주잖아. 앗, 좋은 거 떠올랐다♪”

 

나의 일등성

 

“그럼 모처럼이니 처음에 만났던 것처럼 다시 소개해볼까요?”

 

푸른 별

 

"아이돌 시오미 슈코야. 드디어 만나서 기뻐. 앞으로 잘 부탁해."

“겨우 만났네, 슈코.”

 

나의 신데렐라, 네가 빛나는 무도회는 이제부터. 너를 위한 무도회장은 이제 막 시작했을 뿐.

앞으로도 부탁해, 신데렐라(お願い, シンデレ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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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2일

4대 신데렐라 걸 시오미 슈코의 생일입니다.

여러분 중에 잘 모르시는 분들도 계실거고, 이름만 들어보신 분들도, 잘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슈코 많이 사랑해주세요.

언제나 느긋한 마인드의 공주님이지만

할 마음이 없는 건 아니라는 걸 그리고 싶었는데...

종강 중에 바쁜 틈에 써서 그런가 퀄리티가 만족스럽지가 않네요.

다음 기회가 있다면 좀 더 공들여 쓰고 싶은 마음입니다.

정말 애정하는 슈코의 생일.

시오미 슈코, 4대 애니버서리 프린세스를 잘 부탁드립니다.

 

P.S 추억들과 후반부 대화가 어디서 나온 건지 상상하시며 보는 것도 나름의 즐거우실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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