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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리 "달이 떠오를 때마다 기억하라고? 니히힛!"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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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07, 2013 13:59에 작성됨.

창댓에서 동일 제목으로 쓰고 있는 것을 올리고 있습니다.

생각보다는 빨리 올릴 수 있게 되었네요.

하지만 뒷 내용은 12월 말에 올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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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알렉세이 드볼로스키는 트베르 출신 러시아 인이다. 일본으로 이민 온 그는 레슬링 경기장 옆에 편의점을 차렸다. 최근에 일본의 주류법이 바뀌었는지 고국에서 만든 도수 80짜리 보드카를 납품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 80도 짜리 보드카는 술임에도 불구하고 생수보다 저렴하여 러시아 인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그 보드카는 특이하게도 유리병이 아닌 페트병에 담겨있었고 그래서 겉보기에는 생수병과 똑같았다.

어디에 도수 80짜리 보드카를 진열할 지 고민하던 드볼로스키는 결국  주류칸 제일 왼쪽에 보드카를 진열했다. 공교롭게도 에비앙 생수가 주류칸 바로 왼쪽에 진열되어 있었다. 옆에 있는 에비앙 생수때문에 그 보드카는 마치 생수처럼 보였고 그 진열 방법이 비극의 씨앗이 되었다.

P : 이오리에게는 음료수를 사주는 게 좋겠어. 우선 스포츠 음료수를 사야겠지.

프로듀서는 스포츠 음료수인 파워에이드를 집어들었다.

P : 잠깐. 스포츠 음료수는 몸에 빨리 흡수되니까 지속적인 갈증 해소에는 안 좋을 수 있어. 그냥 물도 사가야겠다.

그는 생수도 사려 했다. 처음에는 에비앙 생수를 사려 했던 그였지만 그 오른쪽에 더 크고 더 저렴해보이는 생수가 보였다. 가타가나로 적힌 상품명을 봤더라면 비극을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으나 생수라 지레짐작해버린 프로듀서는 가격표만 보고 보드카를 집어든 뒤 계산대로 향했다.

<경기장>

이오리 : 어디 갔던거야! 이 바보 프로듀서! 한참 찾았잖아!

프로듀서가 도착해보니 경기는 이오리의 승리로 끝나있었다. 10분 정도 자리를 비웠으니 한 판은 끝나고도 남을만한 시간이었으리라. 이오리의 몸에서는 김이 나고 있었고 세라복은 목 주변이 땀에 젖어있었다.

P : 기다렸지? 이오리. 여기 스포츠 음료야.

이오리는 프로듀서가 건넨 스포츠 음료수를 받았다.

이오리 : 흐...흥! 딱히 이런 거 줬다고 우쭐하지 말라고? 초보 프로듀서! 니히힛!

말은 이렇게 했지만 이오리의 얼굴에는 생글생글 미소가 꽃피고 있었다.
다 마신 이오리는 왠일인지 수줍은 듯이 다른 곳을 보면서 말했다. 그 모습을 본 프로듀서는 흡족한 듯 싱긋 미소를 지었다.

이오리 : 뭐야? 왜 웃는거야? 이렇게 해줬다고 그...그닥 기쁘지는 않으니까 말야? 흥!

목마름이 조금이나마 가셨는지 이오리는 언제나 그렇듯이 팔짱끼고 새침맞게 대했다.

P : 목마를텐데 물도 마셔.

프로듀서는 도수 80짜리 보드카를 이오리에게 건넸다. 이오리는 러시아 어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상호를 유심히 봤더라면 무분별하게 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오리의 갈증은 완전히 해소된 것이 아니었고 따라서 이오리는 그대로 병뚜껑을 따서 입에 갖다대었다.

이오리 : 읍? 푸흡! 콜록! 콜록!

다행히도 목을 넘기기 전에 물이 아님을 알아채고 이오리는 뱉어냈다. 하지만 그녀도 평범한 15세 소녀. 술에 대한 내성은 전혀 없었다. 도수 80짜리 독주에 대한 내성은 더더욱.

P : 이오리! 괜찮아?

실질적으로 이오리가 마신 보드카는 몇 방울 남짓이었다. 하지만 계속된 격투로 탈진 직전이었기 때문에 이오리의 몸은 알콜을 견뎌내지 못했다. 온 몸이 터질 듯한 분홍색으로 물들었다. 안 그래도 열을 발산하던 피부는 술기운에 호응하듯 다시금 김을 내기 시작했다. 이오리의 이마는 불덩이처럼 뜨거웠고 게슴츠레하게 뜬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P : 이오리. 미안해...내가 잘못했어.

급히 의료진이 달려와서 식염수 링겔을 놔 주었고 휴게석에서 프로듀서가 계속 부채로 부쳐주고 나서야 이오리는 조금이나마 진정되었다.

P : (의료진이 수액을 꽂은 데에는 이유가 있겠지. 괜히 비전문가인 내가 다른 것을 사 왔다가 상황이 더욱 악화될 지도 몰라. 답답하지만 기다려보자.)

수액이 효과가 있었을까. 이오리는 잠시 뒤 일어났다.

이오리 : 으윽...머리가 깨질 것 같아......

이오리는 프로듀서에게 바보라 핀잔주거나 화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숙취로 인한 고통 때문에 과거의 일에 신경쓸 틈조차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나 숙취로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일을 계속하는 것은 이오리의 오기가 대단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오리가 링으로 향할 때, 다음 도전자가 나타났다.

야요이 : 안녕하세요. 타카츠키 야요이라 해요.

이오리 : ......뭐라고요??

타카츠키 야요이. 765 프로의 타카츠키 야요이와 한자까지 같은 이름이지만 그녀는 엄연히 다른 사람이었다. 나이는 16세. 키는 160cm 이상. 목소리에는 어딘가 쿨한 면이 있었다. 765 프로의 타카츠키 야요이와 이 타카츠키 야요이의 공통점이라 해봐야 머리 모양새 정도였다.

야요이 : 그럼 이번 시합 잘 부탁드립니다!

이오리 : 예...예......

똑 부러진 말투에 어딘가 당차보이는 무명 아이돌. 타카츠키 야요이는 악수를 청했고 이오리는 그 당찬 기세에 눌렸다. 안 그래도 숙취로 제 정신이 아닌 상태였는데다 왠지 자신이 아는 야요이와는 엄청 다르면서도 어딘가 공통점이 있는 사람을 만난 충격때문이었다.

링에 올라선 타카츠키 야요이는 가면을 썼다. 독수리 가면같이 생긴 그 가면은 눈 주변을 가렸지만 코와 입 부분은 전혀 가리지 못하는 가면이었다. 그 가면은 카이바맨 가면이었다. 안 그래도 765의 타카츠키 야요이보다 키가 크고 목소리와 행동, 말투가 달라 765의 타카츠키 야요이를 아는 사람들을 충격에 몰아넣기에 충분했던 그녀였다. 거기에 카이바맨 가면까지 썼으니 프로듀서와 이오리가 받은 충격은 뇌에 각인될 정도라 해도 좋았을 것이다.

경기 시작 종이 울리자 이오리와 야요이는 서로 노려보았다. 빈틈을 찾기 위해서였다. 한순간 이오리는 숙취 때문에 비틀거렸고, 그 틈을 노린 야요이는 이오리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오리는 비록 오빠들에 비해서는 미숙할지언정 미나세 고 무술의 계승자 중 1명. 곧바로 회피하여 야요이의 등 뒤에 섰다. 야요이 목 뒤에 춉을 날린 이오리는 이 반격을 계기로 경기의 흐름을 자기 뜻에 맞게 바꾸려 했다.

야요이 : 또 때릴 거에요?

이변은 그 때 일어났다. 몸을 갑자기 움직인 탓에 이오리의 숙취가 다시 악화되었고 그로 인해 이오리의 정신이 흐려졌다. 그런 상황에서 야요이의 말은 이오리를 망설이게 만들었다.

야요이는 이오리가 잠시 망설인 틈을 놓치지 않고 앞주머니에서 반칙 도구를 꺼냈다. 어디까지나 예능으로서의 격투를 함으로써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타카츠키 야요이가 이 경기에 나온 목적인지라 꺼낸 반칙 도구는 꽤나 재미있는 것이었다. 핫소스로 무친 숙주나물이었다.

이오리 : 켁! 켁! 매...매워!

이오리의 입 속에 핫소스로 무친 숙주나물이 들어가고 나서야 이오리는 숙취에서 완전히 깨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입 안의 매운 숙주나물이 이오리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 틈을 노려 야요이는 두 팔을 모아 뒤로 당기는 듯 하더니 밀치듯 이오리를 강타했다.

파동권

미국의 프로레슬러 케니 오메가가 사용하여 유명해진 기술이다. 원래 풍림 화산류의 기술 중 하나였던 파동권은 케니 오메가란 레슬러가 쇼맨십으로 사용하면서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명치에 파동권을 맞은 이오리는 순간 비틀댔다.
하지만 미나세 이오리는 미나세 고 무술을 미숙하게나마 전수받은 몸.
반면에 타카츠키 야요이는 레슬링 무대에서 단련되었다 해도 이오리에 비하면 훈련 받은 햇수가 다르다.
그렇지만 그런 미나세 이오리도 15세 소녀. 게다가 5명째 싸운데다 보드카 때문에 지친 상태.

야요이는 끝장을 보기 위해 자신의 필살기를 쓰기로 결심했다.

야요이 : 분쇄!

야요이는 그렇게 외치며 링 반대편으로 갔다.

야요이 : 옥쇄!

다음 순간 야요이는 링 기둥 위로 올라갔다.

야요이 : 대갈채!

야요이는 크게 외치고는 그대로 점프하여 이오리를 덮쳤다.

야요이식 버스트 스트림.

눈 앞의 적을 깔아 뭉개 분쇄하고 대갈채를 받고 싶다는, 뒷부분만은 아이돌다운 소망을 담고 만든 기술이다.

미나세 이오리는 야요이의 버스트 스트림을 맞을 경우 버티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피하기에는 늦은 상황. 따라서 이오리는 다른 선택을 한다.

이오리 : 흐앗!

이오리는 살짝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야요이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다. 여기서 이오리는 역발상으로 뛰어올라 땅으로 낙하하는 야요이의 턱을 발차기로 강타했다.

외식 백합꺾기

미나세 고 무술의 기본기 중 하나로 점프한 뒤 드롭킥에 가까운 자세로 발차기를 가하는 것이 특징이다. 자신보다 덩치가 크거나 점프한 상태인 상대를 공격할 때 유용한 기술이다.

턱을 맞은 야요이는 나뒹굴었다. 양 손으로 턱을 감싸안은 모습은 매우 안쓰러웠다. 이오리가 뒹굴고 있는 야요이를 KO시켰다고 생각한 순간! 야요이는 주머니에서 마지막 반칙 도구를 꺼냈다. 야요이는 이오리의 멱살을 잡고 고개를 최대한 뒤로 젖혔다. 이오리가 멱살을 잡힌 데 놀라기도 전에 이오리는 짜릿함을 느끼게 되었다.

일렉트리거

90년대의 유명한 격투가, 니카이도 베니마루가 KOF에서 선보였던 기술이다. 상대방의 멱살을 잡고 전격을 먹이는 기술이지만 야요이는 니카이도 베니마루처럼 전격을 낼 수 없었기에 경기용으로 약화된 전기 충격기를 이용했다. 당연하지만 전기 충격기는 살짝 짜릿한 느낌만 느끼게 할 뿐 신체에 큰 피해는 가지 않도록 설계되었다. 하지만 상대방의 혼을 빼놓는 데는 충분한 자극이었다.

이오리 : 히익!

전기 충격으로 깜짝 놀란 이오리는 자기도 모르게 놀란 소리를 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이오리는 야요이의 손을 뿌리치는데 성공했다.

야요이 : 으으...턱이 아파요. 하지만 저도 무명 생활을 청산하고 싶어요! 이대로 질 수는 없어요!

야요이는 굳은 투지를 보이며 다시 싸울 자세를 취했다. 이런 야요이를 본 이오리는 야요이가 지치는 속도보다 자신이 지치는 속도가 더 빠를 것임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오리는 최대한 빠르게 경기를 끝내기로 마음먹는다.

이오리 : 이얍!

야요이 : 말도 안돼! 어디서 이런 힘이!

이오리는 놀랄 만한 속도로 달려들어 야요이를 붙잡고는 반대로 돌렸다. 그 다음 이오리에게 바운드 당한 야요이는 링 바닥에 쓰러졌다. 이오리는 야요이에게 미나세 고 무술 203식 퇴춘을 사용한 것이다.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야요이는 링에 눕혀진 채 이오리가 눌러 일어나지 못하게 되었다. 야요이에게는 천장의 전등이 너무나도 밝게 보였다.

야요이 : 으으...일어나지 못하겠어요. 저 진 건가요? 이오리 씨?

이오리 : 응.

이오리는 누워있던 야요이에게 손을 건넸다. 이오리보다 키가 컸던 야요이는 이오리의 부축을 받고 일어났다.

야요이 : 그러고 보니 765 프로시죠?

이오리 : 뭐 그렇지~ 달이 뜰 때 마다 이 슈퍼아이돌 이오리를 기억하라고?

이오리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 다음 야요이가 한 말은 이오리에게 조금은 놀라운 것이었다.

야요이 : 765 프로에도 타카츠키 야요이 씨가 있죠?

이오리 : 잠깐! 그걸 어떻게?

야요이 : 아는 사이니까요. 그 야요이처럼 귀엽게는 할 수 없겠지만...

야요이는 이오리를 내려다보며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쾌활하게 말했다. 워낙 지쳐서 이오리가 듣기에는 힘빠진 소리였지만 말이다.

야요이 : 웃우-어서오세요. 싸움의 세계에...

경기가 끝나고 이오리는 링에서 내려왔다. 계단을 내려갈 때 이오리가 비틀거린 것을 본 프로듀서는 이오리에게 걱정하는 어조로 물었다.

P : 이오리...정말로 괜찮겠어? 병원이라도...

이오리 : 시끄러워! 이 바보 프로듀서!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이오리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얹혀있었다. 그간의 서러움이 터진 것이다. 원치도 않았던 격투기, 학교 수영복, 10대1로 싸우라는 가혹한 조건, 보드카 마신 상태에서 낫자마자 경기 진행, 야요이와 닮은 사람과의 싸움... 이미 한참 전에 15세 소녀로서 견딜 수 있는 시련의 강도를 넘었다. 이오리가 지금까지 버틴 것이 용할 지경이었다.

이오리 : 으...으흑...히끅!

이오리는 말을 잇지 못했다. 목이 메었기 때문이었다.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던 이오리는 눈물을 닦기 시작했다.

P : 이오리! 정말 미안! 이오리의 마음도 몰라주고. 내게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은 없어.

프로듀서는 진심으로 사죄했다. 90도 각도로 허리를 숙여 사과를 청했다. 이오리는 반응이 없었다.

P : 무슨 말을 해도 변명으로 들리겠지. 그렇다면 나도 사죄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다음 순간, 프로듀서의 행동에 이오리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프로듀서가 무릎을 꿇더니 그대로 몸을 앞으로 숙였기 때문이었다. 프로듀서는 일본식 큰절로 사죄하고 있었다.

이오리 : 뭐하는 거야? 이 바보 프로듀서! 이런다고 끝날 거라고 생각하는거야?

P : 아니. 생각하지 않지만 이렇게 사죄하는 것 이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프로듀서는 일어나지 않았다. 하긴 응급 치료가 성공적고 실수였다지만 어린 아이돌에게 독주를 먹이고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책임은 컸다.

이오리 : 일어나. 프로듀서.

P : 아니. 정말 미안. 이오리가 받았을 고통에 비한다면...

쾅!

휴게실에서 사죄 문제로 실랑이는 이오리가 나감으로써 끝이 났다.

<복도>

이오리는 화장실에서 세수했다. 그 때 화장실 근처 복도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야요이 : 그럼, 다음 행사장은 지하철로 다섯 정거장 가야 한다고요?

이오리는 전화 내용을 듣고 전화 받는 주인공을 보았다. 아까 자신과 싸웠던 타카츠키 야요이였다. 야요이가 휴대전화로 전화를 받고 있었다. 의아해진 이오리는 좀 더 가까이 갔다. 스케쥴 관리에 프로듀서가 전혀 없다는 것이 이상했기 때문이었다.

야요이 : 네...알겠어요.

전화를 끊은 뒤, 야요이는 한숨을 땅이 꺼지도록 쉬었다. 그런 야요이에게 이오리는 다가갔다.

이오리 : 무슨 일이야? 프로듀서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

야요이 : 아무것도 아니에요. 우리 쪽은 프로듀서대신 매니저가 일해요.

원칙적 프로듀서와 매니저의 역할은 다르다. 매니저가 아이돌의 일정만 챙긴다면, 프로듀서는 아이돌의 일정은 물론이요 아이돌의 컨셉과 출연 시의 행동도 챙기기 때문이다.

야요이 : 우리쪽은 영세한 기획사라서요. 매니저가 사무원도 겸해요. 그래서 아이돌에게 일정을 전화로 통보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이오리 : 저기...그 쪽 기획사에는 아이돌이 몇 명인지 물어봐도 돼?

야요이 : 세 명인데요?

이오리는 다시금 생각했다. 765 기획사에도 리츠코까지 합해 프로듀서가 두 명이고 사무원 코토리 씨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프로듀서에게 사무원 역할이 없는 것은 아니다. 또한 매니저보다 더 세세한 사항까지 관리하는 프로듀서는 아이돌을 따라다니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765 기획사의 아이돌은 12명, 프로듀서 한 명 당 6명의 아이돌을 감당해야 한다.

이오리는 다시 휴게실로 갔다. 프로듀서는 무릎꿇고 고개를 푹 떨구고 있었다.

이오리 : ......이제 일어나. 이 바보 프로듀서.

P : 미안...이오리.

이오리 : 아~ 정말! 이제 됐어! 사과 받아줄테니까 일어나!

이오리는 짜증난 듯 프로듀서에게 퉁명스럽게 답했다. 잠시 정적이 있었고 그것을 깨려는 듯이 이오리는 말했다.

이오리 : 착각하지 말라고? 그게...그래! 일 때문에 이번에는 넘어가 주는 거야! 이번 일은 두고 두고 잊지 않을테니까 각오하고 있어! 흥!

이오리는 인상을 찌푸리며 새침스럽게 말했다. 프로듀서는 그런 이오리의 모습을 보고 예전의 이오리로 돌아왔다고 생각했다.

여섯번째 경기가 시작되었다. 여섯번째 도전자가 나오는 것을 이오리는 볼 수 있었다.
도전자는 딱 이오리만한 키였다. 대머리인 그는 중절모를 쓰고 있었고, 라이더 자켓를 입고 있었다. 동그란 선그라스를 끼고 손에는 검은 장갑을 낀 그는 링에 올라서자마자 라이더 자켓을 벗어던졌다.

이오리 : 푸훕!

이오리는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겨우 참았다. 던진 라이더 자켓의 등 부분에 '대머리는 정력!'이라 한국어로 적혀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한글을 읽을 수 없었지만, 미나세 이오리는 9개 언어(일본어, 한국어, 중국어,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러시아어, 라틴어)를 배웠기 때문에 읽을 수 있었다.

해설자 : 네. 최번개 선수 입장하네요. 한국의 격투가죠?

해설자 2 : 소문에 의하면 김갑환이란 한국 격투가에게 KOF에 끌려다니다가 겨우 도망쳤다고 합니다.

해설자 : 아~ 저도 KOF는 몇 번 관전해봐서 잘 알죠. 그런데 최번개 선수의 트레이드 마크인 쇠손톱은 오늘 착용하지 않았나보네요.

해설자 2 : 초심자인 아이돌을 상대로 쇠손톱은 너무 가혹하니까 그렇죠.

해설자 : ......6명째 버티고 있는데다 전 경기에서는 전기 충격기도 허용되었는데요?

해설자 2 : ......뭐 그 전기 충격기는 주최측에서 검증한 도구고, 미나세 이오리양이 격투에 천부적 재능을 갖고 있는 것이겠죠. 게다가 타카츠키 야요이 양은 격투가인 최번개 씨와는 달리...

해설자들이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미나세 이오리와 최번개는 서로에게 인사했다. 이오리는 이제까지와의 상대와는 다른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었다. 상대방은 전과자 출신에 10년 이상 격투계에 몸을 담은 자. 이제까지의 상대와는 격이 달랐던 것이다.

최번개 : 너. 내 자켓의 문구를 보고 웃었지?

이오리 : (뜨끔!)

최번개 : 한글을 알테니 한국어도 알겠지?

최번개는 선글라스를 벗고 주머니에 집어넣고는 한국어로 말했다.

최번개 : 미나세 가문인가......나 혼자서도 충분하다.

이오리 : 우리 집을 안다는 듯이 말하시네요?

이오리도 한국어로 응수했다.

최번개 : 물론. 네 아버지께 KOF에서 여러 번 신세 졌지.

이오리 : 전 미나세 가문으로서 여기 선게 아니에요. 아이돌 이오리로서 여기 섰지.

최번개 : 글쎄...백날 부정해봐도 사람들은 널 이오리가 아닌 미나세의 영애로 볼 걸? 끌끌끌...

이오리 입장에서는 자신에게서 아버지의 그림자만 보는 최번개가 짜증나는 사람이었다. 그런 시선이 싫어서 아이돌 업계에 뛰어들었는데 그렇게만 보는 사람이 또 눈 앞에 보이니 짜증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오리는 주먹 쥐고 자세를 취했다.

이오리 : 키잇!...더 이상 말은 필요 없겠죠?

다음 순간, 경기 시작 종이 울렸고 최번개는 이오리에게 돌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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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편과는 아마도?상관없을 두 번째 이야기>

아즈사 : 어머나!

765프로의 아이돌 미우라 아즈사. 또 길을 잃은 듯 하다. 이번에 그녀는 산골짜기 오솔길 한복판에 있었다. 어떤 경로로 길을 잃은 건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아즈사 : 저기요!

사람을 발견한 아즈사는 그리로 뛰어갔다. 붉은 옷을 입은 소녀에 키는 160cm이 안되어보였다. 푸른 천으로 동여맨 칼을 갖고 있던 소녀는 히비키의 활달함과 타카네의 우아함을 겸비했다.

??? : 누구시온지? 기묘한!

긴 생머리 흑발과 강해보이는 팔다리는 히비키와 닮아 있었다. 눈매와 예스러운 말투는 타카네와 닮았다.

아즈사 : 왜 그러시나요?

??? : 복장이 기묘하나이다. 그대 일본어가 유창한 것을 보니 양이가 아니구려.

아즈사 : 어머나. 양이? 외국인을 말하는 거에요? 저는 일본인이에요.

아즈사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아즈사 : 실례지만 이 산을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제가 길을 잃어서요.

정체불명의 소녀는 길을 알려주었다.

아즈사 : 고맙습니다. 실례지만 성함이 어떻게 되나요? 저는 미우라 아즈사라 해요.

??? : 소저 타카네 히비키라 하옵니다.

아즈사 : 어머! 제 동료들 이름과 비슷하네요! 언제 기회되면 공연 때 보러와주세요?

히비키 : 발길 닿으면 가겠소.

미우라 아즈사와 타카네 히비키는 대화가 끝나자 각자 제 갈 길을 갔다.

<본문과는 아마도? 상관없을 세번째 이야기>

타카츠키 야요이는 영세한 기획사의 아이돌이다. 그녀가 속한 기획사는 영세해서 프로듀서조차 없다.

야요이 : 하아...이번 달 생활비도 빠듯하네.

시장에서 장보던 야요이는 지갑을 보고는 한숨쉬었다. 상경한 지 얼마 안 된 그녀에게 혼자서 도시 생활 하는 것은 힘들었다. 그 기분을 바꿔준 쾌활한 목소리가 시장 바닥에서 울려퍼지고 있었다.

??? : 웃우! 기뻐요! 감사합니다!

13살쯤 되어보였을까. 자기보다 어린 아이였음은 확실했다. 키는 자기보다 15cm 정도 더 작아보였고, 머리 모양은 자신과 똑같이 트윈테일이었다. 그 아이는 오렌지 색 옷을 입고 있고 목에는 개구리 모양 가방을 걸고 있었다.

아이의 목소리는 정말 쾌활했다. 야요이도 쾌활한 목소리를 가졌지만 자신은 쿨하게 쾌활한 목소리였고 저 아이는 명랑하게 쾌활한 목소리였다. 아이는 재미있게도 두 팔을 높이 든 채 인사하고 있었다. 자신과 다른 듯 비슷한 아이에게 흥미를 느낀 야요이는 그 아이에게 갔다.

야요이 : 저기...이름이 뭐에요?

??? : 우......누구세요?

야요이 : (내 이름은 밝히지 않고 다짜고짜 물어보니 경계하는 건가?)

야요이 : 언니는 나쁜 사람이 아냐. 언니는 타카츠키 야요이라고 해.

??? : 어? 우와!! 굉장해요!

야요이 : 어...어?

??? : 제 이름도 타카츠키 야요이! 13세에요!

타카츠키 야요이(高槻 やよい, 765 ver)와 타카츠키 야요이(高槻 やよい, 제노그라시아 ver)의 첫만남은 이렇게 우연히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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