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I want - 내가 알고 있는 그 사람들

댓글: 2 / 조회: 459 / 추천: 4


관련링크


본문 - 11-23, 2018 10:43에 작성됨.

사무소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왔다. 아즈사 씨였다. 19살의 아즈사 씨는 대학생이었다. 허리 아래까지 오는 긴 머리에 훌륭한 프로포션은 여전했다. 아무리봐도 19살 같지 않다. 눈이 호강하는 느낌이다. 



물론 사무소에 오는데 2시간 정도 늦었다. 아즈사 씨가 얘기하는 것을 들어보니 교토를 찍고 온 것 같다. 선물로 생 야츠하시를 사왔다. 정말 보손 점프라도 하는 걸까, 저 사람은. 물론 사다준 야츠하시는 코토리 씨와 맛있게 먹었다. 물론 사장님과 리츠코 몫도 당연히 남겨놨다. 그 자리에서 다 먹어치워 버릴 정도로 내가 나쁜 사람은 아니다. 



먹는 것은 '이전'과 큰 차이를 보이는 것 중 하나다. 먹는 양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 정식 1인분도 다 먹으면 엄청 배부르다. 다 못 먹을 때도 있다. 대신 간식이 늘었다. 몸이 단 것을 찾는 느낌이다. '이전'에도 단 것은 좋아하긴 했지만, 주전부리는 거의 찾지 않았다. 지금은 자주 먹는다. 베이킹을 하고 있는 것도 이유일 것 같다. 단 것과 커피의 조합은 최고다. 그러니 괜찮다.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 나중에 미무라를 만나면 얘기해줘야지. 이 유행어는 이제 제 겁니다.



레슨 시간 전까지 아즈사 씨, 코토리 씨와 함께 대화를 했다. 대책없는 쇼와 시대 급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정도가 꽤 심했다. 3년 정도 노력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요~? 라니, 세상에. 그 때면 언니 스물 넷이에요. 하긴, 앞으로의 765를 봐도 바바 코노미 언니(웃음)이라던가, 옆 사무소의 히이라기 댁이라던가 타카하시 씨라던가를 생각해보면 많은 것도 아닌가. 아베 나나, 17세... 푸훗. 생각난 김에 나중에 아키하바라에 가게되면 나나씨를 찾아봐야겠다.



아즈사 씨를 모시고 연습실로 가서 선생님과 인사를 했다. '모시고' 간거다. 눈만 떼면 어디로 갈지 아무도 모르는 사람이다. 앞으로도 신중에 신중을 기하자. 손을 꼭 잡고 가고 있자니 아즈사 씨가 '아라아라...' 라면서 부끄러워 했다. 다 큰 어른이 무슨 소리야. 



오늘은 견학만 하시는 것으로 하고, 나만 레슨을 받았다. 오늘도 댄스 레슨이다. 손과 손가락의 움직임을 끝까지 집중해서 펼쳐낸다. 동작은 크게, 그러면서 절도있게. 아직 오른손이 원하는 만큼 움직여주지 않는게 아쉽다. 거울 건너편의 아즈사 씨 눈이 커지는 것이 보인다. 조금 우쭐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다. 아즈사 씨에게 보여주는 의미에서 조금 더 힘냈다. 

데뷔를 앞두고 댄스 쪽에 치중하고 있는데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처음 한 두달은 댄스 레슨을 못하긴 했지만, 그래도 근 반 년 동안 댄스에 치중해서 레슨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댄스 수치는 30이다. 45-30-40이다. 다른 쪽은 오르지도 않았다. 잘 안올라간다. 조금 초조하다.



며칠 뒤, 다 같이 회식을 했다. 오늘도 고기다. 항상 말하지만 고기는 언제나 옳다. 아즈사 씨까지 다섯 명이 된 사무소이기에 두 테이블을 점령했다. 평소에는 내가 고기를 굽는 담당이었지만 오늘은 리츠코와 같이 굽는다. 아즈사 씨가 내 옆에, 코토리 씨가 맞은편에 앉았다. 고기를 구우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아즈사 씨는 익히 알고있는 것 처럼 직접 지망해서 들어온 케이스였다. 운명의 사람에 대한 갈망. 어떤 의미에서는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의외로 집착있을 것 같다. 아즈사 씨가 얀데레로 돌아서면 무서울 것 같다. 히익. 

열심히 고기를 굽고 있는 와중에 아즈사 씨가 물었다.



"하루카 짱은 언제나 손목에 보호대를 하고있네."



리츠코가 움찔했다. 왜 언니가 더 놀래? 코토리 씨도 안절부절 못 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사장님도 난감한 표정이 되었다. 며칠 보지도 않은 사이이니 민감한 문제라고 생각되긴 한다. 그래도 뭐, 아즈사 씨면 괜찮지 않을까. 어디 가서 떠벌리고 다닐 사람도 아니고. 내가 765의 중심이자 리더라면, 아즈사 씨는 765의 맏언니 같은 느낌이고. 



"아, 뭐... 별 건 아니고."



보호대를 빼고 오른손 손목을 보여줬다. 아라, 하면서 아즈사 씨가 놀랐다. 당연한 수순으로 자살 시도와 기억에 대한 설명을 했다. 아즈사 씨가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딱히 사과받을 일은 아닌데. 왜 고기만 먹으러 오면 이런 분위기가 되는지 모르겠다. 내가 고기를 굽고 있어서 그런가? 고기 굽는 손 때문에 잘 보이는게 문제인가? 흠, 리츠코나 코토리 씨는 이제 익숙해 질 때도 됬지 싶은데. 그렇다고 아즈사 씨에게 고기를 굽게 할 수는 없잖아. 얼른 유키호가 와서 구워줬으면 좋겠다.



내가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즈사 씨는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아프면 아프다고 이야기해도 된다고 했다. 수술도 무사히 끝났고 재활도 어느 정도는 끝났다. 가끔 손 끝 쪽이 저리거나 할 때가 있긴 하지만. 그러니 정말 괜찮다고, 아프지 않고, 미안해하실 필요도 없다고 했다. 그러자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고, 그 아즈사 씨가 드물게도 화를 냈다. 아이는 좀 더 아이답게 있어도 된다는 취지인 것 같다. 어떻게 그런 소리를 웃으면서 할 수 있냐고 했다. 난 정말로 괜찮은데. 속은 아저씨라구요? 그렇지만 그렇게 이야기할 수는 없으니 그냥 웃었다. 아즈사 씨가 안아줬다. 요새 여기저기 자주 안기는 것 같다. 기분이 좋았다. 아니, 아즈사 씨가 말랑말랑해서 좋은 것 만은 아니야. 그것도 좋긴 하지만. 역시 이 사무소에는 좋은 사람들 뿐이다. 너무 착해 빠져서 사기라도 당하는게 아닐지 걱정될 정도다. 잘 감시하도록 하자.



술이 들어가면서 울적해졌던 분위기가 조금씩 밝아졌다. 주정뱅이가 늘었다. 그러고보니 아즈사 씨도 술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내가 알고 있던 '안 쪽의 사람'과는 달리 맥주 정도인게 다행이다. 술도 잘 못먹는 사람이 치아킹처럼 위스키라던가 마셔대면 감당할 수가 없다. 주로 나 말고 리츠코가. 

주정뱅이 파티에 끼어있으면 혼란스러울 것 같아 조금 일찍 자리를 떴다. 리츠코가 '너 이 녀석! 도망가기야!' 라면서 성질을 냈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주고 빠져나왔다. 1 따봉 드렸습니다 ^^7






기다리던 유키호가 왔다. 미키와 같이 왔다. 이제 야키니쿠 집에서 회식을 해도 고기 굽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오른손으로 고기를 굽다보니 필연적으로 보호대가 눈에 띈다는 것을 깨달았다. 깨닫는게 너무 늦었다. 그러니 이제 고기 굽기 담당은 유키호다. 오히려 다른 사람이 구우면 유키호가 화낼거다.

소개 하다 말고 땅을 파는 것을 봤다. 정말로 바닥 타일을 삽으로 뚫어버리는 것을 보고 기겁했다. 그 삽, 비브라늄인가? 삽은 예로부터 유키호의 대명사였다. 그 힘은 시리즈 대대로 이어져왔지. 아니, 애초에 저 삽은 어디서 나온거야.



미키는 나오 씨가 끌고왔다. 문자 그대로 끌고왔다. 끌고 와서 소파에 던졌다. 세상에.



"호시이 미키인거야. 14살인거야. 그럼 안녕."



그리고 다시 잤다. 세상에.



유키호는 오는 도중에 조금 트러블이 있었다고 한다. 아버지 회사의 차를 타고 사무소 근처에 내렸지만, 정확히 어떤 건물인지 헤매고 있었다고 한다. 응, 못 알아보게 생긴 건물이긴 하지, 우리 사무소가. 그 때 미아인 줄 알고 어떤 사람이 말을 건 것이다. 문제는 남자였다는 거다. 히익─! 하면서 울상을 짓고 있는데, 누가 와서 도와줬다고 한다. 한 대 때리고 말로 풀었다고 한다. ...??? 한 대 때렸는데 어떻게 말로 풀었다는거야? 어쨌든 리츠코가 가서 고맙다고 인사하고, 나중에 사례를 위해 명함도 줬다고 한다. 물론 양 쪽 다 에게. 도와줬다는 사람은 주먹이 먼저 나가는 타입인 것 같으니 사무소에 오더라도 나는 되도록이면 마주치지 않도록 해야겠다.



아즈사 씨는 체력이 없는 편이었고, 유키호와 미키는 아직 본격적으로 레슨을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유키호는 아즈사 씨와 비슷한 이유로, 미키는 유토리이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레슨을 하기 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나야 이 시스템 때문이라도 다른 아이들과 같이 레슨을 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그런 이유로 아직까지는 혼자서 레슨을 하고 있었다. 아즈사 씨에게는 리츠코가 붙어서 선생님과 같이 가르치고 있다. 왠지 앞 날이 캄캄하다.



이 세계선이 어느 스토리 라인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리츠코가 프로듀서로 전향할 계획이 있는 것은 분명해보이니 아마도 아이돌마스터2나 애니마스 쪽이 아닐까 싶다. 어느 쪽이든 간에 프로듀서가 오기 전 까지는 지지부진한 상태를 유지할 것이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라도 내가 어느정도 인지도를 갖추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리츠코의 일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그게 좋을 것 같다. 코토리 씨가 월말 정산 할 때 마다 죽을 상을 짓는 것도 양심에 찔린다. 세계선 자체를 붕괴시키지 않을 정도까지만 열심히 활동하도록 하자.



사장님께 부탁하여 본격적인 데뷔 노선을 진행하기로 했다. 싱글 앨범을 발매하는 것과 동시에 지역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능력치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잘 오르지 않는다. 

싱글 앨범에는 1곡만 담기로 했다. 예상했던 것과 같이 첫 곡은 '태양의 젤러시'였다. 다행히 내 보컬 실력은 갓 데뷔하는 아이돌치고는 괜찮은 편이라고 선생님이 말했다. 진. 태양의 젤러시 (웃음) 같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 같아 다행이다.

앨범 발표와 동시에 아이돌 활동을 개시할 수 있도록 행사의 오디션도 병행했다. 오디션 역시 레슨을 하는 것 처럼 별도의 UI가 표시되었다. 심사위원들의 성향이 색상으로 표시되었고, 프로모션 할 때에는 현재 상황의 Good/Bad가 표시되었다. 아이돌마스터1, 2와 원포올이 섞인 느낌이다. 짬뽕이다. 알아보기 힘들다. 역시 UX 디자인이 엉망이다. UI팀이 잘 못 했다. 그래도 간략하게나마 표시되는 정보 덕분에 실시간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이나, 심사위원들에게 보일 어필 포인트를 계산할 수 있었다. 없는 것 보다는 나으니 됬다.



덕분에 바빠졌다. 학교에 다시 정식으로 공문을 보내 아이돌 활동으로 인한 등교 일수 조정을 요청했다. 아마가세 토우마의 일도 있어서인지 생각보다 원만하게 처리됬다. 담임 선생님은 학교에서 연예인이 두 명이나 나왔다며 좋아했다. 친구들에게 리츠코의 사인을 가져다주었더니 신처럼 떠받들어졌다. 리츠코의 라이브가 있을 때에는 티켓도 가져다주기로 했다.



가능한 한 학교를 빠르게 마치고 사무소로, 레슨과 녹음 진행. 오디션 같은 일정이라도 잡히면 학교는 조퇴다. 집으로 향하는 시간은 보통 밤 11시다. 집에 가면 1시. 집에 가자마자 씻고 잔다. 그리고 새벽에 일어나 가볍게 운동을 하고 등교. 많이 자야 하루에 5시간정도 자는 것 같다. 죽을 것 같다. 그래도 목표가 보이니 힘낼 수 있다. 물론 데뷔가 끝은 아니다. 오히려 이제야 스타트 라인에 섰다. 그래도 '이전' P로서, 아마미 하루카로서, 하고 말 거다. 해내고 말 것이다. 그렇게 다짐하며 교실로 들어갔다. 안녕~ 하고 



"하루카! 축제에 나온다며!"



인사를 끝마치기도 전에 친구가 달려들었다.

그걸 왜 나보다 너희들이 먼저 알고 있는거냐.






축제 위원회 측에서 사무소 쪽으로 연락도 하기 전에 포스터부터 만들어 배포했다고 한다. 아니, 세상에 어떤 행사에서 정식 계약하기도 전에 포스터부터 파는 경우가 있어? 일 처리 하는 꼬라지보소. 내 밑에 있는 애가 이딴 식으로 업무 진행 해놨으면 아주 작살을 내놨을거다.

사장님이 직접 항의를 했고, 위원회 측에서도 순순히 인정하고 사과했다. 덕분에 참여하는 나로서는 조금 편해질 것 같다. 무슨 말을 해도 일단은 들어줄테니. 



사장님과 리츠코에게 이야기해서 나는 셀프 프로듀스를 진행하기로 했다. 리츠코는 반대했지만, 지금까지 리츠코를 따라다니며 반 년 간 쌓인 경험이나, 리츠코 옆에서 얼굴 도장 찍은 것을 내세우며 설득했다. 그래도 사장님의 연줄을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 리츠코가 활동했던 것 처럼 사무소의 지원을 받으며 진행하기로 했다. 당연하지. 내가 무슨 힘이 있다고.

덧붙여 리츠코는 아이돌 활동을 그만두기로 했다. 지금까지 잡혀있는 2개월 정도의 일정까지만 소화하고, 은퇴 라이브를 진행하는 것으로 아이돌 활동을 마감할 예정이다. 다시 한 번 생각해줄 수 없냐며 붙잡아봤지만 리츠코의 의지가 너무 확고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내 성장을 보며 자신은 아이돌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빛나는 아이돌을 서포트하는 것이 자기 역할이라나. 헛소리를 하길래 때려버렸다. 에잇, 촙이에요!



데뷔 무대는 지역 축제의 행사장이었다. 지역 아이돌이 첫 무대를 장식하고 두 번째가 나, 세 번째가 아마가세 토우마다. 네 번째가 메인 무대. 대기실에서 마주칠 수 있을 것 같다. 재밌는 일이 일어날 것 같다. 안 일어나면 만들거다.



즐거움 반, 기대 반, 떨림 반으로 행사를 준비했다. 태양의 젤러시는 안무가 크지 않아 다행이었다. 아직 내 춤 실력은 나도 못 미더운 수준이다. 데뷔 무대에서 넘어지기라도 하면 큰 일이다. 역대급 흑역사다. 향후 10년 간 놀림거리 확정이다. 조심해야겠다.

다행인 점은 '돈가라갓샹' 정도는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 의문이었다. '아마미 하루카'는 넘어지는 것이 특징일 정도로 넘어지고, [돈가라갓샹]이라는 전용 단어까지 있다. 근데 어째서 다치지 않는거지? 따로 낙법을 배운 적도 없는데. 그리고 그 부분은 아직도 의문이다. 호기심을 해결해줄 것 처럼 해놓고 결론이 왜 그러냐고? 나도 모르는데 어찌 알겠나. 사건 전의 '하루카'도 딱히 그정도로 넘어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사실 저 정도면 정상은 아니라고 본다. 병이지, 저건. 반고리관에 이상이라도 있는게 틀림없다. 남 이야기라고 막말하는 것 같지만 사실 내 얘기다. 그러니 상관없을거다. 뭐래는거야.



앨범은 지역을 중심으로 매장에 배포되었다. 리츠코와 코토리 씨, 아즈사 씨가 몇 개씩이나 사줬다. 유키호도 한 장 샀다. 미키는 모르겠다. 학교에 가니 친구들도 한 장씩 샀다. 고맙다고 인사하고 사인을 해줬다. 첫 사인이다. 나중에 유명해지고 나서 비싸졌다고 팔면 안된다고 했다. 당장 팔아버리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헤드락을 걸어줬다.

친구들은 당연히 데뷔 무대에도 오겠다고 했다. 실수하는 장면을 놓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선보였다. 절대로 실수하면 안되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 번 했다.



그리고 결전의 날이 밝았다. 평범하게 마을 단위 축제의 무대이다보니, 사람이 많지는 않아보였다. 관객이 너무 적잖아! 나 아이돌 그만둘래! 하면 되는 각인가. 하루카붐 (폭탄적인 의미로) 을 일으킬 생각은 없으니 넘어가자.

친구들과 사무소 분들이 한 자리를 차지했고, 어머니와 아버지도 오셨다. 아버지는 무려 연차를 내고 오셨다고 한다. 응원이 되었다.



리츠코와 함께 대기실에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765프로덕션 소속의 아마미 하루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씩씩하게 인사를 했다. 최대한 싹싹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좋다. 어차피 다들 연예계 선배님들이거나, 관계자 분들이다. 인상이 나빠 좋을 일은 단 하나도 없다. 방긋방긋 웃으며 개별적으로도 인사를 했다.



아마토우에게 인사하니 '흐응, 니가...'라는 알 수 없는 반응을 보였다. 쿠로이 사장님에게 무슨 말을 들은 걸까? 아니면 학교 후배로서 이야기한 걸까.



"같은 학교 2학년의 아마가세 토우마다. 앞으로 학교에서 마주칠 일도 있겠지. 딱히 후배라고 봐줄 생각은 없어. 부탁인데 다리를 잡는 일은 없도록 해."



뭔 헛소리야, 저게. 정신이 나가셨나. 츤데레에 데레가 없으면 평범한 민폐라는 걸 깨닫지 못한 티가 너무 많이 난다. 앞으로도 저럴 예정인게 더 어처구니가 없다. 리츠코가 울컥했다. 손을 뻗어 막고 내가 앞으로 나섰다.



"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아마가사키 료우마 선배님!"

"조금씩 틀리지 마! 내 이름은 아마가세 토우마다!"

"네! 오니가시마 라세츠 선배님!"

"'가'밖에 맞는게 없잖아! 일부러 그러는거냐!"

"실례, 혀를 깨물었어요!"

"아니, 일부러다!"

"혀 깨물었어요, 피핀 이타바시 선배님!"

"글자 수 밖에 맞는게 없잖아! 누가 봐도 일부러잖냐! 내 이름은 아마가세 토우마라고!"



하치쿠지 식 만담에 도전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음. 만족스러워. 리츠코가 쓴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데뷔 무대는 무리 없이 진행되었고, 앨범 판매도 조금이지만 늘었다.

드디어 D랭크 아이돌에 등록되었다.

이제 한 걸음, 이라는 느낌이다. 좋아, 좋아.






17.

사무소에 사람이 또 늘었다. 슬슬 메인 스트림이 오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여기저기 바쁘게 활동하고 있는 와중에 사장님과 리츠코가 오디션을 진행했고, 최종적으로 야요이와 이오리, 후타미 자매, 히비키까지 다섯 명을 선정했다고 한다. 다섯 명이 쪼르륵 서 있으니 비슷해보인다. 어쩌니, 우리 히비키 쨩.



"우갸─! 자신은 소학생이 아니라고! 왜 이렇게 묶인 건데!"



아니, 그렇게 이야기하셔도... 비주얼 상... 어쩔 수가 없...잖니. 불쌍한 우리 히비키.



"저기저기, 있잖아."



응? 후타미 언니가 갑자기 나를 붙잡았다.



"하루룽은 이미 데뷔한거지?"



보자마자 하루룽인가. 역시 여러모로 대단한 쌍둥이야.



"응, 후타미 양. 아직 병아리이긴 하지만, 앨범도 나왔고 데뷔 무대도 가지긴 했어. 꾸준히 무대 공연도 하고있고."

"마미면 돼~ 우리 둘 다 후타미니까 헷갈리고."

"나도 아미면 돼~ 둘이 합쳐 아마미인가?"



그러고서는 둘이서 꺄륵꺄륵댄다. 귀여워.

두 아이를 양 쪽에 끼고 소파에 앉아있으니 유키호가 차를 가져다줬다.



"고마워, 하기와라 양."

"아, 아뇨. 별말씀을..."

"나, 하기와라 양이 타주는 녹차 좋아하기도 하고, 친하게 지내고 싶기도 하니까 너무 그렇게 부담가지지 않아도 괜찮아."

"그래도 아마미 양은 데뷔한 정식 아이돌이고... 저 같은게 비교가 될 리가 없는데... 구멍파고 묻혀있을게요오─!"



파지마!!



"흐응, 뭐야 이 사무소는. 생각보다 너무 작잖아."

"그래도 이오리 쨩, 이미 데뷔한 아마미 씨도 있으니 괜찮지 않을까...?"



저 둘은 벌써 친해졌는지 서로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역시 100년이 지나도 야요이오리. 그것은 진리. 그래도 이오리의 저 근성은 언젠가 한 번 뜯어고칠 필요가 있어보이긴 하다. 미나세 가문에 자기 힘으로 인정받기 위해서, 라는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있으면서 정작 하는 행동은 아가씨란 말이지. 츤데레도 정도 껏, 이라는 거다.



"가나하 양도 이 쪽에 와서 앉는 게 어떨까?"

"응? 자신은 그냥 옆에 있는 게 편하다고..."



내가 불편하다고, 이 양반아. 억지로 히비키를 데려다 소파에 앉혔다. 후타미 자매와 야요이오리가 쌍쌍으로 붙어있으니 히비키가 동떨어져 보인다. 난 히비키 왕따 기믹의 신봉자가 아니란 말이다. 이 사무소의 누구도 떨어져 있게 할 생각은 없다. 힘을 합치면 보통 어떻게든 된다. 보통이 아닌 경우라면 그 때 가서 다시 생각해봐도 된다. 절대로, 우리 사무소 사람들이 상처받는 꼴은 볼 수 없어.

표정이 조금 굳어졌는지 히비키가 슬금슬금 옆으로 피했다. 아, 이런 이미지를 주고 싶지는 않았는데. 그래그래~ 착하지~ 이리 온~ 같은 느낌으로 머리를 쓰다듬으니 금새 안겨들었다. 복실복실해서 좋다~ 치유되는 것 같아~ 코토리 씨가 연신 셔터를 누르는 소리가 들린다. 이 썩은 새. 



사람이 늘어나니 연습실도 북적북적 해졌다. 조금씩 시간을 조절해 보컬과 댄스, 비주얼 레슨을 나눠서 진행하기로 했다. 남은 일정도 거의 끝나가고, 라스트 라이브만 남겨둔 리츠코는 이제 반 쯤 프로듀서다. 일정 조율과 제안서 작성, 오디션 파악과 지원 등등, 업무 처리에 치중하고 있다. 제대로 활동하고 있는 아이돌은 나 하나 뿐이기에, 기본적으로 셀프 프로듀스인 나라고 해도 리츠코가 많이 도와주고 있다. 물론 나도 스케줄이 많은 건 아니라는게 함정.



그래도 조금이라도 먼저 온 아즈사 씨와 유키호가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것 처럼 보여 다행이다. 유키호는 아직도 성으로 부르는 사이이고, 낯가림도 심하긴 하지만 어쨌든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이니 괜찮을거다. 오히려 프로듀서가 온 뒤가 더 문제다. 마을 축제 라이브로 어느 정도 벽이 사라지긴 할테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남자를 피하고 있으니.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그 전까지 열심히 친해져둬야 할 것 같다.

미키? 미키도 유키호랑 같이 왔는데 왜 언급 안하냐고? 뭐라는거야. 미키가 제대로 뭔가 할리가 없잖아. 프로듀서가 와서 허니 사건이라도 터져야 그 때 부터 하겠지. 지금은 뭐, 알아서 하겠거니 하는 수 밖에.



이제 남은 건 치하야와 마코토, 타카네인가.

타카네는, 음... 뭐 어떻게든 되겠지. 데우스 엑스 타카네 님에게 거역할 생각은 없다. 마토코는 성격 상 알아서 잘 할 것 같고.



치하야.

하루카의 단짝, 파트너. 그리고 마음을 열지 않는 아이.

사실 치하야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다. 이 아이를 대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애니마스에서 '최고의 에피소드'라고 불리는 20화. 치하야의 추락과 부활. 사실 이 에피소드에 대해서는 말이 많다. 프로듀서는 정작 하는 일도 없고, 하루카가 줄창 문을 두드리면서 결국 마음의 문까지 열게되었다, 라고는 하지만... 결국 마음을 돌린 것은 치구사 씨가 주고 간 유우의 그림일기 때문이었다. [약속]의 가사도 있긴 했지만. 무대에서 목소리가 안나올 때 같이 해준 것은 하루카지 않냐고? 그럼 안 나가? 그 상황에? 아마 내가 그 상황을 직접 겪는다면 생각 할 시간도 없이 튀어나갔을 거다. 그리고 목소리가 나오게 된 것은 결국 '유우와 함께 즐겁게 노래하던 시절'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765 올스타즈가 도와준게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다. 도움은 됬겠지만, 결국 자신의 트라우마를 자신이 극복하는 스토리인 것이다.



흐음. 조금이라도 더 치하야가 상처를 덜 입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이 필요하다. 솔직히 저건 쿠로이 사장이 상처를 후벼판 다음에 수술하는 거잖아. 애 PTSD 생기겠다.





18.

그리고 드디어 왔다. 그 분이 오셨다. 나의 파랑새.

키사라기 치하야가 사무소에 들어왔다. 



"처음 뵙겠습니다. 키사라기 치하야입니다."



눈물이 날 것 같다.



"노래 이외에는 관심 없습니다. 딱히 아이돌로 활동 할 생각도 없으니, 어디까지나 보컬리스트로 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른 의미로 눈물이 날 것 같다. 네가 줄리아냐!



치하야와 함께 마코토와 타카네가 합류했다. 이로써 765 올스타즈가 다 모였다. 

유키호가 사무소에 들어오는 날, 도와준 사람이 마코토였다고 한다. 사례를 위해 사무소로 오라고 했고, 그 자리에서 '팅하고 오신' 사장님이 마코토를 스카웃했다고 한다. 들은게 있었던 지라 조금 피했다. 그 기색을 마코토가 느꼈는지 안절부절하는 것 같았다. 흠, 아무래도 사무소 선배가 피한다고 하면 조금 좋지 않으려나. 아니, 그렇다고 해도 다짜고짜 사람을 때리는 아이돌이라니... 좀 그렇잖아? 그런데 생각해보니 애니마스의 마코토 에피소드에서도 바로 싸우려고 했었지. 양아치들에게 대항하는 것이라고는 해도. 마코토는 사실 공격적인 아이였던걸까. 흠, 모르겠다. 아무튼 마코토니까, 잘 지내겠지.



뭐? 타카네? 타카네가 뭐? 타카네는 무슨 설명 없냐고? 이 사람들 좀 보게. 타카네에 대한 설명을 내가 어떻게 하겠어. 몰라, 쟤는. 토푸 시크릿입니다. 그야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타카네!



아무튼, 드디어 765 올스타즈 12인, 코토리 씨까지 하면 13인이 모두 모였고, 완전체가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우리 765가 본격적으로 뭔가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뭔가 하고는 있는데,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없다. 그야말로 사장님 매직? 그 연줄로 대체 왜 아무것도 못 물어오는거야. 리츠코가 아이돌을 그만 둔 것도 하나의 원인일지도 모른다. 은퇴 라이브만을 남겨둔 리츠코는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프로듀서 공부와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그렇긴 해도 아직 초보이다보니, 헛바퀴 구르는 경우가 많아보인다. 영업도 원래 가지고 있던 PD분들이나 사업 쪽 분들과의 연줄을 통한 것 뿐이고. 그래도 이런 노력이 쌓여 류구코마치를 만든 거겠지. 리츠코라면 어련히 잘 할거다.


모두를 모아놓고 인사를 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사장님과 코토리 씨까지 포함되는 대인원이다. 사무소에 다 모이기는 조금 좁았는지 연습실을 빌렸다. 연습실 가운데에 동그랗게 앉았다. 많긴 하다. 14명이나 된다. 나중에 올 프로듀서와, 아오바 씨까지 하면 16명이다. 물론 그 때쯤 되면 시어터 조까지 포함해야 하니 무시무시하게 사람이 많아질거다. 음, 좋네. 아이들이 잔뜩...!



한 사람씩 인사를 했다. 타카기 준이치로 사장님부터 코토리 씨, 리츠코, 나, 아즈사 씨, 유키호...

아즈사 씨는 운명의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웃음을 줬다. 유키호는 오늘도 역시 구멍을 파려고 해서 막았다. 미키는 잤다. 아미와 마미는 아이다운 귀여운 면모를 보여줬다. 야요이는 나중에 숙주나물 축제에 초대하겠다고 했고, 이오리는 츤츤거렸다. 히비키 쨩은 나중에 가족들을 데려오겠다고 해서 유키호를 현기증나게 했다.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것 같으니 나중에 얘기해줘야겠다. 치하야는 벽을 세우고 있었다. 치하야가 벽이라는게 아니야.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생각이 없는 것 같아 걱정이었다. 타카네 씨는 역시나 토뿌─ 시크레토였다. 절레절레. 



그렇게 인사를 마치고 사장님이 이야기했다. 나보고 아이돌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했다. 무슨 소리야, 저게. 사장님, 전 일본어와 한국어밖에 모르는데요.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해주시죠.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으니 사장님이 엣헴, 헛기침을 하고 다시 얘기해주셨다. 퍼포먼스를 보여달라는 이야기였다. 처음부터 그렇게 얘기해주시기 그러셨어요. 



사장님이 미리 트레이닝 복을 가져오라고 하신 이유가 이거였구나. 의상을 갈아입고 아이들 앞에 섰다. 조금 부끄럽네, 이거. 무대에 설 때와는 느낌이 다르다. 얼굴이 조금 화끈거린다. 



시작은 태양의 젤러시. 데뷔곡이자 열심히 피로하고 있는 곡이다. 움직임이 크지 않아 다행인 곡이라고 언제나 생각하고 있다. 고마워요, 시이나 고! 고마워요, BNSI!



그리고 한창 연습 중인 '웃어!'와 '소녀여 큰 뜻을 가져라!!'를 같이 보여줬다. 웃으라고 ㅡㅡ가 아니다. 그건 I want 버전이고. 笑って!다. 나름 조용한 곡이다. 소녀여 큰 뜻을 가져라!!는 빠른 템포의 댄스 곡.



세 가지 종류의 곡을 연달아 보여줬다. 아, 힘들어. 리츠코가 음료수를 가져다줬다. 고맙다고 하고 땀을 닦으면서 아이들을 봤다. 왜 다들 멍때리고 있어?



"저기, 저기! 하루룽! 뭐야? 뭐야? 원래부터 그렇게 노래 잘했어?"

"하루카 쨩! 멋있었어!"

"하루카 씨! 가수같아요!"



아니, 야요이. 나 나름 현역 아이돌인데.



갑자기 꺄꺄─하면서 와와─하는 분위기가 됬다. 눈이 다들 반짝반짝한다. 웃으면서 야요이와 쌍둥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이오리가 삐진 것 같으니 나중에 쓰다듬어 줘야겠다. 그리고 치하야는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19.

좋은 분위기로 다 같이 모여 밥을 먹으러 갔다. 이 대인원이 모여서 고기먹으러 가는 건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까. 지금은 형편이 넉넉치 않고, 나중에는 바빠서 못 모일테니. 다들 한창 많이 먹을 나이인 만큼 왁자지껄하게 고기를 구워먹었다. 코토리 씨와 리츠코, 아즈사 씨와 나는 일부러 한 테이블 씩 섞어 앉았다. 분위기를 끌어줄 사람이 있는 것이 필요하니까. 사장님은 정처없이 해메고 계시다가 코토리 씨가 모셔갔다. 역시 연장자의 배려인가. 유키호는 눈이 무서워서 자연스럽게 다른 테이블로 보냈다. 야요이와 이오리, 히비키와 같이 앉았다. 야요이가 고기를 보며 눈을 빛냈다. 야요이... 너란 아이...



"아마미, 너는..."

"하루카면 돼."

"...그래. 나도 이오리라고 불러. 하루카는 원래부터 아이돌이 되고싶었던 거야?"



이오리가 세상 진지한 질문을 던졌다. 히비키와 야요이도 응응,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아이돌이 되고싶은 게 아니야. 라고 답변해주니 머리 위에 물음표가 하나 씩, 세 개가 올라왔다.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 응, 그래. 나는 아이돌이 되고싶었던 게 아니야."

"그럼요?"

"아이돌이 되어야만 했을 뿐이야."

"뭐야, 그게."

"자신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굳이 붙이자면 운명, 이라고 해야할까?"

"너는 그런걸 믿는거야?"

"믿는다기 보다도 그렇게 되었다고 해야하나? 설명하기는 조금 어렵네."



설명할 수가 없지. 그러려면 내 '이전'의 이야기부터 해야하는데. 고기나 먹자. 구워진 고기를 하나 씩 집어 앞접시에 나눠줬다. 야요이가 한 입 먹더니 마치 번개를 맞은 것 처럼 전율했다. ...많이 먹으렴, 야요이.



집에서 먹던 고기보다 별로 좋지 않다는 이오리에게 떽, 하고 훈계했다.



"이오리는 어디까지나 자립하고 싶었던 거잖아?"



이오리가 움찔했다. 아직 이야기하지 않은 사정을 내가 알고 있어서인지, 아니면 정곡을 찔려서인지는 모르겠다. 



"그렇다면 현재를 살아야지. 지금을 보고, 앞으로를 내다보고."



예전엔 이랬는데~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라고 한탄하며 살기엔 우린 아직 너무 어리다. 물론 꼰대 마인드는 나이 먹고 나서도 필요없지만. 지금의 부족한 점을 메우고 앞으로 나아가고, 지금을 둘러보고 즐기기에도 시간은 부족하다. 이오리는 알아들은 것인지 알아듣지 못한 것인지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중에 무대에서 관객들을 바라보면 좋아~ 이 사람들이 모두 나만 바라봐주고 있다는 게 느껴지거든. 이라면서 아이돌 활동에 관한 이야기를 하니 금방 빠져들었다. 물론 다들 다른 생각을 하고 있겠지만. 이오리는 무슨 생각 중인지 알 것 같다. 미천한 우민들아! 나 이오리 님이 공연해준다고! 라는 느낌이려나. 아, 그건 하루각하인데.



떠들썩했던 식사 자리가 끝나고 다들 하나 둘 씩 돌아갔다. 야요이는 이오리가 바래다줬다. 유키호는 마코토가 바래다줬다. 타카네와 히비키는 같이 돌아갔다. 타카네가 얼마나 먹었는지는 물어보지 않았다. 다만 코토리 씨가 조금 울었다. 후타미 쌍둥이와 미키, 아즈사 씨는 리츠코가 데려다주기로 했다. 응? 한 명이 없는데.



"아마미 씨."



치하야였다. 깜짝이야.



"미, 미안."



아니, 뭐... 사과할 것 까진 아니고. 무슨 일이야? 하고 물었다. 



"아마미 씨는, 왜 아이돌을 하고 있는거야?"



오늘은 이런 거 물어보는 날인가? 왜 보는 사람마다 내 동기를 물어보는 걸까요~? 하루카 씨는 잘 모르겠는데~? 주저하고 있으니 치하야가 질문을 정정했다. 아이돌을 하고 있는 동기나 계기가 아니라, 어째서 아이돌을 하고 있는지 였다. 응? 하고싶으니까 하는거죠.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네요.



"그런 게 아니라, 아마미 씨 정도의 가창력이라면 가수를 하는게 더 낫지 않을까?"



얘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죠.



"아이돌은... 좀 그렇잖아? 예능인에 가깝다는 이미지도 강하고. 그 정도 성량이나 음색을 썩히는 것 같은데. 나도 아이돌을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가수를 지망했을거야. 하지만 아마미 씨는 아니잖아? 이미 데뷔도 한 연예인이고. 가수로 전향할 만큼의 실력도 가지고 있다고 보는데."

"키사라기 양, 그건 아니야."

"아니라고?"

"키사라기 양, 아이돌이란 뭘까?"

"아이돌이라면 보통... 노래하고, 춤추고, 버라이어티 같은 데에도 많이 나오고. 종합 방송인 같은 이미지 아니야?"

"응, 그렇지. 하지만 기본적으로 아이돌의 메인은 스테이지야. 스테이지는 내 보컬과 댄스, 비주얼을 모두 보고 판단하게 되지."

"그래. 그런 면이 강조되는 것이 아이돌이지. 그러니 더더욱 아마미 씨의 노래 실력이 아깝지 않아?"

"아깝지 않아."

"어째서?"

"관객들은 우리의 뭘 보러 오는걸까?"

"무슨 말이야?"

"단순히 내가 무대 위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걸 보러오는 걸까?"

"..."

"사람들은 무대 위에 있는 우리를 보고 꿈을 찾는 거라고 생각해."

"..."

"그리고 우리는 그 것을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 거고."

"...가수도 마찬가지야."

"응, 그렇지. 물론 그래. 하지만 가수와 아이돌은 다르지. 가수는 자신의 노래를 피로하는 직업이야. 반면 아이돌은 나 자신의 모든 것을 그 무대에 쏟아내지. 말하자면 내 영혼을 피로한다고 해야 할까?"

"이해할 수 없어."

"지금은 이해할 수 없어도 괜찮지 않을까? 앞으로의 나를 봐주면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지지 않아."



넹?? 



"그런 재능을 썩히는 것도 이해할 수 없고, 그런 아마미 씨에게 지고 싶지도 않아. 아니, 지지 않을 거야."



그런 말을 남기고 치하야는 돌아서 갔다.

...뭐야, 이거. 나 무슨 플래그를 세운 거야?





20.

리츠코가 은퇴한다. 이전에도 내 프로듀스를 도와주긴 했지만, 이제 정말 은퇴 라이브다. 오늘은 나도 오프닝 무대에 참여하기 때문에 준비를 돕진 않았다. 대신 765의 다른 아이돌 들이 준비에 나섰다. 

내가 종종 무대에 서긴 했지만, 우리 사무소 주관으로 진행된 행사가 아니다보니 아이돌 들이 나서 행사를 돕는 것은 처음이다. 다들 무대 뒷 편의 모습에 신기해했고, 생각보다 바쁘다는 사실에 눈을 떼지 못했다. 당연히 눈을 뗄 수가 없지. 정신없이 왔다갔다 해야하니. 



여느 때 처럼 사장님과 코토리 씨가 행사 전반을 조율했고, 행사 담당자 분들과 아이돌 군단이 행사를 준비했다. 나와 리츠코는 리허설 준비에 매진했다. 아즈사 씨가 준비를 도와주었다. 대기실에서 리츠코와 나는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대기실에는 적막과 긴장감만이 흘렀다. 아즈사 씨가 어쩔 줄을 몰라했지만, 나도 리츠코도 아무 말을 할 수 없었다. 한 마디라도 꺼내면 리츠코가 울어버릴 것 같았으니까. 눈 마주치기도 어려웠다. 행사 스태프 분이 리허설을 준비하라고 알려주기에 대기실 밖으로 나갔다. 나가면서 리츠코에게 물을 쥐어주고 나왔다. 눈은 마주치지 않았다. 



나는 한 곡만 피로할 예정이었기에 리허설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마이크 음량을 조금 조절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음원도 정상이었고, 다른 문제도 없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뭔가 부족하다고 해야 할까, 미묘하게 마음에 걸리는거지.



"다음, 아키즈키 씨 리허설 갈게요!"



조정이 끝났기에 나는 무대에서 내려가야 했다. 뭔가 찜찜한 구석을 남겨둔 상태로 무대에서 내려와 리츠코와 교대했다. 언뜻 본 리츠코의 모습은 딱딱하게 굳어져있었다. 천하의 리츠코라도 마지막 라이브는 긴장되는 것 같다. 뭔가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좋을까. 그렇다고 어쨌든 나보다 선배이고, 프로듀서로 까지 활동하고 있는 리츠코에게 뭔가 간섭하는 것도 좋지 않다 싶긴 한데. 일단 좀 보고 결정하자. 리츠코는 여전히 긴장하고 있었다. 손을 덜덜 떨고 있는 것이 나에게도 보였다. 이내 음악이 나왔지만 리츠코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뭔가 이상했다. 그리고 쓰러졌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무대로 뛰쳐나갔다. 이런 젠장! 좀 더 신경썼어야 했는데! 옆에 있던 내가! 손 발이 뻣뻣했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숨을 들이마시기만 하기에 서둘러 들고 있던 겉옷으로 입을 막았다. 대기하고 있던 의사 선생님이 리츠코를 살폈다. 아즈사 씨와 함께 손 발을 주물러주었다. 파리해졌던 혈색이 조금씩 돌아오는 것이 보였다. 리츠코가 아니라 내 숨이 넘어가는 줄 알았다. 



의사 선생님은 일시적인 과호흡 증후군인 것 같다고, 일정을 취소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사장님이 고민에 빠졌지만 리츠코가 절대로 안된다고 막아섰다. 기다려 주신 팬 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했다. 나는 소리를 빽 질렀다. 그것 보다 언니 몸이 더 중요하다고, 그정도도 배려해주지 못할 팬 들이냐고 화를 냈다. 리츠코가 말했다. 



"마지막이잖아."



말이 턱 막혔다. 반박할 수가 없었다. 마지막을, 마지막까지 기다려 준 팬 분들께 만족스러운 모습만 보여드리고 싶다고 리츠코가 말했다. 그런 표정으로 그런 이야기를 하면 나보고 어쩌라는거야, 정말. 막을 수가 없잖아. 조금이라도 몸이 나빠지면 의사 선생님을 부르는 것으로 신신당부를 하고, 아즈사 씨가 옆에서 계속 지켜보는 선에서 합의를 봤다. 그렇게 대기실로 돌아왔다.



"미안해, 리츠코."

"응? 뭐가?"

"옆에 있었는데도 살펴보지를 못해서."



미리 눈치챘어야 했는데, 미안하다고 이야기했다. 다짜고짜 화를 낸 것도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죄책감이 내 가슴을 물들였다. 아즈사 씨도 주위를 살펴보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리츠코는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괜찮다고. 네가 걱정하는게 느껴졌다고. 자신 같아도 화를 냈을거라며 웃어줬다. 아즈사 씨에게도 괜찮다고 말했다. 처음이니 모든 것이 어색할텐데, 지금처럼 침착하게 있어준 것 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아즈사 씨가 민망해하며 물을 까서 줬다. 조금 밝아진 분위기가 되었다.



그렇게 있으니 라이브 시간이 다가왔다. 이미 팬 분들은 입장한 상태다. 먼저 나가며 다녀오겠다며 인사했다. 리츠코와 아즈사 씨가 잘 다녀오라며 마주 인사해줬다. 아까도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다시 한 번 늦은 후회가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의 오프닝을 장식할 아마미 하루카입니다!"



와아─!! 하고 관객 분들이 호응해줬다. 이 분위기는 언제 만나도 즐겁다. 좋아! 여기에 찬 물 같은걸 끼얹나?



"에, 시작하기 전에 잠깐 말씀드릴 게 있어요. 음, 지금 리츠코가 상태가 좋지 못해요."



코토리 씨가 무대 뒤에서 안절부절하는 것이 보였다. 리츠코에게는 말하지 말아달라는 의미로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댔다. 쉬잇!



"조금 위험해 보일 정도라서 뜯어 말렸는데요, 리츠코가 워낙 고집쟁이 이다보니 말려도 말을 안들어요, 글쎄. 팬 분들은 다 아시죠?"



와하하, 하고 관객석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러니 우리 리츠코 언니, 잘 챙겨주세요. 뭐, 제가 이야기하지 않아도 팬 분들이 더 잘 챙기겠지만. 안 그래요?"



한 팬 분이 '건강보조제 챙겨서 보내줄게!'라고 큰 소리로 이야기해서 관객석이 웃음바다가 됬다. 



"그러면 저는 제 할 일을 해보겠습니다! 태양의 젤러시! 스타트!"



할 일을 하겠다고 하니 안해도 되니까 얼른 들어가고 빨리 리츠코를 내보내 달라는 콜이 나왔다. 음악을 끊고 뚱 한 표정을 지어보이니 다들 즐거워했다. 좋은 분위기였다.



본 스테이지가 시작되고, 리츠코가 무대로 올라갔다. 리츠코 아프지마! 울지마! 콜이 연이어 나왔다. 리츠코가 놀라했다. 걱정하지 마시라고 웃어보였다. 하루카가 이야기한 것이냐며 대기실로 들어가지 않고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나에게 눈을 흘겼다. 등에 소름이 돋았다. 도깨비 중사님, 무서워. 힝.



생각지도 않은 콩트가 지나가고 리츠코의 본 무대가 진행되었다. 평소보다 더욱 열성적인 콜이 라이브 장소를 가득 메웠다. 마지막 곡을 마무리 할 때 쯤 결국 리츠코가 울었다. 코토리 씨에게 마이크를 건네받아 무대로 나가 같이 마무리를 지었다. 울보 리츠코를 잘 봐달라는 팬 분들의 환호성이 나왔다. 제가 잘 데리고 살겠노라며 '리츠코를 저에게 주십시오!' 라는 만담을 했다. 그 와중에도 리츠코는 네가 왜 자신을 데리고 사냐며 태클을 넣었다. 웃음바다가 됬다.



그렇게 리츠코가 아이돌을 마무리 지었다. 이제는 류구코마치를 키워낼 아키즈키 프로듀서의 시작이다.



올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이쪽에서만 보시는 분들도 계신 것 같아 이어서 올립니다.

기본적으로는 다른 동네에 올라갔던 내용과 다르지 않지만, 일부 내용이 바뀔 예정입니다.
바뀌는 부분이 있으면 말씀드릴게요.

근데 이거 직접 타이핑하는거랑 메모장으로 붙여넣는거랑 미묘하게 폰트가 다른 것 같은데...
흠터레스팅...
4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