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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수인 슈코와 늑대 수인 프로듀서-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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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03, 2016 03:11에 작성됨.

-여우가 만난 건 신?

"요리타 요시노?"

"그렇다네. 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나도 이름을 알고 싶은데 괜찮겠는가?"

"아, 난 시오미 슈코. 그냥 슈코라고 불러줘."

"그럼 염치없지만...그러도록 하지."

기이한 소녀와 잠시동안의 통성명을 마친 슈코는 요시노와의 신비한 만남 속에서 그동안의 고민거리를 잊어버린 채 그녀에게 홀리기라도 했는지 그녀를 따라 금새 30층이나 되는 계단을 내려 어느새 회사의 뒷편의 존재하는 작은 공원으로 몸을 옮겨 그곳에 배치된 벤치에 앉는다.

잠시 후, 슈코는 주변을 둘러보니 딱딱한 벽면은 없고 오히려 꽃과 분수가 보이고 자신이 벤치에 앉은 채 옆에 요시노가 앉아 있는 상황을 보고 당황한 채 이리 돌며 저리 돌며 마구잡이로 몸을 움직이자 요시노는 두 손으로 슈코의 몸을 잡고 진정하라며 그녀를 안정시킨다.

 

"진정하시게. 갑작스러운 상황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잘 알아."

"아니, 상황변화 수준이 아니야. 공간이 변화했다고. 대체 뭐야? 나 홀린거야? 것보다 여기 어디?"

"여긴 회사의 뒷쪽에 준비된 작은 공원이고, 나는 잠시 그대를 이곳으로 데리고 왔다네. 삼미호"

슈코는 요시노의 입에서 나온 '삼미호'라는 말에 잠깐 뜨끔거린다. 확실히 꼬리를 숨기지 않고 그대로 세 갈래의 꼬리를 흔들며 프로덕션을 누비었지만 자신에게 이러한 말을 꺼낸 건 늑대나 사에 이후로 이곳에서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설마 이런 곳에서 여우를 보게 되다니. 오랜만이군."

"오랜만? 혹시 예전에 여우랑 만난적이 있어?"

"여우를 모시던 신사에서 많은 만남을 가졌지."

"여우를 모시는 신사? 거기...한 몇 백년...아니다. 몇 세기는 된 거 아니야?"

"나는 만났다네. 여덟 개의 꼬리를 가진 여우를..그리고 많은 여우들을. 그때가 좋았지."

슈코는 요시노의 계속되는 말에 점점 어안을 잃더니 어느새 요시노가 뭐라는 건지 당최 알아먹지를 못하고 있었다. 애초의 여우 신사가 박살난 건 몇 세기나 전이고, 꼬리가 두 개 이상인 여우도 극소수인데 갑자기 여덟 개라니...

슈코는 그러한 요시노를 보며 '아, 요새 유행하는 전파계 아이돌이구나. 하긴, 아이돌 중에는 개성 넘치는 사람들이 많지.' 라며 요시노를 단순한 전파계 여자아이로 생각했다.

 

"저기, 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넌 무슨 수인이야? 그 귀,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데."

"귀? 무슨 소리인가. 이건 뿔이네."

"뿔? 아니 아무리 봐도...어래?"

요시노의 머리에 있던 기이한 귀는 어느샌가 귀가 아니라 마치 동양의 신화 속에 나오는 용의 뿔처럼 곧게 서있었다. 슈코는 방금까지는 귀였던 것이 갑자기 뿔이 된 것에 다시금 집중한 채 그를 쳐다보지만 어디로보나 그것은 이젠 귀가 아닌 뿔이었다. 심지어 꼬리를 보니 방금까지 본 짐승의 꼬리는 이제는 용의 꼬리처럼 털이 없어지고 비늘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지금의 모습은 작지만 정말로 '용' 그 자체였다.

 

"아...아니, 방금 전까지 분명....."

"방금 모습은 잠깐 심심해져서 장난을 친 것 뿐이네. 혼란을 줘서 미안하군. 이것이 내 진정한 모습이네."

"지..진정한 모습이라니? 갑자기 왠 중2병?"

"그대는 황룡을 아는가?"

"뭐?"

요시노는 당황한 채 3개의 꼬리로 전신을 감싼 슈코에게 다가가며 대뜸 황룡을 아냐며 묻는다. 무슨 도를 아십니까도 아니고 황룡을 아냐는 말에 슈코는 갑자기 또 무슨 소리냐며 말해보지만 요시노는 아직도 그러한 말만을 반복하자 이제는 겁을 먹은 듯 조금씩 요시노에게서 멀어지려하나 그럴수록 요시노는 졸레졸레 슈코를 따라올 뿐이었다.

 

 

한편, 슈코와 요시노가 쫒고 쫒기며 회사 뒷편에 공원을 누비는 동안 사무실에 남은 늑대는 갑작스레 진지해진 상무와 그들 사이에서 빠져나가지 못해 불안해하는 이즈나간에 작은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이봐, 꼰대. 여기로 날 부른 이유는 뭐야?"

"그야 당연히 슈코 양의 프로듀스를...."

"그거 말고. 날 부른 이유라면 역시 예전 일 아닌가? 왜? 누굴 물어뜯을 셈이야?"

"슈코 양이 없다고 바로 본성을 드러내진 마라. 처음부터 그러면 나중엔 재미없다고?"

 

늑대와 상무의 사이에는 급격히 험악한 기류가 흐른다. 슈코가 없어지자 늑대는 그녀에게 보이던 능글맞은 웃음이 아닌 사냥을 앞둔 짐승의 웃음을 지으며 이빨을 드러내며 기쁜듯이 손을 움직이며 상무는 그러한 그를 말리는 것 같지만 본인도 짐승처럼 동공이 가늘어지며 인자하게 지은 중년의 웃음이 어느샌가 먹잇감을 본 것 같은 희열을 띄우기 시작한다. 두 늑대의 분위기를 이즈나는 따라갈 수가 없었다.

 

'갑작스럽게.....이런 분위기를 두분이서 형성하시다니....너무 흥분되지 않습니까....'

그녀는 상무와 늑대에게 들키지 않도록 이러한 분위기를 소재로서 쓰도록 메모를 하려 하지만 왠지 메모를 꺼냈다가는 당장 손모가지가 날아갈 것 같은 기류를 읽고는 어떻게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면서 머릿속으로 저장하려고 애를 쓴다.

이즈나가 그러던지 말던지 관심도 없는 두 늑대는 희열을 띄운 웃음을 지운 채로 다시 냉정을 유지한다. 이후 그러한 냉정 속에서 이야기를 처음으로 꺼낸 것은 늑대였다.

 

"그런데...왜 하필 여우 아가씨야?"

"그야 그녀에게서 재능이 보였으니까."

"여우 수인이 사회에서 받는 대우를 생각하라고. 여우 아가씨 앞에서는 못 말했지만...지금 없으니 확실히 말할게."

 

"여우 아가씨를 도박용 도구로 쓰지마. 그 아가씨...상처받을거야."

"그래. 확실히 도박이지. 허나, 그렇다고 기회를 놓치고 싶지는 않아."

상무는 그러더니 다시 술병을 든 채 의자를 돌리며 다시 창문을 보며 술만 축내고 있었다. 상무는 그를 마시며 '역시 낮에 개인집무실에 먹는 술이 최고다'라며 다시 취기가 오르는 것 같다. 늑대는 그가 그러던 말건 옆에서 멀뚱히 서 있는 이즈나를 가리키며 대화를 이어간다. 그러자 그녀는 갑작스레 당황하며 그를 바라본다.

 

"어이, 썩은 여우. 넌 여우 아가씨가 성공할 것 같냐?"

"아...저, 저 말씀이시군요! 저는...어...약간은 도박이라 생각됩니다."

"그래. 여우나 늑대 수인은 사회가 반기는 수인이 아니야."

 

"예전 무슨 전설 설화에서도 늑대와 여우 때문에 큰 재난이 일어났고 그래서 결국 여우와 늑대를 모시던 신사는 박살이 났지.

거기에다가 늑대는 항상 서로 모여 우두머리를 정한 채 무리를 이루는 습성이 있어. 21세기에 문명이 발전하는 지금 이 순간도.

어찌보자면 늑대가 차별받는 이유는 문명화된 사회를 짐승의 본능으로 어지럽히기 때문이 아닐까?"

 

이즈나와 상무는 늑대의 말을 듣자 이 이상으로 말을 이어가지 못한다. 실제로 늑대 수인의 개체가 감소하는 지금도 그러한 늑대들은 다른 수인들이 떨친 수인으로서의 본능을 잊지 못한 채로 무의식적으로 무리를 이룬다. 그러한 그들이 문명화된 사회에서 차별받는 이유는 정말 늑대가 말한 이유대로일지 모른다. 라며 이즈나와 상무는 고개를 숙인다.

 

한편, 세 명의 이야기가 상무의 개인집무실을 감싸며 어둡게 칠해가는 동안 공원에서 추격전을 펼치던 슈코와 요시노는 지칠 데로 지쳤는지 결국 서로 포기하며 같은 벤치에 앉아 슈코가 자판기에서 가져 온 음료를 마신다. 아직도 요시노의 모습이 파악은 안되지만 적어도 이 세상의 동물이 아닌 것은 알 수 있었다. 요시노도 지쳤는지 더 이상 황룡을 아냐며 다가오지 않는다. 그저 옆에서 휴식을 취할 뿐이었다.

 

"것보다 신기하네....여우한테 이렇게 다가오는 사람..."

"여우도 늑대도 어떠한 수인이라도 나는 다가갈 수 있네만?"

"아니..여우나 늑대는 사람들이 싫어하잖아. 그런데 그런 나한테 말을 걸다니...왠지 신기해서."

 

"여우 수인은 사회에서 고립당하지. 여우들은 예전부터 항상 그래왔어.

여우는 기묘한 동물로서 숭배받았지만 신사가 무너지고 조금씩 그러한 여우들은 있을 자리를 잃었지.

문명화되는 사회에서 더 이상 그들을 숭배할 이유가 사라지며 사람들은 여우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새겼고, 결국 그것은 편견으로서 낙인처럼 박히고 말았지."

".......저기.."

"하지만 난 그러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다네."

"뭐?"

"우린 모두 수인이네. 종족은 다르더라도 엄연히 동물의 습성을 가진 생명. 그런데 다른 수인을 편견이라는 이름의 낙인을 박고 고립시키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네."

 

슈코는 마치 이 세상을 거진 천년 단위 수준으로 산 것 같은 요시노를 보며 그녀의 기이한 외모와 맞물리는 분위기에 정신이 멍해질 것 같지만 이 이야기만은 평소에 없던 집중력을 발휘한다. 요시노는 여우 수인이 차별받는 건 편견이라는 낙인때문이라 말하며 슈코의 손을 잡는다. 슈코는 그러면 그 편견이라는 낙인을 지울 수 있냐는 말을 하자 요시노는 고개를 젖는다.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애초에 슈코도 알고 있었다. 여우에 대한 편견은 옛날부터 사람들의 뇌속에 뿌리박힌 절대로 뽑히지 않는 거대한 고목과도 같은 자동적인 편견을 지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슬퍼보이는 슈코의 눈을 보며 요시노는 슈코를 다독인다.

 

"확실히 불가능해. 편견을 지우는 건, 그리고 차별을 없애는 건 더더욱."

"차별은 집단에서 반드시 생기게 되네. 자신과 다르다는 사소한 이유만으로....정말 슬픈 일이지."

"그렇지...역시."

"하지만, 그러한 편견 속에서 마음에 문을 열어줄 사람이 곁에 있어준다면 조금은 그 벽을 깰 수 있지 않을까 싶네."

슈코는 요시노의 말에 자극을 받은 것 처럼 눈을 부릅뜬다. 그러한 편견 속에서 마음에 문을 열어줄 사람...슈코는 어제 직업소개소에서 쫒겨난 뒤, 여우라는 이유로 차별받던 본인에게 먼저 말을 걸고 현재 이곳까지 와주게 해준 늑대, 그리고 그러한 본인과 친구가 되고 싶다 해준 사에를 떠올린다.

 

요시노는 잠깐 눈망울을 초롱거리며 엷지만 화사한 미소를 보인 슈코를 보며 본인도 따라 미소지으며 비늘같은 꼬리를 빛내본다. 백옥같은 슈코의 피부로 나타난 미소는 유난히 작렬하는 낮의 태양 아래에서도 밝게 빛났다.

그러한 그녀를 보며 기쁜 분위기 속에서 요시노가 입을 열려는 순간 슈코에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슈코항~여기 계셨어요!"

"잠깐만요, 사에씨! 갑자기 뛰면 어쩌자고요!"

"둘 다 어디가! 나도 같이 가자!"

슈코는 낮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꽃사슴의 귀를 흔들며 쿄토에서 만났던 사에가 뛰어오고 있었고 그 뒤로 양갈래로 뾰족한 머리를 한 여자아이가 벅찬 숨을 내쉬며 뒤따라오고 셋 중 가장 늦게 뛰어온 야구방망이를 든 여자가 사에와 거의 동일한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우와 다음이면 드디어 두 자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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