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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e No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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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01, 2016 00:00에 작성됨.


 밤공기가 차가웠다. 이미 여름도 한창이었지만 뉴욕의 밤바람은 싸늘해서 더운 날씨에 적응해버린 몸은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어머, 오래 기다렸어?"

 

 목소리가 들리는 쪽을 바라보니 카나데가 걸어오고 있었다. 여름옷치고는 조금은 두꺼워 보이는 검은 블라우스을 입고 있었는데 어깨가 다 파여 드러나있었다. 카나데의 패션 스타일이야 자주 봐왔기에 놀라진 않았지만 춥지는 않을까, 감기에 걸리는 건 아닐까 조금 걱정이었다.

 

 "아니, 뭐. 별로."

 

 늦은 시간이었지만 호텔 앞의 카페는 한낮처럼 밝았다. 어디를 가는지 바쁘게 움직이는 관광객들과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호텔 건물 아래에 자리한 자그마한 카페는 손님은 많지 않았지만 활기를 띠고 있었다.

 

 "뭐라도 마실래?"

 

 카나데는 메뉴를 한참 동안 살펴보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아메리카노로 할게."

 "방금 그건 못 읽어서 그런 거지? 맞지?"

 

 그래도 카페의 메뉴 정도는 익숙해서 완전히 못 읽을만한 건 아니었지만 영어만으로 가득 차 있는 메뉴판은 위압감을 줄 정도라서 아는 단어도 보이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럴 리가 없잖아? 시간도 늦었고, 너무 단 걸 마시면 관리에도 좋지 않으니까. 게다가 미국이잖아?"

 "그래?"

 

 나는 일부러 흐음 하는 소리를 내며 카나데를 쳐다봤다. 카나데는 조금 뚱한 얼굴이었다.

 

 "프로듀서도 뭔가 마시는 게 어때?"

 "나는 됐어."

 

 물론 이 패턴도 상정 내다. 사양하면 그만인 거다.

 

 "아니, 나만 뭔가 사 마시는 것도 마음이 편치 않아. 아니면 설마 당신, 메뉴를 못 읽어서 그런 건 아니겠지?"

 

 카나데의 눈이 가늘어졌다. 방금 걸 갚아주겠다는 흉흉한 의도가 살짝 보였다고?

 

 "그럼 나도 아메리카노로."

 "정말 그걸로 괜찮겠어?"

 "충분해."

 

 나와 카나데는 지긋이 서로를 마주 보았다. 그래, 서로 피차일반인 거다.

 

 "뭐 그런 거야."

 "그렇네."

 

 서로 암묵의 합의를 한 후에 나는 아메리카노 두 잔을 주문해서 점원에게 받아온 후 카나데가 먼저 자리 잡은 곳을 눈으로 찾았다. 건물 바깥쪽에 있는 파라솔이 쳐진 자리였다. 지금은 밤이어서 사람이 없었지만 아침에는 커리어우먼이나 노신사가 브런치를 먹으며 신문을 보고 있을 것만 같은 곳이었다.

 

 "잘 마실게."

 

 나는 동그란 테이블을 두고 카나데의 정반대에 앉았다. 

 

 "역시 이래저래 불편하네."

 

 순간 카나데가 무엇을 말하는 건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뭐, 흔히 있는 일이었다.

 

 "숙소 말이야. 이야기라도 하려면 밖으로 나와야 한다니."

 

 나는 그냥 전화를 하면 될 일이 아니냐고 말하려 했지만, 왠지 그렇게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아서 말을 바꾸었다.

 

 "어쩔 수 없잖아?"

 

 이렇게 먼 외국까지 온 건 카나데의 일 때문이었다. 솔로 곡의 PV촬영과 사진집 촬영을 겸해서 큰마음 먹고 오게 된 것이었지만 역시 쉽진 않았는지 적은 예산에 쪼들리는 강행군이 되어버렸다. 인원도 나와 카나데, 사진작가분과 촬영 감독까지 네 명뿐이었다. 거기다 호텔은 보통 2인실 이상이기 때문에 출판사 쪽의 스태프인 두 명이 방 하나를 쓰고 나면 이쪽에는 방을 하나 잡을 예산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카나데와 같은 방을 쓸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그래서 나는 호텔 바깥의 게스트 하우스에서 카나데와 따로 묵고 있었다.

 

 "나는 괜찮은데 말이지."

 "뭐가 괜찮다는 거냐."

 

 카나데는 살짝 윙크를 하며 웃었다. 

 

 "나는 프로듀서를 믿고 있으니까."

 "그렇다고 방 하나를 같이 쓴다는 게 말이 되겠냐."

 "그럼 프로듀서는 나를 덮치기라도 할 생각? 뭐, 당신과 나 사이니까 그것도 괜찮은데 말이야."

 

 묘하게 도발적인 표정의 카나데를 보며 나는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말은 저렇게나 잘한단 말이지. 사실은 부끄럼쟁이인 주제에.

 

 "역시 돈이 문제야, 돈이. 무리를 해서 뉴욕까지 온 건 좋은데 PV는 카메라 한 대로 촬영하는 가라앉은 분위기고."

 "나름대로 느낌 있어서 나는 좋다고 생각하는데."

 

 물론 모두 다 내가 자초한 일이었다. 회색 건물들이 가득한 도시 느낌이 이번 카나데의 곡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예전에 카나데가 사진집을 내고 싶다고도 말했었고. 그걸 어떻게든 엮어서 성사시키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어서 여러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었다.

 

 "사진집 예산이야 출판사에서 내주는 거지만 말이야. 그래서 그쪽 분들은 그 돈으로 방도 잡고 식사도 하시는 거고. 그것도 어떻게 사진집에 딸려 나오는 특전 DVD를 핑계로 예산을 더 받아내서 여유는 생겼지만, 우리 쪽의 개인사에 써버릴 수는 없는 거잖아?"

 

 특전 DVD라는 영상 촬영과 PV 촬영을 엮어서 밀고 나가긴 했지만 사실상 PV 촬영 명목으로 나온 회사 예산은 없다시피 했다. 결국 PV 치고는 스튜디오에서 댄스 장면을 찍을 수도 없고 뉴욕 로드 다큐멘터리 같은 영상이 전부다. 그게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해서 한 일이었지만 말이다. 사진집을 굳이 외국에서 찍는다고 국내 스튜디오랑 다를 게 뭔가 싶긴 해도 뉴욕에서 찍은 사진집이라면 홍보하기도 좋은 건수였으니.

 

 "그나저나 예전에 들은 건 촬영을 핑계로 외국으로 여행을 다니는 연예인들 이야기였는데 여행은커녕 일하느라 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네."

 "그야 숙박비도 돈이고 식대도 돈이잖아. 예산만 있으면 충분히 여유롭게 일정을 짤 수도 있다고. 이렇게 나흘 만에 후려치는 게 아니라."

 

 생각해보니 카나데도 힘들 텐데 너무 투덜거리면서 내 불만만 말한 것 같아서 머쓱해졌다. 카나데는 기분이 나빠 보이진 않았지만 내 쪽이 마음이 편치않았다.

 

 "뭐, 사진집 촬영은 어땠어?"

 "보고 있던 거 아니었어?"

 

 프로듀서의 입장에서 꼼꼼히 보면서 체크를 해야 했지만, 사실대로 말하면 자세히 보지는 못했다. 나는 목이 타는 것 같아서 쓴맛이 강한 아메리카노를 벌컥벌컥 마셔댔다.

 

 "그냥, 카나데의 의견도 들어봐야 하니까."

 

 사진집은 어디까지나 카나데의 의견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나한테는 딱히 아이디어가 있던 것도 아니었고, 사진집의 컨셉같은 건 대부분 카나데가 사진작가분과 의견을 맞춰서 자주적으로 진행했다. 그런데 이렇게 직접 보고 나니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대담했던 것이다. 커다란 셔츠 한 장만 입고서 침대 위에 누워있는 포즈나, 훤히 드러낸 뒷모습에서 보이는 날개뼈 같은 걸 보고 있자니 일이라고는 하지만 도저히 편안한 마음으로는 있을 수가 없었다. 예전의 일이지만 아직 서로 가깝지도 않았던 시절에 실수로 카나데가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봐버렸을 때의 무안한 감정이 기억날 정도였다.

 

 "흐응, 질투하는 걸까?"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나는 내심 정곡을 찔려서 모르는 척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저렇게 뒷머리 끝을 매만지고 있는 걸 보면 무신경한 듯 보이지만 카나데도 은근히 보면 감이 날카롭단 말이지.

 

 "당신한테라면... 더 보여줄 수도 있는데."

 

 나도 모르게 카나데의 드러난 어깨에 눈이 갔다. 그런 나를 카나데가 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몸은 멋대로 움직였다.

 

 "아이돌이라는 건 모두의 사랑을 받는 존재라지만, 사실은 모두의 질투를 한몸에 받는 게 아닐까?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원하지만,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는 없으니까. 질투에 미쳐버린 사람들이 끊임없이 내미는 손을 달콤한 말과 함께 잡았다가 다시 외면해버리는 나는 용서받을 수 없는 죄인이 아닐까?"

 

 건너편에 앉아있던 카나데가 일어서더니 내 바로 옆자리로 옮겨 와서는 달라붙기 시작했다. 호텔에서 샤워라도 한 건지 은은한 비누 거품 냄새가 났다. 그것보다 살이 닿는다고, 살이.

 

 "하지만 당신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지. 어때?"

 

 가까이에서 카나데의 숨결이 내 목을 간지럽혔다.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조금 쓸데없이 장황한 카나데의 말까지 더해지니까 더욱 그랬다.

 

 "카나데... 조금 가깝..."

 

 제지를 하려고 외면하고 있던 고개를 조심스레 돌리니 푸른색의 머리카락이 살짝 닿은 카나데의 입술이 눈에 들어왔다. 입이 굳어버려서 말이 더 나오지 않았다. 정적 속에서 묘한 분위기와 함께 얼굴이 점점 가까워져 왔다. 이래서는 마치 키스라도 할 것만 같잖아.

 

 "...설레였어?"

 

 서로의 입술이 맞닿기 직전에 카나데는 몸을 빼버렸다. 그리고서는 자리를 다시 옮겨 원래 있던 반대편 자리에서 여우 같은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왠지 말려든 기분이라 약이 올랐다.

 

 "뭐야, 도망가는 거야?"

 

 카나데에게 놀아난 것이 분했는지 나도 모르게 조금 흥분된 어조로 비아냥거렸다. 카나데는 그런 내 모습 보면서 더 크게 웃을 뿐이었지만.

 

 "그래서 무슨 이야기였더라. 사진집이었지?"

 

 카나데는 방금까지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태연하게 주제를 이어나갔다.

 

 "나도 그런 사진을 찍는 게 마냥 마음이 편하지는 않지만 일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마냥 어린아이도 아니고 프로로서 내 세일즈 포인트 정도는 알고 있으니까."

 

 솔직한 마음으로는 그런 컨셉으로 사진집을 내는 건 막고 싶었다. 아직 고등학생의 나이로 너무 과한 게 아니냐는 마음이었다. 그것 말고도 다른 이유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카나데도 스스로를 냉정하게 분석해서 내린 결론인데 카나데의 프로듀서인 내가 단지 내 마음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막을 수는 없었다.

 

 "그러면 PV 쪽은 어때?"

 "글쎄..."

 

 물론 PV 촬영도 모두 따라가서 지켜보고는 있었다. 하지만 매번 카나데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PV의 컨셉이 그랬던 이유도 있고 오히려 좋은 분위기일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따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을 때도 항상 굳은 표정을 하고 있으니 신경이 쓰였다.

 

 "잘 모르겠어. 정말 이런 걸로 괜찮은 건가 해서."

 

 카나데의 눈을 바라보고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이번에는 카나데쪽에서 내 시선을 피했다. 거의 없던 일이었다.

 

 "보통이라면 다른 아이들도 있고, 팬들은 모르겠지만 스태프는 훨씬 많이 있어. 그렇지만 이번엔 아무도 없잖아? 여기 사람들이 나를 알아볼 리도 없고 가끔 카메라를 보고 신기해서 힐끔 쳐다보는 정도일까. 사람들은 각자 바쁘게 살기 바쁘고 나도 옆에 아무도 없이 혼자야. 카메라를 바라봐도 그 너머의 렌즈만 보일 뿐이야."

 

 모든 것이 낯선 곳이어서 그런지 카나데의 모습은 무척이나 불안해보였다. 평소에 사람을 이리저리 휘둘러온 모습은 찾아볼 수도 없었다.

 

 "그래도... 나쁘지는 않아. 어차피 예전부터 나는 혼자인 시간이 많았으니까. 최근에는 그럴 일이 없어서 잠시 잊고 있었던 것뿐이야."

 

 카나데는 어느새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와서 웃고 있었다. 조용하고 가라앉은 웃음이었다. 

 

 "당신도 이러는 편이 더 분위기에 어울린다고 하지 않았어? 회색 거리, 하늘에 닿을 듯이 솟아오른 빌딩들, 혼잡하지만 열기는 느껴지지 않는 거리의 모습들. 그런 거 말이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는 그게 옳은 일인지 의문이 들었다. 정말로 이게 맞는 걸까.

 

 "...그렇게 너무 무리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프로듀서라는 입장에 묶여있는 내가 카나데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그것뿐이었다. 일은 일이니까. 프로는 일이 제일 우선이니까.

 

 "...무리? 당신도 이상한 말을 하네."

 

 카나데는 조금 더 가라앉은 톤으로 말했다. 표정을 살펴보니 어두운 것이 아니라 공허한 느낌에 가까웠다.

 

 "아이돌은 꿈을 파는 직업이잖아? 나는 그 본분을 다할 뿐이야. 사람들이 원하는 하야미 카나데의 모습을 비출 뿐. 진짜 나 자신은 아무래도 좋은 거잖아?"

 

 그렇게 말하는 카나데의 모습은 프로의식이 넘치는 모범적인 아이돌은 절대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몰랐겠지만 가까이서 지켜본 나는 알 수 있었다. 체념으로 떨리는 목소리였다.

 

 "...그렇게 말은 했지만, 잘 모르겠어."

 

 카나데는 하늘을, 달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저렇게 아름다운 것들은 손에 닿지 않으니까. 항상 그랬어. 내가 원했던 것들, 아름다웠던 것들, 꿈 같은 것들은 아침이 밝아오면 거품처럼 사라져버렸으니까. 그래서 희망을 가지지 않기로 했던 거야. 차라리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으면 상처받을 일도 없으니까."

 

 이제는 다시 아까처럼 밝은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지만 카나데의 떨리는 목소리가 계속 떠올라 머릿속을 맴돌았다. 게다가 목소리와는 달리 말하는 내용과 표정은 그대로여서 위화감이 느껴졌다.

 

 "혹시 처음 만났던 때, 기억해?"

 "응."

 

 지금 카나데는 내가 처음 만났던 때의 카나데와 비슷하게 어둡고 텅 빈 느낌이었다. 지금이야 아이돌 활동을 계속하면서 제법 밝아진 편이었지만 그때는 정말로 카나데의 표현처럼 희망이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카나데에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어쩌면 나는 그런 모습에서 카나데의 어떤 퇴폐적인 매력을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그때쯤에는 정말로 세상 모든 일을 다 포기해버린 상태여서 오히려 아무렇지 않았어. 즐거운 듯 웃으며 대화를 해도 다 거짓된 관계들이었어. '하야미 카나데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노는 교활한 여자'같은 소리도 들었지만 여전히 변한 건 없는 걸까."

 

 확실히 모든 사람들이 카나데를 좋아하지는 않았다. 오해를 살만한 면도 많이 있었으니까. 내가 만약 그런 말을 들었다면 카나데는 그런 아이가 아니라고 한참을 붙잡고 이야기했을 테지만 카나데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그저 묵묵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그래도 신경이 쓰이지 않았을 리가 없다. 평소에 자신의 벽을 세워놓고 본심을 숨기는 카나데가 이렇게 말할 정도라면 무척이나 마음에 두고 있었던 거겠지.

 

 "그런데 당신을 만난 거야. 진정한 나를 봐주는 사람을. 하지만, 당신이 배려를 해줘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어. 사랑받은 기억도 없이 항상 혼자였으니까. 슬픈 일이 있어도 어떻게 울어야 하는지도 몰랐어. 어리광부리는 법 같은 건 배운 적이 없으니까.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원하는 하야미 카나데라는 만들어진 나를 연기할 수밖에 없었어."

 

 나는 카나데가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만 같아서 불안했다.

 

 "진짜 하야미 카나데는 어디에 있는 걸까? 저기 머나먼 달의 저편에? 아니면 저기 저 아래 어두운 새장 속에?"

 

 그런 카나데를 보고 마음 한쪽에서는 추잡한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카나데는 역시 그편이 더 좋다고, 그런 카나데가 더 매력적이라고. 떨고 있는 저 어깨를 감싸서 영원히 나의 것으로 만들어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치밀어올랐다. 그러면 자신만을 바라봐줄 거라는 속삭임이 들렸다.

 

 "카나데는 카나데잖아? 가짜 같은 게 아니야. 강한 척 허세를 부리는 것도 아니야. 카나데는 원래 강하니까."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됐다. 카나데는 모두의 별로 더 빛나야 한다. 누구보다도 카나데를 원하고 가지고 싶었다. 그럴 기회가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런 결말은 카나데도 나도 바라지 않는 일일 것이다.

 

 "...그렇네. 괜찮아.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으니까. 왠지 나도 투정을 조금 부리고 싶어졌던 걸지도 모르겠네. 후후..."

 

 카나데는 표정을 지우고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식어버린 커피는 컵에 가득 담긴 그대로였다.

 

 "들어가려고?"

 

 나는 습관적으로 손목의 시계를 바라봤다. 늦은 시간이었다. 내일도 시간이 빡빡할 정도의 일정이니 슬슬 자두지 않으면 곤란했다.

 

 "같이 갈래?"

 

 카나데의 검지는 뒤쪽에서 환하게 빛나고 있는 호텔을 가리키고 있었다. 카나데가 혼자 묵고 있는 곳이었다.

 

 "당신이 정말 내 모든 것을 봐준다면, 그것도 나는 좋다고 생각해?"

 

 이제 제법 카나데의 도발에도 내성이 생겼는지 나도 웃으며 받아칠 수 있었다.

 

 "아직은 일이 더 중요하니까, 나중에. 그건 그때의 즐거움으로 남겨두기로 하고."

 

 내가 이런 식으로 대답할 줄은 몰랐는지 카나데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기, 기대하고 있을게. 그럼 오늘은 늦었으니까..."

 

 지고 싶지는 않았는지 태연한 척 말을 하는 카나데였지만, 웬일인지 말을 더듬더니 몸을 돌려 도망가버렸다. 그래도 마지막에 흔치 않은 좋은 모습을 봐서 그런지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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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나데 생일 글입니다. 동명의 곡을 참고로 썼습니다.

 

 사실 2달 전에 해외 로케 주제일때 쓰려고 구상해뒀다가 던진 후에 다시 가져와서 재활용을...

 

 예전에 올린 글과 눈에 띄게 비슷한 부분이 있는 건 눈의 착각.... 이 아니라 다 제가 부족한 탓입니다. 그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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