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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flower blooms after the 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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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02, 2016 19:45에 작성됨.


 회장 뒤편에 자리한 대기실은 조용했다. 아직 시간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도착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고 이미 도착한 사람들은 그 나잇대의 여자아이들처럼 꺄아꺄아 소리를 지르며 텅 빈 회장을 둘러보고 있었기 때문에 대기실은 한적했다. 하지만 그중에서 특이하게도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도 않고 혼자 대기실에, 그것도 아무도 보이지 않게 숨어있는 아이가 한 명 있었다. 책상 아래에 숨어 있던 소녀, 모리쿠보 노노는 문득 좁아서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사무실의 책상 아래에 숨곤 하는 버릇이 자신도 모르게 나와버린 것이었지만 이곳은 사무실도 아니었고 임시로 만들어진 대기실이었기 때문에 놓여있는 책상도 사무실에 놓여있는 것과는 달랐다. 사무실의 커다란 회색 책상은 사무용이었지만 여기에 놓인 갈색 책상은 적당히 준비한 탁자 같은 것이어서 크기가 작은 편이었고 공간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에 불편함을 느낀 것이었다.

 

 노노는 불편했지만 책상 아래에서 나가겠다는 생각은 손톱만큼도 들지 않았다. 도피하고 있다는 건 잘 알고 있었고 언제까지고 여기에 숨어있을 수 없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차라리 아침에 집에서 나오지 않고 처음부터 도망쳐버렸으면 모를까 여기에 와버린 이상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적어도 프로듀서가 찾으러 올 때까지는 나가고 싶지 않았다. 전혀 생산적이지도 않고 의미도 없는 행동이었지만 습관처럼 저질러버리고 마는 행동이었다.

 

 "노노-? 어디 간 거야, 이 녀석."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대기실 바깥에서 프로듀서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법 커다란 소리를 내며 찾고 있으니 아직 노노가 어디 있는지는 모르는 모양이었지만 이대로라면 시간문제였다. 이 대기실이 다른 아이돌들과 노노도 함께 쓰는 대기실로 정해져 있으므로 결국 프로듀서는 이곳으로 찾아오게 된다. 그러면 프로듀서는 평소처럼 책상 밑까지 찾아볼 테고 노노가 들키는 건 시간문제였다.


 "우으으... 정말로 무리이..."

 

 노노는 좁은 책상 아래에서 손으로 머리를 쥐며 중얼거렸다. 지금은 안 되는데요... 조금만 더 시간을.... 하지만, 바쁘게 뛰어다니는 발소리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몇 번 들리더니 결국 노노가 있던 대기실의 문도 열렸다.

 

 "노노? 혹시 여기 있니?"

 "힉!"

 

 노노는 깜짝 놀란 나머지 소리를 내버렸다. 프로듀서가 들어올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놀라서 기묘한 소리를 내버렸다.

 

 "역시 여기 있었지!"

 

 대기실에는 그 누구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지만 프로듀서는 아무 망설임도 없이 바로 책상 아래로 시선을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눈이 마주쳤다. 지난밤 잠을 잘 자지 못했는지 피곤함이 짙게 깔린 갈색 눈동자가 보였다. 0.5초 정도였을까, 노노가 시선을 바로 피했기에 다시 시선이 멀어졌다.

 

 "여기 있었구나. 곧 시간이니까 어서 나가자."

 "역시 무우리...... 모리쿠보는 이런 일은 도저히 안 되는데요..."

 

 좁은 책상 아래에 더욱 틀어박히려는 노노의 모습을 보고 프로듀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이해는 하는데 말이지. 그래도 이제 와서 그만둘 수는 없잖아?"

 "그, 그렇지만.... 우으..."


 노노의 눈에는 투명한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 그런 눈물에도 프로듀서는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마음이 약해지고 망설여지는 건 몇 번을 봐도 똑같았지만, 처음처럼 깜짝 놀라 어떻게 해야 할지 허둥대지는 않았다.

 

 "노노 혼자만의 일이라면 상관없지만. 아니, 상관없지는 않으려나. 그래도 어떻게든 해 볼 수 있겠지만, 이번엔 그런 게 아니잖아? 모두 모여서 함께 하는 일이고. 시간도 정해져 있는 일이고. 팬분들도 모두 기다리고 계실 거고. 그런데 노노가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많은 분께 폐를 끼치게 되잖아?"

 "알고는 있지만... 모리쿠보는... 그게..."


 프로듀서도 노노가 여기서 도망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매번 약한 소리만 하고 그만두려고 하지만 결국은 어떻게든 해내는 것이 모리쿠보 노노라는 아이돌이었기 때문에 신뢰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까지 믿음직스럽지는 않아도 결코 실망시키지는 않았다. 어디까지나 노노의 마음가짐 문제였기 때문에 항상 프로듀서는 노노를 안심시키는 일이 주된 일과였다.


 "이번에는 커다란 무대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일도 아니야. 어디까지나 악수회일 뿐이고. 노노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적당한 대응을 하는 정도라면 가능하잖아?"

 

 이번 이벤트는 신데렐라 걸 선발 총선거의 일환으로 후보들 모두가 모여 여는 악수회 이벤트였다. 물론 공짜는 아니었고 CD를 사면 일정 시간 동안 악수를 하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인원 수만 해도 200명에 가까운 아이돌들이 모두 모이기 때문에 규모가 보통이 아니어서 도쿄 빅사이트를 빌려 열리게 되었다. 보통의 사인회나 악수회 같은 기존의 행사와 한 번에는 같이 자신이 원하는 아이돌 한 명하고만 악수할 수 있지만 그걸 모든 인원이 같은 장소에서 한꺼번에 모여 한다는 것만 달랐다.

 

 "게다가 노노는 오늘의 주인공이기도 하니까."

 "모리쿠보는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데요..."

 

 수많은 아이돌이 모이는 그곳에서도 단연 주목을 받는 건 중간 결과 발표에서 높은 순위를 받은 아이들이었다. 노노도 지금까지 어디 가서 당당하게 아이돌이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의 괜찮은 성적을 내고 있었지만 올해는 예상 외로 7위라는 엄청난 순위를 받았다. 중간 결과 발표에서 높은 순위를 얻게 된다면 기존에 지명도가 그리 높지 않았던 아이돌도 자연스럽게 주목을 받게 된다. 이번 총선거의 신데렐라라는 타이틀을 달고서 인터뷰 기사가 나가기도 하고 중간 결과 발표만으로도 들어오는 일도 늘어난다. 그렇기에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이런 좋은 타이밍에 더욱 열심히 어필을 하고 아이돌로서 빛나는 모습을 보여줘야만 한다. 만약, 최종 순위 발표에서 성적이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한 번 이름을 알린 아이돌은 쉽사리 잊히지 않는다.

 

 "나도 노노가 그 정도로 올라갈 줄은 몰랐지만 말이지...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들 하잖아? 언제 이렇게 일을 하겠어? 지금이지!"

 

 노노는 철 지난 유행어를 당당하게 외치는 프로듀서의 모습을 외면했다. 사실은 어디론가 잠적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총선거 7위라고 해도 노노가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기쁨이 아니라 당혹감이었다. 어디에서도 총선거에서 자신을 뽑아달라는 어필을 한 적도 없었다. 남부끄럽지 않게 노력을 한 것도 아니고 마지못해 해온 아이돌 일이었다. 그런데 대체 왜?

 

 “어머, 무슨 일 있나요?”

 

 프로듀서가 열어놓은 문으로 다른 사람이 들어왔다. 프로듀서가 고개를 돌려 돌아보니 두 명의 여성이 있었다. 한쪽은 약간 짙은 갈색 머리를 높게 묶고 은은한 연두색 원피스 위에 하얀 볼레로를 갖춰 입은 어른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미후네 미유였다. 나머지 한쪽은 그 유명한 타카가키 카에데였는데 탁한 애쉬그린의 보브컷을 한 그녀는 언제나처럼 어깨를 살짝 드러낸 검은 셔츠에 잿빛 숏팬츠를 매치해 역시 모델답다는 말이 나오는 모습이었다. 두 사람 모두 노노와 함께 이 대기실을 사용하는 아이돌이었다.

 

 “아, 실례하고 있습니다. 저희 노노때문에 잠시…”

 

 프로듀서 일을 하면서 다른 아이돌들과 마주칠 일이 많아서 친분이 있는 사람들도 많았고 카에데와도 자주 마주치곤 했지만 역시 조금 부담스러운 상대였다. 미유의 조용한 분위기도 프로듀서의 태도를 더욱 신중하게 만들었다.

 

 “노노 쨩이죠?”

 “죄송합니다. 폐를 끼쳐서.”

 “아니에요. 노노 쨩의 이야기는 유명하기도 하고, 귀여운 걸요.”

 

 고개를 숙이는 프로듀서에게 미유는 손사래를 쳤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노노는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몰랐다. 이제 와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책상 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지만, 자신 때문에 프로듀서가 곤란에 빠지는 것도 싫었다.

 

 “역시 긴장하고 있는 거겠죠. 저도 매번 긴장해서 긴 장례식이라도 하는 기분이라니까요, 후훗.”

 “아니, 그래도 장례식은 좀 안 어울리지 않나요…”

 

 난처한 듯 딴죽을 거는 미유때문에 카에데가 웃음이 터지자 딱딱했던 분위기도 조금은 수그러들었다.

 

 “노노 쨩, 일단 나와보지 않을래요? 그런 곳에 있으면 모처럼 입은 귀여운 의상도 더러워져서 엉망이 되는 걸요.”

 

 미유의 엄마 같은 목소리에 노노도 마음이 조금은 동했는지 프로듀서에게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프로듀서는 아무 말 없이 옆으로 비켜섰다. 익숙한 몸짓으로 책상에서 나온 노노는 여전히 시선은 아무도 없는 곳을 향한 채로 옷에서 먼지를 털어냈다. 하얀 셔츠 위에 하늘색의 깅엄체크 원피스라는 노노의 옷은 자칫하면 더럽혀지기 쉬운 것이었지만 다행히 먼지나 얼룩이 묻지는 않았다.

 

 “그럼 저는 실례하겠습니다. 무슨 일 있으면 부르고, 알겠지?”

 

 프로듀서는 노노의 어깨를 살짝 쳐 주고서 문을 닫고 대기실 밖으로 나갔다. 남겨진 노노는 다시 책상 밑으로 돌아가지는 않았지만 역시 껄끄러운 기분이었다. 인기가 어떻다 이전에 나이가 10살도 넘게 차이 나는 어른 둘과 이야기하는 건 또래와도 잘 어울리지 못하는 노노에게 어려운 일이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아요. 저는 술 말고는 누군가를 잡아먹거나 하지는 않으니까요.”

 

 카에데와 미유가 책상과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붉은 색의 소파에 앉자 노노도 서있기는 뭐했기에 따라 앉았다. 다만, 두 사람과 멀리 떨어진 반대쪽 가장자리였다.

 

 “모리쿠보는 역시… 여기 있으면 안 될 것 같은데요….”

 

 미유는 그래도 노노와 비슷한 성적을 내다가 같이 올라왔지만 카에데는 항상 구름 위의 존재 정도로 인기 있던 아이돌이었기 때문에 노노는 부담스러운 기분이었다. 성격이 나쁘거나 제멋대로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서툰 노노에게는 높은 벽이었다.

 

 “역시 부담스러운 거겠죠. 악수회도 그렇고, 순위도. 저도 제가 어떻게 여기 있는 건지 모르겠다니까요.”

 

 미유가 말했다. 미유도 깜짝 스타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으니 부담감이 컸지만 그래도 연륜 같은 것이 있어서인지 조금 웃으며 이야기할 정도의 여유는 되찾은 모양이었다.

 

 “잔인하죠? 총선거라는 거.”

 

 카에데는 씁쓸하게 웃었다. 항상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카에데였지만 마냥 좋아할 수는 없는 총선거였다.

 

 “좋아해 주시는 팬분들의 마음을 알 수도 있고, 1년 동안 자신이 열심히 해왔다는 증거가 되는 것 같다는 점은 좋지만요.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서, 정말 직설적으로 말하면 결국 돈을 쓰라는 게 되잖아요? 아무리 저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좋아한다면 좋아하는 만큼 돈을 쓰시라고 말을 할 수는 없는 일이고.”

 “여러모로 무겁죠.”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노노의 부담감은 더 커지는 것 같았다. 누군가가 기대를 해주고, 그만큼이나 돈을 써서라도 지지해주고 있다는 건 기쁘면서도 싫은 일이었다.

 

 “노노 쨩이 그러는 것도 이해해요.”

 “모리쿠보는…”

 

 이제 와서 도망칠 수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익숙한 일이었지만 지금까지와는 규모가 다르다는 게 다른 점이었다.

 

 “정말로 그만두고 싶지만… 그래도 모두를 배신할 수는 없으니까요…”

 

 총선거라는 시스템은 잔인했지만, 한편으로는 팬들이 스스로의 손으로 신데렐라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었기 때문에 참가하지 않는 것도 어떻게 본다면 팬의 마음에 대한 배신이었다. 그런 마음의 무게도, 성적에 대한 걱정도 모두 중간에 선 아이돌들만 부담을 끌어안게 되는 구조지만, 그야말로 아이돌이라는 이름의 무게였다. 반짝이는 티아라와 유리구두의 대가는 가볍지 않았다.

 

 "그냥 편하게 마음먹어요. 팬분들과 한 명씩 이야기를 할 뿐이라고 생각하면 괜찮아요. 사실, 이런 말은 하면 안 되겠지만, 한 사람마다 배정되는 시간이 많은 것도 아니니까요. 잠깐 인사하고 지나간다고 생각하면 편해요."

 

 악수회 같은 팬을 직접 만나는 자리는 이미지와 직결되기도 하고 이런 대응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여 인기가 올라가는 아이돌도 있었지만 노노에게는 무리였다. 그래서 미유는 완벽한 대응을 하라는 말보다는 최소한의 대응을 하면서 긴장을 풀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무슨 일이 있으면 비명을 질러요. 그러면 경비 몇 명이 가서 도와줄 테니까요... 후훗."

 "카에데씨도 참."

 

 바닥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던 노노였지만 두 사람의 말을 듣다 보니 조금은 걱정이 줄어드는 것 같기도 했다. 별일 아니야. 그냥 잠시 악수를 하고, 인사를 하고, 한두 마디 말하면 되는 일인걸. 머릿속으로 팬과 인사를 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니 어색해도 그리 큰 일도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곧 시작이니까 이동 준비해주세요."

 

 노크 소리가 세 번 들리더니 바깥에서 스태프의 목소리가 들렸다. 시간이 되었다는 알림에도 노노는 쉽게 일어나지 못했지만 양쪽에서 손을 잡아주는 카에데와 미유에게 이끌려 노노는 회장으로 향했다.

 

 

 임시로 구조물을 세워 만든 자그마한 방은 건조한 느낌이었다. 행사라는 느낌을 잔뜩 풍기는 테이블 뒤쪽에 서 있는 노노와 시간이 되면 차례를 넘기기 위한 스태프 한 명까지 해서 둘 뿐인 공간에는 정적만이 흘렀다. 바깥에서는 잔뜩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칸막이와 커튼 하나로 가려진 안쪽은 너무도 조용했다. 정말로 노노, 혹은 아이돌에는 관심이 없는 것인지, 사적인 대화는 절대로 해선 안 된다는 엄중한 주의를 받은 것인지, 마스크를 쓰고 있는 스태프는 묵묵히 시계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시작합니다."

 

 노노는 순간 그게 스태프의 목소리인 줄도 몰랐다. 얼굴의 반을 가린 마스크때문에 어떤 사람인지 인상이 와 닿지 않았지만 남자치고는 제법 높은 톤의 목소리였다. 노노가 스태프를 바라보자 스태프는 다시 시선을 시계로 돌렸다. 그와 함께 회장 전체에 낭랑한 벨 소리가 울렸다.

 

 "지금부터 신데렐라 걸 선발 총선거 이벤트 악수회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손님 여러분들께서는 현장 스태프의 지시에 따라 질서를 지켜 움직여주시기 바랍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라인에 줄을 서기 전에 짐을 검사하고 있으니 협조해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아이돌에게 선물을 준비하신 분들은 절대로 직접 건네주지 마시고 따로 마련해놓은 창구를 통해 전달해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사무원인 센카와 치히로의 방송이 끝나자 회장에서 큰 함성이 터졌다. 그 열기는 칸막이로는 가릴 수 없어서 안에서 떨고 있던 노노에게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커튼이 열리고 첫 번째 팬이 들어왔다. 노노는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프로듀서에게 배운 내용을 떠올렸다. 팬이 들어오면 시선을 맞추고 웃는다. 자신의 앞까지 다가오면 먼저 인사를 하며 악수를 한다. 스태프가 시간 종료를 알릴 때까지 밝게 대화한다. 그리고 퇴장하는 팬에게 인사한다. 하지만 무리였다. 노노는 막상 팬이 들어오자 시선을 맞추는 것도 하지 못했다.

 

 "진짜 노노 쨩이네!"

 

 어느새인가 팬은 노노의 앞에 서 있었다. 여전히 눈은 바라보지 못하는 채로 살짝 팬을 살펴보니 흔히 말하는 특공복 같은 것을 입고 있었다. 자신 이름이 잔뜩 새겨진 하얀색 특공복을 보고 노노는 압도당했지만 어떻게든 악수를 하려 손을 내밀 수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이윽고 손이 닿았다. 노노의 손을 가볍게 쥔 팬은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안녕. 노노 쨩. 와, 믿을 수가 없네. 노노 쨩은 보통 악수회라던가 거의 하지 않으니까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는데. 어때, 긴장돼?"

 "에... 그게... 우으..."

 

 노노는 빠른 속도로 말하는 팬의 말을 반쯤 흘려넘기고 있었다. 귀로는 듣고 있었지만 머리로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괜찮아 괜찮아. 그게 노노 쨩의 매력이니까. 굳이 무리하지 않아도 돼."

 

 대화가 성립되지 않는 사이에 뒤에서 스태프가 다가왔다.

 

 "시간 끝났습니다."

 "뒤에 있는 사람들도 다 착한 사람들이니까! 다시 올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바이바이!"

 

 이윽고 손이 떨어지고 하얀 특공복의 팬은 스태프에게 떠밀려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다음 팬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 다음 팬이 들어오고, 한 시간을 넘겨 휴식시간이 다가와도 노노는 제대로 이야기 한 번 해보지 못했고 인사를 간신히 나누는 게 전부였다.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아이도, 엄마와 함께 온 꼬마 아이도, 40대가 넘은 아저씨도 전부 잠시 악수를 하고 지나갈 뿐이었다.

 

 언제쯤이면 이 불편한 시간이 끝날지 생각하고 있을 때 눈에 익은 하얀 옷이 다시 나타났다. 가장 처음 순서에 왔던 사람이었다. 티켓이 있으면 여러 번 악수를 할 수 있었고 같은 아이돌을 여러번 만나러 오는 팬도 보기 힘든 경우는 아니었다.

 

 "안녕, 다시 왔어. 어때, 조금은 괜찮아졌어?"

 

 한 번 악수를 해 본 손이라 그런지 왠지 익숙하게 느껴지는 감각에 노노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우으... 무리인데요..."

 "어, 잘 말하잖아!"

 

 맞잡은 손이 위아래로 살짝 흔들렸다. 노노는 여전히 시선을 마주치지 못했지만 조금은 마음이 편해진 듯했다.

 

 "다들 노노 쨩을 보고싶어서 온 거니까 너무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나도 그렇고, 노노 쨩이 한 마디만 해주면 기쁠 테니까. 아무 이야기라도 좋아."

 "그런가요... 모리쿠보는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도 서투르고... 역시 아이돌 일 같은 건 그만두는 편이..."

 

 노노의 말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스스로도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해버렸다는걸 깨달았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역시 싫어하겠지. 친절하고 상냥한 대응은커녕 그만두고 싶다는 말이나 하는 아이를 좋아해 줄 리가 없잖아. 노노는 손에서 자신의 힘이 서서히 빠져나가는 걸 느꼈다.

 

 "그렇지 않아."

 

 하지만 상대의 굳게 쥔 손은 노노의 손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했다.

 

 "노노 쨩에게 누군가를 위해 힘을 내라고 하지는 않아. 지금처럼만 스스로를 위해서 힘을 내줘. 그리고 그런 노노 쨩에게서 힘을 얻고 그런 모습을 보고 행복해지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 기억해줘."

 

 

 스태프의 시간이 다 되었다는 말에 흰옷의 팬이 다시 밖으로 나가고, 그 후로 몇 명이 더 지나간 후에 휴식 시간이 찾아왔다. 노노는 조용히 뒤쪽을 통해 대기실로 향했다. 지나가면서 회장에 빽빽이 모인 사람들이 각자 원하는 줄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니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지난 몇 년간의 총선거에서도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른 아이돌들은 한 사람당 수십만 표를 얻었다고 하는데 이렇게 실제로 보니 직접 마음에 와 닿는 기분이었다. 그 사람들에게서 도망치듯이 대기실로 돌아오자 이미 누군가 와 있었다.

 

 "잘하고 왔어요, 노노 쨩?"

 

 대기실에는 아까와 같은 자리에 미유가 앉아있었다.

 

 "아우우... 이런 일 역시 어울리지도 않고, 그냥 돌아가 버리고 싶은 걸요...."

 "정말요. 줄은 끝도 없이 서 있는 것 같지, 이야기를 할 새도 없이 사람은 계속 바뀌지,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아, 그렇다고 정말로 돌아가면 안 돼요?"

 

 악수회는 저녁까지 이어지지만 사람이 하루 종일 악수를 할 수도 없는 일이고 한 시간 정도에 한 번씩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가만히 서서 악수를 하고 이야기를 할 뿐이지만 그것이 쌓이고 쌓이면 굉장히 힘든 일이었고 감정적인 소모도 있었기에 필요한 안배였다.

 

 "저기..."

 "네?"

 

 대기실 한 편에 놓여있던 우롱차를 마시던 미유는 노노가 먼저 말을 걸어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깜짝 놀라 대답했다.

 

 "타카가키 씨는 어디에 있나요?"

 "아."

 

 고개를 두리번거리는 노노를 보며 미유는 웃었다.

 

 "어디 다른 대기실 가서 놀고 있을 거에요.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하며 미유는 자신이 한 말을 되뇌었다.

 

 "그래요. 사람은 모두 다르잖아요? 카에데 씨 같은 사람이 있으면 노노 쨩 같은 사람도 있는 거니까.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언제나 자신다우면 그걸로 된 거에요. 노노 쨩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도 노노 쨩의 그런 모습을 좋아하는 거잖아요?"

 "글쎄요...."

 

 정말로 그런 걸까. 사람들이 정말 그런 모습을 좋아하는 걸까. 노노는 고개를 기웃했다. 미유는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이돌같이 누군가의 눈에 띄는 일은 별로지만... 지금 이 모습으로도 괜찮다면... 조금 좋을 지도요...."

 

 무리하지 않고 그대로의 자신으로도 어딘가에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나쁘지 않다고 어느샌가 노노는 생각하고 있었다.

 

-

 

 휴식 시간이 끝나고 다시 악수회가 시작됐다. 불편한 마음은 계속 노노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지만 사람이라는 것이 단순한 일을 반복하면 익숙해지는 법인지 팬들을 맞이하는 일도 몸에 익기 시작했다. 미유나 흰옷을 입은 팬의 말처럼 시선을 마주치지 않아도 큰 문제는 없었다. 노노와 악수를 하는 데에 있어서 시선을 피한다는 건 일종의 전제였기 때문에 팬들도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럼 바이바이."

 

 몇 번째인지도 알 수 없는 팬이 빠져나가고 다른 사람이 들어왔을 때, 노노는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어디까지나 직감, 기분의 문제였지만 안경을 쓰고 검은 후드를 눌러 쓴 채로 다가오는 저 남자에게선 좋은 예감이 들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여태까지 들뜬 목소리였던 팬들과는 다르게 남자는 조용하고 딱딱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남자는 노노가 내민 손을 꽉 쥐었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긴 했지만 남자는 뭔가 아니다 싶을 정도의 악력이었다. 기분이 나쁠 정도의 감각, 그렇지만 항의는 할 수 없는 정도의 경계였다.

 

 "당신은 뭘 하고 싶나요?"

 "...네?"

 

 지금까지 팬이 던져오는 질문에 대답하면서 시간을 넘긴 노노였지만 뜬금없는 그의 질문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당신은 대체 뭘 하고 싶냐는 겁니다."

 

 남자의 어투는 점점 거칠어졌지만 목소리는 그대로 낮고 조용한 채였다.

 

 "아이돌이면서 하기 싫다, 무리다, 하는 이야기만 계속 하고. 악수회에서 팬의 눈을 바라보지도 않고. 친절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러고서 7위라구요? 웃기지 말라고 해요."

 

 이 남자는 어째서 이런 말을 내게 하는 걸까. 노노는 손을 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남자의 손이 가하는 힘 때문에 섣불리 손을 뺄 수 없었다.

 

 "다른 아이돌은, 지금 이 순간에도, 노력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한 사람이라도 더 자신을 돌아봐 줄까, 어떻게 하면 한 사람에게라도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을까. 고민하고, 노력하고, 그렇게 힘들게 기회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저렇게나 많은데 당신에게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노노는 그저 시선을 피하고 못 들은 척을 하며 스태프가 다가와서 남자를 데려가기만을 기다렸다. 남자는 그런 노노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쏘아붙였다.

 

 "그렇게 해서 또 도망갈 생각입니까? 걱정 마세요. 티켓을 50장 넘게 썼으니까 앞으로 적어도 5분은 남았습니다. 시간은 많아요."

 

 노노는 그제야 깨달았다. 이 남자가 일부러 조용한 목소리로 말하는 건 스태프에게 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소리를 치거나 부적절한 행동을 하면 스태프가 즉시 다가와 저지하고 바깥으로 내쫓을 테지만 남자의 목소리는 스태프에게 들리지 않는다. 더욱 안 좋은 것은 이번 손님은 길어진다는 걸 알았는지 스태프는 지루한 표정으로 출구 쪽으로 고개를 내밀어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이래서는 무리다. 소리라도 지르지 않는 한 알릴 방법도 없다. 그리고 노노는 자신이 그럴 용기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오해를 하면 곤란한데, 저는 아이돌을 좋아하는 한 사람의 입장에서 당신에게 충고를 하고 싶은 겁니다. 네? 제가 욕을 한 것도 아니고요. 그렇죠?"

 

 노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을 꽉 다물었다. 눈에서는 저절로 눈물이 흘러나왔다. 다른 사람들이 한두 표를 써서 10초라는 짧은 시간을, 길어봐야 30초 정도를 이야기하고 지나가는 반면에 이 남자는 수많은 돈을 써서 노노를 집요하게 공격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 사무치는 악의에 온몸이 찔린 것처럼 서늘했다.

 

 "맨날 그만둔다 그만둔다 말만 하지 말고 그냥 정말로 그만 둬버리세요. 당신 하나 없다고 달라질 것도 없고, 오히려 쓸데없이 차지하고 있던 자리가 하나 줄어들면 그만큼 빛을 보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기회가 돌아가겠죠."

 

 언제나 그만두고 싶다고 말했던 노노였지만 남자의 그만둬버리라는 그 말은 깨끗한 인정도, 조용한 체념도 아니라 강제로 끌어내리는 것만 같아서 가시처럼 아프게 박혔다.

 

 "아무 상관 없잖아요? 어차피 아무런 의미도 없고. 당신처럼 기분 나쁜 사람을 좋아해 줄 사람 따위 아무도 없는데."

 

 아니야. 노노는 고개를 저었다. 눈물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남자의 눈을 노려봤다. 스스로는 아무래도 좋았지만,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자신을 보며 웃어준 팬들과 자신을 이해해주는 다른 동료들이나 프로듀서까지 무시하도록 두고 싶지 않았다.

 

 "아니야!"

 

 평소에는 생각도 못 할 노노의 큰 목소리에 놀란 스태프보다 바깥에서 뛰어들어온 사람이 더 빠르게 움직였다.

 

 "뭐하는 자식이야, 너!"

 

 바깥에서 뛰어든 프로듀서는 노노의 얼굴을 보고서 순식간에 남자를 몰아붙이더니 바깥으로 끌어냈다. 입구 쪽의 스태프는 안쪽의 상황을 확인하고 일시 중단을 알리고 입구를 막아섰다.

 

 "일단 대기실로 가시죠."

 

 안쪽에서 대기하던 스태프의 지시에 따라 노노는 바깥으로 나왔다. 프로듀서도 그 남자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팔로 눈물을 닦으며 대기실로 돌아가려는 노노의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신경 쓰지 마! 힘내라, 노노 쨩!"

 

 예의 흰옷의 팬의 목소리였다. 이윽고 주변 사람들이 친 박수 소리가 조그맣게 들려왔다. 노노는 울고 난 직후였지만 무심코 웃음을 터트리면서 걸음을 옮겼다.

 

 

 

 "그 망할 자식이 말이야..."

 

 대기실로 들어오는 프로듀서는 증기기관차처럼 김을 뿜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숨은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고 단정했던 양복의 옷차림도 엉망이 되어있었다.

 

 "그 자식이 뭐라고 했어?"

 

 노노는 조용히 소파에 앉아있었다. 진정이 된 모양인지 평소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티켓을 잔뜩 사들여서 그런 짓을 한 전례가 없는 건 아니니까 짐작은 간다만. 그놈이 자기는 아무 짓도 안 했다고 하잖아.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실제로 위해를 가한 것도 아니니까. 일단 쫓아내기는 했는데 말이야."

 

 노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다 맞는 이야기인걸요."

 

 남자의 말은 악의적이었지만 사실이기도 했다. 그래서 노노는 더 괴로웠다.

 

 "프로듀서, 모리쿠보는... 아이돌에 어울리지 않나요? 그만두는 편이 나을까요?"

 

 항상 그만두고 싶다거나 아이돌 일은 무리라고 말해온 노노였지만 단 한 번도 이런 식으로 질문을 던진 적이 없었기에 프로듀서는 당황스러웠다.

 

 "확실히 모리쿠보는 절실함도 없고... 왠만하면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정말로 모리쿠보가 다른 모두의 기회를 빼앗고 있는 건가요?"

 

 프로듀서는 남자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 것 같았다. 프로듀서 자신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지 않았다. 그렇기에 정답도 알고 있었다.

 

 "노노가 정말 노력하지 않았다면, 아이돌로서의 가치가 없다면, 이런 기회를 받지도 못했을 거야. 노노가 아이돌을 그만둔다고 해서 노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른 아이돌을 좋아하게 되는 것도 아니잖아. 이 모든 건 노노가 스스로 만들어낸 성과니까 그런 생각 하지 마."

 

 노노는 프로듀서의 눈을 바라보았다. 항상 시선을 피하고 있지만 아이돌이 되기로 정한 날 보았던 프로듀서의 눈빛과 똑같았다. 올곧고 믿음이 가득 찬 눈빛이었다.

 

 "노노가 그만두고 싶다면 언제라도 그만둬도 괜찮아. 하지만, 비가 오지 않으면 꽃도 피지 않아.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나는 노노가 반드시 아름다운 꽃을 피워낼 거라고 믿고 있어."

 "그렇게 말해도..."

 

 노노는 다시 시선을 돌렸지만 프로듀서는 웃으며 노노를 지켜보았다. 그 마음 어딘가에 언젠가 꽃이 피어날 싹이 움트기 시작한 것을 느꼈으니까.

 

 "오늘은 그만 돌아가자. 안좋은 일이 있기도 했고."

 

 프로듀서는 노노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노노는 그 손을 잡지 않았다. 아무 말 없이 기다리는 프로듀서에게 노노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아니요. 조금만 더 있다가 다시 시작할게요. 모리쿠보를 보러 와주신 분들이 저렇게나 기다리고 계시니까... 그 기대를 배신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무리하지 않아도 괜찮다니까."

 

 프로듀서가 한 번 더 만류하자 노노는 슬쩍 눈빛을 바꿨다.

 

 "그러면 역시 돌아가는 게...."

 "하려는 건지 아닌지 확실히 하란 말이야, 좀."

 

 소나기는 그쳤다. 비바람이 불던 땅 위에는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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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새 문득 생각이 드는 건 애매한 현실감은 오히려 독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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