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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즈 담당 프로듀서는 죽을 만큼 후회했다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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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16, 2016 18:02에 작성됨.

원작
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 반다이 남코 엔터테인먼트/ A-1 Pictures

"대단해요! 이번 주 방송은 게스트 모두 한 번에 성공! 이게 정말 얼마 만이죠?"
안즈는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져서 고양감이 순식간에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아아, 그런데 이거 어쩌죠? 이 코너는 원래 시행착오를 보여줘서 시청자를 재밌게 해야 하는데~ 아, 이거 NG 발언이었어? 미안해요! 디렉터 씨!"
유이는 이번에도 카메라를 향해 혀를 빼꼼 내밀었다.
스크립트엔 없는 행동이었다.

"뭐?! 다시 찍어야 해? 망했다! 안즈는 한 번에 끝내면 빨리 끝날 줄 알고 한 건데!"
"스태프분들께서 어떻게든 해주실 거야! 그렇죠?"
유이가 카메라를 향해 윙크. 카메라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었고 스태프들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 생긴 분량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열렬하게 찍었다.

"그건 그렇고, 빨리 끝날 줄 알고 한 번에 끝냈어요?"
유이는 은근슬쩍 안즈에게 시선을 돌렸다. 카메라가 안즈를 향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집중하지 말걸 그랬어……."
"아하하, 하하!"
유이는 웃었다.
"너 진짜 넘넘 재밌다!"
방송 진행과는 조금 다르게. 애드립 같은 차원이 아니라 진심으로 재밌어하며 웃었다.

이번 코너는 이렇게 끝. 안즈가 제 페이스를 찾자 나머지 코너도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안즈는 대기실에서 의자 3개를 나란히 놓고 그 위에 드러누웠다.

촬영은 끝났다. 토우마와 쇼타는 안즈에게 나중에 또 보잔 말을 남기고 곧바로 현장을 떠났다.
안즈는 가방에 넣어 온 토끼 인형을 꼭 안고 초점이 흐린 눈으로 천장만 쳐다봤다.

모든 기력이 방전됐다. 당연하다. 에너지 공급이 없었으니까. 에너지 공급을 받고 싶어서 기력을 짠 결과가 이거다! 안즈는 입을 반쯤 벌린 채로 다리만 가끔 까딱거렸다.

단 게 먹고 싶다. 사탕…….
쩍 마른 입안을 사탕으로 촉촉하게 적시고 싶다.

"여기 있었네! 아직 안 갔구나!"
안즈와 대비되는 하이텐션의 소유자가 대기실에 들어왔다. 유이다. 유이는 촬영 때 입었던 옷과는 다른 옷을 입고 있었다. 아까 본 옷보다 제법 편해 보이는 옷이었다. 모자까지 돌려쓰고. 이게 평상복인 것 같다.

안즈는 간신히 상반신을 일으켰다.

"오늘 진짜 재밌었어!"
유이는 활짝 웃으며 안즈에게 악수를 청했다. 안즈는 조금 머뭇거리다 그 손을 잡았다. 생각보다 손이 따뜻해서 깜짝 놀랐다. 유이의 손에서 열기, 에너지가 넘쳤다.

"으응, 고마워."
"다음에도 기회 생기면 같이 방송하자!"
안즈는 대답 대신 얼굴을 긁적였다. 솔직한 심정으론 사양하고 싶다. 힘들었으니까. 하지만 거북해서 그런 건 아니다. 지금은 거북하지 않다.

전부 다 방전해서 그런가?

"일하는 거 재밌나 보네?"
안즈는 예의상 아무 말이나 던졌다.
"음……. 힘들어!"
"어?"
혹시 안즈가 지뢰를 밟았나? 그러나 유이는 여전히 환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근데 재밌어!"
안즈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제부터 어떻게 할 거야? 바로 퇴근?"
"프로듀서가 데리러 온댔어. 그래서 기다리는 중이야."
"흐음, 안즈 쨩의 프로듀서? 어떤 사람이야?"
전에 유이의 매니지먼트를 맡았던 사람이야.
이런 말은 못 하니까 적당히 둘러대기로 했다.

"조금 4차원끼가 있는 별난 사람이야."
"그래? 일할 맛이 나겠네? 같이 일하는 사람이 특이하면 보는 재미가 있거든! 부럽다~ 유이네 소속사엔 재밌는 사람이 별로 없어. 아이돌은 재미있지만 이쪽 프로듀서나 높으신 분들은 딱딱해서 영 재미가 없거든."
유이는 어깨를 으쓱였다.

"예전에 346에 있었을 땐 참 재밌었는데. 요즘엔 뭐 하려나 프로듀서……."
안즈의 속이 따끔거렸다. 유이가 칭얼거릴 때마다 가시에라도 찔린 양 목구멍과 옆구리가 사정없이 따끔거렸다. "아무튼 오늘은 재밌었어. 답례야."
유이는 주머니에서 막대사탕을 꺼내 안즈에게 건넸다. 안즈는 얼떨결에 그걸 받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 오오오오……! 사탕!"
"사탕 좋아해?"
"그럼! 물론이지!"
"나도 사탕 진짜 좋아해! 달콤하잖아. 사탕을 물고 있으면 세상 모든 고민이 사라지는 것 같아서 좋아해!"
"이 둥글둥글한 부분, 포장지에 둘러싸인 이 부분…….! 지금 당장 풀어서……. 아."
안즈는 포장을 풀려다 말았다.

"지금 안 먹어?"
"아껴 먹을게."
안즈는 사탕을 가방에 넣었다. 지금 바로 사탕을 빨아 당분을 섭취하고 싶지만…….

안즈의 혓바닥은 당분에 굶주릴 대로 굶주렸지만, 혓바닥에 가장 먼저 문지르기로 한 사탕은 따로 있기에.

"그럼 조심해서 가! 나중에 또 봐!"
유이는 자기 몫 사탕을 물고 대기실을 나갔다.
문이 닫히고 정적이 찾아왔다. 안즈의 상반신이 옆으로 넘어갔다. 안즈는 다시 원래대로 풀썩 드러누웠다.

"프로듀서, 빨리 왔으면 좋겠다."
프로듀서가 주는 사탕이 먹고 싶다.
"그러니까 빨리 와……."
안즈의 눈꺼풀이 스르륵 잠겼다. 이윽고 안즈의 작은 배가 조금 부풀다 줄어들기를 반복한다. 코에선 숨이 규칙적으로 들락거린다. 안즈는 그대로 잠이 들었다.

코가 축축해졌다. 안쪽이 축축해진 게 아니라, 콧등이 축축해졌다. 안즈는 이질적인 감각에 깜짝 놀라 눈을 떴다.
프로듀서가 생수병을 안즈의 코에다 대고 있었다.

"뭐하는 거야."
"일어났어?"
안즈는 손등으로 생수병을 밀어내고 상반신을 일으켰다.
안즈는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15분 정도 지났네. 왜 이렇게 늦었어?"
"미안 미안, 사실 빨리 왔는데 여기 프로듀서랑 프로그램 디렉터한테 인사 좀 하고 오느라 늦었네. 피곤해? 일은 어땠어?"
"초반엔 힘들었지만 어떻게든 해냈어."
"잘했구나. 미안하다. 혼자 보내서……."
"이 정도는 별거 아니야. 앞으로도 이런 일이 점점 많아질 거잖아?"
프로듀서가 안즈에게 항상 붙어있을 수만은 없다. 일이 늘어나면 이렇게 안즈 혼자 현장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다. 오히려 아이돌 업계 평균으로 따지면 지금까지 안즈가 프로듀서와 함께하고만 행동했던 게 더 별난 케이스니까.

"안즈는 애가 아니니까."
"장하다. 장해. 참 잘했어요 도장 찍어줄까?"
"아무리 안즈라도 진짜 화낼 거야?"
말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화가 나진 않았다.
오히려 칭찬받아서 기뻤다. 피곤했던 마음이 보람으로 차올랐다.

"정말 다행이야. 걱정 많이 했거든."
"쓸데없는 걱정……은 아니야."
"초반에 힘들었댔지? 무슨 일 있었어?"
"그게……."
말을 하려 했지만 목이 탔다. 안즈는 입을 꾹 다물었다. 갑자기 속이 쓰렸다. 프로듀서는 안즈를 가만히 보다 들고 있던 생수병을 건넸다.

안즈는 생수를 몇 모금 마셨다. 지금 막 사온 거였는지 아주 차가웠다. 차가운 물결이 목을 타고 쓰라린 속을 시원하게 식혔다.

"말하기 싫으면 됐어……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건 일이야. 앞으로 일에 지장이 가면 안 되니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줄 수 있니?"
프로듀서는 안즈 옆에 앉았다.

"메인 MC 말인데……."
"유이?"
"그 사람을 보니까 속에서 거북함이 올라와서……. 자꾸 생각난단 말이야……. 그……."
프로듀서도 짐작됐는지 표정이 다소 어두워졌다.

"프로듀서의 과거가……."
안즈가 괴롭게 말한다. 프로듀서는 자기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고 한숨을 쉬었다.

"역시 괜히 말했나……. 너한테 괜한 짐을 지게 했구나. 극복하지 못한 과거 따위……. 말하는 게 아니었어."
"아니야! 안즈가 말해달라고 한 거였으니까. 프로듀서 탓이 아니야. 애초에 답답함을 느끼는 게 싫다면서 과거를 물어봤던 주제에 결국 이렇게 된 안즈 잘못인걸. "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C.M.Y.K. 멤버들이라서 그런 거지? 당장에 사무소로 가면 미쿠가 있고……. 골치 아프네."
"미쿠 쨩은 괜찮아. 과거를 알기 전부터 알고 지냈으니까."
프로듀서는 여전히 얼굴을 양손으로 감싼 채. 안즈는 바닥을 뚫어지라 쳐다본 채로 시간이 조금 흘렀다.

"지금 당장 어떻게 할 수는 없어. C.M.Y.K. 멤버들이랑 겹치지 않는 쪽으로 일을 받는 수밖에. 아마 오늘 같은 경우가 아니면 아이돌 랭크 차이도 있으니 당분간은 일이 겹치진 않겠지만."
"일부러 피하는 건 싫어."
안즈의 말에 프로듀서가 얼굴에서 손을 떼었다.

"당분간은 어떻게든 해볼게. 그러니까 일이 있어도 빼진 말아줘."
안즈는 프로듀서와 시선을 맞췄다. 프로듀서의 눈동자에 결의에 찬 안즈의 얼굴이 비쳤다. 그러다 프로듀서가 눈웃음을 짓는 바람에 프로듀서의 눈동자에 맺혔던 안즈의 얼굴이 사라졌다.

"하하, 너, 지금 한 말 니트 같지 않은걸?"
"윽……. 뭐 어때. 가끔은 이래도."
프로듀서는 주머니에서 사탕을 꺼냈다. 포장지가 반짝반짝 빛나는 골든캔디였다. 프로듀서는 두 손으로 공손히 안즈의 한 손에 사탕을 꼬옥 쥐여줬다.

"기특하니까 상을 줄게."
안즈는 손을 펴곤 사탕 껍질을 깠다.

-운명의 문을 열자. 이젠 미래만 바라보자.

"중2? 운명을 데스티니, 미래를 퓨처라고 읽으면 딱 맞겠는데?"
"너무하네. 그 정도는 진짜 중2가 아니라고."
"이렇게만 달랑 있으니까 영문을 모르겠는데."
안즈는 사탕을 입에 털어 넣고 혀를 굴렸다. 마치 기름을 받아들인 엔진처럼 맹렬한 기세로 혀가 움직였고 사탕이 마모되면서 혓바닥 구석구석에 사탕의 단맛이 스며들었다.

"크으……. 이거야. 이거."
"맥주 마시는 것 같다."
"고단한 하루의 끝을 장식하는 용도로는 똑같지 않을까?"
오늘 안즈에게 달라붙은 모든 피로가 지금 이 순간 해소되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아무것도 변한 게 없고, 해결되지도 않았다.

프로듀서와 안즈는 그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고 있었다. 둘 다 서로의 옆에 있고, 웃으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으며, 눈도 마주치고 있지만…….

둘 다 이런 친밀한 행위에서 어색함과 거리감을 감지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이것에 관해 더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둘은 앞으로도 만날 시간이 많으니까. 조금 더 나중으로 미룬 것이다.

조금 더 나중으로…….
-

유이는 사이드백을 어깨에 메고 레귤러 출연자 전용 대기실을 나왔다. 모자의 챙은 앞으로 돌렸으며 선글라스로 눈을 가렸다. 입은 지금 깐 새로운 막대사탕을 물었다. 유이는 한 손으론 가방끈을 잡고, 나머지 한 손으론 핸드폰을 슬라이드해 예정표를 불러왔다. 사무소에서 데리러 오는 시간을 체크. 아직 여유가 있다. 천천히 걸어도 된다.

유이는 여유롭게 걸으면서 오늘 촬영 현장을 곱씹었다.

오늘 촬영은 초반엔 별로 재밌지 않았지만 중반부턴 엄청나게 재밌었다. 안즈를 부르길 잘했다. 유이는 자기도 모르게 흥에 겨워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다 어떤 사실을 깨닫곤 게스트 출연자 대기실로 급하게 발을 돌렸다.

안즈의 메일 주소를 따놓으려고 했는데 깜빡 잊었다. 유이는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대기실 문이 열려 있다. 안에 안즈가 보인다. 유이는 손을 흔들면서 입을 열었다가
"아, 저기 있잖……. 어? 프로듀서 쨩?"
곧바로 닫았다.

대기실에 안즈와……. 유이의 예전 프로듀서가 나란히 앉아 있다.
유이는 소리 죽여 벽에 찰싹 달라붙었다. 대기실 안의 두 사람은 유이를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유이는 고개만 빼꼼 내밀어 대기실 안을 살폈다.

-자꾸 생각난단 말이야……. 그……. 프로듀서의 과거가…….
-너한테 괜한 짐을 지게 했구나. 극복하지 못한 과거 따위……. 말하는 게 아니었어.
-아니야! 안즈가 말해달라고 한 거였으니까. 프로듀서 탓이 아니야.

심각한 이야기가 오간다. 유이는 그게 자신과도 관련된 이야기라는 걸 바로 눈치챘다. 동시에 유이의 예전 프로듀서가 지금은 안즈의 프로듀서라는 것도.

유이는 입에서 막대사탕을 꺼냈다. 단맛이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흐응, 프로듀서 쨩은 지금은 안즈 쨩의 프로듀서인가……. 그런가. 그렇구나. 그렇구나. 그렇구나아……."
유이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프로듀서 쨩……. 아직도 프로듀서 하고 있구나. 그만두지 않았구나. 그렇구나. 그렇구나."
프로듀서가 안즈에게 사탕을 건넸다. 조명 때문에 사탕 포장지가 유이 쪽에서 보기에 요란하게 번쩍였다. 마치 메달이나 트로피처럼.

"처음 보는 사탕이네? 프로듀서 쨩은 유이한테 저런 사탕을 준 적이 없어."
안즈는 정말 행복해 보이는 표정으로 사탕을 음미했다.
유이는 막대사탕을 다시 물었으나, 여전히 단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좋겠다……."
유이는 사탕을 깨물어 먹었다. 대기실엔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야금야금 씹어 먹었다.
"나도 프로듀서 쨩이 주는 황금 캔디 먹고 싶어."
지금 깨물어 먹는 사탕은 아까까지만 해도 맛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지금은 맛없다. 왜 그럴까? 유이는 잠시 고민하다 의미심장하게 미소 지었다.

"음……. 그러면 되겠구나……."
유이는 쿡쿡거리면서
"저 아이한테서 프로듀서 쨩을, 빼앗아 버릴까?"
아주 조금 소리 내어 웃었다.

6월 5일

안즈는 평소처럼 사무실 소파에 앉아 늘어졌다. 그래도 얼마 전과 달라진 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오른손에 쥔 리모컨의 존재다. 어제 사무실에 TV가 들어왔다. 들여온 사람은 프로듀서. 블루레이 플레이어와 함께 들여왔다. 프로듀서 왈.

"업무용이야. 그래도 회선은 연결되어 있으니까 쉴 때 보고 싶으면 마음대로 봐도 돼."
덕분에 안즈는 엄연히 업무시간이건만 입을 헤 벌린 얼빠진 표정으로 TV에 정신을 맡겼다.

-8월 29일! 여름의 끝을 장식할 뜨거운 축제가 열린다! 오다이바 플래티넘 아이돌 페스티벌! 예매일은 6월 20일부터! 놓치지 마세요!

TV에 커다란 무대 위에서 여러 아이돌 아이들이 열창하는 장면이 휙휙 지나갔다. 8월에 열리는 어떤 아이돌 페스티벌의 광고였다.
딱 봐도 메이저 아이돌 아이들만 나온 걸 보니 티켓팅이 제법 치열할 테지.

"오다이바 페스에 관심 있어?"
프로듀서는 서류 작업에 시선을 고정하면서 안즈에게 말을 걸었다.

"아니, 그냥 나오길래 본 거야."
"나가고 싶어하는 줄 알았지."
"지금은 일하기 싫어. 피곤해-. 오늘은 엄청나게 힘들었단 말이야."
안즈는 지금 막 레슨을 마치고 돌아온 참이다. 오늘따라 트레이너의 기합이 평소의 배로 들어가 레슨의 강도가 하드해졌다. 그 결과 안즈의 기운이 발효식품처럼 푹 삭았다.

"아아, 페스티벌에 영향을 받으셔서 그러나? 우리 사무소는 나가는 사람이 없는데 말이지."
"어? 한 명도 안 나가? 저렇게 큰 규모인데?"
"응, 올해는 초대장이 한 장도 안 왔어. 그쪽 운영위원회에서 각 사무소로 접촉해서 초대장을 주거든. 근데 올해 우리는 빠졌어. 뭐 지금 346의 아이돌 부서는 인기와 규모가 줄어들었으니까."
"작년엔 누가 나갔어?"
"미쿠."
안즈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쿠 정도면 이해가 된다. 미쿠 수준의 아이돌 아이들이 나가는 페스티벌. 분명 수준 높은 곳임이 분명하다.

"뭐 지금 안즈 수준이면 나가긴 힘들 거야. 안즈는 아직 이것저것 배울 게 많잖아?"
"으, 그건 안즈도 알아. 일일이 언급하지 마."
"후후, 미안."
프로듀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프로듀서는 태블릿 PC를 챙겨 들고 안즈가 앉은 소파와 테이블로 다가왔다. 안즈는 TV를 껐다. 프로듀서가 테이블에 태블릿 PC를 세우고 영상을 재생한다.

-타카모리 아이코의 게릴라 콘서트는 과연 성공할 것인가!

화면에서 아이돌 한 명이 홍보 차량에 올라타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사람을 모은다. 게릴라 콘서트. 안즈가 며칠 후에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자료 화면이다.

"안즈가 여길 나간단 말이지?"
"그래, 인지도 올리기 좋으니까."
"국회의원 후보에 입후보한 것 같아……."
"그런 감상은 또 처음 들어서 신선하네."
"선거 유세 하는 것 같잖아. 사람이 안 모이면 정말 비참할 것 같은데."
"인기……. 사람을 모으는 점에선 비슷하려나. 요즘 인터넷에선 안즈가 꽤 화제가 되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진 않아도 될 거야."
"인터넷이랑 현실이랑 다르잖아."
"그렇지만. 내가 보기엔 현실 반응도 좋아. 음반도 잘 팔리고 있고. 인세도 두둑하고."
영상 재생이 끝났다. 프로듀서가 태블릿 PC를 뒤집었다.

"드디어 안즈가 꿈꾸던 인세로 벌어먹는 생활이 오는가!"
안즈는 헤벌쭉 웃었다.
"후후, 평생 놀고먹을 정도까진 아직 멀었어."
프로듀서는 소파에 앉아 쿡쿡 웃었다. 반면 안즈의 표정은 급격하게 원상복귀. 흥이 식었나 보다.

"아니, 뭐, 알고 있었으니까."
안즈는 괜히 연필 돌리듯 리모컨을 빙글빙글 돌렸다.
동시에 노크 소리가 들렸다. 프로듀서는 조금 긴장한 채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들어오세요."
문이 열린다.

치히로가 서류 봉투를 들고 사무실로 들어왔다.

"아, 다행이다. 심장 멎는 줄 알았네……."
"안 좋은 타이밍에 왔나요?"
"아니요, 별거 아닙니다. 혹시 놀고 있는 것처럼 보이면 큰일 나니까요."
프로듀서는 애써 태연한 척 어깨를 으쓱였다.

치히로와 안즈 둘 다 프로듀서의 이런 행동에 관해 짐작이 가므로 더는 캐묻지 않았다.
미시로 상무 때문이겠지. 미시로 상무가 돌아온 첫날보단 많이 나아졌지만, 프로듀서가 미시로 상무 앞에서 긴장하는 건 여전하다.

"차라도 타올까요? 뭐 드실래요? 오렌지 주스도 있어요."
"괜찮아요. 부탁받은 용무만 보고 갈 거라서요."
"아, 네. 그럼 여기 앉으시죠."
프로듀서의 안내에 따라 치히로가 소파에 앉았다. 왼쪽부터 안즈, 프로듀서, 치히로. 이렇게 나란히 앉게 되었다.

"인사부에서 프로듀서 씨께 이걸 전해달라고 부탁받았어요."
치히로는 서류 봉투를 태블릿 PC 옆에 올려놓았다.
"인사부……? 설마……."
"짐작 가는 일이 있나요?"
"예, 있긴 한데 확실하진 않아요. 실은 얼마 전에 헤드헌팅을 받았거든요."
프로듀서는 3일과 4일 두 차례에 걸쳐 헤드헌팅을 받은 이야기를 했다. 둘 다 회사 밖 일터에서 받은 거였고, 상대는 유이가 소속된 프로덕션이었다고 한다.

"프로듀서, 거절했지? 그렇지?"
"당연하지. 아직 346에서 할 일이 있으니까."
안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프로듀서 때문에 346 프로덕션에 들어왔는데 정작 그 프로듀서가 사라지면 이도 저도 아니니까.

"고민해도 어쩔 수 없나. 열어볼까."
프로듀서는 서류봉투를 열었다. 서류에는…….

"트레이드?"
상대 프로덕션 직원과 프로듀서를 맞바꾸자는 제의가 왔었다는 내용과 함께, 프로듀서의 지금 연봉과 그쪽에서 제시한 연봉이 비교된 표가 첨부되어있었다.
"무슨 야구 구단도 아니고 뭐야 이게……. 나 참……. 난 야구선수도, 아이돌도 아니라고."
프로듀서는 혀를 찼다. 그리곤 서류를 테이블 위에 내팽개쳤다. 안즈는 서류를 집어 들어 꼼꼼히 읽었다.

"프로듀서, 저기서 돈 엄청나게 많이 준다는데?"
"응, 그런 모양이야."
"진짜 관심 없어?"
"예전에도 저 정도는 받아서 눈 돌아갈 정도는 아니야. 지금은 많이 줄었지만 지금도 아쉬울 정도는 아니고."
"배가 불렀구나……."
"내가 갔으면 좋겠어?"
"노, 농담이야! 농담! 진담으로 받지 마!"
안즈는 고개를 붕붕 가로 저었다.

"내가 너를 두고 갈 리가 없잖아."
프로듀서는 안즈에게서 서류를 뺏어 그걸 잘게 잘게 찢었다.

"저기, 프로듀서……."
"왜?"
"오오츠키 유이……가 소속된 프로덕션이랬지?"
"그렇지."
"안즈가 2일에 말했지? 그 방송에 안즈를 게스트로 넣은 건 오오츠키 유이라고."
유이가 직접 안즈에게 말한 것부터 주피터의 토우마가 자기네 멤버 대신 안즈가 게스트로 초대된 거라고 알려준 것까지. 안즈는 프로듀서에게 그렇게 말했다.

치히로가 고개를 갸웃거렸으므로 안즈는 치히로에게 그날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건 단순히 유이가 널 마음에 들어 한 거겠지."
프로듀서는 대수롭지 않게 여긴 모양이지만…….
말만 그랬다. 프로듀서의 표정은 제법 심각해 보였다.

"프로듀서, 말이랑 얼굴이 안 맞아."
"아니 그래도 일개 아이돌이 소속사를 이런 식으로 움직인다는 게……. 뭐, 유이급이라면 가능하긴 하지만 내가 아는 유이는 다소 제멋대로긴 해도 이렇게까지 막 나가는 애는 아니거든."
프로듀서는 뒤통수를 거칠게 벅벅 긁었다.

"좀 더 지켜보자."
프로듀서의 목소리에 피로가 담겼다. 결국 그날 이 화제는 이렇게 흐지부지되었다.

6월 10일

신주쿠. 오늘은 안즈의 게릴라 콘서트 당일이다. 공연장 장소는 야외. 준비는 완벽. 지금 공연장에선 방송 스태프들이 기재를 정돈하고 있다.

지금 시간은 관계자 출입금지지만 안즈가 홍보를 시작하고 난 다음부턴 일반인 출입 가능이 된다. 규모는 제법 크다. 야외 공연장이다 보니 수용 가능 인원수가 꽤 크지만, 안즈는 신인 아이돌. 수용 가능 인원을 전부 채울 수 있을 리가 없다.

오늘 안즈에게 주어진 커트라인은 200명.
지금의 안즈에겐 이조차도 불안한 수치다.

"정말 사람이 모일까. 믿기질 않네……."
"모여. 난 그렇게 파악하고 이 방송에 제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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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읽으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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