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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치마스(RM)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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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20, 2016 18:12에 작성됨.

"──그렇구나, 아이돌인가"

 

"시키냥이 아이돌이라...어쩐지 어울리네"

 

아이돌은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살아간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치노세는 상당히 잘 나갈 것이다. 덤으로 346이라는 대형 프로덕션의 아이돌이기도 하고. 뜨지 않는게 더 이상하겠지

 

"나중에 내가 무대에 오르게 되면 세 사람 모두 불러줄게"

 

고양이가 웃는 것 같은 입모양으로 웃으며 말하는 이치노세. 유키노시타도 그녀에게서 고양이상을 느꼈는지 표정이 애매하다. 저래 보여도 고양이 앞에서는 엄청나게 약해지니까. 무슨 쌍팔년도의 순정만화 속 캐릭터처럼 말이다

 

"그럼 시키냥은 별명처럼 고양이귀나 꼬리를 달고 무대에 오르는 거야?"

 

유이가하마의 질문에 유키노시타가 움찔하고 반응한다. 고양이귀랑 고양이 꼬리만 붙어있으면 조금 싫은 사람이라도 관심이 가는 걸까. 얼마나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깊은 거야

 

"글세~ 재밌으면 그렇게 할지도? 재미없으면 안 하겠지만"

 

"아, 그렇구나..."

 

유키노시타도, 유이가하마도 대충 이치노세를 파악한 모양이다. 평범한 일상을 지루해하고 자극적이고 신나는 것을 찾아 헤매는 외로운 길고양이. 그게 이치노세 시키라고 생각된다

 

"근데 이미 고양이 캐릭터로 밀고 나가는 아이돌이 있던 모양이야. 미쿠냥이라고 했던가. 미쿠는 자기를 굽히지 않는다고 한데. 고양이 컨셉이라는 시점에서 이미 자신을 굽힌 건데. 재미있지 않아?"

 

그래도 아직은 완전히 파악하기 힘들 때가 있다. 비웃는 건지, 정말로 재미있어 하는 건지 모르겠을 때가 있다. 바로 지금처럼

 

팔리지 않는 아이돌은 버려진다. 그걸 위해 컨셉이 있는 거고, 팬들 또한 그게 컨셉이라는 걸 알아도 그런 컨셉인게 즐겁고 재미있으니까 그 아이돌을 사랑해준다. 아이돌과 팬의 관계가 성립하려면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묵인해야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건 모르는 거지. 어쩌면 고양이로 태어나고 싶었던 사람일 수도 있고"

 

유키노시타가 얼굴 한 번 본 적 없고 모르는 사람인 미쿠냥을 두둔한다. 고양이 컨셉의 아이돌이라고 하니까 그런 거겠지

 

"고양이로 태어나고 싶었던 사람이라...아핫♪ 그것 참 재밌는 발상이네. 하긴, 그렇겠지. 그런 사람도 있겠지. 애초에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어서 사람으로 태어난 사람이 있을 리 없고. 어쩌다보니 사람으로 태어난 거니까. 그래, 어쩌다보니..."

 

짧은 시간이지만, 씁쓸함이 이치노세의 표정에서 살짝 고개를 들어올렸다가 사라졌다

 

"사람으로 태어나든, 고양이로 태어나든 이미 지나가 버린 건 어쩔 수 없지. 그럼 고양이 같은 사람이 되면 문제 없지 않아?"

 

"...?"

 

"개는 충성스럽고, 고양이는 도도하고 자유롭지. 하지만 꼭 그런 면만 있는 건 아니야. 개는 너무 활기차서 짜증이 날때도 있고, 고양이가 애교를 부리면 귀여울 때도 있어. 굳이 한 면만 볼 필요없이 다른 쪽의 면과 연계시켜 자신을 굽히지 않는다고 한다면, 아주 말이 안 되는 것도 아니라고 본다만"

 

"...헤에~"

 

이치노세가 웃는다. 이 녀석이 바라는 건 항상 의외의 대답, 의외의 행동 같은 거니까. 그 중 일부를 만족시키기만 하면 적당히 응해주고는 한다

 

"그럼 힛키냥은, 냄새 맡기를 좋아하는, 끈적끈적한 고양이는 싫어하는 걸까~ 좋아하는 걸까~ 응?"

 

갑작스럽게 등 뒤에서 안겨오는 이치노세. 등 뒤에서 꾸욱 눌리는 푹신한 감촉에 얼굴이 뜨거워진다

 

"너, 너무 달라붙지마, 시키냥!"

 

"유이가하마 양의 의견이 맞단다. 그런 행동을 하면 히키가야 군의 표정이 정말로 꼴 보기 싫을 정도로 이상해지거든"

 

유이가하마가 이치노세를 붙잡고 떼어낸다. 그보다, 나 그 정도로 표정에 감정이 드러나는 거야?

 

"질투의 냄새♪ 가하마 짱은 반응이 솔직해서 재밌다니깐~"

 

"우, 우우...! 너무 놀리지 말아줘!"

 

"싫은걸~ 싫은걸~"

 

호칭이 바뀌었다. 유이냥에서 가하마 짱으로. 그러면 가하라 씨하고 은근히 겹치지 않으려나

 

"어라? 호칭 변경?"

 

"냐─. 회사에서 가하마 짱이랑 이름이 같은 사람을 만났거든? 오오츠키 유이라고 해서, 그쪽을 유이냥으로, 가하마 짱은 가하마 짱으로. 알았어?"

 

"그렇구나..."

 

어쩐지 쓰라린 표정으로 유이가하마가 물러났다. 유이가하마보다 그 오오츠키라는 아이돌과 더 친하니까 그쪽을 유이냥으로 부르는 거겠지. 이치노세가 귀국자녀 출신이라고 해도, 일본의 호칭 문제를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성 쪽으로 부르는 건 약간 거리감이 느껴진다고 할 수 있겠다

 

"...뭐, 그렇다고 해서 가하마 짱이 싫은 건 아니야. 유이냥보다 더 귀엽거든"

 

"...칭찬이지?"

 

"칭찬이야♪"

 

유이가하마의 반응을 보고 조금 배려해 준 것일까. 잠깐의 침묵 후 바로 나온 대답과 미소로 화답하는 이치노세. 그녀는 분위기를 못 읽는게 아니다. 알고 있으면서도 무시하거나, 아니면 자기 멋대로 이끌어 버린다

 

유이가하마도 주변의 분위기를 잘 읽는다. 이치노세가 자기를 배려해주는 것임을 깨닫고 따라 웃으며 자리에 앉는다...서로가 서로의 분위기를 바로 파악하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뭔가 굉장한 걸 본 듯한 느낌

 

교실의 자칭 리얼충 그룹의 집합과는 조금 다른 의미로 대단한 걸 본 것 같다. 뭐라고 할까. 수면 밑의 암투? 아니, 그런 것이 아닌 조금 더 긍정적인 의미로, 짧은 시간이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온갖 좋은 의미들이 오고가는 느낌이었다

 

"그러고보니, 이치노세 양. 당신은 언제 회사에 가는 거야? 나는 아이돌이 어떻게 양성되는지 잘 모르지만, 적어도 레슨을 받는 것 정도는 알고 있는데"

 

아무리 유키피디아라고 해도 관심이 적은 것에 대한 정보는 바로 나오지 않는 모양이다. 이치노세는 안주머니에서 스프레이를 하나 꺼내들었다. 잠깐, 저건...!

 

"지루해서 도망쳤습니당!"

 

"......"

 

"시키냥은 천재니까 말이지~ 한 번 보면 딱! 하고 바로 알아본단 말이야. 그래서 직접 보여주기도 했는데, 꾸준한 연습이 중요하다고 재촉해서 말이지~ 싫증나서 도망쳐 나왔어"

 

"당신도 히키가야 군처럼 노력이라는 말이 싫은 걸까?"

 

"어이, 나는 노력 자체를 부정하는게 아니거든? 그냥 필요 이상으로 노력을 강요하는게 싫을 뿐이야"

 

"아, 그거랑 비슷한 느낌. 시간은 효율적으로 써야 하는 거니까. 지나친 노력은 낭비거든. 체력적인 의미로도, 정신적인 의미로도. 그런 건 싫어. 싫으니까 그만뒀어. 어차피 결과만 좋다면 뭐든 좋다는게 회사의 입장이잖아?"

 

이번에는 유키노시타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회사원처럼 회사의 일원이라면 모를까, 아이돌은 일종의 상품이다. 잘 팔리기만 하면, 상품에 무슨 문제가 있든 적당히 덮고 융통성 있게 넘어가는 것이 회사의 입장에서는 좋을지도 모른다

 

애시당초 상품에 문제가 있어야 A/S를 핑계로라도 고객을 다시 끌어들이던가 하지...그렇다고 해서 사람을 상품 취급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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