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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레마스x밀리마스xPUBG] THE IDOLM@STER in BATTLEGROUNDS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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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23, 2017 22:53에 작성됨.

 

※ 데레마스, 밀리마스, 배틀그라운드(PUBG)의 콜라보레이션 팬픽입니다.

※ 작품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배틀그라운드 게임의 설정 일부분을 각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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쏴아아아아아-

 

커다란 구멍이라도 뚫린 듯, 하늘에서 수많은 물줄기가 거침없이, 촘촘히 쏟아져 내려 가파른 능선을 적시고 있었다.

나뭇가지, 수풀, 바위 등 언덕 위에 있는 모든 것들에 매섭게 떨어지던 물방울들은 사방으로 튀며 여기저기에 물안개를 만들어냈다.

어두컴컴한 하늘, 시야를 가리는 물안개들.

인기척조차 느껴지지 않는 스산한 분위기가 감돌던 능선.

 

아무도 없을 것만 같았던 능선 위쪽 바위 뒤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기장이 등 뒤까지 왔어… 이제 가야만 해!"

"……."

 

스코프로 바위 너머의 지형지물을 확인하던 소녀는 옆에 있던 또 다른 소녀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하지만 옆에 있던 헬멧을 눌러 쓴 소녀는 손에 든 소총을 꽉 쥔 채 말없이 자신의 옆에 있는, 갈색 장발의 소녀를 쳐다보았다.

그런 그녀의 시선을 느낀 소녀는 답답함에 손에 들고 있던 총을 내려놓으며 화가 난 듯,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시즈카!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이제 뛰어야 한다니까?!"

"…시호. 내가 먼저 뛰어갈 테니까 너는 멀찍이 내 뒤를 따라오면서 엄호사격을 해줘."

"……뭐?"

 

그 순간.

헬멧을 눌러 쓴 시즈카는 시호의 이야기를 다 듣고 있었다는 듯, 다급해 보이는 그녀와는 달리 침착하게 말했다.

급박한 상황에 시즈카가 정신을 놓고 있으리라 생각했던 시호는 당황했는지 살짝 움찔했지만, 이내 그녀가 내린 지시가 못마땅했는지 여전히 날이 선 목소리로 물었다.

 

"네가 먼저 뛰어간다니. 나보고 엄호 사격을 하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지금 게임에 남은 인원은 10명. 너와 나를 제외하면 8명. 최소 2개의 스쿼드가 저 능선 아래에 있다는 소리잖아? 방금 총소리 못 들었어? 분명 저기에서 우리가 내려오길 대기하고 있다는 거야."

"그걸 내가 몰라서 그러는 것 같아?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네가 혼자서 먼저 뛰어가겠다는 건. 죽고 싶다는 거야?"

"그렇다고 둘이서 동시에 들어갔다간 같이 죽으라는 것 밖에 더 돼?!"

"……!"

 

침착하게 설명을 하던 시즈카도 감정이 폭발했는지, 인기척을 내지 말아야 할 극한의 대치 상황에서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녀의 일갈에 시호가 다시 한 번 놀라 움찔했지만,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시즈카를 노려봤다.

하지만 그녀의 날이 선 눈빛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분노가 아닌, 걱정과 불안함이 담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시선에 담긴 감정을 시즈카도 알아챘는지, 화를 더 이상 내지 않고 다시 침착하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떼를 쓰는 아이를 달래주는 엄마처럼.

 

"…너는 나보다 총을 잘 쏘고 시야도 넓으니까. 내가 미끼가 되면 나를 노리고 오는 놈들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이렇게 하는 게 너랑 나한테 모두 편해. 가장 적합한 판단이고."

"내가 그러지 못하겠다면? 네가 그렇게까지 했는데 내가 실수를 한다면? 그렇게 되면 어떻게 할 건데…...?"

"내가 널 믿으니까 이렇게 이야기하는 거잖아! 시간이 없어, 나 먼저 간다!"

"!"

 

두 사람을 압박해오던 자기장이 무서운 속도로 그녀들의 등 뒤로 다가온 순간.

시즈카는 시호에게 그렇게 일방적인 통보를 하고는, 재빠르게 자세를 낮추며 빠르게 능선을 달려 내려갔다.

그녀의 돌발 행동에 시호 역시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켜 세우곤 그녀의 주변을 분주히 확인하며 미끼가 된 시즈카를 노리는 적들의 위치를 찾아내기 시작했다.

 

물안개가 잔뜩 낀 능선.

적이 숨어 있으리라 의심되는 모든 지형지물을 빠르게 훑어보는 그녀의 두 눈동자.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는 그녀의 시선을 따라, 온 신경을 집중한 시호의 의식도 같이 격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냉정함이 아닌, 시즈카에 대한 걱정과 불안함이 그녀의 몸과 마음을 감싸고 돌았다.

앞에서 미끼가 되어 돌진하는 시즈카, 바로 등 뒤에 있는 자기장에 대한 걱정 때문에 방아쇠에 걸려 있던 그녀의 손가락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때.

 

탕-!!

 

시즈카가 달려가던 방향에서, 날카로운 총성이 울려 퍼졌다.

 

 

 

 

 

"VR… 게임이요?"

"응! 요즘 되게 재밌는 게임이 있다던데?"

 

휴게실 책상 위에서 음악을 듣던 시즈카는 옆에서 늘 그렇듯 활짝 웃는 레이카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슬쩍 시즈카의 마음을 떠봤는데, 예상 외로 그녀가 빠르게 반응을 보이자 레이카는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무언가를 바쁘게 찾더니, 그대로 시즈카의 얼굴에 화면을 들이밀며 이야기했다.

 

"자! 여기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이야. 최근에 VR 모드가 생겼다던데, 총도 쏘고! 프라이팬도 들고 다니고! 차도 타고! 비행기도 타는 게임이래!"

"총…? 프라이팬…? 비행기…?"

 

전혀 연관이 안 되는 단어들이 쏟아져 나오자 시즈카는 레이카의 이야기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내심 궁금했는지 귀에 꽂고 있던 이어폰을 조심스럽게 빼고는 두 눈에 들어온 핸드폰 화면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BATTLEGROUNDS… NOT JUST A GAME, THIS IS BATTLE ROYALE?"

"역시 시즈카! 영어도 잘 읽는구나?"

"이 게임… 뭔가 좀 살벌해 보이는데… 괜찮아요?"

 

핸드폰 화면 위에 보여지는 게임 화면들을 본 시즈카는 여전히 활짝 웃고 있던 레이카의 얼굴을 쓱 쳐다보며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그러나 그녀의 물음에도, 레이카는 여전히 특유의 미소를 유지한 채,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응! 최근에 VR 모드로 나오면서 게임의 표현 수위도 직접 고를 수 있게 바뀌었대~ 혹시 시즈카는 잔인한 거 싫어하니?"

"뭐… 아무래도 좀 보기가 꺼림칙하니까요."

"그렇구나~ 그래도 표현 수위를 조정하면 시즈카도 재밌게 할 수 있을 거야. 어때? 오늘 같이 하러 갈래? 시호랑 세리카랑 아카네도 불러서 말이야!"

"……."

 

최근에 크레센도 블루 유닛 활동으로 많이 바빴던 시즈카와 레이카.

첫 유닛 활동 당시만 해도 서로 실수도 많이 하고 고난도 있었지만 모두들 힘을 합친 덕에 무사히 위기를 넘기고 활동을 성공적으로 이어나간 그녀들.

레이카는 함께 왕성하게 활동을 하는 다른 멤버들을 보며 유닛 활동 이외에도 평소에 친목을 도모해보자고 생각했는지, 안나와 추천을 받아 최근 유행하고 있는 게임 BATTLEGROUDNS의 VR모드를 유닛 멤버들과 같이 하기로 결심을 했다.

먼저 선행 플레이를 해본 아카네는 물론, 활발한 세리카, 그리고 비교적 협조를 하지 않을 것 같았던 시호의 동의까지 미리 구해놨던 레이카는, 마지막으로 남은 시즈카의 동의를 구하기 위해 부담스러울 정도로 함박웃음을 지으며 시즈카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런 레이카의 표정에서 그녀가 이런 제안을 하게 된 이유를 어느 정도 눈치 챈 시즈카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이내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네. 그렇게 하도록 해요 레이카 씨."

"오 정말?! 다행이다! 시즈카한테만 허락 받으면 되는 거였는데! 다행이네!"

"……네?"

"사실 시즈카 빼고 다른 아이들한테 미리 이야기를 해뒀었거든~ 새로 생긴 VR게임장 위치도 알아놨고~ 헤헤~"

"!"

 

너무 신이 나서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입 밖으로 꺼낸 레이카.

그녀가 자신을 제외한 다른 멤버들과는 이미 이야기가 다 끝난 상황이었다는 걸 안 시즈카는 살짝 섭섭함을 느꼈지만,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누구보다 기뻐하는 레이카를 보고는 금방 마음이 풀렸는지 다시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아이돌이 된 지 얼마 안 되서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 누구보다도 바쁘게 달려온 지난 나날들.

그 중에서 과연 꿈을 위해 같이 달려온 사람들과 이렇게 여가를 즐겨본 적이 있는가 하고 골똘히 생각하던 그녀는 곧바로 설렘과 두근거림으로 가슴이 벅차 올라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그러곤 어느새 밖으로 나갈 준비를 끝마친 레이카가 빨리 오라고 손짓하는 걸 본 시즈카는 조심스럽게 자리에 일어나 가벼운 발걸음으로 레이카의 뒤를 쫓아갔다.

 

그렇게 휴게실 밖 복도에 기대에 부푼 두 소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질 무렵.

두 사람의 모습을 복도 구석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소녀 두 명은, 음침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조용히 대화를 주고 받았다.

 

"……배틀그라운드… 하러 간다는데… 쫓아갈까… 미즈키 언니……."

"…일단 저 쪽은 일행이 있는 것 같으니 우리 유닛 사람들을 불러보는 게 어떨까요. ……같이 가주겠지?"

 

가까이서 들어야 겨우 들릴 만한 작은 목소리로 그녀들 나름대로의 대화를 주고 받은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핸드폰을 꺼내 같이 게임을 하러 갈 멤버들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핸드폰 화면 상단에 오후 5시라고 적혀 있던 때의 일이었다.

 

 

 

 

 

"흠… 사람이 많아서 많이 기다려야 할 것 같은데. 나오, 오늘 안에 할 수는 있는 거야?"

"으으… 좀만 기다리면 사람들이 다 빠질 거야. 제발 부탁이야… 기다려 줘라. 응?"

 

사람이 북적거리는 게임 센터 안.

VR 게임 시설 앞에 있던 카렌은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일부러 나오를 놀리기 위해 투정을 부리고 있었다.

나오는 꼭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해보고 싶어서 억지로 친구들을 데려온 입장이었기에, 카렌을 어떻게든 달래면서 빨리 사람들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흐흥."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을 멀리서 지켜보던 린은 조용히 웃었다.

트라이어드 프리무스가 결성된 이후 사적인 자리에서 카렌, 나오와 만나는 일이 많아진 그녀.

그럴 때마다 나오에게 장난치는 카렌, 장난에 당황하는 나오의 모습을 늘 지켜보는 입장이었던 린은 언제나 보는 그 광경이 여전히 재밌고 뿌듯했는지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

 

그렇게 VR 게임 시설 앞에 있던 두 사람을 쳐다보던 린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뒤에 있던 우즈키에게 시선을 옮겼다.

양 손에 북채를 든 채 열심히 태고의 달인에 집중을 하고 있던 우즈키.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 희로애락이 실시간으로 얼굴 표정으로 드러나던 그녀.

순수한 우즈키의 얼굴을 본 린은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것도 모른 채 열심히 그녀를 쳐다보았다.

 

"우즈키! 린! 어서 와! 자리 생겼어!"

"……!"

 

그러던 그 때.

나오가 뒤에 있던 린과 우즈키를 다급하게 부르자, 린은 그제야 정신이 들었는지 살짝 얼버무리며 대답했다.

 

"어…? 아… 알았어. 일단 먼저 들어가 있어. 우즈키가 끝나면 같이 갈게."

"그래! 빨리 들어와!"

"아~ 다리 아퍼. 빨리 앉고 싶어 나오."

"알았어. 알았다니까!"

"……."

 

티격태격하며 게임장 안으로 들어가는 카렌과 나오를 보며 린은 집중하느라 이야기를 듣지 못한 것 같던 우즈키의 곁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며 이야기했다.

 

"그거 끝나면 바로 들어가자 우즈키."

 

그러나 게임에 너무 열중하고 있던 나머지, 린이 옆에 와서 이야기를 한 것도 몰랐던 우즈키는 대답 대신 엇박자로 북을 두들기며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

 

하지만 그런 그녀의 모습도 나쁘지 않았는지, 린은 조용히 웃으며 우즈키가 게임을 끝날 때까지 옆에서 지긋이 지켜봤다.

이윽고 게임 결과를 알려주는 효과음과 함께 우즈키가 북채를 내려놓은 순간.

 

"우즈키, 게임 재미있어?"

"……!"

 

린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그제야 그녀가 옆에서 쭉 자신을 지켜봤다는 걸 눈치 챈 우즈키는 새빨개진 얼굴을 가리지도 못하고 팔을 허우적거리며

 

"아…! 죄… 죄송해요! 린쨩이 근처에 온 줄도 모르고……."

 

하고 말을 버벅거렸다.

우즈키는 게임에 집중하느라 린을 신경쓰지 못했다는 것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어깨를 축 늘어뜨렸지만, 린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웃으며 조용히 이야기했다.

 

"괜찮아. 게임에 집중하면 그럴 수도 있지. 자, 가자. 나오랑 카렌이 기다리고 있어."

"아…! 네!"

 

카렌과 나오가 기다리고 있다는 말에 화들짝 놀란 우즈키는 서둘러 종종걸음으로 그녀들이 들어간 VR 게임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조용히 쳐다 본 린은, 우즈키가 귀여웠는지 조용히 웃고는 천천히 뒤를 쫓아갔다.

 

 

 

"와우! 모가밍도 와줬네?"

"시즈카 씨! 안녕하세요~!"

 

게임 센터 입구에서 레이카 일행을 기다리고 있던 아카네와 세리카가 손을 흔들며 맞이해주었다.

레이카는 시즈카를 데려온 것에 자부심을 느꼈는지 어깨를 으쓱거리며 의기양양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밝은 모습으로 자신을 반겨준 아카네 세리카를 본 시즈카는 빙긋 웃으며 인사에 화답했다.

 

"아카네 씨랑 세리카도 먼저 여기에 와 있었네요?"

"응! 시호링도 같이 왔는데 안에서 기다리고 있어~"

"!"

 

시호가 게임 센터 안에 먼저 들어가있다는 말에 살짝 놀란 시즈카.

그러나 시호라면 충분히 그럴 것이라 예상이라도 한 듯, 시즈카는 표정의 변화를 감추고 곧바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웃으며 이야기했다.

 

"자, 우리도 어서 들어가죠."

"응! 들어가자 들어가자!"

"들어가자~!"

"와~!"

 

찰나의 순간, 시즈카의 표정 변화를 읽었는지 못 읽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즈카의 제안에 세 사람은 전부 저마다의 환호성을 내지르며 천진난만하게 게임 센터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시즈카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시호가 어디에 있는지를 살폈다.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게임 센터 안.

많은 인파들 사이에서 시호가 어디에 있을지 멀리서 찾기란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인연이라면 인연이라고 할 만한 두 사람 사이의 관계 때문이었을까.

 

"!"

"!"

 

시즈카는 용케도 멀찍이서 자신을 쳐다보고 있던 시호를 알아채고 말없이 시선을 교환했다.

시호 역시 시즈카를 응시하고 있었지만, 서로 시선을 눈치챘음에도 말이 없는 것은 똑같았다.

그런 시호의 태도에 시즈카는 태연하게 그녀의 곁으로 걸어가더니, 미동조차 하지 않던 그녀의 앞에 멈춰 섰다.

 

"……."

"….먼저 와 있었네?"

 

무심히 자신을 지켜보는 시호의 시선.

유닛 활동을 하면서도 좀처럼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지 않던 그녀의 냉랭한 태도가 신경이 쓰였던 시즈카는 그러나, 모두 즐거워 하고 있는 분위기를 망치지 않기 위해 애써 하고 싶은 말을 억누르며 먼저 그녀에게 물었다.

하지만, 그녀가 먼저 다가와줬음에도 시호는 물끄러미 시즈카의 얼굴을 쓱 쳐다보고는 짧게 말을 툭 던졌다.

 

"어서 들어와."

 

그러더니 무심히 몸을 돌린 시호는 레이카 일행이 먼저 들어간 VR 게임 룸으로 도도하게 걸어들어갔다.

애써 건넨 호의에 돌아온 것은 여전히 싸늘한 그녀의 뒷모습, 발걸음.

허나 이것도 예상했다는 듯, 시즈카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잠시 감정을 추스르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천천히 그녀의 발걸음을 따라갔다.

 

그러던 그 때였다.

 

"미안해 메구미! 어느 방에 있어?!"

"……?!"

 

그녀의 등 뒤에서, 다급하게 어디론가로 뛰어가던 코토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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