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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걸즈] 리틀 아이돌 아카데미아 -1- #미리아도 입학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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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21, 2017 05:23에 작성됨.

 

#미리아도 입학 할래!

 

0.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들뜬 가슴을 달랠 생각도 없이 미리아의 목소리가 넓은 광장 안을 달렸다. 정상보다 명백히 높은 텐션에도 불구하고 광장을 꽉 채운 행인들은 그런 미리아에게 관심을 갖지 않고 저마다 높은 발걸음을 움직이기 바빴다.

 

 그도 그럴것이 오늘은 미시로 마을의 1년에 한 번 밖에 없는 빅 이벤트. 바로 신데렐라 아카데미아의 입학시험&입학식이다. 과거에는 아이돌의 황금기라고 불렸던 시대가 있었을 정도로 수많은 아이돌과 아카데미아가 존재 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세계에서 유일한 아이돌 아카데미아다. 비록 아이돌의 위상은 과거에 비해 쇠락 했지만 반면에 세계에서 유일한 아이돌 아카데미아 라는 타이틀을 보유하게 된 신데렐라 아카데미아는 전세계의 아이돌 후보생들이 모이는 그야말로 아이돌의 요람이라고 불리는 장소다.

 

“저기가 신데렐라 아카데미아구나!”

 

 미리아의 작은 키로도 수많은 인파를 뚫고 시야에 들어오는 3개의 흰색 첨탑이 높이 솟아 있었다. 눈처럼 하얀 벽돌은 동화 속의 공주님이 사는 성 처럼 순결해 보였고 꼭대기에는 각기 다른 색의 커다란 보석들이 저마다 빛을 내고 있었다. 그 아름다움에 정신을 빼앗긴 미리아의 눈에 노란색 빛이 유난히 밝게 빛나는 듯 보였다.

 

“응? 저게 뭐지?”

 

 끄응~ 멀리 보이는 노란 빛을 자세히 보기 위해 까치발을 하고 눈에 힘을 줘보지만 오십보백보다.

 

‘음~ 신경쓰여. 입학시험 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고 보러 갔다 와볼까?’

 

 하늘은 맑고 주위는 온통 처음 보는 것들 뿐이다. 오늘은 미리아에게도 중요한 날이지만 이런 날 가만히 앉아 기다리기만 하는 건 성정에 안맞는다. 시간은 많다. 잠시 주위를 산책하는 것도 기분전환에 좋겠지. 아니, 지금 움직이지 않는다면 시험 내내 신경이 쓰여서 참을 수가 없을 것이다.

 

 결국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발걸음을 떼는 미리아의 귀에 도움을 청하는 애달픈 목소리가 들렸다.

 

“으아~! 살려줘어~!”

 

 고개를 두리번 거리며 소리의 발신지를 찾는 미리아의 시야에 지나가는 인파속에서 삐죽 튀어나온 팔 하나가 보였다. 손에 위치를 보아 미리아와 같은 작은 키의 소유자가 어른들의 인파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중인 것 같았다. 도와주기 위해 바둥바둥 필사적으로 휘두르는 손을 미리아가 잡자 상대도 미리아의 손을 꼬옥 잡는다. 하나 둘 셋 하며 작은 손을 잡아 당기자 미리아 보다도 작은 키의 여자아이가 끌려나왔다.

 

“후하! 살았다아~”

“괜찮아?”

 

  숨을 헐떡이며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는 상대에게 말을 걸며 살펴 보았다. 주황색 단발 머리에 동그란 얼굴, 진한 눈썹이 인상적이다. 키는 미리아 보다 10cm 가까이 작을까? 복장도 여자애 라기 보다는 어린애 라는 느낌의 활동적인 반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있다.

 

“얍! 이제 괜찮아! 처음 오는 마을이라 길을 헤메다가 끌려들어갔지 뭐야 헤헤. 아, 도와줘서 고마워!”

“으응. 별 것도 아닌 걸 뭐. 미시로 마을은 오늘이 처음이야?”

“응! 신데렐라 아카데미아에 입학시험 보러 왔지롱.”

“우왓! 정말? 미리아도 입학시험 보러 왔어!”

“엣? 정말! 우와~ 반가워! 나는 류자키 카오루. 잘부탁해!”

“난 아카기 미리아. 잘부탁해 카오루쨩.”

 

 웃음을 지으며 악수하는 두 사람. 낯선 마을에서 처음 사귄 친구라 그런지 서로가 무척 반가웠다. 만면에 미소를 띄운 카오루가 미리아 쪽으로 다다닥 다가가서는 커다란 두 눈을 반짝 거리며 말했다.

 

“미리아쨩은 바로 입학시험장에 갈꺼야?”

“음~ 시험 까지 아직 시간도 남았고, 신경 쓰이는 것도 있어서 조금 있다가 가려고.”

“정말? 그럼 카오루랑 같이 탐험하지 않을래?”

“탐험?”

 

 갑작스러운 카오루의 제안에 의문을 표하면서도 속으로 뜨끔한 미리아.

 

“응! 실은 카오루 탐험을 좋아하거든. 방금도 성 위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게 신경쓰여서 보러 가려는데 사람들이 엄청 많아서 갇혀버렸어.”

“반짝반짝? 혹시 저 노란색 보석 말이야?”

“응! 분홍색이랑 파란색도 예쁜데 노란색만 훨씬 더 많이 반짝 거리는걸!”

“그거 미리아도 신경 쓰였어!”

 

 혹시 하는 마음으로 카오루의 말을 듣던 미리아가 얼굴에 홍조 까지 띄우며 말했다. 어느새 두 손은 카오루의 손을 덥썩 잡고 방방 뛰고 있었다. 카오루도 그런 미리아에 동조해서 맞잡은 손을 강하게 쥐며 기쁘게 놀랐다.

 

“정말?! 그럼 미리아쨩도 카오루랑 같이 탐험대의 일원이야!”

“응!”

 

 마음이 맞은 두 사람은 순식간에 의기투합 해서는 목적지를 향해 작은 걸음을 떼었다.

 

 광장을 나선 두 사람은 곧장 신데렐라 아카데미아로 향했다. 미시로 마을의 거리는 길바닥이나 건물에 중세 유럽풍의 양식이 짙게 베어 있어서 높은 건물은 없지만 좁은 길목들이 미로 처럼 얽혀있다. 자칫 길을 잘못 들었다가는 높은 확률로 길을 헤멜 수 있지만 다행히 미리아와 카오루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대로로만 다녔기 때문에 무사히 목적지 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미리아와 카오루의 키보다 아득히 높은 철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하얀 벽돌과 세 개의 첨탑으로 이루어진 성은 광장에서 보았을 때 보다 더 크고 높아 보였다. 그 모습에 다시 한 번 시선을 빼앗긴 둘이지만 이윽고 미리아가 주변의 이상한 점을 느끼고 두리번 거렸다.

 

“왜 그래?”
“음… 있잖아 시험장은 분명 정문을 통과 하자마자 보이는 건물이랬지?”

“응! 카오루 통지서도 제대로 챙겼는 걸. 여기에… 시험장은 정문 바로 앞에 있습니다. 라고 써져있어. 어라?”

 

 주머니에서 꺼낸 통지서를 꺼내 읽은 카오루가 고개를 갸웃 거렸다. 주위를 두리번 거리고 다시 갸웃 거린다.

 

 정문 안에는 신데렐라 아카데미아의 본관인 성으로 통하는 넓은 대로와 부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숲 말고는 시험장이라고 할 건물이 보이지 않았다. 당초 두사람이 보러 가기로 한 첨탑은 시험장에서 멀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는 길에 시험장의 위치를 확인 할 수 있기 때문에 두 사람 다 별다른 고민 없이 샛길로 빠지기로 한 것이었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시험장을 확인 할 수가 없어서야 안심하고 탐험 같은 걸 할 수 없었다.

 

“음~ 어쩌지?”

“카오루들이 너무 일찍 온 거 아닐까?”

 

 잠시 고민하는 미리아 였지만 카오루의 말에 쉽게 납득했다. 물론 평범하게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소리다. 아무것도 없는 땅에서 갑자기 시험장이 불쑥 솟아날리 없지 않은가? 간이식 천막이라도 준비하는 사람이나 기재들을 미리 가져다 놓지 않으면 이상하다. 하지만 여기는 신데렐라 아카데미아. 21세기에서 유일하게 아이돌의 신비가 살아 숨쉬는 학교다. 분명 미리아들이 생각지도 못한 멋진 방법으로 시험장을 만들게 분명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조금 서두를까?”
“네에~! 카오루 달리는 거라면 자신 있다구!”

“앗! 기다려 카오루쨩~”

 

 먼저 달려 가버리는 카오루와 그 뒤를 쫓아가는 미리아. 미리아들이 떠난 정문 뒤에서는 바로 문 하나를 건너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시끄럽기까지 한 사람들의 웅성거림은 마치 다른 세계 처럼 아이돌의 요람에 닿는 일이 없었다. 그 이상을 눈치채는 일 없이 두 사람의 뒷모습은 점점 멀어져갔다.

 

1.

 신데렐라 아카데미아는 그 역사와 명성 답게 어마어마 한 규모를 자랑했다. 그건 인원에서 부터 알 수 있는데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 교사부 까지 합하여 무려 100명이 넘어가는 아이돌들이 재적해 있다. 이는 과거 아이돌의 황금기라고 불렸던 시절에 존재 했다고 하는 전설의 아이돌들이 속한 아카데미아가 13명에 불과 했다는 사실에 비교하면 엄청난 숫자다. 그런 전례 없는 규모 덕에 아카데미아의 부지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넓기로 유명하다. 신데렐라 아카데미아를 대표하는 건물인 미시로 캐슬의 뒤편. 즉, 서쪽으로 병풍 처럼 펼쳐진 스타라이트 산맥이 통째로 아카데미아의 부지에 속해 있다고 하니 무슨 말을 더 하랴.

 

 아이돌을 만나기 위해서 몰래 침입한 팬들이 길을 잃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는 도시전설은 웃음거리도 못된다.

 

 때문에 아직 아이돌도 아니고 생전 처음 와보는 미리아와 카오루가 길을 잃게 된 건 결코 이 둘이 방향치라서가 아니다.

 

“으아아~ 어뜨케! 여기가 어딘지 하나도 모르겠어!”

“미리아도~”

 

 카오루의 우는 소리를 들으며 공감한 미리아는 생각했다. 신데렐라 아카데미아에 들어온지 벌써 2시간이 되어간다. 기운이 넘치던 것도 처음 1시간 뿐으로 가도 가도 끝이 안보이는 미시로 캐슬에 지친 두 사람이다. 등대 처럼 솟아 미리아들의 나침반이 되어준 첨탑도 어느 순간부터 보이지 않게 되어 주변에는 온통 높은 전나무들 투성이였다. 사실 길이 끊긴 것도 방금 눈치챘다. 미리아와 카오루는 완벽하게 숲 한복판에서 조난 당한 것이다.

 

“으… 어쩌지? 이대로 가다가는 입학시험에도 늦어버리겠어.”

“카오루도 이제는 탐험 안해도 되니까 돌아가고 싶어.”

 

 울상을 지으며 현황을 불평하는 미리아와 카오루. 창천의 꿈을 품고 신데렐라 아카데미아에 온 둘이지만 아이돌과는 거리가 억만광년 쯤 될 것 같은 이름 모를 숲에서의 서바이벌은 상상에도 없었던 것이다.

 

 꼬르륵.

 

 바람도 안통하는 스산한 숲속에서 카오루의 뱃소리가 울려 퍼졌다.

 

 꼬르륵.

 

 그에 대답하듯 미리아의 배에서도 서글픈 소리가 울렸다.

 

“카오루 배고파졌어.”

“미리아도.”

 

 풀썩! 하고 바닥에 주저앉은 카오루와 미리아. 이대로 가다가는 시험장에 출석하는 건 물론이고 배가 고파서 쓰러질지도 모르는 상황일지도.

 

 자연스럽게 드는 우울한 생각에 머리를 붕붕 흔들어 털어내고는 굵은 전나무 뿌리에 머리를 대고 드러누웠다. 차갑기만 할 줄 알았던 나무 뿌리는 생각보다 포근해서 이대로 몸을 맡기면 잠이 들어 버릴 것만 같았다.

 

 미리아의 고향에도 이런 기분 좋은 나무들이 잔뜩 있었다. 커다란 그늘을 만들어주는 느티나무에 촉촉한 느낌의 버드나무, 우뚝 솟은 삼나무. 평소라면 오늘도 그런 나무들 속에서 친구들과 함께 열매를 따러 다니거나 계곡에서 헤엄을 치고는 홀딱 젖은 상태로 집으로 돌아가 엄마한테 혼이 났을 것이다. 그리고는 언제 그랬냐는듯 가족들과 옹기종기 모여서 화목한 저녁식사를 했겠지.

 

 아마 이대로 포기하고 돌아가도 가족들과 친구들은 기쁘게 맞아 줄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는 의미가 없다.

 

 미리아의 고향은 도시랑은 멀리 떨어져 드나드는 사람들도 거의 없는 시골이지만 딱 한 번 아이돌이 찾아온 적이 있다. 빗자루를 타고 밤하늘을 날아다니며 노래를 부르고 선녀 같이 유연한 몸놀림으로 춤을 추면 본적도 없는 아름다운 꽃잎이 흩날렸다.

 

 그날은 모두의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아 태어나서 가장 행복한 날이었다. 미리아가 아이돌이 되기 위해 이곳에 온 건 그때 그 웃음을 다시 보기 위해서다. 이번에는 다른 누구도 아닌 미리아가 모두에게.

 

 그러기 위해서는 절대 포기 할 수 없다.

 

“카오루쨩. 우리 조금만 더 힘내보자!”

 

 기운을 차린 미리아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미리아의 목소리에는 지금 이 난관을 헤쳐나갈 새로운 의욕이 가득 차 있었다. 카오루와 함께 힘을 합쳐 숲을 빠져나가 입학 시험을 볼 것이다. 그리고 꼭 합격해서 꿈꾸던 신데렐라 아카데미아의 아이돌이 되는 것이다.

 

 기분탓인지 어두운 숲속에 한 줄기 빛이 내리 쬐는 것 같았다. 그 빛을 받으며 반짝이는 눈동자로 카오루를 찾았다.

 

“카오….루쨩…?”

“....웅?”

 

 카오루의 모습을 바라보는 미리아의 눈동자에는 방금까지 가득 했던 반짝이는 의욕은 사라지고 그 빈자리를 당혹이라는 글자가 가득 메웠다.

 

 카오루는 더이상 주저앉아 있지 않았다. 주린 배를 붙잡지도 않았다. 대신 양손에는 조금 전까지 미리아가 베고 있었던 나무 뿌리와 같은 작은 뿌리들이 두 손 가득 잡혀 있었다.

 

“카오루쨩… 지금 뭐 하는 거야?”

“우움움움움! 꿀꺽! 헤헤~ 미안 미리아쨩. 카오루 너무 배가 고파서 먼저 먹고 있었어.”

“먹다니… 그거 나무 뿌리 아니야?”

 

 방금 전까지 카오루의 양볼에 미어터지게 들어가 있던 전나무 뿌리를 미리아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응! 나무 뿌리인데?”

 

 카오루가 무슨 이상한 소리 했어? 라는 듯이 갸웃거리며 말한다.

 

 ...나무 뿌리란게 원래 먹을 수 있는 건가? 11년간 쌓아온 미리아의 상식이 미지의 세계와 정면충돌한다. 미리아의 시점이 고장난 필름 처럼 치지직 거리며 눈앞의 현실을 현상現像 하기 시작했다. 어지럽게 뜯겨나간 나무뿌리, 입가에 묻은 뿌리의 파편, 미리아를 바라보는 순수한 눈동자.

 

 어…? 어…. 미리아의 머리가 하얗게...하얗게...  그리고 빙글빙글…

 

“미리아쨩도 배고프지? 여기 카오루가 챙겨 놨어!”

 

날아가는 미리아의 정신을 붙잡는 이 목소리는 천사의 성음인가 악마의 꼬임인가.

 

“으, 응? 아니야. 미리아는 나중에 먹을게.”

“왜? 미리아쨩도 배고프잖아. 나무 뿌리 맛있다구~”

“응...그게… 아! 식사 전에 군것질 하면 안된다고 그랬거든!”

“앗! 카오루도 배웠어! 으… 어쩌지. 카오루 이미 잔뜩 먹어버렸는데.”

“괜찮아. 카오루쨩은 배가 아주 고픈 비상사태 였는걸.”

 

 궁색한 변명으로 위기?를 모면한 미리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찌됐든 간에 좋은 일이다. 미리아도 카오루도 기운을 차리고 숲을 빠져나갈 행동력을 얻었다. 그게 비록 나무 뿌리에서 나온 에너지 라고 해도.

 

 이제부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미리아와 카오루는 마음을 다잡았다.

자신들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지만 어디서 왔는지는 대충 알 수 있다. 걸어온 방향으로 계속 가다보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출발 했던 지점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카오루쨩 지금 몇 시야?”
“오후 2시.”

 

 해바라기가 그려진 노란색 손목시계를 보고는 대답한다.

 

 시험시간은 3시. 카오루와 숲에 들어온 건 2시간 전이다. 미리아들이 아무리 빨리 돌아간다고 해도 표시도 안해놓은 길을 무작정 달릴 수는 없었다. 거기다 처음에 출발할 때 보이지 않았던 시험장이 지금에 와서는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고요한 숲 속은 아직 성장중인 두 사람에게는 너무나도 커서 가만히 생각만 하고 있으면 다소 으스스한 기분도 들었지만 한차례 불안을 떨쳐낸 두사람은 그런것도 모르고 작은 지혜를 모으고 있었다.

 

“어머? 요정분들 인가요?”

 

 어디선가 들리는 미풍 같은 목소리가 두사람의 귓가에 불었다. 어? 하고 고개를 돌리는 카오루와 미리아. 그곳에서 본 적 없는 청초한 미녀가 한 손으로 나무를 짚으며 모습을 들어내고 있었다.  

 

 연한 녹색 머리와 영롱하게 빛나는 청록색 눈동자. 가느다란 선은 그야말로 숲속의 여신 같았다. 우거진 잎들 사이로 내리는 가느다란 햇빛이 바람에 흔들리며 그녀를 비출 때 마다 눈동자의 색이 달라 보이기도 해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미리아쨩 들었어? 카오루들 보고 요정이래! 헤헤~”

 

 상황도 잊고 새로 등장한 여성을 바라보던 카오루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뭔가 조금 다르지만 말했다.

 

“아니야! 카오루들은 아이돌 지망생인걸.”

“후후훗. 이건 실례를 했네요. 산책을 하고 있는데 나무 사이에서 너무 귀여운 분들이 나타나길래 그만 숲속의 요정분들 인 줄 알았어요.”

 

 후후훗 하며 입가에 손을 가져다 대고 웃는 그녀. 별 것 아닌 웃음인데도 그 웃음에 카오루와 미리아는 마음이 진정 되는 걸 느꼈다.

 

“그런데 언니는 누구야?”

“저 말인가요? 저는… 음.. 이 숲을 떠도는 숲지기..일까요?”

“그게 뭐야 이상해~”

 

 뭔가 즐거운 대화가 성립 되고 있는 두 사람. 다행히 미리아가 거기에 휩쓸리지 않고 입을 열었다.

 

“저기 저기! 미리아들 길을 잃었어! 언니는 여기가 어딘지 알아?”

“음, 글쎄요. 저도 발이 닿는데로 걸어다니고 있는거라 지금 제가 어디 있는지는 알지 못해요.”

 

 기대 했던 대답이 나오지 않아 실망하는 미리아에게 자칭 숲지기 라는 여성이 다가와 두 사람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말아요. 두 사람은 아이돌이 되기 위해 이곳에 온 거죠? 그렇다면 분명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을 거에요.”

 

 어떻게? 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나타났을 때 처럼 수수께끼의 미녀는 마치 백일몽 같이 모습을 지우고 사라졌다.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카오루와 미리아가 서로를 마주 보았다.

 

“이상해...”

“이거 마치…”

“응.”

 

““아이같아!!””

 

 상기 된 미리아와 카오루의 얼굴에 붉은 홍조가 생겼다. 입은 커다랗게 벌어지고 눈에는 어린아이의 꿈이 충만히 담겨있다.

 

“어뜨케! 어뜨케!”

“방금 전에 언니 아이돌 이었을까?!”
“으아~ 카오루 이렇게 가까이에서 아이돌 본 거 처음이야!”

 

 흥분을 감추지 않고 가벼운 몸을 방방 뛰면서 방금 있었던 일에 수다를 떨었다. 심상치 않은 등장이나 입이 벌어질 정도의 미모와 신비한 분위기 같은 것을 보면 어쩌면 「위치」계열의 아이돌 일지도 모른다.

 

“우으~ 미리아쨩 어쩌지?! 카오루 지금 당장 아이돌이 되고 싶어!”

“미리아도! 미리아도 아이돌 할래!”

 

 그 목소리에 응답한 걸까? 방금 전까지 하늘을 빽빽히 가리고 있었던 전나무가 구름이 걷히듯 천천히 갈라지기 시작했다.

 

“카오루쨩 저기!”

 

 미리아가 가리키는 곳을 본 카오루도 똑같이 놀라서 소리쳤다.

 

“어? 반짝반짝이다!”

 

 두사람이 애타게 찾던 미시로 캐슬의 첨탑 하나가 노란 빛을 뿜으며 나타났다. 시험장으로 가야한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저 눈빛을 교환한 두 사람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보드라운 손을 맞잡고 눈앞에 보이는 미시로 캐슬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미리아들이 달려가는 길에는 위험한 뿌리도 없었다. 앞을 가로막는 나무나 수풀도 없었다. 두 사람을 둘러싼 숲들이 기이한 형태로 휘어지며 길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도 모른채 그저 앞만 보고 달렸다.

 

“저기 출구야!”

 

 눈부시게 밝은 빛이 두 사람의 시야를 가렸지만 멈추지 않았다. 맞잡은 두 손을 의지하며 숲을 빠져나온 두 사람을 기다린건…

 

“신데렐라 아카데미아의 입학을 축하합니다!”

 

 빰빠라밤~ 펑! 펑!

 

 눈 앞에 펼쳐진 건 푸른 잔디밭에 위에 올라선 수많은 사람들과 두 사람을 환영하는 폭죽과 팡파레. 학생복을 입은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은 미리아와 같은 사복 차림의 어린 아이들도 있고 조금 더 큰 어른들도 있었다.

 

 갑작스럽게 맞는 성대한 환대에 어리둥절한 미리아와 카오루에게 하얀색 와이셔츠에 짧은 미니스커트 교복을 입은 여자가 다가왔다.

 

“얏호~ 두 사람 다 입학 축하해!”

“에? 미리아는 아직 입학 시험 안봤는데?”

“카오루도.”

 

 기쁨 이전에 나타난 당황스러움이 얼굴에 전부 드러났는지 상대가 웃으며 대답했다.

 

“미리아쨩이랑 카오루쨩? 둘은 가챠의 숲을 통과했지? 그게 입학 시험이야.”

“가챠의 숲?”

“방금까지 너희들이 있었던 숲. 아이돌의 힘이 없는 사람이 들어가면 길을 헤메고 결코 목적지 까지 도달 할 수 없는 미로의 숲이지.”

 

 여전히 알 수 없는 설명에 갸웃 거리는 미리아와 카오루.

 

“미리아들은 단지 성에 있는 보석을 보고 왔을 뿐인데?”

“그래. 저게 바로 신데렐라 쥬엘. 아이돌이 될 자질을 가진 이를 바른 길로 이끄는 힘을 가진 신데렐라 아카데미아의 보물이야.”

 

 하지만 명쾌한 해답에 천천히 상황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정말로…?”

““우리들 아이돌이 된거야?!””

 

 믿기 힘든 사실에 얼싸안으며 기뻐한다. 동그란 볼을 타고 흐르는 기쁨의 눈물 그 의미를 두 사람은 알까? 눈부신 창천 아래에서 봄향기를 맡으며 성장하는 아이들이 있다. 이제 그녀들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아이돌 이라는 이름의 험난한 언덕길을 오르기 위해.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녀들의 시작에는 옆에서 손을 잡아주는 동료가 함께 하니까.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던 여학생이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해 미리아쨩, 카오루쨩. 난 죠가사키 미카! 두 사람에게는 한참 선배니까 기억해둬 후배님들?”

 

 어쩌면 믿음직한 선배도 함께 할지도?

 

끝-

 

 

-후기

 안녕하세요. 이번에는 조금 판타지풍으로 가봤습니다.

 아직 판타지다운 요소는 그닥 나오지 않았지만 아무튼 판타지풍입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다시피 모티브는 TVA리틀 위치 아카데미아 입니다.

 이 애니메이셔을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미리아와 카오루 등 앞으로 등장하게 될 아이돌들이 이런저런 사건 사고에 얽히면서 벌어지는 우당탕탕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어요.

 물론 그것만으로 이야기를 써내려갈 자신은 없기 때문에 다른 있을법한 요소들을 여기저기서 가져올 예정입니다.

 미리아와 카오루가 입학시험에 합격 하는 장면은 조금 더 엉망징창으로 했어야 하는 생각도 들지만 두 사람이 손을 꼭 잡고 결승선을 통과하는 모습도 보고 싶었기 때문에 이런 끝맺음을 그려봤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여기까지 읽어주신 것도 감사 하지만 다음 편도 기대해 주시면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럼 이억만.

 

-등장인물

아카기 미리아: 긍정적! 

류자키 카오루: 아무거나 잘 주워 먹는다. (취미가 요리라는 설정을 비꼬아 봤음.)

죠가사키 미카: 후배들을 잘 챙겨 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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