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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나나 ~ 이 마법이 풀려버리면

댓글: 2 / 조회: 1082 / 추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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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05, 2020 16:44에 작성됨.

『프로듀서씨는.... 제가 왜 아이돌이 되었다고 생각 하시나요?』







아베 나나 ~ 지상의 별 과 어느정도의 세계관을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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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9:50, 미시로 프로덕션, 수상식 회장




시곗바늘은 10시를 가리키기 직전

수상식의 장내는 굉장히 시끌시끌했다. 

고급진 의자와 테이블, 천장에 천사가 내려오듯 걸려있는 빛나는 샹들리에

테이블에는 남성과 여성이 각각 한 쌍씩 앉아 있었다.

남성은 모두 정갈한 정장을 입고 있었으며

여성들도 제각기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듯 아름답고 반짝거리는 화려한, 혹은 수수한 드레스를

입은 채 남성과 허울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저벅저벅...




"자 프로듀서 여러분들 여길 주목 해 주세요? 올해의 순위가 곧 공개된답니다?"




누군가 입을 열었다. 장막으로 가려진 무대 위에서 누군가 발언을 했다. 

스피커를 통해 울려퍼지는 한 여성의 목소리, 장내의 모든 남녀가 조용해졌다.

마이크를 잡고 있는 여성은 갈색의 땋은머리 그리고 녹색의, 마치 자연의 풀로 만든 것 같은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대자연의 정령이 무대위에 올라가 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 정도로, 굉장히 아름다웠다.




"네. 다시 말하겠습니다. 올해 7대 신데렐라 걸 총선거의 최종결과가 곧 발표 된답니다?"


"여기 계신 모든 여러분들은, 총선거 50등 이내로 진입한 신데렐라와 마법사 입니다. 맞나요?"


`예 맞습니다.`




굉장히 엄숙한 자리임을 나타내는 듯, 녹색의 여성은 말 한마디 한마디가 신중했다.

그리고 그 여성은 장내의 모두에게 동의를 구하듯 물었다.

당신들이 총선거 50등 이내로 진입한 아이돌과 프로듀서냐고

그 질문에 제각기 다른 자리에서 맞다며 여성의 호응에 대답했다.

제각기 자신의 의견을 표출함에 다시 장내가 시끄러워지자 여성은 마이크를 손바닥으로 톡톡 두어번 두드렸다.




"좋아요, 모두들 의지에 가득 찬 목소리와 눈빛이네요. 마법사 분들이 그동안 얼마나 노력하고 마법을 걸어 준 신데렐라를 위해"


"그리고, 신데렐라 분들은 재투성이의 소녀에서 빛나는 여자가 될때까지 맨발로 얼마나 고된 길을 거쳐서 성까지 도착했는지 저도, 방송계의 모두도, 아니 모든 팬 분들이 알고 있답니다?"


"그럼 발표하겠습니다. 올해 7대 신데렐라 걸, 총선거의 결과를"


"먼저 10위부터... 10위는...."




곧 발표식의 북소리가 시끄럽게 울리며 무대의 장막이 거두어졌다. 

장막의 너머에는, 마법의 시계를 형상화 해놓은 것 같은 거대한 회전판이 50개의 칸으로 나뉘어져 있었으며 각 칸마다 장내의 모든 아이돌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정 가운데에는 커다란 시곗바늘이 설치되어 있었다.


시곗바늘이 회전했다. 자정을 향해 달리며 수 없이 많은 이름을 가리키고 지나치며 가속했다.

마치 마법에 걸린 것 처럼, 마법의 세계로 빠져들 것 같이, 빠르게 시곗바늘은 돌아갔고

잠시 후 바늘은 점점 속도를 잃어갔다.

바늘이 속도를 잃어감에 따라, 장내도 얼음장처럼 차가워지며 엄숙해졌다.

시곗바늘의 속도와 함께 현실의 시간조차 멈춰버린 것 같았다.




그리고 시곗바늘이 가리킨 아이돌은






『오가타 치에리』




"네~ 7대 신데렐라 걸 총선거, 10위는 오가타 치에리 입니다! 축하해요 치에리양~"


"ㅇ....와아앗....! ㅈ....제가.... 제가... ㅇ...흐으으으... ㅍ...프로듀서씨... 저... 저..."



지목받은 신데렐라는, 오가타 치에리라는 이름의 신데렐라

그녀의 이름이 전광판에 대문짝만하게 올라오며, 천장의 스포트라이트가 오로지 치에리만을 비추었다.

갈색의 부드러운 머리칼과, 앙증맞은 트윈테일, 유약한 외모와 가는 팔 다리

그리고 그런 요정같은 그녀를 더더욱 신비롭게 만드는, 분홍빛이 감도는 드레스까지

지목당한 신데렐라 오가타 치에리는 당장이라도 울 듯 커다란 두 눈망울을 글썽거렸다.


그의 프로듀서도 벅차오르는 감정을 제어할 수 없었는지 그렇게 울먹이는 치에리를 끌어 안았다.

장내의 모든 남녀가 그 둘을 축하 해 주었다.

진심으로 축하함의 의미와, 나는 10위가 아니다. 가능성이 있다는 안도섞인 뒷생각과 함께 말이다.




"네 다음은 9위의 아이돌... 9위는...."




기쁨도 잠시, 장내가 다시 엄숙해졌다.

아직 순위발표는 끝난게 아니기 때문이다. 또다시 시곗바늘이 빠르게 돌아가며 

잠시 후 시간을 멈춰버리듯 시곗바늘이 굳었다.




『후타바 안즈』




"아... 뭐야.... 나 9등한건가?.... 뭐 별거 하지도 않았는데....."


"다음엔 이것보다 좀 더 편하게 할게~ 9등했음 이제 봐줘~"


"안즈-! 난 믿었다고! 그래도 나한테는 네가 신데렐라 걸이야!"


"아으윽.. ㅇ...알았으니깐 좀 떨어져 프로듀서씨... 다 보는데에서... 아으으..."



치에리와는 상반되는 말투와 행동에 장내가 축하와 웃음바다가 되었다.

이번에 지목 받은 아이돌은, 단신의 바닐라색의 머리칼을 지닌 정말로 작은 신데렐라

신데렐라가 아닌, 백설공주의 난쟁이처럼 굉장히 작은 그녀였지만

순백색의 드레스와, 신데렐라 걸의 티아라를 모티브로 만든 것 같은 머리띠는 그녀가 

정말로 신데렐라임을 모두에게 입증했다. 


"까짓거 9등가지고 호들갑은...."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신데렐라와

9등의 소식에, 그 작은 단신의 신데렐라를 번쩍 들어선 온 힘을 다해 끌어안아 빙빙 돌리는 마법사

그런 과격한 행동에 귀찮은 듯 떨어지라고 말하는 안즈였지만, 그를 밀어내긴 커녕- 오히려 목덜미에

더욱 매달린 채 그의 회전을 온 몸으로 받았다.

안 그런 척 해도, 안즈도 온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일 것이니라


그렇게 8등, 7등, 6등을 거쳐 어느새 최상위권의 순위만 남게 되었다. 

아직 선택받지 못한 모든 프로듀서와 아이돌이 마른 침을 삼켰다.

그런 남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곗바늘은 다시금 세차게 회전하여

남아있는 아이돌들의 이름을 지목했고 또 지나쳐갔다.




"다음은 대망의 2등! 2등의 신데렐라는 바로.....!"




『혼다 미오』




"이에이-! 혼다 미오! 당당하게 2등 했습니다!"


"비록 1번성이 아닌 2번성(二つ星) 이지만, 다음에는 1번성으로 고 고 고-!"




천장의 조명이 지목된 신데렐라를 비추었다.


혼다 미오, 갈색의 단발과 기운차게 뻗어있는 삐침머리에
발랄함을 더해주듯 별모양을 형상화한 작은 머리핀이 그녀의 관자 부근에 어여쁘게 부착되어 있었다.


하늘의 태양을 담아놓은 것 같은 황금색의 눈동자와, 열정이 넘치는 밝고 생동감이 넘치는 목소리

그리고 그녀의 파워를 한 데 모아놓은 것 같은 주황색과 금색을 섞어놓은 반짝이는 드레스와

드레스의 가슴팍에 훈장처럼 달려있는 각기 다른 3개의 별까지-




그녀가 올해의 2번째 신데렐라였다. 




"미오쨩- 내년에는 꼭 1등하자? 응? 이게 다 내 능력 부족이야.. 아흐으으윽..."


"에구에구... 프로듀서군~ 뭐 그런거갖고 그래~ 2등을 2번 했으니까, 이제 1등 한 번 하면 된다고? 요놈 요놈~ 마법사가 울어버리면 어떻게 해~"



마침내 2등의 발표까지 끝나고 

대망의 1등의 발표순간이 모두를 맞이했다.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올해의 주인공

아무도 넘볼 수 없는 최상의 자리, 톱 아이돌, 절대적인 위치

1번째 신데렐라의 발표라는 초록색 여성의 목소리와 함께, 마지막으로 시곗바늘이 돌아갔다.


장내는 그 어떤 순간보다 조용해졌다. 시곗바늘이 세차게 돌아가고 있었지만, 장내는 시간이 멈춘 것 같이 모든 남녀가 오로지 화면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시곗바늘의 회전속도가 줄어든다. 눈에 보이지 않던 초침이 점점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수 많은 아이돌을 가리켰다. 다시 지나쳤다. 그리고 다시 가리켰다.

마침내 가장 마지막, 방송인, 프로듀서, 그리고 팬 모두가 점지한 올해의 신데렐라




1번째 신데렐라는 바로....








『아베 나나』










"올해의 1번째 신데렐라, 그 이름은 바로 아베 나나 입니다!"




파밧




"ㄴ...넷?! ㄴ....나나가 신데걸? ㅁ....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 그... ㄱ....그...."


"신데렐라 걸 해도, 우사밍은 언제나 우사밍이니깐요! 이대로 애니버셔리까지, 메르헨 체인지로 쾅! 하고 가는거에요...!!!"



스포트라이트가 오로지 그녀만을 비추었다.

아베 나나, 올해의 1번째 신데렐라 바로 그녀를

토끼의 귀를 형상화 해놓은 것 같은, 굉장히 커다랗고 어여쁜 리본으로 자홍빛의 머리칼을 트윈테일로 묶고 있었다.

150도 채 되지않는 작은 체구였기에, 어린 아이가 아닐까도 싶지만 그녀가 입고 있는

레몬색의 반짝이는 드레스와, 진주로 만든 목걸이, 그리고 토끼의 모양이 박힌 보석 반지는

그녀를 아이라고도, 어른이라고도 할 수 없는 중첩된 상태의 모호한 아름다움을 주고 있었다.




"나나씨.... 들었나요? 신데렐라 걸이라고요! 나나씨가 신데렐라 걸이라고요....!"


"이 우사밍! 확실하게 들었으니깐요! 그동안 우사밍을 보좌한 지구인 프로듀서씨도 고생하셨다고요!"



감동에 벅차오른 남자, 나나의 프로듀서임을 암시하듯 블랙의 슈트에는 토끼의 뱃지가

고급스런 붉은색 넥타이에도 역시나 토끼의 뱃지가 작게 매달려 있었다.

프로듀서는 나나의 작은 손을 단숨에 잡아버렸다.

나나도 그런 프로듀서의 마음을 알았는지, 조그마한 손을 펼쳐 프로듀서의 큰 손을 잡았다.

180정도의 프로듀서와 150도 안되는 단신의 아이돌이였기에 둘의 체급차이는 엄청났지만

지금에서야 그런 체격차이 정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지금 이 두사람은, 지금껏 똑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걸었고, 마침내 똑같은 목표에 함께 도착했으니까




이후 장내의 모든 사람들이 1번째 신데렐라를 축하했고

회전판이 둘로 나뉘며, 뒤쪽에 배치된 대형 스크린으로 1위부터 50위의 모든 순위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머지 프로듀서와 아이돌들이 제각기 자신의 아이돌의 이름을 찾아 무대로 시선을 고정했다.

정말 아쉽게 10위권에 들지 못했다며 탄식하는 프로듀서와 아이돌

아슬아슬하게 50위 안에는 들었다며 좋아하는 프로듀서와 아이돌까지 제각기 다 다른 반응이였다.




"자 그럼~ 순위의 발표를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은, 순위가 어떻게 되었든 1번째 신데렐라이자 마법사, 그리고 팬임을 잊지 말아주세요!"



화려하게 무대의 연기장치가 터지며, 녹색의 여인은 무대의 장막 너머로 사라졌다.

발표회가 끝나자, 프로듀서들과 아이돌들은 지정된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바로 애니버셔리의 회장이였다. 

선택받은 신데렐라들은, 그에 걸맞는 대접과 만찬을 즐길 자격이 충분히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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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우오.. ㅍ...프로듀서씨... 여기 음식들... 나나가 살면서 한 번도 못 본 것들이에요...!"


"ㅈ....저도... 그렇습니다만.... 이런거 먹어도 되는걸까요?"



애니버셔리 회장에 도착한 프로듀서와 아이돌들은, 제각기 지목받은 자리에 앉아 만찬을 즐겼다.

식사의 용도가 아닌 예술의 용도로 만든 것 같은 조각같은 음식들이 화려하게 차려져있는 대형 테이블

단순히 그것을 보는 것 만으로도 배가 부를 지경이였다.


살면서 평생 구경도,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할 것 같은 산해진미의 요리들이 쏟아져나왔다.

선택받은 신데렐라들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자. 정당한 권리였다.




1번째 신데렐라인 나나와 그의 마법사인 프로듀서는 애니버셔리 회장 중에서도 가장 좋은 자리인

상석의 테라스 자리로 배정받았다.

등 뒤로는 커다란 스카이 라운지와 발코니가 딸려 있었으며

발코니 너머의 하늘에는 미시로 프로덕션의 커다란 시계탑이 빛을 발하며 우뚝 솟아 있었다.




"ㅇ...와아.. 프로듀서씨... 이 고기좀 보세요...? 이렇게 푹 찍었는데- 그냥 녹아버렸어요...?!"


"우사밍이 올해의.. 크흠... 아니지... 나나씨가 올해의 주인공이니깐요? 부담없이 즐겨주세요"




나나와 프로듀서씨의 식탁에 각종 산해의 진미들이 수놓아진다.

굳이 일어나서 음식을 가져올 필요도 없이, 교육받은 웨이터들이 알아서 음식을 가져다 주었다.

단순히 포크로 찍었을 뿐인데 허무하게 찢어질 정도로 부드러운 스테이크와

농약은 커녕 금가루라도 뿌려서 키운 것 같이 반짝거리며 빛나는 야채의 요리들

스프임에도 고급스러운 귀족풍의 접시바닥이 다 보일정도로 맑고 고운 향기가 나는 스프까지

그야말로 최고의 만찬이였다. 




"와... 너무 맛있어요 프로듀서씨.... 나나, 평생 이런 기회는 없을거에요.....!"


"네.. 오로지 나나씨를 위한 것이니깐요... 자.. 한잔 하실래요?"




술을 권하는 프로듀서, 그녀의 앞으로 와인의 잔을 밀었고- 곧 진보랏빛의 와인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따라졌다.


"아잇... 정말 프로듀서씨...! 나나는.. 영원한 17세라고요...? ㅅ...술은 안 된다고요!"


"아... 맞다, 나나씨는 영원한 17세였죠?"



그러거나 말거나 프로듀서는 자신의 잔에도 와인을 따랐다.

그리곤 나나를 응시하며, 조금 미소를 지은 채 이야기를 이었다.


"하지만 나나씨, 나나씨는 고등학생, 영원한 17세 이기 이전에.. 우사밍 성인 이잖아요?"


"애초에 지구인이 아니시잖아요 나나씨는? 17세가 술을 마실 수 없다는 법은, 지구인한테나 해당되는 법이니깐요?"


"그러니, 우사밍성인의 우사밍, 아베 나나씨- 저와 함께 지구의 주도(酒道)문화를 체험하시지 않겠나요?"




그렇게 말하며, 프로듀서는 손가락 사이에 와인의 목 부분을 끼운 채 그녀에게 건배를 권했다.

우사밍 성인, 메르헨 메타포르제, 수상한 괴전파 등등 전형적인 서브컬쳐의 소재들을 근간으로

만들어진 신데렐라 아베 나나

그리고 그런 나나의 세계를 누구보다 잘 아는 프로듀서는 능수능란하게 그녀를 위해 만든 자신의 세계와 그녀의 세계를 겹쳐보였다. 




".... ㄷ...듣고보니 그렇네요 프로듀서씨~ 네 맞아요, 우사밍은 애초에 지구인이 아니니깐요?"


"그럼, 프로듀서씨의 주도에 따라서, 나나도 지구의 주도문화를 체험하도록 할게요?"



그리곤 익숙한 듯, 조그마한 손이 와인잔을 잡았다. 




""건배""




깡- 맑고 시원한 소리가 울려퍼지며, 잔 속의 와인이 흔들렸다.

일부러 연습이라도 한걸까? 꽤나 정석적으로 와인을 천천히 입 안으로 들이키며

조금의 되새김질을 하며 맛을 확실히 확인한 후 찬찬히 목구멍으로 흘려 넘겼다.




"음....~ 지구의 주도문화 라는것은, 굉장히 좋은 문화네요 프로듀서씨 우사밍 성에도 전파할 가치가 있어요!"


"네 그렇죠 나나씨? 나나씨는 지구의 주도문화를 처음으로 겪은 우사밍 성인이니깐요"



조금은 붉어진 얼굴의 나나와 프로듀서, 둘은 서로를 응시하며 눈웃음을 지었다.

세상이 멈춰버려도 좋았다. 지금 두 사람은 온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였다.

둘은 그간 걸어온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면서 만찬을 즐겼다.


시간이 흘러서, 창 너머의 미시로 시곗바늘은 12시를 가까이 가리키고 있었다.

다른 프로듀서와 아이돌들이 하나 둘 식사를 마치곤 자리를 비웠다.

한 명, 두 명, 세 명, 그렇게 빈 테이블의 수가 늘어만 갔다.

프로듀서는 그런 모습을 보며, 슬슬 나나에게 돌아가자고 말을 했지만

그럴 때 마다, 나나는 아무 말 없이 프로듀서의 팔 소매를 잡은 채 조금 녹아들 듯 웃어주며 고개를 저었다.



마지막까지 있었던 타 프로듀서와 아이돌까지 모두 자리를 비우고, 웨이터들이 남은 테이블과 두 사람의 테이블을 다 정리했을 때, 거의 완벽하게 둘 만이 남게 되었다. 




"나나씨... 뭔가 할 말이 있으신가요....? 곧 12시에요....?"


"....조금 그런 기분이랄까요 프로듀서씨....? 마법이 풀릴 때만 말할 수 있는.. 그런 기분이..."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찬찬히 뒤쪽의 발코니로 걸어가는 나나였다.

그녀의 금빛 드레스가 찰랑거리며, 달빛에 홀린듯, 시곗바늘에 홀린듯 저벅저벅- 점점 더 발코니로 향했다.

프로듀서는 그런 나나의 모습을 보며 [역시 취한건가] 생각하며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따라갔다.




나나는 발코니에 작은 두 손을 얹여놓은 채 별빛이 수 없이 박혀있는 밤 하늘을 바라봤고

지상으로 뻗어있는 크고작은 건물들과,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도로의 불빛, 그리고 사람들의 움직임을 보았다.

프로듀서는 혹여나 모를 일에 대비해, 나나의 뒤에 서서 나나를 살포시 안아준 채, 그 작은 손에 자신의 커다란 손을 겹쳤다.




"옛 생각이 나시나요 나나씨?"


".... 그 때의 장면이랑 똑같네요 프로듀서씨.... 그 때도 아마, 이런 분위기였죠?"


".... 네... 분명히 그랬지요?.. 그 날의 밤도, 이렇게 도시의 야경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밤이였으니깐요"


".... 프로듀서씨, 저 아이돌이 왜 되었는지 알고 계시나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나나씨"




과거의 기억이 솟아났는지, 프로듀서는 나나를 강하게 끌어 안았다.

빛도, 희망도 없는 심연의 최하층에서 끌어올린 신데렐라 였으니깐 말이다.



"프로듀서씨.... 저, 이 모든 순간 순간이 꿈만 같아요... 마치 마법에 걸린 것 처럼...."



그렇게 말하며 나나는 프로듀서의 품을 빠져나온 채 프로듀서를 응시했다.

30CM가 넘는 키 차이 덕에, 일방적으로 나나가 올려다 볼 수 밖에 없는 구도

프로듀서는 나나가 편하게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조금 무릎을 굽힌 채 나나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아름다운 별빛과 달빛이 두 사람을 비추었다. 




"나나씨... 뭔가 하실말씀이 있으신가요....? 전... 나나씨의 그 어떠한 의견도, 생각도, 다 좋아요"


"무엇이든 말씀 해 주세요"


"....."


"프로듀서씨...."




믿음직한 프로듀서의 말에 나나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 왕방울같은, 토끼같은 눈동자에 물기가 가득했다.

나나는 눈을 감았다. 붉어진 눈시울을 감추려는 듯 눈을 질끈 감았지만

이렇게 피하기만 해선 아무것도 되지 않음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용기를 내곤 그 커다란 두 눈을 부릅 떴다. 프로듀서를 바라보았다.

왕방울의 두 눈에, 오로지 프로듀서의 모습밖에 비추어지지 않는다.

세상이 멈춘 것 같다. 지금 이 순간 신데렐라도, 마법사도, 프로듀서도 아닌

오로지 진솔한 남자와 여자만이 있을 뿐이였다. 




그리고 나나가 입을 열었다.




"프로듀서씨... 저... 정말로 아이돌이 되어서 행복해요.... 네... 정말로요..?"


"매일매일이 꿈만 같아서... 마치 마법에 걸린 것 같아요... 진짜 신데렐라 처럼요...."


"사무소에서 만난 동료 분들도, 팬들도, 다른 분들도 모두 정말로 너무나도 좋으신 분들이에요... 정말.. 너무 좋아서..... 도저히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없어요"


자신의 심정을 솔직하게 토해냈다. 프로듀서에게.

감정을 토해낼 때 마다, 마음속 깊숙하게 간직 해 두었던 어두움과 두려움이 잡음처럼 흘러나왔다.

나나의 목소리가 떨렸다. 겁먹은 아이처럼 말꼬리가 흐려졌고 두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프로듀서는 나나의 그런 미세한 반응까지 알아차릴 정도가 되었는지, 아무말도 하지 않고 나나의 작은 어깰 살포시 잡아 주었다.




"으응... 정말.. 너무 행복해요... 정말 마법같은데.... 마법같은데... 그 마법이 풀려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행복의 마법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겠지요....? 분명히.. 분명히 언젠간 마법은 풀릴거에요...."


"그리고, 함께 했던 수 많은 동료분들도 다 제갈길을 가게 되겠죠...? 팬 분들도, 결국 언젠간 나나를 떠나게 되겠지요.....?"


"마법이 풀려버리면, 신데렐라도, 우사밍도, 메르헨도, 결국 덧없이 사라지겠지요..?"


"프로듀서씨... 나나는.. 아이돌이 되기 위해서, 정말로 많이 노력했어요.. 그 과정에서.. 포기한 것들도 너무나도 많아요..... 다시는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멀리 두고 왔어요"


"마법이 풀려버리고, 다시 평범한 아베 나나로 돌아가버리면... 저에게는... 프로듀서씨 밖엔... 남지 않게 되어요....."




목소리가 떨려서 차마 진정되질 않아 보였다.

얼마나 참았을까, 꾹 참았던 두 눈동자에서 눈물이 흘렀다. 달빛을 받아 눈물이 반짝거리며 빛났고

나나의 눈물은 프로듀서의 눈동자에도 비추어졌다.




"그 때가 된다면..... 프로듀서는..... 당신은......"




"저를..... 나나를.... 떠나실건가요.....?"




나나의 두 손은 어느새 애원하듯, 조금씩 프로듀서를 향해 뻗어가고 있었다.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프로듀서는 누구보다 잘 알았다.

차마 가볍게 말할 수 없었다. 이것은 나나의 진심이자 모든 것

하지만 피하지 않았다. 프로듀서는 말없이 나나를 응시한 채 입을 열었다.



마지막 남은, 아이돌과 프로듀서의 관계를 부숴 달라는 듯




".... 나나씨... 저는 프로듀서입니다... 신데렐라의 마법사"


"저는.. 단순히.. 동화책의 1페이지에 지나지 않는 존재, 책장을 넘기면 저는 영원히 동화책으로 사라질 뿐 입니다."


"동화책을 넘기면, 마법사의 이야기는 없습니다. 오로지 무도회장을 향해 달려나가는 신데렐라의 이야기와 행복해지는 결말 밖엔 없습니다."


"나나씨, 나나씨의 마음은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존재일 뿐입니다.. 저는 유리구두를 신겨주는 왕자님이 아닙니다."




"나나씨.... 전-"




"쉿-"




뭐라 더 말하려는 프로듀서의 입에, 나나는 질렸다는 듯 자그마한 검지를 그의 입술에 갖다 대곤 그의 말을 끊었다.

그렇게 나올 줄 알고 있었다는 듯, 조금 바보를 보는 듯한 자애로운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나와 함께 있어준 당신이, 동화책의 페이지에 갇혀서 더이상 나와 함께 나아갈 수 없다면"
















"나는, 왕관도, 유리구두도, 드레스도, 무도회장도 다 필요없어"
















"그렇게 될 빠에야, 나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은 채 당신과 함께 동화책에 갇혀버려도 좋아"












"......!"






마지막 남은 이성과 두 사람의 벽이 무너졌다.

프로듀서는 온 힘으로 나나를 끌어안고 목놓아 울었다.

나나도 소리없이 울며 두 손으로 매달리듯 당신을 안았다. 이 작은 몸으로, 지금 잡지 않는다면

당신도 마법처럼 풀려버려서 사라질 것 같았으니까

왕자님 따위는 필요 없었으니까

나에게 있어서 진짜 왕자님은









당신이였으니까 














달빛과 도시의 야경을 받은 채 아무 말 없이 끌어안고 있었다.


미시로의 시곗바늘이 12시를 가리켰다. 종이 12번 울리며 마법이 풀렸다.


아이돌도, 프로듀서도 신데렐라도 그 무엇도 아닌 채





그저.... 서로를 진심으로 믿고 달려온 두 남자와 여자만이 서로를 안고 있을 뿐이였다. 






아베 나나 ~ 이 마법이 풀려버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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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술술 써지는구만


나나 너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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