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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 「트라이어드....프리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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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25, 2015 08:57에 작성됨.

"시부야 린"

 

검은 정장 차림의, 날카로운 눈매를 한 여성이 낮은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고개를 숙인 체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 내 모습을 지켜보던 여성, 미시로 상무는 이렇게 말했다.

 

"적어도 고개 정도는 들어주었으면 하는 구나."

 

화내는 것도 혼내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눈을 마주치지 않아도 느껴지는 압박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녀의 지시에 따랐다. 불안에 떨리는 눈이 비추는 건, 미시로 상무의 무척이나 차갑고 덤덤한 표정. 그에 비하면 분명 내 얼굴은 떨리는 마음을 모조리 드러내고 있겠지.

 

미시로 상무는 다시 입을 열었다.

 

"너는, 이제 뉴 제너레이션즈가 아니다."

 

순간 잘못 들었나, 라고 생각했지만 말소리는 아무 틀림 없이 귀에 전해졌던 것이다. 혹시 상무가 말 실수라도 한 게 아닐까. 절대 그럴 리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부질없는 희망을 담아 그녀를 바라보았다.

 

"앞으로 너는-"

 

그 약간의 믿음조차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계속해서 말을 이어가는 그녀.

 

"카미야 나오, 호죠 카렌과 같이"

 

내가 뭐라 말하기 전에도, 항의의 목소리를 울리기 전에도-

 

"새 유닛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한다."

 

선고를 마치는 것이었다.

 

"어, 째서.....?"

 

그저 가만히 서 있는 것도 힘에 부쳤다. 방금이라도 주저앉아버릴 것 같은 다리를 억지로 세우며, 잘 돌아가지 않는 혀를 겨우 굴려가며 의문을 표했다.

 

"뉴 제너레이션즈로서의 활동보다는 새로운 유닛쪽이 더욱 큰 성과를 낼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렇지 않아, 라고 바로 즉답을 낼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머리 속에서는 즉각적으로 떠오른 생각은 좀처럼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나는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결정에 수긍도 반항도 하지 못한 체, 그저 무력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뉴 제너레이션즈가 아무런 성과를 내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내 상태를 살펴보고는 한 발자국 물러난 듯한 발언을 하는 상무. 그러나 나는 이것이 두 발자국 나아가기 위한 것임을 직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태로 만족할 수는 없다."

 

직감은 무서울 정도로 잘 맞았다.

 

"이 회사에 있어 아이돌 사업은 신생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지. 명줄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서라도 이 정도 성공에 안주해서는 안되는 것이야."

 

잠깐 창 밖을 바라보며 사업에 대해 이야기하던 상무는, 다시 이 쪽을 바라보았다.

 

"시부야 린, 너는 더 높은 계단을 오르고 싶지 않느냐?"

 

좀 전의 확고한 선고와 달리, 약간은 달래는 듯한 말투. 하지만 나, 더 이상 뉴 제너레이션즈에 있지 말아야한다는 말을 이리저리 돌리는 것이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거야.

 

"내가 알기로는, 카미야와 호죠 이 두 사람과도 친분이 있는 모양이던데."

 

일부러 흘리는 듯 말하지만 실상은 나를 어떻게든 얽어매려는 속박.

 

"사정 상 그 애들의 CD 데뷔는 미뤄져 있는 상태이지. 시부야, 친분이 있는 사이로서 가만히 보고 싶지는 않으리라 생각하는데."

 

그 CD 데뷔를 미루게 한 장본인이,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이야기를 꺼내며 날 압박해온다.

 

비겁하다.

 

그 애들을 인질로 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내 입에서는 그녀를 비난하는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해봤자.....아무 소용 없을 테니까.

 

눈 앞의 사람이 아주 커다란 벽으로 보인다. 부수거나 넘을 수 없고, 빙 돌아갈 수도 없는, 기분 나쁠 정도로 매끄럽고 단단한 벽으로.

 

또각,

 

"그 애들은 열심히 데뷔를 위해 힘썼을 테지."

 

그리고 그 벽은 점점 나를 뒤로 밀어붙이기 시작한다.

 

또각,

 

"생판 모르는 이와 유닛을 짜는 것도 아니다."

 

하이힐 소리가 선명하게 집무실을 울리고 있다.

 

"그 애들은 너를 상당히 동경하고 있는 것 같더군."

 

점점 더 선명해지는 소리. 나는 그에 맞추기라도 한 듯 조금씩 뒷걸음질을 친다. 아, 순간 허리에 뭔가 부딪쳤다. 뒤를 돌아보니 문고리가 보인다. 바로 그걸 힘껏 돌리고 잡아당겨 여기서 도망가고 싶었다. 눈 앞에 다가오는 벽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시부야 린."

 

하지만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매서운 추격이 날아왔기 때문에, 주춤하고 말았다. 그녀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다시 말했다.

 

"그 애들은 네가 없어도 괜찮을 것이다."

 

그 애.....그 애들은 누구? 나오? 카렌? 아니다. 그러면......누구? 잠깐 혼란스러웠던 나였지만 곧 그 애들이 누군지 기억해낼 수 있었다.

 

힘든 순간이 다가와도 언제나 미소로 이겨내는, 심지 굳은 아이.

한 번은 넘어졌지만 곧 다시 일어나 전보다 더욱 강한 빛을 발산하는, 활달한 아이.

 

"그 애들은 널 이해해줄 것이다."

 

마치 그 애들의 전부를 안다는 듯 말하는 상무. 그럴 리 없다. 상무는 그 애들을 전혀 알지 못한다. 고작 잠깐 인사만 한 사이인 걸.

 

그러니까, 상무의 말은 틀렸다.

 

"그 애들은 너 없이도 아이돌 활동을 계속 할 수 있다. 그리고 괜찮은 성과를 낼 수 있겠지."

 

하지만

 

"그러나 카미야와 호죠, 이 두 사람에게는 네가 필요하다."

 

하지만......!

 

"시부야 린, 너는 그 동경에 보답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느냐.....?"

 

무척이나 달콤했다.

 

"......"

 

타카가키 카에데- 그 사람처럼, 자신의 의지를 나타내고 싶었다. 저항하고 싶었다. 하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상무는 더 이상 반론도 의문도 아무 것도 낼 수 없게 된 나를 보고 만족스러운 듯 입가를 살짝 느슨하게 했다.

 

"그래, 잘 생각했구나."

 

너는 분명 트라이어드 프리머스에 어울리는 존재일 것이다, 라고 상무는 중얼거렸다.

 

"트라이어드.....프리머스....?"

 

내가 힘없이 그것을 입에 담자, 그녀는 여전히 차갑지만, 그래도 조금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이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최고의, 3인. 너의- 아니, 너희들이 앞으로 활동하게 될 유닛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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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설레발을 한 번 쳐봅니다.

이렇게 되면 저로서는 참 좋겠는데 말이죠 그럴 리 없겠죠 헤헤. 만약 트라프리가 나오더라도 이렇게는 안 나오고 린의 또 다른 유닛 이런 식으로 나올 게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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