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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치마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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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10, 2015 22:07에 작성됨.

딸랑,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 오늘은 오랜만에 여유롭게 차나 마셔볼까?"
 
"에에? 미카, 이미지에 안 어울리지 않아?"
 
"뭐, 어때. 회사의 안에서인데. 이럴 때만큼은 우리도 여유롭게 분위기를 내보자고"
 
이번 손님들은 아이돌 3명인 듯 하다. 일단 처음 들어온 아르바이트생 답게 사무적인 대응으로 인사를 한 뒤, 주문을 받으려고 했는데......전원, 기가 세보이는 갸루들이었다
 
'어라? 갸루? 아이돌? ...아니, 갸루라고 해서 아이돌이 되지 말란 법은 없고, 아이돌이 갸루 패션을 하지 말라는 법도 없지'
 
하마터면 이상한 선입견 때문에 실례를 저지를 뻔했다
 
"세 분이십니까?"
 
"아, 네"
 
분홍색 트윈테일? 비스무리한 갸루 소녀가 대답했다. 그때, 갑자기 옆에서 금발 갸루가 끼어들었다
 
"에? 당신, 오늘 새로 들어온 알바생? 엄청 잘생겼네! 왜 알바생을 하고 있는 거야? 아이돌 해도 괜찮을 외모 아닌가? 응? 짱 웃겨♪"
 
비대칭 투블럭컷에 다중 스트랩, 짙은 갸루 화장, 레이어드 패션, 껄렁껄렁한 갸루 말투...이건 진짜 갸루다
 
"그냥 알바생입니다. 자리로 가시죠"
 
하지만, 나는 차분히 대응했다.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온갖 진상 손님을 만났지만 나는 언제나 그들에게도 잘 대응할 수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바라는 건 자신의 기분을 띄워줄 수 있는 서비스. 그런 걸 해주지 못 할 때에는 철저히 사무적으로 대하는게 좋다
 
"에에~ 재미없어!"
 
너 재미있으라고 알바하는 거 아니야. 어째 첫날부터 이상한 손님에게 걸린 것 같은 느낌이다
 
"아하핫, 미안미안! 리나짱이 좀 과했지? 이거 먹고 기분 풀어!"
 
또 다른 금발 갸루가 사탕을 내밀어왔다. 어라? 나 표정에 감정이 드러났나? 그보다 이 소녀는 다른 두 소녀에 비해서 갸루라는 느낌이 적다. 그냥 평범하게 성격 좋은 금발의 미소녀A 정도라고 할까. 물론 리얼충의 느낌이 물씬 풍겨온다. 아이돌이니 리얼충인게 당연하겠지만
 
"손님, 주문 받겠습니다"
 
"아, 나는 카페 모카!"
 
아까 금발소녀가 리나짱이라 칭했던 또 다른 금발 갸루소녀가 주문을 해 왔다. 카페 모카(에스프레소에 우유와 초콜릿 시럽을 넣어서 만든 베리에이션 커피의 일종) 하나. 이런 카페인 폭탄을 거리낌 없이 주문하다니, 어떻게 되먹은 위장이야?
 
"그럼 유이는 평범한 에스프레소! 다만 휘핑크림 위에 달달한 시럽 좀 많이 넣어서 줘!"
 
에스프레소에 휘핑크림이나 시럽을 넣는 순간 평범한 에스프레소가 아니냐고 태클 걸고 싶지만 참자
 
"나는 아까 말했던 대로 평범한 홍차로 줘. 지난번에 리카가 애들 사이에서 우아하게 홍차 마시기가 유행이라고 하더라고"
 
"리카짱이?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우아하게 홍차 마시기가 유행이라니, 뭔가 웃기네~! 지난번에 본 드라마에서 나왔던 그 장면 때문일까"
 
"아마 그렇겠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도 유행하더라고, 그거"
 
리카는 또 누구야? 동생인가? 어쨌든 핑크갸루는 홍차로 하나 대접하자. 3명 분의 음료가 준비되는 동안 나는 바닥청소를 시작했다. 선배인 아베 씨는 점장님과 함께 안쪽에서 휘핑크림을 만들며 커피를 끓이고 있다
 
"......"
 
바닥을 닦는 동안 갸루 3인방은 계속해서 즐겁게 떠들고 있었다. 아이돌이라 해도 대화에서 딱히 특별한 건 없었다. 그냥 평범한 여고생들이 웃고 떠든다고나 할까. 갸루 말투를 쓴다는 점에서 평범한 여고생과는 살짝 거리가 있지만
 
"유이, 최근에 치나츠 씨와 잘 어울리고 있다며?"
 
"응! 치낫땅이 엄청나게 잘 해줘! 정말 좋은 친구라고 생각해!"
 
"......겉에서 보면 친구라기보단 엄마와 딸 같은 관계지만"
 
그 사이, 손님이 또 한 분 더 들어오셨다. 안경을 낀 지적인 외모의 미인. 이 사람도 아이돌일까? 아니면 아이돌만큼 예쁜 OL?
 
"앗?! 그런 말, 치낫땅 앞에서 말하면 안 돼? 올해로 22세니까 그런 말 하면 엄청 신경쓸...우와아아아악?!"
 
"그래~ 그래~ 유이~ 내 나이를 그렇게 신경쓰고 있었니?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막 말해버리면 안 되지, 안 그래?"
 
"치낫땅?! 치낫땅?! 오해하지 마! 절대로 치낫땅 나이 좀 된다고 흉 본 게 아니니까!"
 
아, 저 사람이 그 치낫땅이라는 사람이었나. 짱구엄마가 짱구에게 주먹 돌리기 형벌을 내리듯, 두 주먹으로 금발소녀의 머리를 굴리는 치낫땅 씨. 그러다가 한숨을 내쉬며, 손을 떼었다. 그리고 금발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알고 있어. 유이는 착한 아이니까. 다만,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내가 그런 것에 너무 신경 쓴다고 말하지 말 것. 상대방을 배려해서 말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 의식해서 하고 싶은 말을 못 하게 된다면, 그것도 그거 나름대로 문제니까"
 
"...응. 알겠어!"
 
치낫땅 씨의 충고에 활짝 미소 지으며 그녀를 끌어안는 금발소녀. 치낫땅 씨도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금발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옆의 두 갸루소녀도 훈훈한 눈길로 두 사람을 쳐다보고 있었다
 
제 3자의 시선으로 보니 왜 엄마와 딸과 같은 관계라 말했는지 이해가 된다. 치낫땅 씨는 그녀들과 합석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아 참, 여기서 이 새로운 손님의 주문도 받아야 하지
 
"손님. 주문 받겠습니다"
 
"아, 네. 따뜻한 에스프레소 커피 한 잔 주세요. 아직 꽃샘추위가 남아있는 봄철이니까요"
 
"맞아맞아. 밖에 돌아다니는데, 엄청 춥더라고~ 아침의 추위는 진짜 쩔어"
 
"리나. 너는 옷차림이 그렇게 가벼우니까 추운게 당연하잖아"
 
화제가 아직 꽃샘추위가 남아있는 봄철의 추위에 대한 쪽으로 옮겨갔다. 음, 확실히 아침에 학교 갈 때 춥기는 하지. 여전히 입김도 호~ 호~ 나오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계절이 변해가는 모습을 1년 동안 지켜보는 것도 꽤나 감회가 깊지만, 역시 사계절 중에서 가장 좋은 때는 가을이 아닐까 한다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고, 적당히 시원한 그런 계절. 나뭇잎의 색깔은 변해가고, 낙엽이 되어 떨어져 내리는 공원. 그 공원에 있는 나무 바로 옆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Max 커피 한 캔 따셔 마시며 바라보는 경치는 얼마나 운치가 있던지...책도 함께라면 훨씬 더 분위기가 있어 보인다
 
올해는 코마치와 함께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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