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힛키마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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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30, 2015 15:16에 작성됨.

시간이 흘러 7시를 넘겼을 무렵, 남은 사람들이 다 모였다

 

"어라? 당신은...?"

 

"아, 지난번에 CD 사주셨던 분!"

 

"서점에서 본...! 어라? 우리 세 명 다 이미 알고 있는 사이?"

 

키사라기, 아마미, 키쿠치 순으로 말을 꺼냈다.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인 걸지도 모르지. 아르바이트생이라고 아키즈키 리츠코 씨가 대신 소개해주셨다

 

"우리들은 몇 시간 동안 같이 있으면서 나름 재밌게 놀았는데, 다른 세 사람들은 어떻게 만났던 건지 한 번 이야기 좀 해 줘!"

 

"뭔가 재미있을 것 같아!"

 

마치 친구의 연애담을 들으려하는 여중생들처럼 키사라기, 아마미, 키쿠치의 주변을 맴도는 쌍둥이들. 가장 먼저 대답한 건 키사라기였다

 

"같은 학교의 사람으로 알고 있습니다...어디의 누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너보다 1년 더 선배인 히키가야 하치만이라고 한다. 2-F 소속이지"

 

"...그렇군요. 키사라기 치하야입니다. 그리고 전 1-E반이에요"

 

후배, 특히 여자 후배와는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어서 그냥 이 정도만 말하면 되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에 비해 아마미는 상당히 활기찬 목소리로 말했다

 

"치하야짱의 선배면 저보다 연상이시네요! 아마미 하루카입니다! 치하야와는 친구 사이에요! 지난번에 제 CD 사가셨죠? 들어보시니 어떠셨어요?"

 

형편없었다──라고 말하면 상처받겠지. 어떻게 돌려서 말해야 하려나......

 

"그 날은 네 노래를 듣기 이전에 키사라기의 노래를 먼저 들었던 지라 별 감흥은 없었어. 미안하다"

 

"아, 아니에요. 치하야짱이 노래 잘 하는 건 여기있는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니까요"

 

아이돌들 공인 가창력 No.1인가. 역시 굉장하네, 키사라기. 옥상에서 기분 좋게 들었던 노래는 단순히 내 취향인 노래였기 때문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 나하고는 서점에서 만났어. 내가 순정만화를 읽고 있었는데 오해하지 않고 이해해주었다니까~ 그땐 정말 고마웠어. 솔직히 보이시한 소녀의 이미지로 밀고 있는지라 그런 모습을 팬들에게 자주 보이면 안 되거든...정말이지, 난 귀여운게 좋은데...아, 그보다 나도 너와 같은 2학년이야. 유키호도 마찬가지고. 통성명은 잘 했어? 유키호는 남자를 조금 꺼려하거든"

 

그에 하기와라가 대신 대답했다

 

"괘, 괜찮아 마코토 군...나 이제부터...남성 공포증, 고칠 거니까...히키가야 씨도 협력해주기로 했어..."

 

"엑?! 진짜야?! 으음...일단 유키호의 친구로서 하는 말이지만, 그리 쉽지만은 않은거야. 유키호는 당황하면 어디서 꺼내는건지 모를 삽으로 땅을 파서 숨으려고 하거든"

 

에? 삽을 파서 땅을 파 숨으려고 한다니? 사무실 내부 어디에도 삽 같은 건 보이지 않는데? 그보다 십대의 소녀, 그것도 아이돌이 삽 같은 거 들고 다녀도 되는 거야? 어디에 좀비라도 있는거냐

 

"변한다는게 쉬운 건 아니란 것 정도는 나도 잘 알고 있어.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차근차근 나아가는게 중요하겠지"

 

세 살 버른 여든까지 간다고 한 번 강하게 새겨진 습관이나 성격 등은 쉽게 변하기 힘들다. 나처럼 변화를 싫어하는, 외톨이이기를 고집하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본인이 변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도 몸이 잘 따라주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이유도 그것이다. 머리로는 나가서 운동을 해야 한다, 식사는 적게 해야 한다, 라고 인식은 하고 있지만 몸은 그대로 따르지 못 하는 것이다

 

밥 한 공기의 절반만 먹겠다는 것이 두 공기를 먹고, 나가서 운동을 하겠다는 것이 다음에 할게라는 식으로 뒤로 미루고, 미루다 포기하게 된다. 굶어서 살을 빼려고 했다가 결국 식욕을 이기지 못 하고 억눌렸던만큼 많이 먹어 살이 더 찌게 된다

 

나야 코마치의 재촉으로 인해 혼자서라도 운동을 하고 다녀 이 정도로 마른 몸을 유지하는 거지, 그마저도 없었다면, 밖에 나가서 놀 일이 없어 학교 끝나면 하루 종일 집안에만 처박혀있는 아싸답게 뒹굴뒹굴 거리다가 살이 뒤룩뒤룩 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확고한 결심을 가지고, 천천히 걸어간다──저희들이 바라는 아이돌로서의 성장과 일맥상통하는군요. 참으로 멋진 일입니다. 하기와라 유키호, 열심히 하길 바랍니다"

 

"네, 넷! 지켜봐 주세요, 시죠 씨!"

 

하기와라가 동경한다는 시죠 타카네. 뭐랄까, 고풍스럽다를 넘어서 약간 문어체스럽게 느껴지는 말도 있다. 아니, 요즘 젊은이들 중 누가 '참으로' 같은 말을 쓴다고......사극 드라마를 통해서 일본어를 배운 걸까?

 

"여어~ 다들 잘 지내고 있나"

 

"아, 어서오세요 사장님!"

 

아키즈키 씨가 가장 먼저 사장님께 인사를 드렸다. 과연 사회인. 오토나시 씨가 자리를 잠시 비우니 가장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오토나시 씨를 제외하면 가장 연장자인게 미우라 씨일텐데...저 분은 태평하게 앉아계시구만

 

"그래, 히키가야 군. 첫날부터 즐겁게 지냈나?"

 

"...시끌벅적하기는 하지만...나쁘지 않은 사무실이라고 생각합니다"

 

"하하핫, 당연하지. 누가 모은 아이돌들인데! 그리고 자네들에게 새로 소개할 남자가 한 명 더 있다네! 어서 들어오게, 아카바네 군"

 

"예,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아카바네 군? 또다른 남자? 아르바이트생...일 것 같지는 않군

 

모습을 드러낸 남자는 정장 차림에 안경을 쓴 훈남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풍겨나오는 리얼충의 오오라...눈부시다. 마치 우리 학교에서 제일가는 리얼충인 하야마 하야토를 눈 앞에서 보고 있는 듯 하다

 

"오늘부터 765 프로의 프로듀서가 된 아카바네입니다! 모두들 잘 부탁해요!"

 

*

 

내가 이 765 프로에 들어온지 거의 2주라는 시간이 흘렀을 때 쯤이였다. 이번 달이 거의 끝나갈 무렵인데도, 이 프로덕션의 여전히 성과가 별로 없다

 

"네, 알겠습니다...그럼 수고하십시오"

 

방금 전 전화러 온 오디션 탈락 이야기를 사무적인 목소리로 받아들이고 끊었다. 그때, 문 밖에서 미나세 이오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꽤나 화가 난 듯한 목소리였다

 

"뭐냐고 그 역은! 이 이오리 님에게 그런게 어울릴 리가 없잖아!"

 

프로듀서, 아카바네 씨는 그런 이오리를 달래느라고 고생 좀 하는 모양이다. 통칭 아카바네P는 전형적인 만화 속 주인공 같은 사람으로 성격이 좋지만 여전히 허술한 면이 많은 그런 사람이다

 

내가 서류 정리를 대부분 도맡아 하지 않았다면 아이돌의 관리와 사내 업무만으로 지쳐 쓰러져 버렸을지도 모른다. 이러다가 나, 765의 경영에까지 손을 대게 되는 것이 아닌가 모르겠다. 사장님, 알바생을 너무 믿는 것 아닙니까? 알바생이 봐서는 안 될 정도로 중요한 서류까지 저에게 맡기시면 어쩌자는 겁니까

 

"후우...이번 오디션도 전부 전멸이네요..."

 

오토나시 씨가 한숨을 내쉰다. 쌍둥이 자매는 프로듀서를 붙들고 졸라대고 있으며 타카츠키는 시종일관 어두운 표정이다. 당연하겠지. 이번에 일이 들어오지 않으면 타카츠키의 다음달 급식비 사정에 큰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서류 정리를 하면서 아이돌들의 프로필과 가족관계 그리고 재정상황까지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 765 프로에서 상황이 가장 열악한 사람을 뽑자면 타카츠키 야요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가족관계도가 심각한 사람은 따로 있지만, 타카츠키家는 가족들 간의 사이는 좋은 듯 하지만 바로 그게 발목을 붙잡고 있는 듯 하다

 

가난한 부부, 그 슬하에 딸린 자식만 무려 6명. 이불 덮어놓고 애만 낳았는지 엄청 많다. 이 정도면 정부의 지원금을 받기 마련이지만, 그 지원금으로도 온 가족이 매일 배터지게 먹고 살기에는 매우 부족한 수준인 모양이다

 

그에 비해, 미나세 이오리. 재정상황으로 따지면 단연 톱을 달릴 정도로 유복한 가정의 출신인 아가씨다. 미나세 재벌 그룹의 따님이시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런 그녀가 왜 굳이 이런 약소 기획사까지 찾아와서 아이돌 활동을 하려는 건지 모르겠다

 

게다가 다른 회사 또한 마찬가지다. 미나세 그룹이 미디어에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해보면 미나세 이오리의 뒷배경만 봐서라도 어떻게든 일을 주려고 할텐데, 그런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혹시 집에서 가출이라도 한 것일까?

 

"그보다 당최 왜 떨어지는지 이해를 못 하겠네......"

 

왜 떨어지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니, 프로듀서. 지금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입니까? 크흠,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하며 주의를 모은다. 으, 이 한 번에 쫙 몰리는 시선. 부담스럽기 그지 없지만, 애써 견뎌내고, 나는 그들의 앞에 선재사진을 보여주었다

 

"제가 알바생이니까, 아이돌의 관리와 회사의 경영에 크게 신경쓰지 않으려고 했습니다만...지금 상황을 보니 도저히 무리일 것 같아서 이렇게 나서 보렵니다"

 

이대로 가다간 내 알바비도 위험해진다

 

"이게...선재사진이라고...?!"

 

프로듀서가 경악한 표정이다. 서류 업무 대부분을 내가 담당하고 있으니 프로듀서는 아이돌들의 선재 사진을 잘 보지 못 했던 모양이다. 선재사진이란, 쉽게 말해서 자신을 홍보하기 위한 사진. 다만, 765 프로의 아이돌이 찍은 사진들은 개성이 넘치다 못 해 괴악한 수준으로 내가 보기에도 이런 아이돌은 전혀 뽑고 십지 않은 수준이다

 

"저기~ 문 좀 열어줘!"

 

그때 문 밖에서 아키즈키 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프로듀서가 문을 열어주자, 아키즈키 씨가 단체복들을 들고 왔다. 노란색과 초록색으로 이루어진 그 복장들은,

 

"저, 저기 릿짱...! 이거 설마?!"

 

"그래. 너희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단체복이야! 이 복장으로 무대 위에 오르는 거지!"

 

하지만 문제는 옷이 있어도 무대 위에 오를 기회가 없다는 것이라고나 할까

 

"저기, 리츠코. 우리 선재사진 다시 찍지 않을래?"

 

"에엑?! 절대로 무리죠! 지금 이 단체복만으로도 우리 765 프로의 금고가 텅텅...!"

 

"그치만 리츠코도 봐서 알 수 있듯이 이런 사진으로 오디션에 합격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 대체 나 없는 동안 이 회사, 어떤 식으로 굴러가고 있었던 거야?!"

 

사장님 개인의 돈으로 굴러가고 있었습니다~ 라고나 할까. 최악의 경영 방식이다. 게다가 사장님은 이 사진들이 모두 마음에 들었다고 했던 모양이다. 취향존중이라고 해도, 경영자라면 이런 사진은 일단 잘라내야 하는게 정상이 아닌가 싶은데......

 

"리츠코 씨, 한 번 선행투자라 생각하시고 질러봐요! 어쩌면 일이 팍팍 들어올지도 모르잖아요?!"

 

오토나시 씨가 아키즈키 씨에게 바람을 넣는다. 프로듀서도, 아이돌들도 옆에서 재촉한다. 아~ 저런 상황에서는 도저히 거부하기 힘들지. 나는 내 지갑 속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 안에는 현재 10만엔이 잠들어 있다. 본래는 내 학원비로 쓰여야 할 이 돈. 그러나, 나는 그 학원비를 스칼라십이라는 장학금으로 때우고, 부모님께 받은 돈을 내 비자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사, 사기가 아니야! 미래에 대학등록금을 위한 준비라고! 그치만...어차피 나 아싸라, 이걸 쓰고 다닐 곳도 없으니까 말이지...

 

"선행투자, 라......"

 

"응? 왜 그래, 히키가야 군? 뭔가 다른 생각이라도..."

 

"자금, 부족하면 제 사비를 써도 됩니다만?"

 

"에엑?! 진짜야?!"

 

이러다가 나중에 내가 765 프로의 주주 중 한 사람이 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

 

그런고로 나와 아키즈키 씨의 사비를 들여서 선재사진을 다시 찍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없는 다른 아이돌들의 호출하기로 했다

 

[아, 여보세요. 히키가야구나! 무슨 일로 전화했어?]

 

"키쿠치인가. 일단 본론부터 말하자면, 너희들의 선재사진, 새로운 복장으로 다시 찍을거야"

 

[진짜?! 귀여운 복장이면 좋겠다!]

 

휴대폰 너머로 꺅꺅 소리가 들려오는 걸 보면 다른 아이돌들도 신이 난 모양이다. 협찬, 즉 공짜로 귀여운 복장을 입을 수 있다면 누구라도 즐겁겠지. 대신, 협찬이라고 해도 아직 약소 기획사인 765의 멤버들이 망가뜨리면 곤란하겠지만

 

"지금 다른 사람들도 함께 있어?"

 

[응! 유키호, 히비키 그리고 미키까지 4명이 같이 있어! 지금 당장 데리고 갈까?!]

 

"레슨 끝나고 와. 다른 애들한테도 연락을 돌려야 하니까"

 

할 말만 다 하고 전화를 끊었다. 매정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의사소통이라는 건 서로 마주보고서 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휴대폰을 이용해 자기들끼리만 대화하니 외톨이가 늘어나는 거라고. 물론...마주보고 대화한다고 한들, 나, 다른 사람과 시선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 하지만요

 

 

 

 

훗날 765가 수상극장까지 세우는 걸 생각해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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