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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크로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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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31, 2015 11:42에 작성됨.

"그럼 후미카, 잘 부탁한다?"

"...네, 숙부님"

숙부님은 서점을 운영하십니다. 딱히 일반인이들이 접근하기 힘들어하는 고서점 같은 서점은 아닙니다. 숙부님 말로는 고서점을 운영했다간 비블리아 짝퉁이라는 말을 듣는다고 하셨습니다. 그 비블리아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대학생인 저는 학비를 벌어야 하는 것도 있지만 옛날부터 책벌레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책을 좋아해 이 서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이 나가노는 산지가 많은 곳으로 도시보다는 마을이 훨씬 더 많습니다. 산이 많은만큼 강설량도 많아 겨울 스포츠가 발달되어 있다고 할까요. 민박집 등 관광객 유치를 위해 지역 주민분들도 애쓰고 계십니다

우스이 고개라고 레이싱을 펼치기에는 상당히 위험한 곳에 스릴을 즐기러 오는 사람들이 자주 사고를 당해 곤란하기도 하지만요

"......"

책갈피가 꽂혀있는 부분을 찾아 책을 읽기 시작합니다. 읽었던 페이지를 까먹는 경우는 별로 없지만, 워낙 읽는게 많다보니 가끔씩 기억이 혼선을 일으키기도 하고 숙부님께 제가 읽고있는 책이라는걸 알려드리기 위해 책갈피를 꽂아둡니다

요즘 들어선 취미로도 여기고 있어요. 책갈피 꽂기가 취미라니...조금 말하기 부끄럽지만요

어쨌든 고서점은 아니지만 워낙 산골이고 구석진 곳에 위치하다보니 손님의 발걸음이 뜸합니다. 그래서 저는 하루의 대부분을 이 서점에서 조용히 책을 읽으며 보내고 있습니다

책을 읽을 때에는 마치 시간이 멈춘듯 해 다 읽고난 뒤에는 시간이 많이 흘러 있습니다. 그 때문에 빨래를 널어야 하는 걸 잊는다던가, 청소하는걸 잊는다던가, 책 정리하는 걸 잊는다던가, 손님이 찾아왔을 때 바로 반응하지 못 해 당황한다던가 해서 곤란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새로 장만한 휴대폰의 알람기능으로 지정 시간을 미리 맞춰두고 책을 읽습니다. 여기는 단골손님들이 시간을 정해두고 오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장소라서, 이래서야 비블리아와 다를게 뭔가, 라고 숙부님이 이해할 수 없는 투덜거림을 하긴 하나 저는 미리미리 대응할 수 있기에 제법 편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평소처럼 책을 읽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찌는 듯한 여름의 더위를 잊은 듯한 서늘한 서점의 문이 열리고 사람이 들어왔습니다. 문을 열때 울리는 종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처음 보는 사람이 서 있었습니다

키는 190에 가까울까요. 큰 체격에, 넓은 어깨, 그리고 진중한 분위기와 무서운 얼굴. 입고 있는 검은 정장과 맞물려 한순간 뒷세계에서 일하는 그쪽 계열의 사람을 떠올렸습니다. 절대로 지금 읽고있는 책에 야쿠자가 나와서 그런게 아니니까요?

"저, 저기...어, 어서...오십시오..."

이, 일단은 서점에 들어온 이상 손님입니다. 괜히 제가 오해한 것일수도 있고, 야쿠자는 책 읽지 말란 법은 없기에 카운터를 보고 있는 주인 대리의 직원으로서 정중히 대접을...에? 이게 맞던가?

"저...아이돌, 관심 없으십니까?"

아이돌이요...? 분명 젊은 남녀가 TV에 나와 춤추고 노래하는, 그런 직종을 일컫는 말이었죠?

"...아이돌을...찾고 계신 겁니까? ...여기는...아이돌 잡지는 취급하지 않습니다"

"아뇨, 그게 아니라, 당신께 묻고있는 겁니다"

아이돌 잡지는 없다고 말했는데, 갑자기 저에게 아이돌에 대해 관심이 없냐고 물어보신들...질문의 의도가 이해되지 않습니다만...

"저기, 죄송하지만...이야기가 잘 이해 안됩니다만..."

그러자 손님은 품 안에서 명함을 꺼내 제게 건네주셨습니다

"실례,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만...혹, 아이돌이 되어보실 생각 없으십니까?"

에...그러니까, 저를 스카웃...하신다는 것 같은데...저를? 제가, 아이돌...?

"저, 저기...그러니까...저는, 그..."

"만약 시간이 남으신다면, 한 번쯤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만...괜찮으시겠습니까?"

"......"

곤란하네요. 이거...거절하기가 힘든 상황이 되어버렸어요

 

 

 

갑자기 찾아온 정체불명의 손님은 타케우치 씨. 346 프로덕션의 프로듀서라고 했습니다

책 이외에 다른 것들에는 관심이 없는 저도 346의 이름 정도는 들어봤습니다. 그런 대기업의 아이돌이라니...분명 규모가 큰 라이브도 많이 하겠죠. 그 라이브장에 찾아온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고 춤춘다? 무리입니다. 더, 그런 것 불가능해요

"죄, 죄송하지만...그 제안을 받아드릴 수...없을 것 같아요"

"어째서인지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그, 그게 저 몸치이고......"

"레슨을 받으시면 됩니다. 346의 트레이너들은 모두 실력있는 이들이니 문제 없습니다"

에에...확실히 그렇겠죠. 아이돌 이외의 연예인들도 몸매 관리는 필수불가결일테니...

"저, 저...노래도 잘 부르는 편은 아니고......"

"레슨을 받으시면 됩니다. 그리고, 저는 사기사와 씨의 목소리가 청아하고 고운 목소리라 생각합니다"

에에...노래도 전문가의 지도 아래 연습하다 보면 느는 거라고...예전에 읽은 발성법에 관한 책에서 봤던 기억도 있으니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저, 저...사람들, 대하는 게...서툴러서...문제만 일으키지 않을까, 하고..."

"사람은 적응하는 생물입니다"

에에...화,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닐테고...그, 그렇지만, 저는...안 돼, 무리에요. 이렇게나 을곧은 눈으로 계속 응시해오면 낯가림이 심한 전 도저히 고개를 들 수 없어요

그러자 타케우치 씨는 한숨을 내쉬며 오른손으로 뒷목을 누르셨습니다. 답답해서 화나신 걸까요

"괜한 압박감과 부담감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사기사와 씨"

"...아, 아뇨...괜찮습니다...그저, 제가 낯가림이 심한 탓이니..."

"사기사와 씨는 책을 좋아하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렇죠?"

"아, 네...책을 읽고 있으면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이 드니까요...타케우치 씨도 책, 좋아하시나요?"

"주말에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그렇군요. 타케우치 씨도 책을 좋아하신다면 꽤 좋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네요. 독서 후 감상에 대한 것이라거나, 기타등등

"처음보는 책을 읽을때, 다음 페이지에는 무엇이 있을까? 라면서 책을 보는 것. 그것이 사람들이 책을 보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변해가는 이야기에 빠져들면서, 그 때문에 책이 재미있는 거겠죠"

"과, 과연! 타케우치 씨도 아시는군요! 저도 언제나 그런 감상으로 읽어요! 같은 작가의 책이라도 내용이 다 비슷하게 흘러가지는 않으니까, 호기심이 독서의 근원이라고...핫! 죄, 죄송해요! 제가 이런 분야에 관한 이야기만 나오면 너무 들이대서...!"

"아뇨, 괜찮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열광적인 건 당연한 것이니까요. 그러니까, 사기사와 씨. 책의 다음 페이지를 넘기듯, 사기사와 후미카라는 아이돌의 인생을 담은 새로운 책의 페이지를 넘겨보시지 않겠습니까?"

"네...?"

사기사와 후미카의 인생을 담은 책들 중 아이돌로서의 책...그 책의 페이지를 넘긴다?

"서점의 점원에서 아이돌로 변한 사기사와 후미카...저는 그런 내용을 담은 책을 팔아보고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책을 사고, 즐거워하며, 미소지었으면 합니다"

변한다...내가...사기사와 후미카가, 변한다

"......변할 수 있을까요? 그, 아이돌이라는 것이 된다면......"

딱히 자기자신을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지금의 저, 사기사와 후미카를 부정하면 기존의 인생 전부를 부정하게 되는 거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변화를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내가 모르는 또 다른 나의 가능성...새롭게 탈바꿈하며 변한 사기사와 후미카에게 호기심이 생기기도 합니다

"저는 확답을 내려드릴 수 없습니다. 사기사와 씨 본인의 노력이 없다면 변할 수 없겠죠. 대신, 프로듀서로서 함께 따라가는 건 가능합니다. 반짝반짝 빛이 나는 성으로, 미소를 지으며 나아가는 공주와 함께 나아가는 호박마차의 수레바퀴로서...함께 따라가겠습니다"

"......"

서점의 안에 바람이 분 듯 했습니다. 그건 마치, 앞으로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 같아서, 결심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저는...아이돌이라는 것에 대해 자세히 모르고...완전히 이해한다고 말할 수도 없겠지만...기대해봐도 좋을까요? 제가 변할 수 있다는 것에..."

"곁에서 지켜봐드리겠습니다. 당신이 바라는 대로, 변해가는 사기사와 후미카의 모습을"

그 순간, 저는 아이돌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타케우치P가 신데렐라 프로젝트가 아닌 프로젝트 크로네의 담당자였다면 어땠을까? 라는 망상으로 써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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