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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CHEMY] 765 미스테리 섬머워즈 - 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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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24, 2016 23:00에 작성됨.

"모두, 준비는....."

 

오토나시 코토리는 도중에 입을 다물었다. 앞으로 벌어질 장대한 싸움의 준비는, 이미 끝나있었다. 일부러 질문을 던지지 않아도 될 만큼, 완벽하게.

 

"나는.....미안, 이것만큼은 양보할 수 없어. 지지 않을 거야."

"죄송하지만, 저 힘내서 모두를 이겨보일거에요!"

"걱정마셔~ 마지막의 승자는 절대로 자신이니까."

"글쎄, 과연 그럴까나?"

"하, 그러는 너야말로!"

 

어느 여름날, 공터에 모인 765 프로덕션 사람들. 하하호호하던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서로를 향한 가시돋힌 선전포고. 오고가는 디스 속 피어나는 우정 같은 건 개뿔. 살벌하게 돌아가는 분위기가 무섭다. 그들이 그토록 주장하던 단결이라는 말은, 대체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무엇보다, 이들은 왜 이러고 있는가. 에어콘 빵빵히 틀고 가만 있어도 모자를 이 햇볕 쨍쨍한 날씨에!

 

가벼운 반팔과 반바지 차림은 그렇다치더라도 저마다 하나씩은 꼭꼭 들고있는 알록달록한 물총이며, 필시 안에 물이 가득 들었을 물풍선은 또 무엇을 위해 가지고 있는 거란 말인가.

 

"이것도 승부인 만큼 지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모두, 각오해두는 게 좋을거야."

"후후, 그러니? 미안하지만 각오는 아무래도 그 쪽이 해야할 것 같은데."

"재주있는 매는 발톱을 숨기는 법입니다. 여러분은 부디, 말보다는 행동으로 결의를 보여주시길."

"굳이 그런 말씀 없이도, 저는 그럴거에요."

 

지금 이 장소를 뜨겁게 달구는 태양보다도 더욱 뜨겁게, 전의를 불태우고 있는 아이돌 일동. 코토리는 어쩌지 못하고 조용히 웃기만 했다. 저런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마음만 같아서는 자기도 이 싸움에 투신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승산이 없었기에, 일찍부터 빠졌다.

 

"이봐, 이봐 삐요쨩! 그래서 언제 시작하는 거야? 빨리 오빠 잔뜩 부려먹고 싶어!"

"뭐야, 너! 누가 멋대로 그 녀석을....."

"그거야 승자가 이 마미일테니 당-연하자나->"

"에에- 그럴 리가- 오빠를 차지하는 건 이 아미님이라궁?"

"마미거든!"

 

그리고 지금은 그게 정말 잘한 선택이라고 그녀는 생각하고 있다.

 

"너희 둘, 조용히 해. 잡담이 이렇게 길어져서야 시작도 못하잖아."

"흐응? 리츠코, 씨도 만만치 않게 떠들어대고 있는데?"

"정말, 너는 또 왜 갑자기 끼어들고 난리야? 하여튼, 다들 조용히 해줘. 그래야 코토리씨가 진행을 하니까."

 

와글와글 떠드는 소리를 견디다 못해 군기반장이 크게 쏴붙였다. 그러자 모두는 이제 말로 떠드는 대신 이제 조용히 서로를 곁눈질하기 시작했다. 우와, 이건 이것대로 부담스럽다. 전보다 더더욱 속이 불편해지는 분위기. 코토리는 다물고 있던 입을 떠듬떠듬 열었다.

 

"얘들아, 그럼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규칙을 설명해줄게."

"에- 이미 몇 번이나 들었는데 또?"

"어겨놓고 못 들었다고 발뺌하거나 하면 곤란하니까."

 

규칙은 이렇다.

 

지금 들고 있는 물총과 물풍선 폭탄(1인당 2개, 소모품)만이 쓸 수 있는 무장의 전부. 만약 물총 안의 물이 떨어지면 이 넓다란 공터 어딘가 있는 개수대에 들러 보충하는 것 정도는 허용한다.

 

물줄기나 물폭탄이 얼굴이나 뒷통수에 직격하거나, 몸통 정 중앙에 맞으면 탈락. 탈락한 자들은 코토리가 있는 곳으로 귀환해야한다. 괜히 다른 참가자들 사이에 끼어들어 훼방을 놓거나 하면 아주 무~서운 벌(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을 받기로 모두와 협의해서 정했으니 싫어도 지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참가자들은 기본적으로는 개인으로 움직인다. 중간에 팀을 짜거나 해도 상관은 없다. 물론, 중간에 통수를 치거나 해도 아~무 상관없다. 어차피 최후의 승자는 오직 1인이니까.

 

그래!

 

떼를 써도, 울어도, 애교를 부려도, 여기 있는 진행자에게 얇은 책 등의 뇌물을 바쳐도, 무조건 1인!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건!

 

"최후의 승자가 받는 보상은......"

"프로듀서 1일 이용권!"

 

몇몇 이들을 제외한 합창소리가 울려퍼졌다. 조용히 있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가만 있지 않고, 고개를 끄덕거리며 그에 동조했다. 그렇다. 저 보상이야말로 만악의 근원. 조금 이상적으로 굴러가던 765 사무소 일원을 이렇게까지 갈라놓게 만든, 옛 신화 속의 황금사과와도 같은 아이템!

 

오직 하나밖에 없는 저것을 위해 지금까지 765 여성진 일동은 쭉 제안해왔었다. 765 대격돌 살인피구 대결전이라던가, 죽음의 팔씨름 데스매치, 칠공분혈 하이퍼 보이스 결정전 같은 하나 같이 흉악한 대전들을. 끝없는 각하와 기각속에서 마지막으로 제안된 것. 그것이 바로 이 물총 싸움이었다.

 

나왔던 것들 중에서는 그나마 가장 평화로운 선택. 승자를 가리는 김에 찌는 무더위도 날려버릴 수 있기까지 한 굿 아이디어. 거기다 특정한 사람에게만 유리하지도 않다.

 

물은 답을 알고 있다!

 

모두는 즉시 그것에 찬성했고, 날짜를 정했다. 누구라도 그 날에 못다한 일에 끌려가는 일이 없도록 리츠코와 코토리는 프로듀서 몰래 일정 조정에 심혈을 기울였다. 나머지 아이돌 제군은 그 날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도래한 것이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이!

 

"후후....."

 

모두의 성원에 힘입어 코토리는 이용권을 슬쩍 꺼내들었다.

 

계속 자기만이 쭉 가지고 있었다. 정작 자신은 쓰지 못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묘한 흥분감이 느껴졌다. 프린트를 인쇄해서 자른 것밖에 안되는 종이쪼가리. 하지만 여기에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잠들어있다.

 

1일 이용권! 이 얼마나 아름다운 울림인가.

 

이용이 되는 당사자의 허락은 진작에 받았다. 후후, 이건 기본중의 기본이 아닌가. 다만, 그 사람은 저 이용권이 어떤 과정을 통해 분배가 되는 건지는 전혀 알 길이 없다. 뭐어, 솔직히 알 필요도 없으니 괜찮을 것이다. 하여튼, 이 이용권이라는 게 있으면 프로듀서씨를 이러쿵 저러쿵 우헤헤헤 이것보세요, 프로듀서씨도 허락하셨잖아요. 그럼 된 거 아닌가요? 어머, 거짓말 하는 입과 달리 이 쪽은 정직하군요.

 

아니. 그만둬.

 

어차피 내가 쓸 수 있는 게 아니잖아. 꿈 깨, 코토리. 넌 싸우기도 전에 꼬리부터 말아버린 개에 불과해! 빨리 진행이나 하자고!

 

코토리는 쓸데없는 망상으로 튈 뻔한 정신을 가까스로 붙잡았다.

 

"그렇습니다. 바로 이것이에요."

 

표정을 굳힌 사무원은, 앞에 서 있는 전사들에게 꺼내든 이용권을 번쩍 들어 보여주었다. 화르륵, 그 영롱한 자태를 보는 것만으로도 저마다 감추고 있던 욕망이 부풀어올랐다. 후끈, 하고 달아오르는 주변의 공기. 가까이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질식할 것만 같이 뜨겁고, 뜨겁다!

 

"아까도 말했듯이, 이걸 가질 수 있는 사람은 단 1인."

 

꿀꺽. 모두가 침을 삼키며 사무원을 주시했다. 으, 부담스러워. 코토리는 주어진 역할을 빨리 수행하고 편해지기로 했다.

 

"제 1회 765 미스테리 섬머 워즈.....시작! 다들 건투를 빕니다!"

 

.....

 

그렇게, 765 미스테리 섬머 워즈라 쓰고 물총 싸움이라고 읽는 대전이 시작된 지 약 5분 후.

 

"하, 꽤 하잖아."

"너도 만만치 않은 걸?"

 

모두가 저마다 뿔뿔히 흩어진 가운데, 싸움의 무대가 되는 넓찍한 공터의 어느 한 구석에서는 소년 점프의 한 페이지를 그대로 빼다 박은 것 같은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다. 흔히 들어봤을 법한 진부한 대사가 오가는 가운데, 약간 질척해진 흙바닥을 힘껏 밟으며 뛰어다니는 두 사람, 마코토와 히비키.

 

두다다닥, 무시무시한 속도로 지면을 박차며 물총 세례를 주거니 받거니한 지 벌써 몇 십차례. 하지만 승패는 좀처럼 갈리지 않고 있었다.

 

"에잇! 받아라!"

"우왁!"

 

서로를 스쳐지나가는 물줄기 사이에서, 틈을 보던 히비키가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치이익, 날카로운 물줄기가 마코토를 향한다.

 

"위, 위험했다....."

 

아까, 분명 옆으로 몸을 날렸는데. 일단 이 정도는 세이프이긴 하다만. 뚝, 뚝하고 떨어지는 물방울. 축축해진 머리카락이 왼 뺨에 달라붙어있는 게 똑똑히 느껴진다.

 

마코토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역시 히비키는 무서운 상대다.

 

"아직이다!"

"큭, 이 녀석!"

 

조금이라도 방심한다면 탈락이야. 히비키는 빗나간 공격을 만회하기라도 하겠다는 듯 두어 발을 더 쐈다. 머리로 생각하는 것보다 마코토의 몸이 더 빨리 움직여 가까스로 직격만을 피해냈다.

 

"우와, 차가워. 잘도 이런 짓을 하는구나."

"그 쪽도 하면 되잖아."

"글쎄, 난 누구처럼 마구 낭비하는 성격은 아니여서."

"아, 그러셔?"

 

히비키는 들고있던 물총을 까딱거렸다. 남아있는 물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녀의 얼굴에서는 자신만만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설마 이게 다 떨어질 때까지 피하기만 하겠다는 거야?"

"뭐, 그것도 나쁘진 않겠네."

"헤에.....과연 그럴 수 있을까?"

 

말이 끝나자 마자 또 한 발. 마코토는 훌쩍 뒤로 물러나서 피했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꼼짝없이 정중앙에 맞고 탈락이었겠지.

 

"그거, 이제 한 두 번만 쏘면 끝이겠네."

"이 정도로도 충분히 끝내줄 수 있으니까, 그렇게 안달할 필요는 없어."

"아 - 니. 끝나는 건 그 쪽이겠지."

 

촤아악! 한동안 회피에 전념하고 있던 마코토가 드디어 반격을 개시했다. 지금껏 아껴두던 물을 연달아 발사!

 

"우왓차!"

 

놀란 사슴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피하기 급급했던 히비키였지만, 곧 송곳니를 드러내며 전방으로 물풍선 하나를 집어던졌다.

 

팡!

 

"우읏!"

 

마코토가 움찔했다. 몸통에 직격은 면했지만 그만 맨다리가 홀딱 젖고 말았다. 아주 짧게나마 움직임이 멈춘 그 순간.

 

이 때다.

 

히비키의 푸른 눈이 반짝였다. 그녀는 재차 두 번째의 물풍선을 집어던졌다.

 

"이익, 어림없다!"

 

휘익, 파팡!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들어오는 애기주먹만한 빨간 풍선을, 마코토가 정확하게 쏴맞춰 터트렸다. 혹시라도 내용물을 뒤집어쓸까, 멀찍이 뒤로 물러나는 두 소녀.

 

"칫!"

 

찌익! 마코토는 그 와중에도 히비키를 노렸다. 그녀는 살짝 옆으로 몸을 비껴틀며 숙적을 바라보았다.

 

"아.....이런,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네가 생각한 만큼 무르지는 않아서 말이야."

 

찰박찰박, 자세를 정비한 마코토가 냅다 물 웅덩이를 짓밟으며 앞으로 전진했다. 그와 함께 연달아 발사된 두 발. 히비키 그 자체를 노리는 게 아닌, 좌우를 봉쇄하는 위협사격.

 

"이건 어떠냐!"

 

그 다음으로 상반신을 노리는 진짜 공격이 마코토의 총구에서 튀어나왔다. 히비키는 망설임없이 그쪽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고, 두 물줄기가 서로 맞부딪쳤다.

 

"둘 다 한 발밖에 안 남은 셈인가."

"아아, 그런 셈이네."

 

풍선, 조금만 더 아껴둘 걸. 마코토는 진작에 써버린 게 아까워졌다. 쓸 수 있는 건 오직 한 발. 아직 탈락 수준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둘 다 여기저기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중. 완벽히 똑같아진 조건.

 

척, 척.

 

히비키와 마코토는 말없이 자세를 낮추며 조금 느리게, 발을 옮겼다. 이윽고 서로의 꼬리를 잡듯, 뱅글뱅글 도는 두 사람. 서로를 탐색하는 한없이 진지한 눈빛들.

 

기회는 단 한 번.

 

이 쪽이 피하고 상대가 맞거나.

 

혹은 이 쪽이 맞고 상대가 피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둘 다 맞거나,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몇 가지 경우의 수들. 과연, 어느 것이 진짜로 이뤄질 수 있을까. 마코토와 히비키는 고개를 저으며 살짝 젖은 앞머리를 털어냈다.

 

쓸데없는 예측 같은 건 그만둬.

 

믿어야할 것은 스스로의 배짱과 운.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자기는 피하고 상대가 맞는다는 최상의 결과를 그리며 움직일 뿐!

 

"우오옷!"

"우와아아!!!"

 

타탓! 두다닷!

 

같은 마음을 품은 두 맹수가, 푸르고 검은 안광을 흩뿌리며 발을 굴렀다. 서로를 향하는 딱딱한 총구!

 

치이익!

 

"으, 우와악!?"

"앗 차거!"

 

하지만,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수가 엉뚱한 방향에서 덜컥 튀어나오고 말았다. 제 3자가 날린 불의의 습격. 마코토와 히비키는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고 지면을 펄쩍펄쩍 뛰었다.

 

"예에-이! 한 건 낙착!"

 

짝!

 

후타미 아미와 마미는 서로의 손을 마주 치고는 깔깔 웃었다. 이 둘이야말로 마코토와 히비키의 불꽃 같은 대결에 찬물을 끼얹은 장본인. 시작 전까지만 해도 프로듀서를 두고 투탁거리던 자매. 하지만 주변의 경쟁자를 제거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한 팀이 되었고, 하이에나와도 같이 먹잇감을 노리며 이 일대를 어슬렁거리고 있엇다.

 

그리고 마침내 두 명을 뒷치기하는데 성공!

 

"우왁, 너희들! 뭐야 갑자기!"

"치사하잖아!"

"후후후, 두 사람은 물러도 너무 무르군."

"맞아맞아, 승부의 세계는 잔혹한 법!"

 

마코토와 히비키가 소리 높여 항의해도 돌아오는 것은 비웃음밖에 없었다. 패배자들을 앞에 두고 마구 까불며 첫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쌍둥이 자매.

 

그러나, 아직 기뻐하기에는 일렀다.

 

"정말로 무른 건, 너희들이야."

 

주변 수풀에 숨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아키즈키 리츠코가 차갑게 내뱉었다. 번뜩! 스코프처럼 빛나는 안경알이 첫번째의 희생양을 비추고, 조심스럽게 내밀어진 총구가 똑바로 그 쪽을 향한다.

 

꾸욱.

 

방아쇠가 눌러짐과 함께 발사되는 일정한 굵기의 물줄기가, 꽤나 먼 거리를 넘어서-

 

"으억!"

 

훌륭하게 목표물의 뒷통수에 착탄. 어떻게 저기까지 닿을 수 있었는지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자.

 

"아미!"

 

돌연 휘청거리는 동생을 보며, 마미는 황급하게 주변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물총을 쏜 장본인이 시야에 잡히질 않는다.

 

"크윽, 어디야! 어디서부터 쏘는 거야!?"

"마미.....도망가! 부디 아미 몫까지 살아줘!"

"안돼 그럴 수는 없다구.....께엑!"

 

아미 말대로 도망갔으면 살았을지도 몰랐을 것을. 탈락한 동생의 복수를 한다는 마음이 도리어 화를 불러일으키고 말았다. 가슴팍을 때리는 강한 물줄기에 마미는 비명을 지르며 두 팔을 번쩍 들었다.

 

"우아아! 저기 있었던 거냐고!"

"누구양! 숨어서 저격하다니 반 - 췩이닷!"

 

이건 별로 반칙이라 할 것도 아니고, 너희들이 탈락한 건 변하지 않아. 리츠코는 슬그머니 보이지 않는 미소를 지었다.

 

"후훗, 간단하네. 이제 남은 사람은 몇 명일까나~"

 

턱.

 

하지만, 그녀의 즐거움도 오래가지 않았다.

 

"아, 리츠코씨는 여기 계셨군요."

 

돌연 리츠코의 뒷통수에 느껴지는 딱딱한 감촉. 기척도 없이 한 사람이 그녀의 뒤에 서 있었다. 귓가에 무겁게 내려앉는 익숙한 이의, 익숙하지 않은 높이의 목소리. 리츠코는 뒷목이 급격하게 싸늘해지는 걸 느꼈다.

 

이런! 당했다!

 

"죄송해요. 저도 이러고 싶지는 않지만....."

"이익!"

 

아니.....아직이야! 리츠코는 급하게 뒤를 돌아보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네요♪"

 

꾹.

 

촤아악.

 

그보다도 빨리 당겨진 방아쇠.

 

꼬리에 꼬리를 무는 탈락 끝에, 진정한 승리자는 지나가던 미우라 아즈사가 되었다.

 

......

 

"우우, 이만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가면 안될까?"

"그렇겐 못하겠는데? 우리가 박터지게 싸우는 사이 너 혼자 덜컥 살아남아버리면 그것만큼 억울한 것도 없을테니까."

"와아.....뭔가 이거, 비밀기지 같아요! 유키호씨는 대단하네요! "

"비밀기지인가.....야요이쨩 말대로 쭉 들키지 않았으면 좋았을텐데."

"우리한테 발견된 이상 해당 사항 없거든!? 그런데, 이런 걸 파도 되는 거야? 반칙 같은 거 아니야?"

"파, 파면 안된다는 소리는 없었으니까! 괘, 괜찮을 거야 아마."

 

대체 언제부터 만들어버린 걸까, 마치 참호와도 같이 가로로 길게 판 땅굴. 그를 기준점으로 해서 대치하고 있는 야요이오리 팀과 유키호.

 

촤아악!

 

"꺄앗!"

 

거의 눈까지만 빼꼼 드러내다시피 한 유키호에게 일정한 줄기의 수압이 기세 좋게 스치고 지나갔다. 쏙! 심약한 소녀는 화들짝 놀라며 어깨를 움츠리고, 땅꿀 저 아래에 소동물처럼 웅크렸다.

 

"후우....."

 

시간이 조금 지난 뒤, 슬쩍 숙였던 고개를 들어 바깥을 살펴보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이어지는 물총 사격.

 

"히, 히이익!"

 

정수리 바로 위로, 꼬리가 긴 물의 탄환이 끊이질 않는다. 이런, 아무래도 두 사람은 떠날 생각이 없어보여. 어, 어떻게 해야할까? 땅굴 벽에 기대 앉아있던 유키호는 총을 구석에 던져두고 물풍선을 떨리는 손으로 꼭 쥐었다.

 

그래, 나라고 해서 그저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어. 반격하는 거야!

 

"에에이!"

 

지면에서 하얀 손만이 불쑥 튀어나와 알록달록한 색의 물풍선을 두 차례 집어던졌다.

 

팡, 파팡!

 

표적들과는 꽤나 먼 곳에 떨어져 터지는 폭탄들.

 

"우, 우와! 앗, 다행이다.....이 쪽으로 날아올 줄 알았는데."

"흐응....."

 

언제라도 피할 준비를 하던 친구와는 달리, 이오리는 의연하게 서 있었다. 공격이 닿지 않는 건 예상하고 있었다. 반격까지는 좋지만 바깥을 확인하지 않고 무작정 던져봤자 맞출 리가 없잖아. 탁, 탁. 이오리는 여유롭게 자기 몫의 물풍선을 몇 번 던졌다 받았다 하며, 땅굴 주변을 슥 훑어보았다. 딱히 방해될 구석은 보이지 않았다. 거리만 정확히 잰다면 일발로 클린 히트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아니, 그래도 보험 정도는 필요하려나.

 

".....야요이."

"응. 이 쪽도 준비 오케이, 일지도?"

 

둘 사이에 긴 말은 필요없었다. 야요이는 구멍 위를 정조준했다.

 

"유키호씨, 이제 그만 포기하고 나와주세요!"

 

앞으로 험한 꼴을 당하게 될 희생양에게 미리 항복을 권유하는 착한 마음씨도 잊지 않았다. 역시 야요이는 천사다.

 

"시, 싫어!"

"그대로 있으면 머리 위로 물풍선이 떨어질텐데도?"

 

버티면 물풍선이, 나오면 물총 세례가 기다리고 있는 흉악하기 그지없는 2단 트랩. 탁. 이오리는 마지막으로 손에 감기는 포동포동한 풍선의 감촉을 만끽하며, 소악마 같은 미소를 지었다.

 

자, 유키호. 너는 어떻게 나올 거니.

 

"......좋아, 아무래도 넌 폭사하는 쪽을 선택했나보구나."

 

아니.

 

팍, 팍.

 

이오리의 생각과 다르게, 유키호는 제 3의 선택지를 골라 행동에 옮기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2차 땅굴 대작전. 말은 거창하지만 실상은 앞쪽으로 구멍을 더 뚫어 들어오는 물풍선을 방어. 그다음 무응답에 초조해진 이오리가 다가오는 사이에 어떻게든 반격하는 작전, 이었다만.

 

쏘옥-

 

참호 안으로 난데없이 굴러들어온 자줏빛의 물풍선 때문에 모든 게 틀어지고 말았다.

 

펑!

 

"우, 꺄악!"

 

주르륵, 등줄기를 타고 퍼지는 축축한 감각. 유키호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우읏.....이오리쨩이 물풍선을 던졌고, 그게 벽에 부딪쳐 터지면서 흘러나온 내용물이 그대로 등 뒤를 덮친 건가?

 

아니,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았는데. 유키호는 갈색 단발머리가 뭉텅이로 철썩 달라붙은 목덜미를 만지작거렸다. 탱탱한 무언가가 닿았던 것 같았어.

 

어떻게 된걸까. 유키호는 조심스럽게 수그렸던 상반신을 쭉 펴며 바깥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어?"

 

이오리의 손에는 물풍선이 그대로 들려있었다. 예상과는 다른 현실에 유키호는 황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이걸로 한 사람 제거, 입니까."

 

조금 멀리, 옅은 미소를 머금고 있는 소녀가 서 있엇다. 살랑이는 풍성한 은발, 차갑게 가라앉은 붉은 눈. 유키호는 하지 않아도 되는 질문을 던졌다.

 

"방금 그거, 시죠씨였군요."

"네. 이만 코토리양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주시죠, 하기와라 유키호."

"윽.....결국 저는, 질 수밖에 없었던 운명이었던 걸까요."

 

터벅터벅, 땅굴에서 빠져나온 유키호는 힘없는 발걸음으로 모두를 뒤로했다. 이오리는 난입자를 노려보았다.

 

"배짱 좋네. 우리 사냥감을 멋대로 가로채다니."

"저도 모르게 그만 손길이 가더군요. 유키호에게는 안된 일이었지만요."

"타카네씨, 죄송하지만 각오해주셔야겠어요."

 

야요이가 타카네쪽으로 목표를 변경했다. 이오리도 똑같이 그 쪽을 향해 물총을 겨누며, 둘이 나란히 이동.

 

"그럴 수는 없을 것 같군요."

 

역시 두 사람을 감당하기에는 무리인가. 타카네는 슬쩍 뒤로 물러나기 시작한다. 지금 보내버리면 언제 또 갑자기 나타나 이 쪽을 습격할지도 몰라. 중학생 2인조는 그녀를 놓치지 않기로 했다.

 

"거기까지."

"읏!?"

 

추이익.

 

그 이상 다가올 수 없다. 뛰어오는 그녀들 바로 앞에 가해지는 위협사격. 야요이가 움찔하는 사이, 이오리가 조금 더 튀어나가면서 타카네를 똑바로 조준하고, 비어있는 손으로는 동료를 보호했다.

 

"거기서 조금이라도 더 앞으로 다가오면.....정말로 맞출 겁니다."

"글쎄.....그럴 수나 있을까?"

 

대답 대신 뿜어져나온 물줄기가 이오리에게 닿을 듯 말 듯한 부분에서 떨어져 쪼로록 바닥을 적셨다.

 

진짜, 인가보네.

 

이제 막 지면을 떼려는 발이 멈칫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둘이라는 이점을 살려서 그대로 밀어붙여? 아니면 여기서는 신중하게 물러나는 길을 택해? 이오리가 열심히 머리를 굴리는 사이, 타카네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이쯤 해두는 게 어떻겠습니까 이오리, 야요이. 저는 당신들과 싸우러 온 것은 아닙니다."

"그게 정말인가요?"

"그렇습니다."

"빈틈이 보이는 즉시 우리까지 제거할 생각 만만으로 보이는데."

"후후, 눈치 빠른 아이는 이래서 싫다는 말이 이해 가는 순간이로군요."

 

방금 그건 농담입니다. 타카네는 변명도 못되는 말을 덧붙이고는 조금 더 뒤로 물러났다.

 

"여러분을 만난 건 어디까지나 우연의 산물. 제게는 아직 승부를 겨루지 못한 자가 있는 관계로, 이만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펑! 두다닥!

 

혹시라도 뒤쫒아오는 일이 없도록. 타카네는 마치 연막탄과도 같은 물풍선 폭탄 한 발을 내리꽂은 뒤, 빠른 속도로 멀어졌다.

 

"앗, 놓쳐버렸다......어쩌지?"

"됐어. 괜히 죽어라 뒤쫒아갔다간 되려 피곤해질 뿐이야."

 

이오리는 그제서야 야요이를 보호하던 팔을 거두고, 타카네가 사라진 방향하고는 정반대 방향으로 앞장섰다.

 

"다른 녀석들을 찾자."

"응. 그런데 다들, 얼마나 남아있을까?"

"글쎄? 잘 모르겠네. 성가신 애들이 없었으면 좋겠는....."

 

피츙!

 

"으익!"

"이오리쨩!"

"괘, 괜찮아! 괜찮으니까! 야요이 넌 빨리 그 녀석을 잡아!"

"으, 응! 알았어!"

 

하마터면 이마 정중앙에 맞을 뻔한 걸 겨우 숙여 피했다. 이오리가 불의의 습격에 허둥지둥거리는 사이, 모습을 숨기지도 않은 범인은 대놓고 혀를 찼다.

 

"칫, 실패인가."

"하아, 하아.....네 샛노란 머리카락이 너무나도 눈에 잘 띄어서 말이야, 어쩔 수 없네!"

"헤에- 그랬어?"

 

타타탓! 부슬부슬한 금발 소녀가 아직 자세를 바로잡지도 못한 이오리에게 달려들어 물총을 가까이 들이댔다. 이 정도 거리에서 피하는 건 거의 불가능. 이대로 방아쇠만 당긴다면 틀림없는 그녀의 승리,

 

"미키씨, 멈추세요."

 

였을텐데. 명랑하면서도 그 안에는 결의가 깃든 목소리가 뒤에서부터 들려왔다.

 

"에- 언제부터 거기 있었던 거야?"

"헤헤, 글쎄요."

 

찌르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쎄한 감각에, 미키의 입가만이 초승달을 그렸다. 이오리를 잡았지만, 동시에 야요이한테 잡혀있는 셈이었다.

 

"잘했어. 그대로 미키를 쭉 감시하고 있어."

"응!"

 

이오리는 안도의 한숨을 작게 내쉬고는, 놓칠 뻔 했던 물총을 보란 듯이 들어 앞에다 세웠다. 가장 성가신 녀석이 나타났다는 위기를 훌륭하게 앞뒤로 포위하는데 성공했다. 이제 남은 건 혹시 모를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일이다.

 

"그거, 저리 치워."

"싫은 거야."

"지금 날 쏴봤자, 야요이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꽤나 버티고 있던 모양인데 탈락해버리면 아깝잖아? 순순히 총을 버려. 그러면 도망칠 시간 정도는 줄게."

"야요이~"

 

미키는 이오리의 경고를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네? 무슨 일인가요?"

"잠깐, 너 무슨 수작을....."

"미키가 마빡이를 쏘는 거랑, 야요이가 미키를 쏘는 것 중 어느 게 더 빠를까?"

"음.....잘 모르겠는데....."

"한 번 시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은데."

"에, 그게, 그....."

"야요이! 이 녀석이 하는 말에 넘어가면 안 돼!"

 

표정을 보이지 않고 하는 말은, 평소보다도 위험하게 들렸다. 혹시라도 이오리쨩이 탈락하면 어쩌나. 그 생각에 야요이는 바짝 굳어버렸다. 이 지경이 되었어도 동료를 생각하는 착한 마음 인정합니다.

 

"그것도 아니면- 미키가 야요이를 쏘는 게 빠를까?"

"네, 네에!?"

 

휘릭, 미키가 순식간에 빙글 돌며 반대방향으로 뛰어들었다. 야요이는 돌발상황에 따라가지 못하고 그저 두 눈만을 동그랗게 뜨고 있다가, 뒤늦게 물총을 든 손에 힘을 주려고 했다.

 

"동작 그만. 움직이면 쏜다, 라는 느낌?"

"힛....."

 

하지만 미키의 엄포에 그 자리에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오리는 황급히 소리쳤다.

 

"으앗! 너, 너어! 당장 그만둬! 쏠거야!"

"응, 그 전에 미키가 야요이를 쏘겠지만."

"키이잇!"

"아하핫, 뭔가 재밌는 상황이네. 그런데 말이야, 굳이 우물쭈물거리지 말고 과감하게 쏴버리면 되는 거 아니야?"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야요이는 지금 내 팀이라고!"

"어차피 최후의 승자는 혼자인 걸."

"미키씨....."

 

지금 팀을 맺고 있다고 해도 언젠가는, 적. 그 사실을 상기시켜주는 미키의 말에 두 사람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이거, 마빡이에게는 어쩌면 두 사람을 제거할 수 있는 찬스일지도 모르는데."

".....닥쳐!"

 

이오리가 한순간의 분노에 몸을 내맡기려는 순간.

 

"잠깐만! 다들 저기 봐요!"

 

야요이가 새로운 참가자를 발견하고는 소리를 높였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가만있었던 나머지 둘. 조금 있다가 그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시죠씨 다음으로는 너희들.....이것이 바로 산 넘어 산이라는 거구나."

 

새로운 적을 발견한 치하야. 잠깐 물총의 잔량과 남은 물풍선의 갯수를 확인하더니, 그 쪽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냥 못 본척 지나가줬으면 하는데."

"글쎄."

 

그녀의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이걸 용감하다고 해야하는 건지, 무모하다고 해야하는 건지."

 

이오리는 야요이와 미키쪽을 곁눈질하다 완전히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미키는 비어있는 손을 흔들며 난입자를 환영했다.

 

"치하야씨! 미키를 구해주러 온 거야?"

"아니."

"아핫, 역시....."

 

말이 끝나기도 전에 허공을 가로지르며 날아오는 강속구. 모두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후다닥 각기 다른 방향으로 흩어졌다.

 

철퍽!

 

그들이 서 있던 자리가 질척한 물웅덩이로 변했다. 이오리가 급히 치하야를 막아섰다.

 

"진정하고, 일단 셋이 힘을 합쳐서 저기 미키 녀석부터 처리하는 게 어때? 저 녀석, 어떻게 움직일 지 모르니까.....계속 놔두었다간 너도 곤란해질걸?"

"흥미로운 제안이네."

 

그러나 진정한 대답은 총구 속에 담겨있었다.

 

"....칫!"

 

이오리는 발사되기 직전 옆으로 뛰면서 물풍선을 집어던졌다. 너무 급박하게 던진 탓일까, 아니면 목표물이 수상한 낌새를 눈치챘던 탓일까. 그것은 너무나도 허무하게 어깨너머로 스쳐지나가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 전에 미나세씨부터 쓰러트리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어머 그래? 그러면.....어디 한 번 따라와봐! 야요이! 이쪽이야!"

 

빗나갔던 총구가 이번에는 똑바로 그 쪽을 향한다. 이오리는 서둘러 범위에서 멀어지며 떨어져있는 동료를 불렀다.

 

"잠깐- 그렇게는 못하겠는데."

 

미키가 불쑥 그 사이를 가로막았다. 치하야라고 해서 가만 서 있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두사람한테 포위되고 만 이오리.

 

"큭...."

"체크메이트네."

"우리들 중에서 첫번째 탈락자는 아무래도 마빡이, 라는 느낌?"

 

앞길은 막혀있고, 뒤에서도 천천히 조여오고. 옆으로 튀어서 재치고 가려고 해도 그걸 허락해줄 만한 녀석들이 아니다. 이오리, 절체절명의 위기상황!

 

"이오리쨩!!!!"

"우핫!?"

 

친우의 위기를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법. 야요이가 그들에게로 비호처럼 뛰어들면서 물총을 마구 난사했다. 작은 체구에서 나오리라고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기세. 놀란 미키는 황급히 달아나기 바빴다.

 

"자, 잠깐! 그만해! 나까지 말려들게 생겼단 말이야!"

"앗! 미, 미안!"

"하여튼, 이리 오기나 해."

"에, 어 저기.....미키씨나 치하야씨는?"

"됐으니까 빨리!"

 

지금은 전략적 후퇴가 필요한 시점! 이오리는 마지막 물풍선을 뒤로 훌쩍 넘기며 야요이의 팔을 붙잡고 열심히 뛰었다.

 

"앗, 도망친다!"

 

저걸 쫒아갈까, 아니면 여기 남아있는 사람을 제거할까. 고민이 한순간 두 사람의 머릿 속을 스치고 지나간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치하야씨, 마빡이를 부탁해.

"그럼 미키는 타카츠키씨를."

"응."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치하야와 미키는 단번에 팀을 결성했다. 물론, 이 팀은 어디까지나 급조,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본인들부터 잘 아는 사실. 언제라도 깨질 수 있는 관계이지만, 괜히 그걸 가지고 우물쭈물거리고 있다간 점점 멀어지고 있는 도망자들을 놓치고 말 터.

 

"가자, 미키."

"알겠습니다인거야!"

 

치하야와 미키는 서둘러 그들을 쫒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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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길어서 잘린다니 새로운 경험을 해보는군요 허허 하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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