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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은 앞면과 뒷면, 둘 뿐. -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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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08, 2016 18:31에 작성됨.

오후 2시 30분.

346 프로덕션, 신관 23층에 위치한 미시로의 집무실.

 

미시로는 아침에 있었던 이사회의 수많은 질책들과 자신이 앞으로 처할 상황에 대한 생각들로 복잡해진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내도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나오지 않았고, 결국 몇시간째 의자에 자신의 몸을 맡긴채 무기력하게 앉아있는게 전부였다.

 

적어도 아이돌들의 갑작스런 태도변화에 대한 원인이라도 알아보고자 해도, 도저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막막할 따름이었다.

 

미시로 「인생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군......」

 

그녀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집무실 안의 장식장 앞으로 다가갔다.

 

미시로는 개인적으로 술을 상당히 싫어하는 편이었다.

아버지가 346 프로덕션의 회장이기에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각종 연회에 불려나가는 것이 일상이었고,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연회에 빠짐없이 들어가는 술(특히 위스키)을 좋지 않게 봤었지만, 오늘만큼은 술에 기대고 싶은 생각이 가득했다.

 

장식장에는 종종 받아놨던 위스키들과 술잔이 몇개 놓여져있었다.

 

물론 집무실에 이런게 있다는건 일반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긴 했지만, 가끔씩 집무실로 오는 소위 '높으신 분들'의 대접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장식용'이라는 미명하에 집무실에 이런걸 들여놓을 수 밖에 없긴 했다.

 

미시로 「......」

 

미시로는 로얄 살루트 50년산과 술잔을 자신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사실 이렇게 집무실에 술을 가져다놓은 것도.

자신이 더러워지는 대신, 아이돌들이라도 깨끗하게 키우기 위해서였건만.

 

정작 아이돌들로 인해 자신이 나락으로 떨어질 위기라는게 정말 아이러니하게 느껴지는 미시로는 쓴웃음을 지으며 위스키의 뚜껑을 땄다.

 

그 순간,

책상 서랍에 두었던 자신의 개인용 휴대폰이 요란한 진동을 울리면서 전화가 왔음을 알려주었다.

 

누굴까하며 약간의 궁금함을 품은채 서랍을 열어 휴대폰의 액정을 보았지만, 자신의 폰에는 등록되어 있지 않은 번호였다.

 

미시로 「누구십니까?」

비서관  [오랜만입니다, 전무님.]

 

전화로 약간 경박한 남성의 목소리를 들은 미시로는 험악한 얼굴을 전면에 드러내고 말았다.

 

쿠스가와 의원의 비서관.

온갖 성상납 제의를 해온 쪽이었고, 그것을 어떻게든 거절해온 미시로였기에 기분이 더욱 나빠지는건 당연했다.

 

미시로 「전 할말이 없으므로 이만.」

비서관  [저는 지금 전무님께 '도움'을 드리려고 전화를 드린겁니다?]

 

그녀는 비서관이 말한 '도움'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통화종료버튼을 누르려던 자신의 손가락을 멈췄다.

 

비서관  [일단 전무님, 살고 싶으시죠?]

미시로 「......」

비서관  [살고싶으시면 앞으로 저희 요구를 거절하지 말아주세요. 정치자금 지원 뿐만 아니라, 가끔씩 아이돌들도 우리 높으신 분들께 소개도 시켜주시고.]

미시로 「그게 평범한 소개가 아니란건 누구라도 잘 알텐데?」

비서관  [안그러면 전무님네 집안이 몰락한다구요?]

미시로 「무...뭐라고!」

비서관  [하하핫! 개화기때부터 일궈온 가업이잖습니까.]

 

미시로는 그의 압박에 아무런 대꾸조차 할 수 없었다.

 

비서관  [선택권이 없다는 것쯤은, 아시겠죠?]

미시로 「......일단 날 어떻게 도와주겠다는거지?」

비서관  [역시 그냥은 안 따라주시는겁니까...... 뭐, 괜찮겠죠. 그 용의자로 잡혀있는 사람 있잖습니까.]

미시로 「P 말인가.」

비서관  [무혐의 처분이 나갈겁니다.]

미시로 「뭐?」

비서관  [오해하지 마세요. 우리가 손을 쓴다거나 그런거 아니니깐.]

미시로 「그럼 대체 뭐지?」

비서관  [단지 수사결과를 지금 말씀드리는겝니다. 아직 프로덕션의 공식입장, 안 밝혔죠?]

미시로 「그렇지.」

비서관  [지금이라도 용의자로 잡힌 P라는 사람이 잘못 없다고 두둔하는 입장을 발표하세요.]

미시로 「그런걸로 어떻게 우리 프로덕션이 살 수 있다는거지?」

비서관  [아이돌들을, 은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애들로 만들라는겁니다.]

미시로 「뭐...라고?」

비서관  [아이돌들이 무고한 P에게 혐의를 덮어씌웠다... 그리고 프로덕션은 그저 거기에 휘말렸을 뿐이다... 이렇게 여론을 끌고가면 되잖습니까.]

미시로 「...... 자네 말만 믿고 내가 섣불리 발표를 해도 되는건가?」

비서관  [뭐, 믿건 믿지 않건 자유지만요. 제가 굳이 이렇게 전화를 드린 이유가 뭔지 곰곰히 생각해보세요.]

미시로 「......」

비서관  [언론쪽도 움직여서 슬슬 여론을 바꿀려고 하고 있으니깐요. 아. TV를 켜서 NHK 한번 보시겠어요?]

 

미시로는 그 말을 듣고 곧바로 TV를 켜서, NHK의 채널로 맞춰두었다.

그러자 그 안에서는 진행자와 패널이 나와서 토론을 하는 프로그램이 진행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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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물적증거도 없이 진술서만 가지고 이렇게 마녀사냥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적절치 못하지 않나... 이렇게 생각하고요.]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인데 벌써 여론재판으로 이렇게 나가면 안 되는거거든요. 혹시라도 무혐의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고......]

[정말로 만약의 경우이긴 하지만 무혐의 처분이 나온다면 진술서만 가지고 긴급체포를 할 수 있는 사법체계에 문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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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로 「......」

 

쿠스가와 의원의 비서관이 말한대로, 오전까지만해도 격하게 P를 질타했던 패널들이 교체되고 다른 패널들이 나와서 넌지시 현재 상황에 대한 부조리함을 알리고 있었다.

 

그걸 본 미시로는 자기가 대체 어떤 인물들과 각을 세우며 프로덕션을 지켜왔는지 알게 되었다.

 

죄의 유무와는 관계없이, 결과를 미리 정하고 수사를 진행하는 검찰.

단, 몇시간 만에 여론을 돌리기위해 패널들을 바꾼 공영방송.

그리고 이 모든것을 꿰뚫고 있는 쿠스가와 중의원의 비서관.

 

이미 미시로 자신조차도 소위 높으신 분들이 써놓은 각본대로 움직이는,

무대 위에서 놀아나는 꼭두각시 인형에 불과했다는 것을 몸소 깨닫고 만것이다.

 

이건 그녀에게 커다란 상실감과 함께 두려움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미시로 「......기자회견을 준비하지.」

비서관  [그래요, 서로 상부상조하는게 좋지요. 그리고 한달 내로 국세청에서 세무조사를 할거라고 합니다.]

미시로 「세무...조사?」

비서관  [이 사건때문에 당신네 프로덕션에 관심이 많아져서, 정부쪽에서 제스쳐를 취할 수 밖에 없다나 봅니다.]

미시로 「그런......」

비서관  [걱정마십쇼. 기자회견만 똑바로 하시고, 앞으로 정치자금 잘 대주시고, 아이돌 소개만 잘 해주신다면... 몇십억엔을 뒤로 빼돌려도 아무 일 없을테니까.]

 

그 말인 즉슨,

자신들의 말에 따르지 않으면 이미 떨어질대로 떨어진 프로덕션 이미지를 빌미로 세무조사를 벌여 회사를 망하게 하겠다는 뜻이었다.

 

비서관  [기자회견은 오늘 내로 하세요.]

미시로 「근데 왜 P를 무혐의로 풀어주는거지?」

 

그녀는 문득 든 궁금증을 입 밖으로 내보았지만,

 

비서관  [그건 당신이 알 바가 아닙니다. 그럼 이만.]

 

이라고 한 뒤 전화가 끊겨버렸다.

 

미시로는 기나긴 한숨을 쉬며 로얄 살루트 50년산을 술잔에 따랐다.

 

미시로 「세상 한번 더럽군......」

 

아이돌들의 순수함을 지키기위해 열심히 상처를 입어가며 싸웠건만.

이제는 프로덕션을 살리기위해, 정치인들의 꼭두각시가 되어야한다.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며 술잔을 입에 대려는 순간.

'똑똑'하는 소리와 함께 집무실의 문이 열렸다.

 

타케우치 「실례하겠습니다.」

치히로 「실레하겠습니다......」

 

안그래도 방금 받은 전화로 잔뜩 심란한 상황에 그들이 이렇게 집무실에 불쑥 들어와 미시로는 상당히 불쾌했다.

 

미시로 「...... 무슨 일인가.」

타케우치 「그... 이번 사건에 대한 건입니다만......」

미시로 「그 건에 대한건 자네들이 나설 일이 아니야.」

타케우치 「적어도 책임을 질 수 있게 해주십시오.」

미시로 「......」

타케우치 「지금은 제가 다른 아이돌 그룹을 맡고 있습니다만, 이번에 P 씨를 신고한 아이돌들 중엔 제가 예전에 담당했었던 신데렐라 프로젝트 인원들도 있습니다.」

미시로 「그래서, 사표라도 쓰겠다는건가?」

타케우치 「쓰라면 쓰겠습니다. 다만......」

 

타케우치가 얘기를 끝내자마자, 옆에 가만히 서있던 치히로가 약간 비틀거리면서 하나의 서류를 미시로에게 건네주었다.

 

타케우치 「센카와 씨, 역시 보건실에서 쉬시는게......」

치히로 「아뇨, 괜찮습니다.」

 

30분 전,

보건실에서 레나, 미즈키, 사나에를 보낸 치히로는 곧장 몸을 일으켜 타케우치에게 찾아가 자신을 도와달라고 머리를 숙여 부탁했다.

그 역시, 이번 사건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던 모양인지 그녀의 부탁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여길 찾아온 것이었다.

 

미시로는 치히로에게 받은 서류를 빠르게 훑어보았다.

 

미시로 「서명운동이라고?」

타케우치 「P 씨가 그런 일을 했을거라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만약 정말로 그런 일이 있었다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리가 없습니다.」

미시로 「그래서 이걸 나한테 준 이유가?」

타케우치 「P 씨의 구제를 위한 서명운동을 사내에서 할 수 있게 허락해주십시오.」

 

타케우치와 치히로는 미시로를 향해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미시로 「자네들 마음대로 하게.」

타케우치 「네?」

미시로 「어차피 회사의 입장은 정해졌으니까......」

타케우치 「그 말씀은...?」

미시로 「곧 우리 회사의 입장을 밝힐 기자회견을 할거야. 거기서 P는 잘못이 없다고 말할 예정이지.」

치히로 「저...전무님!」 활짝

미시로 「그러니까 자네들 마음대로 하라는거야.」

 

치히로는 허리를 연신 숙이면서 감사함을 밝히기에 바빴고,

타케우치는 그와중에 치히로가 쓰러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옆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본 미시로는 할말을 다 했으면 어서 나가달라는 손짓을 보여주었다.

이에 타케우치와 치히로는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목례를 한 뒤에 문을 닫고 나갔다.

 

미시로 「녀석들, 타이밍 한번 좋군......」

 

그렇게 술잔을 기울이며 씁쓸한 위스키를 마시는 그녀였다.

 

 

 

 

 

.

.

.

.

.

.

 

 

 

 

한편, 그 시각.

어두컴컴한 방 안에 한 명의 소녀가 이불을 덮은채로 고이 잠들어있었다.

 

얼핏보면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면서 조용히 자고 있는 듯 했지만, 막상 그 소녀의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있어 절대로 편안하지는 않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었다.

이윽고 그 소녀는 자신의 가슴을 손으로 옥죄는 제스쳐를 취하다가 잠에서 깨고 말았다.

 

시키 「후냥... 악몽인가......」

 

이내 방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자 거기엔 오후 3시를 가리키는 시침과 분침이 있었다.

아직 저녁이 아니긴 했지만, 얼굴 뿐만 아니라 온몸이 끈적한 땀투성이였기에 그녀는 샤워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결정하자마자 그녀는 곧바로 욕실로 걸어가, 몸에 걸치고 있던 의복류들을 훌렁훌렁 대충 벗어서 세탁기에 집어넣었다.

 

'쏴아아'하는 소리와 함께 시원한 물줄기가 샤워기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런데 갑자기 아까까지 꾼 악몽이 생각나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냉기가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느껴버렸고, 곧장 수도밸브의 온도조절을 냉수에서 온수로 맞춰버렸다.

 

따뜻한 물이 나오기 시작하자, 그녀는 자신의 몸을 물줄기에 맡기고 따스한 온수를 느꼈다.

 

시키 「하아아......」

 

경직된 몸이 서서히 풀리는 것을 느끼는 그녀는 약간의 외마디 소리를 낸 후, 매끈한 피부 위의 땀들을 씻어냈다.

그렇게 몇분간의 간단한 샤워를 마치고 산뜻한 기분으로 욕실은 나온 그녀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방바닥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시키 「근데 왜 이 시간에 낮잠을 자고 있던거지?」

 

물론 농땡이를 부려서 낮잠을 자는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자신이 평일에 이렇게 놀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는 사실 또한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그녀였다.

그리고서는 우연찮게도 자신의 책상 위에 올려져있는 빈 병을 바라보았다.

 

시키 「이건 뭐지......?」

 

빈 병을 들고 유심히 바라보던 그녀는 갑자기 '윽!'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를 쥐어싸매고 쓰러져버렸다.

 

시키 「아..아아!! 악!!!」

 

방 안에 울려퍼지는 갸날픈 소녀의 비명은 얼마안가 절규로 바뀌고 말았다.

 

시키 「아... 아냐... 아냐.... 아냐!!!」

 

방바닥을 구르며 자신의 머리를 움켜쥐던 그녀는 어떻게든 이성을 유지하려 애쓰며 거실로 나왔다.

그리고 거실에라면 반드시 있기 마련인 커다란 TV를 켰다.

자신의 머릿 속에 있는 그것이 악몽이기를 증명하기 위해서.

 

[...... 이번 '아이돌마스터 사건'의 용의자인 P 씨의 신병은 도쿄지방검찰청으로 넘겨졌습니다. 또한 이번 사건은 코마키 검사장이 직접 지휘하기로 하......]

 

시키 「거...거짓말......」

 

계속해서 자신의 머리를 덮치고 있는 강렬한 통증도 느끼지 못한채, 그녀는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아 TV 화면을 바라보았다.

 

[......직접 진술한 피해 아이돌들만 숫자가 백여명에 이르고......]

 

시키 「아...아......」

 

[......일단 긴급체포된 P 씨는 범죄를 일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시키 「내...내가... 무... 무슨 짓을......」

 

그녀는 비틀거리는 몸을 일으켜 자신의 방에 있는 폰을 켜보았다.

 

그곳에 있는 단체라인방.

수많은 내용들이 써져 있는 것을 찬찬히 읽어보았다.

 

시키는 손이 절로 부들거렸다.

차마 계속 읽을 수 없을 정도로 P를 모욕하는 메시지들.

 

그 라인방에 있는 모든 이들은.

P를 증오했다.

아니, 증오하게됐다.

그녀때문에.

 

시키 「하아, 하아, 하아......」

 

악몽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현실이었다.

그리고 P를 저지경으로 만들어버린 것은 자신이다.

멀쩡했던 아이들을 그의 적으로 만들고, 수렁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자책하던 시키의 눈가에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시키 「미안해요... 미안해요......」

 

머리만 똑똑했던 소녀는.

어찌할바를 모른채.

바닥에 웅크려서 울기만 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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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가의 말.

좀 더 길게 쓰고 싶었습니다만 여기서 끊는게 읽기가 편할거 같아서요.

절대로 귀찮다던가 그런거 아니니깐요!

 

그리고 데레스테 그루브 10만등 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살려줘, 치히로......

 

"치히로, 좋아해! 치히로, 사랑해!! 치히로, 결혼해!!!"

(이미 칫히당한 회원입니다. C를 눌러 축의금을 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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