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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천 엔 포장마차 입니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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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10, 2013 20:26에 작성됨.







오늘은 놀랄일이 많다.

우연히 만난 우월한 체력을 소유한 소녀, 마코토가 아이돌 연습생인데다 최근들어 친해진 사람이 많은 사무소 소속이라는 것.

거기서 만난 또 한명의 아이돌 연습생이 어h릴적 인연이 있었던 유키호.

그 유키호는 어째서인지 남성공포증을 앓고있고, 그것과는 별개지만 정신적으로 극한에 몰리면 어마어마한 파괴력으로 굴착을 하는 버릇까지 생겨버렸단다.

……새삼 말하지만 이 사무소 정말 괜찮은거냐.

아이돌의 덕목중 하나가 개성이라지만 개성도 개성 나름이지.

"그래도 차는 맛있네."

"하우우…."

"그러니까 땅파는건 관둬라. 제발."

내 말의 어디를 어떻게 들어서 어떤 의도로 받아들인건진 몰라도 갑자기 또 땅을 파려 하는 유키호를 기겁하며 말린다.

"갑자기 칭찬받으면 부끄러워요오…."

부끄럽다고 땅을 파려하는 너의 사고를 이해하기 힘들구나.

속으로 허탈하게 웃으며 다시 한모금 차를 목으로 넘긴다.

방금 전 소란이 가라 앉은 후.

원래 마코토가 끓이려 했던 찻물은 이미 식어버려 결국 다시 유키호가 들어가 새로 가져왔다.

지금은 일을 마무리 지은 오토나시 씨도 와 네 명이 한자리에 앉아 차분히 차를 음미하는 중이다.

그러다 슬슬 입이 근질근질 해진건지 오토나시 씨가 먼저 운을 띄웠다.

"그런데 유키호와 점장 씨랑 예전에 알고 지내던 사이였나요?"

"네 뭐. 정확히 몇년 전 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유키호가 아직 초등학생 때 였을겁니다. 그때 유키호네 아버지를 돕느라 알게 되었죠."

"게다가 유키호가 남자인데도 유일하게 겁내지 않는 사람이고요."

마코토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유키호를 쳐다보며 말하자 유키호가 얼굴을 붉힌다.

"그치만 어렸을 적에 인상이 남아있어서 그런지 어쩐지 괜찮은걸…."

"헤에~? 무슨 인상이 남아있는걸까나?"

"우우…."

마코토가 짓궃게 묻자 완전히 익어버린 얼굴을 푹 수그리는 유키호.

어렸을때도 부끄럼이 많던 아이긴 했지만 성장하면서 더 심해진것 같네. 

그나저나 저렇게 부끄러움이 많아서야 정말 아이돌이 될 수 있을까.

그러다 갑자기 고개를 든 유키호가 나를 쳐다본다.

"그보다 오빠는 그동안 말도 없이 뭘 하고 있었던건가요. 다신 못만날줄만 알았다고요오…."

"그냥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하고싶은걸 잔뜩."

"잔뜩? 여러가지 하고 다니셨나보네요 점주 씨."

"말씀 드립니까? 오늘 하루안에 끝내지 않을걸 장담합니다만."

내가 단호히 말하자 물어봤던 오토나시 씨가 반쯤 의심을 하면서도 웃으며 사양한다.

진짠데. 하나 둘을 넘어서 수십, 수백 가지니까.

뭐, 묻지 않은것 까지 나서서 대답할 필욘 없으니 내 이야긴 거기서 접어둔다.

유키호에게 차를 한잔 더 받고 주위를 둘러보자 역시나 첫 인상과 다를바 없는 깔끔한, 하지만 허름함이 군데군데 보이는 사무소의 내부가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다른 아이돌들은 안보이네요. 아직 시간이 일러서 그런가."

"그것도 있지만 대부분 오늘 스케줄이 있거든요. 페어리의 아이들은 오늘 있을 프로그램 출연대비 리허설, 여기에 아카바네 씨가 프로듀싱하러 갔고 류구코마치는 리츠코와 함께 오디션 대비 레슨이 있고요. 아직 만나보지 못해 알진 못하시겠지만 하루카와 치하야도 오늘 레슨이 있지만 아직 시간이 남아서 사무소에 오진 않았네요. 남은 아이들은 금일휴무, 이상 입니다."

친절하게 아이돌들의 일정을 읊어주는 오토나시 씨의 모습에 감탄한다.

"그걸 다 외우고 계시네요. 한 두명도 아닌데."

"그야 이 사무소 유일의 사무원이니까요. 일정을 정리하는건 제 몫이기도 하고요."

과연 저정도 해주지 않으면 홀로 이 사무소를 지탱하는 사무원을 수행하지 못한다 이건가.

"사장님도 계시긴 하지만 워낙에 지금이 기반을 잡기위해 노력해야 하는 기간이다보니 여기저기 바쁘세요."

"고생이 많으십니다. 다들."

"그래도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요."

밝게 웃는 오토나시 씨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다 새로 받은 차를 입으로 가져다대며 눈을 돌린다.

오토나시 씨도 아이돌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외모인데.

아카즈키 씨도 전직 아이돌이었다고 들었는데 어쩌면 오토나시 씨도 그럴지도 모르겠다.

"응? 그런데 마코토. 너 오전에 레슨있다고 서두른것 아니었냐."

"──아아앗?!"

내가 지적하자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마코토가 소리친다.

"맞다아! 레슨!!"

그러면서 바람이 휘날리게 안쪽의 어딘가로 들어가는 마코토.

우당탕, 하는 소란스런 소리가 들리더니 옷가지로 추정되는 천 들을 한아름 들고 더욱 더 안쪽으로 들어가더니 이내 잠잠해 진다.

"정신 없구만."

"아하하."

내 말에 오토나시 씨가 쓴웃음 짓는다.

확인차 언제까지 가야하는건지 물어보자 아닌게 아니라 시간이 정말 빠듯하다.

정황상 샤워하러 들어간것 같은데 남자도 아니고 여자아이의 긴 샤워시간을 감당할만큼 여유가 있지 않은걸.

나로선 내가 급한게 아니니 느긋하게 말하면서 어느새 비워진 잔을 다시 유키호에게 내밀 뿐이지만.

정말 차 맛있네. 이렇게 차를 마신적이 최근에 없어서, 또 쌀쌀한 기온에 땀이 식어 춥게 느껴져 더 그런진 몰라도 벌써 세잔 째다.

다만 또 그런 칭찬 섞인 말을 했다간 유키호가 삽을 들지도 모르니까 한모금 차와 함께 속으로 삼킨다.

덜컹.

"좋은 아침이네."

"아, 오셨어요 사장님."

조용히 차를 음미하고 있는 중, 출입문 쪽에서 들린 소리에 모두의 눈이 그쪽으로 향한다.

들어오는 것은 중년의 남성.

오토나시 씨의 말대로라면 이 사무소의 사장님인 모양이다.

"아침부터 일이 있으시다더니 일찍 오셨네요?"

"약속을 잡기위해 출근하는 길에 만난것 뿐이니 말이네. 그런데 자네는 누군가? 처음보는 얼굴이네만."

그러다 사장으로 보이는 그 중년의 남성이 날 보며 묻는말에 사람들의 눈이 나에게로 돌아온다.

"혹시 방송일과 관련된 사람……이라기엔 차림이 그렇진 않아보이는군."

"처음 뵙겠습니다. 그냥 이 사무소의 사람들과 친분이 있는 포장마차 점주입니다."

"아아~ 자네가 그 점주 였나! 최근들어 아이들이 자주 이야기 하는 그 사람이었구만."

과연 사장님의 귀에 들어갈만큼 이 사무소에서 나의 존재감은 돋보이는 모양이다.

만나서 반갑다며 악수를 청하는 사장님의 손을 마주잡고 건네주는 명함을 받으며 간단히 대화를 나눈다.

침착하고 진중하며 부드러운 인상이다. 사장 이라는 직책에 어울리는 사람인것 같네.

"가끔 사장님의 입버릇처럼 '팅~!'하고 오면 감당하기 힘들만큼 마이페이스 이시긴 하지만요."

그렇게 말하는 오토나시 씨의 웃음에 왠지모를 불안함을 느낄즈음.

아니나 다를까 평소 내가 대충 씻고 나오는것과 마찬가지의 쾌속의 샤워를 마친 마코토가 아직 온몸에 물기가 가득한 채 옷을 대충 우겨입고 나온다.

"으아아~! 너무 늦었어! 어쩌지?! 어쩌지?!"

"일단 진정해라. 그러다 또 다칠라."

당황해하는 마코토를 진정시키고 우선 몸매무새 부터 가다듬을걸 종용한다.

"머리도 안마른 꼴사나운 꼴로 나돌아 다니는 아이돌이 어딨냐."

"그치만 시간이!"

"이러니저러니 해도 늦은건 늦은거야. 어차피 늦을거면 차라리 당당하게 늦어버려."

사실이 그렇다.

늦는게 확정이라면 완전 망가진 모습으로 늦어버리는것보단 준비할것 다 하고 깔끔하게 늦게 들어가 사과하는편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난.

"아직 확정은 아니라구요! 빨리 가면 어떻게든!"

"빨리 간다고 해도 어디까지 가야 하는건데?"

마코토가 위치를 대략 설명한다.

듣고나서 더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너 교통수단은 준비되어 있는거야?"

"아뇨,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요. 프로듀서 두 분이 차를 가지고 있긴하지만 지금은 다 다른 아이돌들을 프로듀싱하러 나갔으니까……."

"그럼 무리지. 자가차량을 이용해도 늦을판에 대중교통으론 더더욱."

"그러고보니 마코토 양은 오늘 오전에 레슨이었군. 모처럼 실력있는 강사를 섭외한지라 늦으면 좋지 않은데."

나와 마코토의 대화를 듣고있던 사장님이 턱을 쓸며 생각에 빠진다.

계산을 하는건지 시간을 중얼거리고 있다.

하지만 사장님도 아무리 생각해도 딱히 바람직한 결과는 나오지 않은건지 표정이 좋지 않다.

"무리겠군."

"그렇죠. 퀵으로 물건을 배송하는거면 모를까."

무심코 그런말을 했을 때, 난 갑자기 사장님의 눈에서 빛이 튀기는것 같은 착각을 느낀다.

"퀵?"

"……예, 뭐."

기세에 눌려 어물어물 대답하자 사장님은 갑자기 전화기를 들어 어디론가 통화를 연결하기 시작한다.

잠깐의 통화가 끝나고.

"자네 혹시 바이크 운전할줄 아나?"

"예?"

뜬금없는 질문을 받아버렸다.

바이크 운전할줄 아냐고 물어본다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잘타냐고 말해도 잘탄다고 말할 수 있고.

방금 퀵의 얘기를 꺼낸것도 예전에 아르바이트겸 도심에서 바이크를 탄다는 흥미에 빠져 직접 해본 전력이 있어서 그런거니까.

그때 나름 지명도 1순위의 알아주는 라이더였으니 전문적인 운전솜씨는 아니더라도 어디서 꿀리는 실력은 아닐꺼라 자부한다.

그러자 사장님은 옳다구나 하는 표정으로 내 어깨를 부여잡는다.

"그렇다면 부탁하나만 함세. 바이크는 내가 방금 공수했으니 마코토 양을 레슨장소 까지 데려다 주지 않겠나?"

"……."

내가 뭐라 대답하지 못하고 침묵을 지키고 있던 말던 사장님은 제 할말을 이어간다.

"자네의 퀵이라는 이야길 듣자마자 팅~! 하고 왔다! 과연 일반적인 차량이나 대중교통은 무리더라도 바이크로 도심을 가로지른다면 아슬아슬하게 도착할 수 있을걸세."

"그렇긴 하겠지요. 이 근방 지리라면 저도 잘 알고 있으니까 아마 지금 출발하면 시간은 무난할겁니다."

"지리를 잘 알고있다니 더더욱 좋군!"

"그런데 아이돌이 바이크를 타고 레슨을 하러 가는건 대체 어떤 경우……."

"비상사태니까 말일세! 이정도는 애교로 넘어간다 이거지."

대체 누구의 애교라는 말인가.

그리고 그 애교를 어떻게 받아들이면 사장이란 사람이 몇번 들어보긴 했어도 오늘 처음만난 남정네한테 소속사 아이돌을 바이크로 목적지 까지 데려다 주라는 부탁을 할 수 있다는 건가.

어떻게좀 해달라는 마음으로 오토나시 씨를 간절하게 바라보지만 돌아오는건 어쩔수 없다는 사인이 담긴 눈빛일 뿐이다.

아까 느꼈던 불안함이 이걸 예견하는거 였나.

이번엔 마코토에게로 눈길을 돌리지만 마코토도 늦지만 않으면 어찌되어도 좋다는 심정으로 보인다.

오히려 제발 그렇게 되길 바라는 눈치다.

거, 거절 해도 되는걸까 이거.

정상적인 사고를 거친다면 여기선 거절하는게 맞는것으로 보이나 저 묘하게 위압적인 사장님의 분위기라던가 마코토의 간절한 눈빛이라던가 하는 부가적인 요소들이 쉽사리 그 말을 꺼내지 못하게 만든다.

결국 그 둘의 공세에 항복을 선언한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까지 말씀하시니 제가 책임지고 데려다주기로 하죠."

오늘 나 휴일 맞는거지?

속으로 그런 무의미한 질문을 던져보지만 공허한 메아리만 돌아온다.

"그럼 서둘도록하지, 시간이 많지 않네."

"공수하셨다던 바이크는?"

"이 건물 바로 옆에 있는 중화요리가게가 있네. 그 가게의 배달용 바이크를 빌려두었으니 가면 바로 키를 줄걸세."

능력도 좋으셔라 아무리 아침이라지만 음식점의 배달용 오토바이를 빌리시다니.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우물쭈물하는것보단 능력껏 최선을 다한다.

"가자 마코토."

"네!"

먼저 앞장서 건물 밖으로 나가 옆을 두리번 거린다.

그러자 사장님이 알려준 이름의 간판을 발견, 다시 뛰어간다.

가까워 지는 가게의 앞에 한 사람이 눈에 띄인다.

나를 발견하고 손을 흔든 그 사람과 가볍게 인사를 나눈다.

"이야긴 들었습니다. 바쁘신것 같은데 우선 이 키부터 받으세요. 바이크는 저쪽의 저겁니다."

"네, 감사합니다. 장사에 지장이 있을것 같아 죄송하네요."

"아뇨, 배달시간도 아니고 그 사무소의 사장님껜 신세진일도 많으니까요. 이정도야 얼마든지."

흔쾌히 괜찮다며 웃는 그 사람은 헬멧도 하나 건네주었다.

"운전자용은 바이크에 걸려있습니다. 이건 마코토 양에게 씌워주세요."

"받아라 마코토!"

"우왓!"

받자마자 마코토에게 떠밀듯 넘겨주고 나도 바이크 핸들에 걸린 헬멧을 쓴다.

키를 꽂아 돌려 시동음을 확인하고 몇번 핸들을 돌려 공회전을 시킨다.

내가 살다살다 광고와 전화번호가 적나라하게 적힌 중국음식 배달 바이크를 타고 아이돌을 레슨장에 데려다 주는 날이 오게 될줄은 몰랐다.

한번 더 허탈한웃음을 흘리고 뒤에 앉은 마코토를 체크한다.

"헬멧 다 썼냐."

"네!"

"그럼 꽉잡아. 빠르게 갈꺼니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허리에 무거운 압박감을 느낀다.

"끄악! 야! 아파! 힘좀 빼!"

"네?! 아, 죄, 죄송합니다!"

꽉 잡으랬지 누가 베어허그를 시전하랬냐!

얼얼한 허리춤을 몇번 쓸고 다시 핸들을 잡는다.

정말 저 아이는 아이돌보단 체육계로 진로를 잡는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다시금 해보곤 두 다리를 지면에서 뗀다.

핸들을 돌리고,

"간다!"

"우와아앗!"

지면에 타이어가 쓸리는 마찰음과 함께 앞으로 나아간다.

자동차를 탔을땐 느끼지 못하는 속도감과 바람이 따갑게 달려든다.

그런데 마코토는 바이크를 탔던 경험이 있을까?

나이가 나이다보니 당연히 면허는 없을거고 누군가의 뒤에서 탄건 혹시 모르겠다 싶었지만 아무래도 이번이 처음인것 같다.

자동차에 비해 불안정하고 상대적으로 빠르게 지나가는것 처럼 느껴지는 주위에 무서워진건지 힘이 빠졌었던 허리춤의 마코토의 팔이 점점 더 강하게 조여오고 있거든.

응. 다르게 말하자면 조금씩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는 뜻이다.

……쏘우냐.

시간내에 도착하지 못하면 허리가 파괴되어 죽는 내 미래가 떠오른다.

생존을 위해 평소에 없던 극한의 두뇌운동이 이루어진다.

안전을 염두해 교통규범은 칼같이 준수하는 나이기에 과속이나 신호위반은 하지 않지만 그래도 잔머리를 조금만 쓰면 얼마든지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교통신호가 문제라면 신호가 없는 길을 골라 다니면 되니까. 요컨데 지름길.

전에 하던 퀵 아르바이트를 이곳에서 한건 아니기에 그때 그곳과 같은 초단축로超短縮路는 모르지만 그래도 이 근방에 산날도 적진 않으니 어느정도 지름길 정도는 알고 있다.

'그러니까 제발 버텨다오 내 허리야!'

비명을 지르는 내 근육과 뼈를 다독이며 죽을 힘을 다해 바이크를 컨트롤 한다.

지금 기분이라면 제로의 영역에 다다를 수 있을것 같다.

다만 배달용의 중고 바이크는 내 머릿속의 광란의 질주와 달리 털털털, 수준낮은 기동음을 흩뿌릴 뿐이었다.





도착했다.

아까 그 사무소가 있던 빌딩보단 훨씬 그럴듯한 건물앞에 바이크를 주차한다.

"조금 무서웠지만 그래도 바이크란거 제법 재밌네요!"

"……난 죽을것 같았지만."

그야말로 기사회생.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 날 뻔 했어."

"그러게요! 그렇지만 덕분에 늦지 않았어요. 감사합니다!"

아니, 큰일날 뻔한건 내 목숨의 이야기니까.

애써 마코토의 감사에 태클걸려는 마음을 양 손으로 허리를 잡는것으로 참아낸다.

"그보다 빨리 올라가라. 늦겠다."

"네! 오늘은 정말 여러모로 감사했습니다!"

괜찮다는 뜻의 손짓을 하고 계단을 올라가는 마코토의 등을 보는것으로 길게 한숨을 쉰다.

이제 끝난거겠지. 설마하니 돌아오는것도 나한테 부탁할리가 없을거야.

바이크에 걸터앉아 웃옷을 슬쩍들어 코를 킁킁거린다.

나 아직 씻지도 않았구나.

한시라도 빨리 집으로 돌아가 씻고 침대에 누워 자고 싶다.

우선 바이크를 제자리에 두어야 하니 다시 그 중국음식집에 가기 위해 키를 꽂는다.

부르릉 울리는 소리 너머로.

"음? 넌 혹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다.

뭐지? 또 누가 나의 평안한 안식을 방해하려는거냐.

이제 좀 봐달라고 말하며 누가됬던 적당히 인사만 하고 도망가자는 심산으로 몸을 돌렸을 때.

"어라? 쿠로이 사장님!"

"역시!"

난 진심으로 놀라 그 마음을 잊고 만다.

"우연이군. 설마 이곳에서 마주할 줄이야."

"그러게요. 얼굴을 보니 그간 잘 지낸것 같긴 하군요."

"여전히 밉살맞은 말투로군."

"그야 자신을 괴롭혔던 사람한테 곱게 말이 나갈리가 있습니까."

쿠로이 타카오.

예전에 인연이 있었던 방송계 인사다.

그리 길지 않았던 교제였다만 그 인상은 확실히 남아있다.

괴롭혔다고 표현할만큼 귀찮게 햇었거든.

그렇다고 뭔가 악질적인 장난을 한건 아니고, 하여튼 좀 그렇다.

성격이 결과를 위해서라면 과정은 어찌되어도 좋다는 식이라 다른 사람이 보기엔 눈살이 찌푸려질만한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사람이니까.

다만 자기 사람은 잘 신경쓰는 세심함이 있고 경쟁하는 상대가 의도치 않은 불상사로 곤란함을 겪으면 오히려 도움을 주어 회복할 때 까지 기다렸다 다시 승부한다는 묘한 구석도 있다.

스스로의 힘으로 이긴것이 아니면 기분이 더럽다고 했던가?

요컨데 근본은 나쁘지 않지만 수단이 좋지 않은 사람, 이라 평가 할 수 있겠지.

듣기론 최근엔 어떤 거대 프로덕션의 사장이라고 했던것 같은데.

"961 프로덕션이다. 이름은 들어 봤겠지. 주피터 라고."

"그 남자아이 세명으로 이루어진 유닛말이군요."

확실히 그 아이들은 유명하다.

최근에 알게된 사무소의 아이들을 알기도 전부터 한창 활발히 활동하던 아이돌 유닛인데다 최근엔 그 기세가 더해 가히 독보적인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아마 딱히 TV를 자주보지 않는 사람들이라 해도 광고라던가 하는 매체를 통해 그 얼굴은 한번씩 봤을테지.

"그 유닛의 담당 사무소가 내 프로덕션이다."

"호오. 대단하네요."

"내가 직접 발견해 키운 재목들이니 그정도 결과야 당연하지."

직접 발견해서 키우기까지 한건가.

하긴 이사람은 전부터 자기 자신이 아니면 쉽사리 남을 믿지 않았으니까.

스스로 하지 않으면 영 못미더운 모양이다. 피곤한 성격이지.

"그나저나 이 트레이닝 센터에는 무슨일이지? 설마 내 제안을 받아들이기 위해 늦게나마 노력하고 있었나?"

"끔찍한소리 하지 마세요."

내가 질색하며 말한다.

아까 말한 괴롭혔다는 말이 바로 이거다.

"그때도 말했지만 아이돌은 싫다니까요. 게다가 지금은 서른먹은 아저씨라구요."

대체 내 어디에서 뭘 느꼈는지 정말 귀찮을정도로 쫓아다니며 날 스카웃하려 했었더랬지.

그때마다 결사반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저 인간은 '내 눈을 믿어라! 넌 정점이 될 수 있다!'라는 뜻모를 소리를 해대며 무작정 따라다니는 바람에 내가 포기하고 다른곳으로 도망치는것으로 인연이 끝나나 했으나 어떻게 또 이렇게 만나고 말았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그거 진심으로 하는 말이면 욕할지도 모릅니다."

"그것으로 널 대려올 수 있다면 얼마든지 감수하도록 하지."

관두자. 결국 이야기할 수록 내 손해라는걸 깨닫고 입을 다문다.

계속 이 화제로 대화를 나누면 결국 예전과 같은 일이 반복될 것 같아 우선 말을 돌린다.

"그보다 쿠로이 사장님은 무슨일이십니까?"

"음. 당초 예정은 이곳에 있는 강사를 스카웃하려 했었지. 레슨 실력이 상당한것이 입증된 강사이니 분명 우리 사무소 전속 강사가 된다면 큰 힘이 될테니까."

그러고보니 아까 그 사무소의 사장님도 그런 말을 했었지. 실력있는 강사라고 말이야.

"그런데 사장씩이나 되면서 그걸 직접?"

"유능한 인재를 위해서라면 그정도 수고는 감수하는게 당연하다."

역시나 묘한데서 그럴듯한 말을 하네. 정작 뒤로 수작부리는것 좋아하면서 말이지.

"그것도 실력의 일부다. 억울하면 그 수작을 무효할만큼 힘을 키우던가 맞받아 치면 될일이다."

"암요 그러시겠죠."

"그보다 지금은 더 중요한일이 생겼다."

"무슨?"

"다시 한번 제안하지. 내 사무소에 와라."

"욕합니다. 진짜로."

이 인간이 진짜.

험상궃게 얼굴을 구기고 노려보자 무리라는걸 느꼈는지 쿠로이 사장님이 한발 물러난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

그리곤 명함을 꺼내 나에게 준다.

깔끔하게 적혀있는 961 프로덕션. 사장 쿠로이 타카오. 그리고 전화번호.

"언제라도 마음이 바뀌면 연락하도록."

마지막까지 이루어질리 없는 소망을 피력한 쿠로이 사장님은 마치 영화속 인물처럼 뒤로 턴해 손만 들어 작별을 고한다.

그 멋들어진 모습을 떨떠름하게 바라보며 생각한다.

당신 강사 스카웃하려 왔다며.

뭘 멋있는척하며서 본래 목적을 망각하는거냐.

말해주면 쪽팔려 할 것 같으니까 관둔다. 사실 날 귀찮게 구는 대가로 돌아갔다 다시한번 찾아오는 수고정돈 하게 하고 싶고.

……쉬고싶다.

다시 바이크에 시동을 건다.

파란만장했던 휴일의 오전은 그렇게 지나갔다.





그냥 일기.

오늘은 가게가 쉬는날. 다만 일하는 날보다 힘들었다. 마코토도 만나고 유키호도 만나고 그 아이들의 소속사 사장님에다 쿠로이 사장까지. 만난 사람도 많은데다 한 일도 많다. 정말이지 피곤하다니까. 더욱 경악스러운건 이 모든일이 일어난 시간이 반나절이었다는것. 체감상 이틀은 더 지난것 같은데 말이지. 여담이지만 바이크를 돌려준 이후 다시 집에 가려고보니 너무 멀어서 택시를 잡으려다 돈이 없는걸 깨닫고 울면서 오토나시 씨에게 돈을 빌렸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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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휴일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음식이 나오지 않은건 휴일이니까요! 휴일치곤 평소보다 더 힘들어 하는것 같지만 아무래도 좋겠지요.
쿠로이 사장의 등장입니다. 저도 원작인 게임을 해본적이 없어서 자세한 설정은 잘 모르지만 원래는 상당히 악질적으로 묘사되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이 작품내에서 쿠로이 사장은 그렇게 나쁜 사람으로 쓰이지 않을 예정입니다. 네. 굳이 말하자면 개그 담당입니다.

ps. 마코토의 부모님에 대해 공식적인 설정이 있나요? 없다면 패러디인 만큼 임의로 설정할까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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