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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리 "달이 떠오를 때마다 기억하라고? 니히힛!" -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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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11, 2014 20:29에 작성됨.

드디어 끝났습니다. 이 글은 창작 댓글판에 게시된 동명의 글을 옮긴 글입니다.

원래 사라져~~엇!! 자리에는 죽어~~엇!!이 들어가야 하지만 설정 상 방송 중인 상황에서 슈퍼 아이돌 이오리가 그런 험한 단어를 쓸 리가 없기 때문에 사라져~~엇!!으로 대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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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타는 흰 목검을 들어 그대로 이오리의 어깨를 내리쳤다. 이오리가 반응하기도 전에 쇼타는 반대편 손에 쥐고 있던 검은 목검으로 이오리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이오리 : 흐헉!

이오리조차 대응 못할 속도로 빠른 공격 때문에 이오리는 신음을 흘렸다. 하지만 쇼타는 그 틈조차 놓치지 않고 그대로 몸을 돌려 그 회전력을 양 손에 든 두 목검에 실어 이오리가 가드하려 세운 팔뚝을 강타했다.

이오리 : 아얏!

이오리가 아픔을 느끼고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쇼타는 두 목검을 가로지르듯 내리쳤다. 내리친 두 목검은 그대로 이오리의 어깨에 충격을 주었다. 이오리의 비명이 입 밖으로 나올 때, 쇼타는 이미 이오리의 오른쪽으로 가면서 검은 고무목검으로 이오리의 손등을 후려쳤다.

쇼타 : (빠르게!)

쇼타는 흰 고무목검으로 이오리의 허리 아랫 부분을 후려쳤다. 허리와 골반 사이에 충격을 입은 이오리는 다리에 힘이 쭉 빠져버렸다. 다리에 힘이 풀리려는 때, 쇼타는 이오리의 오른쪽 허벅지를 검은 고무목검으로 찔렀다. 동시에 그는 흰 고무목검으로 등 한가운데를 탁! 하고 쳤다.

쇼타 : (빠르게!)

쇼타는 힘이 빠져 겨우 몸을 지탱하고 있던 이오리의 등 뒤에 서서 두 손에 든 고무목검들로 계속 공격했다. 왼손으로 링에 있는 줄을 잡는 것 또한 쇼타는 용납하지 않았다. 경기장에서는 고무목검으로 내리칠 때 나는 소리인 팡! 팡! 소리가 음악과 어우러져 울려퍼지고 있었다.

쇼타 : (좀 더 빠르게!)

쇼타는 마지막 일격을 가했다. 이오리는 두 고무목검으로 등에 X자 모양의 상처가 남을 기세로 얻어맞았다.

스타 버스트 스트림

이도류를 이용하여 16연격을 펼치는 기술이다. 쇼타의 게임 캐릭터 또한 이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16연격을 연거푸 얻어맞은 이오리는 등을 보인 채 쓰러져버렸다. 이오리는 지기 싫었고 일어나고 싶었지만 일어날 수 없었다. 몸과 정신이 분리되어 정신이 아득히 먼 곳으로 날아가버릴 것만 같은 기분을 이오리는 그 순간에 느끼고 있었다. 이 순간 프로듀서의 응원이 없었다면 이오리는 그대로 기절해버렸을 것이다.

P : 이오리! 네 격투술은 세계 제이이이이이이이이일이야!! 네게 쓰러뜨리지 못할 것은 없엇!!

프로듀서가 혼신을 담은 외침은 경기장의 환호성, 음악, 해설을 모두 묻어버렸다. 혼신을 담아 이오리를 응원한 프로듀서는 그 외침으로 힘이 모두 빠졌는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심판 : 하나! 두울!

쇼타가 승리를 확신하고 심판이 카운트를 세는 동안, 프로듀서의 외침은 이오리의 정신에 닿았다. 아슬아슬한 순간에 이오리의 손가락은 꿈틀거렸다.

심판 : 세에...경기 재개합니다.

심판이 셋을 외치려는 그 순간, 이오리는 오른팔을 힘없이 들었다. 자신은 아직 더 싸울 수 있다는 신호였다.

쇼타는 다시금 싸울 태세를 갖추었다. 이오리가 땅을 짚고 있을 때, 쇼타는 고무목검을 내리쳤다. 하지만 이오리는 간발의 차로 앞구르기를 하여 쇼타의 공격을 잽싸게 피하는 데 성공했다.

해설자 : 이오리 선수. 고전하는데요.

해설자 : 연거푸 싸우느라 지친게죠. 더구나 지금은 3:1 핸디캡 매치. 설상가상으로 상대방은 이도류로 16연격이나 해낼 정도로 싸움에 능한 사람이에요. 여지껏 버틴 게 신기한 거죠.

해설자가 해설을 하는 동안, 쇼타는 다시 한 번 고무 목검을 휘둘렀다. 이오리는 그 순간을 기다려 왔다는 듯이 살짝 뒷걸음질치고는 앞으로 돌진하듯이 도약했다. 그리고는 공중에 뜬 상태로 발차기를 했다. 이오리의 오른쪽 다리 발차기는 쇼타의 오른쪽 뺨을 후려쳤다. 붉은 바지와 바지에 달린 끈이 휘날리는 모습은 마치 장미꽃잎이 흩날리는 것 같았다.

쇼타 : 쿠헉!

쇼타는 왼쪽으로 밀려났지만 줄에 기대어 겨우 버텨냈다.

이오리의 공격은 계속되었다. 이오리는 폴짝 튀어올라 왼손바닥으로 내리쳤다. 지친 쇼타는 그대로 링 바닥에 처박혔다. 쇼타의 뒤통수를 누르고 있던 이오리는 그대로 쇼타의 멱살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이오리는 양손에 불꽃을 쥐고 십자모양으로 승천하듯이 도약했다. 쇼타는 그런 이오리에 끌려올라가 지속적으로 이오리가 손에 쥐고 있던 불꽃을 맞아야만 했다.

리 311식 석조즐

아까 마유에게는 걸지 못했던 기술이다. 하지만 쇼타는 발차기를 측두부에 맞아 잠시 멍해진 상태였고, 이오리의 석조즐을 쇼타는 피할 수 없었다.

이오리와 쇼타는 동시에 착지했다. 쇼타는 대자로 뻗은 채 고 이오리는 고양이가 발을 딛는 것처럼 착지했다는 점이 달랐다.

심판 : 하나!

쇼타는 반응이 없었다.

심판 : 둘!

쇼타의 가슴은 오르락내리락하고는 있었다. 하지만 일어나지는 못했다.

심판 : 셋!

심판이 셋을 외침과 동시에 경기가 끝남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퍼졌다. 이오리는 3명을 상대로 한 핸디캡매치에서마저 승리한 것이다.

해설자 : 이야...이제 한 명만 더 물리치면 미나세 이오리 양이 우승하게 됩니다!

해설자2 : 말 그대로 슈퍼 아이돌이 눈 앞입니다!

해설자들은 흥분한 채 중계하고 있었다. 이오리는 비틀비틀거리며 링 밖으로 내려왔다.

P : 수고했어.

프로듀서는 이오리를 보았다. 오랫동안 유산소 운동을 한 탓에 이오리의 피부는 그녀가 입은 바지 못지 않게 벌개져 있었다. 거친 호흡은 산소를 갈구하는 이오리의 세포들이 내지르는 비명같았다.

이오리 : 무...뭐하는 거야! 이 변태 프로듀서가!

P : 이오리. 너 너무 지친 것 같아.

자기 앞에 엎드린 프로듀서를 보며 이오리는 당혹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오리 : 흥! 이쯤으로 나는 괜...어라?

P : 거 봐. 고집부리지 말고 어서 업혀.

이오리는 오기로 걸어가려 했지만 다리 힘이 확 풀려서 옆에 있던 의자에 기댔다. 프로듀서는 그런 이오리를 부축해주고는 강제로 이오리를 들어 자기 등에 업히게 했다.

이오리 : 이 바보 변태 프로듀서!

이오리는 소리지를 힘은 없었는지 힘 빠진 목소리로 프로듀서에게 말했다. 이오리의 힘 빠진 목소리는 부끄러워서 겨우 내는 목소리와 어딘가 닮아있었다.

P : 내 평판보다는 아이돌의 상태가 더 중요해. 어떤 말을 하든 난 너를 챙겨줄거야.

이오리 : 그런 부끄러운 소리를 잘도 하네!

P : 으. 이오리 바둥대지 마...나도 힘이 빠져서 널 업는 걸로도 힘들어.

프로듀서의 대답에 이오리는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아까 전력으로 응원해서 힘이 빠진 프로듀서는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가며 대기실로 갔다.

<대기실>

P : 이오리! 여기 있어!

이오리 : 후욱! 하아~

체력이 다한 이오리에게 프로듀서는 산소 스프레이를 쥐어주었다. 그 때, 대기실에 쥬피터가 들어왔다. 호쿠토와 토우마는 먼저 경기를 치르고 회복되었는지 멀쩡하게 서 있었다. 쇼타는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은 탓에 두 동료에게 부축받고 있었다.

토우마 : 너. 대단하던데.

호쿠토 :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는 내심 우리가 연약한 여자를 상대로 질까보냐라 생각했었어. Lady에게 사과할게.

쥬피터들은 왠일로 이오리에게 찬사를 보냈다. 그런 모습을 보며, 프로듀서는 비록 소속이 다른 961 프로의 아이돌이지만 좋은 아이들이라 생각했다.

쇼타 : 나는 남아서 잠깐 이야기할 일이 있으니 먼저 대기실로 가 있을래? 프로덕션에는 어떻게든 둘러대줘.

문득 쇼타가 자기 동료들에게 말했다.

토우마 : 그래도 괜.......알았어. 조심해서 와.

호쿠토 : 쇼타. 빨리 하고 와. 그럼 Ciao~☆

두 동료가 나갈 때, 쇼타는 소파에 앉았다. 쇼타가 입은 검은 롱 코트에는 단추가 많았다.

이오리 :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쇼타 : 우선 뭐부터 물어볼게. 혹시 쿠로이 타카오 사장이라고 알아?

이오리 : 너희 961 프로덕션의 사장이잖아.

쇼타 : 그것 말고 뭐 아는 것 없어?

이오리 : 하아? 너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쇼타 : 그렇구나.

쇼타는 잠시 뜸을 들이다 말했다.

쇼타 : 전에 사장실을 지나다 본의아니게 엿듣게 되었어. 우리 사장이 미나세 놈에게 꼭 앙갚음을 하겠다고 말하더라고.

P : (영문을 모르겠어.)

이오리 : 어째서?

쇼타 : 나도 모르지. 너는 모르는 걸 보면 너희 가문 전체와 우리 쪽 아저씨가 안 좋은 악연으로 엮였나보네. 언제나 프랑스어를 섞어가며 자신감 넘치게 말하는 아저씨의 목소리가 아니었으니까 말야. 그렇게 증오를 깊게 담아 말하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었거든. 지금 생각해보면 아저씨가 무리하게 이 프로에 우리를 출연시킨 것도 네가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 싶어했던 것 같아. 여하튼.

이 다음 쇼타가 한 말은 사뭇 진지했다.

쇼타 : 지금 우리 쪽 아저씨의 각오대로라면 내가 쓰러져도 제2, 제3의 쇼타가 너를 말살하도록 할 기세였어.

쇼타는 그 말을 마치고는 일어났다. 한쪽 다리를 절뚝이며 쇼타는 대기실 문을 나섰다.

P : 이오리. 신경 쓰지 마.

이오리는 말없이 입을 꼭 다문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얼핏 이오리의 눈시울이 붉어지고 있음을 엿본 프로듀서는 이오리를 다독였다. 이오리는 지기 싫어하는 아이돌이지만 그 이전에 15세 소녀였다. 비록 쇼타가 전해준 형식이었지만 961 프로덕션의 사장은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향해 강렬하고도 맹목적인 악의를 품고 있었다. 그 악의는 15세 소녀가 견디기에는 버거운 감정이었다.

이오리 : 만약 나 때문에 765 프로에까지 피해가 간다면...나...나...

P : 이오리. 내 눈을 똑바로 봐.

프로듀서는 이오리 앞에 쭈그려 앉아 이오리를 올려다 보며 말했다. 이오리는 겨우겨우 울음을 참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프로듀서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한 모습이었다. 샤를 도나텔로 18세에게 습하습하를 할 때를 포함해서 말이다.

P : 이오리는 내가 오기도 전부터 다른 아이돌들과 같이 일했을 거야.

프로듀서의 눈동자는 잠시도 흔들리지 않았다.

P : 이오리. 이오리가 아는 765의 동료들은 961의 공작에 굴해 포기할 아이들이었니?

이오리는 목이 메었는지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만 도리도리 저을 뿐이었다.

P : 분명히 961 프로덕션은 우리 프로덕션보다 자본도 많고 방송계에 뻗친 인맥도 더 넓어. 게다가 사장이란 사람은 미나세 가문을 잔뜩 증오하고 있지. 언젠가는 그 증오를 765 프로 전체에 돌릴 지도 몰라. 하지만 그런다고 네 탓을 할 동료가 있을 것 같니?

프로듀서는 이오리의 어깨를 힘주어 잡으며 말했다. 이오리는 프로듀서가 계란을 잡듯이 조심스럽게 자신의 어깨를 잡음을 느낄 수 있었다.

P : 절대 그렇지 않아. 그러니까 나와 네 동료들을 믿어줘.

프로듀서의 격려는 누군가의 헛기침으로 인해 끝나버렸다.

신도 : 어흠!

이오리 : 신도 씨? 여긴 어떻게 온 거야?

어느 새 미나세 가의 집사 신도 씨가 대기실에 와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왔는데도 이오리와 프로듀서 중 누구도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이오리는 급히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

신도 : 아가씨. 새로 입을 의상을 저희 쪽에서 준비해뒀습니다.

P : 주최측에서 허락해준 건가요?

신도 : 중간에 스탭진을 만나서 제가 대신 가져가겠다 한 겁니다.

신도 씨는 그렇게 말하고는 장갑과 장화가 든 상자를 건네주었다. 장갑의 손등 부분에는 징이 삼각형 모양으로 각각 10개씩이나 박혀있었다.

이오리 : 이 장화. 유리로 되어 있잖아?

이오리는 장화를 들면서 말했다. 장화는 마치 Das Boots를 연상케 하는 모양새였다.

신도 : 유리가 아니라 강화 플라스틱에 기반한 신소재입니다. 그 어떤 전투화보다도 튼튼할 겁니다. 또한 미나세 그룹의 기술력을 동원하여 만든 신발이라 통풍이나 편리함에는 문제가 없을 겁니다.

P : 정말이잖아? 만져보면 이렇게나 딱딱한 신발인데 안쪽은 말랑말랑해서 불편하지 않아!

프로듀서는 그 장화에 감탄했다. 반면, 이오리의 표정은 살짝 굳어있었다. 불편해하는 기색이 이오리의 얼굴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이오리 : 잠깐. 미나세 그룹의 기술력? 이런 배려는 필요 없다고 했을텐데?

신도 : 확실히 아이돌 일에 미나세 가문에 간섭할 권리는 없을 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신도 씨는 힘주어 말했다.

신도 : 나름의 조사를 거친 끝에 나온 결론입니다. 이 경기를 이용하여 아가씨에게 어떤 형태로든 위해를 가하려는 자가 있음을 포착했습니다.

이오리 : 961 프로?

신도 : ......

이오리 : 맞나보네. 하아.

신도 : 당주님 입장에서는 단 두 가지 선택밖에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프로그램 자체를 중지시키거나 이런 식으로 조력하거나. 첫 번째 방안이야말로 아가씨가 제일 싫어할 선택이기에 두 번째 방안을 선택한 것입니다만 받아들이시지 않을 경우, 이 프로그램은 중지될 것입니다.

P : 할 수 없잖아? 이오리. 여기서는 일단 받아들이도록 해.

이오리 : 프로듀서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받아들일게.

프로듀서와 신도 씨는 한 시름 놓았다.

<잠시 후>

이오리가 대기실에서 장화와 장갑을 껴 보고 있을 때, 프로듀서와 신도 씨는 대기실 밖으로 나왔다. 먼저 말을 건넨 것은 신도 씨였다.

신도 : 자네. 대단하더군.

P : 프로듀서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아이돌이 무서워하거나 싫어하는 것을 달래주는 것도 제 일 중 하나니까요.

신도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그의 행동과는 전혀 달랐다.

신도 : (나는 그 점을 말하고 있는 게 아니지만 말일세. 나는 아가씨가 곡옥을 온전히 받아들이고도 지금까지 멀쩡할 수 있도록 한 자네가 대단하다고 말한 것일세.)

미나세 가문의 일원은 곡옥을 영접하고 몸에 받아들인다. 다만 성년이 되기 전에는 곡옥을 온전하게 받아들일 역량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이 애착을 갖는 대상에게 곡옥을 받아들이게 하고 자신은 그 대상을 가까이 두고 다님으로써 곡옥의 힘을 빌려쓰게 된다. 이오리의 경우, 지금까지는 샤를 도나텔로 18세가 곡옥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신도 씨는 공중 목욕탕에서 도망치는 척하며 숨어서 둘을 감시했다. 미나세 가문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곡옥의 힘을 느낄 수 있게 된 집사 신도 씨는 보았다. 이번 경기가 끝나고 프로듀서가 이오리를 업고 갔을 때, 곡옥이 프로듀서에게 깃든 것을 말이다.

신도 : (아가씨가 이 남자에게 샤를 도나텔로 18세와 동급, 어쩌면 그 이상으로 애착을 갖고 있기에 곡옥을 받아들이고도 무사할 수 있는 것이겠지. 아니었으면 지금쯤 이 남자는 내장이 모두 타 버렸겠지.)

신도 씨는 프로듀서의 주변을 바라봤다. 프로듀서 몸 속에 깃든 곡옥의 힘은 지속적으로 이오리가 있는 대기실로 향해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프로듀서와 이오리가 운명의 실로 엮인 것을 보는 듯 하다고 신도 씨는 생각했다.

이오리 : 갈아 입었어. 마지막 경기에서 슈퍼 아이돌 이오리의 활약을 잘 봐두라고?

P : 그래. 이오리라면 분명 해낼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어.

이오리는 대기실에서 나왔다. 세 명은 링으로 향했다.

이오리는 링에 올랐다.

해설자 : 마지막 도전자는 의외네요. 961 프로덕션의 사장 쿠로이 타카오입니다.

해설자2 : 잠깐만요. 세 번째 도전자도 쿠로이 씨 아니었던가요?

쿠로이 : Non~Non! 세레브한 이 몸을 그런 레플리카와 헷갈리면 곤란하지~

쿠로이 타카오 사장은 링에 오르면서 해설에 끼어들었다. 그는 손에 절연 장갑을 끼고 있었고 영국 신사들이 쓸 법한 19세기 풍 중절모를 쓰고 있었다. 중절모의 챙 부분에는 특이하게도 칼날이 달려있었다.

쿠로이 : 지금부터 소방차 게임을 시작하도록 하지. 너는 불이고 나는 소방차야. 얌전히 꺼져주시도록 할까? Gir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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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이 사장은 씩 웃으며 상의 셔츠를 벗어재꼈다. 단단한 흉근과 복근은 쿠로이 사장의 의지를 대신 전해주고 있었다. 아래에 붉은 하카마를 입은 쿠로이의 모습은 기스 하워드의 모습과 닮았다. 발가락 양말과 스터드 선글라스를 뺀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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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드 선글라스)

경기 시작 종이 울렸고, 쿠로이 사장은 스터드 선글라스를 벗어던졌다.

쿠로이 : WRYYYYYAAAAA!!

먼저 달려든 것은 쿠로이 사장이었다. 이오리는 오른손을 뻗어 쿠로이 사장의 하카마를 잡고는 그대로 자기 등 뒤로 밀어버렸다. 이오리 뒤에는 링 기둥이 있었다. 이오리는 설풍으로 쿠로이 사장을 밀친 뒤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링 기둥에 부딪힌 쿠로이 사장에게 반격기를 선사할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쿠로이 사장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쿠로이는 발돋움을 하여 링 기둥을 박차서 부딪히는 것을 막았기 때문이었다. 쿠로이 사장은 그대로 몸을 돌렸다. 쿠로이 사장 눈앞에는 어퍼컷을 먹이려는 이오리가 있었다.

퍽!

이오리는 어퍼컷이 제대로 들어갔다고 생각했다.

쿠로이 : 그런 고사리같은 손으로 내게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나?

하지만 쿠로이 사장에게는 타격이 없었다. 그 순간, 이오리를 내려다보는 쿠로이 사장의 눈은 번득이고 있었다.

어느새 경기장에는 Electric Six의 Gay Bar가 배경음으로 깔리고 있었다.

쿠로이 사장은 그대로 돌진했다. 이오리가 피할 새도 없이 쿠로이 사장은 왼쪽 어깨로 이오리를 받아버렸다.

해설자2 : 아! 저건 외식 달려가서 봉린이네요!

해설자 : 프로레슬링의 스피어 태클과 매우 비슷해 보이는데요?

해설자2 : 네 기본 원리는 같죠. 하지만 보다시피 돌진하여 왼쪽 어깨로 받는 한편 오른손으로 밀치기도 병행하는 점이 특징이에요. 게다가 두 다리 모두 땅에 딛고 있기 때문에 무게 중심이 안정적이죠.

해설자 : 근데 무게 중심이 아래로 쏠리면 돌진 시의 충격력이 많이 줄어들지 않나요?

해설자2 : 그 점이 바로 저 기술의 무서운 점이에요. 충격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자세임에도 상대방에게 저 정도로 큰 타격을 줘요. 게다가 시전자가 균형을 잃지 않기 때문에 그대로 추가 공격을. 보셨죠! 저렇게요!

해설자들이 해설을 하는 동안 쿠로이 사장에게 받힌 이오리는 링 반대편까지 밀려나갔다. 균형을 잃은 이오리는 링의 줄에 기대어 겨우 일어났다. 하지만 이오리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쿠로이 사장의 발가락 양말이었다. 이오리는 오른팔로 옆구리를 보호하고 왼팔을 휘두르는 기술인 외식 몽탄을 사용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다음 순간, 이오리는 큰 타격을 받고 쓰러졌다.

신고 킥.

KOF에 출전했던 야부키 신고가 즐겨 썼던 기술이다. 도약한 사람이 포물선 궤도를 그림과 동시에 온 몸을 회전하면서 발차기로 가격하는 기술이다. 몸을 회전하면서 찬 발차기이기에 그 충격은 더욱 묵직해진다. 게다가 도약하면서 찬 발차기이기에 온 몸의 힘을 발에 실을 수 있다. 그 무시무시한 힘은 15세 소녀가 감당하기에는 버거웠다.

해설자2 : 방금 그 발차기 KOF에서 어떤 선수가 써서 유명한 킥이었죠. 분명 야부키 신고였던가?

해설자 : 그렇군요. 누가 만든 기술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이오리 선수가 옆구리에 저 킥을 맞았다는 겁니다! 팔로 막았는데 가드한 효과가 없나봐요!

이오리는 엎드려 있었다. 호흡이 곤란했는지 이오리는 가슴과 옆구리를 부여잡고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오리의 폐는 산소를 갈구하고 있었지만 공기가 좀처럼 입 속으로 들어가지를 않았다. 늑골과 간이 그 충격을 받고도 멀쩡했던 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으리라.

이오리의 시야에는 경기장이 보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자신이 거기 있다는 느낌은 희박했다. 머리 속이 하얘진 듯한 기분이었기 때문이었다. 점점 자신의 시야와 눈이 보여주는 시야가 일치한다는 느낌이 들 때, 이오리 앞에는 쿠로이 사장이 있었다.

쿠로이 : 불타올라라! 쿠로이!!

쿠로이 사장이 자신을 독려하는 기합을 넣는 것을 이오리도 들을 수 있었다.

쿠로이 : 이게!

쿠로이 사장은 그대로 오른손을 뻗었다. 들고 있던 왼다리를 앞으로 딛음과 동시에 뒤로 젖힌 몸을 앞으로 숙이면서 라이트 훅을 날린 것이라 그 파괴력은 배가 되었다.

쿠로이 : 이게!

쿠로이 사장은 라이트 훅으로 만족하지 않고 그 자세 그대로 왼손으로 어퍼컷을 이오리에게 먹였다. 몸이 가벼웠던 이오리는 그대로 공중에 붕 떠올랐다.

쿠로이 : 이게!

어퍼컷으로 붕 뜬 이오리를 쿠로이 사장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우선 쿠로이 사장은 오른쪽 다리를 지면과 평행하게 뻗어 상체의 무게 전체를 오른손 주먹에 실었다. 그 주먹으로 쿠로이 사장은 낙하하던 이오리를 내리쳤다.

이오리 : 흐억!

가슴에 맞은 주먹때문에 이오리는 겨우 폐 속으로 들어온 공기들을 모두 뱉어내버렸다.

쿠로이 : Doryaaaat!!

이오리는 비틀거려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쿠로이 사장은 그런 사정따위는 봐주지 않았다. 쿠로이 사장은 왼쪽 팔뚝에 몸무게를 실어 이오리를 받아버렸다.

이 때 쿠로이 사장이 썼던 기술은 버닝 신고였다. KOF 신고의 독자적인 기술인 버닝 신고는 빠른 속도로 주먹질을 하는 것이라 요약할 수 있다. 이 기술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는데, 각 공격들이 워낙 자연스럽게 얽혀있어 첫타를 성공적으로 막아내면 후속 공격도 모두 막아낼 수 있다는 점이었다. 불행히도 이오리는 킥을 맞아 정신을 가다듬을 수 없었던 상태였고, 따라서 버닝 신고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P : 이오리! 힘 내!

이오리에게 희망은 없어보였다. 쿠로이 사장은 이오리보다 체격, 체력적인 면에서도 앞섰고, 힘과 스피드, 균형감각 모두 이오리를 능가하는 사나이였다. 마치 싸움을 위해 태어난 듯한 이 사나이 앞에서 이오리는 쿠로이 사장을 이기기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신도 : 아가씨!!

하지만 이오리는 포기할 수 없었다. 여기서 포기하면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슈퍼 아이돌이 되겠다는 꿈도 꺾일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여기서 끝까지 자신을 응원해주고 있는 프로듀서를 봐서라도 포기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덤이지만 집사 신도씨를 봐서라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분명 이오리에게 이 일은 하기 싫은 일이었지만, 일단 시작한 이상 꼭 끝까지 해내겠다는 각오를 이오리는 다졌다.

이오리 : 코호오오~~

쓰러진 이오리는 호흡을 가다듬고는 호흡을 바꾸었다. 이오리의 몸에서 파문이 흐르기 시작했다.

쿠로이 : 아닛! 그 힘은 뭐냐!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파문의 흐름을 본 쿠로이 사장은 당황했다. 쿠로이 사장이 알던 미나세 가문은 곡옥의 어두운 힘을 빌려 싸우는 일족이었다. 눈앞의 황금빛 힘은 명백히 곡옥의 힘이 아니었다.

쿠로이 : 흥! 저열한 미나세가 새로운 힘을 얻은 거냐?

이오리는 쿠로이 사장의 '새로운 힘'이란 말에 흠칫했다. '새로운 힘'이란 말은 쿠로이 사장이 미나세 가문의 곡옥의 힘을 알고 있음을 시사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깊게 생각하는 것은 관두고 이오리는 파문 호흡에 집중하였다.

이오리 : 줌 펀치!!

해설자 : 오오! 미나세 이오리 선수! 팔이 있을 수 없는 길이로까지 늘어났습니다!

줌 펀치는 팔의 길이를 늘친 채 가하는 펀치이다. 팔 길이를 늘이려면 관절을 빼야 하는데 이 때의 격통을 파문으로 누그러뜨림으로써 파문 사용자는 줌 펀치를 사용할 수 있다.

줌 펀치를 맞은 쿠로이 사장은 뒤로 물러났다. 주먹에 실린 파문 자체는 쿠로이 사장에게 별 타격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주먹에 실린 파문이란 힘은 쿠로이 사장을 당황케 했다. 한편, 파문 호흡으로 타격과 피로를 치유한 이오리는 쿠로이 사장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파문 호흡을 멈추었다. 이오리의 양 손에는 어느새 보랏빛 불꽃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걸어오던 쿠로이 사장은 이오리의 불꽃을 보고 비웃었다.

쿠로이 : 흥! 역시나 미나세. 그런 힘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저열한 것들이구만!

이오리 : 뭐라고?

이오리는 앞으로 도약함과 동시에 몸을 회전하며 손에서 피어오르던 불꽃들을 흩뿌렸다. 쿠로이 사장또한 이에 질세라 위로 뛰어 오르면서 주먹에 힘을 실은 채 회전했다. 이오리가 사용한 기술은 100식 귀신태우기로 미나세 가문의 고무술과 쿠사나기 가문의 고무술 모두에 들어있던 기술이었다. 한편, 쿠로이 사장이 사용한 기술은 100식 귀신태우기 미완성으로 쿠사나기의 100식 귀신태우기를 모방한 것이었다.

해설자2 : 저것 보십시오! 크로스 카운터입니다!

미나세의 불을 쓸 수 있었던 이오리와는 달리 쿠로이 사장은 쿠사나기의 불을 사용할 수 없었다. 이오리의 손에 있던 미나세의 보랏빛 불은 쿠로이 사장의 얼굴에 쇄도했다. 그래도 쿠로이 사장의 주먹은 이오리의 어깨에 꽂혔다.

어깨에 타격받은 이오리가 쿠로이 사장보다는 피해가 더 적었다. 맨주먹과 곡옥의 힘이 깃든 불은 차원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쿠로이 사장은 훌훌 털고 일어났지만 얼굴을 오른손으로 가리고 있었다..

쿠로이 : 미나세...네 가문에게 질까 보냐!

이오리 : 흥! 나는 슈퍼 아이돌이라고?

쿠로이 사장은 다시금 자세를 고쳐잡았다. 그리고는 왼손을 높이 들었다.

쿠로이 : 큐이~~~~잉!!

쿠로이 사장은 괴상한 소리를 내면서 왼손 주먹을 휘둘렀다. 그는 전진함과 동시에 온 몸을 회전시켜가며 주먹을 휘둘렀다. 서너번의 잽을 꽂은 쿠로이 사장은 뛰어오르며 어퍼컷을 박아넣었다. 이오리는 첫 주먹을 회피하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두 번째부터는 팔꿈치로 막아내야만 했다. 쿠로이 사장이 두 세번 정도 더 때렸다면 이오리도 더 이상 막지 못하고 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더 때리기에는 쿠로이 사장의 체력이 부족했다.

쿠로이 : (여전히 여기까지가 한계인가.)

신고 근제 나의 무식(眞吾 謹製 나의 無式)

이 기술도 야부키 신고란 격투가가 선보였던 기술이다. 야부키 신고란 격투가가 동경하던 격투가인 쿠사나기에게는 무식이란 기술이 있었다. 115식 독물기로 시작하여 상대에게 가차없이 주먹질을 퍼붓고나서 도약하여 100식 귀신 태우기로 태워버리는 기술이었다. 야부키 신고의 경우, 쿠사나기의 불을 쓸 수 없었기 때문에 쿠사나기의 무식을 모방하는 수준에 만족해야 했다.

쿠로이 사장은 야부키 신고란 격투가의 '신고 근제 나의 무식'을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야부키 신고의 경우, 마무리가 어설퍼 귀신 태우기로 도약한 뒤 낙법을 하지 못해 넘어지곤 했지만 쿠로이 사장은 그렇지 않았다는 정도였다.

이오리 : 아흐...아파.

이오리는 팔짱꼈다. 하지만 실상은 '신고 근제 나의 무식'을 막은 양 쪽 팔꿈치가 아파서 부여잡은 것이었다. 이오리는 그 기술을 막지 못하고 얻어맞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 지 짐작해봤다. 아마 지금쯤 일어나지 서 있지 못했으리라는 결론이 나왔다. 그 정도로 '신고 근제 나의 무식'은 대단했다. 이오리는 그 기술을 보고 따라하여 되갚으리라는 결단을 내리게 된다. 제대로 따라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은 없었지만 말이다.

이오리 : 장난은 끝이다!!

이오리는 경기장이 떠나가도록 큰 소리로 외쳤다. 이오리의 작은 체구에서 나오리라 생각되지 않았던 그 기백에 놀란 프로듀서는 뒷걸음질쳤다. 이오리는 두 팔을 높히 든 채 꼬았다. 그 다음에는 허리를 낮게 숙인 채 쿠로이 사장에게로 돌진했다.

쿠로이 : 아닛!

이오리 : 울어!!

이오리는 쿠로이 사장의 옆구리에 왼손 주먹을 꽂았다. 왼손 주먹을 뽑으면서 이오리는 배 한복판에 오른손 주먹을 질렀다. 배에 연속적으로 타격을 입은 쿠로이 사장은 살짝 뒤로 물러났다.

쿠로이 : 쿠헉!

이오리 : 소리쳐!!

이오리는 쉬지 않고 왼손에 지펴둔 보랏빛 불빛으로 쿠로이 사장의 가슴팍을 아래에서 위로 훑 듯이 긁었다. 긁은 뒤에 이오리는 오른손에 지펴둔 보랏빛 불빛을 쿠로이 사장에게 던졌다.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시전한 108식 어둠쫓기여서 불은 땅에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쿠로이 사장에게 붙었다. 이오리는 그대로 왼손을 휘두르는 외식 몽탄을 두 번 사용했다.

이오리 : 그리고!!

이오리는 이번에는 왼손으로 쿠로이 사장의 가슴팍을 위에서 아래로 훑 듯이 긁었다. 그 다음, 이오리는 비틀거리는 쿠로이 사장의 목덜미를 양 손으로 쥐었다. 목덜미를 잡기 위해 이오리는 쿠로이 사장을 올려다 본 채 팔을 높게 들고 있었다. 이오리가 낀 장갑 손등 부분에 박힌 10개의 징이 경기장 조명빛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이오리 : 사라져~~엇!!

이오리의 사라져~~엇!!이란 외마디와 함께 이오리의 양 손에서 보랏빛 폭발이 일어났다. 이오리는 순식간에 8번의 공격을 쿠로이 사장에게 가했다. 이오리가 목덜미를 놔 주자 쿠로이 사장은 픽 쓰러졌다. 쿠로이 사장의 온 몸에는 보랏빛 불이 붙은 상태였다. 그 불은 물리적인 불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화상을 입히지는 못하겠지만, 정신에 타격을 주어 전의를 상실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었다.

해설자 : 방금 뭐였죠??

해설자 :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공격이라 저도 잘 모르겠어요!!

금 1211식 팔치녀(禁 千弐百拾壹式 八稚女)

이오리는 '신고 근제 나의 무식'을 모방하여 8번 공격할 셈이었지만, 사실 미나세 가문의 고무술에는 '금 1211식 팔치녀'라 하여 이오리가 사용한 기술과 똑같은 기술이 있었다. 곡옥의 힘의 어두운 면을 상징하는 이 기술은 사용자의 생명력을 갉아먹는 기술이었다. 따라서 미나세 가문은 오랫동안 이 기술의 사용을 금기시해왔고, 이오리에게 이 기술을 전수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 경기장에서 이오리는 무의식적으로 금 1211식 팔치녀를 깨우쳤다!

땅에 쓰러진 쿠로이 사장에게 이오리는 최후의 일격을 가하기로 마음먹었다. 먼저 이오리는 누워있던 쿠로이 사장의 등에 보랏빛 불꽃이 깃든 왼손 손바닥을 내리쳤다. 쿠로이 사장이 고통에 몸부림치던 찰나, 이오리는 쿠로이 사장을 들어올리고는 그의 목을 다시 양손으로 쥐었다.

이오리 : 흐아~~~앗!!

이오리는 삼신기의 이(三神技之 弐)를 시전하였다. 이오리와 쿠로이 사장의 주변에 거대한 보랏빛 불기둥이 일었다. 그 불기둥은 K'가 하이퍼 체인 드라이브의 마무리로 만들어낸 불기둥만큼이나 거대했다. 보랏빛 불기둥은 어느새 주황색 불기둥으로 바뀌었다. 주황색 불기둥은 보랏빛 불기둥과는 달리 카메라에 찍혔다. 커다란 폭음이 들리더니 불기둥은 사라졌다. 쿠로이 사장은 다시 대자로 뻗었고, 힘이 빠진 이오리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땡! 땡! 땡!

경기가 끝났음을 알리는 종소리였다.

해설자 : ......미나세 이오리 양의 우승입니다!

해설자2 : 10 : 아이돌! 이종 격투기에 도전하다! 이번 참가자인 미나세 이오리 양이 10개 라운드를 모두 거치고 슈퍼 아이돌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박수 소리는 BGM인 GAY BAR를 완전히 묻어버렸다.

P : 이오리!!

신도 : 아가씨!!

프로듀서와 미나세 가문의 집사 신도 씨는 링 안으로 달려갔다. 경기장 관계자가 쿠로이 사장을 부축하는 것을 그들은 볼 수 있었다.

신도 : 아가씨!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P : 이오리! 드디어 슈퍼 아이돌이 되었어!

이오리 : 하아...조금만 이렇게 앉아있게 해 줘. 못 움직이겠어.

해설자들 또한 링 위로 올라왔다. 슈퍼 아이돌 미나세 이오리에게 상품을 증정하기 위해서였다.

이오리 : ......KOF 본선 진출권??

해설자 : 네! 우승자에게는 상금 및 KOF 본선에 진출할 영예가 주어집니다!

이오리 : 할 리가 없잖아요!!

이오리는 KOF 본선 진출권을 찢어버리려 했다.

해설자2 : 그 진출권은 찢을 수 없습니다. 수령자에게는 거부권이 없습니다.

이오리 : 바보같은 소리! 일개 아이돌이 전 세계의 격투가를 상대로 싸울 수 있을 리 없잖아!! 신도 씨!!

P : 이건 계약 내용에 없었던 것으로 압니다만?

해설자 : 저희한테 따지셔도 소용 없습니다. 방송국 사장에게 따지시길 바랍니다.

P : 그 점을 어떻게든 부탁 드립니다!

프로듀서가 해설자들과 협상하는 것을 본 이오리는 이번 만은 가족의 힘을 빌리기로 마음 먹었다. KOF 본선 진출 문제는 자신이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우선 이오리는 신도 씨에게 말해두려 했다. 하지만 신도 씨는 어느새 사라졌다.

이오리 : 프로듀서? 핸드폰 좀 빌려줘.

P : 응? 여기 있어.

이오리 : 여보세요? 네. 미나세 이오리에요. 파파 좀 바꿔 주세요......여보세요? 파파? 부탁이 있는데......

이렇게 미나세 이오리에게 닥칠 뻔한 두 번째 시련은 미나세 가문의 힘에 의해 간단히 저지되었다.

한편, 쿠로이 사장은 자기 프로덕션으로 돌아가려 경기장을 나섰다. 그 때, 쿠로이 사장의 앞길을 가로막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신도 : 이렇게 다시 보는군. 쿠로이 타카오.

쿠로이 : 호오? 미나세 가문의 앞잡이가 나를 보겠다고 여기까지 온 건가?

신도 : 무슨 속셈이냐. 쿠로이 타카오. 아니? 한 때 야부키 신고였던 사람이라 불러야 하나?

쿠로이 : 저급한 도발은 관둬라. 미나세의 앞잡이!

둘 사이에는 험악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신도 : 방송국 사장과 연락한 정황은 이미 잡아두었다.

쿠로이 : 과연~미나세 가문이구만!

신도 : KOF 본선 진출을 미나세 가문이 좌시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잘 알텐데?

쿠로이 : 흥! 그런 거 되면 좋고 안 되도 그만이야. 난 미나세 놈들의 검은 속내를 세간에 폭로하고 싶었을 뿐이다. 덤으로 그들의 어두운 힘도!

신도 : 어차피 미나세의 힘은 카메라에 찍히지 않아.

쿠로이 : 하지만 경기 중에 미나세가 보여준 흉포함은 찍히지.

신도 : 그건 자네 착각일세. 쿠로이 타카오. 미나세 가문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네. 쿠사나기를 죽게 만든 그 때와는 달라.

쿠로이 : 그 말을 뭘 보고 믿으라는 것인가?

신도 : 자네도 당해보지 않았나? 아가씨의 파문을.

쿠로이 : 파~문~수행이라고? 그 저릿한 잔기술로 미나세의 죄악을 모두 덮을 수 있다 보나? 무다무다무다무다무다무다무다무다다!!

쿠로이 사장은 한껏 소리치고는 숨을 가다듬었다. 너무 흥분하여 말한 탓인지 그의 얼굴은 살짝 벌개져있었다.

신도 : 아무래도 우리의 대화는 평행선을 그리는 것 같군.

쿠로이 : 흥! 미나세 놈들은 언제나 고집불통에 사람 말을 듣는 척 듣지 않곤 했지. 오르브와~

프랑스 어로 작별 인사를 건넨 쿠로이 사장은 집사 신도를 어깨로 툭 치고는 경기장 문을 나섰다.

쿠로이 : (여튼 이번 프로그램에서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냐. 미나세의 약한 고리를 발견했지.)

자기 리무진을 탄 쿠로이 사장은 계략을 짜기 시작했다.

쿠로이 : 765 프로. 그 곳을 파멸시키면 미나세의 아가씨에게도 타격이 올테지. 거기서부터 시작하여 미나세 가문 전체를 뒤흔들어주마.

<765 프로덕션 사무소 앞>

이오리와 프로듀서는 차에서 내렸다. 프로듀서는 뒷좌석에 탄 이오리를 봤다. 이오리는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길고 긴 싸움 때문에 지칠대로 지친 이오리를 걷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P : 읏챠!

프로듀서는 이오리를 공주님 안기하고 타루키 정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P : 하아...나도 오늘 너무 무리했나?

프로듀서 역시 응원하느라 힘을 모두 써버린 상태였다. 1층과 2층 사이에서 프로듀서는 더 이상 안고 계단을 오르기 힘들다는 결론을 내렸다.

P : (할 수 없지. 업어야겠어.)

프로듀서는 이오리를 잠시 내려놓고는 업고 다시 계단을 올랐다. 프로듀서는 계단 한 단 한 단 오를 때마다 천근의 짐을 짊어진 듯 힘들었다. 이오리가 했을 고생을 생각하며 프로듀서는 꾹 참았다.

리츠코 : 프로듀서?

765 사무실 문 앞에서 아키즈키 리츠코가 프로듀서를 불렀다. 리츠코는 문 밖으로 머리를 빼꼼 뺀 상태였다.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니 아미는 게임기에 열중하고 있었고, 미키는 그냥 자고 있었다. 프로듀서는 소파에 이오리를 눕혔다. 타카네는 컵라면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리츠코 : 하아...무슨 일을 맡으신 겁니까! 무명 아이돌에게 격투기라니요! 아이돌에게 얼굴은 생명이라고요? 다치면 어쩌시려고 그런 일을 맡으셨어요!

P : 어쩔 수 없잖아. 이 일을 맡지 않으면 우리 사무실 사정이 위험했으니까.

리츠코 : 그건 그렇지만......

리츠코가 말을 흐릴 때, 사무원인 오토나시 코토리 씨가 끼어들었다.

코토리 : 이 동영상은 어쩌면 좋을까요?

코토리는 UCC를 보여주었다. 이오리가 팔치녀를 쓰는 장면이었다.

코토리 : 잘못하면 이오리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칠지도 몰라요.

P : 음...미안...

바로 그 때, P에게는 기적이 일어났다.

(오오! 저 아이돌 대단한데?)

(조그만 미소녀가 저렇게 걷어차준다면! 하악하악!)

(울어! 소리쳐! 그리고 사라져!!)

(슈퍼 아이돌? 미나세 이오리! 이오리 다이슷키)

(우와!! 슈퍼 아이돌 미나세 이오리!! 처음 들어보는 아이돌인데?)

(신인인가 본데? 오늘부터 나 얘 팬이다.)

(누가 쿠기미야 리에 이야기한 것 같은데)

(안 했어. 저리 가.)

다음과 같은 코멘트들이 UCC에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경사로세 경사로세.

<타루키 정>

한편, 765 사무실 아래 층에 있던 타루키 정에서는 두 남자가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한 남자는 갈색 정장을 입은 중년 사내였고, 다른 사내는 회색 정장을 입은 중년 사내였다. 회색 정장의 사내는 금발이었다.

타카기 : 이번 일은 감사하네. 반응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우리 쪽에 일감을 줘서 말야. 어떤 반응이 오더라도 일거리가 없어서 인지도 제로인 것 보다는 나으니 말야.

홀 호스 : 뭘~그렇게 말하면 오히려 내가 미안해지지 않나.

타카기 : 그나저나 이 일은 석연치 않은 점이 있구만. 쿠로이가 자네에게 우리 사무소를 추천했다고?

홀 호스 : 그렇다네.

타카기 : 흐음...우리 쪽 아이돌 이미지를 흐리기 위한 계략이었나? 격투 프로그램이 힘들기는 하니까...

홀 호스 : 타카기. 자네 아이돌들은 존경할 만한 숙녀들일세. 실제로 잘 해냈고 말야. 다만, 쿠로이 사장과 961 프로는 조심해두게. 내게 765 프로 아이돌을 추천할 때 그 사람의 눈 속에는 악의가 가득차 있었네.

타카기 : ......

<765 사무실>

사무실의 분위기가 조금은 진정된 그 때. 다른 사람이 들어왔다. 미우라 아즈사였다.

아즈사 : 어머~어머~

리츠코 : 아즈사 씨! 대체 어디에 갔다 오신 거에요!

아즈사 : 어머~ 죄송해요~길을 잃어서요~

리츠코는 지끈거리는 이마에 손을 짚고 한숨쉬었다. 바로 그 때, 문이 홱하고 열렸다.

??? : 이리 오너라!

리츠코, 코토리 : 에엑?

P : 누구세요?

미키 : 아후...갑자기 소란스러워진거야.

아미 : 으엑? 누Gu?

아즈사 : 어머~ 히비키 아냐?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야?

(타카네) 히비키 : 그대가 갔던 길을 따라 갔더니 왠 통로가 나오기에 갔더니 여기 왔소이다. 그나저나 여긴 어디이외까?

아즈사 : 일본이야?

(타카네) 히비키 : 제가 아는 일본은 이렇지 않사옵니다.

바로 그 때, 라면을 다 먹은 시죠 타카네의 시야에 타카네 히비키가 들어왔다. 눈이 마주친 두 여성은 서로를 보고 같은 감상을 토했다.

(시죠) 타카네 : ......기묘한!!

(타카네) 히비키 : ......기묘한!!

765 사무실이 다시 시끄러워졌지만, 이오리는 계속 꿈나라에 있었다. 그 동안의 싸움을 모두 잊으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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